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Scalpel RAW novel - Chapter (237)
신의 메스-237화(외전 18화)(237/249)
외전 18화. 대통령이 아프다 (1)
2022.04.05.
박상우 과장실.
박상우가 비서실장 윤태호에게 대통령의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대통령이 폐암에 걸렸다는 충격적인 소식.
망연자실한 윤태호 비서실장이 한참 동안 고개를 젖힌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그렇게 10여 분 정도를 눈을 감고 있던 그가 자신의 이마를 두드리며 눈을 떴다.
“그럴 수 없습니다!”
윤태호 비서실장이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즉, 지금은 대통령의 수술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비서실장님, 대통령님의 건강을 먼저 걱정하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박상우 교수님, 저 대통령님 곁에서 30년을 모신 사람입니다. 왜 가슴이 찢어지지 않겠습니까?”
이장수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하면서부터 그의 곁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그였다.
지금의 상황이 왜 괴롭지 않으랴.
게다가, 여소야대의 정국. 정권은 잡았지만, 국회는 이미 야당이 점령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가뜩이나 허니문 기간도 없이 대여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는 야당이었기에, 윤태호 실장으로서도 지금의 상황이 엄청나게 곤혹스러웠으리라.
“…….”
이를 잘 알기에 박상우도 아무 말 없이 일단 그의 말을 들어 보려 하는 것 같았다.
“대통령님이 제 피붙이였으면 당연히 그랬겠지요. 하지만. 그 자린 아파서도 안 되며, 설사 그렇게 아프다고 해도 아픈 티를 내시면 안 됩니다. 그게 바로 대통령입니다. 곧 있으면 ‘국민과의 대화’가 있고, 곧 미국 대통령 방한이 예정돼 있습니다. 지금은 절대 안 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할 작정입니까?”
“음, 그래서 여쭤봅니다. 그 폐선암이라는 것이 촌각을 다투는 병입니까?”
윤태호 비서실장의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네. 촌각을 다투는 병입니다. 아직 림프절까지 전이가 되진 않았지만, 림프절에 전이되면 굉장히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이대로 놔두면 감당하지 못할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후우, 미국 대통령 방한 때까지만 어떻게 버틸 수 없겠습니까?”
“지금 저와 사람의 목숨을 놓고 흥정을 하자는 겁니까?”
박상우의 표정의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게 아니라…….”
“전, 대통령의 주치의입니다. 대통령의 몸에 이상이 생겼으면 그걸 치료하는 것이 제 역할이자 책임입니다. 전 지금 비서실장님과 수술 일정을 상의하려 한 것이지, 수술 여부를 결정하려고 한 것이 아닙니다.”
“하아, 저도 압니다. 지금 수술하지 말자고 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조금만 연기하자는 것 아닙니까?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까요.”
윤태호 비서실장이 답답한 듯 안경을 벗고는 마른세수를 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연기할 수 있죠. 비가 오면 우천으로 야구경기는 연기가 되죠. 폭설이 내리면 제아무리 월드컵 경기라도 연기할 수밖에 없겠죠.”
“맞아요! 그래서 제가 박 교수한테 이렇게 사정하는 것이 아닙니까?”
박상우가 조금 틈을 보이자 윤태호 비서실장의 그 틈을 파고들었다.
“그런데 약간 다른 게 있어요. 그 경기들은 날이 맑으면 재개할 수 있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아요. 야구나 축구 경기와 달리, 다음이 없을 수도 있단 겁니다.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겠습니까?”
“…….”
박상우의 말에 입술만 잘근거릴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윤태호였다.
“결국, 수술을 강행하시겠다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비서실장님께서 자꾸 이런 식으로 방해를 하신다면, 직접 대통령님께 말씀드리고 수술 일정을 잡도록 하겠습니다.”
“아, 아닙니다! 제가, 제가 말씀드리도록 하죠.”
“그래요? 그러면 그렇게 하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겠습니다. 혹시 다음 주에 있을 ‘국민과의 대화’까지는 연기가 가능하겠습니까?”
“……그것도 일단 대통령님의 상태를 봐 가면서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아, 그것도 안 되는 겁니까?”
윤태호 실장의 목소리에 조금은 짜증이 섞인 듯했다.
“다만, 지금 컨디션을 유지하신다면 가능할 것 같긴 하군요.”
그의 심정도 이해를 못 하는 바가 아니기에, 더 이상 빡빡하게 굴 수 없는 박상우였다.
“네. 일단은 가능하단 말씀으로 알겠습니다.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박상우가 말을 바꿀세라, 윤태호 비서실장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이장수 대통령 VIP 병실
“어서 와요. 박 교수!”
박상우가 병실 안으로 들어가자 이장수 대통령이 손을 흔들었다.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지만,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는 그였다.
“네. 컨디션은 어떠십니까?”
“허허허, 좋아요! 아주 좋습니다.”
“네. 다행이군요.”
“내가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될 팔자인지 모르겠군요?”
“그럼, 일반 병실로 옮길까요?”
“좋죠!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 국민과 소통도 할 수 있고 얼마나 좋습니까?”
“어휴, 하여간 제가 무슨 말씀을 못 드리겠습니다. 대통령님한테는.”
“허허허, 대통령은 뭐, 딱지치기해서 된 줄 아십니까? 제 몸이 그렇게 비리비리했던 겁니까? 젊었을 땐 나름 강골이란 소릴 들었는데 말이죠.”
이장수 대통령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물었다.
“대통령님, 괜찮으십니까?”
“괜찮다마다요. 30년 넘게 정치하면서 죽을 뻔한 고비가 어디 한두 번이었겠습니까? 이 정도 속을 끓여댔으면 암 덩어리 하나 정도는 있으려니 했습니다.”
허허허, 여전히 여유를 잃지 않은 이장수 대통령이었다.
“생각보다 심각한 건 아닙니다. 그리고 제가 집도할 테니 너무 걱정 마십시오.”
“맞습니다! 천하의 박 교수님이 계시는데 뭐가 걱정이겠습니까? 전, 박 교수를 믿습니다.”
“네. 지금처럼 컨디션만 잘 유지하고 계시면, 큰 문제 없이 제거될 겁니다. 별거 아닙니다.”
암이라는 게 크고 작건 간에 어디 가벼울 수 있겠는가?
아무리 가벼운 수술이라 해도, 제아무리 자신이 있다 해도, 그 어떤 환자들 앞에서도 장담이라 걸 해 본 적이 없는 박상우였다.
하지만, 지금 그 앞에 누워 있는 사람은 대통령이었다.
지금 이 사람의 건강에 우리나라의 운명이 걸려 있었기에, 무조건 살려 내야 했다.
조금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됐다.
위험한 병이라고, 수술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실드를 칠 일이 아니었다.
대통령 주치의란 자리는 바로 그런 자리였다.
어려운 수술이니 실패하더라도 이해해 달라고 할 자리가 아닌 것.
결국, 박상우는 일종의 자기최면을 걸고자 함이었다.
“하하하, 괜히 저 안심시키려고 그러는 건 아닙니까?”
“정 그러시면 서운병원이나 신라병원으로 옮기시든가요. 환자가 의사 말을 못 믿으신다면, 저 역시 어쩔 수가 없지요. 비서실장님께 말씀드릴까요?”
“아이고, 무슨 그런 소릴! 농담으로 던진 말을 그렇게 받으시면 어떡합니까?”
이장수 대통령이 박상우의 옷소매를 잡아끌었다.
“그러면, 지금부터 제 말을 잘 들으십시오.”
“물론입니다. 저도 아직 할 일이 많은 사람입니다. 하아, 그나저나 비서실장이 교수님한테 무리한 요구를 한 것 같은데, 그건 박 교수가 이해해 줘요. 그 사람도 나름대로 충격이었을 테니까. 그 사람 나랑은 친형제지간이나 다름없는 사람입니다.”
“네. 이해합니다.”
“박 교수, 고마워요. 그나저나, 비서실장 말로는 ‘국민과의 대화’까지는 수술 없이 그럭저럭 버틸 수 있다고 하던데, 맞습니까?”
“네. 다만 대통령님께서 지금의 컨디션을 유지하신다는 전제입니다. 조금이라도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국민과의 대화가 아니라, 하느님과의 대화라도 취소시킬 예정이니까요.”
“허허허, 시어머니가 따로 없구먼.”
“뭐. 그럼 주치의 자리 무르시든가요?”
“하여간, 사람하곤! 알았어요. 군소리 안 하고 박 교수가 하라는 대로 함세.”
“암요. 그러셔야죠.”
“하아, 사랑하는 우리 국민을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부탁함세.”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래. 박 교수가 내 곁에 있어 더없이 든든하구먼.”
이장수 대통령이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
* * *
박상우 과장실
몇 가지 검사를 마친, 김윤찬이 검사결과를 들고 내 방을 찾아왔다.
이장수 대통령의 검사결과는 병원 1급 비밀에 해당되었다.
이장수 대통령의 코드 네임은 ‘X’
피검사자의 나이도, 성별도, 당연히 이름도 1급 비밀이었다.
박상우와 윤상부 진료 부원장, 그리고 백설아 간호사와 실무자인 김윤찬까지. 오로지 이 네 사람만이 대통령의 정체를 알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검사결과를 열람하고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은 오로지 박상우와 윤상부 진료부원장 단둘뿐이었다.
종합진료시스템 역시 3단계로 잠금장치가 되어 있었고, 최상위 단계인 1단계에는 오로지 박상우만 로그인할 수 있었다.
그만큼, 대통령의 건강상태는 특급 비밀이었다.
“김윤찬 선생,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네. 대통령님이 이곳에 오신지 벌써 3일 차야.”
“네. 명심하고 있습니다.”
“노파심에 당부하지만, 의국에서도 당직실에서도 그 어떤 말도 삼가도록!”
“네. 걱정 마십시오.”
“그래. 대통령님의 컨디션은 어떤가?”
“네. 괜찮아 보이셨습니다.”
“혈압은?”
“118/88을 유지하고 계십니다.”
“좋군. 가래나 기침은 좀 어떠신가?”
“잔기침은 좀 하시는 것 같은데 많이 호전된 것 같고, 가래는 많이 옅어지셨습니다.”
“피가 섞여 나오거나 하지는 않는 거지?”
“네. 그렇습니다.”
“좋아. 언제든지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바로 보고토록 해.”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여기 혈액검사 가지고 왔습니다.”
혈액검사 차트 역시 랩에 씌워져 있었으며, 누군가의 손이 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간인이 찍혀져 있었다.
“그래요. 바쁠 텐데 나가서 일 봐요.”
“그런데, 교수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김윤찬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말해 봐. 뭔지.”
“음……. 오늘 아침에 세아일보 기자라는 분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여기.”
[세아일보 정치부 기자, 정호연]김윤찬이 명함 한 장을 박상우에게 내밀었다.
“세아일보, 정 기자?”
“네. 그렇습니다.”
“기자가 왜?”
“교수님, 기자가 찾아왔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 기자가 절 찾아왔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김윤찬이 제법 심각한 표정으로 답했다.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정치부 기자가 김윤찬을 찾아왔다는 것. 그리고 김윤찬이 박상우의 팀에 속에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즉, 언론 쪽에서 뭔가 냄새를 맡았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 김윤찬의 생각이었고, 박상우 역시 직감적으로 그걸 캐치할 수 있었다.
“지금 교수님께서 걱정하시고 있는 일이 이미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음, 그래서 그 정 기자란 사람이 뭘 묻던가?”
“네. 일단 별다른 걸 물어보지는 않았습니다. 대통령님이 이곳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계시는 게 맞냐는 정도?”
“그래서 뭐라고 했나?”
“대통령님이 우리 병원에 계십니까? 라고 되물었습니다.”
“후후후, 그러니까 뭐라던가?”
김윤찬은 확실히 똑소리 나는 제자임이 틀림없었다.
박상우가 흐뭇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랬더니 그냥, 웃더군요. 아무튼, 뭔가 언론 쪽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음, 그런 것까지 자네가 신경 쓸 필요는 없어. 아무튼, 이렇게 된 이상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기자가 김윤찬을 찾아왔다?
이건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