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80)
신의 천적, 회귀하다 080화
62. 왕의 시련(2)
화르르르륵!
어느새 콜로세움 전체를 하얀 불꽃이 뒤덮었다.
동시에 시현의 드라우프니르가 룬 문자를 빛내며 화염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츠즈즉!
오딘의 룬문자는 소모되는 마력 대비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절대 마법’.
이런 절대 마법의 힘이 있다고 하더라도, 미카엘의 불꽃은 만만치 않았다.
‘크흑…… 생각보다도 더.’
미카엘의 화염은 시현의 몸을 파고들어 피부를 태워 버리고 있었다.
미카엘의 불꽃 때문에 어둠이 없었기에 밤의 장막이 추가로 마법저항을 올려주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시현의 현재 마법 저항은 무려 390.
타락한 영광을 비롯한 많은 아이템 덕분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드라우프니르로 인해 화염 저항을 넘어 화염 면역이 있는 상태였고.
키비시스가 흡수한 ‘성살검’ 덕분에 신성력으로 인한 추가 대미지도 없는 상태였다.
여러모로 시현에게 유리한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카엘의 하얀 불꽃은 자비가 없었다.
마치 ‘네깟 게 아무리 발악해도 내 불꽃 앞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미카엘의 불꽃은 모든 조건과 상황을 무시한 채 시현을 태워 버리고 있었다.
[아이템, ‘드라우프니르(D)’의 룬이 찬란한 빛을 내뿜기 시작합니다.] [아이템, ‘타락한 영광(C)’이 이빨을 드러냅니다.] [아이템, ‘천총운검(D)’이 폭풍을 일으킵니다.]이대론 안 되겠다고 판단한 시현이 본격적으로 신의 아이템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타락한 영광에서 검붉은 촉수가 나와 하얀 불꽃을 집어삼키고.
천총운검에서 나온 폭풍이 불꽃을 밀어냈다.
어떻게든 더 버텨보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대천사의 화염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화르르르륵.
시현이 강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의 강함은 어디까지나 현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그리고 서울 한정일 뿐.
신, 그것도 절대신급 대천사의 불꽃에 대항하기엔 아직 무리였다.
[무릇 왕, 혹은 지배자란.]하얀 불꽃 그 자체에서 미카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모든 걸 혼자 짊어지고 인내해야 하는 법.]화르르르르륵!
미카엘의 하얀 불꽃이 시현을 중심으로 뭉쳐 태양을 만들어냈다.
백색 태양.
실제 지구를 비추는 태양만큼이나 뜨겁게 타오른다고 알려진 미카엘의 고유 스킬.
모든 악과 타락한 존재들, 그리고 영혼까지 태워 정화한다는 이 절대적인 힘 앞에.
모든 게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왕은 군주이며, 인도자이며, 영웅. 모든 짐과 어둠을 짊어지고 소화하며 홀로 나아가야 하는 존재.]백색 태양은 촉수를 집어삼키더니, 이내 겉에 있는 밤의 장막과 타락한 영광 본체까지 집어삼켜 녹이기 시작했다.
[모든 걸 버티고, 모든 걸 인내해라. 모든 걸 짊어져라.] [아이템, ‘아스트라페(B)’가 변형됩니다.] [아이템 ‘키비시스(A)’가 눈을 뜹니다.]…….
파지직!
아스트라페가 전류를 일으키며 저항했고.
키비시스가 주홍빛 눈을 치켜떴다.
하지만 녀석들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도 전에.
백색 태양에게 집어삼켜져 녹아내릴 뿐이었다.
무형의 번개도, 강력한 마기를 담고 있는 눈도, 검은 기운을 담고 있는 폭풍도.
물질적인 것도, 비물질적인 것도.
그렇게 시현이 가진 모든 게 녹아내렸다.
[신하를 내쳤을 때 응당 받아야 하는 원망과 증오를 받아들여라.]화르르륵.
[꼭 필요한 무고하고 숭고한 희생에 의한 탄식도 받아들여라.]“크흐흑…….”
[그렇게 쌓인 증오와 원망, 희생과 탄식을 연료로 불태워 왕이 되어라. 부정적인 것들을 태우고, 죽이면서 오는 고통을 ‘인내’하라. 모든 이들의 원망을 인내하는 것. 종국엔 자신을 배신한 모든 타락을 제거하는 것. 그것이 왕이다.]“지랄.”
신의 아이템들이 하나하나 타고, 녹아버리는 와중에도.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무슨 개소릴 지껄이고 있어. 궤변론자 새끼…… 위선자 새끼가. 네가 말하는 인내가 그런 뜻이냐?”
이를 으드득 갈며.
시현이 움직이지 않는 다리에 힘을 주었다.
신의 아이템이 녹아내리고, 이제 피부가 녹아내리는 와중에도.
시현은 절대로 굴복하지 않았다.
“겉으론 전부 희생하는 척, 고고한 척하면서 뒤로는 플레이어들을 착취하고. 재능 있는 어린애들을 납치해 강제로 지옥과의 전쟁에 앞장세우고. 부상당하거나 늙어서 쓸모없어진 병사들은 신성 폭탄으로 쓰고.”
백색 태양에 의해 모든 아이템들이 소멸했고.
시현의 피부와 근육이 녹고, 피가 증발했다.
“그게 네가 말하는 인내냐? 어둠을 품으라고 하는 놈이. 내부의 어둠을 없애겠다고 소모품처럼 쓰는 게? 잘못 없는 사람들한테 ‘신성 재판’을 열어 누명이나 씌우는 게?”
시현이 미카엘을 특히 더 싫어하는 이유가 있었다.
위선자.
미카엘과 메타트론.
그리고 그들을 따르는 에덴의 대천사들은.
세상 제일가는 위선자이자 내로남불 전문가였다.
“너 같은 위선자…… 가면을 쓴 놈한텐 굴복하지 않는다!”
화르르르륵!
이내 불꽃들은 뭉치고 압축되어 시현의 몸과 비슷한 크기의 백색 태양을 만들어냈다.
신들의 연회에서 마주했던 불꽃과는 차원이 다른 열기, 그리고 신성력.
이에 노출된 시현은 제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악으로 깡으로 버텼다.
어떻게든 버텼다.
[원한다면 시련을 중단할 수 있습니다.] [지금 시련을 중단하면 주 스탯이 10씩 상승하며, [왕의 자격(S)> 칭호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겸손의 대천사 ‘미카엘’이…….]…….
유혹하듯 들려오는 메시지에도.
시현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코 굴복하지 않았다.
이내 온몸이 녹아내리고 영혼까지 녹아내렸을 때에도.
그렇게 한 줌의 하얀 재로 변해 버린 후에도.
끝까지 인내했다.
그리고 이게 핵심이었다.
[대단합니다! 겸손의 대천사 ‘미카엘’의 성스러운 불꽃에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훌륭합니다! 겸손의 대천사 ‘미카엘’의 성스러운 불꽃을 인내하였습니다.] [첫 번째 시련, [인내>를 극복하였습니다.]츠즈즈즉.
메시지와 함께 시현이 가지고 있는 육체와 아이템.
그리고 완전히 녹아내렸던 콜로세움이 복구되었다.
“역시.”
시현이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니.
검은 스파크가 튀었다.
[왕의 시련>에서 나오는 모든 건 환상에 불과했고, 시현은 이를 알고 있었다.“후우…….”
시현의 정신력으로도 상당히 견디기 힘든 고통과 시련이었기에.
잠시 숨을 돌렸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이 불에 타 죽는 거라더니.”
시현이 이를 갈았다.
“이 말이 뭔지 이제야 알겠네.”
[히든 퀘스트, [왕의 시련>으로 얻을 수 있는 보상이 추가됩니다.] [지금 시련을 포기하면 보상을 획득하고 회색 지대 밖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왕의 시련은 [강함>입니다.] [▶시련을 진행하시려면 ‘진행’이라고 외쳐주십시오.]메시지를 본 시현이 머리를 굴렸다.
단 한 번의 시험이 있었을 뿐이지만, 몇 가지 사실은 파악할 수 있었다.
‘각 시험은 내가 만났던 녀석들 중 가장 강력한 다섯이 나온다. 다만…… 회귀 전과 그 이름은 같지만 내용이 달라. 회귀 전 [왕의 시련>을 진행했을 땐 신들과 마주하지 않은 상황이었으니까.’
‘내가 마주한 녀석들 중 가장 강한 놈들은 절대신들일 거야. 아직도 회귀 전까지 포함되는지 아닌지는 몰라도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는 게 좋겠지.’
‘그렇다고 가정했을 때. 시련 난이도는 높아지겠어. 실제로 [인내> 시험도 회귀 전보다 난이도가 훨씬 상승했으니까. 회귀 전엔 온몸에 화살하고 표창 맞는 게 다였는데 말이야.’
‘하지만……시련 난이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보상이 커지는 법이지.’
씨익.
“재밌겠네. 진행.”
어차피 앞으로의 시험이 뭔지는 대충 알았기 때문에.
시현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다음 시련을 마주했다.
[‘진행’을 외치셨습니다.] [히든 퀘스트, [강함>을 획득합니다.] [히든 퀘스트: 강함>▶목표: 오만의 마신 ‘루시퍼’의 군단 모두 처치.
▶보상: [왕의 시련>으로 획득할 수 있는 보상 추가.
▶실패 시: [왕의 시련> 실패.
으드드득.
“크워어어어어!”
“크아아아아아아!”
이윽고 시현의 앞에 생겨난 건 수많은 악마들이었다.
이전 재앙에서 봤던 그렘린부터 시작해 임프(Imp), 혼맨(Horn-man) 등의 하급 악마부터.
좀비, 구울, 듀라한, 데스나이트 등의 언데드들과.
서큐버스, 발록 등의 상급 악마들과 인간을 닮은 마족들까지.
균열이 열리더니, 수십만 악마들이 콜로세움을 가득 채웠다.
다만 서로 으르렁거리면서도 무언가에 억제된 듯 가만히 있었다.
“악마 새끼들이 서로 안 싸워대다니. 살다 살다 별일이 다 있네.”
그 모습을 본 시현이 피식 웃었다.
“인간…… 주제에…….”
“으르릉…….”
그렇게 자신을 보며 살기를 흘리는 악마들 사이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왕의 자격이라…….]‘이 목소리…… 루시퍼의 목소리군.’
루시퍼.
녀석은 형인 미카엘과 달리, 대놓고 악행을 저지르는 놈이었다.
‘모든 생물을 노예로 부리는 건 물론이고…… 같은 악마나 마왕들도 가차 없이 다뤘지. 에덴의 천사들을 꼬셔 타락시키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말이야.’
멋대로 재앙 상황에서 끼어드는 건 물론.
모든 인간, 이종족, 천사, 신, 용, 거인, 마수 등을 노예로 부린 뒤.
모든 세계, 모든 차원을 홀로 지배하겠다는 야욕을 가진 마신.
그야말로 오만의 끝판왕.
그게 바로 루시퍼였다.
‘뭐…… 따지고 보면 내가 가진 힘과 가장 유사한 힘을 쓰는 놈이기도 하고.’
시현이 획득한 히든 클래스 ‘타락을 부르는 자’.
그리고 시현이 가지고 있는 갑옷, ‘타락한 영광’.
둘 모두 루시퍼의 영향을 받아 생겨난 클래스고, 아이템이었다.
[에이. 왕의 자격이 별거 있냐? 그냥 제일 강한 놈이지 제일 자격을 많이 가지고 있는 거지.]루시퍼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약육강식(弱肉强食). 그냥 여기 모인 놈들을 전부 다 잡아먹고 살아남은 놈이 왕이다.]“으르르르…….”
[자!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 가장 마지막에 살아남은 새끼가 왕이다.]“죽여! 죽어!”
“크와아아아!”
루시퍼의 목소리를 신호탄 삼아 악마들이 서로 죽여대기 시작했다.
그렘린들의 발톱이 임프의 얼굴을 할퀴었고.
임프들은 공간 틈으로 숨어들어 그렘린의 목을 졸랐다.
혼맨의 뿔과 듀라한의 머리가 서로 부딪치며 굉음을 터뜨렸고.
데스나이트의 거대한 대검이 주변 악마, 언데드들을 휩쓸었으며.
발록의 입에서 나온 화염이 주변을 완전히 초토화시켰다.
“그래.”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이번 시험은 더 쉽겠네. 그냥 생각 없이 죽여 버리면 되니까.”
“크워어어어어!”
“크아아아!”
수많은 악마들이 서로를 할퀴고, 베고, 찌르고, 박살 내고, 짓이겼다.
아비규환(阿鼻叫喚).
악마들의 살점과 피가 튀기는 이곳을 표현하기에 가장 알맞은 말이었다.
이 아비규환 속에서.
무아지경에 빠진 채 시현은 계속해 검을 휘둘렀다.
[아이템, ‘천총운검(D)’이 폭풍을 일으킵니다.] [스킬, ‘라이트닝 티어(S)’를 발동합니다.]후우우웅!
천총운검에서 일어난 폭풍이 악마들의 살과 뼈를 베었고.
번쩍!
사방을 뒤덮는 검은 아스트라페와 함께.
루시퍼의 권속들이 하나둘 잿더미로 변해 버렸다.
키비시스에선 계속해 포션이 섭취되었고, 밤의 장막과 타락한 영광이 물리, 마법 저항을 굉장히 많이 올려주었기에.
시현은 체력 안배를 생각 않고 미친 듯이 공격만 할 수 있었다.
“키르르륵!”
“카아아악!”
이따금씩 날아오는 타락한 세계수의 뿌리는 드라우프니르의 ‘탈출의 룬’으로.
거대한 발록이 뿜어대는 지옥의 화염은 ‘화염 저항의 룬’으로.
이따금씩 빈틈을 노리고 들어오는 임프들은 밤의 장막이 가지고 있는 특수 효과, [밤걸음>으로 피하고.
데스나이트들과는 검술로 정면승부를 하며.
그렇게 시현은 버텼다.
[아이템, ‘타락한 영광(C)’이 이빨을 드러냅니다.]타락한 영광의 촉수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더니.
이내 악마 사체와 마기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아이템, ‘타락한 영광(C)’이 마기를 먹어치웁니다.] [아이템, ‘타락한 영광(C)’이 그렘린 사체를 먹어치웁니다.] [아이템, ‘타락한 영광(C)’이 임프린 사체를 먹어치웁니다.] [아이템, ‘타락한 영광(C)’이 데스 나이트의 흔적을 먹어치웁니다.] [아이템, ‘타락한 영광(C)’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그렇지.”
평소보다 훨씬 식탐에 굶주린 촉수들과 메시지를 보며.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이건 기회야. 악마 새끼들을 집어삼켜 숙련도를 뻥튀기할 수 있는 기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