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95)
신의 천적, 회귀하다 095화
70. 하이브 나이트
챙!
챙챙!
하이브 나이트(Hive Knight).
퀸즈 스웜의 여왕 와스프의 직속 친위대를 이르는 말.
장수말벌 중에서도 특별히 강한 신체와 반사신경, 검술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난 개체를 선별해 키워낸 이 녀석들은.
하나같이 여왕의 명령에 충실한 녀석들이었다.
어떻게 보면 기계 같다고 느껴질 정도로 차가운 기사인 만큼.
녀석의 검은 정직하기 그지없었다.
보통 ‘정직하다’라고 하면 고지식하고 예상하기 쉬운 검로를 예상하지만.
하이브 나이트의 검로는 예상하기 쉽지는 않았다.
두 개의 레이피어는 서로 무게와 속도를 바꿔가며 어지럽게 얽혀 들었고.
레이피어가 천총운검에 닿을 때마다 폭발이 일어났다.
그 폭발로 끝이 아니었다.
이전에 자이언트 호넷에게서 봤던 것과 같이 폭발 뒤엔 독침이 날아들었다.
‘까다롭네.’
제아무리 타락한 영광을 입고 있는 시현이라 해도.
하이브 나이트의 독침을 그대로 맞고 있을 수는 없었다.
물론 타락한 영광의 갑옷이 뚫릴 일은 없었지만.
작은 독침에 담긴 힘이 보통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독침 따위에 몸이 밀릴 정도라니.’
다시 쏟아져 오는 독침과 그 사이를 파고드는 하이브 나이트를 쳐다보며.
시현이 검을 한 바퀴 돌렸다.
‘역시 보통내기는 아니야.’
독침이 많아지고, 상대의 레이피어가 점점 더 빨라졌다.
원래라면 속전속결로 상대를 죽이거나 제압하고 와스넷에게 가야 했지만.
현재 24시간이 지나지 않았기에 [뇌신화>는 발동할 수 없는 상태.
질 드 레에게 그랬던 것처럼 녀석을 한 번에 고꾸라뜨릴 순 없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콰아앙!
하이브 나이트 하나를 상대하기만 해도 좋은 조건은 아니었건만.
뒤에서 왕홀을 부여잡고 있던 와스넷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꾸드드득!
녀석이 사용하는 마법은 대개 자연, 아니면 식물에 관련된 마법이었다.
가장 간단한 마법사들의 스킬, 바인드.
시작은 그것이었다.
바닥에서 솟아 나온 나무뿌리가 시현의 온몸을 뒤덮었다.
‘원래 바인드는 발만 잠깐 잡는 스킬이지만. 이 위력은…….’
발을 놀려 피한 시현이 천총운검을 휘둘렀다.
[아이템, ‘천총운검(C)’이 핏빛 폭풍을 일으킵니다.]카아아앙!
하지만 시현의 공격은 하이브 나이트에 의해 막힐 뿐이었다.
[아이템, ‘타락한 영광(C)’이 이빨을 드러냅니다.]꾸드드득.
시현의 몸에서부터 시작된 타락한 영광의 촉수들이 와스넷을 노리고 쏘아져 갔다.
하지만.
[꽃의 노래(B)] [시드건(C)]와스넷은 순식간에 주변에 꽃 네 개를 소환했고.
그 꽃들에게서 영양분과 마력을 공급받았다.
꽃의 역할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시드건 마법으로 인해 꽃들은 계속해 시현에게 씨앗을 쏘아댔다.
그 위력은 하이브 나이트가 날리는 독침보다도 훨씬 강력했다.
콰아아앙!
씨앗이 타락한 영광에 맞고 폭발한 후.
추가적으로 넝쿨이 생겨나 시현의 움직임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넝쿨들은 바인드 스킬과 연계되어 시현의 몸을 더더욱 강하게 움켜쥐었다.
츠즈즈즉!
그렇게 온몸이 묶여 있는 시현의 심장을 향해.
하이브 나이트가 레이피어 두 개를 한 검처럼 모아 심장을 찔렀다.
“좋아! 해치웠나?”
[아이템, ‘드라우프니르(D)’의 지식이 빛나기 시작합니다.] [오딘의 4번째 룬 마법, ‘룬 마법: 탈출의 룬(??)’을 발동합니다.]파앗!
시현의 팔찌가 빛나더니.
넝쿨 사이로 시현이 빠져나왔다.
마치 유령처럼 넝쿨을 빠져나오는 그 모습에.
와스넷이 이를 악물었다.
“이 괴물 같은 놈!”
그렇게 중얼거린 와스넷이 왕홀을 움켜쥐더니.
무어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상황을 보아하니 강력한 한 방을 준비하는 모양.
시현도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비켜.”
“싫다. 여왕의 명령이 있었다.”
“그럼 너도 죽어야지 뭐.”
파앗!
시현이 쥔 천총운검을 중심으로.
바람이 일어났다.
‘이건?’
그 모습을 본 하이브 나이트가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전력을 다하고 있진 않았던 건가!’
이전의 바람이 돌풍과 같았다면.
지금의 바람은 폭풍과 같았다.
모든 걸 갈가리 찢는 혈풍.
그 힘 앞에서, 하이브 나이트는 감히 날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비행을 준비하는 그 아주 약간의 틈.
그 틈 사이에 날개가 갈가리 찢겨 나갈 거란 직감 때문이었다.
아니, 직감이 아니었다.
이건 확신이었다.
‘지금 날아오르면…… 죽는다. 그렇다면 남은 건 이 방법뿐.’
츠즈즈즈즉.
하이브 나이트의 두 레이피어가 주홍빛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벌레들의 마력인가.”
마치 미약한 불빛처럼 타오르는 주홍빛 마력을 보며.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무기에 마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경지. 넥타르의 힘 덕분에 회귀 전보다 마력이 더욱 강해졌어.’
저 정도면 현재 중국의 무림이나 서방의 기사들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경지.
결코 방심할 순 없었다.
“……와라.”
그 모습을 본 시현이 망토 형태의 밤의 자막을 휘날렸다.
‘오러는 마력을 정제해 검이나 창 등에 딱 맞게 피워 올리는 것. 저 오러가 있는 한 레이피어의 위력은 이전과 비교도 안 될 만큼 강력할 거야. 그렇다면.’
스르릉.
‘나도 제대로 해볼까?’
[아이템, ‘밤의 장막(D)’이 드리웁니다.] [아이템, ‘키비시스(A)’가 눈을 뜹니다.] [아이템, ‘키비시스(A)’가 총 20개의 눈을 떴습니다.] [마기가 100 상승합니다.] [아이템, ‘키비시스(A)’의 특수 효과를 발동합니다.] [20개의 눈: [마력 교란>이 시작됩니다.]번뜩!
보랏빛 밤이 드리움과 동시에.
하늘 곳곳에서 눈이 치켜떠졌다.
“음?”
시현의 위에 생겨나는 주홍빛 눈동자를 보며.
하이브 나이트가 당황한 듯 움찔했다.
‘젠장.’
저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친 이후부터.
아니, 저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후부터.
양 레이피어를 감싼 오러가 위태롭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의 내부로 무언가가 들어와 오러를 방해하고, 흩뜨려 놓는 느낌.
그 기분 나쁘고 끈적끈적한 느낌에 하이브 나이트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렸다.
‘내가 몸을 움찔거린다고?’
까드득.
‘그 많은 훈련과 고문을 이겨냈던 23번째 하이브 나이트인 내가?’
자존심이 상했던 것일까?
하이브 나이트는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시현에게 달려들었다.
[아이템, ‘아스트라페(A)’가 스며듭니다.]콰앙!
이내 둘의 검이 맞부딪쳤다.
상대의 두 레이피어에 주홍빛 오러가 서려 있음에도.
시현의 검은 밀리지 않았다.
어느새 천총운검에서 피어오르고 있는 금빛 벼락, 아스트라페 덕분이었다.
“나에겐 오러 소드가 없지만. 아스트라페는 오러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좋은 무기지.”
씨익.
“그렇다고 네 검술이 나보다 좋은 것 같지도 않고.”
쾅!
곡선으로 휘어지는 레이피어와 빈틈을 노리는 독침들을 하나하나씩 쳐낸 후.
천총운검이 하이브 나이트의 날개를 갈랐다.
번쩍!
“크아아아아!”
어차피 날지 못하는 상황이었기에 전투에 큰 지장은 없었지만.
고통이 전해져 왔다.
그리고 이렇게 팽팽한 대결에선.
고통으로 인한 약간의 머뭇거림은 굉장히 치명적이었다.
번쩍!
금빛 벼락과 함께.
다시 한번 시현의 천총운검이 번쩍였다.
치이이익…….
‘젠장!’
하이브 나이트의 가슴팍에 기다란 실선이 그어졌다.
쩌어억!
그가 입고 있던 노란빛 갑옷은 물론, 그렇게 단단하던 외피마저 갈라져 몸 내부가 보일 정도였다.
쿨럭.
끈적한 피가 역류함과 동시에 쏟아져 나왔고.
눈앞이 핑핑 돌고 있었다.
‘베인 걸로 끝이 아니야.’
그렇게 비틀거리면서도.
하이브 나이트가 레이피어에 기대 몸을 일으켰다.
‘상처가 치유되지 않고 있어.’
그렇게 간신히 몸을 일으켰을 땐.
번뜩.
그를 지켜보고 있는 수많은 눈동자만이 보일 뿐이었다.
“이건…….”
보랏빛 밤 표면에 별처럼 떠 있는 수많은 눈동자들 밑에.
“하이브 나이트.”
“……여왕대행자.”
“그대는 충분한 일을 해냈어.”
[허니 웨이브(C)]촤아아아악!
왕홀을 쥔 와스넷의 발아래에서부터 시작해.
넥타르의 마력을 담고 있는 꿀이 온 궁전을 뒤덮었다.
“이제 가도록 해.”
“여왕 대행자! 나까지 죽일 셈…….”
서걱.
하이브 나이트가 자신까지 죽이려는 와스넷을 쳐다본 그 순간.
시현의 천총운검이 녀석의 목을 갈랐다.
[믿을 수 없습니다! 여왕 친위대 ‘하이브 나이트: No. 23’를 처치하였습니다!] [150,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와스넷이 죽이기 전.
시현이 재빨리 녀석의 목을 베어버린 것이다.
“이왕 죽을 거면 경험치 주고 가야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파악도 하지 못한 채.
여왕 친위대라는 위상을 자랑하던 하이브 나이트의 목이 그대로 떨어졌다.
[아이템, ‘키비시스(A)’가 피어납니다.]재빨리 녀석의 시체를 키비시스에 담은 후.
시현이 앞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멍청한 놈!”
와스넷이 킬킬 웃어댔다.
“넥타르의 힘이 담긴 이 허니 웨이브를 당해낼 수 있다 생각하냐?”
원래는 C등급에 불과한 스킬, 허니 웨이브.
단순히 주변 꿀을 파도처럼 일렁이게 하는 스킬이었다.
하지만 왕홀에 넥타르가 담겨 시전자인 와스넷의 마력이 미친 듯이 증폭된 데다가.
이곳 ‘작은 궁전’엔 꿀이 가득한 상황.
일부 뜨거운 열기마저 담고 있는 이 끈적끈적한 꿀들은.
순식간에 시현의 온몸을 덮쳤다.
“호호호호! 죽어! 죽어라! 타락왕! 너만 죽으면…… 너만 죽으면 서울-인천 지역은 내 손에…….”
‘이걸론 부족했나?’
상황을 본 시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시현은 나름 와스넷이 마력을 모으는 걸 방해했다.
하이브 나이트를 상대하느라 많은 신경을 쓰진 못했지만.
키비시스가 가진 [마력 교란>으로 와스넷이 모으는 마력을 틈틈이 견제하고 있었다.
60개의 눈을 떠 [마력 지배>를 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렇게 된다면 너무 많은 마기가 흘러넘쳐 오히려 역효과가 날 뿐.
차라리 빠르게 하이브 나이트를 제거하고 와스넷을 상대하는 게 시현이 세운 전략이었다.
쿠구구구…….
와스넷이 일으킨 허니 웨이브가 시현을 덮쳤다.
‘못해도 S등급 정도의 위력은 가지고 있겠어.’
고작 한 방울도 안 되는 양에 불과했지만.
넥타르는 와스넷에게 엄청난 힘을 가져다주었다.
이대로 있다간 꼼짝없이 죽을 위기에 처할 정도로 말이다.
“이렇게 되면 방법은 하나뿐이지.”
스르릉.
시현이 천총운검을 집어 들었다.
“정면돌파.”
[아이템, ‘키비시스(A)’가 총 80개의 눈을 떴습니다.] [마기가 400 상승합니다.] [아이템, ‘키비시스(A)’의 특수 효과를 발동합니다.]…….
[80개의 눈: [마력 증폭>이 시작됩니다.]콰아아아아아아!
시현의 몸 주변으로 마기가 퍼져 나갔다.
키비시스의 A등급 특수 효과, [마력 증폭>.
80개의 눈이 떠졌을 때 마력을 증폭시키는 효과.
박나은과 계약한 신, 메데이아의 황금양털을 사용한 마력 증폭과 같았지만.
키비시스는 올림포스의 여왕 헤라의 것.
그 격이 달랐다.
쿠구구구구…….
‘서, 설마? 이번에도?’
상대에게서 느껴지는 마기를 보며.
와스넷이 이를 악물었다.
‘아니! 이럴 순 없어!’
번뜩.
순간 시현의 머리 위에 있는 주홍빛 눈동자가 와스넷을 쳐다봤다.
‘그럴 리 없다고! 내가 살아온 세월이 얼만데……내가 얼마나 치열하게 어머니에게 인정받았는데. 고작 인간 따위가! 내 모든 수를 파악하고 날 이길 수 있을 리 없어!’
그렇게 이를 악물고.
와스넷이 허니 웨이브를 집중시켰다.
그리고 시현의 천총운검 주변으로.
금빛 벼락이 모이기 시작했다.
[스킬, ‘라이트닝 티어(S)’를 발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