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93)
신의 천적, 회귀하다 093화
69. 여왕대행자 와스넷(2)
“왕…….”
꿀꺽.
“이건 말도 안 돼……. 이런 말은 없었다고.”
거대한 말벌집.
그 내부.
꿀로 이뤄진 왕좌에 앉은 한 말벌이 손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타락왕이라니…… 저들의 입장에선 이제 고작 세 번째 대재앙인데 어떻게 벌써 ‘왕의 격’을 갖춘 이가 나온 거지? 지구 플레이어 수준으로는 적어도 다섯 번째 대재앙이 닥칠 때까진 왕의 격을 가진 이가 나타나지 않을 거라 했는데?”
그녀는 개미처럼 검은 갑주를 입고 있었는데, 가운데엔 벌집 모양의 육각형 무늬가 있었고.
얼굴은 인간과 매우 흡사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눈 부분이 겹눈이었는데 이 덕분에 여타 뛰어난 능력을 가진 곤충들처럼 360도를 전부 볼 수 있었다.
“젠장…… 젠장……!”
서울-인천 지역을 침공한 ‘퀸즈 스웜’의 ‘일부 군단’을 지배하는 여왕대행자.
와스넷(Wasnet).
날개는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일단 모든 부하들을 타락왕이 나타난 곳으로 집중시켰지만…….’
마치 불안한 어린아이들이 손톱을 물어뜯는 것처럼.
와스넷이 이빨로 꼬리처럼 달린 독침을 물어뜯었다.
‘얼마나 버틸지 몰라.’
거대한 군단, 퀸즈 스웜 내에서도 왕의 격을 가진 개체는 고작 넷.
이들을 다스리는 상위 군단, ‘세계수 수호자’에도 그 수가 10명을 넘지 않는다.
그만큼 ‘왕’의 격을 갖추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도 같았다.
어느 정도의 강함과 자기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함은 물론.
시스템이 키워주는 ‘플레이어’로서의 격과 한계까지 뛰어넘어야 했으니까.
와스넷, 그녀도 ‘여왕’이라는 격을 가지지 못한 대행자에 불과할 뿐.
이곳 서울-인천 지역에 경계되는 인물은 있어도, 저렇게 왕의 격을 가져 ‘압도되는’ 존재는 없었다.
“여기까지 오는 것도 시간문제겠어.”
꿀로 만들어진 가짜 왕좌.
그곳에서 일어난 와스넷이 왕좌를 쓰다듬었다.
그렇게 무서워 떨면서도.
와스넷은 물러날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넥타르는 지켜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넥타르가 있는 곳은 그녀가 앉아 있는 벌꿀 왕좌 그 자체.
“그래…… 여기 넥타르가 있는 한, 절대로 물러날 순 없어. 그렇다면…….”
와스넷이 이를 악물었다.
그러곤 모든 벌레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폭약 작전을 시작한다.
[아이템, ‘키비시스(A)’가 ‘형형색색 섬광탄(E)’을 터뜨립니다.]퍼어엉!
시현의 몸이 있는 곳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불꽃놀이와도 같은 이 화려한 빛에.
“치르르르!”
“차르르르!”
위이잉!
온갖 벌레들이 모여들었다.
“좋아. 벌레 새끼들 어그로는 끌었네.”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럼 몰이 사냥이나 좀 해볼까?”
-한 번에 덮쳐라!
-폭약 작전이 실행되었다!
-그냥 달라붙어!
장군급 벌레 마수들의 페로몬 명령을 받으며.
시현 주변으로 수많은 벌레들이 달려들었다.
그 수는 감히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시현은 확신할 수 있었다.
단순한 ‘수’ 하나로 따졌을 땐 시현이 회귀 전, 후를 통틀어 마주하는 가장 많은 숫자라고.
하지만.
“플레이어와 마수 간의 싸움에선 단순히 ‘숫자’가 중요한 건 아니지. 뭐, 난 더 이상 플레이어가 아니긴 하지만.”
[스킬, ‘불길한 구름(A)’을 발동합니다.] [아이템, ‘아스트라페(A)’가 스며듭니다.]-……!
-이건?
츠즈즈즉.
벌레들이 시현의 몸에 닿기 전.
시현의 몸 주변으로 보랏빛 구름이 퍼져 나갔다.
스킬 이름대로 ‘불길한 구름’.
타락의 힘을 아주 약간 담고 있지만.
그보다는 ‘자연적인 구름’의 힘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이 스킬은.
시현의 몸에서 퍼져 나가 북한산 일대를 뒤덮었다.
파지지직.
시현을 둘러싼 벌레들 입장에선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아니, 끔찍한 재앙이었다.
-어떻게든 찾아라!
-어떻게든 죽여!
우선 구름으로 인해 녀석들의 시야가 가려져 상대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구 헤집고 다닐 수도 없었다.
주변을 가득 메운 불길한 구름.
그 안에서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벌레들은 구름 안에 스며든 아스트라페에 노출되었고.
그대로 금빛 벼락에 노출되며 온몸이 경직되었다.
그렇게 벌레들이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시현이 왼손을 펼쳤다.
[스킬, ‘부정한 심판(A)’을 발동합니다.]번쩍!
시현을 중심으로 검은 벼락이 퍼져 나갔다.
부정한 심판에 닿은 벌레들의 외피가 녹아내리고, 움직임이 둔해졌다.
불길한 구름, 아스트라페, 부정한 심판.
삼박자가 맞아 구름 안에 있는 벌레들은 본래 힘의 60% 정도밖에 발휘할 수 없었다.
그리고 시현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아이템, ‘타락한 영광(C)’이 이빨을 드러냅니다.] [아이템, ‘천총운검(C)’이 핏빛 폭풍을 일으킵니다.]까드드득.
후우웅.
[‘워 비틀: 사슴벌레’를 처치하였습니다.] [12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자이언트 호넷’을 처치하였습니다.] [13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자이언트 앤트’를 처치하였습니다.] [14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쉴 새 없이 울려 퍼지는 메시지.
타락한 영광이 북한산 지면을 파고들어 아래 있는 자이언트 앤트들을 사정없이 물어뜯었고.
천총운검에서 나온 폭풍이 약화된 워 비틀과 자이언트 호넷을 쓸어버렸다.
[[분출> 특수 효과로 인해 즉시 ‘생명력 포션(B)’을 섭취합니다.] [[분출> 특수 효과로 인해 즉시 ‘마력 포션(B)’을 섭취합니다.]지칠 일도 없었다.
키비시스의 [분출> 효과 덕분에 생명력은 계속해 차올랐으니까.
‘이 새끼들을 다 잡지 않으면 어차피 대재앙은 끝나지 않아.’
시현의 눈이 빛났다.
‘궁극적인 목표는 와스넷을 잡는 거지만…… 그 전에 잡몹들을 최대한 많이 쓸어 담는다.’
“치르르르!”
“와라. 경험치 덩어리들아.”
쾅!
시현이 자신에게 날아드는 말벌 하나를 쳐냈다.
이미 수십, 수백 번 쳐냈기에 아무런 생각이 없는 행동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날아든 이 녀석은 뭔가 달랐다.
콰아아앙!
시현의 천총운검에 부딪친 순간.
말벌의 독침에 달려 있던 화약이 터지고 폭발하더니, 독이 사방팔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독침 안에 숨겨져 있던 작고 단단한 또 하나의 독침이 몸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건?’
촤르르륵.
시현의 의지에 따라.
타락한 영광의 촉수 중 하나가 재빨리 독침을 수거했다.
두근두근.
그것은 마치 심장이 뛰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는데.
손가락에 잡혀 있음에도 꿈틀거리며 피부 안으로 파고들려고 하고 있었다.
“자폭하는 건가?”
그 모습을 본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재밌네.”
폭약 작전.
여왕, 혹은 여왕 대행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작전으로.
적에게 달려드는 벌레들의 몸 안에 ‘터진다’라는 페로몬 명령 체계를 심어놓은 것이었다.
물론 이 명령 체계를 심어놨을 땐, 방금 겪었던 것처럼 상대를 확실하게 위험에 빠뜨릴 수 있었다.
제아무리 강력한 플레이어라 해도 독침이 터지는 폭발까지 막으면서.
그 안에 있는 작은 침까지 막는 건 힘든 일이었으니.
게다가 이 침들이 한두 개도 아니었다.
지금 얼핏 보이는 자이언트 호넷만 해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
땅 밑에서 이따금씩 튀어나오는 자이언트 앤트까지 포함하면.
제아무리 뛰어난 물리, 마법 저항을 가지고 있는 타락한 영광이라도 언젠가는 뚫릴 수밖에 없었다.
“라고 생각하겠지.”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신의 아이템이 아주 만만해 보였나 봐?”
[아이템, ‘아스트라페(A)’가 ‘타락한 영광(C)’을 변형시킵니다.] [아이템, ‘아스트라페(A)’가 ‘밤의 장막(D)’을 변형시킵니다.]아스트라페로 인해 타락한 영광이 본래의 갑옷 형태로 바뀌고.
밤의 장막이 본래의 망토 형태로 바뀌었다.
츠즈즈즉.
이내 이전엔 없던 검은 투구까지 생겨났다.
시현이 걸치고 있던 와이셔츠 형태와 달리.
이 형태의 타락한 영광은 살짝 더 무거워졌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더없이 좋았다.
말 그대로 시현의 몸을 물 샐 틈 없이 막아주었으니까.
“뚫을 생각을 하고 말이야.”
타락한 영광.
시현이 가진 신의 아이템 중 단연코 가장 강력한 것이며.
무려 겸손의 대천사 ‘미카엘’과 오만의 마신 ‘루시퍼’의 힘이 담겨 있는 갑옷.
여기에 밤의 장막이 보조까지 해주니.
제아무리 폭약 작전이라 해도 시현의 몸에 생채기조차 낼 수 없었다.
“독침 따위야 이렇게 막으면 그만이지.”
타락한 기사 같은 형상을 한 시현이 천총운검을 들어 올렸다.
“보자고, 누가 먼저 무너질지.”
번쩍!
후우우웅!
금빛, 검은빛 번개가 번쩍이고.
핏빛 폭풍이 북한산을 뒤덮었다.
“후우.”
쿠구궁.
혈해(血海).
벌레들의 끈적끈적한 피와 사체들이 북한산 일대를 뒤덮은 상태였다.
그 가운데에서 살아남은 인물은 단 하나.
타락왕, 이시현이었다.
“그래. 남은 건 저긴가?”
[아이템, ‘키비시스(A)’가 피어납니다.]활짝.
양귀비 모양을 한 키비시스가 포션, 아이템, 사체 등을 파밍하고 있을 때.
시현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급할 건 없었다.
어차피 상대는 도망갈 수 없을 테니까.
‘도망은커녕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겠지.’
잠시 주변을 둘러본 후.
시현이 북한산 정상으로 향했다.
다행히 아직 탈출하지 못하거나 고초를 겪고 있는 플레이어는 없는 상황.
이제 시현이 노리는 건 하나였다.
“대재앙 퀸즈 스웜은 다른 대재앙과는 다르지.”
퀸즈 스웜.
이 군단이 다른 대재앙과 다른 점은 딱 하나였다.
여왕대행자.
퀸즈 스웜 전체를 관리하는 여왕, ‘와스프’의 딸들이 여왕대행자로서 각 지역에 퍼져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인천 지역에 있는 여왕대행자는 와스넷.
와스프의 78번째 딸.
‘녀석을 잡으면 엄청난 보상이 쏟아지겠지.’
하지만 시스템이 주는 보상보다 중요한 게 있었다.
각 여왕대행자들이 가지고 있는 ‘벌꿀 왕좌’.
그 왕좌의 근간이 되는 강력한 물질.
신의 음료라고도 불리는 그것.
넥타르(Νέκταρ).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나 강력하고 좋은 물질이었다.
“여긴가?”
개미굴과 벌집을 합쳐놓은 듯한 ‘작은 궁전’에 도달한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이미 모든 벌레들은 죽은 상태였기에.
이곳을 지키고 있는 벌레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미친놈이.”
가만히 상황을 살핀 와스넷이 왕홀을 꽉 쥐었다.
타락왕 이시현.
왕의 격을 가진 그가 강하다는 건 인정했다.
실제로 와스넷, 그녀가 거의 모든 병력을 꼬라박아 진행시킨 ‘폭약 작전’도 압도적으로 돌파해 냈으니.
하지만 이곳, 작은 궁전에 홀로 들어오는 건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제정신인가?”
작은 궁전은 넥타르의 힘이 깃들어 있는 궁전.
와스넷이 마음만 먹는다면 미로처럼 구조를 바꿈은 물론.
온갖 꿀과 병사들로 상대를 죽일 수도 있었다.
“이곳으로 알아서 들어온다고? 얼마나 만만하게 보였으면 넥타르의 힘이 깃들어 있는 이 작은 궁전에 스스로 들어오는 거지? 설마…… 작은 궁전에 넥타르가 있다는 걸 모르는 건가?”
하지만 자존심이 상한 것도 잠시.
와스넷이 낄낄 웃었다.
“아니. 오히려 좋아. 이 작은 궁전에 온 이상 이제 녀석은 ‘절대로’ 날 이길 수 없을 테니까.”
와스넷이 왕홀을 움켜쥐었다.
“왕의 격을 가진 녀석을 죽이고 서울-인천 지역을 완전히 장악하겠어. 그러면 어머니께서도…… 날 인정해 주시겠지.”
현재 이 지역의 랭커들과 싸우고 있었기에.
와스넷 휘하 군단장급 개체들은 작은 궁전으로 올 수 없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이곳 작은 궁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어떤 군단장보다 강력할뿐더러.
와스넷 옆에는 가장 강력한 친위대, ‘하이브 나이트’가 있었으니까.
“좋아. 손님맞이를 좀 해볼까?”
와스넷이 왕홀을 휘둘렀다.
첫 번째 손님맞이는 ‘환영’.
넥타르로 덕분에 증폭된 환영과 독으로 인한 환각 증세.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제아무리 왕격을 가진 너라도…… 넥타르의 힘이 있는 한 이조차도 견딜 수 없을 거다.”
하지만 벌레들의 눈을 빌려 상황을 보고 있으면서도.
와스넷은 시현의 귀에 달려 있는 황금 귀걸이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