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72)
신의 천적, 회귀하다 072화
57. 아르고스(1)
[파괴신, ‘시바’.] [가정의 신, ‘헤라’.] [천둥의 신, ‘토르’.] [전쟁의 신, ‘아레스’.] [죽음의 천사, ‘사리엘’.]…….
연회 때 감명을 받은 것일까?
헤라에게서 계약 제의가 들어왔다.
‘뭐. 혹시나 하고 찔러봤겠지. 그래도…… 난 계약할 마음이 없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사리엘 이 녀석인데…….’
죽음의 천사 사리엘.
에덴의 7대 대천사 중 하나로.
굳이 따지자면 시현을 미친 듯이 증오하는 라미엘과 비슷한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이 녀석은 분명 에덴 소속 천사일 텐데 왜 나랑 계약을?’
단순히 계약 제의가 온 것뿐이었지만.
시현은 여러 가지 사실을 ‘추측’할 수 있었다.
‘에덴의 갈등이 조금 일찍 시작된 건가.’
훗날 에덴은 미카엘을 따르는 자와 그 외의 세력으로 분열하게 된다.
각자 가진 정의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그중 사리엘은 미카엘을 반대하는 세력 중 대표적인 천사.
그런 녀석이 타락을 이끄는 자신과 계약을 하려 하다니.
시현의 입장에선 좋은 징조였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계약할 순 없지.’
에덴이 분열된다는 좋은 소식과 함께 신들의 계약을 넘기자.
그 뒤로 수많은 메시지가 울려 펴졌다.
[MVP: 플레이어 이시현.] [MVP 보상으로 110,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개인 보상이 주어집니다.] [타락악귀 이시현 님께선 총 ……마리의 엔트를 처치하였습니다.] [타락악귀 이시현 님께선 히든 보스, 엘로아를 처치하였습니다.]…….
[아이템, ‘생명의 정수(A)’를 획득합니다.] [생명의 정수(A)]#열한 번째 재앙 MVP 보상입니다. 엔트들의 생명력이 모인 정수입니다.
▶재료 아이템.
▶효과
[자연친화력 +50]자아가 없는 식물에게 부여하면 자아가 생겨날 수 있습니다.
시현이 이번 재앙에서 활약한 건 히든 보스 엘로아를 처치한 게 전부였기 때문에.
보상이 생각보다 좋진 않았다.
‘뭐. 사실 A등급 아이템도 감지덕지긴 하지.’
그동안 워낙 좋은 보상들을 받아서 그렇지, 사실 A등급 재료 아이템도 엄청나게 좋은 보상이었다.
‘생명의 정수도 나쁘진 않아.’
이리 보나 저리 보나 시현이 기르고 있는 세계수에 적용하면 좋을 아이템이었다.
물론 재료 아이템인 만큼 키비시스에 흡수시키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세계수를 위한 양분으로 사용하는 게 나아 보였다.
‘세계수의 잎과 생명의 정수까지. 여기에 생명력을 담고 있던 엔트들의 마정석을 주면…… 세계수의 성장률이 크게 상승하겠어.’
씨익.
‘그렇다고 전부 다 줄 필요는 없겠지.’
세계수의 잎은 따로 쓸 곳이 있었다.
[뒤이어 열두 번째 재앙이 시작됩니다.] [열두 번째 재앙은 ‘? ??’입니다.] [열두 번째 재앙까지 남은 시간: 15일.]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그 뒤편 우면산.
이곳엔 박나은이 거둔 자이언트 맨티스들이 날개를 펴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
그리고 한 하이 엘프가 그곳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온몸으로 마기를 내뿜고 있는 타락한 하이 엘프, 서영우.
그는 질리지도 않는지, 계속해 풍경을 쳐다보고 있었다.
“선물은 마음에 드냐?”
‘……이 목소린?’
스르륵.
어둠과 함께, 자신의 그림자에서 모습을 드러낸 상대를 보며.
서영우가 두 팔 벌려 활짝 웃었다.
“시현 형님!”
“아으…… 달라붙지 좀 말라니까.”
“너무 좋습니다! 새 몸! 정말 감사합니다!”
[아이템, ‘천총운검(D)’이 폭풍을 일으킵니다.]“으아아아! 천총운검으로 날려 버리는 건 반칙이죠!”
자신을 끌어안으려는 서영우를 그냥 날려 버리며.
시현이 피식 웃었다.
‘이놈과 이렇게 형 동생 하는 관계가 될 줄이야.’
회귀 전과는 너무 다른 상황에.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회귀 전엔 그렇게 비싸고 근엄하게 있던 놈이 왜 이렇게 강아지처럼 달려오냐……. 내가 이놈을 망가뜨린 건 아니겠지?’
콰앙!
우면산 어딘가에 처박힌 서영우에게 다가가며.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뭐, 망가지면 어때? 한반도를 집어삼키는 것보단 낫겠지.’
[아이템, ‘밤의 장막(D)’이 어둠을 통과합니다.]스르륵.
시현의 몸이 어둠 속으로 스며들더니.
이내 서영우의 바로 옆, 나무로 그늘진 곳에서 다시 생겨났다.
“오랜만에 보는 동생을 이렇게 날려 버리시다니…….”
“특훈이지. 뭐.”
“사랑이 과격하시네요.”
그 말을 들은 시현이 피식 웃었다.
“그건 그렇고, 잘생겨졌네.”
“그렇죠 뭐, 원래 얼굴에 하이 엘프의 본판이 섞여 있어서.”
서영우가 웃었다.
“확실히 재앙 전에 거울 봤던 것보단 낫더라고요. 그건 그렇고 형님이…… 이렇게 생기실 줄은 몰랐습니다.”
“내 얼굴이 왜?”
“성격이나 목소리 보면 뭔가 상남자처럼 생기셨을 줄 알았는데 이건 뭐…….”
서영우가 피식 웃었다.
“기생오라비잖아요?”
“기생오라비는 무슨.”
쿵.
“아! 아파요!”
“까불지 말고 인마.”
시현에게 꿀밤 한 대를 얻어맞고 나서도.
서영우는 킬킬 웃었다.
‘정말로…… 정말로 감사합니다. 형님.’
그는 시현 덕분에 다시 이렇게 세상을 볼 수 있었다.
그뿐인가?
자신의 누나, 서지혜를 라미엘로부터 구해주기도 했고.
자신을 따르는 수많은 플레이어들을 지켜줬고.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하이 엘프의 몸을 얻은 덕분에 남은 수명도 500년 남짓.
모든 스탯과 스킬이 강화된 건 덤이었다.
‘녀석…….’
환한 웃음을 짓는 서영우를 보며.
시현 또한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그래. 회귀 전처럼 신의 노예로 사느니 이렇게 나와 같이 지내는 게 낫지.’
그렇게 고마움과 뿌듯함의 감정이 오고 간 뒤.
시현이 서영우에게 무언가를 건네었다.
“영우야. 선물이다.”
“형님은 존재 자체만으로 제 선물…….”
“헛소리하지 말고 일단 받아.”
[타락구원자 ‘서영우’에게 아이템, ‘드라우프니르-복제품(D)’을 양도합니다.]노란빛으로 빛나는 멋진 디자인.
그 안에 담긴 뛰어난 성능을 본 서영우의 눈이 커졌다.
“이, 이건……? 정말 이런 좋은 아이템을 제가 받아도 될까요?”
“공짜는 아니야. 인마. 다 쓸모가 있어서 주는 거지.”
“쓸모라면…….”
“그래.”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이걸로 나랑 일 하나 같이해야겠다.”
“일이요?”
“그래.”
시현이 허리춤에 달린 붉은 자루, 키비시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고유 퀘스트 좀 같이 깨야겠어.”
‘열두 번째 재앙은 역대급으로 쉽게 끝낼 수 있어. 완벽한 날먹이 가능해.’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날로 먹는 것도 충분한 준비를 갖추고.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가능한 법.
‘완벽한’ 날먹을 위해선 먼저 해야 할 게 있었다.
‘우선 키비시스를 A등급으로 승격시키는 게 우선이야.’
신의 고유 아이템들은 A등급부터 차원이 다른 힘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일까?
A, S, SS 등급으로 승격시키기 위해선 각자 가지고 있는 고유 퀘스트를 클리어해야만 했다.
서영우는 현재 하이 엘프의 몸을 가진 상태.
그가 시전하는 악몽의 힘은 이전보다 훨씬 강해진 상태였다.
더군다나 시현이 준 드라우프니르 복제품으로 인해 룬 마법까지 사용할 수 있는 상태.
이렇게 강해진 서영우의 악몽이 있다면.
키비시스의 고유 퀘스트도 날먹 할 수 있었다.
‘키비시스 고유 퀘스트를 날먹 해 A등급으로 올리고, 그 A등급 키비시스로 열두 번째 재앙을 날먹 한다.’
날먹의 연쇄효과.
날먹의 선순환.
날먹의 파라다이스.
이것이야말로 재앙 상황에서 무엇보다 아름다운 것이었다.
[아이템, ‘키비시스(B)’의 숙련도가 가득 찼습니다.] [더 이상 숙련도를 올릴 수 없습니다.] [고유 퀘스트를 클리어해야 A등급으로 승격시킬 수 있습니다.] [고유 퀘스트를 진행하시겠습니까?]“준비됐냐?”
“그럼요.”
“가자 그럼.”
시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서영우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추가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목표: 이오 구출.
▶보상: 키비시스 승격.
▶실패 시: 100일 후 재도전이 가능합니다.
[알 수 없는 곳으로 이동합니다.]파앗.
이윽고 시현이 이동한 곳은 거대한 협곡이었다.
[고유 퀘스트를 전부 클리어하기 전까지 해당 구역에서 나올 수 없습니다.] [고유 퀘스트 진행 동안 사망하지 않습니다.] [고유 퀘스트 클리어 실패 시, 100일 동안 재도전할 수 없습니다.]신들의 아이템이 주는 고유 퀘스트는 신의 ‘주인’이 가지고 있는 신화와 관련되어 있었다.
녀석들은 환상을 일으키며 플레이어를 ‘시험’에 들게 하는데.
여기엔 숨겨진 꼼수가 있었다.
‘고유 퀘스트 진행 시 나와 신체가 접촉해 있는 플레이어는 같이 이동한다.’
그 덕분에, 지금 시현은 서영우와 함께 키비시스의 환상 안에 들어와 있는 상태였다.
“형님 저건……?”
“아르고스.”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무식하게 힘센 괴물 중 괴물이지.”
그 협곡 가운덴 거대한 덩치를 지닌 거인, 아르고스가 있었는데.
녀석의 온몸엔 눈이 달려 있었다.
무려 100개나 되는 저 눈들 대부분은 바로 옆에 있는 하얀 소를 감시하고 있었는데.
저 소의 정체가 ‘이오’.
시현이 구해야 하는 인물이었다.
음머어어어!
“시끄럽다, 계집.”
구슬프게 우는 하얀 소에게, 거인이 으르렁거렸다.
“죽기 싫으면 닥쳐라.”
‘아르고스라…….’
아르고스(Argus).
백 개의 눈을 가진 거인으로 헤라를 따르는 존재.
강력한 힘과 맷집을 가지고 있어 메두사의 언니 중 하나인 에키드나를 처치하는 등 수많은 업적을 세웠지만.
녀석에겐 큰 단점이 하나 있었다.
수면.
녀석은 이상하리만큼 수면 상태 이상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영우야. 저것 좀 재워봐라.”
“네.”
서영우의 양손으로 검은 안개가 모여들었다.
[스킬, ‘블랙 포그(S)’를 발동합니다.] [아이템, ‘드라우프니르-복제품(D)’의 지식이 빛나기 시작합니다.] [오딘의 8번째 룬 마법, ‘룬 마법: 진정의 룬(??)’을 발동합니다.]오딘의 8번째 룬 마법, ‘진정의 룬’.
그 어떤 흉포한 전사나 맹수도 단번에 온순한 양으로 만들어버리는 룬 마법으로.
마력을 조금만 쓴다면 단순히 심신을 안정시켜 주지만.
훨씬 많은 양을 쓰면 몸을 나른하게 만들고, 이내 잠재울 수도 있는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즉, 오딘의 8번째 룬마법은 지금 서영우의 블랙포그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상대를 아주 달콤한 잠에 빠지게 할 수 있었다.
츠즈즈즉.
서영우가 생성해 낸 검은 안개가 천천히, 그리고 넓게 협곡 전체를 뒤덮기 시작했다.
안개가 퍼지는 방식이 특이했는데.
아주 멀리서 보면 오딘의 8번째 룬 글자와 정확히 일치하는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엔 눈이 100개나 달린 거인, 아르고스가 있었다.
“이건?”
뒤늦게 검은 안개를 본 아르고스가 벌떡 일어나 주변을 살폈다.
번뜩.
녀석의 몸 곳곳에 달려 있는 백 개의 눈이 한꺼번에 떠지며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시현과 서영우가 워낙 잘 숨어 있었기에, 아르고스는 둘을 결코 찾을 수 없었다.
‘큰일이군.’
벌써 자신의 눈들 중 10개가량이 감기고 있었다.
이 검은 안개가 어떤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는 몰라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 안개는 자신을 재워 모든 눈들을 감게 할 것이라는 것.
콰아아아앙!
이내 아르고스가 협곡 주변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멀리 나아갈 수도 없었다.
그랬다간 그가 지키고 있는 하얀 소, 이오가 멀리 도망칠지도 몰랐으니까.
‘실컷 발버둥 쳐봐라.’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넌 뭘 할 수도 없을 테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