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Scalpel RAW novel - Chapter (125)
신의 메스-125화(125/249)
125화 흉부외과 전문의 박상우
박상우는 천천히, 존스 홉킨스에서 조금씩 이름을 알려 갔다.
“라이언 선생이 엠볼리즘(Embolism: 색전증) 수술하는 것 봤어?”
“당연히 봤지. 환상적이더군. 손가락이 길쭉길쭉한 게, 타고난 써전이야.”
“그러게 말이야. 내시경 없이 그렇게 엠볼러스(색전)을 제거하는 게 말이나 되나? 난 한 번도 그런 수술을 본 적이 없어.”
“정말 엄청난 써전이 우리 병원에 온 것만은 확실해.”
완벽했던 박상우의 수술 실력을 목격했기에, 그들에게 박상우의 손놀림은 경외심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난 얼마 전에 라이언이 환자 가슴에 난 털을 이용해서 매듭짓는 걸 보고 화들짝 놀랐다고.”
“나도 그거 들었어. 환자가 니들 포피아가 심해서 수처가 힘들었는데, 가슴에 난 털로 봉합했다면서? 그게 사람이야?”
“손끝에 눈이 달린 줄 알았다니까?”
“나도 저런 섬세함을 갖췄으면 소원이 없겠네!”
마치 마술사의 마술에 매료된 듯, 존스 홉킨스의 의료진들에게 박상우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 시각, 교수회의실에서도 한창 박상우에 관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워낙 실력이 뛰어난 써전이라 우리 병원에서도 그를 잡으려고 안달이라더군. 레지던트 수술 건수만 400건이 넘는다는 게 말이나 되나? 게다가, 고난도 수술로 말이야.”
“한국은 한강의 기적이라더니. 이건 뭐, 메스의 기적인가?”
흉부외과 교수들도 박상우의 프로파일을 넘겨보며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오피캡이나 케비지 등 고난도 수술만 439건을 진행했고, 세계 최고 권위의 미국 심장 학회인 서큘레이션(circulation) 메인에 발표된 논문만 10편, 그밖에도 각종 전문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이 수십 편이었다.
그들의 눈으로 볼 때, 이 모든 것을 4년이란 짧은 시간에 이뤄낸 것은 있을 수 없는 기적이었다.
“그러게 말이야. 이번에 전문의 자격도 최고의 성적으로 취득했으니, 당연히 탐이 나겠지. 국적이 한국이라는 게 정말 아쉬울 뿐이야.”
한국인 써전, 박상우의 등장은 존스 홉킨스 의료진들에겐 신선함을 넘어 충격으로 다가온 듯했다.
흉부외과 교수들의 말대로, 레지던트 동안 박상우의 활약상은 대단했다. 한국에서는 꼴통 짓이라고 천대받던 그의 실력이 미국에서는 하늘이 내려준 축복이었다. 박상우가 메스를 잡는 순간 죽어 가는 사람이 살아났고, 수술 성공 횟수가 쌓이면서 박상우는 어느새 존스 홉킨스 최고의 스텝으로 성장해 가고 있었다.
* * *
크리스의 치료 이후, 박상우는 존스 홉킨스의 이사장인 토니의 자택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 되었다.
“라이언, 언제든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하세요. 물론, 저는 라이언이 우리 병원에서 오랫동안 계셨으면 좋겠지만 말입니다.”
박상우를 향한 토니 이사장의 신뢰는 대단했다.
“이사장님의 제안은 더없는 영광이지만, 한국에 돌아가면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박상우는 토니 이사장의 제안을 정중히 사양했다.
“이 양반이 라이언을 좋아하는지, 잠꼬대까지 다 하더라구요.”
그 순간, 다샤가 홍차와 쿠키를 들고 응접실로 나왔다. 비행기 안에서 박상우가 살린 토니 이사장의 아내이자, 심장재단 GH의 이사장이었다.
“이 쿠키에 땅콩은 없겠죠?”
“당연하죠. 땅콩이 들어간 건 다시는 안 먹을 거예요.”
다샤는 정색하며 양손을 내저었다.
그렇게, 세 사람은 자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다.
“안타깝구만. 솔직히 다샤의 생명의 은인인 것을 떠나, 난 자네의 재능이 무척이나 탐이 난다네. 물론 한국이든 미국이든 사람을 살리는 것은 같네만, 좀 더 자네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우리 병원이 낫지 않겠나?”
토니 이사장은 여전히 박상우를 향한 미련을 접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이사장님 말대로, 이곳만큼 완벽한 환경이 구축된 곳은 없겠죠. 하지만, 그러기에 더욱더 한국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곳에서 배운 선진 의료 시스템을 우리나라에서도 적용해야 하니까요.”
박상우는 입술을 굳게 다물며 의지를 내비쳤다.
“허허, 그렇게까지 말하면 나도 더 잡을 수야 없지. 자네의 생각이 그렇다는데, 내가 어찌 말릴 수 있겠나?”
토니 이사장은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지만, 그래도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언젠가는 이사장님을 다시 뵐 수 있는 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좋아!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요청하게나. 내 목숨을 내놓으라고 해도 내놓을 테니 말이야. 내가 자네한테 진 빚이 좀 있잖나?”
“사양하진 않겠습니다. 한국에 돌아가도 이사장님의 도움을 받을 일이 있을 겁니다. 그때 외면만 하지 말아 주십시오.”
박상우는 밝은 표정으로 환하게 웃었다.
“하하하, 그래그래. 시원시원해서 좋구먼. 아무튼, 언제라도 마음이 바뀌면 연락을 주게나.”
“네, 이사장님!”
이렇게 박상우는 세계 최고의 병원 존스 홉킨스의 이사장이라는 어마어마한 인맥을 만들어 냈다.
거기에 더해 엔드류 박과 토니 이사장 내외, 스탠리 교수, 유전 공학의 대부인 에릭 마틴 교수, 그 외 분야별 전문가 등 최고의 석학들과 맺은 인적 네트워크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박상우의 자산이었다.
* * *
어느새 박상우가 미국에 온 지 4년이 지났다.
2007년 존스 홉킨스 심장 센터는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바이스 센터장이었던 엔드류 박이 센터장으로 취임했으며, 박상우는 스텝으로서 존스 홉킨스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핵심적인 인재가 되어 있었다.
“전문의 자격 취득을 축하하네, 라이언!”
“감사합니다. 모두 센터장님 덕분입니다.”
“한국식 겸손함인가?”
“아닙니다. 교수님 아니었으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겁니다. 이 은혜는 평생토록 잊지 않겠습니다.”
“이 모든 것은 라이언의 능력으로 이룬 성과입니다.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라이언은 이미 미국 심장 학회에서도 인정하는 최고의 써전이에요.”
엔드류 박은 박상우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감사합니다.”
“원장님께선 라이언이 우리 병원에 남아 주길 원하시는데, 라이언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존스 홉킨스에선 연봉 30만 달러와 아파트 및 자동차 제공에 교수급 대우를 약속했다. 이제 막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스텝을 감안한다면 놀랍도록 파격적인 대우였다.
“저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미국에 들어올 때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면 명성병원으로 돌아가겠다는 계약을 한 상태라서요.”
“아, 그건 우리 쪽에서 충분히 딜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여전히 박상우를 놓고 싶지 않은 엔드류 박이었다.
“한국에 들어가서 할 일도 있습니다. 조현오 교수님과의 약속도 지켜야 하고요.”
4년이란 기간은 그리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박상우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한국의 명성대학교 병원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그중 가장 큰 변화는 세력 싸움에서 밀린 조현오 교수의 실각. 그는 과장직에서 물러나, 실질적인 힘이 전무한 석좌교수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물론, 무상 심장재단을 건립하겠다는 그의 꿈도 물거품이 되어 버린 상황이었다.
이 모든 것을 바로잡겠다는 것이 박상우의 생각이었다.
“조현오 교수의 소식은 나도 들었네.”
엔드류 박은 안타깝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모든 것을 원래대로 돌려놔야죠. 그게 제가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망나니들에게 메스를 쥐여 주면 살인 도구밖에 되지 않습니다. 의사는 사람을 살릴 때 존재 가치가 있는 것이니까요.”
엔드류 박을 응시하는 박상우의 눈빛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정말 난감하군. 자네의 의지가 그렇게 굳건하다면, 나도 어쩔 도리가 없겠어.”
박상우의 말에, 엔드류 박은 이마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아니야. 자네가 죄송할 게 있나? 그러면 언제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인가?”
“아마도 이달 말에는 들어가게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급하게?”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요. 그래서 말인데, 오늘부터 한 열흘간만 휴가를 주실 수 있을까 해서 찾아왔습니다. 4년 동안 병원하고 집 말곤 어딜 다닌 데가 없어서요.”
“그거야 당연하지. 그렇게 하자고.”
-코드 제로, 코드 제로!
그 순간, 경고음이 울렸다.
-응급실에 럽처 오브 아올타(Rupture of Aorta: 대동맥 파열) 환자 발생. 원내에 라이언 선생님 계시면 ER로 내려와 주십시오!
박상우를 애타게 찾는 목소리였다.
“한가하게 여행할 팔자는 아닌가 보군요. 아무래도 이번 수술이 존스 홉킨스에서의 마지막 수술이 될 것 같습니다, 교수님!”
박상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른 선생을 내려보내는 게 어때?”
“아닙니다. 몸 성할 때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야죠. 제가 내려가겠습니다.”
“박상우입니다. 지금 바로 내려갈 테니, 수술 준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선생님!”
전화를 꺼내 ER 데스크에 연락을 취한 박상우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환자 어디 있습니까?”
“이쪽으로 오세요, 선생님!”
응급실 당직의는 박상우를 보자마자 황급히 환자에게 인도했다.
“이 환자입니다. CT 결과…….”
당직의는 모니터를 돌려 박상우에게 CT 촬영 결과지를 보여 주었다.
불룩 튀어나온 복부는 마치 심장이 뛰는 것처럼 꿀렁거리고 있었다. 복부 대동맥 파열 환자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지금 당장 수술하지 않을 경우, 생명을 담보할 수 없는 환자였다.
[잔존 수명: 4시간 23분 11초, 10초, 9초…….]그 순간, 환자의 이마에 잔존 수명의 붉은 숫자가 일렁였다.
‘네 시간이면, 충분하겠군!’
한국과 미국에서 수도 없이 봐 왔던 잔존 수명. 이젠 이 숫자들을 보는 것도 박상우의 일상이 되어 버린 지 오래였다.
“맥스웰 선생, 지금 바로 수술 들어갈 겁니다. 바로 수술실로 옮깁시다.”
박상우가 이미 응급실에 내려와 대기하고 있던 레지던트 맥스웰을 향해 손을 내저었다.
“네, 선생님!”
”존스 선생은 마취과에 연락해 주시고, 수술방 잡아 주세요.“
“알겠습니다!”
의료진들은 박상우의 지시에 맞춰, 스트레처 카에 환자를 싣고 수술방으로 향했다. 박상우가 미국에서 한 마지막 수술이었다.
* * *
열흘 후, 박상우는 4년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왔다. 4년 동안 진한 우정을 쌓았던 마이클이 그를 배웅했다.
“헤이, 라이언! 우리 언제 볼 수 있는 거지?”
“글쎄. 자네가 한국에 오면 볼 수 있지 않을까?”
“좋아! 내가 내년에는 반드시 시간을 내서 가 보도록 하지. 당신이 모든 걸 책임져야 하는 거야!”
“물론이지. 자네만 온다면, 모든 일을 제쳐 놓고서라도 가이드 역할을 함세.”
“베리 굿! 그때 가서 딴소리하기 없기야. 아무튼, 몸 건강히 잘 지내시게, 친구!”
마이클은 박상우의 양팔을 잡아끌어 뜨겁게 포옹했다.
“자네를 만난 건 내게 가장 큰 행운이었어. 다시 만날 날까지 잘 지내.”
마이클과 아쉬운 이별을 뒤로하고 박상우는 게이트를 빠져나갔다.
이렇게, 박상우는 4년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화려한 국내 복귀를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