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73)
신의 천적, 회귀하다 073화
57. 아르고스(2)
“흥분했군요.”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본 서영우가 신난다는 듯 실실 웃었다.
사실, 새롭게 앞을 볼 수 있게 된 그는 지금 모든 게 신난 상태였다.
“저희가 생각보다 멀리 있어서 눈치채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신나서 조잘조잘 떠드는 서영우는 잠시 내버려 둔 채.
시현이 아르고스를 살폈다.
‘좋아. 계획대로 되고 있어.’
키비시스의 환영에 나오는 존재에 불과하다고 한들.
아르고스는 사실 지금 시현의 힘으론, 아니, 그 어떤 플레이어가 와도 절대 이길 수 없는 존재였다.
녀석은 중급 신과 필적할 정도의 육체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이제 막 열한 번째 재앙을 마친 플레이어가 아무리 강해도 녀석과의 정면 승부에서 이길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꼼수를 썼다.
서영우.
하이 엘프의 몸을 가지게 된 녀석은 인간의 몸일 시절보다 훨씬 더 강한 힘을 휘두를 수 있었다.
이는 원래 몸 주인, 엘로아가 엘프들 중에서도 특히 마력을 잘 다루는 신체 구조를 가지고 있는 덕분이었다.
‘번개의 힘은 내가 대부분 뺏어가서 못 쓰겠지만.’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대신 다른 힘이 그만큼 강해졌지.’
서영우는 타락한 라미엘의 힘, 악몽과 디버프에 특화된 플레이어로 성장하고 있었다.
녀석이 뿌리는 악몽은 오크 군단장 중 하나였던 오퀴아나를 단번에 제압해 죽여 버릴 정도.
그보다 한층 더 강해진 악몽의 힘이 순식간에 아르고스를 옥죄고 있었다.
‘사실 서영우가 아무리 강해도 아르고스를 악몽 속엔 빠뜨릴 수 없겠지만.’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단순히 잠재우는 거라면 충분히 가능해. 드라우프니르 복제품도 있으니까.’
100개의 눈을 가진 거인, 아르고스.
녀석은 눈 하나가 감길 때마다 가진 모든 힘의 1%가 차감된다.
즉, 눈 100개가 전부 감긴다면 힘의 100%를 잃게 되는 것이다.
유독 수면에 약하다는 점.
그리고 눈이 하나둘 감길수록 힘이 기하급수적으로 약해진다는 점.
이게 녀석이 가진 최대 약점이자 공략법이었으며.
‘날먹’의 비법이었다.
콰아아앙!
“비겁한 새끼들! 나와라!”
이내 주변 협곡을 부수며, 아르고스가 외쳤다.
어떻게든 잠에서 깨려는 목적과 숨어 있는 적을 발견해 죽이려는 목적, 두 가지를 이루기 위함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녀석은 그 무엇도 이룰 수 없었다.
“으으으…….”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계속 쏟아져 오는 잠과 감기는 눈에.
아르고스가 괴로운 듯 머리를 움켜쥐었다.
쿵.
이내 아르고스의 오른쪽 다리에 있던 눈이 모두 감겼다.
동시에 아르고스는 오른쪽 다리를 아예 움직이지도 못했다.
마치 마비에 걸린 것처럼 말이다.
“머지않았습니다.”
서영우가 계속해 검은 안개를 퍼뜨렸다.
마기가 고갈될까 걱정할 건 없었다.
시현이 가진 마력 포션이 워낙 많았으니까.
쿵.
이번엔 아르고스의 왼쪽 다리에 있는 눈이 모두 감기며.
녀석은 두 다리를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안…… 돼…….”
아르고스의 눈이 한꺼번에 감기기 시작했다.
워낙 강한 신체와 맷집을 가지고 있어 악몽을 꾸진 못하겠지만.
이렇게 단순히 잠재우는 건 충분했다.
스르륵.
쿵.
이내 녀석의 눈이 모두 감겼다.
하지만 단 하나.
녀석의 이마에 있는, 세로로 치켜뜬 눈은 감기지 않았다.
“저건 수면이 안 걸리는 모양입니다.”
“저 눈은 원래 그래.”
시현이 천총운검을 집어 들었다.
파앗.
그러곤 아르고스에게 달려나갔다.
“크흐으으윽…… 너어…….”
[아이템, ‘천총운검(D)’이 폭풍을 일으킵니다.]슈우우웅.
천총운검 주변으로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한 바람이 뭉치고 뭉쳐 압축되었다.
서걱.
시현이 천총운검을 휘두르자.
툭.
아르고스의 목이 그대로 떨어졌다.
미친 듯한 절삭력이었다.
[백 개의 눈을 가진 거인, ‘아르고스’를 처치하였습니다.]모든 눈이 감긴 지금의 아르고스는 본래 힘의 1%가량만 가지고 있는 상태.
그렇기에 시현은 녀석을 손쉽게 죽일 수 있었다.
천총운검을 제외한 아스트라페나 타락한 영광은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형님. 나이스 샷.”
서영우가 킬킬 웃으며 박수 쳤다.
“고생했다.”
“별말씀을.”
그렇게 중얼거린 시현이 하얀 소에게로 다가갔다.
퍼엉!
이내 하얀 소가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했다.
올림포스의 왕, 제우스의 연인.
님프족, 이오였다.
“가세요.”
“……고마워요.”
이오의 속박을 풀어줌과 동시에 퀘스트가 완료되었다는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훌륭합니다! 고유 퀘스트, [백 개의 눈>을 클리어하였습니다.] [아이템, ‘키비시스(B)’가 A등급으로 승격됩니다.]츠즈즈즈즉.
메시지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쓰러져 있던 아르고스의 몸과 얼굴에 있던 눈이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동시에 시현의 뒤로 다가온 키비시스가.
붉은 부채처럼 날개를 펼쳤다.
촤악!
키비시스가 날개를 다 펼친 그 순간.
아르고스의 눈들이 키비시스의 날개에 가 박히기 시작했다.
가장 가운데에 있는 세로 눈부터 나머지 99개의 눈들까지.
그 모습이 마치 화려한 공작새 같다고 생각하며.
시현이 키비시스를 다시 회수해 허리춤에 달아놓았다.
츠으윽.
마치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는 얌전한 동물처럼.
키비시스가 시현의 허리춤에 가 고정되었다.
[원래 세계로 이동합니다.]파앗.
메시지와 함께, 시현과 서영우의 몸이 다시 우면산으로 돌아왔다.
……
▶A등급 특수 효과
[백 개의 눈>키비시스가 눈을 뜹니다.
*플레이어가 보유한 마력 10당 하나의 눈을 뜰 수 있습니다. (최대 100개)
▶하나의 눈을 뜨고 있는 동안 마력이 5씩 상승합니다.
▶눈 20개를 뜰 때마다 특수한 효과가 발동됩니다.
현재 시현의 마기는 대략 620.
총 62개의 눈을 뜰 수 있었다.
하지만 시현은 알고 있었다.
키비시스가 눈을 뜨게 하는 건 몸에 엄청난 부담이 간다는 걸.
‘보통은 20개. 조금 무리하면 30개…… 정도인가?’
그래도 20개 정도면 키비시스의 A등급 특수 효과, [백개의 눈>이 가진 첫 번째 특수 효과를 발동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첫 번째 특수 효과가 있다면.
열두 번째 재앙 상대인 ‘워 비틀(War Beetle)’들을 완벽하게 카운터 칠 수 있었다.
“좋아.”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워 비틀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보상도 얻고, 세계수도 훨씬 더 성장시킨다.’
그렇게 중얼거린 시현이 등을 돌렸다.
“가자, 영우야.”
“네. 형님.”
강아지처럼 자신을 쫄래쫄래 따라오는 서영우를 보며.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주인님! 오셨어요?”
“왔나? 주인? 오랜만이군.”
“……넌 아직도 반말이냐?”
“난 강하다. 주인. 존댓말은 하지 않아.”
다시 돌아온 예술의 전당.
그 안엔 어느새 주술이 끝난 오크쟌이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오크쟌을 본 시현이 고개를 저었다.
‘하긴. 정복자였던 놈이니까.’
상대가 오크라 그런 걸까?
아니면 프레데터라는 대군단을 다루던 놈이라 그런 걸까?
별달리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 주인이라고만 불러라.”
“주인님! 저는요? 저도 말 짧게 하고 싶은데요?”
“박나은, 넌 안 돼.”
“아, 왜요?”
“넌 풀어주면 하루 종일 기어오를 것 같아.”
시현의 말에 서영우가 격하게 동의했다.
“맞습니다. 박나은은 미친 여자이기 때문에 풀어주면 안 됩니다.”
“……저게 진짜?”
“왜? 해보자는 거야? 눈 뜬 나, 서영우를 이길 수 있겠어?”
“캬앙!”
“으르릉…….”
고양이와 강아지가 싸우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시현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서영우와 박나은이 한바탕 싸우고 있을 때.
시현은 오크쟌의 몸을 살피고 있었다.
“잘 먹혔네.”
“주인 덕분이다. 고맙다.”
오크쟌이 가슴을 팡팡 쳤다.
살면서 본 그 어떤 보디빌더나 플레이어보다도 월등히 우락부락한 근육에.
시현이 감탄했다.
“역시 피의 비율을 맞추는 게 중요했나?”
“그렇다. 이제 난 유일무이한 정복자 오크, 선조의 몸을 그대로 이어받은 존재다. 거기에.”
오크쟌이 금테를 두른 하얀 망치를 들어 올렸다.
“S등급 성유물까지 있지.”
“크크. 좋아. 다음 재앙에선 네가 활약해 줘야겠다.”
“맡겨만 둬라. 주인.”
“그건 그렇고 쟤넨 언제까지 싸우냐?”
“……저게 말싸움이 맞나, 주인?”
“마법 쓰는 거 같은데?”
“황금 양털이 휘날리고 있다.”
“……냅둬. 둘이 싸우라 해.”
시현이 고개를 저었다.
“말리기도 지친다 지쳐.”
“허억…… 허억…… 빌어먹을. 역시 만만치 않아…….”
“후우…… 너야말로.”
“이제 그만.”
시현이 둘에게 ‘명령’했다.
“둘 다 이리 와.”
“네에.”
“네, 형님.”
“오크쟌 너도.”
그렇게 말한 시현이 드라우프니르 복제품 2개를 박나은과 오크쟌 각각에게 줬다.
“잘 써라.”
“……감사한다. 주인.”
“오…… 마력 관련이라, 황금 양털과 잘 어울리는데요? 역시 주인님밖에 없어요!”
재빨리 달려들어 자신의 품에 안기려는 박나은을 보며.
시현이 질겁했다.
[아이템, ‘천총운검(D)’이 폭풍을 일으킵니다.]“꺄아악!”
이내 폭풍에 밀려났음에도.
박나은이 실실 웃었다.
“그렇다고 피할 수 없어요, 주인님. 흐흐흐흐…… 첫 번째는 안 된다 해도 두 번째 부인 자리는…….”
“이것들이 쌍으로 왜 이래?”
박나은의 말은 듣지도 못한 채. 시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서영우 닮아가냐? 너?”
“……제가 서영우 저놈하고 똑같은 짓을 했다고요?”
“천총운검으로 밀려난 것도 똑같아.”
그 말에 놀란 박나은이 재빨리 서영우를 쳐다봤다.
그리고 그곳엔 ‘비웃음’이 가득한 서영우의 얼굴이 있었다.
“느려.”
“으으…… 으으……. 인정할 수 없습니다! 으아아!”
“시끄러!”
“하하하! 역시 박나은. 넌 내 한 수 아래야.”
그렇게 으르렁대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보며 시현이 한숨을 푹 쉬었다.
“크크크…… 평화로운 광경이군. 주인.”
“……가서 말려보는 게 어때?”
“싸움은 좋은 거다. 주인. 시간 되면 나랑 대련 한판…….”
“에휴. 됐다. 뭘 바라냐. 얘들아! 잘 들어라. 지금부터 중요한 이야기 할 거니까.”
시현의 말에 오크쟌은 물론 싸워대던 서영우와 박나은도 시현의 말에 집중했다.
시현이 ‘중요한’ 이야기를 한다고 말을 꺼낼 땐 정말로 중요한 말이 시작될 때였음을, 이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
“열한 번째 재앙은 성공적으로 넘어갔어. 영우한테 새 몸도 생겼고.”
그 말을 들은 서영우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리고 모습을 본 박나은이 투덜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이제 열두 번째 재앙을 맞이할 차례다. 그리고 여기서 우린 조선왕검과 협력한다.”
“조선왕검과요? 굳이?”
살짝 홍조를 띠고 있는 박나은을 쳐다보며.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굳이’ 그럴 이유가 있거든.”
이어지는 시현의 설명에.
권속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게 숨겨져 있었군요. 어좌에 앉으면 왕이 될 수 있다라…….”
“그걸 구해주면서 어좌에 한 번 앉는 거지.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가서. 난.”
시현의 눈이 빛냈다.
“‘왕’이 되어 나올 거야.”
“…….”
“…….”
시현의 선언에 권속들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럼 그 어좌에 앉은 후, 언제 돌아올진 모른단 건가? 주인?”
“그래. 왕이 되기 위한 [왕의 시련>은 몇 날 며칠이 걸릴지 모르니까.”
“주인이 없으면 우린 어떻게 해야 하지?”
오크쟌의 말에.
서영우와 박나은도 같은 눈빛을 시현에게 보내왔다.
“왜 이래?”
시현이 피식 웃었다.
“나 없이도 한가락 하던 놈들이. 알아서 하고 있어. 나랑 가까운 사람들은 건들지 말고.”
“네. 형님.”
“그럼 가자고. 경복궁으로.”
“네!”
“아. 영우야. 넌 잠시 천호로 돌아가라.”
“네? 왜요?”
“으음…… 이번 재앙에선 네가 딱히 필요하지 않거든.”
“푸하하핫!”
그 말을 들은 박나은이 서영우를 향해 웃었다.
“들었냐? ‘필요’가 없다시네? ‘필요’가.”
“으으으…….”
“에휴.”
그 틈을 못 참고 상대를 놀리는 박나은을 보며.
시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자. 장난 그만하고. 이제 가자. 영우는 이미 날 충분히 도와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