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87)
신의 천적, 회귀하다 087화
65. 색욕자(1)
뒷걸음질 치는 서진희를 향해.
류지용을 제외한 다섯의 신도들이 걸어왔다.
“좀 귀여운 구석이 있는데?”
“그냥 피곤에 찌든 직장인 같아서 내 타입은 아니야.”
“저년보단 어좌에 집중하라고. 교주님께서 무조건 가지고 오라 하셨으니까.”
“그런데 저 인물은…….”
“설마? 타락악귀? 랭킹 3위?”
“크크. 자리 비운 동안 교주님께 랭킹 밀린 그 동생인가?”
“생김새를 보니 맞는 거 같은데.”
겉보기엔 평범한 신도처럼 보였지만, 서진희는 알고 있었다.
이곳, 어좌가 있는 곳까지 올 정도면 평범한 신도가 아닌 ‘정예’들.
그것도 탐욕교 각 사도들의 직속 정예들이었다.
탐욕교주, 이시은을 받치는 일곱 사도들 본인은 아니라고 해도 저들 역시 만만히 볼 수 없었다.
저들 중 몇 명은 플레이어 랭킹 100위권 안에 들어오는 거물들이었으니.
“크크크……저년 피부는 좋은데?”
“벗기면 되지. 어차피 다른 것도 벗길 텐데.”
“크크크. 미친놈. 그러다 사도께서 뭐라 해도 난 모른다.”
“아! 나도 몰라. 내 취향이야. 조금 즐겨도 되잖아?”
“크크크. 미친놈. 하긴, 세 번째 사도께서 그러셨지. 두 팔과 머리만 멀쩡하면 일은 시킬 수 있으니 알아서 하라고.”
“그러니까. 크크크. 우리가 왜 탐욕교겠어?”
사도들의 저급한 말을 들으며.
서진희가 입술을 깨물었다.
‘……색욕자를 따르는 놈들이라 그런지 저급하기 그지없어.’
그렇게 뒷걸음질 치던 도중.
파앗!
서진희가 품 안에서 단도를 꺼내 땅에 내리꽂았다.
[경고! 숨겨진 결계가 발동됩니다.]파앗!
어좌와 서진희 주변으로 푸른 막이 생성되었다.
청룡, 주작, 백호, 현무가 각 꼭짓점에 생성되어 사방진을 이루고 있었는데.
이 스킬은 서진희가 가진 유일한 ‘전투용’이자 ‘방어용’ 스킬, ‘사방진(B)’이었다.
이걸로 계속해 버틸 순 없었지만, 다른 지원군이 올 때까진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아니, 버텨야만 한다고 서진희는 생각했다.
“야! 그런다고 버틸 수 있다 생각하냐?”
“푸흡. 이미 다 알고 있다고. 네년은 전투할 수 없는 플레이어란 걸.”
“행정 능력하고 아가리 털기 능력만 있는 년이 발악은…….”
탐욕교 정예들은 ‘군주’ 플레이어들에 대한 거의 모든 정보들을 알고 있었다.
서울 곳곳에 퍼져 있는 첩자들 덕분이었다.
“싹 다 꺼져.”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정예들이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감히 그림자조차 밟지 못한 채 극도로 공손한 모습을 보였는데.
상대를 생각해 보면 억지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
“후욱…… 후욱……. 하…… 힘들어 뒤지겠네. 아까 누구야? 서진희 벗긴다는 놈.”
“…….”
“나와.”
류지용의 말에.
불안한 눈빛으로 한 신도가 걸어 나왔다.
“서.”
“사, 사도님 그게 아니라.”
퍼어어억!
류지용이 들고 있던 메이스로 신도의 머리를 내려쳤다.
이내 금빛 메이스에 적중당한 정예 신도의 머리통이 수박 부서지듯 부서졌다.
즉사였다.
“……!”
“…….”
그 모습을 본 신도들이 움찔했다.
하지만 가장 놀란 건 서진희였다.
“자, 자기 부하를 왜……?”
“왜긴 왜야?”
류지용이 음침한 미소를 흘렸다.
“감히 내가 먹을 여자를 탐한 게 문제지.”
더 놀라운 건 류지용이 부하를 즉결 처형 했음에도.
다른 정예들은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일곱 사도는 교주 이시은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지위의 존재들.
힘이 곧 지위며, 지위가 곧 법인 탐욕교에서 ‘사도’란 위치가 가지는 힘은 상상 이상이었기에.
교주나 같은 사도를 제외하면 색욕자, ‘류지용’을 거스를 수 있는 인물은 없었다.
“거기. 슬슬 나오지 그래?”
머리가 터져 흉측해 보이는 시체를 발로 밀며.
류지용이 킬킬 웃었다.
“지금 나오면 ‘처음에는’ 살살 해줄게.”
“으으으…….”
“교주님의 명이 있었어. 네가 그렇게 행정 처리를 잘한다며? 그래서 널 비서 비슷하게 쓰시겠다네? 이야…… 대단해. 얼마나 능력을 인정받았으면 교주님께서 쓸 생각을 하시냐? 그런데 말이야. 이 버러지들이 말했던 대로 넌 전투 능력이 없잖아?”
류지용이 피도 닦지 않은 메이스를 들어 올렸다.
“그런데 왜 반항이야? 앙칼지게.”
콰아아아아앙!
류지용이 메이스를 한 번 내려치자.
쩌어어억…….
사신수 중 청룡에 해당하는 부분이 그대로 파괴되었고, 이제 꼭짓점은 세 개가 남아버렸다.
사방진이 아닌 삼방진.
“반항하지 않으면 널 해치지 않고 데려가겠지만.”
콰아아앙!
한 번 더 메이스를 내려치자.
이번엔 주작에 해당하는 부분이 파괴되었다.
“그 전에 내가 맛 좀 봐야겠어. 교주님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인물인지 아닌지…… 내가 그런 건 또 기가 막히게 알아채거든. 특히 밤에 말이야. 크흐흐흐흐…….”
콰아아아아앙!
마지막으로 메이스를 내려치니.
이번엔 백호, 현무에 해당하는 부분이 파괴되었다.
“마, 말도 안 돼…….”
“말이 안 돼? 웃기는 소리.”
서진희의 반응을 본 류지용이 웃었다.
“이딴 허접한 배리어로 날 막을 생각 했다는 게 더 말이 안 되는데?”
“으으으…….”
음침한 미소를 흘리며 오는 류지용을 보며.
서진희가 털썩 주저앉았다.
녀석의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예쁘기만 하면 남자, 여자, 어린아이 가리지 않고 모두 납치해 첩으로 삼는 인물.
한 번 눈독 들인 먹잇감은 끝까지 쫓아가 노예로 만드는 착취범.
착취가 끝났다 싶으면 망가뜨린 다음에 가차 없이 버리거나 죽여 버리는 플레이어.
실제로 그에게 당한 플레이어들만 수십, 수백이었기에.
서진희는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저 인간의 모든 게 싫었다.
플레이어답지 않게 살쪄서 후욱후욱거리는 저 숨결도.
어울리지도 않는 고급 시계도, 금목걸이도.
모든 게 싫었다.
“제, 제발 누구라도…….”
“널 도와줄 인물은 없어. 자! 내가 이 여자를 ‘판단’하는 동안.”
류지용이 씨익 웃었다.
“너넨 어좌에서 이시현을 끌어내리고 어좌를 챙겨라.”
“존명.”
“존명.”
누구의 명령인데 거절하겠는가?
남은 네 신도들은 재빨리 서진희를 지나쳐 어좌로 향했다.
그리고 류지용은 바깥에서 전쟁을 하든지 말든지.
옆에 다른 신도들이 있든지 말든지.
입맛을 다지며 바지를 내릴 뿐이었다.
“꺼, 꺼져!”
그 모습을 본 서진희가 단도를 마구 휘둘렀지만 그뿐.
탁.
이내 그녀의 손목을 잡고 단도를 뺏은 류지용이 서진희의 한복을 잡았다.
“반항하지 말라니까.”
“으으으…… 꺄아아아아악!”
“비명 좋지. 더 크게 비명 질러! 더 크게!”
“크아아아아아아악!”
갑작스레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류지용이 고개를 휙 올렸다.
이 비명 소리는 분명 서진희의 것이 아닌 남자의 것.
즉, 자신이 데려온 정예 신도 중 하나의 것이었다.
“이…… 이…… 무슨?”
류지용의 입장에선 버러지에 불과할지라도.
녀석은 나름 서울-인천 랭킹 500위 안에 들어오는 강력한 플레이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는 상대에게 당할 정도의 머저리는 아니었다.
‘감전당했어……? 설마?’
상황을 확인한 류지용이 재빨리 서진희를 잡아 밀쳤다.
“꺄아아악!”
상대가 비명을 지르든, 굴러떨어지든.
류지용은 재빨리 바지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판단은 정확했다.
파지지직…….
“이건?”
“사도님! 뭔가 이상합니다!”
“이 병신 같은 새끼들아! 떨어져! 타락악귀가 번개를 쓰는 걸 그새 까먹었…….”
번쩍!
어좌에 금빛, 그리고 어두운색의 번개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류지용의 말을 듣고 몸을 피한 신도 둘은 멀쩡했지만.
반응속도가 느린 하나는 그대로 감전되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으으으…….”
털썩.
녀석 또한 랭킹 500위 안에는 들어오는 플레이어.
고작 저따위 번개에 감전되어 죽을 플레이어는 아니었다.
이게 의미하는 건 하나.
‘타락악귀가…… 그만큼 강하다는 거.’
그렇게 긴장하며 메이스를 집어 든 류지용 앞으로.
나머지 두 신도가 붙었다.
[타락왕 ‘이시현’이 귀환하였습니다.]“뭐, 뭐야?”
“왕? 왕이라고?”
시스템 메시지를 보며.
정예 신도들이 당황해 한 발자국 물러났다.
‘왕이라고? 왕(王).’
메시지를 들은 그 순간.
류지용이 마른침을 삼켰다.
‘교주님께서 말씀하셨지. 이명 끝에 왕 자가 들어가는 녀석들을 보면 무조건 피하라고. 그렇다면…… 타락악귀 이시현이 [왕의 시련>을 통과했다는 건가?’
그렇게 어좌를 경계하고 있을 때.
시현이 눈을 떴다.
번쩍!
“크흐흑……!”
단순히 기세만 피웠을 뿐인데, 금빛, 검은빛이 뒤섞인 벼락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콰아아앙!
“허억…… 허억…….”
“사, 사도님!”
“뭘 멍청하게 있어!”
메이스를 휘둘러 간신히 기세를 물리친 류지용이 소리쳤다.
“지원 요청을…….”
그때서야 류지용의 머릿속에 현 상황이 스쳐 지나갔다.
이곳으로 온 탐욕교의 다섯 사도들은 서영우, 박나은, 천유리 셋과 맞붙고 있는 상태.
그리고 교주인 이시은은 정체 모를 거대한 오크와 일대일로 겨루고 있는 상태였다.
전황이 팽팽한 틈을 타 자신이 이곳에 있는 어좌를 가지러 온 것이었기 때문에.
지원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타락악귀…… 아니, 타락왕 이시현.”
메이스를 든 류지용의 손이 덜덜 떨렸다.
재앙 때 나오지 못해 현재 랭킹 3위까지 밀려났다곤 해도.
그 전까진 자신의 교주, 이시은보다 높은 랭킹을 가졌던 유일한 플레이어.
‘이 머저리들을 데리곤 이길 수 없다. 그렇다고 어좌를 두고 갈 수도 없고…….’
진퇴양난. 딜레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류지용의 고민이 깊어졌다.
츠르르륵…….
그렇게 류지용이 고민하는 사이.
[아이템, ‘밤의 장막(D)’이 드리웁니다.]어좌 주변으로 보랏빛 밤의 장막이 펼쳐졌다.
몇 개의 별들이 장막을 감싸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꼭 우주 같아 보였다.
꿈틀.
어좌에 앉은 시현이 입은 검은 와이셔츠에선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무언가 꿈틀거렸고, 금빛 팔찌는 알 수 없는 문자를 빛냈다.
귀걸이는 찰랑거리며 푸른빛을 내뿜었고, 허리춤엔 양귀비를 닮은 꽃 하나가 피어나고 있었다.
“하아…….”
어좌에 앉은 채로 다리를 꼬며.
시현이 크게 숨을 들이켰다.
“이게 얼마 만에 맡아보는 바깥 공기야?”
“……타락악귀, 아니, 타락왕.”
“뭐냐? 넌? 그러고 보니 여긴 왜 이리 개판이야?”
여전히 어좌에 앉은 채로.
시현이 주변을 스윽 둘러봤다.
스르르릉.
그의 옆에 있던 일본도가 핏빛 바람과 함께 일어서더니.
콰직!
이내 류지용 바로 앞에 꽂혔다.
“야.”
“…….”
“상황 설명해 봐.”
꿀꺽.
시현의 말에 류지용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제, 제안을 하겠다.”
“제안?”
그 말에.
시현이 손을 펼쳤다.
움찔.
그 사소한 동작에도 류지용이 멈칫했다.
잔뜩 겁먹은 탓이었다.
“상황 설명하라니까 뭔 제안이야?”
[스킬, ‘라이트닝 티어(S)’를 발동합니다.]번쩍!
“……?”
“……!”
주변에 드리운 보랏빛 밤으로부터 번개가 내리쳤다.
동시에 류지용 양옆에 있던 정예 신도들이 죽었다.
즉사.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단번에 죽어버렸다.
단순히 손바닥을 펼쳤을 뿐인데 랭킹 200위권 플레이어 둘이 죽어버린 것이다.
‘이, 이게 무슨……?’
탐욕교의 사도인 류지용이 경악할 정도의 압도적인 무력이었다.
“어때? 이제 답할 생각이 드냐?”
입꼬리를 올리며 턱을 괴는 시현을 보며.
류지용이 덜덜 떨었다.
“지껄여 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