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Scalpel RAW novel - Chapter (12)
신의 메스-12화(12/249)
12화 조폭 전쟁 (2)
박상우는 회귀하기 전, 현재 시점에 있었던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심각한 흉부 타격을 입은 박철진. 이로 인해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심막에 피가 고였다. 결국, 심장에 압력이 가해지면 쇼크를 일으키는 심낭 압전이 발생하여 병원에 이송되었다.
병원에 이송되었음에도 당시 천기수의 미숙한 조치로 인해 심폐 정지가 발생했으며, 하이포식 엔셀팔로퍼시(Hypoxic-encephalopathy: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끝내 사망에 이르렀었다.
이로 인해 천기수는 조폭들로부터 엄청난 린치를 당했고, 그는 감당하기 힘든 정신적 후유증을 겪어야만 했다.
‘기수를 위해서라도 저 사람을 살려야 한다!’
“환자 상태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박상우가 두 명의 조폭 사이를 비집고 박철진에게 다가갔다.
“잠깐만, 잠깐만. 넌 뭐야? 자보다 높은 의사여?”
조폭이 박상우의 팔목을 잡아챘다.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잖습니까? 저 환자는 촌각을 다투고 있다고요!”
“아녀, 아녀. 야! 족제비! 네가 말혀 봐. 야가 너보다 높은 의산겨? 낮은 의산겨?”
조폭이 천기수의 멱살을 잡고는 질질 끌고 왔다.
“그, 그게…….”
천기수가 박상우의 눈치를 보며 말을 더듬었다.
“후딱 말 안 혀? 혓바닥을 뽑아 줘?”
캑캑, 캑캑캑!
조폭이 쥐고 있던 멱살에 힘을 주자, 벌게진 천기수의 얼굴이 더욱더 터질 것만 같았다.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저 친구와 같은 인턴입니다.”
“뭐야? 야랑 똑같은 쫄따구여? 너 미쳤냐? 아야. 좋은 말로 할 때, 당장 너네 보스 안 데리고 오냐? 퍼뜩!”
“지금 상황을 보고도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좀 전에 말했듯이 흉부외과 교수님들은 학회에 가셨고 그나마 남아 계시던 교수님들과 펠로우 선생님들은 지금 긴급 수술 중입니다.”
“뭐? 페, 펠로우? 시팔, 이걸 확 패 버릴까? 그건 너네 사정이자네!”
“게다가 이 환자는 상태가 매우 시급합니다. 지금 당장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2시간 이내로 사망합니다!”
[잔존 수명: 1시간 54분 11초, 10초, 9초…….]박철진의 이마에 쓰인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이런 시벌놈이 어디서 주둥아리를 함부로 놀리는 겨? 누가 죽어? 주둥이를 확 찢어 버릴라니까!”
조폭이 게거품을 물며 박상우의 멱살을 잡았다.
“안 되겠다. 족제비, 앞장서라. 너네 보스가 어디서 수술하고 있냐? 당장 끄집어내 올라니까.”
또 다른 조폭이 천기수의 등을 거칠게 밀쳤다.
“이거 놓으십시오. 다시 말하지만, 이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은 지금 저 친구와 저뿐입니다. 자꾸 이러시면, 2시간 이내에 저 환자는 반드시 죽습니다!”
박상우가 물러서지 않고 눈을 부릅뜨며 대들었다.
‘상우야, 제, 제발 가만있어!’
천기수가 오만상을 찌푸리며 금세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이 시벌놈 봐라? 겁대가리 팔아먹었냐? 눈 안 깔아? 먹물을 쪼옥 뽑아 불라니까, 이 씨!”
조폭이 해머 같은 주먹을 들어 올렸다.
“이봐. 망치! 얌전히 있어!”
그 순간, 한 남자가 그의 팔목을 잡아챘다. 반말하는 것으로 볼 때, 적어도 그들보다 서열이 높은 듯 보였다.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볼 때, 그는 이 폭행 사건에 연루되지 않은 듯했다.
“어, 형님! 오셨습니까? 출장은 잘 다녀오셨어라?”
그를 보자마자 조폭이 폴더 핸드폰처럼 상체를 90도로 꺾었다. 그는 조직의 이인자, 이상천이었다.
“당장 그 손 안 내려놔?”
“아니, 형님! 이 새끼가…….”
“너, 언제부터 내 말에 토 달았어? 죽고 싶나, 씨…….”
매서운 눈매에 날 선 턱선, 가냘픈 몸매지만 다부져 보이는 인상이었다.
“네. 죄, 죄송합니다. 형님!”
추상같은 그의 말 한마디에 코끼리만 한 몸집의 조폭들이 순한 양처럼 고분고분해졌다.
그들이 코를 씰룩거리며 박상우에게서 한 걸음 물러났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애들을 대신해서 제가 사과드리죠.”
고개를 숙여 목례를 하는 이상천. 그가 최대한 예의 바른 태도로 박상우에게 사과했다.
“괜찮습니다.”
박상우도 가벼운 목례로 화답했다.
“우리 형님, 살려 주십시오.”
“장담할 순 없지만,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아뇨. 최선 가지고는 안 됩니다. 반드시 살리셔야 합니다! 자신 없으시면 물러나십시오. 만약에 형님이 잘못되시기라도 하면 선생님 역시, 더는 그 가운을 입으실 수 없을 테니까요.”
묵직하게 지면을 울리는 목소리.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한기를 느끼게 만드는 말투였다.
“네. 반드시 살려 내도록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선생님을 한번 믿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형님, 저 쫄따구 새끼를 어찌 믿는다요?”
불쑥, 망치가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한 번만 그 주둥아리 씨불이면 입을 찢어 버릴 거다. 마지막 경고야. 망치!”
날카롭게 망치를 응시하는 이상천.
“네. 아, 알겠어라.”
살기가 서린 그의 목소리에, 망치라는 자가 꼬리를 내렸다.
“흠, 환자의 상태가 심각하므로 진료하려면 집중해야 합니다. 일단, 저분들은 밖으로 나가 있도록 해 주십시오.”
“이 개새끼가 무슨 개수작을 부…….”
또다시 발끈하며 나서는 망치.
“조용히 있으라고 했지? 그 주둥아리 안 닫아?”
짝, 그 순간 이상천이 그의 뺨을 후려갈겼다. 작은 덩치에도 엄청난 힘이 실린 한 방에, 집채만 한 망치가 휘청거렸다.
“당장 나가 있어!”
“예. 형님!”
“야. 가자!”
뺨을 문지르며 광대를 씰룩거리는 망치. 그가 다른 조폭과 함께 자리를 피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저는 이곳에서 좀 지켜보겠습니다. 선생님, 반드시 형님을 살려 주십시오.”
“네. 최선을 다해서 환자를 살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상천이 멀찌감치 떨어져 의자에 앉았다. 그가 팔짱을 낀 채 지그시 눈을 감았다.
“야, 박상우! 너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건지 알아?”
조폭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천기수가 박상우 쪽으로 몸을 바짝 붙이고는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
“알아. 이 환자를 살리려는 거야.”
“미쳤어? 우리가 뭘 안다고 의식도 없는 이 사람을 살리겠다는 건데? 너, 아까 저 사람들 눈빛 못 봤어? 잘못하면 우리 둘 다 땅속에 묻힐지도 모른다고!”
천기수가 이상천의 눈치를 보며 귀엣말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살리면 되잖아.”
박상우는 말하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펜 라이트를 꺼냈다. 눈을 살펴보더니 박철진의 팔에 검지와 중지를 올려놓았다.
“아냐, 아냐. 난 못해. 아니, 안 해! 야, 상우야. 차라리 응급실 펠로우 선생이라도 부르자. 아니면……·.”
“아니면? 대전이라도 내려가서 교수님들 모셔 올래? 천기수, 내 말 잘 들어! 응급실 펠로우들도 흉부외과 쪽은 잘 모른다고. 게다가, 다들 다른 환자들 치료하느라고 정신없는 거 안 보여?”
사실, 다른 의사들의 도움을 받을 마음이 있었다면 어떻게든 그렇게 할 수는 있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박상우는 천기수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만큼 그는 자신이 있었다.
“그. 그래도 난 못해.”
겁에 질린 천기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해야 해! 안 그러면 네 말대로 우리 둘 다 죽는다! 정신 바짝 차려. 천기수!”
박상우가 반쯤 정신을 놓은 천기수의 양팔을 붙잡았다.
“그, 그렇긴 한데, 우, 우리가 어떻게 뭘, 할 수 있는데!”
천기수가 답답한 듯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기수야. 걱정하지 마. 솔직히 우리가 실전 경험이 없을 뿐이지, 이론적으론 완벽하게 습득하고 있잖아. 학교에서 배운 대로만 하면 돼.”
“마, 말도 안 돼!”
천기수가 고개를 내저었다.
“제발, 기수야, 집중해. 잘못하면 이 환자 죽는다고!”
박상우가 천기수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푸르르르.
입술을 깨물며 고민하던 천기수가 이내 입술을 털어 냈다.
“시팔! 그래, 한번 해 보자. 나도 모르겠다. 저 새끼들한테 맞아 죽나, 교수님한테 맞아 죽나 마찬가지야. 이판사판이야. 말해 봐. 그래서 내가 뭘 해야 하는데?”
옷소매를 걷어붙이는 천기수. 그가 자포자기한 듯 박상우를 쳐다봤다.
“일단, 이 환자 수액 걸고, 충만압 증가시켜 줘.”
“왜?”
눈을 동그랗게 뜨는 천기수.
“환자, 카디악 탐포네이드(Cardiac tamponade: 심낭 압전)야. 플루이드 때려 넣어서 우심실 용적을 넓혀 주고, 심낭 내의 압력을 낮추려면 충만압을 증가시켜야 해!”
“그, 그러니까 왜냐고? 저 환자가 왜 탐포네이드인데?”
어리둥절한 표정의 천기수가 입을 벌린 채 눈을 깜박거렸다.
“길게 설명할 시간 없어. 지금 수축기 혈압이 60mmHg에 이미 의식은 거의 없는 상태이고, 호흡도 불안정하잖아. 저 심장에 생긴 상처를 봐. 분명히 둔탁한 둔기로 가슴을 공격당한 것이 틀림없어. 이 정도 상황이면 심막 안에 혈액이 고여 있을 거야.”
“이 미친놈아! 혈압도 재 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수축기 혈압을 알 수 있는데? 네가 무슨 인간 혈압기야?”
천기수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입술을 오므렸다.
“기수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시간이 없어. 빨리 움직여!”
“아오, 시팔!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네! 모르겠다. 될 대로 돼라.”
천기수가 고개를 내두르며 수액을 가져다 걸고 박철진의 팔에 주삿바늘을 꽂았다.
“이, 이렇게 하면 되는 거냐?”
“그래. 수고했다.”
박상우가 박철진의 팔을 힐끗 보며 그의 몸 상태를 점검했다.
“내, 내가 지금 뭘 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잘해 보자, 새꺄!”
천기수가 옷소매로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훔쳐 냈다.
“수액 좀 더 때려 넣고, 에피네프린 1 앰풀 투여해!”
“그래. 알았다. 알았어!”
“바이탈 돌아왔어?”
“아니, 아직.”
‘저 새끼 뭐야? 어이없게 왜, 저 녀석한테서 조현오 교수의 향기가 나는 거지?’
어느 순간부터 박상우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던 천기수는, 박상우의 망설임 없는 능숙한 오더와 처치 솜씨에 혀를 내둘렀다.
천기수가 허탈한 웃음을 내뱉었다.
“집중해!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야? 에피네프린 1 앰풀 더 투입하고 잘 살펴봐. 정상으로 돌아오면 바로 콜 하고!”
“아, 알았어.”
잠시 후, 심전도 모니터를 살펴보던 천기수가 신기하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사, 상우야! 이, 이 사람 혈압이 잡히는 것 같아!”
“그래? 얼마나?”
“65, 아니. 70mmHg! 조금씩 혈압이 상승하고 있어!”
천기수가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다행이다. 좋아. 기수야! 지금부터 페리카디오(Pericardiocentesis: 심막 천자술) 해서 고인 피를 뽑아낼 거야.”
“뭐, 뭘 해? 미친 새끼! 너 완전히 돌았구나?”
천기수가 손가락을 관자놀이에 대고 원을 그렸다.
“이해 못 해? 쉽게 말해 줘? 가슴에 카테터(Catheter: 고인 피를 뽑아내기 위해 심장 바로 옆에 삽입하는 가느다란 튜브) 박아서 심막에 고인 피를 뽑아낸다고!”
“알아! 잘 알아, 이 새꺄! 그런데 아무런 경험도 없는 네가 그걸 어떻게 한다는 거야? 학교 때 실습하는 것하곤 차원이 다른 문제야. 저건 인형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그리고 이건 실전이야. 목숨 걸고 하는!”
천기수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발악했다.
“그럼 이 환자 여기서 죽일래? 심낭 압전 응급조치에 이것 말고 대안 있어? 있으면 말해 봐.”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박상우. 그가 단호한 표정으로 천기수를 다그쳤다.
“마, 말도 안 돼! 야! 게다가, 지금 에코(Echocardiography: 심장 초음파)도 없단 말이야. 그런데 어떻게 정확히 바늘로 찌르고 카테터를 박냐고? 그러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너 정말 요단강 건너고 싶냐?”
천기수가 더욱더 목소리를 높였다.
“좋아! 안 할 테니까 이 사람 살릴 수 있는 대안이 있으면 말해 봐.”
박상우가 날카롭게 천기수를 응시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질문이었다.
“그, 그렇지만…… 초음파기가 있어도 될까 말까인데, 그냥 어떻게 찔러 넣냐고! 이건 교수님들도 어려워하는 거라고!”
거의 울상이 돼 버린 천기수. 그가 거칠게 앞머리를 흐트러뜨렸다.
‘기수야, 걱정 마! 난 수십 번도 더 해 봤으니까! 실수란 있을 수 없어.’
“걱정 마.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빨리 주사기하고 카테터 수배해 와! 당장!”
박상우가 천기수를 향해 목에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