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Scalpel RAW novel - Chapter (184)
신의 메스-184화(184/249)
184화 세기의 수술 (1)
“앤드류 교수님, 이거 확실한 겁니까?”
박상우는 메일을 확인하자마자 황급히 전화를 걸었다.
-아, 상우 군! 메일을 확인했나 보군.
“네. 샴쌍둥이 분리 수술을 한국에서 한다는 겁니까?”
-그래. 사모님의 운영하시는 GH(Good Heart) 재단에서 후원하는 아이들일세.
“혹시 요즘 화제가 된 정호, 현호 형제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정호, 현호 형제는 생후 20개월인 아이들로, 흉부가 붙은 채 태어난 샴쌍둥이였다. 부모들의 딱한 사정과 함께 언론에 소개된 귀여운 아이들이었다.
-그래. 한국에서도 요즘 녀석들이 화제라지?
“네. 웬만한 스타들보다 더 큰 관심을 받고 있죠. 자료를 보니 집도 병원이 연수병원이던데, 제가 참가할 수 있는 건가요?”
-연수병원이 한국 측 아이들을 후원해 주는 병원이라서, 집도 병원은 어쩔 수 없다네. 자네도 알다시피, 샴쌍둥이 분리 수술이라는 게 한두 명의 써전으로 될 일은 아니잖나? 7~80명 정도의 많은 수술진을 갖춰야 하는데, 아무리 우리 팀이 넘어간다고 해도 연수병원 인력만으로는 불가능해. 아마도, 한국의 유명한 병원 흉부외과 써전들도 초청될 거야. 물론 자네도 그중 하나고. 아직 오프 더 레코드지만, 자네는 이번 수술의 메인 보드진으로 합류하게 될 걸세. 윌리엄 캔트 교수님의 적극적인 지지가 있었어. 아, 윌리엄 캔트 교수님도 자문으로 참여할 걸세.
“정말요? 캔트 교수님까지요?”
윌리엄 캔트라는 말이 나오자, 박상우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래. 일단 수술본부장으론 내가 내정됐고, 연수병원 강효석 원장이 수술팀장을 맡을 예정이야. 그리고 자네와 칠성병원 흉부외과 과장인 황창영이 부팀장으로 내정됐어.
“강효석 원장이 팀장을 맡는다고요?”
-이번 수술의 주관 병원이 연수병원이다 보니까 그쪽의 의욕이 상당해. 그리고 강효석 원장이라면 샴쌍둥이 분리 수술을 수차례 집도한 베테랑이잖나.
“그렇긴 하죠. 흠…… 그나저나, 이 정도 규모라면 정말 매머드급이네요.”
-아마도, 지금까지 본 적 없던 엄청난 수술이 될 거야.
“일단은 알겠습니다.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공식적으로 자네 병원에 공문을 보낸 건 아니니까, 일단 함구하고 있는 게 좋을 거야. 내가 하도 입이 근질거려서 먼저 알려 준 거니까.
“알겠습니다.”
-흉부가 부어서 심장이 거의 붙어 있는 환자야. 만만한 수술이 아닐 테니, 각오 단단히 해야 해.
“네, 교수님. 한국에는 언제 들어오실 겁니까?”
-아마도 다음 주 중으론 들어가지 않을까 싶네. 그때가 되면 연수병원에도 수술 캠프가 마련될 걸세.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샴쌍둥이 분리 수술이라……. 그것도 심장이 거의 붙어 있는 환자라니.’
회귀 전, 최고의 써전 자리에 올랐을 때도 해 보지 못한 샴쌍둥이 분리 수술!
박상우의 심장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 * *
띠리리링!
박상우의 전화벨이 울렸다. 발신인은 구매팀 팀장 김용덕이었다.
-교수님, 구매팀 김용덕입니다.
“네, 팀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지난번 기기 도입 건으로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네? 무슨 기기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 지난번에 반려된 심장 MRI 있잖습니까? 그 건 때문에요.
“그건 말씀하신 것처럼 반려되지 않았나요?”
-그렇긴 한데, 원장님께서 재검토하라고 말씀하셔서요.
‘흠……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거야? 그렇게나 완고하게 반대하던 양반이.’
박상우는 의아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재검토요?”
-네. 그래서 말인데, 죄송하지만 기획안을 다시 좀 보내 주십사 해서요. 반려된 기획안은 폐기하는 것이 원칙이라, 우리 쪽에 남아 있는 자료가 없네요.
“그러면 제가 기획안만 보내 드리면 될까요?”
-네. 불편하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웬만하면 우리 선에서 해결하려고 했는데, 한두 푼 하는 기계도 아니고…… 업체 선정이나 견적 비교도 해야 해서, 자료가 필요합니다.
“알겠습니다. 기획안은 가지고 있으니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게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20억이 넘는 기계를 다시 도입한다고?’
박상우는 여전히 믿지 못하겠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 * *
김민준은 정후의 병실로 찾아갔다.
오늘은 VSD(Ventricular Septal Defect: 심실중격결손) 수술 후 재활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정후가 퇴원하는 날이었다.
“우르르, 까꿍! 우리 정후, 이제 신나게 뛰어놀 수 있겠네?”
김민준이 해맑은 표정으로 아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에이, 선생님. 이제 10개월 된 아기가 어떻게 뛰어놀아요?”
옆에서 흐뭇하게 바라보던 아이 엄마가 손을 내저었다.
“그, 그런가요?”
김민준이 민망하다는 듯이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안녕하세요.”
“어머, 교수님 오셨어요?”
그 사이에 병실로 들어온 박상우를 보고, 정후의 엄마가 반갑게 그를 맞이해 주었다.
“오늘 퇴원이시죠?”
“네. 교수님 덕분에, 이렇게 건강하게 퇴원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제 덕분이라뇨. 우리 정후가 꿋꿋하게 이겨내 준 덕분이죠. 이 녀석, 분명히 나중에 크게 될 녀석이에요. 이렇게 힘든 수술을 버텨 내는 걸 보면 말이에요.”
박상우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정후의 볼을 톡톡 건드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교수님!”
정후 엄마의 눈가엔 어느새 이슬이 맺혀 있었다.
“감사하긴요. 어머님께서 마음고생이 심하셨죠. 이제 괜찮을 테니까, 몸 좀 챙기세요. 처음 병원에 오셨을 때 보다 많이 야위셨어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정후 엄마는 감사하단 인사를 반복했다.
“은혜라니요. 저는 나중에 우리 정후가 훌륭한 청년으로 자라 주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생과 사의 경계에서 병마와 싸워 이겨 낸 지금, 의사에겐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김민준 선생, 정후 퇴원 수속 도와드리고 내 방으로 와 주세요. 백설아 선생과 함께요.”
“알겠습니다. 정후야! 이제 집에 가자!”
김민준이 정후의 배를 간지럽히며 말하자, 정후가 까르르 웃었다.
* * *
정후의 퇴원이 끝나고, 김민준과 백설아는 박상우의 연구실을 찾았다.
“교수님, 저희 왔습니다.”
“앉아요. 두 사람,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으세요.”
“네, 교수님, 말씀하십시오.”
두 사람은 조금 긴장된 표정으로 박상우를 응시했다.
“왜 그렇게 긴장된 표정으로 지어요? 전쟁터로 의료 지원 가자고 할까 봐?”
“하, 하하, 교수님이 가자고 하면 당연히 가야죠.”
“저도 국경 없는 의사회에서 활동하는 게 꿈이었어요!”
“하하, 아주 김칫국을 사발로 드링킹하시네. 그런 건 아니고, 사실 말이야…….”
박상우는 두 사람에게 샴쌍둥이의 수술 계획을 설명해 주었다.
“저, 정말입니까? 그 뭐냐, 요즘 아이튜브에서 핫한 그 아이들 말씀하시는 거죠? 정호, 현호 형제요!”
흥분한 김민준이 목소리 톤을 높였다.
“맞아. 내가 그 수술팀에 합류하게 됐어.”
“와! 정말 축하드려요, 교수님! 드디어, 교수님의 실력을 전 세계에 알릴 기회네요!”
흥분한 건 백설아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제 일인 양 손바닥을 마주치며 좋아했다.
“그래서, 두 사람을 수술팀에 합류시키고 싶은데…….”
“교수님! 이 한목숨 다 바쳐 충성하겠습니다!”
박상우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김민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굽혔다.
“그렇게 좋아?”
“그럼요! 의료인으로서 평생 한 번 찾아올까 말까 하는 기회인데요? 저, 정말 이게 꿈은 아니겠죠?”
김민준은 상기된 표정으로 눈을 깜박거렸다.
“김 선생님 말씀이 맞아요. 저도 벌써 가슴이 뛰는데요.”
백설아 역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두 사람 다 허락한 것으로 알고 있을게.”
“당연하죠!”
두 사람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다만, 명심해야 할 게 있어. 김 선생 말처럼 이번 수술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수술이야. 이번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두 사람의 커리어에도 상당한 어드밴티지가 되겠지.”
“…….”
“하지만 우린 환자를 살리는 의사이지,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연예인이 아니라는 거야. 의사로서, 간호사로서 했던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나이팅게일 선서를 잊어서는 안 돼.”
박상우는 단호한 표정을 말했다.
“네. 교수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나이팅게일 선서를 잊지 않도록 할게요.”
두 사람의 표정은 조금 전과 달리, 진지해져 있었다.
* * *
“존스 홉킨스에서 공문이 하나 왔는데 말이야. 자네를…….”
지동철 원장은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박상우에게 공문을 내밀며 말했다.
“아무래도 박 교수가 샴쌍둥이 분리 수술 팀에 합류하게 될 듯하군.”
“네.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반응이 왜 그렇게 시큰둥해? 이 정도 이벤트면 너나 할 것이 덤벼들 텐데 말이야.”
담담한 표정의 박상우가 못마땅했는지, 지동철 원장은 냉소적인 눈빛으로 박상우를 응시했다.
“그렇게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쉽지 않은 수술이에요. 대중의 관심이 높은 만큼, 자칫 잘못해서 실수라도 생긴다면 비난은 감수하기 힘들 테니까요.”
“사람하곤. 자네는 매사가 왜 이렇게 비관적인가? 잘하면 되지. 아무튼, 대통령까지 나서서 관심을 보이는 수술이니까 실수 따윈 없도록 해! 당신은 혼자가 아니야. 우리 명성병원을 대표하는 거라는 걸 명심해.”
명성병원을 대표한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박상우를 울타리 안으로 들이지 않았던 지동철 원장이었기에, 뜻밖의 발언이었다.
‘이젠 나를 인정한다는 건가?’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 이사장님의 관심도 높고 해서, 병원 측에서도 최대한 지원해 줄 거야. 마음껏 실력 발휘해 봐. 자네가 성격은 까칠해도 솜씨 하나는 쓸 만하잖아?”
지동철 원장은 입을 삐죽거리며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단 한 번도 없었던 칭찬이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여쭤보고 싶은 게 하나 있습니다.”
“뭐가 또 궁금해?”
“얼마 전에 구매팀장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아, 그거? 괜히 오버할 것 없어. 자네 때문에 재검토하는 건 아니니까, 거, 뭐냐. 알아보니까 칠성병원, 연수병원에서도 이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더군. 그렇다면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순 없지 않나? 그래서 검토하려는 거니까, 괜한 오해는 마. 그런데 이것들은 조폐공사라도 털었나, 무슨 돈을 이렇게 물 쓰듯이 쓰는 거야?”
지동철 원장은 어색한 헛기침을 하며 견적서를 뒤적거렸다.
“아무튼, 감사합니다.”
“감사할 것 없대도? 자네 때문이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난 할 말 다 했으니까 이만 나가 보게.”
“네, 이만 나가 보겠습니다.”
“아, 맞다. 이거 가져다 먹어.”
박상우가 일어서자, 지동철 원장은 슬그머니 테이블 밑에 있던 상자를 꺼내 들었다.
“이게 뭡니까?”
“홍삼 달인 물이야. 애 엄마가 감사의 뜻으로 준비한 거야. 이것도 안 받을 거야?”
“아뇨, 받겠습니다. 안 그래도 요즘 체력이 달려서 힘들었는데 잘됐군요.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박상우는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래. 곧 있으면 대사를 치를 사람인데, 최소한 우리 병원 망신을 안 시키려면 몸이라도 성해야지. 자네 몰골이 어디 사람 몰골이야? 뼈만 앙상하게 남아서는……. 밥이나 잘 챙겨 먹고 다녀. 그러다가 수술실에서 쓰러지면 죽도 밥도 안 되니까.”
지동철 원장은 답답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철옹성처럼 굳게 닫혀 있던 ‘명성’이라는 거대한 성.
지동철 원장은 굳게 걸어 잠갔던 빗장을 조금씩 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