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77)
신의 천적, 회귀하다 077화
60. 우두머리 벌레(2)
콰아아아앙!
“됐다. 오크쟌.”
“알겠다, 주인.”
시현의 명령과 함께.
오크쟌이 곁에 와 섰다.
박나은이 거둔 건 우두머리 벌레는 현재까지 총 7마리.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포획한 마수는 처치한 걸로 간주되니까. 상관은 없지.’
나머지 워 비틀들은 계속해 다른 워 비틀들을 찾아 돌아다니며 제압하고 있었다.
박나은이 명령을 해제하지 않는 한.
녀석들은 계속해 서로를 제압하고 자신들의 군단으로 편입시킬 것이다.
“허억…… 허억…….”
경복궁 주변이 완전히 정리되었음을 파악한 이원정이 워 비틀 사체 사이에서 걸어 나왔다.
“후우…….”
새하얀 태극갑, 그리고 전어도에 묻은 벌레들의 피를 대충 털어낸 이원정이 시현을 보며 피식 웃었다.
“자네는 재앙을 참 쉽게도 클리어하는군.”
“그야, 예언자니까요. 이게 제 능력이죠.”
“…….”
예언자.
미리 알고 움직이는 자.
참 가져다 대기 좋은 핑계였다.
“듣기론 무력도 만만치 않다는데? 이번에 그걸 못 봐서 아쉬워.”
“언젠가 볼 수 있을 겁니다.”
“후후후. 그러길 바라지.”
이원정은 한반도를 완전히 지배해야만 하는 의무를 가진 플레이어.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그와 시현은 서로 도를 부딪칠 가능성이 높았다.
[아이템, ‘키비시스(A)’가 눈을 감습니다.] [아이템, ‘키비시스(A)’가 피어납니다.]이내 19개의 눈이 감긴 뒤.
시현의 머리 위에 있던 세로 눈까지 닫히자.
키비시스가 꽃이 피듯 피어났다.
활짝.
스르륵.
그러곤 언제나 그렇듯 주변 마수들의 사체와 마정석, 아이템, 포션 등을 흡입하기 시작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인벤토리군.”
“인벤토리요?”
“플레이어들은 그렇게 부르고 있네. 자네가 유일한 인벤토리 보유자라고. 그래서 부러워해. 원래 플레이어들은 부피와 무게 문제로 골치가 아프거든. 보급도 그렇고.”
이원정이 피식 웃은 뒤 시현에게 손을 내밀었다.
“고맙네. 정말. 자네가 아니었다면 내 백성과 신하들이 엄청나게 죽었을 거야.”
이원정은 진심이었다.
시현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우두머리 벌레 10여 마리의 습격을 받고 이곳은 쑥대밭이 되었을 것은 사실.
이에 대해선 고마워할 수밖에 없었다.
서로의 대가를 교환하는 거래에 불과했을지라도 말이다.
“별말씀을.”
그 모습을 본 시현 역시 피식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이원정의 말에서 진심을 느꼈기에.
시현도 기분이 좋았다.
훗날 21세기에 맞지 않는 독재정치로 플레이어들의 공분을 사고, 이시은에 의해 왕좌에서 끌어내려졌지만.
능력과 인품으로만 보자면 이원정은 상당히 괜찮은 인물이었다.
“거래 아직 안 끝난 거 아시죠?”
“후후후. 그래. 알고 있지. 걱정은 말게. 자네에게서 조건을 알아내기 위해서라도 꼭 지켜줘야만 하니. 아, 어좌는 지금 바로 사용하겠나?”
“아니요. 재앙이 끝나면 사용하겠습니다.”
시현이 허공을 올려다봤다.
[열두 번째 재앙 종료까지 남은 시간: 3일 10시간.] [현재 남은 우두머리 벌레 수: 0]“우두머리 벌레들이 다 죽었다곤 하지만 남은 워 비틀들은 처리해야 하니까요.”
서울 지역의 플레이어들은 빠르게 우두머리 벌레들을 처치했지만.
그렇다고 열두 번째 재앙이 끝나는 건 아니다.
우두머리 벌레들이 다 잡혀도 남은 시간 동안 워 비틀들은 서울, 인천을 돌아다닐 터.
그동안 박나은을 이용해 최대한 많은 워 비틀들을 유혹해 노예로 부리거나.
사냥해 경험치를 얻어야 했다.
“그래. 재앙이 끝나면 찾아오게. 타락악귀.”
“좋아요.”
그렇게 멀어지는 시현을 보며.
이원정이 전어도를 꽉 움켜쥐었다.
‘타락악귀…… 이놈은 대체.’
너무나 손쉽게 재앙을 해치워 버린 시현을 보며.
이원정이 마른침을 삼켰다.
‘팔짱을 끝까지 풀지 않았어.’
그가 직접 본 건 아니지만.
소문에 의하면 타락악귀 이시현의 가장 무서운 점은 그의 무력이었다.
다양한 신의 아이템을 활용해 공격하는 그의 공격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것.
하지만 열두 번째 재앙을 맞이하면서, 그는 공격 스킬 한 번을 사용하지 않았다.
세간에 알려진 검은 번개나 폭풍, 촉수는 물론이고.
검 한 번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서 팔짱을 낀 채 웃을 뿐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워 비틀들을 모조리 죽이고, 경복궁을 구해냈어. 그 과정에서 우두머리 벌레들은 녀석의 부하가 되었지. 이게…… 가능은 한 일인가?’
조선왕검 이원정.
조선의 3대 왕과 계약한 그에게는 의무가 있었다.
외세 신들과 계약한 플레이어들.
그리고 삼신파, 마고파의 신들과 계약한 플레이어들을 몰아내고 이곳 한반도를 지배하는 것.
그것이 그의 의무이자 새로운 삶의 의의이며.
3대 왕과 계약한 조건이었다.
‘내 뒤엔 조선과 고려를 합친 병력과 신들…… 그리고 고대로부터 시작해 온 환웅, 단군을 따르는 신들이 있다. 그런데도.’
이원정이 두 주먹을 굳게 쥐었다.
‘그런데도 신과 계약하지 않은 저 녀석보다 약했다.’
벽.
이번 재앙에서 이원정이 느낀 건 거대한 벽이었다.
저 전략과 여유에 무력마저 추가된다면.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괜히 랭킹 1위가 아니다 이건가. 나는…… 나는 아직도 멀었구나.’
벽을 느낀 이원정의 마음엔 두 가지 감정이 일어났다.
압도적인 강함에 머리까지 좋은 시현에 대한 질투.
그리고 그런 시현을 넘어서 한반도를 통치해야겠다는 승부욕.
‘좋아. 나도 쉽사리 밀리진 않는다.’
그렇게 중얼거린 이원정이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
예상보다 피해가 크지 않아 다행이었다.
“폐하…… 괜찮으십니까?”
옆에 있던 이원정의 오른팔, 김강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조선의 한 하급 신 출신과 계약한 그 또한 랭킹 38위.
이원정을 옆에서 보좌하기엔 충분한 인물이었다.
“우리도 밀리지 말자고. 강태야.”
그 말을 들은 김강태의 눈이 커졌다.
“프로게이머 출신들이 게임 비슷한 이 상황에서 밀리면 쓰겠냐?”
“……알았어. 형.”
김강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알고 있었다.
이원정이 자신을 ‘강태’라고 부를 땐 무언가 큰 깨달음을 얻었을 때라는 걸.
‘뭘 느낀 게 있는 건가? 하긴…… 타락악귀의 전술과 능력은 충격적이었지. 마수들을 모조리 길들일 생각을 하다니.’
“우선 수습부터 하자.”
전쟁은 서로 병장기를 부딪치지 않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었다.
그 후속 조치와 수습.
지치고 힘들었지만, 이 또한 전쟁만큼 중요한 일이었다.
[열두 번째 재앙 종료까지 남은 시간: 0초.] [현재 남은 우두머리 벌레 수: 0] [메인 퀘스트, [벌레 퇴치>를 클리어하였습니다.] [100,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열두 번째 재앙을 극복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워 비틀들이 원래 세계로 돌아갑니다.] [열두 번째 재앙이 끝나 ‘계약’이 이루어집니다.]……
[MVP: 플레이어 이시현.] [MVP 보상으로 120,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개인 보상이 주어집니다.] [타락악귀 이시현 님께선 총 ……마리의 워 비틀을 처치하였습니다.] [타락악귀 이시현 님께선 총 7마리의 우두머리 벌레를 처치하였습니다.]…….
쉴 새 없이 울려 퍼지는 메시지를 보며.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서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워 비틀들을 학살하던 도중.
재앙이 끝난 것이다.
다만, 이번 MVP에 납득하지 못하는 인물도 있었다.
“뭐, 뭐야? 왜 우두머리 벌레들 잡은 건 전데 주인님이 MVP를……?”
“너 내 권속이잖아.”
시현이 웃었다.
“네가 쌓은 공헌도 전부 나한테 들어오는 거 몰랐어?”
“네에에?”
“너뿐만 아니라 영우랑 오크쟌 것도. 전부 나한테 들어와. 심지어 너넨 이제 ‘인간 플레이어’도 아니니 억울해할 것도 없지.”
“……어이없어. 제가 왜 인간이 아닌데요?”
“네가 곤충 인간이지. 뭔 인간이여?”
수많은 스파르토이들과 병사, 자이언트 맨티스와 워 비틀을 지배하는 플레이어, 박나은.
그녀는 인간과 곤충 사이 어딘가였다.
시스템조차 이명을 ‘마녀’에서 ‘마충여인(魔蟲女人)’으로 바꿔서 인정할 정도였으니.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었다.
‘박나은뿐만이 아니지.’
타락한 기사와 사제들을 지배하는 서영우는 하이 엘프였고.
프레데터라는 1~10번째 재앙의 마수들을 지배했던 오크쟌은 오크였다.
즉, 시현의 세 권속 모두 ‘인간 플레이어’ 취급을 받지 못했다.
[칭호, [인섹트 슬레이어(S)>를 획득합니다.] [인섹트 슬레이어(S)>#열두 번째 재앙 MVP 보상입니다.
#타락악귀 이시현, 그는 벌레를 학살하는 살충 전문가입니다.
▶장착 효과
자신보다 레벨이 낮은 벌레 계열 마수 상대 시, 100%의 추가 대미지를 부여합니다.
상대하는 벌레 계열 마수가 100마리 이상일 시,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합니다.
S급 칭호, 인섹트 슬레이어.
고블린 슬레이어, 트롤 슬레이어에 이어 세 번째 ‘슬레이어’ 칭호였다.
‘나쁘지 않은 칭호지. 벌레 계열 마수들이 종종 나오니까.’
추가 대미지 100%는 확실히 좋은 효과였기에.
시현은 만족할 수 있었다.
“좋아. 그럼.”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슬슬 앉아볼까? 그 잘난 어좌에 말이야.”
[뒤이어 열세 번째 재앙이 시작됩니다.] [열세 번째 재앙은 ‘???? ??’입니다.] [열세 번째 재앙까지 남은 시간: 15일.]열두 번째 재앙이 끝난 후.
서울 지역 플레이어들은 충격에 빠졌다.
“으아아아! 저거 뭐야? 재앙 끝났다며?”
“달려들…….”
“잠깐만. 우릴 공격하진 않아.”
열두 번째 재앙, 워 비틀.
서울 지역 하늘을 뒤덮고 어디론가 날아가는 녀석들을 본 결과였다.
“……길들인 건가?”
“마녀…… 아니, 마충여인 박나은이?”
“닉값 하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렇게 거대한 놈들을 수족처럼 다스리다니.”
“……그럼 박나은은 일곱 번째, 열두 번째 재앙 두 개를 동시에 지배하는 거야?”
“그게 그렇게 되나?”
“미쳤다. 미쳤어. 한 플레이어가 재앙을 두 개나 지배하다니.”
자이언트 맨티스를 길들인 덕분에 세간에 알려진 박나은의 직업은 ‘테이머’.
동물이나 마수를 길들일 수 있는.
히든 클래스치고는 흔한 클래스였다.
“장관이네…….”
“우두머리 벌레까지 길들이다니.”
“왜 랭킹에서 사라졌는지 참.”
“시스템 오류 아닐까?”
“시스템은 오류 절대 안 내는 거 모르냐? 네가 그러니까 쪼렙이지.”
“PVP 뜨든가.”
“덤비든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든지 말든지.
우두머리 벌레들과 워 비틀들은 서울 서초구로 날아가고 있었다.
“치르르르르!”
“차르르르르르!”
자신들이 새로이 모시게 된 여왕, ‘마충여인’의 명령에 따라서였다.
랭킹 10권 안에 들어오는 서울-인천 플레이어들도 이를 알아채고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플레이어가 강해진다는 건.
자신들에게 충분한 위협이 될 거라는 말이었으니.
서울 은평구.
악마들의 머리와 뿔로 장식된 거대한 신전.
만마전(Pandemonium).
이 신전은 여타 플레이어들이 세운 건축물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황금.
은평구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이 거대한 신전 전체가.
그 안에 있는 모든 시설과 장식품, 악마 조각상과 무기, 수도 시설이나 의자, 책상까지도.
전부 황금으로 되어 있었다.
간혹 황금이 아닌 것도 있었지만, 황금보다 ‘가치가 떨어지는’ 물질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중 가장 가치가 높은 물건은 다름 아닌 왕좌.
악마와 마족들에게서 착취한 마기, 그리고 뼈로 이뤄져 있는 물질, ‘마석(魔石)’이었다.
“그래. 일이 그렇게 된 거란 말이지?”
마석으로 이뤄진 넓고 거대한 왕좌 위에서.
한 여성이 재밌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화려한 복장에 온갖 장신구.
주변에 항시 떠다니는 검, 철퇴, 화살, 헬버드, 창 등의 무기.
아름다운 외모와 길게 펄럭이는 흑발.
서울-인천 지역 랭킹 2위이자, 수십만 신도를 거느리고 있는 교주.
탐욕교주 이시은이었다.
그녀의 앞엔 각기 다른 ‘탐욕’을 상징하고 있는 일곱 사도들이 줄지어 무릎 꿇고 있었는데.
이시은은 그들에겐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손에 있는 황금 단도를 연필 돌리듯 돌릴 뿐이었다.
“워 비틀이라…… 하찮은 벌레였지만 우두머리들은 달랐지. 그걸 무려 일곱 마리나 가져갔다라…….”
“…….”
일곱 사도들 앞, 박나은 맞은편에 있는 신도가 몸을 덜덜 떨며 고개를 조아렸다.
“네, 네! 심어놓은 첩자에 의하면 랭킹 1위, 타락악귀와 거래를 했다고 합니다.”
“거래? 무슨 거래?”
“어좌에 한 번 앉게 해달라는 대가로 우두머리 벌레들에게서 구해준다는…….”
그 말을 들은 박나은의 눈동자가 금빛으로 빛났다.
그 눈빛을 본 사도들이 몸을 떨었다.
‘누, 눈동자가 빛났다.’
‘교주께서 가지고 싶은 게 생기신 거야.’
“어좌? 경복궁의 어좌 말이냐? 하하하하. 일이 그렇게 된 거구나.”
이시은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 [왕의 시련>을 감당하겠다 이거지? 벌써 조건을 다 갖췄다는 말이렷다.”
“…….”
“그래. 좋아. 지금 당장 이원정의 군주 세력을 친다.”
“……여기 있는 사도들 중 누가 가면 되겠습니까?”
“전부 다.”
그 말에 사도들이 놀랐다.
“그리고.”
이시은이 입꼬리를 올렸다.
“나도 직접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