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Scalpel RAW novel - Chapter (91)
신의 메스-91화(91/249)
91화 복마전 (1)
“흥분하시면 건강에 해롭습니다.”
박상우가 조태수를 냉혹한 표정으로 흘겨봤다.
“너 뭐야? 뭐 하는 새끼야! 지금 장난해? 의사라고 대우해 주려고 했더니, 어린놈의 새끼가 어른 상투를 틀어쥐려 들어?”
조태수는 당장이라도 죽일 듯이 박상우를 노려보며 말했다.
“하나만 더 묻죠. 피해자들의 속옷을 이용해 결박하는 유치한 방법은 어디서 보고 배우신 겁니까? 혹시, 호성 연쇄 살인사건? 아니면 미국에 그런 사례가 있었던 건가요?”
박상우는 조태수를 더욱더 자극했다. 조롱기를 머금은 박상우의 입꼬리가 살짝 위로 올라갔다.
“네가 아주 돌았구나? 내 앞에서 주둥이를 함부로 나불거려? 어디서 약을 파는 거야? 쉰 소리 그만해라, 나도 참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까.”
조태수는 박상우의 말에 몸을 움찔거렸지만, 당황하지 않았다는 듯이 거칠게 말했다.
“내가 물어본 건 그게 아닌 것 같은데요? 어디서 배웠냐구요, 그런 방법은.”
“아주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
다혈질의 조태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박상우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그러나 박상우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박상우는 양팔을 사용해서 자신의 멱살을 잡고 있는 조태수의 손을 찍어 누른 뒤 말했다.
“이거 놓으십시오. 그런 사진을 이용해서 여자들을 유인해 유린하고, 잔혹하게 죽여 버린 건 당신 아닙니까?”
“미친 새끼, 의사가 아니라 소설가가 되지 그랬냐? 어디서 말도 안 되는 소설을 늘어놓고 난리야?”
“게다가 사체를 유기해 당신이 기르던 개들에게 사료로 만들어 던져 줬죠. 그게 사람이 할 짓입니까?”
역사가 바뀌지 않았으면 모두 일어났을 끔찍한 일들이었다. 박상우가 더욱더 조태수의 심기를 건드렸다.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조태수는 살짝 뒤로 물러서며 소리쳤다.
조태수의 입장에선 머릿속에만 들어 있을 뿐, 아직 실행에 옮기지도 못했느니 억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폐부를 찌르는 박상우의 한마디 한마디가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왜요? 내가 당신 머릿속을 읽어내니 당황스럽습니까?”
“누, 누구냐? 넌?”
심경의 변화가 있는 듯, 조태수는 과할 정도로 많은 침을 꿀꺽 삼켜며 물었다.
조태수의 동공은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당신 잡으러 온 미래의 누군가쯤으로 해 둡시다.”
“미, 미친 새끼! 네가 미래에서 왔다고? 누굴 병신으로 아는 거야?”
박상우의 말을 믿을 리 없는 조태수였다. 박상우도 이를 잘 알기에 먼저 말을 던졌고, 모두 조태수를 흥분시켜 조금이라도 단서가 되는 말을 끌어내기 위함이었다.
“당신이 있어야 할 곳은 여기가 아닌 것 같군요. 평생 감옥에서 참회하며 사십시오. 아무런 죄 없는 여자와 아이의 생명을 앗아간 죄는 결코 가볍지 않으니까요!”
박상우는 단호한 목소리로 경고하듯 말했다.
“까고 있네. 네가 뭘 가지고 날 협박하는지 모르겠지만, 그 주둥아리가 네 목숨을 재촉한다는 것만 잊지 마라. 혓바닥 함부로 놀리지 마, 뒈지기 전에!”
조태수는 더 상대하지 않겠다는 듯, 가방을 집어 들고 병실에서 나가려 했다.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죠. 왜 힘없는 아내와 아이를 죽인 겁니까?”
조태수는 박상우의 말에 병실 문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멈췄다.
“궁금해?”
“…….”
“말해 주지. 잘은 모르겠지만, 내가 그년과 애새끼를 죽였다고 치자. 바퀴벌레를 손으로 짓이겨 죽일까, 아니면 밟아 죽일까, 아니면 약을 뿌려 죽일까? 어떻게든 고민은 하겠지만, 죽일까 말까를 고민하진 않잖아? 그게 내가 그게 그 연놈의 죽을 이유겠지. 물론, 내가 그런 건 아니지만.”
조태수의 목소리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태연했다.
“당신은 사람이 아니야.”
“그건 뭐, 네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하고. 난 이만 난 가 본다, 애송이.”
조태수는 뒤돌아선 뒤 손을 들어 올리며 선언하듯 말했다.
쾅!
그 순간, 홍상태 형사를 비롯한 서너 명의 경찰들이 문을 열고 들이닥쳤다.
“뭐, 뭐야?”
당황한 조태수의 눈빛이 마구 흔들렸다.
“조태수! 잘 들어라. 형법 제 250조에 의거하여, 당신을 살인 용의자로 체포한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진술한 내용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으며,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 이 개새끼야!”
홍상태 형사는 체포 영장을 펼쳐 들며 미란다 원칙을 쭉 말했다.
“무,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왜 사람을 죽여? 난 모르는 일이야!”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조태수가 가방을 움켜쥐었다.
“조태수! 내가 너 반드시 잡는다고 했지? 이번엔 제대로 걸렸으니까 포기하는 게 좋을 거다. 야! 이 새끼 체포해!”
“네, 팀장님!”
“놔! 놔, 이 새끼야! 증거 가지고 와! 증거 가지고 오라고! 박상우, 이 개새끼! 네놈 짓이냐?”
“바퀴벌레를 살려 둘 이유가 없다고 한 건 당신일 텐데요?”
“넌 내 손으로 꼭 찢어 죽일 테다. 잘근잘근 씹어 먹어 줄 거라고!!”
조태수는 박상우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송곳니를 드러냈고, 경찰들의 손을 뿌리치려 애썼다.
“뭐 해! 이 새끼 당장 수갑 채우지 않고!”
경찰들이 머뭇거리자, 홍상태 형사가 목소리를 높였다.
“조태수! 모든 건 끝났어!”
“놔! 놓으라고!!”
온몸을 비틀던 조태수가 큰 소리로 절규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글쎄요. 안에 박 선생도 있는 것 같은데?”
소란스러운 상황에 다른 의료진들도 병실 앞으로 웅성거리며 모였고, 수갑을 찬 채 끌려가는 조태수를 쳐다보았다.
* * *
“이 선생님! 소식 들었어요?”
명성대학교 병원의 통신원, 천기수가 숨을 헐떡거리며 너스 스테이션으로 들어왔다.
“조태수 환자 소식 말하는 거예요?”
이은주 간호사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반응했다.
“거봐요, 제가 그 사람 좀 이상하다고 했죠? 내 눈은 절대 못 속인다니까?”
흥분한 천기수가 자신의 눈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에요. 천 선생님이 한 말대로네요. 자기 와이프하고 아들을 죽였다면서요, 보험금 때문에. 온몸에 소름이 돋아요.”
“어쩐지, 그 방에만 들어가면 소름이 쫙 끼치더라. 그 눈빛 하며, 말투, 하여간 뭔가 범죄자의 향기가 풍기더라구요. 제가 의사가 안 됐으면 법의학자가 될 인재였거든요. 저는 한눈에 그 사람이 살인마인 걸 알았습니다.”
천기수는 담벼락에 몸을 기대고선 뒤 손바닥으로 양팔을 문지르며 소름이 돋는다는 듯 말했다.
“정말 사람 속은 모르겠네요. 좀 능글거리긴 했어도, 인사는 잘하고 예의도 바른 사람이었는데. 어떻게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지르는지…….”
이은주 간호사는 고개를 내저으며 몸서리를 쳤다.
“조태수를 검거하는 데 상우가 지대한 공을 세웠다고 하던데요?”
“어머, 정말요?”
그 순간, 두 사람의 대화 속에 끼어드는 목소리가 있었다. 정지수 간호사는 양손을 모으며 호들갑을 떨었다.
“상우가 조태수를 잡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했다는 후문이 들리더라고요.”
“와! 박 선생님, 진짜 대단하시네요. 도대체 박 선생님은 못 하는 게 뭐래요?”
“그게 다, 제가 결정적인 힌트를 줬기 때문 아닙니까?”
천기수는 가슴을 내밀며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정말요?”
“그럼요!”
“결정적인 단서가 뭐였어요?”
“그, 그거야…….”
갑작스러운 질문에 천기수는 머뭇거리며 답을 하지 못했다.
“왜 그러세요? 천 선생님이 힌트를 주셨다면서요?”
“그, 그렇긴 한데…… 그게 뭐더라? 뭐였지?”
“지금 이 분위기는 뭐지?”
정지수 간호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쨌든, 상우가 전부 내 덕이라고 했으니까 그런 줄 아세요. 604호 정정순 환자 차트는 가져왔나요?”
천기수는 화제를 바꿔 손을 내밀었다.
“아 참! 내 정신 좀 봐.”
정지수 간호사는 토끼 눈을 뜨며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댔다.
“아, 진짜! 정 선생님, 일 이렇게 하실 겁니까?”
천기수가 근엄한 표정을 지은 채 정지수 간호사를 나무랐다.
조태수 보험 사기 살인사건!
조사 결과, 조태수의 몸에 생긴 상처는 어떻게든 아이를 지키려던 그의 아내 안선영이 보인 방어의 흔적이었다. 뜯겨 나간 마룻바닥으로 조태수를 공격했던 것이다. 경찰들은 마룻바닥에 박혀 있던 못에서 조태수의 혈흔을 검출했고, 이를 증거로 그의 유죄로 특정할 수 있었다.
또한, 조태수의 차량 시트에선 언론의 발표처럼 ‘모기 눈물만큼의 혈흔’이 발견되었고, 국과수가 각고의 노력을 한 끝에 신로동에서 발생한 강간 살인사건 피해자의 DNA도 검출할 수 있었다.
보험 사기 살인 및 특수 강간 살인으로, 조태수는 법정 최고형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 * *
조태수 사건으로부터 몇 달 후, 흉부외과 당직실에선 천기수가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야, 박상우! 너 진짜 우리가 이탈리아를 이길 거라고 생각했어?”
천기수의 주도하에 축구 스코어 맞추기가 진행되었고, 스코어별로 만 원씩을 놓고 배팅한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박상우만 유일하게 한국의 2 대 1 승리를 맞췄다.
“그냥 뭐, 감이지. 왠지 우리가 이길 것 같더라.”
하지만 그로부터 며칠 후, 천기수는 다시 소리를 질렀다.
“미친 새끼! 너 신들렸냐? 한국이 무적함대 스페인을 이길 거라고 정말 생각한 거야?”
두 번째 경기 역시, 박상우가 정확한 승패를 맞춘 것이다.
“감이라니까?”
“허구한 날 공동묘지만 싸돌아다니더니 귀신이라도 씌었나?”
두 번 모두 박상우의 말을 믿지 않았던 천기수는 입에 게거품을 물며 투덜거렸다.
“미친놈,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귀신 타령이냐?”
“좋아! 아무래도 네가 감이 좋으니까, 4강전도 예상해 봐. 이번엔 묻고 더블로 가는 거야! 누가 이길 것 같냐? 우리하고 독일하고!”
천기수는 매의 눈으로 박상우의 입을 쳐다봤다.
“흠, 글쎄다.”
“뭐야, 인마! 이번에 날린 돈만 얼만데, 이번 경기는 반드시 먹어야 한다고! 말해 봐, 누가 이길 것 같은데? 나한테만 살짝 말해 봐.”
천기수는 박상우에게 귀를 가져다 대며 물었다.
‘이놈, 혼 좀 나 봐라.’
“글쎄다. 음…… 내 예상으로는 우리가 결승에 올라갈 것 같은데? 미하엘 발락도 못 나온다잖아.”
“빙고! 나도 같은 생각이야! 히딩크 매직이잖냐! 이번에 결승 올라가지, 언제 가 보겠냐?”
엄지와 검지를 튕겨 딱 소리를 낸 천기수의 눈이 반짝거렸다.
“스코어는…… 우리가 1 대 0으로 이기지 않을까? 홍명보를 중심으로 한 수비진이 탄탄하니까, 역습 한 방으로 이길 것 같은데?”
“고로치! 바로 그거야! 1 대 0 한국 승리에 몰빵하는 거다! 다 죽었어, 이번엔 뇌 신경외과 애들까지 끌어들여야겠어. 이번에야말로 홀랑 벗겨 먹는 거야!”
주먹을 부르르 떨며 의지를 불태우는 천기수였다.
“으아아아아악!”
하지만 며칠 후, 스포츠 신문 헤드라인을 확인한 천기수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온 병원을 가득 메웠다.
온 세상을 들끓게 했던 2002년 한일 월드컵은 회귀 전 박상우의 기억대로 대한민국의 4강 신화를 남기며 그 화려한 막을 내렸다. 뜨거운 용광로와도 같았던 날들도 잠시, 9월이 되며 어느덧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 찾아왔지만, 명성대학교 병원은 여전히 뜨거운 여름이었다.
흉부외과 과장 선출이 진행되며, 자리를 놓고 조현오와 최충현이 맞붙은 것이다.
조현오 교수의 수성이냐, 도전자로 나선 최충현 교수의 반격이냐를 놓고 치열한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명성대학교 병원의 전통인 과장 선출은 각 과의 과장들이 모여 표결로 결정하는 시스템이었다.
20개의 과 중 신경외과(NS), 일반외과(GS) 등을 중심으로 한 9개 과는 조현오 교수에 우호적이었고, 나머지 11개 과는 최충현 교수를 밀어주는 양상이었기에 말 그대로 접전의 양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