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88)
신의 천적, 회귀하다 088화
65. 색욕자(2)
‘시간을 끌 필요가 있어.’
시현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다시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시현의 눈에 보인 건 바지를 올리고 있는 류지용과 비틀거리는 서진희였다.
상황을 보아하니 그녀는 시현을 지키려다 실패한 모양.
서진희가 전투 능력이 거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시현은 그녀가 몰래 도망갈 틈을 주기 위해 관심을 끌었다.
쉽게 말해 ‘어그로’를 끌었다.
밤의 장막을 펼쳐 주변이 잘 안 보이게 만들었고.
일부러 고압적인 자세를 취해 상대가 겁먹게 만들었다.
그리고 시현의 노림수는 정확히 먹혀들었다.
‘라이트닝 티어(S)’로 양옆의 부하들을 죽여 버리니.
상대, 류지용은 완전히 겁먹어 움직이지도 못했다.
그사이에 서진희는 몰래 어좌 뒤로 와 숨는 데 성공했다.
“…….”
“…….”
그렇게 묘한 대치가 이어지던 도중.
시현의 귓가에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현재 열다섯 번째 재앙이 진행 중입니다.] [현재 세 번째 대재앙이 진행 중입니다.] [메인 퀘스트, [퀸즈 스웜>를 획득하였습니다.] [메인 퀘스트: 퀸즈 스웜>▶목표: 모든 적 처치.
▶보상: 공헌도에 따라 차등 지급.
▶실패 시: 페널티 없음.
[대재앙 종료까지 남은 시간: –]세 번째 대재앙.
퀸즈 스웜(Queen’s Swarm).
첫 번째 대재앙인 그린 스웜과 비슷한 이름이었지만.
녹색 마수들이 모여 벌레 떼 같아 이름이 붙은 그린 ‘스웜’과는 달리.
퀸즈 스웜은 말 그대로 벌레 떼들이 모여들어 생겨난 이름이었다.
거대한 나무의 몸을 한 상태로 벌레들의 몸이 되어주는 ‘엔트(Ent)’.
생체 병기이자 곤충 병기로 만들어진 ‘워 비틀’.
뛰어난 비행 실력과 치명적인 독침으로 상대를 죽여 버리는 거대한 말벌, 그리고 일을 하는 꿀벌로 이뤄진 ‘자이언트 호넷’.
뛰어난 건설자이며 강력한 턱뼈를 가진 ‘자이언트 앤트(Ant)’까지.
하나하나 만만히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수가 너무나 많았다.
‘퀸즈 스웜이라…… 생각보다 조금 늦었네.’
시현이 중얼거렸다.
‘대재앙이라 아무도 없는 건가? 하긴 대재앙이 일어난 틈을 타 군단장에게 습격받고 있는 곳을 치는 건 누나의 특기였지. 아무리 내 권속들이라곤 해도 사도들과 군단장들이 한 번에 몰려오면…… 쉽지 않았겠어.’
그렇게 시현이 턱을 괴고 있는 동안에도.
류지용은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기습하면 이길 수 있나? 날 살려 보낼 생각은 있는 건가? 지금이라도 도망쳐야 하나? 교주님 동생인데 이겨도 문제 아닌가? 서진희는 언제 도망친 거지?’
온갖 가정과 생각이 류지용의 머리를 어지럽혔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은 명확했다.
교주가 그에게 명령한 내용은 ‘어떤 일이 있어도 어좌를 가져와라’.
그리고 교주의 말은 법을 넘어서는 ‘진리’였다.
“상황을 설명할 마음은 없다. 다시 한번 말한다. 타락왕.”
쿵.
금빛 메이스를 앞으로 치켜들고.
한 발을 내디디며.
류지용이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좌를 놓고 가면 나도 그냥 가겠다. 거래하자.”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뭐?”
“난 널 살려둘 마음이 없어. 어좌는 누나, 그러니까 이시은이 원해서 가져가려는 거겠지? 그런데…… 그렇겐 안 돼.”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뭐?”
“아직 이 지역의 왕은 나 하나로 충분하니까.”
“결국 피를 보자는 거냐?”
[아이템, ‘천총운검(C)’이 핏빛 폭풍을 일으킵니다.]스르르릉.
시현의 말과 동시에.
천총운검을 둘러싼 핏빛 폭풍이 크게 일었다.
후우웅…….
탁!
그러곤 마치 자석이 빨려 들어가듯 시현의 손에 가 달라붙었다.
“그래.”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피 좀 보자.”
시현의 말이 끝난 그 순간.
류지용이 달려들었다.
‘어차피 저 정도 실력자 앞에선 곱게 도망갈 수도 없다. 그럴 바엔 선빵필승이야.’
살집 있는 볼이 떨릴 정도로.
힘이 들어간 도약이었다.
파앗!
이내 류지용의 메이스에 금빛이 모여들더니.
한층 더 강화된 파괴력으로 시현을 향해 휘둘러졌다.
콰아아아앙!
금빛 메이스가 시현의 천총운검과 부딪쳤다.
“이게 다냐?”
“그럴 리가!”
사아아아……!
금빛 메이스에 탁한 기운이 어리더니.
이내 시현의 천총운검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콰아앙! 콰앙! 쾅!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양손으로 메이스를 잡은 류지용은 쉬지 않고 휘둘렀다.
상대를 완전히 짓뭉개다 못해 반죽으로 만들어 죽여 버리려는 의도.
이 악의에 뒤에 있던 서진희의 몸이 다 움찔거릴 정도였다.
“제아무리 랭킹 3위라도…… 날 쉽게 이길 순 없을 거다!”
류지용의 두 눈이 탐욕과 색욕으로 빛났다.
“여기서 네 대가리를 짓뭉개 죽이고! 뒤에 있는 서진희는 제정신을 잃을 때까지 따…….”
“시끄럽네.”
후우우웅!
류지용의 말이 끝나기도 전.
천총운검에서 폭풍이 일어났다.
“이, 이건?”
핏빛 폭풍이 일고.
수많은 바람이 자신의 갑옷을 뚫고 살갗을 베어 피가 흘러내릴 때.
그때서야 류지용은 알아챌 수 있었다.
자신이 온갖 움직임으로, 온 힘을 다해 내려치는 일격들에도.
상대는 여전히 앉아 있다는 것을.
‘이렇게나 차이가 난다고? 여기서 가만히 앉아 상대하는 건 교주님도 할 수 없으실 텐데……? 그럼 이 녀석이 교주님보다 강하단 건가?’
류지용이 이를 악물었다.
‘아니야!’
순간 타락왕, 이시현이 왜 랭킹 1위 자리를 유지했는지.
왜 그가 있는 동안 그렇게 강력한 자신들의 교주가 한 발짝 밀려 2위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재 랭킹 1위인 교주가 ‘약하다’라는 생각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신성모독.
‘아니라고!’
류지용은 애써 이를 악물고 메이스를 움켜쥐었다.
하지만.
“피 좀 봤네?”
“뭐야?”
“피만 보면 못 참는 녀석들이 있어서.”
[아이템, ‘타락한 영광(C)’이 이빨을 드러냅니다.]콰드드득!
피 냄새를 맡은 촉수들이 튀어나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류지용이 뭘 할 틈도 없이 촉수들이 녀석의 온몸을 파고들었고.
그렇게 피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꿀꺽. 꿀꺽.
츠즈즈즈즉!
[아이템, ‘타락한 영광(C)’이 색욕자 ‘류지용’의 피를 흡입합니다.] [아이템, ‘천총운검(C)’이 흡수된 피로 피해량을 4% 상승시킵니다.] [아이템, ‘천총운검(C)’이 흡수된 피로 물리, 마법 관통을 0.4% 상승시킵니다.]…….
강화된 천총운검의 핏빛 폭풍이 류지용에게 크고 자잘한 상처를 추가로 냈고.
그렇게 상처가 난 부위가 많아지고 피를 많이 흘릴수록 타락한 영광의 촉수가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그렇게 촉수가 피를 흡수하면 또 천총운검이 강화되어 폭풍을 일으켰고.
상처가 다시 늘었다.
악순환.
분명 공격하는 건 류지용이고, 상대는 가만히 검만 들어 올리고 있음에도.
류지용은 이 끝없는 악순환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으으으…….”
이대론 안 되겠다 싶었는지, 류지용이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누구 마음대로 가래?”
그 모습을 본 시현이 처음으로 천총운검을 휘둘렀다.
“피를 보기로 했으면 끝까지 봐야지.”
서걱.
“크아아아악!”
천총운검을 한 번 휘둘렀을 뿐인데, 상대의 왼팔이 잘려 나갔다.
하지만 그건 시작일 뿐.
빈틈과 대량의 피를 본 촉수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이, 이대론 안 된다.’
촉수들로부터 달아나며.
류지용이 비틀거렸다.
‘이대론…… 안 돼!’
‘저놈은 여기서 죽인다.’
시현이 눈을 빛냈다.
류지용.
‘색욕자’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는 만큼, 그야말로 색욕에 미친 놈이었다.
물론 중국의 ‘위항’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녀석은 7가지 탐욕 중 ‘성(性)’을 담당하고 있을 정도로 그 욕망이 컸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발정 난 개새끼. 이곳저곳 분간 못 하고 흔들어대는 미친놈이지. 실제론 회귀 전엔 협력 관계인 천유리를 강간하려다가 실패했지. 물론 나도 당할 뻔했고.’
그때 일을 생각해 보면 아직도 치가 떨리는 시현이었다.
‘이 새끼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해 봤을지 생각해 보면…….’
주먹이 파르르 떨렸다.
이성적으로 보자면, 지금 여기에서 어좌를 넘겨주지 않더라도 류지용은 그냥 이시은에게 넘겨주는 게 맞았다.
어쨌거나 녀석은 탐욕교의 세 번째 사도.
이 녀석을 죽인다면 탐욕교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사이가 틀어질 게 뻔했으니까.
‘누나와 척 쳐서 나쁠 건 없지만…… 어차피 어좌도 주지 않기로 결심한 마당에 사이는 틀어질 터. 이런 쓰레기를 살려둘 이유는 없어.’
류지용.
이 새끼는 그냥 꼴 보기가 싫었다.
이대로 녀석을 살려 보내면 어린아이들을 상대로 성 착취할 게 뻔했고.
이 녀석이 살면서 얼마나 더 큰 짓들을 저지를지 눈에 훤히 보였다.
그 악랄했던 조진성이 고개를 저을 정도였으니.
‘그렇다고 곱게 살려둘 생각도 없지. 최대한 많은 피를 흘리고 고통스럽게…… 보내주마.’
까드드득…….
어느새 류지용의 온몸엔 이빨 자국이 나 있는 상태였다.
갑옷은 성한 부분이 없었고.
두 다리로는 더 이상 서 있을 수도 없었다.
“크흐흑…… 내가 뭘…….”
류지용이 발작하듯 소리쳤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
“그냥 네가 숨 쉬는 게 잘못이다.”
더 할 말이 없다는 듯.
시현이 왼손을 들어 올렸다.
파지지지…….
왼손에 뭉치는 금빛, 검은빛 아스트라페를 보며.
안 그래도 피를 많이 흘려 창백해진 류지용의 얼굴이 더 창백해졌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죽는다.’
죽을 수도 있다란 어설픈 의심이 아니었다.
‘죽는다’라는 확신이었다.
“이대로…… 이대로 허무하게 죽을 순 없어.”
류지용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메이스를 집어 들었다.
“아직 나한텐…… 수많은 미녀, 미남들이 있다고. 다른 지역에 숨어 있는 녀석들도…….”
으드득.
‘그래. 이대로 허무하게 뒤지는 것보단……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놈한테 몸을 넘겨 살아남겠어.’
류지용이 자신과 계약한 하급 신을 떠올렸다.
류지용의 현재 레벨은 51.
레벨 50을 넘긴 덕분에 계약한 신과 특별한 ‘거래’를 할 수 있었다.
물론 그 대가로 계약한 신이 무엇을 요구할지는 알 수 없었지만.
뭐가 되었든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 것보단 나을 것이다.
“빌어먹을! 질 드 레! 빙의해!”
[크크크. 멍청한 하층민 녀석. 언젠가 이럴 줄 알았지. 예상보단 이르긴 하지만.]츠즈즈즈즉.
류지용의 말과 함께.
녀석의 몸이 검은 마기로 넘실대기 시작했다.
“허억!”
심상치 않은 기운에 시현이 재빨리 조치를 취했다.
[아이템, ‘아스트라페(A)’가 분열합니다.] [아이템, ‘아스트라페(A)’가 변형됩니다.]시현은 아스트라페 중 일부를 방패 형태로 바꿔 서진희한테 던져준 뒤.
시현이 씨익 웃었다.
[방탕남작 ‘질 드 레’가 개입합니다.] [경고! 방탕남작 ‘질 드 레’가 강림합니다.] [경고! 현재 재앙 수준에 맞지 않는 존재가 강림하였습니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