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Scalpel RAW novel - Chapter (199)
신의 메스-199화(199/249)
199화 티비 스타 (6)
[미쳤다! 본방보다 이게 더 짜릿하네!] [이게 무슨 소설 같은 스토리야! 현실이 소설보다 더 소설이네.]박지은의 캠코더에 담긴 박상우의 응급조치는 그녀의 유튜브를 통해 방송되었고, 그 반향은 엄청났다.
1만, 5만, 10만, 100만…….
박상우의 영상 조회 수는 단숨에 100만을 넘어섰다.
온 국민이 박상우를 연호하며 박상우가 출연한 방송의 재방송을 연신 요청했고, 재방송분의 시청률만 30%를 넘는 대박을 터뜨렸다. 그야말로 경이로운 수치였다. 그만큼, 지금 시점의 박상우는 대세 중의 대세였다.
“하하하, 양 피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한 거야? 쓰러졌다고 했을 땐 정말 식겁했는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을 어떻게 알았겠어? 이런 걸 두고 전화위복이라고 하나?”
현재준 국장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치솟는 시청률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냥, 뭐. 피디의 촉이었죠, 뭐.”
양상준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촉이든 뭐든, 유튜브를 활용한 건 신의 한 수였어.”
“갑작스러웠는데도, 박 작가가 수고 많이 했습니다.”
“박 작가한테는 내가 따로 포상토록 하지. 대박 중에서도 초대박이야. 최근에 시청률이 저조해서 다음 개편 대상 1순위였던 프로가 이렇게 효자 노릇을 할 줄이야?”
“그, 그러면…….”
“그래. 오늘 회의에서 결정된 건데, 일단 이번 개편 대상에서 <휴먼>은 제외하기로 했으니까, 앞으로 잘해 보라고.”
“정말입니까?”
“당연하지! 내가 힘 좀 썼으니까 지금처럼만 잘해 봐.”
“감사합니다, 국장님!”
“근데…… 한 가지 조건이 있어.”
현재준은 자신의 턱을 매만지며 아랫입술을 잘근거렸다.
“네? 조건이요?”
“지금 타 방송국이나 신문사에서 박상우 교수 취재하려고 안달인 거 알지?”
“당연히 그렇겠죠. 지금의 박상우 교수라면, 조금 과장해서 죽은 마이클 잭슨이 살아온다고 해도 넘기 힘든 존재니까요.”
“그래서 말인데, 딱 한 번만 더 박 교수를 모시자고! 지금 우리 서버가 터져 버리기 일보 직전인 건 자네도 잘 알지?”
농담이 아니라, TBS 홈페이지는 박상우의 방송 출연을 요청하는 수천 통의 메일과 게시글로 먹통이 된 상황이었다.
“하아, 그래도 그분이 워낙 방송을 꺼리시는 분이라서요. 게다가 지금은 채연이의 수술에 집중하셔야 할 텐데……. 너무 과한 요구 아닐까요?”
“사람이 왜 이렇게 융통성이 없나? 누가 지금 당장 박 교수를 고정으로 쓰재? 간간이 인터뷰 몇 개 따 오고, 그 채연인가 하는 아이 수술 끝나고 나면 <휴먼>에 한 번 더 출연시키자는 거지.”
현재준은 답답하다는 듯이 눈을 껌뻑거리며 말했다.
“그게 가능할까요?”
“우리가 그 아이 수술비를 전액 지원하면 되잖아. 그 정도 해 주면 박 교수도 마음을 다시 먹지 않겠어?”
“근데…… 이미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채연이 후원회가 조직돼서, 자발적 모금을 하고 있는 거로 아는데…….”
“이 사람아, 그건 그거고! 돈이야 있어서 나쁠 것 있나? 그 아이 부모님도 형편이 어렵다면서?”
“그건 그렇죠.”
“그러니까, 앞으로 아이 키우려면 돈이 한두 푼 드나? 다다익선이라고, 있어서 나쁠 게 없는 게 돈이야. 자네가 박 교수를 잘 좀 설득해 보라고.”
현재준은 비릿한 미소를 띠며 양상준에게 말했다.
“네. 한번 해 보겠습니다.”
“한번 해 보는 게 아니고, 반드시 따와야 해! 만약 우리 방송국이 아닌 타 방송에서 박상우 교수 얼굴이 나오는 순간엔 우리 둘 다 힘들어지는 거야. 무슨 말인 줄 알아? 박 교수 인터뷰는 반드시 우리 TBS 독점이어야 한단 말이야.”
“알겠습니다.”
양상준은 난감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 * *
이번 사건으로 영향을 받는 곳은 방송국만이 아니었다.
“전무님, 어떻게 할까요?”
“뭘 어떻게 합니까? 이미 노블레스 오블리주니 뭐니 하면서, 사람들이 저렇게 떠들고 다니는데……. 게다가 박상우가 이 난리를 떨어 놨으니 어쩔 수 없죠.”
최상엽은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지동철 원장에게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하지만 덕분에 우리 병원 인지도가 엄청나게 올랐습니다.”
“인지도고 뭐고, 청와대까지 관심을 보인 상황이 되어 버렸으니…….”
“네? 청와대까지요?”
“비서실장이 직접 연락까지 했단 말입니다. 아이들 수술 잘 부탁한다고.”
“아…… 그랬군요.”
“병상에 계신 이사장님도 방송 보신 다음 차질 없이 하라고 신신당부를 하셨으니, 지 원장이 직접 챙기세요.”
“네. 제가 잘 챙기겠습니다.”
“이렇게까지 판 키워 놓고 문제 생기면 죽도 밥도 안 되니까, 알아서 하세요.”
“그럼, 아이들 수술비는…….”
“걱정도 팔자십니다. 아이 수술비는 TBS에서 전액 부담하기로 했어요.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지금 당장 아이 병실부터 옮기세요. 기자들이 허구한 날 들이닥치는 데 계속 일반 병실에 둘 순 없잖아요.”
못마땅하지만, 최상엽 전무도 채연이의 수술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조치토록 하겠습니다.”
* * *
그 시각, 박상우의 연구실에서는 인터뷰가 한창이었다.
“네. 지금까지 명성병원의 흉부외과 교수, 박상우 선생님과의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컷!”
아나운서의 마무리 멘트가 끝나자, 양상준 피디가 종료 사인을 보냈다.
“수고하셨습니다.”
“네. 수고하셨어요.”
박상우와 TBS 취재진은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잠시 후, 취재진을 밖으로 내보낸 양상준은 박상우에게 다가가 감사 인사를 했다.
“교수님,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피디님 덕분에 모든 일이 잘 풀렸습니다.”
“잘 풀리셨다니 다행입니다.”
“그, 박 작가님한테도 고맙다고 전해 주세요.”
“꼭 전해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염치 불고하고 부탁드릴 게 하나 있는데요…….”
양상준은 민망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편하게 말씀해 보세요. 한 번 더 방송에 출연해 달라는 말씀만 아니면, 뭐든 들어드릴 수 있습니다.”
박상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됐다는 듯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아…… 그게, 그거예요.”
“네? 그거라뇨?”
“딱! 한 번만! 정말 딱 한 번만 더 방송에 나와 주실 순 없으실까요?”
양상준은 검지를 앞에 내밀며 고개를 조아렸다.
“정말 끈질기시네요. 징글징글합니다.”
박상우는 허탈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진짜! 맹세코! 정말 맹세코 더는 귀찮게 하지 않겠습니다. 딱 한 번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양상준은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어 박상우의 동정심을 끌어내려 했다.
“하, 제가 졌습니다. 피디님 덕분에 채연이 무사히 수술할 수 있게 됐으니까, 이번엔 제가 양보하죠. 하지만 정말 마지막 출연입니다.”
“물론이죠!”
“그러면, 여기에 마지막이라는 각서도 쓰세요. 채연이 수술이 끝날 때까진 귀찮게 하지 않겠다는 내용도 꼭 넣으시고요.”
박상우는 서랍에서 A4 용지를 꺼내 양상준에게 내밀었다.
“하하하, 암요! 당연히 써야죠.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교수님!”
양상준은 온 세상을 얻은 사람처럼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볼펜을 움켜쥐었다.
* * *
그로부터 일주일 후.
“교수님, 이 은혜는 죽어도 잊지 않겠습니다.”
“맞아요! 우리 부부,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교수님!”
특별 휴가를 받아서 나온 오상규 일병과 그의 아내가 눈물을 흘렸다.
“아니에요. 제가 뭘 한 게 있다고요. 전부 어머님과 아버님께서 희망을 놓지 않은 덕분입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교수님. 우리 아이 잘 좀 부탁드려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녀석이 장군처럼 씩씩해서 잘 견뎌 낼 겁니다.”
“그, 그게 우리 채연이는 여자아이인데…….”
“아…… 맞다. 그, 우리 채연이가 워낙 씩씩해서…….”
박상우는 난감하다는 듯이 이마를 긁적거렸다.
“괜찮습니다, 교수님.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젠 익숙한데요, 뭐.”
“자, 우리 공주님? 이제 들어가셔야 할 시간입니다.”
그 순간, 김민준과 백설아가 잠들어 있는 채연이를 스트레처 카에 싣고 나타났다.
“그럼 이만.”
박상우가 채연이 부모님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교수님, 부탁드립니다.”
오상규와 정은선은 허리를 숙여 공손히 인사했다.
박상우와 수술진이 수술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곧 ‘수술 중’이라 적힌 녹색등이 켜졌다.
팡, 팡팡, 팡팡팡!
수술실을 대낮처럼 환하게 밝히는 조명.
채연이는 수술실 가운데에 조막만 한 입으로 호스를 물고 잠들어 있었다.
“이 아이가 무사히 수술을 마칠 수 있도록, 온 국민이 간절하게 기원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 아기 천사를 살려낼 의무가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채연이를 살려 봅시다!”
박상우는 채연이를 물끄러미 내려다본 후,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의지를 다졌다.
“네, 교수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수술, 시작하겠습니다. 백설아 선생, 메스!”
“여기 있습니다.”
박상우가 손바닥을 내밀며 말하자, 백설아가 그의 손 위에 메스를 올려놓았다.
6시간 후, 녹색등이 점멸되고 수술실 문이 열렸다.
그리고 채연이가 누워 있는 스트레처 카가 모습을 드러냈다.
“서, 선생님! 우리 채연이 수술은 어떻게 된 겁니까?”
박상우와 수술진의 모습이 보이자,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채연이의 부모가 득달같이 달려왔다.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채연이가 씩씩하게 잘 견뎌 줬어요. 너무 대견합니다.”
“하아……. 감사합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그제야 긴장이 풀렸는지, 정은선은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이제 PCCU(소아 심장 중환자실)로 옮길 거예요. 조금 이따 3층으로 오시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백설아 간호사가 주저앉은 정은선을 일으켜 세워 주며 부드러운 어조로 위로하듯 말했다.
이렇게, 세간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채연이의 심장 수술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 * *
수술로부터 일주일 후, TBS 공개홀.
방송에 출연하기로 한 박상우를 보기 위해 수많은 방청객이 몰려들어, 공개홀 앞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자,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자 최고의 명의! 박상우 교수님을 소개합니다!”
빵빠빠밤!
사회자 유천석의 소개와 함께 우렁찬 효과음이 울려 퍼지고, 박상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전에 출연했을 때보다도 한층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무대 중앙으로 나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와!”
박상우가 편안하게 인사를 하자, 관객석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자, 지금부터 자리로 돌아가서 박상우 교수님과 얘기를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자, 가시죠, 교수님!”
유천석은 박상우를 자리로 안내하며 말했다.
이렇게, 박상우의 마지막 방송과 함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1년의 해도 저물어 가고 있었다.
* * *
2년 후, 2013년 교수 회의실.
흉부외과 홍성주 교수의 개인 사정으로 과장 자리가 공석이 되었고, 박상우를 단독 후보로 내세운 찬반 투표가 진행되는 날이었다. 지동철 원장을 비롯한 보드진, 그리고 각 과의 모든 교수가 한자리에 모여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잠시 후.
“아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잠시 조용히 해 주십시오. 지금부터 2013년도 흉부외과 과장 선출 찬반 투표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개표가 마무리되자, 사회자가 마이크를 집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