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94)
신의 천적, 회귀하다 094화
69. 여왕대행자 와스넷(3)
작은 궁전.
구조는 개미굴처럼 복잡했고.
곳곳엔 육각형으로 된 꿀 결정들이 보였다.
무언가 끈적하고 불쾌한 분위기였지만, 동시에 신비로운 무언가가 느껴졌다.
“흐음…….”
육각형 결정을 본 시현이 피식 웃었다.
특별한 힘이 담긴 저 결정은 벌레가 아닌 다른 생명체들을 홀리는 특수한 마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보통 이곳에 처음 들어온 플레이어들은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듯 앞으로 가다가 함정에 빠져 죽게 마련이었다.
‘그렇게 죽은 플레이어가 한둘이 아니었지.’
잠시 회귀 전을 떠올린 시현이 천총운검을 휘둘렀다.
파스슥.
지금 당장이야 위협이 되지 않는다지만.
저 결정이 있어서 좋을 건 없었기에 미리 제거해 놓는 것이었다.
‘뭐 나한텐 아무런 영향도 못 미치겠지만.’
시현은 애초에 이곳을 처음 와보는 것이 아니었기에.
아무것도 아닌 저 결정 따위에 홀리지 않았다.
‘그것보단 길을 찾는 게 우선이지.’
시현이 눈을 빛냈다.
[칭호, [군단 지배자(SS)>를 장착합니다.]‘군단장’ 칭호를 가진 모든 적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효과를 가진 칭호, [군단 지배자(SS)>.
이 칭호 덕분에 시현은 별 힘도 들이지 않고 군단장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북극성의 잔해도 가성비가 좋은 아이템이지만.
지금 상황에선 별 쓸모가 없었다.
어차피 이 작은 궁전은 와스넷이 가지고 있는 넥타르에 의해 계속해 지형이 바뀌고 있었으니까.
그보다는 ‘군단장’을 추적하는 게 훨씬 빠르고 정확했다.
[현재 가장 가까운 군단장은 두 개체입니다.] [여왕 친위대 ‘하이브 나이트: No.23’의 위치를 파악합니다.] [여왕대행자 ‘와스넷’의 위치를 파악합니다.]…….
시현의 시야 한구석에 위성 지도 같은 무언가가 떠올랐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군단 지배자(SS)> 칭호는 친절하게 어느 방향, 어느 방법을 사용해야 군단장에게 가장 빠르게 다가갈 수 있는지 설명해 주었다.와스넷이 넥타르를 이용해 작은 궁전의 구조를 바꿔도 기가 막히게 이를 파악하고 최단 거리를 안내했다.
‘괜히 SS급 칭호가 아니란 건가?’
현재 파악한 바로는 작은 궁전 안에 있는 군단장은 총 둘.
그중 하나는 과거 군단장이었지만, 이젠 ‘여왕대행자’가 된 와스넷이었다.
둘의 위치가 불과 10m도 차이나지 않는 걸 보니 같이 있음이 틀림없었다.
츠즈즈즉.
그렇게 시현이 걸어가고 있을 때.
바닥에서 벌꿀이 차오르더니.
이내 주변 일대를 뿌연 연기가 뒤덮었다.
-이건 견디기 힘들 거다.
시현이 연기에 노출된 그 순간.
머릿속에 한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와스넷인가?”
-건방진 인간. 왕격을 얻었다곤 하지만 이곳에 온 이상 네가 살아 나갈 방법은 없어.
스스스스슥.
-넌 이미 환각독에 노출되었거든. 호호호호. 이곳에 온 게 멍청한 선택이다. 타락왕.
와스넷이 계속해 이죽거렸다.
-네놈의 시체는 내가 아주 잘 써주마.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분명 상대가 환각독에 노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너무 멀쩡히 걸어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시체?”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누구 시체?”
-너……? 이게 어떻게.
와스넷이 경악했다.
-마, 말도 안 돼……. 이건 하이 엘프들조차 환각에 빠뜨리는 독이라고. 자연과 가장 가깝다는 그 하이 엘프들조차!
“내가 좀 뛰어난가 보지.”
씨익.
“그 고상하신 하이 엘프들보다도 더 말이야.”
-…….
와스넷이 이를 악물었다.
환각독(幻覺毒).
퀸즈 스웜의 진정한 여왕, 와스프의 수많은 능력 중 하나로.
독이 가득한 이 안개에 노출된 순간, 대상은 끔찍한 정신적 고통과 함께 환각을 보게 된다.
‘이럴 리 없어……!’
와스넷은 자신 있었다.
애초에 그녀가 수천, 수만이나 되는 와스프의 딸들 중 능력을 인정받아 ‘여왕대행자’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그것은 그녀가 직접 제조한 환각독 때문이었으니까.
‘어머니께서 인정할 정도였어. 이건 독에 대한 내성이 뛰어난 하이 엘프들도 며칠 동안 잠을 자지 못했을 정도로 강력한 정신 계열 공격이라고!’
상대가 왕격을 가지고 있든, 아직 플레이어든 상관없었다.
이 환각독에 노출된 이상 ‘일단은’ 환각에 빠질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되면 온갖 신체에 디버프를 받음은 물론.
서서히 말라 죽어갈 뿐이었다.
‘젠장……!’
‘곤충’이 아닌 대상은 모두가 이 환각독에 노출될 수밖에 없기에.
와스프는 시현을 환각독에 노출시킨 다음에 하이브 나이트를 보내 죽이려 했다.
하지만 시현은 보란 듯이 그 수를 돌파해 버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마치 모든 걸 알고 있었다는 듯 짓는 저 미소.
저 미소가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차라리 그냥 독을 쓰는 게 나았을 텐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상대의 정신력은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환각독은 상대의 정신을 갉아먹는 강력한 물질이었지만.
대신 신체엔 어떠한 해도 끼칠 수 없었다.
‘넥타르로 강화까지 한 환각독이 먹히지 않다니. 대체 저 녀석은…….’
와스넷이 어떻게 해야 시현을 막을 수 있을지 고민하든지 말든지.
시현은 여유롭게 미소 지을 뿐이었다.
[아아템, ‘쿤달라(D)’가 정신을 밝힙니다.]‘환각독의 원리는 간단해. 상대의 정신을 약화시킨 다음에 악몽을 꾸게 하는 것. 그런 다음 악몽에 가둬 정신 못 차리게 하는 것.’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타락구원자, 서영우가 가진 악몽의 힘만큼 강하지는 않다 할지라도.
환각독 역시 만만히는 볼 수 없는 정신 계열 스킬이었다.
지금처럼 넥타르로 강화된 상태라면 현재 서영우가 가진 블랙 포그보다도 훨씬 강력한 상태일 터.
그럼에도 시현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시현이 가장 최근에 얻은 신의 아이템.
인드라의 쿤달라.
녀석의 E등급 특수 효과, [정신 면역> 덕분이었다.
“자. 첫 번째 수는 보기 좋게 막혔고.”
서걱.
검은 투구 안에서 쿤달라를 빛내며.
시현이 앞으로 걸어 나갔다.
“이제 어떻게 할래?”
저벅저벅.
이제 남은 거리는 절반.
시현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 나아갔다.
-막아! 어떻게든 막아!
와스넷이 부하 벌레들에게 미친 듯이 명령 체계를 보냈다.
위이이이잉!
이전과 같았다.
정면에선 자이언트 호넷이.
땅 밑에선 자이언트 앤트가 나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곳곳에 숨어 있던 엔트들의 나무줄기와 뿌리가 시현을 옥죄며 다가왔다.
-그래! 이래도 버티나 보자!
와스넷의 전략은 간단했다.
자이언트 호넷들을 폭발시켜 집 일부를 무너뜨림으로써 녀석들을 묻어 죽여 버리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이점이 많았다.
자이언트 호넷 자체의 폭발력은 물론 독침에 의해 대미지가 쌓이고.
작은 궁전이 무너져 내리며 끈적한 꿀이 녀석들의 움직임을 제한할 수 있었다.
‘지금 당장 무너져도 상관없어. 넥타르만 있으면 언제든지 복구할 수 있으니까.’
넥타르의 힘이 담긴 꿀이었기에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을 거란 게 와스넷의 예상이었다.
상대가 알 수 없는 수를 써서 환각독이 통하지 않는다고 해도.
상대가 여태까지 수많은 벌레를 잡은 왕이라 해도.
넥타르의 힘이 담긴 이 벌레들과 작은 궁전은 달랐으니까.
꾸드드득.
-됐다! 걸렸어! 해치웠어!
수많은 벌레들의 희생 덕분에.
상대의 양발이 어느덧 끈적한 꿀에 빠져 있었다.
-후후후. 이대로 죽어라!
꿀은 마치 늪처럼 시현을 아래로, 아래로 끌고 들어갔다.
꿀은 예로부터 넥타르와 가장 궁합이 좋은 물질.
환각독이나 다른 벌레들과 다르게, 지금 이 황금 꿀에 노출된 그 순간.
상대는 이도 저도 못 한 채 그대로 익사해 죽을 뿐이었다.
하지만 시현은 이번에도 와스넷의 예상을 빗나가게 했다.
[아이템, ‘드라우프니르(D)’의 지식이 빛나기 시작합니다.] [오딘의 4번째 룬 마법, ‘룬 마법: 탈출의 룬(??)’을 발동합니다.]파앗!
시현의 왼손에 달린 금빛 팔찌에서 룬 문자가 빛나더니.
이내 시현의 몸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빠져나왔다.
-너, 너……!
“고작 이런 구속법이나 함정으로 날 잡아두려 한 거야?”
시현이 피식 웃었다.
“어설퍼.”
-이…… 이…… 빌어먹을!
여왕대행자라는 고귀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와스넷이 시현에게 마구 욕설을 내뱉었다.
“극찬 고맙다.”
-어떻게든 죽이겠어! 어떻게든!
위이이이이잉!
넥타르의 힘이 담긴 꿀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와스넷은 상대를 옥죄기 위해 온 힘을 발휘했다.
하지만.
“슬슬 놀아주는 것도 지치네.”
[아이템, ‘천총운검(C)’이 핏빛 폭풍을 일으킵니다.]본격적인 힘을 드러내자.
시현의 걸음을 늦추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콰아아아아아앙!
시현은 무너져 내리고 있는 말벌집을 피해 달아나긴커녕, 오히려 더 부수고 있었다.
금빛, 검은빛 번개가 사방을 뒤덮었고.
넥타르의 힘이 담긴 꿀들은 드라우프니르가 빛남과 동시에 흩어질 뿐이었다.
게다가 허리춤에 달린 붉은 주머니는 좋다구나 하고 그 꿀을 흡수하고 있었다.
‘더 이상 파괴되면…….’
와스넷이 침을 꿀꺽 삼켰다.
‘작은 궁전 전체가 무너진다.’
와스넷의 계획은 집 일부를 무너뜨려 침입자를 죽이는 것.
저런 무식한 무력을 지닌 소수를 상대로 쓸 법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생각보다 훨씬 더 강했다.
압도적이었다.
‘집 전체를 무너뜨리겠단 생각을 하다니…….’
상대의 태도에서 알 수 있었다.
타협은 없었다.
완전히 죽여 버리거나, 완전히 굴복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이럴 땐 보통 잃을 게 많은 쪽이 지게 마련이었다.
그리고 와스넷에겐 지켜야 할 물질, 넥타르가 있었다.
-그만!
보다 못한 와스넷이 소리쳤다.
그녀의 외침은 말벌집을 이루고 있는 벽 전체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만하라니. 여기까지 와서?”
-혀, 협상…… 협상을 하자.
“협상이라. 서로가 완전히 죽여야만 끝나는 이 퀘스트와 시스템 속에서 협상?”
-…….
“그게 가능할 거라 생각하냐?”
콰아아아앙!
이내 시현이 작은 궁전을 더욱더 부수자.
와스넷이 다급하게 말했다.
-원하는 게 뭐야?
“없어. 마수들은 그저 다 죽일 뿐이지. 그리고 그거 아냐?”
씨익.
“보통 협상하잔 소린 약하거나 아쉬운 쪽에서 나온다는 거.”
콰아아아아아앙!
[경고! 자이언트 호넷 군단장 ‘하이브 나이트: No. 23’와 마주합니다.] [경고! 여왕대행자 ‘와스넷과’ 마주합니다.] [칭호, [인섹트 슬레이어(S)>를 장착합니다.]군단장을 찾았으니 벌레 상대로 좋은 [인섹트 슬레이어(S)>를 장착한 뒤.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찾았다.”
“……타락왕!”
파앗!
와스넷이 무어라 중얼거리기도 전.
하이브 나이트가 앞으로 튀어나왔다.
벌의 독침 같은 레이피어를 양손에 들고 있는 녀석은.
마치 벌이 곡예하듯 빠른 움직임으로 시현을 압박해 왔다.
위이이잉!
괜히 여왕대행자의 호위이자 퀸즈 스웜에서 가장 강력한 군단장이 아니라는 듯.
녀석의 검술은 화려했다.
시현의 천총운검을 차근차근 받아내면서도 반격했다.
보통의 인간들과는 같으면서도 다른 움직임이었다.
위이잉!
뒤에 달린 날개 덕분에 공중에 몇 분 동안 떠 있을 수 있었을뿐더러.
이를 이용해 곡선을 그리며 날아다녔다.
시현이 전생에 사용했던 헤르메스의 신발, ‘프테노페딜로스’를 보는 듯한 움직임에.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내 앞에서 날아?”
[아이템, ‘천총운검(C)’이 핏빛 폭풍을 일으킵니다.]“날벌레 같은 놈이.”
“와라.”
위이이잉!
콰아아앙!
하이브 나이트의 두 레이피어와 천총운검이 부딪치며.
주변 금빛 결정들이 산산조각 났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