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75)
신의 천적, 회귀하다 075화
59. 워 비틀
경복궁 주변.
긴장한 채 각자 활을 겨누고, 마법과 주술을 준비하고, 갑옷을 입은 채 긴장하고 있는 플레이어들.
그 중심엔 그들의 ‘임시’ 왕, 이원정이 있었다.
그가 입은 하얀 갑옷 가슴팍엔 붉은색, 푸른색으로 이뤄져 있는 태극 문양이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태극기를 닮아 있었다.
‘국뽕 갑옷 보소.’
그 모습을 본 시현이 중얼거렸다.
상당한 간지가 흐르는 저 갑옷은 플레이어들 사이에선 흔히 ‘국뽕 갑옷’이라 불리는 S급 아이템, 태극갑(太極甲).
고려와 조선왕들의 힘이 모여 있는 상당히 좋은 아이템이었다.
‘물론 타락한 영광만큼은 아니라 뺏어오진 않았지만.’
시현의 시선을 느껴서일까?
이원정이 시현 쪽으로 걸어오며 말을 걸었다.
“준비는 끝났나?”
“그럼요.”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이게 맞나?’
시현을 본 이원정이 눈살을 찌푸렸다.
준비가 끝났다기엔 시현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옷은 평상시 입고 있는 그대로였고. 일본도를 허리에 매달고 있을 뿐이었다.
팔짱을 낀 채 그냥 웃고 있을 뿐이었는데.
누가 봐도 전투를 위한 자세는 아니었다.
‘뭐. 괜히 랭킹 1위는 아니겠지. 그리고 이참에…… 이 녀석이 얼마나 강력한지 확인해 볼까?’
이원정도 서울 곳곳에 정보원을 깔아뒀기에.
시현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검은 벼락과 일본도, 촉수 등을 활용해 펼치는 무력(武力)은 그야말로 탈 플레이어 수준.
그 힘을 직접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니, 이원정의 가슴이 살짝 설레어왔다.
[열 두 번째 재앙까지 남은 시간: 0초.]“좋아. 가 볼까요?”
“그래. 가자고. 타락악귀.”
[열두 번째 재앙이 시작됩니다.] [열두 번째 재앙은 ‘워 비틀’입니다.] [메인 퀘스트, [벌레 퇴치>를 획득하였습니다.] [메인 퀘스트: 벌레 퇴치>▶목표: 제한 시간 내 해당 지역에 생겨난 모든 우두머리 벌레 퇴치.
▶보상: [100,000포인트]
▶추가 보상: 공헌도에 따라 차등 지급.
▶실패 시: 재앙이 끝나도 벌레들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우두머리 벌레들을 모두 처치해야 돌아갑니다.
경복궁 플레이어들의 시선에.
홀로그램 창이 생성되었다.
콰아아아아앙!
땅이 갈리지고, 하늘에 균열이 생겨나더니.
이내 수많은 벌레들이 튀어나왔다.
“치르르르르!”
“카르르르!”
워 비틀(War Beetle).
전쟁을 위해 비대해진 몸집과 철로 된 갑옷 같은 외피를 가진 벌레들이었다.
지금 지구에 나타난 워 비틀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였다.
[경고! 워 비틀 우두머리, ‘장수풍뎅이’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경고! 워 비틀 우두머리, ‘사슴벌레’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치리리리리!”
그리고 녀석들 가운데.
경복궁 한가운데를 뿔로 쳐 박살 내며 한 장수풍뎅이가 튀어나왔다.
다른 녀석들과는 다른 붉은 갑피, 축구장 하나와 맞먹는 거대한 크기.
우두머리 벌레였다.
“치르르르!”
“치르르르!”
거대한 붉은 외피의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들.
녀석들이 무려 10마리나 생성되었다.
“많네요.”
“이건 말도 안 돼.”
상황을 본 이원정이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시스템이 말한 대로라면 우두머리 벌레들의 수는 17마리…… 그중 10마리나 이곳에 생성된다고?”
우두머리 벌레들은 하나하나가 단단한 외피를 가지고 워낙 거대했기에.
이원정이 이끄는 ‘군주’ 세력의 플레이어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으아아!”
“마, 막아!”
“신기전, 대포 가져와!”
“주술사! 마법사! 뭐 해!”
마력이 담긴 수백 개의 화살을 쏘는 신기전, 마력탄을 쏠 수 있는 대포 등을 사용해도.
무리였다.
그 넓은 서울과 인천 지역에 나눠서 존재해야 할 우두머리 벌레들이 이곳에 전부 모여들다니.
‘이게 뭔…… 타락악귀의 예언이 틀린 게 아니었단 말인가?’
그렇게 당황하는 이원정에게.
시현이 말했다.
“제가 말했죠? 위험하다고.”
“이걸 알고 있었던 건가?”
“알고 있었죠. 여기 벌레들이 엄청 생길 거라는 건. 이유까진 모르겠지만.”
이 말은 진실이었다.
“그래서 도와주겠다 한 거예요. 어좌도 겸사겸사 이용할 겸.”
“……자네가 약속을 어떻게 지키겠단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원정이 자신의 검, 전어도를 움켜쥐고 말했다.
이제야 그는 알았다.
저 미치도록 거대한 벌레들은 ‘군주’ 세력 플레이어들로만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먼저 약속을 지켜주면 군주 된 자로서 나도 약속을 지키지.”
“당연하죠.”
그렇게 직접 전장을 지휘하러 뛰쳐나가는 이원정을 보며.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옛날 생각 나네.’
회귀 전.
실제로 이곳 경복궁 일대엔 우두머리 벌레들이 쏟아졌었고.
이원정과 군주 세력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었다.
물론 이원정은 환인파 신들의 지원과 본인 스스로의 의지로 인해 금방 피해를 복구하고 일어서지만.
‘이렇게 빚을 지워놔서 나쁠 건 없지.’
시현의 입장에선 빚을 지워놓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경복궁에 있는 어좌는 서울 지역 안에 있는 유일한 ‘왕좌’.
회귀 전의 흐름대로라면 어좌는 우두머리 벌레들에 의해 부서지고.
다섯 번째 대재앙이 올 때까진 복구되지 않았다.
최대한 빠른 타이밍에 [왕의 시련>을 통과해야 하는 시현에게 있어선 계획의 차질이 생기는 것.
별로 좋은 일은 아니었다.
“자, 그럼…… 오크쟌.”
시현의 말에.
거대한 덩치를 가진 오크가 앞으로 나왔다.
“데뷔전이다.”
후우웅…….
콰아아아아아아앙!
시현의 명령과 동시에.
오크쟌의 하얀 망치가 우두머리 벌레의 외피를 가격했다.
“치르르르르르르!”
엄청난 충격 탓일까?
우두머리 벌레 하나가 그대로 폭삭 주저앉았다.
콰아아앙!
“크아아아아!”
경복궁을 지키고 있는 군주 플레이어들은 할 일도 잊은 채 앞을 쳐다보고 있었다.
믿을 수 없었다.
“오크가 저렇게 강한 생물이었나?”
“대재앙 때 우리가 상대했던 녀석들과는 차원이 다르잖아?”
‘당연하지 이것들아.’
시현이 피식 웃었다.
‘오크쟌이 누군데.’
오크쟌.
시현의 세 번째 권속이자 프레데터의 정복자였던 그는.
말 그대로 날아다니고 있었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었다.
재앙이 시작되자마자 광폭화 상태에 빠진 그는.
오른손엔 미카엘이 준 ‘성유물: 하얀 불꽃의 망치(S)’.
왼손엔 시현이 준 ‘드라우프니르-복제품(D)’.
안 그래도 강했던 놈이 미카엘과 오딘이라는 절대신들의 아이템까지 집어 들었으니.
그 능력치가 엄청나게 상승한 상태였다.
“좋아.”
여전히 팔짱을 낀 채.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오크쟌의 임무는 하나.
이곳 경복궁이 최대한 피해를 덜 받게 우두머리 벌레들을 밀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실제로 이를 성공시키고 있었다.
상대는 축구장 크기만 한, 단단한 전쟁용 벌레였지만.
최종 보스 출신에 더욱 강해진 오크쟌을 감당할 수 없었다.
“치르르르…….”
“차르르르!”
“와라!”
오크쟌이 두 다리에 힘을 주고 튀어 오를 때마다.
땅바닥에 크레이터가 생겨날 정도였다.
그렇게 공중으로 떠오른 뒤 오크쟌이 하얀 망치를 휘두르면.
우두머리 벌레가 머리통을 맞고 그대로 뒤로 쭉 밀려났다.
쿠구구구구…….
그 여파로 수많은 건물들이 무너졌지만, 오크쟌은 신경도 안 썼다.
시현이 그에게 한 명령은 경복궁을 지키는 것.
그 이외의 것들은 알 바가 아니었다.
“잘 싸우네.”
시현은 아직까지도 팔짱을 낀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굳이 그가 나설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정복자, 오크쟌.
시현과 그의 권속들이 노력한 덕에.
녀석은 프레데터를 지배했던 전성기 때보다 더욱 강해졌다.
‘애초에 모든 오크들을 지배했던 최초의 오크 정복자, 오크란.’
씨익.
‘녀석은 오우거와 오크 사이에서 태어난 이종, 혹은 혼종이었지.’
애초에 오크 종족에 있어 정복자라는 존재 자체가 오우거와 오크 사이의 혼혈을 뜻하는 것이었다.
녀석들의 힘은 피가 정확히 5:5로 맞춰졌을 때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오크쟌은 오크의 피를 9, 오우거의 피를 1 정도 가지고 있었다.
사실 이 정도만 해도 오우거의 피를 엄청나게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었지만.
시현은 이에 만족할 수 없었다.
그래서 박나은을 시켜 주술과 마법을 사용했다.
여덟 번째 재앙에서 나왔던 어린 오우거.
그리고 대재앙 프레데터에서 나왔던 오우거 군단장, 롬.
둘의 피를 오크쟌에게 강제로 주입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오크쟌은 덩치가 커졌을 뿐 아니라, 육체 자체가 강해졌다.
‘성유물: 하얀 불꽃의 망치(S)’의 특수 효과를 쓰지 않아도.
‘드라우프니르-복제품(D)’의 룬 마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저렇게 우두머리 벌레들을 멀리 튕겨낼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콰아앙!
‘미쳤군.’
병사들과 장군들을 지휘하던 도중.
오크쟌의 모습을 본 이원정이 마른침을 삼켰다.
사실, 고작 오크 한 마리가 타락악귀 편을 들어주는 건 그리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
문제는 저 오크가 미친 듯이 강하다는 것이었다.
보통 오크보다 1.5배는 커 보이는 덩치와 단단해 보이는 근육.
저 거대하고 강력한 붉은 장수풍뎅이와 정면으로 맞섬에도 밀리지 않는 힘과 투기까지.
‘도대체 저런 괴물은 어디서 구해온 거지? 테이머 스킬이라도 있나?’
그렇게 잠시 멍해졌던 이원정은.
이내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저 거대한 오크가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다곤 하나, 상대 우두머리 벌레의 숫자는 무려 10마리.
녀석이 한 번에 한 놈만 상대할 수 있다는 걸 감안하면.
자신도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신과 계약한 장군들은 저 오크를 도와 우두머리 벌레들을 몰아내라! 일단 잡을 생각보단 밀어낼 생각을 해라! 우선 경복궁과 플레이어들을 지키는 게 우선이다!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작은 워 비틀들을 잡아라!”
신과 계약한 ‘장군급’ 플레이어들은 우두머리 벌레를 밀어내는 데 집중시키고.
나머지 인원들로는 잡몹을 처리하는 데 집중했다.
이원정은 재앙 전 프로 게임단 선수에 이어 프로 리그 해설까지 맡은 인물이었기에.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전략을 세우며, 재빠르게 행동하는 것에 특화되어 있었다.
‘어좌를 이용하기 위해서라도…… 이놈은 우릴 도와줄 수밖에 없어. 예언자인 데다가 이렇게 강한 이놈이라면 지금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법을 알고 있을 터. 우두머리 벌레를 잡지 않고 일단 밀어내는 데엔 이유가 있을 거다.’
이원정이 눈을 빛냈다.
‘아직 타락악귀의 의도는 모르지만, 일단 이놈이 하는 대로 따라 하는 게 가장 큰 이득이 될 확률이 높다. 녀석에게도, 우리에게도.’
“왕께서 명하신다! …….”
“왕께서 명하신다! …….”
신하들이 이원정의 명령을 사방에 전파했다.
그 덕분에 이곳, 군주 플레이어들은 이원정의 지시에 따를 수 있었고.
평소 훈련하던 것처럼 경복궁 주변에 새로 세워진 성벽들을 이용했다.
콰아앙!
수성, 공성 병기 할 것 없이 마력과 포탄을 내뿜었다.
그중에서도 신기전(神機箭)을 다루는 플레이어들 덕분에, 마력이 담긴 화살 수백, 수천 개가 워 비틀들에게 쏘아져 내렸다.
워 비틀의 강력한 외피 덕분에 실질적인 피해를 줄 순 없었지만.
그 안에 담긴 힘으로 밀어낼 순 있었고.
“지금이다!”
“죽여! 이 새끼들!”
그 틈을 타 다른 플레이어들이 워 비틀들을 베어버렸다.
“장군! 여기네!”
“저 오크를 도와야 해!”
고려, 조선의 하급 신과 계약해 좀 더 강한 힘을 가진 플레이어들은 각자 힘을 합쳐 우두머리 벌레들에게 맞섰다.
고려, 조선 시대의 무신 혹은 장군 출신의 하급 신들이 꽤나 많은 덕분에.
이들은 어찌저찌 우두머리 벌레들을 견제할 수 있었다.
축구장만큼 커다란 크기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어좌를 지켜라! 어좌가 무너지면 끝이다!”
이원정이 외쳤다.
경복궁 중앙의 어좌.
어좌만 살아 있다면 포인트를 이용해 이곳을 얼마든지 빠르게 복구할 수 있었기에.
이것을 지키는 게 우선이었다.
물론 상황이 쉽지는 않았다.
하나하나가 축구장 크기인 우두머리 벌레 10마리가 들러붙었으니까.
스르릉.
그렇게 지휘를 하면서.
이원정은 직접 전장에 뛰어들었다.
[아이템, ‘태극갑(S)’이 주변 신하들의 모든 능력치를 10% 상승시킵니다.] [아이템, ‘태극갑(S)’ 효과로 인해 주변 신하들의 사기가 상승합니다.]이원정의 아이템, 태극갑이 빛나기 시작함과 동시에.
이원정이 소리쳤다.
“겁먹지 마라! 너희들의 왕이 함께한다! 너희의 왕이 함께하는 한 새 조선의 땅은 저런 마수 따위가 감히 넘볼 수 없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