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Tooth Chief Chaebol Shaman RAW novel - Chapter (58)
058화
“언제 최 회장님 좀 소개해주세요. 제가 제안할 것이 있어서요.”
최수희랑 대화하다 보니 좋은 제안 거리가 떠올랐다.
지금은 아니어도 나중에 최현조 회장의 탁월한 선택으로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게 되는데 그게 2012년이었고, 2022년엔 초대박을 터트렸다.
그래서 조금 더 일찍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유도해볼 생각이다.
당연히 나도 투자해서 대주주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였다.
오늘 최수희를 보지 못했다면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거나 하더라도 한참 지나서 했을 것이다.
기회비용을 생각한다면 참으로 절묘한 타이밍이다.
‘하늘이 안배라도 한 걸까?’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다 보니 믿지도 않는 하늘을 찾게 된다.
“사업 제안 같은 거 말하는 거예요?”
“네. 맞습니다.”
“아버지한테 사업 제안을 하려면 최소한 조 단위는 돼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그럼요.”
“대박! 오늘 많이 놀라게 만드시네요.”
“호호호! 수희야, 너 고블린 시네마라고 들어봤니?”
“아! 그거 친구들이 끝내주는 영화관이라고 하던데? 맞죠?”
“맞아. 그 고블린 시네마가 바로 무혁이네 회사야. 그 외에도 여러 회사를 가지고 있으니까 허튼소리 하는 건 아닐 거야. 그리고 내가 볼 땐 오히려 회장님에게 더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은데…….”
“그러니까 언니 말은 이무혁 씨가 그만큼 대단하다는 거죠?”
“당연하지.”
면전에서 그런 말을 듣다 보니 무안해져서 얼굴에 열기가 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누나 말대로 최 회장이 나를 초대한다면 나보단 그에게 훨씬 더 이익이 될 것이다.
“아빠한테 말은 해볼게요. 근데 어떤 분야인지 물어봐도 돼요?”
“반도체 쪽입니다.”
“네?”
“세화그룹이 지금은 중화학 공업이 주력이지만 통신사도 인수했으니 차차 저변 확대가 필요하게 될 겁니다. 그때를 위해서 미리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자세한 설명은 제가 드릴 테니까 자리만 마련해 주세요.”
“전하긴 할게요.”
2012년에 세화그룹이 인수하는 대연반도체가 지금은 법정관리에 들어가 있다.
매수자를 찾고 있는데 IMF 영향도 있고 해서 아직은 나서는 기업이 없었다.
다들 제 앞가림하기 바빠서 허덕이는 반도체 기업을 인수할 엄두를 못 내는 거다.
그러나 향후 산업의 쌀은 반도체가 될 거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IMF 사태가 아니었다면 대연이 반도체 사업을 포기했을 리도 없고, 이미 매수가 나타났을 텐데 지금은 아니었다.
‘일본이 통화스와프만 체결해 줬어도 이렇게까진 안 됐을 텐데…….’
뜬금없이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도 일본에 대한 감정이 별로긴 한데 한국 경제를 생각하니 해주는 거 없이 밉기만 했다.
“내일 회장님 말리는 거 잊지 마시구요.”
“네? 아! 네.”
“누나. 엄마가 할 만한 핸드백이나 손지갑 같은 거 좀 보여주세요.”
“알았어. 이쪽으로 와.”
* ? ? * ? ? *
최수희는 얼떨떨한 경험을 하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둘째 오빠 최치훈이 잔뜩 터진 채 집에 들어오는 것을 목격했다.
“오빠!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냥 좀 넘어졌어.”
“누굴 바보로 알아? 이게 어떻게 넘어진 얼굴이야. 누구랑 싸운 거야?”
“그런 거 아니라니까.”
둘째 오빠인 최치훈은 반듯한 이미지는 아니어도 평소에 말썽을 일으키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얼굴은 시비 걸다가 줘 터진 모습이라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엉망이었다.
“오빠! 아빠 보기 전에 얼른 들어가.”
“무슨 일이냐?”
“어?”
이미 늦었다.
서재에서 나오던 최현조 회장이 엉망이 된 둘째 아들 얼굴을 보고야 말았다.
“얼굴이 그게 뭐냐?”
“아, 아버지…….”
“누가 그랬어. 어서 말 못 해?”
아들이 잘못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가족을 건드렸다는 것 자체가 참을 수가 없었다.
“그게…….”
“어서 말하라니까.”
“아빠! 진정하시고 일단 앉으세요.”
“내가 지금 진정하게 됐냐?”
순간 아까 낮에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설마! 이걸 알았다고?’
오늘 밤 일이 있을 거라고 하더니 정말이지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지금까지 누굴 때리면 때렸지 맞고 들어온 적 없었던 오빠들이다.
어떻게 보면 세화그룹 최 씨 일가에겐 충격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었다.
얼떨떨한 최수희는 말리지 못하면 실형을 살게 될 거라던 말이 환청처럼 귓가에 맴도는 것을 느꼈다.
“아빠! 잠깐만요.”
“넌 가만있으라니까.”
“그게 아니라… 오빠는 얼른 방으로 좀 가 있어.”
“응? 그, 그래.”
“아빠! 좀 앉으시라니까요.”
문제가 커지는 걸 바라지 않았는지 최치훈은 종종걸음으로 2층으로 올라가 버리고 씩씩거리는 최현조 회장을 진정시킨 최수희는 낮에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정말 그 친구가 그랬다고?”
“그렇다니까요. 아빠! 말리지 못하면 실형 살게 된다고 했단 말이에요.”
조금 전까지 활화산처럼 달아올랐던 최현조 회장이었으나 죽기 살기로 말리는 딸내미 때문에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그걸 믿으란 말이냐?”
“아빠, 옥진 언니 아시죠?”
“청담동에 명품 매장한다는?”
“네. 그 언니가 글쎄 위암인지 모르고 있다가 그 사람이 건강검진부터 해보라고 해서 조기 발견하고 수술까지 받았잖아요.”
“용한 무당인 모양이구나?”
“그게 또 무당은 아니에요.”
“그럼 뭐란 말이냐?”
“그게 좀 애매하긴 한데 관상이나 사람 기운을 읽을 줄 안다나 봐요.”
설명이 좀 옹색하기는 했다.
그러나 끓어오르던 최현조 회장을 진정시키는 효과로는 충분했다.
“그게 그거 아니냐.”
“아무튼 그 사람이 아빠를 만나게 해달래요.”
“나를?”
“네. 할 말이 있데요.”
“글쎄다.”
“아빠! 고블린 시네마라고 들어보셨어요?”
“들어본 적은 있다. 복합 상영관으로 시설이 훌륭하다고 하더구나.”
“지금 전국적으로 지점을 확보하는 중인데 거기 오너가 바로 제가 말한 그 사람이에요. 현금 자산이 엄청나다니까 알아둬서 나쁠 거 없을 거예요.”
“하하하! 젊은 친구가 돈이 많아 봤자 얼마나 많다고…….”
“아빠! 조금 전만 해도 당장 나가서 오빠 때린 사람 죽일 기세였잖아요.”
“그건…….”
“저녁 시간 비는 날 한 번만 만나보세요. 제 느낌엔 절대 놓치면 안 될 사람 같아서 그래요.”
“…으음! 그래. 알았다.”
약속을 받아낸 최수희는 속으로 ‘아싸!’ 하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정말 사고를 쳤을지 모르지만 조금 전 기세는 분명 심상치 않았다.
최현조 회장 평소 성격을 고려했을 때 말리지 않았다면 무슨 사달이 나도 났을 거였다.
* ? ? * ? ? *
“여기야?”
“네. 맞아요.”
“무당은 아니라고 하더니 그냥 사무실이네?”
“겉모습 보고 판단하면 곤란해요. 지금은 이 빌딩도 소장님 거니까.”
“이 빌딩이?”
“하여간 겪어보면 알아요. 대신 안 돼도 어쩔 수 없으니까 딴말하기 없기에요?”
“알았다니까.”
옥진은 약속한 대로 옥진을 상담소에 데려왔다.
처음 오는 사람은 신당인지 아닌지부터 확인하는데 이민영 역시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옥진이한테 소개받은 이민영이에요.”
“안녕하세요. 이무혁입니다.”
이번엔 내가 먼저 손을 내밀었고, 이민영은 약간 수줍어하면서 내 손을 마주 잡았다.
‘응?’
옥진 누나에게 대충 설명은 들었다.
청담동 명품 로드 샵들 장사가 영 신통치 않다고 말이다.
그런데 이민영의 손을 잡아보니 사업이 문제가 아니었다.
‘모르는 건가?’
이민영의 남편은 5년 전에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보험금이랑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아서 청담동에 명품 매장을 오픈했는데 IMF가 와버린 것이다.
먹고 사는 일이라 매장을 되살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그녀의 아들 문제가 훨씬 더 심각했다.
“사장님!”
“네. 말씀하세요.”
“지금 가서 아들 데려오세요.”
“네?”
“인철이 말입니다. 아들 잃고 싶지 않으면 당장 가서 데려오세요. 상담은 그다음입니다.”
“…….”
민영은 충격받았다.
오늘 여기 온 것도 결국엔 다 아들 때문인데 아들을 잃고 싶지 않다면 당장 데려오란다.
내 말에 무척 당황하는 모습이다.
“기다릴 테니까 학교에 다녀오세요.”
“지금요?”
“네.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그, 그럴게요.”
이민영은 휴게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옥진에게 갔다.
“소장님이 뭐래요?”
“뭘 묻기도 전에 학교에 가서 우리 인철이를 데려오래.”
“네?”
“갑자기 아들을 데려오라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어.”
“지금이라면 학교에서 수업받을 시간이잖아요.”
아직 오전이라 당연히 학교에서 수업받고 있을 시간이다.
이건 상식이라 옥진이 아니라 누구라도 아는 일이다.
“어쩌지?”
“무슨 이유가 있을 거예요.”
“그럼 다녀올까?”
“다녀오세요. 전 여기서 기다릴게요.”
“알았어.”
민영은 의아한 마음을 해소하지 못하고 아들 학교로 향했고, 아들 고인철을 조퇴시킨 다음에 다시 방배동으로 돌아왔다.
“엄마! 여긴 뭐 하는 곳인데?”
“들어가 보면 알아.”
청인 국제고등학교 2학년 고인철은 사무실 앞 심리 상담소라 쓰여 있는 작은 간판을 보고 들어가기를 주저했다.
“무슨 심리 상담을 하겠다는 건데?”
“나도 몰라. 여기 소장님 만났더니 대뜸 널 데려오래.”
“엄마! 나 뒷조사시켰어?”
“무슨 소리야. 엄마가 왜 널 뒷조사해. 얼른 들어가자. 엄마도 궁금해.”
인철은 들어가기 싫었지만, 학교는 더 싫었다.
그래서 조퇴하고 갈 곳이 있다고 하자 못 이기는 척하고 따라 나섰던 것이다.
“아들이에요?”
“응! 인사해. 우리 아들 잘 생겼지?”
“네. 훤칠하니 듬직하네요. 좋으시겠어요.”
“그럼. 내가 누구 때문에 사는데…….”
“얼른 들어가 보세요.”
“알았어.”
민영은 아들 인철을 데리고 상담실 안으로 들어갔다.
인철을 본 나는 반갑게 인사했고, 긴장하지 말라면서 악수도 하고 자리에 앉으라고 친절하게 안내도 해주었다.
“앉아요. 사장님도 앉으세요.”
“네.”
“누구신데 절 찾으신 거예요?”
“말 편하게 해도 되겠지?”
“그, 그러세요.”
“그럼 이제부터 우리 솔직하게 대화해 볼까?”
“뭘 솔직하게 말해요?”
“우리 회원분들 중에는 변호사도 있고, 널 도와줄 사람 많아. 그리고 엄마도 도와줄 거고.”
“네?”
상담실에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무슨 일인가 싶었던 인철은 자신을 왜 이 자리에 오라고 했는지 이제야 깨달았다.
도대체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눈빛을 보니 당혹스러운 듯했다.
“널 괴롭히는 친구들 이 형이 혼내 줄 테니까 엄마랑 나한테 솔직하게 말해봐.”
놀란 건 인철이뿐만 아니었다.
내가 하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금방 깨달은 민영은 인철을 돌아보더니 입을 틀어막았다.
분명히 잘 자라고 있는 줄 알았던 아들이 학교에서 괴롭힘을 받고 있다니 억장이 무너지는 거다.
“아… 아들! 저, 정말이니?”
“엄마!”
“저… 정말 괴롭힘당하고 있었던 거야?”
“…….”
인철은 엄마에겐 들키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상황이 이렇게 되니 어떻게 할 줄 몰라서 고개만 숙일 뿐이다.
“인철아! 다 말하자. 남기호, 김이든, 이철민이 널 어떻게 괴롭혔는지 다 말해야 엄마도 나도 도와줄 수가 있다.”
“어, 어떻게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인철 어머니! 잠깐 자리를 비켜드릴 테니 인철이랑 대화를 나누세요. 제가 15분쯤 있다가 들어오겠습니다.”
“그… 러세요.”
나에게 묻고 싶고, 확인하고 싶은 것이 많겠지만 지금은 아들을 챙길 때다.
서로 터놓고 대화하라고 시간을 준 다음 대기실로 나갔더니 옥진 누나가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