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79)
신의 천적, 회귀하다 079화
62. 왕의 시련(1)
“부탁할 거라니. 그게 뭔데요?”
“별건 아니고. 저 애들 잘 봐달라고요.”
“가만 보면 시현 씨 저에게 부탁이 많으셔요?”
천유리가 눈을 가늘게 떴다.
“가살이도 맨날 봐달라. 이젠 일행까지 봐달라. 가만 보면 애완동물에 이어 애들까지 봐달라는 거 같아요?”
“그, 그야 뭐…….”
시현이 어울리지 않게 당황하며 뒷머릴 긁었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너무 대책 없이 맡기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었다.
“농담이에요. 후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이마시며.
천유리가 웃었다.
“제 목숨을 구해주신 분인데. 이 정도야 뭐.”
“그건 거래에 불과했죠. 사실.”
“거래에 불과했어도 절 구해주신 건 사실이에요. 아빠랑 화해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했고. 스킬이나 아이템 등에 대해 이것저것 알려주기도 하셨잖아요.”
“…….”
“고마워요. 정말로.”
그 말에 시현이 다시 뒷머리를 긁었다.
“뭐…… 낯간지럽게.”
“뭘 이런 걸로 당황하고 그래요?”
천유리가 웃으며 시현의 등을 팡팡 쳤다.
‘회귀 전하곤 많이 다르네.’
회귀 전.
천유리는 ‘냉혈(A)’ 특성 때문에 늘 안색이 창백했고, 얼어 있었다.
하지만 이젠 ‘냉혈(A)’ 특성이 사라져 안색이 화사해졌을 뿐 아니라.
회귀 전과 달리 몸이 건강해져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러니 그때보다 훨씬 아름다워진 상태였다.
시현이 밤의 장막에서 약과 몇 개를 꺼냈다.
“단 거 좋아하시죠?”
“……가끔 시현 씨를 보면 신기하다니까요. 제가 뭘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다 알고 있고. 눈치가 빠른 건지…… 그만큼 사람을 잘 놀리는 건지.”
천유리가 입술을 삐죽거렸다.
“하하하. 알았어요. 이제 적당히 놀릴게요.”
“안 놀린단 말은 안 하시네요?”
“아. 그건 장담할 수 없어요. 제 낙 중 하나라서.”
“흥입니다.”
와구와구.
아름다운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햄스터처럼 볼을 부풀리며 약과를 먹는 모습에.
시현이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그러곤 손가락으로 천유리의 볼을 콕콕 찔렀다.
“우웅! 즌쯔 흐즈믈르느끄유!”
“푸하핫! 입에 있는 건 다 먹고 말해요.”
결국 시현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우우우웅……!”
천유리가 화난 표정을 지어봤지만, 시현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회귀 전엔 이런 장난을 쳐도 잘 안 웃었는데. 리엑션이 크니까 더 놀리고 싶네.’
“모다 모!”
“오호…… 그렇다면 여기선 상오크답게 업는 선택을…….”
“으으으! 이건 사기야!”
박나은과 서영우의 대결 소리, 뒤이어 들리는 천유리의 웃음소리.
이렇게 다 같이 시간을 보내며 시현은 배가 찢어지도록 웃고 있었다.
그리고 시현이 진심으로 크게 웃는 건.
회귀 전과 후를 통틀어 처음이었다.
[열세 번째 재앙까지 남은 시간: 12일.]그렇게 이원정의 허락, 서진희의 캐어 덕분에.
시현 일행은 기와집과 현대식 디자인이 적당히 섞인 한옥에서 푹 쉴 수 있었다.
‘힐링 제대로 했네.’
그렇게 일행과 가살은 그곳에서 쉴 수 있게 내버려 둔 뒤.
시현은 혼자 경복궁 알현실로 향했다.
저들이 어좌 주변에 있는 한.
이곳 경복궁은 안전할 것이다.
“오셨어요?”
“네.”
“안에서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세요.”
언제나 그렇듯 좀비같이 퀭한 모습으로 서진희가 시현을 반겼다.
애써 밝은 척하고 있지만 늘 새벽 1시까지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피곤함을 숨길 순 없었다.
“…….”
서진희 옆엔 환도를 차고 있는 김강태가 있었는데.
말은 안 해도 시현을 쳐다보는 시선에서 고마움이 느껴졌다.
끄덕.
시선을 느낀 시현과 김강태가 서로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서진희가 말했다.
“폐하께선 혼자 뵙기를 원하세요.”
“상관없어요.”
“네. 그럼…… 폐하! 타락악귀께서 오셨습니다.”
앞을 지키고 있던 서진희의 말이 있고 얼마 후.
“들라 해라.”
안에서 이원정의 허락이 떨어졌다.
끼이익.
허락과 동시에 김강태가 문을 열었고.
시현은 알현실로 들어갔다.
끼이익…… 쿵.
시현의 예상대로 어좌 주변엔 그 어떤 신하도 보이지 않았다.
‘하긴 서진희랑 김강태도 밖에 있는데 그 누가 들어올 수 있겠어?’
시현이 들어가자마자 본 건 이원정의 뒷모습이었는데.
그는 뒷짐을 진 채 어좌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저벅저벅.
시현이 걸어오는 소리에도.
이원정은 멍하니 어좌를 올려다볼 뿐이었다.
“이 어좌엔.”
이원정이 말했다.
“이곳, 경복궁을 특별한 힘이 담긴 유물로 만들어줄 만큼 강력한 힘이 담겨져 있지.”
“…….”
“특별한 조건을 달성하면 진정한 왕의 힘을 준다는 전설 아닌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었어. 내 예상이 맞다면 타락악귀 자넨 그 조건에 대해서도 알고 있고. 이미 만족한 상황이겠지.”
“역시.”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눈치가 빠르시네요.”
“그래. 저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진 모르겠지만…… 부디 원하는 결과를 얻고 나오게. 나오면 나에게도 조건 알려주는 거 잊지 말고.”
“당연하죠. 경복궁은 걱정 마세요. 제 일행이 지켜드릴 거니까.”
“고맙네. 이것저것 신경 써줘서. 우릴 구해주기도 했고.”
이원정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시현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든.
시현이 자신이 모시는 환인파 신들에게 어떤 취급을 받고 있든.
그가 자신과 신하들을 지켜준 건 사실이었다.
“고맙긴요. 거래일 뿐인데.”
그렇게 이원정의 손을 잡고 악수를 한 뒤.
시현이 어좌를 바라봤다.
심상치 않은 마력이 느껴지는 어좌.
‘그래.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왕의 격을 획득하기 가장 좋은 타이밍은 지금이야.’
그렇게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가며.
시현이 마른침을 삼켰다.
‘[왕의 시련>은 확실히 힘들지만…….’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이것만 견디면 신들에게 한 발짝…… 아니, 세 발짝 정도는 다가갈 수 있어.’
그렇게 걸어가 어좌에 앉은 그 순간.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조건을 만족한 채로 어좌에 앉았습니다.] [▶지역 랭킹 5위 이내 달성.] [▶S, SS등급 칭호 하나씩 보유.] [▶MVP 5회 이상 달성.] [히든 퀘스트, [왕의 시련>을 획득하였습니다.] [히든 퀘스트: 왕의 시련>▶목표: 왕의 시련 통과.
▶보상: 칭호, [왕의 자격(S)>
▶추가 보상: 이겨낸 시련에 따라 차등 지급.
▶실패 시: [왕의 시련> 퀘스트 진행하기 위해서 추가 조건이 붙습니다.
[히든 퀘스트, [왕의 시련>을 진행합니다.] [경고! 회색 지대에 입장합니다.] [회색 지대에 입장하였습니다.] [회색 지대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총 ??시간입니다.]히든 퀘스트, [왕의 시련>.
모든 조건을 갖춘 플레이어가 ‘왕’의 힘을 담고 있는 어좌, 왕좌, 황좌 등에 앉게 되면 얻을 수 있는 퀘스트로.
도전하는 플레이어에게 ‘왕’의 자격이 있는지 시험하는 일종의 시련이었다.
이 시련을 통과한다면 얻을 수 있는 보상은 크게 두 가지.
시련을 진행하면 할수록 커지는 ‘플레이어 맞춤형 보상’.
그리고 ‘왕의 격’이었다.
‘말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꼭 필요한 것들이지.’
왕의 격은 훗날 신들을 상대하기에 꼭 필요한 것이고.
플레이어 맞춤형 보상은 시련을 겪으면 겪을수록 커지는 개인 보상이었다.
[왕의 시련>을 진행하면서 재앙을 몇 번 놓칠 수도 있지만.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게다가 재앙 보상이 뒤로 가면 갈수록 커지는 걸 감안하면.
이렇게 초반 재앙을 놓치는 게 훨씬 나았다.
‘어차피 놓칠 거라면 말이지.’
그렇게 회색 지대를 바라보며.
시현이 각오를 다졌다.
‘지금 이 시련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신에게 나중에도 유의미한 피해를 입힐 수 없어. 게다가 한 번 시험에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려면 엄청난 조건이 붙어버리니…… 언제 다시 도전할 수 있을지도 몰라.’
번뜩.
‘이번에 무조건 통과해 버린다.’
그렇게 시현이 각오를 다지고 있을 때.
시현이 온 회색 지대가 변하기 시작했다.
“……이건?”
평소 오던 회색 지대와는 조금 다른 형태였다.
무너져 내린 콜로세움이 있다는 점은 일치했지만.
콜로세움 곳곳에 박혀 있던 무기들은 이전처럼 부러져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이건?’
무기들 중 하나에 다가가며.
시현이 그것을 만지작거렸다.
피처럼 붉은 기운이 넘실대는 대검, 아레스의 ‘혈환검’.
성스러운 기운이 물씬 풍기는 대검, ‘엑스칼리버’.
푸른 전격이 담긴 토르의 ‘묠니르’와 끝없이 늘어나는 제천대성의 ‘여의금고봉’.
그 외 수많은 신의 아이템들이 콜로세움 곳곳에 박혀 있었다.
“……심상치 않네.”
그 모습을 본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이곳에 모인 신의 아이템들은 시현이 이미 한 번 사용했었거나, 직접 만져 알고 있는 것들이었다.
[회색 지대에 머무는 동안, 히든 퀘스트 [왕의 시련>이 진행됩니다.]캉…….
캉!캉!캉!
이내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콜로세움 곳곳에 있는 신의 아이템들에 균열이 생기더니 가루로 변해 버렸다.
[히든 퀘스트 [왕의 시련>은 타락악귀 이시현 님이 플레이어들의 왕의 자질을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 시험합니다.] [타락악귀 ‘이시현’ 님이 만났던 ‘가장 강력한 존재’들이 나와 총 다섯 개의 시련을 진행합니다.] [각 시련은 극복 이후 포기할 수 있으며, 원한다면 다음 시련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많은 시련을 클리어하면 할수록 큰 보상이 주어집니다.] [다음 시련을 극복하지 못할 시, 이전까지 쌓아왔던 보상이 전부 사라집니다.] [*칭호, [왕의 자격(S)>은 언제 ‘포기’하든 획득할 수 있지만, 시련을 극복하는 도중에 ‘실패’하면 획득할 수 없습니다.] [첫 번째 왕의 시련은 [인내>입니다.] [▶시련을 진행하시려면 ‘진행’이라고 외쳐주십시오.]상당히 길게 설명되어 있는 메시지를 보며.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쉽게 말하면 괜히 추가 보상을 얻겠다고 까불지 말고 도중에 포기하란 말이지. 왕의 자격을 얻고 싶다면 말이야.”
메시지를 본 시현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현재로선 어떤 존재가 나와 어떤 시험을 치를지 알 수 없어.’
시스템이 알려준 대로라면 시현이 만난 ‘존재’들 중 가장 강력한 존재가 나와 총 다섯 번의 시련을 치른다.
하지만 이 존재들이 회귀 전을 포함하는 건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시험의 테마는 기억하고 대충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지는 알고 있지만…….’
어떤 존재가 나올지 몰라 세부적인 부분은 알기 힘들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물러설 수도 없는 노릇.
“뭐. 어떤 시련이 오면 어때? 그냥 헤쳐 나가면 되는 거지.”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진행.”
[‘진행’을 외치셨습니다.] [히든 퀘스트, [인내>를 획득합니다.]메시지와 동시에.
하얀 불꽃이 사방을 휘감았다.
[히든 퀘스트: 인내>▶목표: 겸손의 대천사 ‘미카엘’의 성스러운 불꽃을 인내.
▶보상: [왕의 시련>으로 획득할 수 있는 보상 추가.
▶실패 시: [왕의 시련> 실패.
첫 번째 상대는 미카엘.
시현이 회귀 전에도, 후에도 만난 가장 강력한 존재들 중 하나였다.
“뭐. 불에서 버티란 건가?”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거야 자신 있지.”
[아이템, ‘드라우프니르(D)’의 지식이 빛나기 시작합니다.] [오딘의 7번째 룬 마법, ‘룬 마법: 화염 저항의 룬(??)’을 발동합니다.]그렇게 하얀 불꽃에 집어삼켜지며.
시현의 드라우프니르가 룬 문자를 빛내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