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Scalpel RAW novel - Chapter (137)
신의 메스-137화(137/249)
137화 살려야 할 환자가 둘이다. (3)
[수술은 성공했으나, 환자는 죽었다.]자조 섞인 명성대학교 병원 의료진의 궁색한 변명.
장진섭 대표의 심장 이식 수술의 최종 결과였다. 도너의 심장은 양호한 상태였고, 조민한 과장의 집도하에 이뤄진 심장 이식 수술도 매우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장진섭 대표는 수술 후 24시간 만에 죽고 말았던 것이다.
환자가 죽은 상황이었기에, 성공적인 수술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장진섭 대표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렸으며, 명성대학교 병원 역시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개원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은 명성대학교 병원이었다.
“이, 이게 뭡니까? 심근과 세포들이 모두 괴사해 버렸어!”
“놀라운 일입니다. 이런 케이스가 국내에 있었던가요?”
“심장 이식을 하면 일반적인 면역 거부 반응이 나타나곤 하지만, 이건 양상이 달라요. 너무 급진적이고 빠릅니다. 병변의 형태도 너무 다르고요. 학계에 보고될 만한 이슈 거리예요.”
“그러게 말입니다. 부검의 생활 20년 동안 이런 케이스는 처음 봤습니다.”
충격에 빠진 국과수 부검의들이 서로를 쳐다보며 혀를 내둘렀다.
사인을 밝히기 위한 장진섭 대표의 부검을 했지만, 정확한 원인을 밝혀낼 수 없었다.
“저, 정환아!!! 이렇게 허무하게 가려고 그 고생을 했니? 이 에미는 어찌 살라고!!!”
동시에 또 하나의 사망 소식이 알려졌다.
심장 이식 수술을 받지 못했던 김정환 역시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어 사망하고 말았다.
이 나라를 이끌려 했던 한 명의 영웅, 그리고 앞으로 이 나라를 이끌어갔을지도 모를 또 한 명의 영웅이 허무하게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 * *
‘어떻게든 이 두 사람을 살려야 해! 절대로 포기할 수 없어.’
박상우의 미간이 일그러졌고, 생각이 거기에까지 미치자 그가 눈을 번쩍 떴다.
‘100% 확신할 순 없지만, 장진섭 대표의 사망 원인이 IDN2라면 두 사람을 모두 살릴 방법이 있을 거야!’
박상우는 머리를 흔들며 정신을 가다듬고 차분히 생각을 정리했다.
IDN2.
현재 존스 홉킨스 의학 유전자 센터에서 활발하게 연구 중인 유전병이었다. Innate Immunity Denial Necrosis(선천성 면역 거부 괴사)의 약자를 따서 IDN, I가 두 개 들어가 IDN2라고 부르는 병으로, 모든 장기는 물론 피부, 표피, 혈액과 머리카락까지도 이식에 극렬한 거부 반응을 보이는 희소병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100여 명이 이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기에 많은 연구가 이뤄지지도 않았다.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환자가 발생함에 따라 존스 홉킨스 연구팀이 치료제 연구에 착수했고, 상당한 연구 성과를 이룬 상황이었다.
2009년 임상 시험을 마치고 FDA에 승인을 받았으며, 2014년에야 치료제가 시판되었기에, 장진섭 대표가 만약 IDN2를 앓고 있었다면, 당시엔 그 원인을 알 수 없었을 것이 자명했다.
회귀 전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박상우는 장진섭 대표의 갑작스러운 죽음 원인을 바로 이 IDN2로 확신했다.
그래서 황급히 장진섭 대표의 혈액을 채취해 존스 홉킨스의 에릭 마틴에게 샘플을 보낸 것이었다.
‘만약 장진섭 대표가 IDN2가 맞다면, 분명 치료할 가능성이 있을 거야! 심장 이식 수술 없이도 말이야.’
에릭 마틴이 보내준 IDN2 관련 자료를 살펴보던 박상우는 입을 굳게 다물며 계속 자료를 읽어 내려갔다.
‘일단, 최종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1주일이라는 기간이 있다. 수술 일정은 18일이니까, 다행히도 아직 10일이 남은 상황이야. 그 안에 결과만 나온다면 할 수 있다!’
박상우의 심장이 대신 뛰어 주기라도 하려는 듯, 조금씩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 * *
조민한 과장의 호출에, 박상우는 조민한 과장이 있는 과장실로 향했다.
“어서 오게나.”
“안녕하세요, 과장님.”
“요즘 조 과장님, 아니, 조현오 석좌교수님은 어떻게 지내시나?”
“글쎄요. 한국에 들어온 직후에 한 번 뵙고, 그 이후에는 바빠서 뵌 적이 없습니다.”
“그래? 아무리 그래도 자주 찾아뵈어야지. 지금의 자네를 만들어 준 은사이신데, 사람이 그러면 쓰나?”
은근슬쩍 박상우의 속내를 들춰보려 한 조민한 교수였지만, 그의 얄팍한 수에 넘어갈 박상우가 아니었다.
“네. 한번 연락이라도 드려 보겠습니다.”
“그래. 윤상부 교수도 그 불같은 성정을 많이 다스린 것 같구만. 요즘은 조용하네?”
조현오 교수를 비롯한 윤상부 교수, 그리고 박상우까지. 세 사람 모두 조민한 과장이 극도로 경계하는 인물들이었기에, 여전히 의심의 여지는 남은 것 같았다. 이를 방증하듯, 조민한 과장은 윤상부 교수의 최근 행보를 유심히 살펴봤다는 어투로 말을 꺼냈다.
“교수님도 지금의 현실을 무시할 순 없으시겠죠. 실력은 출중한 분이시니, 쓸데없는 생각만 하지 않으신다면 병원 입장에선 꼭 필요한 인재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윤 교수 실력이야, 이 바닥에선 화타 정도니 말이야. 그 불같은 성격만 가라앉혀 준다면 뭐가 문제겠는가.”
“교수님께는 제가 잘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아직은 이빨을 드러내서는 안 될 상황이었다. 적이 방심하게 만들려는 박상우의 복안이었다.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단칼에 베어 버릴 테니…….’
겉으론 웃고 있었지만, 박상우는 속으론 비수를 감추고 있었다.
“자네는 원래 이렇게 나긋나긋한 사람이었나? 점점 자네가 좋아지려고 그러는구만?”
조민한 과장은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띠며 웃었다.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의 웃음에, 박상우는 더욱더 머리를 조아렸다.
“아, 부른 건 다른 게 아니고. 어르신의 수술 일정을 조금 앞당겨야 할 것 같아서 불렀다네.”
“네? 어, 얼마나 당기는 겁니까?”
천천히 준비하고 있던 박상우에게 뜻밖의 변수가 튀어나오고 말았다.
“3일을 앞당겨서, 15일에 수술하기로 했어. 도너 상태가 좋지 못해서, 하루라도 빨리 심장을 적출해야 할 것 같거든.”
조민한 교수가 심각한 표정으로 차트를 툭툭 치며 말했다.
“그렇게 빨리해도 되는 겁니까?”
난감한 상황, 박상우의 계획이 차질이 생긴 순간이었다.
“과장님, 그건 무리입니다. 일단 환자분의 몸 상태가 최악입니다. 어느 정도 치료를 병행하면서 회복된 후에 수술해도 늦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게 무슨 소리야? 이미 다 썩어서 너덜너덜해진 심장을 무슨 수로 회복시켜? 지금은 하루라도 빨리 이식 수술을 하는 게 최선이야.”
존스 홉킨스에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박상우는 어떻게든 심장 수술을 막아야 했다. 이대로 수술이 진행된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지만, 조민한 교수가 장진섭의 수술에 실패할 것이라는 박상우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리도 없었다.
절체절명의 난감한 상황이었다.
“과장님, 그래도 이렇게 당기는 건 환자에게 무리가 될 것 같습니다.”
박상우는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왜? 자신이 없어서 그런가?”
조민한 과장은 눈매를 좁히며 박상우를 응시했다.
“그, 그건 아니지만…….”
“하긴, 부담이 되긴 하겠지. 환자가 웬만한 사람이어야지 말이야. 솔직히 나도 걱정이 되긴 하지만, 사실 심장 이식 수술이란 게 말이 거창해서 그렇지, 캐비지나 오피캡보다 수월하다는 건 자네도 잘 알지 않나? 자네는 그냥 내 지시대로만 움직이면 돼.”
‘후, 큰일이군. 말이 통하지 않을 사람이야.’
박상우는 난감한 상황에 자신의 이마를 문질렀다.
“허, 자네는 생각보다 배포가 너무 작구먼. 영 불안하면, 어시스트는 김준환 선생한테 맡기고 자네는 도너 적출팀 쪽으로 빠지든가 하게나. 칼잡이 간덩이가 이렇게 작아서야…….”
조민한 과장은 답답하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으며 쯧쯧 혀를 찼다.
“아, 아닙니다. 제가 어시스트로 들어가겠습니다.”
적출팀으로 빠지게 되면 이도 저도 안 되는 상황이 올 것은 자명했다. 일단 지금의 상황을 수습해야만 했다.
“4년이나 존스에서 칼 좀 만졌으면 실력 발휘를 할 때는 해야지. 부담되겠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 모든 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박 교수는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알겠습니다.”
“그래, 뭐 어려운 수술이라고 그렇게 겁을 집어먹나. 차근차근 준비해서 완벽하게 성공시켜 보자고.”
조민한 과장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박상우에게 말했다.
“어깨부터 펴고!”
이젠 자기 사람이라는 듯, 조민한 과장은 박상우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힘내라는 듯이 말했다.
“네.”
박상우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 * *
“할아버님, 내일은 스텐트 시술이 있으니까 오늘은 금식하셔야 해요.”
“그려. 그럼 담배도 안 되는감?”
박상우는 대동맥류를 앓고 있는 70대 환자의 불룩 튀어나온 배를 보며 말했다.
“물론이죠. 물은 조금 마셔도 괜찮지만, 담배는 절대 안 돼요.”
“알았당께. 의사 선상이 하라면 그렇게 해야제. 이렇게 해도 나 살 수는 있는감?”
“당연하죠. 수술만 잘 받으시면 30년은 끄떡없으실 겁니다.”
“뭣이여? 무슨 그런 무지막지한 농담을 하는 겨? 염병, 나가 인제 75살인디, 그라믄 100살 넘도록 살란 말여?”
“하하하, 그렇게 되는 건가요?”
수련의들과 함께 회진을 도는 박상우의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마음은 편할 리 없었다.
그날 저녁, 박상우는 교수 연구실로 돌아와 곧장 전화를 걸었다.
“마틴 교수님!”
“상우 군? 아침부터 웬일이야?”
지금 시각은 오후 8시 40분. 서울이 볼티모어보다 14시간 빠른 것을 감안하면, 그곳은 새벽 6시 40분이었다.
“아, 죄송합니다, 교수님. 혹시 주무시고 계셨습니까?”
시간을 확인한 박상우도 아차 싶어, 마틴 교수에게 용서를 먼저 구했다.
“아닐세. 지금 서울은 몇 시지?”
“여기는 저녁 8시 40분입니다.”
“이곳과의 시차가 그렇게 많이 나나?”
“죄송합니다. 주무시는 중이셨으면 나중에 다시 전화 드릴까요?”
“아냐, 그렇지 않아도 아침 일찍 볼일이 있어서 일어나려던 참이니까. 무슨 일로 전화를 한 건가?”
“혹시 제가 보내 드린 혈액 샘플은 받아 보셨습니까?”
“어젯밤에 배송이 되었더군. 지금 1차 분석을 진행하는 중이야.”
“그러면, 결과가 나오려면 아직 조금 시간이 필요하겠군요. 이번 주 금요일까지 힘들겠죠?”
“자네도 알다시피, 최종 결과가 나오려면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가? 2차, 3차 검사까지 마치려면 적어도 다음 주 월요일에나 가능할 텐데…….”
“그렇습니까? 어떻게, 좀 더 일찍 결과를 확인할 순 없을까요?”
박상우도 안 된다는 건 알지만, 답답한 심정으로 거듭 물을 수밖에 없었다.
“글쎄. 어떻게든 최선을 다하겠지만, 혈액을 배양하는 데 절대적으로 걸리는 시간이 있어서 말이야. 장담은 할 수 없겠는걸?”
예상했던 대로, 마틴 교수 또한 어려움을 표했다.
“우선은 알겠습니다. 조금 시간이 촉박해서, 최종 결과가 나오는 대로 바로 알려 주십시오.”
“물론이지. 결과가 나오자마자 바로 자료부터 발송하겠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박상우는 답답한 듯 자신의 입술을 잘근거렸다.
‘흠, 어쩔 수 없어. 어르신을 직접 설득하는 수밖에…….’
박상우로선 최악의 상황이었기에, 지금으로선 장진섭을 찾아가 설득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