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96)
신의 천적, 회귀하다 096화
71. 퀵 비
쿠구궁!
끈덕이는 금빛 꿀들에 휩싸인 채.
시현은 앞조차 볼 수 없었다.
온 세상이 꿀이고, 꿀이 온 세상인 상황.
하지만 그 꿀을 보면서도.
시현은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번쩍!
라이트닝 티어.
시현이 가진 가장 강력한 공격 스킬.
아스트라페.
올림포스의 왕이자 하늘의 신, 제우스가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무정형의 벼락.
강력한 전격 스킬과 벼락이 합쳐지니.
검은 벼락이 꿀들을 밀어내고 있었다.
파지지지직!
“마, 말도 안 돼…….”
그 모습을 본 와스넷이 이를 악물었다.
“이것조차…… 밀릴 리 없어! 난 여왕대행자! 어머니의 인정을 받은 개체라…….”
번뜩!
와스넷이 악다구니를 쓰며 꿀을 통제하고 있을 때.
무언가가 그녀를 쳐다봤다.
‘이건……?’
눈동자.
시현의 머리 위에 있는 주홍빛 눈동자를 포함한 80개의 눈동자가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하나하나와 눈을 마주칠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두려웠지만.
이제 와서 물러날 수도 없었다.
“으아아아아! 내가 질 리 없다고! 넥타르까지 가진 내가…… 네까짓 플레이어에게 밀릴 리 없잖아! 네가 왕격만 갖추면 다야!”
시현도 다른 아이템은 사용하지 않고 라이트닝 티어와 아스트라페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제 남은 건 말 그대로 ‘힘 싸움’뿐이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예상대로, 그리고 원했던 대로 흘러가는 건 아니었다.
특히, 그 상대가 타락왕 이시현이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츠즈즈즈…….
아스트라페를 머금은 라이트닝 티어가 꿀들을 파괴하면서, 밀어냈다.
그리고 이내.
번쩌어억!
콰아아앙!
검은 벼락이 장내를 뒤집으며 꿀들을 쓸어버렸다.
“허억…… 허억…….”
무너져 내린 작은 궁전.
그 알현실 안.
“끄흐흐…… 흐흐흐…….”
한 곤충 인간이 왕홀을 끌어안은 채 서럽게 흐느끼고 있었다.
여왕대행자 와스넷.
이미 라이트닝 티어에 온몸이 타버려 노릇노릇한 냄새를 풍기는 그녀는.
죽기 직전까지도 왕홀을 끌어안은 채 기어가고 있었다.
‘어떻게든…… 어떻게든!’
이미 왕좌는 무너져 내린 지 오래.
이렇게 된 이상 뒤편에 있는 탈출구를 통해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퀵 비(Quick Bee).
세상에서 가장 빠른 그 벌이라면.
만약을 대비해 상시 안전한 곳에 대기시켜 놓은 녀석을 타기만 한다면.
저 빌어먹을 타락왕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뒷일은 나중에 도모하면 돼.’
그렇게 힘겹게 기어 몇 미터쯤 이동했을 때.
와스넷은 누군가의 발밑에 도달할 수 있었다.
“어디 가냐?”
“……타, 타락왕.”
위를 올려다본 와스넷이 덜덜 떨었다.
“나, 나를 보내줘라! 그러면 내가 그에 관한 보상을…….”
“보상은 무슨.”
[아이템, ‘아스트라페(A)’가 아이템을 변형시킵니다.]츠즈즈즉.
아스트라페가 시현의 갑옷을 다시 변형시켰다.
타락한 영광이 다시 와이셔츠와 슬렉스 형태로 변했고.
밤의 장막이 코트 형태로 변했다.
“네가 직접 주는 보상보다 널 죽였을 때 주는 시스템 보상이 클 거 같은데?”
“그, 그건…….”
시현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창고로 데리고 가서 보상을 주겠다! 대신 날 살려줘! 지금 살려주고 나중에 죽여도 되잖아! 날!”
“창고라…….”
그 말을 들은 시현이 턱을 쓰다듬었다.
확실히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다.
와스넷이 ‘창고’라 부르는 그곳엔 온갖 보물과 아이템이 모여 있었다.
작은 궁전 전체가 무너져 내리더라도 안전한 세 개의 구역 중 하나였으며.
와스넷을 비롯한 ‘여왕대행자’가 있어야만 열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확실히 너만 열 수 있는 곳이지. 거긴.”
“그래…… 날 살려주면 창고에 데려가 주마! 데려가서 어떻게든…….”
그렇게 필사적으로 시현을 설득하고 있을 때.
별안간 시현의 팔찌가 빛나기 시작했다.
[아이템, ‘드라우프니르-복제품(D)’이 파괴됩니다.] [마충여인 ‘박나은’이 모습을 드러냅니다.]츠즈즈즉.
시현의 뒤편에서 노란빛이 일더니.
박나은이 모습을 드러냈다.
“후우. 안 늦었죠? 주인님.”
박나은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 안 늦었어.”
“이거예요?”
“그래.”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이걸 먹고 권능을 흡수하면 돼.”
“자, 잠깐만!”
박나은을 본 와스넷이 더욱더 다급해졌다.
같은 곤충이라 느낄 수 있었다.
포식자.
개미를 먹은 뒤 그 권능과 본능, 지배권을 흡수했던 자신처럼.
상대 역시 자신 같은 곤충을 먹고 권능을 흡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난 군단에 대해서 알고 있어!”
와스넷이 발악했다.
“다 알고 있다고! 지금 온 ‘퀸즈 스웜’이 아닌 거대한 군단, ‘세계수 수호자’에 대해서 모든 걸……. 날 살려준다면 이 넥타르도 넘겨줄게!”
“아? 그래?”
[아이템, ‘천총운검(C)’이 핏빛 폭풍을 일으킵니다.]서걱.
“이런 개새…….”
“근데 나도 알아 그건.”
천총운검이 와스넷의 목을 그대로 베었다.
[믿을 수 없습니다! 여왕대행자 ‘와스넷’을 처치하였습니다!] [200,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수많은 메시지와 함께.
와스넷의 목이 데구르르 굴러갔다.
“나이스 캐치.”
굴러가던 머리를 잡은 박나은이 킬킬 웃었다.
“잘 먹겠습니다.”
“잠깐만.”
“네에? 왜요?”
“이것도 먹으라고.”
[아이템, ‘키비시스(A)’가 피어납니다.]시현이 하이브 나이트의 머리를 꺼내주니.
박나은이 환하게 웃으며 양손에 와스넷과 하이브 나이트의 머리를 집어 들었다.
“흐흐흐. 이걸로 서영우보다 훨씬 강해지겠네요. 제가.”
“걜 그렇게 이기고 싶냐?”
“그럼요. 제 하렘 목록 1순위인데 힘으로 찍어 눌러서 포함시키…….”
“뭐? 하렘?”
“…….”
“……?”
“그렇게 벌레 보듯 보셔도 소용없어요. 주인님. 전 이미 진짜 벌레니까요.”
“철 좀 들어라. 뭔 하렘이냐?”
“철들어서 하렘을 포기해야 하는 거면 철 안 들래요.”
“에휴…….”
시현이 한숨을 내쉬든 말든.
박나은은 두 머리를 야금야금 뜯어 먹었다.
마치 어린아이가 사탕 씹어 먹듯 먹는 그 모습을 보며.
시현은 키비시스를 이용해 이곳에 남은 이런저런 잡템들을 쓸어 모았다.
‘박나은이 저런 기상천외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줄 몰랐네.’
시현이 고개를 저었다.
뭐 사실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든지 말든지 별 상관은 없었다.
그녀가 하렘을 만들든지 말든지 시현에게는 상관없는 일이었을뿐더러.
박나은이 자신의 권속인 한 허튼짓은 할 수 없을 테니까.
“야. 잠깐만…… 그 하렘 목록에 나도 포함되어 있냐?”
“……저 식사 중인데요?”
“명령이야. 바른대로 말해봐.”
“주인님은 2순위 정도…….”
“빼라. 명령이다.”
“……네.”
왠지 모르게 시무룩하게 변한 박나은을 애써 무시하며.
시현은 와스넷이 가지고 있던 왕홀을 집어 들었다.
“이거. 연구해 봐. 여기서 넥타르라는 물질만 뺄 수 있도록.”
“네. 이 녀석들 힘을 흡수해 버리고 소화시키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거예요.”
쿠구구궁.
“후후후후후후후.”
계속해 웃어대는 박나은을 데리고.
시현은 작은 궁전을 돌아다녔다.
와스넷의 기억과 힘, 권능을 모두 흡수해 버린 박나은이었기에.
이곳, 작은 궁전에 있는 모든 곳을 알고 있었다.
“넥타르를 사용했기 때문에 작은 궁전 대부분은 무너져 내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으로 멀쩡한 세 곳이 있어요. 첫 번째는 저희가 있던 ‘알현실’. 그리고 두 번째는 ‘창고’라 불리는 곳이죠.”
콰아아앙!
박나은의 명령에 따라.
아직 남아 있던 소수의 자이언트 호넷, 자이언트 앤트들이 무너진 궁전 잔해를 치웠다.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건 꿀로 이뤄진 거대한 문이었다.
“키악…… 카악……! 치르르르르!”
박나은이 시현은 알아듣지도 못할 언어를 중얼거리자.
이내 문이 스르릉 소리를 내며 열렸다.
쿠구궁.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건 수많은 아이템과 포션, 재료 아이템.
시현은 볼 것도 없이 그것들을 모조리 키비시스 안으로 집어넣었다.
“이야…… 간혹 A등급 아이템들도 있고. 엄청나네요.”
“여기서 나한테 꼭 필요한 건 빼고 다 너 줄 테니까. 스파르토이 강화시키고, 알아서 재료로 써.”
“후후후후. 안 그래도 충인(蟲人) 스파르토이와 벌레 키메라 제작 중이었는데. 좋게 됐네요. 걱정은 마세요. 주인님 명령대로 새로운 인간들을 재료로 쓰진 않았으니까요.”
“그렇겠지.”
창고에 있는 물품들은 사실 시현이 쓰기에 적절한 아이템들은 아니었다.
대부분이 자이언트 호넷이나 자이언트 앤트들을 위한 갑주나 무기들이었는데.
이미 시현에게는 대체할 수 없는 갑주와 무기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뭐 이것들은 쓸 만하겠네.’
키비시스에 명령해 사용할 물건을 따로 빼놓은 후.
시현은 다시 박나은을 따라 세 번째 장소로 향했다.
“세 번째 장소는 ‘정거장’입니다. 특별한 힘을 가진 무언가가 있는 곳이죠. ‘퀵 비’라고 불리는 녀석인데요. 아, 저기 보이네요.”
의도치 않게 가이드 행세를 한 박나은이 벌 하나를 가리켰다.
거기엔 다소 뚱뚱해 보이는 거대한 꿀벌 하나가 있었다.
위이이잉.
꾸벅꾸벅 졸던 녀석은 인간이 다가오자 퍼뜩 정신을 차린 후 날갯짓을 시작했다.
“엄청난 이동 수단이에요. 전투기보다 빠른.”
“그렇지. 전투기보다 빠르지.”
녀석의 머리를 퉁퉁 친 시현이 명령했다.
“이 녀석. 내 명령 듣게 명령해 놔.”
“네. 주인님.”
사마귀 군주이자, 워 비틀 우두머리이자, 여왕대행자인 박나은의 페로몬 명령에.
퀵 비는 시현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쓸 만한 녀석이지.’
시현이 녀석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사실 시현은 나중에 ‘탈것’으로 분류되는 신의 아이템을 얻을 예정이었다.
그 아이템의 속도와 강함을 생각해 보면 퀵 비 같은 이동 수단은 필요하지 않았지만.
그 아이템을 얻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것은 적어도 동아시아 전체가 통합되고 난 이후의 이야기.
지금 당장은 이 녀석을 타고 다니는 게 빠르고 편리할 것이다.
“좋아. 타.”
“네.”
퀵 비 위에 올라타며.
박나은이 시현을 뒤에서 꼭 끌어안았다.
“…….”
누가 봐도 사심이 가득한 박나은의 행동에.
시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안 되겠다. 넌. 떨어져.”
“주인님…… 저 버리고 갈 거예요?”
박나은이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시현을 쳐다봤다.
하지만.
“응.”
씨익.
입꼬리를 올린 후, 박나은을 이곳에 내려놓은 뒤.
시현이 퀵 비를 타고 날아올랐다.
회귀 전에도 온갖 비행 마수들을 타고 날아본 경험이 있었기에.
컨트롤이 어렵진 않았다.
“주인님!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반성 좀 해라. 넌.”
“으으으…… 그렇게 밀어낸다고 제가 주인님을 포기할 거 같아요?”
“포기 좀 해.”
“싫어요! 전 다 가질 거예요!”
‘하…… 쓸모가 많아서 저걸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시현이 고개를 저었다.
“알아서 정리하고 돌아가 있어.”
위이이잉!
그렇게 박나은을 내버려 둔 채.
시현이 퀵 비를 타고 날아올랐다.
[칭호, [군단 지배자(SS)>를 장착합니다.] [남은 군단장을 탐색합니다.]…….
위이이이이잉!
그렇게 퀵 비를 타고 허공을 날아오르며.
시현이 남은 군단장을 향해 날아올랐다.
‘상황을 보아하니 거의 다 마무리된 것 같지만.’
혹시 모를 일이었기에.
시현이 저 멀리 날아갔다.
“하…… 참.”
그렇게 멀리 날아가는 시현을 보며.
박나은이 입을 삐죽거렸다.
“철벽은…….”
쿠구구구구궁.
이내 박나은 주변으로 거대한 크기를 가진 붉은 벌레.
워 비틀 우두머리 벌레가 나타났다.
“가자. 아이들아.”
“치르르르르!”
이내 거대한 몸집을 가진 워 비틀 우두머리를 탄 후.
박나은도 자리를 옮겼다.
그녀의 주변엔 어느덧 노예가 된 자이언트 호넷이 호위하듯 둘러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