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Scalpel RAW novel - Chapter (23)
신의 메스-23화(23/249)
23화 스타 변호사 (2)
“일주일은 너무 긴데……. 어떻게, 좀 더 빨리 퇴원할 수는 없을까요? 지금 담당한 소송이 워낙 사안이 급해서.”
윤석현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흠, 글쎄요. 그건 좀 쉽지 않을 듯합니다. 기존의 망가진 판막을 제거하고 새롭게 치환한 상태라, 제대로 작동하는지 좀 더 두고 봐야 하거든요. 사실, 일주일도 긴 시간은 아닙니다.”
한정석이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흐음, 아, 알겠습니다. 할 수 없죠.”
윤석현이 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박상우 선생!”
“네. 교수님.”
“윤석현 환자 혈압, 소변량 체크 잘해 주시고 특히 산소 포화도 추이도 신경 써 주세요.”
‘도대체 수술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일단, 차트를 좀 살펴봐야겠어!’
“뭐 해?”
대답이 없자 한정석이 눈썹을 씰룩거렸다.
“네. 아, 알겠습니다.”
당일 밤, TS 의국.
윤석현 환자의 차트를 챙긴 박상우가 업무를 마치고 의국으로 돌아왔다.
박상우의 머릿속은 계속해서 윤석현으로 가득했다. 그가 수술을 받고 난 이후, 갑자기 잔존 수명이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15년은 아무 문제 없을 사람의 잔존 수명이 갑자기 3일 남짓으로 바뀐다는 게 말이 되나? 그렇다면 이번 수술에 뭔가 문제가 있었다는 건데……. 일단 차트부터 살펴보자.’
박상우가 윤석현의 진료 기록이 담긴 차트를 펼쳐 들었다.
‘우리 병원에 오기 전, 다른 병원 심장내과에서 디곡신(Digoxin: 강심제), 와파린(Wafarin: 항응고제)을 처방받아 복용했었군. 와파린을 사용했다면 역시나 승모판 협착이 있었다는 건데…….’
박상우가 차근차근 윤석현의 차트를 읽어 내려갔다.
‘음…… 우리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혈압은 149/99mmHg, 펄스는 분당 73회. 환자는 흉부 통증과 호흡 곤란을 호소했고 이후 CT 촬영 결과, 좌심방 미트랄 밸브(Mitral valve: 승모판)에 트롬 버스(Thrombus: 혈전)가 관찰돼 이중 판막 치환술을 받았어. 일단, 진단과 수술 절차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박상우가 윤석현의 CT 촬영 결과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결론적으로 심장내과의 진단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CT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도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전형적인 대동맥판 폐쇄 부전이었으며, 이에 따라 수술을 시행한 것까지 타당한 조치였다.
‘그렇다면 수술 과정에서 뭔가 뜻밖의 문제가 생겼단 말인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흐음, 박상우가 차트를 분석하며 가느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박 선생님! 윤석현 환자가 이상합니다. 빨리 가 보셔야 할 것 같아요!”
박상우가 수술 일지를 펼쳐 들려는 순간, 윤석현의 담당 간호사인 안현선이 의국으로 뛰어 들어왔다.
“네? 무슨 일입니까?”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아요. 윤석현 환자의 혈압이 계속 떨어집니다!”
“네.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가도록 할게요!”
* * *
박상우와 안현선 간호사가 서둘러 윤석현의 병실을 찾았다.
“아아, 아아아아!”
병실로 들어가니 윤석현이 가슴을 쥐어뜯으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안 선생님, 혈압 체크 해 주세요!”
“네. 확인했습니다.”
“수치가 어떻게 됩니까?”
“현재 95/65mmHg입니다.”
“그래요? 일단, 도부타민(Dobutamine: 혈압 상승제) 투여합시다!”
“네.”
박상우의 지시에 안현선 간호사가 윤석현에게 도부타민을 투여했다.
“지금은요?”
“네, 조금씩 올라갑니다.”
“얼마나요?”
“100/75mmHg입니다.”
“휴, 다행이군요. 일단은 도부타민을 투여했으니 2시간 정도 경과를 지켜봅시다. 그래도 혈압이 올라가지 않으면 노르에피네프린을 식염수에 희석해서 1A 투여해 주십시오.”
“네. 선생님!”
“윤석현 환자분, 지금 몸 상태는 어떠세요?”
조치를 마친 박상우가 고개를 돌려 윤석현에게 물었다.
“가, 가슴은 괜찮은데, 수술하고 난 후부터 자꾸 배가 아픕니다. 너, 너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어요! 진통제라도 처방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윤석현이 복부를 움켜쥐며 괴로워했다. 그가 오만상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아! 단순한 복통이 아니야. 분명 뭔가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어. 내일 바로 복부 CT를 찍어 봐야겠다.’
“바, 박 선생님! 여, 여기 좀…….”
그 순간, 안현선 간호사가 윤석현이 누워 있는 침대 시트를 가리켰다.
‘헤마투리아(Hematuria: 혈뇨)!’
윤석현의 환자복 하의가 붉게 물들어, 혈뇨가 침대 시트에까지 번져 있었다.
‘큰일이군! 문제가 심각해!’
“환자분, 언제부터 이렇게 혈뇨를 보셨습니까?”
“그, 그게. 한…… 두어 시간 된 것 같습니다. 저도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는데 변기가 시뻘겋게 변해서 까, 깜짝 놀랐어요.”
어제까지만 해도 역동적으로 업무에 전념하던 윤석현이 지금은 식은땀을 흘리며 힘겨워했다.
“안 선생님! 소변량 좀 확인해 주시겠습니까?”
“네. …… 박 선생님, 너무 심각한데요? 80cc밖에 되지 않습니다.”
“윤석현 씨, 오늘 종일 보신 소변이죠?”
“네. 한 시간 단위로 통에 소변을 보고 기록하라고 해서 해 뒀습니다. 저기요!”
윤석현이 벽에 붙어 있는 소변 점검표를 가리켰다.
‘핍뇨 증세! 시간당 10cc가 채 되지 않는다! 이러다 유레미아(Uremia: 요독증)가 올 수도 있어.’
“선생님! 그나저나, 통 소변을 볼 수가 없어요. 아랫배도 뻐근하고요.”
거의 울상이 돼 버린 윤석현. 그가 괴로워하며 자신의 배를 움켜쥐었다.
‘수술에 문제가 생긴 게 틀림없어! 빨리 조치해야 해!’
윤석현의 잔존 수명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꿀꺽. 그의 이마를 응시하는 박상우가 목울대를 꿀렁거렸다.
“선생님, 이뇨제 투여해 주세요. 구강 투여해 주시고 증세가 나아지지 않으면 정맥에 주사해 주세요. 그리고 환자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진통제도 좀 투여해 주십시오. 전 한정석 교수님께 연락하겠습니다.”
레지던트 1년 차로서 박상우가 할 수 있는 조치는 아직 아무것도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환자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별일 없을 겁니다. 지금은 혈압도 정상으로 돌아온 상태니 내일 바로 복부 CT를 찍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아, 알겠습니다. 그, 그나저나…… 저, 괜찮은 거죠?”
그가 힘겹게 마른침을 삼켜 넘겼다.
“물론입니다. 제가 낮에 말씀드렸잖습니까?”
“아, 마흔다섯 살까지 산다고요?”
그가 와중에도 흐릿한 미소를 띠었다. 매사 긍정적인 태도의 사람이었다.
“아뇨! 더 오래 사실 겁니다.”
박상우가 고개를 내저었다.
“후후후, 감사합니다.”
윤석현이 희미한 미소를 띠며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안 선생님, 윤석현 환자 문제 생기면 바로 연락 주세요.”
“네. 그럴게요. 그나저나, 환자 상태가 심상치 않은데 한 교수님께 빨리 보고해야 하지 않을까요?”
안현선 간호사가 걱정스러워하며 물었다.
“네. 그렇지 않아도 바로 연락드리려 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환자 상태 잘 좀 체크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박상우는 TS 의국으로 돌아와 즉시 한정석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교수님, 저 박상우입니다.”
“누구라고?”
깊은 잠에 빠져 있었는지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
“네, 저 윤석현 환자 담당 박상우입니다.”
“어어, 근데 왜? 지금 몇 시야?”
“네. 새벽 1시입니다.”
“그래?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야?”
“교수님, 윤석현 환자가 심상치 않습니다.”
“뭐? 뭐가 심상치 않은데?”
대수롭지 않은 듯 퉁명스러운 말투였다.
“그게, 한 시간 전부터 혈압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네. 95/65mmHg까지 떨어져서 도부타민 투여했습니다.”
“그래? 잘했네. 그래서 지금은?”
“100/75mmHg까진 올라간 상태입니다.”
“그럼 됐네. 한 두어 시간 더 경과 지켜보다가 더 떨어지면 에피네프린 1 앰풀 더 투여해 줘. 괜찮을 거다. 그나저나 심장 수술한 환자가 혈압 좀 떨어지는 게 뭐 대수라고 위 연차 애들 건너뛰고 나한테 바로 콜을 해? 너 미국에서 왔냐?”
한정석 교수가 잔뜩 잠긴 목소리로 짜증을 냈다.
“그것뿐만 아니라, 윤석현 환자가 핍뇨에 헤마투리아까지 봤습니다. 아무래도 상태가…….”
“야, 이 새꺄! 내가 지금 괜찮다면 괜찮은 거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지금 나한테 가르치려 드는 거야?”
“그, 그게 아니고.”
“뭐가 그게 아니고야? 전신마취를 했으니까 소변량이 준 거 아냐? 그거야 이뇨제 투여하면 되는 거고.”
한정석이 순간 욱하며 버럭댔다.
“죄송합니다. 교수님! 그렇긴 해도…….”
“뭐가 그렇긴 해도야? 당장 전화 끊어! 그리고 경고하는데, 앞으로 위 연차 거쳐서 올라와라. 이렇게 건방지게 다이렉트로 전화질하지 말고. 알았어? 건방진 새끼! 내가 수술을 잘못하기라도 했다는 거야?”
“교수님! 교수님!”
뚝, 한정석이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하, 예나 지금이나 성질 한번 지랄 같은 인간이군.’
박상우가 통화가 끊긴 핸드폰을 한참 내려다보았다.
‘시간이 없다! 한정석을 움직이게 하려면 일단 뭐가 잘못됐는지부터 찾아봐야겠어. 분명 수술 과정에서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게 틀림없다!’
박상우가 수술 기록지를 펼쳐 들었다.
‘흠, 흉부를 절개하고 대동맥과 상하 대정맥을 도관에 집어넣고 인공 심폐기에 연결한 다음, 체외순환 시킨 후에 심장판막을 치환했어. 그렇다면 여기까진 문제가 없는데…….’
박상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가 계속해서 차트를 넘겨 보았다.
‘그, 그래! 바로 이거야! 이 부분에서 실수가 있었던 거야!’
그렇게 유심히 차트를 살펴보기 30여 분, 박상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박 선생님! 박 선생님!”
그 순간, 안현선 간호사가 황급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무슨 일입니까?”
“윤석현 환자, 상태가 나쁩니다! 빨리 가 보셔야 할 것 같아요!”
안현선 간호사가 다급한 목소리로 박상우를 향해 손짓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모르겠어요. 갑자기 혈압이 떨어지고 옥시전 세츄레이션(Oxygen saturation: 산소 포화도)이 81%까지 떨어졌습니다!”
다급한 표정의 안현선 간호사.
“이런……! 저는 윤석현 환자한테 가 볼 테니까. 안 선생님이 교수님 좀 콜 해 주세요. 빨리요.”
“네. 선생님!”
“일단, 노르에피네프린 1 앰풀하고 이뇨제 좀 주십시오.”
“네. 여기 있습니다.”
안현선 간호사가 서둘러 주사제를 박상우에게 넘겼다.
“그리고, 오실 때 산소마스크 가지고 오셔야 합니다. 동맥혈 가스 검사 준비도 해 주시고요!”
지시를 마친 박상우가 서둘러 윤석현의 병실로 발길을 돌렸다.
일반적인 산소 포화도는 95~90% 사이가 정상이며 90% 이하로 떨어지면 문제가 발생한다. 80% 이하로 떨어지면 상당히 위급한 상황이었다. 윤석현의 산소 포화도가 81%였으니 응급 상황이 틀림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윤석현 환자실.
“박 선생님, 산소마스크 준비했습니다.”
안현선 간호사가 장비를 준비해 올 즈음, 박상우의 신속한 조치로 윤석현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은 뒤였다.
“네. 수고하셨어요. 일단, 분당 15l 정도씩만 산소를 투여합시다.”
“네. 선생님!”
“어? 윤석현 환자 혈압이 어느 정도 잡혔네요?”
안현선 간호사가 윤석현의 얼굴에 산소마스크를 씌우며 심전도 모니터를 확인했다.
“네. 일단 최악의 상황은 면했습니다. 그나저나, 한정석 교수님은 언제 오십니까?”
“글쎄요.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셨습니다.”
“후우, 그래요? 좀 더 기다려야겠군요.”
박상우가 손목시계를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흠, 걸어서도 충분히 30분이면 오는 곳인데, 한 시간이라니! 이 인간, 도대체 뭐 하는 인간이야!’
[잔존 수명: 2일 19시간 42분 51초, 50초, 49초…….]점점 줄어드는 시간.
박상우가 옅은 숨을 몰아쉬는 윤석현의 이마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