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Webnovel RAW novel - chapter (198)
신이 쓰는 웹소설 199화
【 한국 전역이 시끄러웠다.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없었다. 그러나 대중의 눈을 속일 수 없는 시대였다.
성남과 오산의 두 공군기지가 파괴되었다는 소식이 전파를 타고 삽시간에 퍼졌으며 그 주체가 이환이라는 것 또한 알려졌다.
성남과 오산의 시민들이 촬영한 영상과 사진 들 때문이었다.
그렇게 혼란으로 가득 차 버린 바깥과는 달리, 인천은 텐트 설치 작업이 한창이었다.
용역들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동안 건후는 이환의 둘째 제자 신분으로 교도들을 격려하며 돌아다니고 있었고, 민준은 엉덩이를 붙인 자리에서 계속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러던 한순간, 궁리를 마친 민준이 움켜쥐고 있던 주먹을 쫙 폈다.
빠지직.
손가락 사이사이마다 불꽃 같은 빛이 감돌았다. 강렬한 뇌전(雷電)의 줄기가 가닥가닥 뻗쳐 나왔다. 그 소용돌이는 삽시간에 손바닥을 덮쳤다.
그러나 그 힘은 금방 손아귀에서 벗어나 버려, 그의 손은 다시 평범한 상태로 돌아왔다.
‘쳇.’
민준의 얼굴에 실망감이 서렸다.
뇌전검을 사용하면서 얻었던 마법적 깨달음을 실현해 본 결과는 결국 기대 이하였다. 기대하는 만큼의 위력으로 폭발시키려면 얼마나 긴 공부가 깃들어야 할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그때 그를 감싸듯이 기울어져 온 그림자가 한 소리를 냈다.
“무림인이라는 녀석이 마법에 빠지긴. 그것도 천마의 제자가.”
이환이 조소를 머금으며 민준의 옆에 앉았다.
민준은 자신도 모르게 이환의 시선을 피하고 말았다. 마치 나쁜 짓을 하다가 들켜버린 것만 같은 기분 때문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억한 심정이 들기도 했다. 로호마룬의 악(惡)으로 태어났던 검은 형체와 그에 대적하던 이환과의 싸움을 떠올리고는, 이환을 따라서 짧은 웃음을 지었다.
“천마의 제자니까요. 강해져야죠. 그러니까 이건…….”
빠지지직.
민준의 검지 손가락 끝에서 뇌전이 힘 있게 튀겼다 사라졌다.
“비기 같은 겁니다. 수라공과 섞어서 쓰면 어지간한 것들은 당해내지 못할 테죠. 제 나름대로 주군의 얼굴에 먹칠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는 거니까 좋게 봐주시죠.”
세계는 천마를 알게 되었다. 천마 또한 세계를 보게 되었다.
그러한 세계에서 복수가 끝난 옛 꼬마는, 본인이 천마의 제자임을 제대로 자각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이환은 민준을 기특하게 바라보다가 주먹을 확 치켜들었다.
민준이 반사적으로 몸을 움찔거리고는 코끝을 찡그렸다.
그에게 향해있던 주변 이목들에게는 위협적인 눈빛을 번뜩인 다음이었다.
“보는 눈 들도 많은데…….”
“말하는 꼬락서니 봐라. 천마의 제자가 마법을 비기로 삼겠다? 천마신공을 제대로 익히는데 만도 한세월일 것인데, 마법 따위에 정신을 쏟겠다니. 본교가 잘도 서겠다.”
순간 민준의 두 눈이 튀어나올 만큼 휘둥그레졌다.
‘지금 잘 못 들은 거지? 천마신공을 나 같은 것에게 전수… 하겠다고?’
천마신공의 위력을 그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봐왔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민준은 천마신공을 전수 받게 될 거라곤 꿈도 꿔본 적이 없었다.
그 위력이 극히 가공스럽기에, 그래서 누구에게도 전수해서는 안 되는 무공이 천마신공이었다. 설령 제자에게도 말이다.
혹 천마신공의 맥(脈)을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을지라도 죽음에 임박 했을 때나 어쩔 수 없이 전수하면 되는 거 아닌가.
혼란스러워하는 민준의 얼굴에 대고, 이환이 툭 내뱉었다.
“수라공은 친위대인 수라대를 위한 무공이다. 앞으로 천마신공을 전수하마.”
이환은 주변을 눈에 담았다. 지난 전투에서 살아남은 이백 언저리의 교도들.
그는 그들 중에서 지원받아 수라대를 부활시킬 계획이 있었다. 수라대는 꼭 교주를 지키는 데에만 목적이 있는 게 아닌, 천마교 최고의 무력 단체로서도 큰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는 게 이수미의 설명이었다.
이환은 다시 민준에게 시선을 가져왔다.
그때까지도 민준의 입은 약간 벌어진 채로 닫힐 줄을 몰랐다. 이환이 한 손으로 민준의 턱을 받쳐 올려, 그 입을 다물게 하는 것으로 씩 웃었다.
‘이럴 때 보면 어릴 적 모습이 남아있단 말이지.’
이환이 말했다.
“하지만 천마신공을 전수 받았다고 해도 천마를 온전히 계승한 게 아니다. 제대로 깨닫기도 힘들거니와.”
화악.
극양의 기운으로 일렁거리는 붉은 구체가 이환의 몸에서 튀어나왔다. 거기에서 뿜어져나오는 색채가 둘의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이 일천원화령을 이어받아야만 하는 것이지.”
물론 이환은 죽기 전까진 민준에게 그걸 내 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혹 모르지. 내 죽을 때 넘겨줄지도. 그러니까. 인마. 앞으론 더 잘해야 한다.”
민준은 깊숙이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입을 열면 울음이 섞여 나올 것만 같았고, 계속 얼굴을 마주하는 것도 뜨거워진 눈시울을 들킬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민준에게 이환은 스승이며 주군이었고, 형이면서 아버지였다. 】
* * *
【 이수미의 노트북 모니터 안에는 각 조직과 하위 조직의 계층 구조가 세밀하게 나뉘어져 있었으며 각 조직에 해당하는 최소 교도 수가 함께 표기되어져 있었다.
무력 조직뿐만 아니라, 내정을 담당할 조직도 필수였다.
법무, 치안, 소방 등 다양한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도 필요한 공무 담당 조직까지 청사진 안에 포함해놓고 보니, 필요한 인원수가 일만을 넘어섰다.
그것도 최소로 잡은 것이었다. 장차 중원을 통일하여 제국으로 확장된다면 공무 쪽으로만 수백만 명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필요한 인원수야 문제 될 건 없었다.
‘문제는 사람을 선별하는 게 문제지.’
교도를 받는다고 선포한 순간 벌 떼처럼 몰려들 테니 말이다.
일신천하(一身天下). 천하를 움켜쥘 힘이 그에게 있음을, 이환은 두 공군 기지를 박살 내는 것으로 증명했다. 또한 하지 못하는 것이 없다 하여 무소불위(無所不爲)다.
이수미는 그보다 이환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은 없다고 생각했다.
‘누군들 그 품으로 들어오고 싶지 않겠어? 나만 하여도…….’
격전이 끝나자마자 노트북만 붙잡고 있는 이수미였으나 그녀의 입가에선 미소가 떠나질 않고 있었다. 그러며 한 번씩 짙게 히죽거리는 것이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보일 수 있었다.
그녀는 이환이 어느새 다가와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조차인지 하지 못했다.
“파멸도 포함 시켜.”
이환이 말하자 이수미가 화들짝 놀랐다.
“깜짝아!”
이환은 봉인의 방에서 고고한 자태로 잠에 빠져있는 파멸을 의식하며 말했다.
“이렇게나 키워 줬는데 밥값은 해야 할 거 아냐.”
모든 망령들을 포식하고 돌아온 파멸은 스스로 봉인을 깨트릴 수 있을 수준에 달해 있었다.
작은 신격 그 자체.
그러나 봉인을 깨트리는 다는 것은 곧 육신을 되찾아 예전에 지나지 않는 존재로 복귀됨을 뜻했고, 이는 파멸부터가 절대 원하는 일이 아니었다.
이환은 파멸과의 협정을 떠올리며 마저 말했다.
“파멸이 신격의 개입을 감시하고, 막기로 했다.”
로호마룬과 디아크와 같은 사례가 다신 일어나선 안 된다. 이환은 그것들이 다시 생각나는 것만으로도 불쾌했다.
“순순히 그럴 종자가 아니잖아.”
“조건이야 있긴 하지. 내 궁에 자기 방 하나를 만들어 달라는군. 주제에 갇혀 있긴 또 싫은 모양이지. 설계에 반영해. 크고 화려하게.”
이수미는 인세(人世)를 초월한 사안에 대해선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그럼에도 파멸이 이환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타자를 치는 그녀의 손짓에 힘이 세게 들어갔다.
무엇보다 그녀는 같은 여자의 눈으로 봐도 위험하기 짝에 없는 파멸의 미색과 분위기가 계속 거슬렸다.
“크고 화려한 방. 귀신 들린 방이라 소문 거하게 나겠어. 교주님께선 최대한 접근 하지 마. 나쁜 기운 옮길라.”
이환이 그런 이수미의 속내를 꿰고 있다는 듯이 음흉하게 웃을 때.
해가 지고 있었다.
노을이 지평선 아래로 가라앉으며 하늘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모든 게 노을빛에 의해 그림자를 드리우는 중이었다.
이수미는 살짝 커진 눈으로 이환의 어깨너머를 눈짓해 가리켰다.
거기에도 긴 그림자를 기울이며 걸어오고 있는 이가 있었다.
흰 수염을 늘어트린 것과는 달리 여전히 강건한 풍채를 지닌 무림 종사였다. 매화꽃이 금실로 수놓아진 푸른 도포는 없는 바람에도 하늘하늘 흔들리고 있었다.
“왔네?”
“올 거라 했잖아.”
둘은 대수롭지 않게 한 마디씩 주고받으며 영중월을 바라보았다.
이환은 몸을 일으켰고 이수미는 핸드폰 안에 이환과 영중월이 함께 들어오게끔 담기 시작했다.
그때 영중월은 묘한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천마교의 교도들이 그를 알아보고도 너무나 태연하게 작은 호기심만을 가져오는 게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살면서 처음 받아보는 시선들에 그는 옅은 웃음을 띠는 한편 검을 천천히 뽑아 들었다.
이환은 영중월을 향해 걸어가며 담담하게 뱉었다.
“날 죽이러 오셨습니까?”
멀리 떨어진 거리임에도, 공력을 담아 울린 목소리는 영중월에게도 닿았다.
“다른 이유가 또 있겠는가.”
동일한 과정으로 답변이 돌아오던, 바로 그때였다.
이환의 몸이 앞으로 기울어지는가 싶더니.
팟!-
일순간 사라진 것만 같았다. 그러는 찰나 그는 핸드폰 카메라로는 잘 담기지 않는 흐릿한 형체로 영중월 앞에서 나타났다.
그의 한주먹이 영중월의 가슴 정중앙에 직격 된 채였고, 거기를 중심으로 거친 바람이 사방을 휩쓸고 지나갔다.
이수미는 그때 감겨진 눈을 뜨며 핸드폰을 통해 전방을 확인했다.
핸드폰 안에 담겨있는 이는 이환이 유일했다. 그가 홀로 돌아오고 있었다.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느긋하게 걸어오는데, 이수미가 육안으로 직접 확인해 봐도 영중월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대신 어떻게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추정이 가능했다. 시선 끝까지 일자로 뻗쳐진 자색의 기운이, 그 두터운 자취를 지우며 천천히 흩어지는 중이었다.
저렇게나 강맹한 기운에 직격 되고도 살아남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환이 영중월을 뒤쫓지 않고 홀로 돌아오고 있는 것만 봐도 당연한 일이었다.
천하제일검으로 위명이 대단한 영중월조차 이환의 한 주먹을 받아내지 못한 것이다.
이수미는 더는 놀랍지도 않았다. 이환이 돌아올 때까지 핸드폰을 쥔 그녀의 손은 조금도 떨리지 않았다. 이환의 얼굴로 카메라 초점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이환의 입술이 열렸다.
“천마(天魔)로서 고한다. 무림맹을 해체하여 이 자리에 본교를 세우니, 그간 무림맹이 주도해 왔던 연합의 대소사는 본교가 주관할 것이다. 이에 연합의 종주들은 본교를 성심히 받들어 무림의 평화가 영위되도록 헌신해야 할 것이다.”
이환의 어조는 높지도 낮지도 않았다. 숨 하나 흐트러지지도 않았다. 위협하는 투도 아니었고, 그저 당연한 사실을 설명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수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촬영이 끝났으며 이는 곧 직전의 모든 광경이 전파를 타고 전 세계로 송출을 마쳤다는 신호였다.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