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Scalpel RAW novel - Chapter (141)
신의 메스-141화(141/249)
141화 살려야 할 환자가 둘이다. (7)
“김 실장, 나야.”
조민한 과장은 장기매매 브로커인 김상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과장님.”
“자네, 일 처리를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전화를 걸자마자 다그치는 조민한 과장의 행동에 김상식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너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조민한 과장은 김상식이 눈앞에 있기라도 한 듯, 송곳니를 드러내며 목소리 톤을 높였다.
“과장님, 그렇게 흥분하지만 마시고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십시오.”
“좋아. 뚫린 입이라도 있으면 설명 한번 해 봐. 기, 김환식 환자 건을 우리 병원 사람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았는지, 조민한 과장은 말을 살짝 더듬으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걸 알고 있는 사람은 저와 과장님뿐…….”
“집어치워 새끼야! 이 사건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라곤 너하고 나 둘뿐인데, 어떻게 우리 병원 의사가 알고 있는 거냐고! 그것도 정확하게 말이야!”
조민한 과장은 김상식의 말허리를 자르고 다시금 쏘아붙였다.
“그건 있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과장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내가 환장하겠다는 거 아니야! 우리 병원에 박상우라고 꼴통 같은 새끼가 하나 있는데, 그놈이 모든 걸 알고 있었어. 그게 말이 돼?”
“미치고 환장하겠네. 그럴 리가 없다고요! 장담컨대, 때려 죽어도 그 사람이 알 수는 없습니다. 죽은 김환식이가 살아 돌아오면 모를까.”
“그래서 결론은, 네가 꾸민 짓이 아니라는 거야?”
“무슨 말씀을 그렇게 섭섭하게 하십니까? 형님! 저는 절대 아닙니다. 이게 밝혀지면 저나 형님이나 같이 죽는 건데, 내가 미쳤어요?”
김상식은 조민한 과장의 말을 완강히 부인했다.
“이 새끼가 미쳤나? 내가 왜 네 형님이야! 난 너 같은 동생은 둔 적 없으니까 그 주둥이 함부로 놀리지 마. 일단, 그래. 알겠어. 내가 프로필 하나 보내 줄 테니까 조용히 확인 한번 해 봐.”
주변엔 아무도 없었지만, 마지막 말을 할 때의 조민한 과장은 손으로 수화기를 가리며 목소리를 낮췄다. 그만큼 소심하고 의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놈이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그 주둥이도 더는 못 놀리게 만들어 놔야죠. 빨리 프로필부터 보내 주세요.”
“최대한 서둘러서 알아보고 보고해.”
“네, 형…… 아니, 과장님.”
‘박상우! 이 쥐새끼 같은 인간이 어떻게 알아낸 거지?’
답답한 듯, 조민한 과장은 손바닥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 * *
장진섭 대표의 수술로부터 하루 전, 지동철 원장은 원장실로 조민한 과장을 호출했다.
“박상우가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녔다면서?”
표정의 지동철 원장은 못마땅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제 선에서 해결되도록 처리해 뒀습니다.”
“찜찜했는데, 결국 이렇게 사고를 치는구먼. 내가 그 인간들한테 얼마나 망신을 당했는지 알아? 자기들이 평생 권력을 쥐고 살 줄 아나 보지? 건방진 것들!”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은 듯, 지동철 원장이 이를 바드득 갈았다. 박상우가 수술을 미루겠다고 말하고 나서 신한당 쪽 사람들에게 호되게 당한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박 교수가 미국물을 먹고 괜찮아졌나 싶었는데, 아직도 제멋대로 나서려는 습관이 남은 것 같습니다. 제가 따끔하게 주의를 시켰으니 한동안은 괜찮을 겁니다.”
“알아서 잘 처리하세요. 괜한 분란을 일으키면 곤란합니다. 우리가 다 같이 죽는 거예요!”
지동철 원장은 매서운 눈으로 조민한 과장을 응시했다.
“그럴 일은 이제 없을 겁니다.”
“하여간 근본 없는 애들은 그게 문제야. 인간 대접을 해 주면 이것들이 아주 상투 끝에 올라서려고 지랄들이라니까. 이런 놈들은 이번 기회에 잘근잘근 밟아 놔야 해!”
“다시 한번 충분히 타이르겠습니다.”
“그래, 자네만 믿어 보겠네. 그런데, 박상우를 적출팀 팀장에 앉혀 놨다고?”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찜찜한데? 그러다가 문제라도 터지면 어쩔 거야? 아예 이번 프로젝트에서 빼 버리는 게 낫지 않아?”
지동철 원장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아닙니다. 생각보다 겁이 많은 놈이에요. 제가 알아듣도록 좋게좋게 타일렀으니 그런 걱정은 마십시오.”
“그래도…….”
조민한 과장의 말에도 지동철 원장은 고개를 연신 갸웃거렸다.
누구보다 의심이 많은 지동철 원장이었기에, 여전히 찜찜함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괜찮을 겁니다. 게다가, 워낙 비밀리에 진행하는 프로젝트라 적출팀으로 보낼 마땅한 의사가 없어요. 괜히 어설픈 애들 보냈다가 문제라도 생기면 더 큰 일일 겁니다.”
조민한 과장은 박상우를 변호하는 것 말고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알겠어. 난 조 과장만 믿을 테니까 차질 없이 하도록 해.”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 *
수술 당일, 박상우는 심장을 적출하기 위해 신라병원으로 향하기 전에 천기수의 연구실을 먼저 찾았다.
“기수야, 잘 부탁한다.”
“정말 일 저지를 거냐?”
천기수는 땅이 꺼지도록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어쩔 수 없잖아. 두 사람을 살리려면 이 방법뿐이야.”
“이, 이거 잘못되면, 우리 둘 다…… 아니, 병원 전체가 날아갈 수도 있어! 진짜 미친 짓이야.”
천기수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눈을 깜박거렸다.
“그렇다고 두 사람 다 죽일 순 없는 거잖아. 지금 김정환 환자는 심장을 이식받지 못하면 죽어.”
“그래, 나도 안다 알아. 하지만…….”
“그렇게 무서우면 넌 빠져도 좋아.”
“아, 새끼, 내가 언제 빠진다고 했냐? 너 인마, 맨날 그렇게 이분법적 사고로 사람을 나누냐? 하긴 하는데…….”
천기수는 그래도 난감하다는 듯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럼 그냥 해. 천국행 티켓 미리 끊어 놓는다고 생각하고!”
“알겠다, 새꺄! 만약에 나 잘리면 네가 인선이랑 우리 똘똘이까지 전부 책임져.”
“미쳤어? 내가 왜 네 식구를 책임져. 막노동을 하든 뭘 하든 네가 챙겨야지.”
“하여간,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흘릴 새끼! 저거, 친구만 아니면……. 아이고 내 팔자야. 내가 엮여도 참 더럽게 엮였어.”
천기수는 신경질적으로 넥타이를 풀어헤쳤다.
“준비 철저히 해 둬. 백설아 선생이 도와줄 테니까, 딱히 네가 신경 쓸 일은 없을 거긴 하지만.”
“알겠어. 시간은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지금 출발하면 이것저것 서류 작성하고 적출하는 데 2시간, 이쪽으로 넘어오는 데 30분 정도 소요될 테니까. 다시 도착하면 오후 3시쯤 되겠네.”
박상우는 손목시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너랑 나, 그리고 백설아 선생이랑 김민준. 이 네 사람을 데리고 이 엄청난 짓을 저지른다는 게 맞는 거지?”
“누가 더 필요해? 이 정도면 충분해.”
“그래, 알겠다. 내가 지금 너한테 뭘 바라겠냐?”
“그럼 됐네.”
박상우는 천기수의 투정을 냉정하게 잘라 버렸다.
“그런데, 조민한 과장이 정말 가만히 있을까?”
“내가 장담하는데, 절대 아무 소리도 못 할 거야.”
“미치겠네. 넌 뭘 잡았길래 그렇게 무모하냐?”
천기수의 눈가에 주름이 잔뜩 잡혔다.
“내가 그렇다고 하면 그냥 ‘그런 거다’ 하고 해. 어떻게 돼도 너한텐 피해 안 가도록 할 테니까, 이제 군소리 그만해라.”
“하여간, 넌 진짜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 도깨비 같은 새끼야. 하, 졸라 후달리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긴장되는지, 천기수는 연신 손바닥을 비비적거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 * *
삐뽀삐뽀!
박상우와 김민준은 도너의 심장을 적출하기 위해 신라대학교 부속 병원으로 향했다.
“명성병원에서 나왔습니다.”
엠뷸런스를 타고 도착한 김민준의 오른손엔 적출한 심장을 담아 둘 멸균 통이 쥐어져 있었다.
김민준의 얼굴은 긴장감으로 잔뜩 붉어져 있었다.
“긴장되나?”
“아, 아뇨. 괜찮습니다.”
“괜찮아, 긴장해도. 적당한 긴장은 집중력을 높이는 법이니까.”
차에서 내린 박상우는 김민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전에 연락을 받은 신라병원 흉부외과 의료진들이 병원 앞으로 나와 있었다.
“도너 상태는 어떻습니까?”
“양호한 편입니다.”
“다행이군요.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박상우는 손을 탈탈 털면서 심호흡을 크게 하곤, 신라병원의 의료진들 따라 병원으로 들어갔다.
* * *
수술대 위에 누워 있는 기증자는 장상필이란 남성으로, 교통사고로 인해 뇌사 판정을 받은 후 2년간 투병 생활을 이어 왔으나, 가족의 동의를 얻어 치료를 포기하고 장기 기증을 하게 된 사람이었다.
그의 모습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의료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숙연한 모습을 보였다.
“기증자의 명복을 빌며 묵념합시다.”
신라병원의 장기 적출팀 팀장을 맡은 간담췌 전문의 조용철의 말에, 의료진은 일제히 고개를 숙여 묵념했다.
“자, 이제 시작합시다.”
1분여의 묵념이 끝난 후, 조용철은 고개를 들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기증자의 숭고한 뜻에 따라 기증될 소중한 장기는, 단순히 심장만 빼가는 것이 아니었다.
가장 먼저 적출이 시작된 장기는 간. 간을 적출한 후의 다음 차례가 심장이었다.
“간, 적출합니다.”
조용철을 중심으로 한 적출팀은 천천히 기증자의 간을 적출하기 시작했다. 박상우도 옆에 서서 그 모습을 차분히 지켜보았다.
개복 후 진행된 한 시간여의 간 적출은 순조로웠다. 간 적출을 마친 조용철 교수가 박상우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간 적출 완료했습니다. 박 교수님, 심장 적출 시작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교수님.”
그 말에, 박상우는 천천히 집도의 자리로 이동했다.
“메스!”
자리를 잡은 박상우가 손을 내밀며 말하자, 김민준은 그의 손에 메스를 올려놓았다.
“스터넘 소우”
“여기 있습니다.”
지이이이잉 하며, 흉골을 가르는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박상우의 노련한 손놀림과 함께, 흉골이 양쪽으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하얀 연기와 함께 표피 타는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리트렉터 걸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김민준이 벌어진 도너의 가슴에 리트렉터를 걸고 레버를 돌리자, 절개된 가슴이 직사각형 모양으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드러난 도너의 새빨간 심장은 잔뜩 달궈진 난로처럼 섣불리 손대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었다. 빨갛게 달아오른 심장이 역동적인 펌프질을 계속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심장 적출 시작합니다. 시저!”
박상우는 조심스럽게 혈관을 절개했다.
“적출 완료! 심장 담아 주세요.”
초긴장 상태에서 진행된 적출은 30여 분 만에 끝이 났다.
예상보다 30분가량 빠른 적출이었다.
마지막 혈관을 분리한 박상우는 조심스럽게 심장을 들어 김민준에게 건네주었다.
멸균 박스에 얼음을 때려 부은 김민준은 박상우에게서 조심스럽게 심장을 건네받았다.
그리고 숭고한 심장 박동을 느낄 틈도 없이, 멸균수와 얼음이 가득한 박스 안으로 심장을 옮겼다. 이렇게 심장 적출은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숭고한 심장이었지만, 박상우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4시간.
4시간 안에 이동해 수술까지 완료해야 했다. 이 시간을 넘길 경우, 허혈성 심장 손상이 생겨 최상의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김 선생, 이동합시다.”
“네, 교수님!”
“수고하셨습니다.”
“교수님도 수고하셨습니다.”
아직 신장 적출이 남은 신라대학교 적출팀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박상우는 김민준과 함께 서둘러 수술실 밖으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