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Scalpel RAW novel - Chapter (128)
신의 메스-128화(128/249)
128화 왕의 귀환 (3)
“빨리 수술실로 옮겨!”
“네, 선생님!”
산모를 인계받은 명성대학교 병원 산부인과 의료진 서너 명이 급히 수술실 안으로 들어갔다.
“자, 잠시만요!”
박상우는 수술실 안으로 들어가려던 수련의의 팔을 황급히 움켜쥐었다.
“뭐가 잠시만입니까?”
“저 환자, 당장 CS 응급실로 옮깁시다. 출산이 문제가 아닙니다.”
“미쳤습니까? 지금 환자 상태 안 보여요?”
인공호흡기를 착용한 만삭의 산모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수련의는 산처럼 부풀어 오른 산모의 배를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이상태 선생, 뭐야? 왜 꾸물거려?”
수술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산부인과 스텝, 한상진이 마스크를 벗어 던지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상태는 한상진을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이 사람이 산모를 CS 응급실로 옮겨야 한다는데요?”
“야, 정신 차려! 잡상인이랑 노닥거리지 말고 얼른 산모 데리고 들어와! 별 미친놈을 다 보겠네.”
“자꾸 막무가내로 덤벼서…… 죄송합니다.”
“누가 미친놈을 병원 안에 들여보낸 거야! 당장 경비 불러서 쫓아내!”
한상진은 위협적으로 송곳니를 드러내며 소리쳤다.
“알겠습니다. 비키세요! 누구 목 달아나는 꼴 보고 싶어서 이래요?”
이상태는 박상우의 손길을 거칠게 뿌리쳤다.
박상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의료진들은 스트레처 카를 밀어 수술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수술 중을 나타내는 녹색 불이 들어왔다.
“저 환자, 어떻게 된 겁니까?”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무작정 수술실 안으로 쳐들어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박상우는 환자를 인계하고 돌아가려던 의료진의 팔을 붙잡고 물었다.
“네? 누구십니까?”
“저는 흉부외과 소속 박상우라고 합니다.”
박상우가 황급히 신분증을 내보였다.
“흉부외과 전문의 박상우? 아, 이 병원 의사십니까?”
신분증을 확인한 의사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박상우의 몸을 훑어내렸다. 의사 가운을 입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해 의구심을 보이고 있었다.
“이 병원 의사 맞습니다. 육안으로 봐도 환자 상태가 안 좋아 보이던데, 어떻게 된 겁니까? 자세히 설명을 좀 해 주세요.”
박상우는 떠나려는 그의 팔을 잡아당겨 의자에 강제로 앉혔다.
“저 환자는 우리 병원에서만 3번째 분만하는 산모입니다. 태아의 양두정 골경이 9.8센티 정도로 다소 큰 편이었는데, 골반이 튼튼하면서 협소하지도 않았고, 두 아이 모두 자연 분만했던 경험이 있어서 프로스타글란딘 E질정(분만 유도제)을 삽입하고 유도 분만을 준비하고 있었죠. 그런데 갑자기…….”
의사는 순간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멈췄다.
“갑자기 뭐요? 뭐가 어떻게 됐다는 겁니까? 급합니다. 빨리 말씀해 주세요!”
박상우는 손목시계로 시간이 별로 없음을 확인하곤, 의료진을 다그쳤다.
“활력 증후도 괜찮고 상태가 양호했는데, 갑자가 가슴 통증과 함께 심한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더라구요.”
“혈압은요? 혈압은 정상이었습니까?”
“혈압이 정상이면 이렇게 급하게 달려오지도 않았죠. 혈압은 78/58mmHg까지 떨어졌고, 심박 수가 분당 86회 정도에, 태아 심박 수가 분당 90-100을 왔다갔다했어요.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었습니다.”
“그 정도면 RDS(Respiratory Distress Syndrome: 신생아의 호흡 장애 증후군) 아닙니까?”
박상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희도 RDS가 의심돼서, 산소를 분당 5리터씩 때려 넣었죠. 그런데, 잠시 좋아지는가 싶더니 혈압은 더 떨어지고 구토 증세까지 보여서 이쪽으로 이송했습니다.”
의사는 난감하다는 듯이 눈 주변을 문지르며 말했다.
“이곳에 오기 직전까지 바이탈은요?”
“호흡이 불안정한데 바이탈이 정상일 리 없죠. 혈압이 너무 떨어져서, 엠뷸런스 안에서 에피네프린 2앰플을 투여했습니다. 콜스(Coarse: 불안정한 호흡)가 확인되면서, 반 혼수상태에 기도와 구강, 비강 흡입 시 묽은 혈액 색도 배출되었습니다.”
‘확실해! 이 환자, 암니오틱 플루드 엠볼리즘(Amniotic Fluid Embolism: 양수 색전증)이 틀림없어. 30분 안에 저기서 나올 거야!’
산모를 싣고온 의료진과의 대화를 통해 박상우가 추론한 질병이었다. 박상우의 시선이 수술실 쪽으로 옮겨졌다.
수술실을 응시하는 박상우 눈가의 근육도 잔뜩 뭉쳐 있었다.
‘양수 색전증(Amniotic Fluid Embolism)’이란, 현대 의학에서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난치병 중 하나였다. 다만, 양수 내 태아의 피부세포와 솜털, 점액이나 태변 등이 혈관 내에 침투되어 혈전으로 발전하고, 폐의 미세혈관이 막혀 폐성심(Pulmonary Heart Disease)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을 뿐, 딱히 유효한 치료법은 없었다.
양수 색전증은 8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고 보고된 희소병으로서, 사전에 이를 예견하거나 예방할 방법이 없었고, 급작스러운 호흡 부전 및 순환기 허탈로 급사하는 무서운 질병이었다.
‘이대로 방치했다간 태아와 산모, 둘 다 위험하다. 미리 준비를 해 두는 편이 좋겠어!’
박상우가 예측한 병이 바로 이 양수 색전증이었다.
박상우는 황급히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30분.
박상우의 예상처럼 정확히 30분 후에 온몸에 피 칠갑을 한 수련의가 수술실 밖으로 뛰쳐나왔다.
“무슨 일이에요?”
그 모습을 본 담당 간호사가 황급히 그에게로 뛰어왔다.
“교, 교수님! 장한성 교수님 콜 해 주세요! 빨리요!”
이상태는 마른 침을 삼켜 넘기며 간호사에게 부탁했다. 조금 전, 박상우가 잡았던 남자였다.
반쯤 정신이 나간 듯한 이상태의 입술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는 핏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손을 내젓고 있었다.
“뭡니까? 지금 환자 어떻게 된 거예요?”
이미 수술복으로 갈아입은 채로 대기하고 있던 박상우가 수련의를 다그쳤다.
“모, 몰라요. 갑자기…… 산모가, 산모가…….”
잔뜩 겁에 질려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수련의 이상태는 넋이 빠진 모습으로 고개만 내저을 뿐이었다. 허리를 숙여 거침을 몰아쉬는 것을 보아하니,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더는 지체할 수 없어!”
더 늦췄다간 손쓸 수도 없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간호사님, 당장 담당 교수님께 콜 해 주세요. 환자가 양수 색전증인 것 같습니다!”
“야, 양수 색전증이요?”
간호사 역시, 그 병의 심각함을 잘 알고 있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네, 상황이 위급합니다.”
“알겠습니다.”
더는 두고만 볼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박상우는 수술실 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갔다.
* * *
“선생님, 피가 쏟아집니다.”
“빨리 혀, 혈액 걸어!”
“선생님, 산소포화도가 60%까지 떨어집니다. 어, 어떡하죠?”
“뭘 어떡해! 기도 삽관하고 산소 때려 부어! 빨리!”
수술실은 이미 아수라장으로 변해 버린 상황이었다. 베테랑 의료진들 역시 조금 전 이상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환자의 상태가 급속히 나빠지자 모두 패닉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몇몇 인원은 발만 동동 구르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지금 이 환자 양수 색전증이라고! 빨리 태아부터 빼내야 할 것 아닙니까! 둘 다 죽일 셈이에요?”
“양, 양수 색전증이요?”
산부인과 스텝 한상진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으며 탄식했다.
“빨리 조치하지 않으면 산모와 태아, 둘 다 위험합니다.”
“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망연자실도 잠시, 한상진은 눈을 껌뻑거리며 박상우를 바라봤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이 병원 의사니까 걱정 말고, 빨리 태아부터 빼내세요. 지금부터 20분 내로 제왕절개에 성공해야 환자도 살고 아이도 살 수 있어요. 빨리요!”
출입증을 집어 던진 박상우는 황급히 수술대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양수 색전증이 분만 전에 터질 경우, 커진 자궁에 의해 대정맥이 압력을 받아 심장으로의 정맥 환류를 폐쇄해 극심한 저혈압을 유도하기 때문에, 응급 제왕절개를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아, 알겠습니다. 지금부터 응급 제왕절개를 시행하겠습니다.”
산모의 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진 상황이었기에 응급 제왕절개 말고는 답이 없었다.
한상진은 곧장 의료진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잠시 후.
“아, 아이 꺼냈습니다.”
절체절명의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응급 제왕절개는 성공적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태어난 아기는 3.8kg의 건강한 아이였다. 박상우의 말을 듣고 19분 만에 제왕절개를 성공한 한상진의 능력 덕분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는 환자가 살아날 확률이 더 높아졌어요.”
“양수 색전증이 확실한 겁니까?”
“확실합니다. 지금부터가 중요해요.”
“아니, 양수 색전증이라니…….”
한상진은 땅이 꺼지도록 크게 한숨을 내뱉었다.
“빨리 인큐베이터로 옮기세요.”
“네.”
간호사는 태아를 안고 황급히 수술실을 빠져나갔다.
“선생님도 같이 가 보세요. 아이도 지금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듯 보입니다. 산모는 내가 어떻게든 살려 볼 테니까.”
뜻밖에 상황에 탈진해 버린 한상진이 어찌할 바를 모르자, 박상우가 턱짓으로 수술실 문을 가리켰다.
“부, 부탁합니다. 우리 병원 흉부외과에 계신다고 하셨는데, 혹시 성함이…….”
박상우가 내던진 출입증을 보지 못한 한상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박상우라고 합니다.”
“박상우라면, 존스 홉킨스에 가셨던 분 아니십니까?”
박상우는 이미 명성대학교 병원에서도 화제였고, 얼굴을 몰라도 그의 이름을 모르는 의사는 없었다.
“네.”
“정말입니까? 이런 곳에서 선생님을 뵙는군요. 반갑습니다.”
“지금 그런 환담이나 나눌 때는 아닌 것 같군요. 아이가 위험합니다. 빨리 가 보세요!”
“환자, 잘 좀 부탁드립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상진도 황급히 수술실 밖으로 나갔다.
“간호사 선생, 지금 당장 ABAG(Arterial Blood Gas Analysis: 동맥혈 가스 검사)해서 오세요. 빨리요!”
한상진이 밖으로 나가자마자, 박상우는 다른 간호사를 불러 ABAG를 지시했다.
ABAG란 동맥 혈액의 산소 분압, 산소포화도, 이산화탄소 분압, pH 수치 등을 확인하는 검사법으로, 지금처럼 양수 색전증이 의심되는 상황에 사용하는 검사법이었다.
“알겠습니다.”
간호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주사기를 들고 달려왔다. 헤파린으로 한 번 통과시킨 후, 간호사는 바늘 끝이 공기에 닿지 않도록 고무마개를 끼워 얼음 상자에 넣곤 검사실로 향했다. 모든 과정이 교과서처럼 완벽했다.
‘어설픈 의사보다 훨씬 낫군.’
“간호사님,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박상우는 검사실로 향하던 그녀를 불러 세우며 이름을 물었다.
“백설아입니다.”
백설아 간호사는 갑작스러운 박상우의 부름에도 당황하지 않고, 곧장 대답했다.
‘백설아 간호사……. 저 간호사는 꼭 우리 쪽으로 데리고 와야겠어.’
“그래요, 반가워요. 지금은 우선 급하니까, 빨리 좀 부탁해요.”
“알겠습니다.”
잠시 후, 분석을 마친 백설아 간호사가 결과지를 들고 수술실로 돌아왔다.
“선생님, 분석 결과 나왔습니다.”
“이 검사 결과, 해석할 수 있어요?”
박상우는 결과지를 보자마자 미간을 잔뜩 찌푸리더니, 백설아 간호사에게 결과 판독을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