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Scalpel RAW novel - Chapter (238)
신의 메스-238화(외전 19화)(238/249)
외전 19화. 대통령이 아프다 (2)
2022.04.07.
-안녕하십니까, 윤상필입니다.
과거 정호, 현호 샴쌍둥이 수술 당시 인연을 맺은 윤상필 보도국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네. 윤 국장님, 오랜만입니다.”
-박 교수님을 잠시 뵈었으면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무슨 일 때문인지 말씀해 주시면 가능 여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른 건 아니고, 요즘 이쪽 바닥에서 좀 이상한 소문이 돌아서요.”
“이상한 소문이요?”
-대통령님의 건강에 관한 소문입니다. 여의도 쪽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그렇습니까? 저로서는 금시초문이군요.”
-대통령 주치의가 모르면 누가 알겠습니까? 그러지 마시고, 저도 제가 알고 있는 보따리 하나를 풀어 놓을 테니, 교수님도 하나 풀어 주시죠. 이미 다른 언론사에서도 냄새를 맡은 것 같은데, 이왕이면 저한테 주시는 쪽이 낫지 않겠습니까?
“저에겐 딱히 풀어낼 보따리가 없어서요.”
-흐음…… 그럼 저와 차라도 한잔하시는 건 어떠신가요? 박 교수님께 폐 끼치는 일은 절대 하지 않겠습니다.
“뭐, 차 한잔하는 거라면 편히 오십시오. 그건 대접해 드릴 수 있습니다.”
윤상필 국장이라면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그런 소문이 돌고 있다면, 박상우로서도 여의도나 언론 쪽에서 어느 정도까지 알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알겠습니다. 바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토록 철저하게 언론을 통제하고 보안을 유지했건만, 외부에서는 대통령의 건강 문제로 온갖 소문들이 나돌고 있는 모양이었다.
* * *
“교수님, 저 왔습니다.”
그날 오후, 윤상필 보도국장이 손에 무언가를 들고 박상우의 과장실을 찾아왔다. 어딘가 잔뜩 기대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앉으시죠.”
“네, 교수님. 이사장으로 취임하셨는데 이제야 찾아뵙네요. 늦게나마 이사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이건 제 성의니까 받아 주십시오.”
윤상필 보도국장이 조그마한 난 화분 하나를 건네주었다.
“축하받을 일인지는 잘 모르겠군요. 그리고 선물을 받을 수는 없어서, 마음만 받도록 하겠습니다.”
“어휴, 비싼 거 아닙니다. 그냥 제 성의를 생각해서 받아 주십시오.”
“국장님, 이거 버려도 되는 겁니까? 식물도 아까운 생명인데 그럴 수는 없잖아요?”
“하여간, 못 말리겠군요. 알겠어요. 가져갑니다, 가져가.”
윤상필 보도국장은 눈살을 찌푸리며 난을 다시 제 옆자리에 두었다.
“네. 그렇게 하시죠. 그나저나, 차는 어떤 거로 드시겠습니까?”
“사실 차는 괜찮습니다. 제가 궁금한 게 좀 있어서 말입니다.”
윤상필이 자신의 입술에 침을 둘렀다.
“차 한잔하러 오신 것 아닙니까? 전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요?”
박상우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너스레를 떨었다.
“하아, 지금 차가 중요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지금 여의도 쪽이나 언론 쪽은 난리가 났습니다. 아주 폭풍전야예요!”
“그쪽은 원래 난리가 나야 정상인 곳 아닙니까? 조용하면 더 이상한 곳이죠. 그래도 오셨으니 차 한 잔은 꼭 드시고 가십시오. 좋은 홍차가 있는데 드시겠습니까?”
“하아,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박상우가 홍차를 내왔지만 윤상필은 그 뜨거운 홍차를 단숨에 마셔 버리곤 입을 열었다.
“교수님, 저에게만은 조금만 열어 주십시오. 비밀은 철저하게 지켜 드리겠습니다.”
속이 타는지, 윤상필 보도국장이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헤쳤다.
“어떤 걸 열어 달라는 겁니까?”
“하아, 대통령님이 단순히 건강검진차 명성에 입원하신 건 아니지 않습니까?”
‘아직 대통령이 무슨 병을 앓고 있는지는 모르나 보군. 그저 추측만 하고 있을 뿐이야. 그나마 다행인 건가.’
윤상필의 말에, 박상우는 고개를 내저으며 대답했다.
“건강검진차 오신 것이 맞습니다.”
“정말 이러실 겁니까? 잘 아시지 않습니까, 제 입 무거운 거.”
‘기자 시절엔 그랬죠. 하지만 지금은 보도국장이지 않습니까? 자리가 높아진 만큼, 마음의 때도 끼었겠지요.’
“그럼 제 입도 무겁다는 걸 잘 아시겠군요.”
“하아…… 좋습니다. 제가 먼저 보따리 하나를 풀도록 하죠. 지금 야당 쪽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대통령님에겐 예전부터 건강상의 문제가 있었는데, 여태까지 숨겨 왔다는 거죠. 이를 공론화해서 파상공세를 펼칠 작정인 것 같아요. 대통령에 당선되려고 심각한 건강 문제를 숨겼다는 거죠. 정부 수반의 건강 문제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니까 말입니다.”
“그렇군요.”
“그러니까, 그쪽 계열 언론사에서 선수치기 전에 우리가 방패를 만들어 드리겠다는 겁니다. 박 교수님이 정확한 소스만 주신다면 말입니다. 우리 신문사가 친여당 쪽이지 않습니까?”
윤상필 보도국장은 약을 팔려는 듯 말을 길게 이어 갔다.
“좋은 정보 감사하군요.”
“제 보따리를 하나 풀었으니, 교수님도 하나 풀어 주시죠. 그래야 공평한 거 아닙니까?”
“그래요. 저도 좋은 정보를 들었으니, 그 보답은 해야겠지요.”
“도대체 대통령님이 어디가 안 좋으신 건가요? 위험한 겁니까?”
윤상필은 의자를 바짝 당겨 앉으며 물었다.
“잠시만요. 천천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차근차근 말씀해 주시죠. 아, 실례가 안 된다면 녹음을 좀 해도 되겠습니까?”
윤상필 보도국장이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네. 좋을 대로 하시죠.”
“감사합니다. 그럼 말씀해 주십시오.”
윤상필은 소형 녹음기를 한 손에 쥔 채로 박상우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국장님, 혹시 고고당이란 말을 들어 보셨습니까?”
“고고당이요? 그게 뭡니까?”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이 세 가지 성인병을 고고당이라고 한답디다.”
“아, 그거야 우리 나이쯤 되면 한두 개씩은 가지고 있는 것 아닙니까?”
“네. 뭐, 보통 40대가 넘어가면 다들 하나둘씩 생기는 병이죠. 저도 고지혈증은 조금 가지고 있고요.”
“그렇겠죠. 건강검진 하면 웬만한 중장년층은 다 나오는 거니까요.”
“맞습니다. 바로 그거예요. 대통령님도 저처럼 고지혈증이 좀 있으시더군요. 식습관 좀 바꾸고, 약 드시면 괜찮아지시겠지만요.”
“그리고요?”
“그게 다인데요?”
박상우가 양손을 펼쳐 들었다.
“하아, 지금 절 놀리시는 겁니까? 그게 다라뇨?”
박상우의 태도에 짜증이 나는지, 윤상필이 입술을 잘근거렸다,
“아니, 정말 그게 다입니다. 없는 병을 지어서라도 말씀해 드릴까요?”
“정말 이러실 겁니까?”
윤상필은 실망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몸을 뒤로 젖혔다.
“그게 답니다. 아, 하나 더 있는데…….”
“그게 뭡니까?”
윤상필의 몸이 스프링처럼 튕겨 나왔다.
“이건 진짜 일급비밀인데. 윤 국장님한테만 말씀드리는 겁니다.”
“네, 얼른 말씀해 주십시오.”
윤상필은 다시금 녹음기를 가져다 대며 박상우에게 집중했다.
“대통령님, 탈모 증세가 있습니다. 지금 관리 못 하면 나중에 이렇게 되실 수도 있어요.”
박상우가 양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까 보였다.
“……그게 뭡니까?”
“이거 진짜 일급비밀입니다. 제가 특별히 윤 국장님한테만 알려 드리는 거예요.”
“하아, 내가 미쳤지. 뭘 뽑아먹을 게 있다고 여길 찾아왔는지…… 제가 완전 호구입니다, 호구!”
윤상필은 고개를 내저으며 몸을 뒤로 젖혔다.
“대통령님, 건강에 아무런 이상 없습니다. 그러니 괜히 헛된 루머 양산하지 마시고. 그런 사람들 만나면 입조심 하라고 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혹시라도 뭔가 하실 말씀 있으시면 저한테 바로 연락 주십시오. 다른 신문사에 괜히 던져 주지 마시고요.”
“그렇게 하죠. 아마 그럴 일은 없겠지만요.”
“그래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막 대통령에 당선되셨는데, 아무 일 없어야죠. 우리나라를 위해서라도.”
“윤 국장님의 애국심은 잘 알고 있지만, 괜한 추측은 하지 말아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윤상필 보도국장은 아무것도 얻은 것 없이 돌아갔지만, 박상우의 심기는 편치 않았다.
‘이렇게 언론이 목을 조여 오면 언젠가 터지게 될 텐데…….’
박상우의 머릿속이 점점 복잡해져 가는 상황이었다.
* * *
박상우는 이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서 윤상부 부원장과 함께 윤주태 원장실을 찾았다.
“원장님, 비서는 물론이고 전화선과 통신선까지 전부 차단해 주십시오.”
“음, 날 의심하는 건가?”
윤주태 원장이 섭섭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아뇨. 원장님은 믿지만, 최첨단 IT 장비들은 믿을 수 없습니다. 저도 오늘부터는 인트라넷 외에 모든 통신 장비는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그건 윤상부 부원장님도 마찬가지고요.”
“맞습니다, 원장님. 저도 진료 정보 시스템 외엔 아무것도 사용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물론, 휴대폰도 당분간은 쓰지 않을 거고요. 이거 말고는요.”
윤상부 부원장이 허리에 찬 삐삐를 내보였다.
“하아,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겁니까?”
두 사람이 먼저 솔선수범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윤주태 원장이 볼멘소리를 냈다.
“네. 당분간은 그래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언론 쪽에서 냄새를 맡은 것 같아서요.”
“어쩐지 요즘 부쩍 언론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더니만…….”
“설마, 그 인터뷰에 응하신 건 아니시죠?”
“이 사람아! 내가 그렇게 천지 분간도 못 하는 놈은 아닐세! 사람을 어떻게 보고.”
윤주태 원장이 불쾌하다는 듯이 입을 삐죽거렸다.
“잘하셨습니다. 절대 언론과 접촉하시면 안 됩니다.”
“당연하지. 그나저나, 그분 수술은 어떻게 하기로 한 건가?”
“일단, ‘국민과의 대화’ 이후 일정으로 수술을 잡으려 합니다.”
“그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잖아?”
“네. 다음 주 화요일이니, 이제 3일 남았습니다. 그동안은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해야 합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하지만, ‘국민과의 대화’까지는 어떻게 넘어간다 쳐도, 그 이후는? 그 이후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아무리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한다 해도 쉽지 않을 거고, 언젠가는 뚫리게 될 텐데 말이야.”
윤주태 원장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건 원장님 말이 맞아. 나도 그 부분이 걱정일세. 요 며칠이야 어떻게든 버텨 본다지만, 그다음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비밀 유지에도 한계가 있어.”
“…….”
“수술에 회복, 그리고 재활까지.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숨길 수는 없을 거야. 어디 한 군데라도 터지면 모든 게 와르르 무너질 테니 말이야.”
윤상부 부원장 역시, 윤주태 원장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 교수, 부원장 말이 맞네. 게다가 곧 있으면 한미 정상회담이 있지 않나? 대통령님이 그때까지 완벽하게 회복되신다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
“젠장, 이러다가 괜히 우리 병원만 덤터기를 쓰는 거 아닌지……. 아, 미안하네. 내가 괜히 흥분해서.”
윤주태 원장이 답답하다는 듯 안경을 벗고 눈을 꾹꾹 눌렀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저한테 생각이 있으니까요.”
“생각? 무슨 좋은 아이디어라도 있는 건가?”
윤상부 부원장과 윤주태 원장이 동시에 반응했다.
“뭐.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담을 좋아하잖아요. 그렇게 한번 해 보려고 합니다.”
“미담?”
“미담이라고? 무슨 미담?”
박상우의 말에 두 사람은 짐작도 가지 않는다는 듯 눈만 깜박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