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Webnovel RAW novel - chapter (199)
신이 쓰는 웹소설 200화
짝.짝.짝.
리듬을 탄 박수 소리가 났다. 작가님이 매우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으며 나타났다.
내가 쳐다보든 말든, 본인의 박수 리듬에 맞춰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다. 이내 집게손가락을 세워 허공을 찔러대면서 춤을 계속 이어가는데, 그 행복한 에너지가 나한테까지 미치는 기분이었다.
“최고의 마무리~ 1위 찍었고요~♪”
작가님은 흥얼거리는 제멋대로의 음률에 노랫말까지 붙이며 점점 가까워졌다.
“정식연재 하지요~ 2부 시작하면서~ 천계 가지요~♪”
그러고는 나를 와락 안아 버리는 것이었다.
“1위 찍었습니까?”
작가님은 나를 안은 채로 제자리에서 방방 뛰려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딱히 호응해주지 않았음에도 혼자서 한참을 뛰면서, 본인의 들뜬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진짜 널 만난거야 말로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라니까!”
작가님이 날 놓아주며 잔뜩 흥분된 목소리를 터트렸다.
“정식연재까지 시간 좀 걸린다네? 스케줄 때문에 한 세달 정도? 출시 이벤트 알지? 배너 빵빵하게. 기다리면 할 수 있는 구좌에 다 들어가서 광고할 거래.”
“그거 좋은 소식이군요. 작가님 곧 유명해지겠습니다?”
“다 니 덕분이지. 진짜 고맙다. 내가 이 은혜 잊지 않을게.”
“저도 저고 작가님도 작가님이지만, 모두가 함께 이뤘죠. 신은아가 아니었으면 차원 마법진을 파훼하지 못했을 테고, 일월 신장 두 분 형님이 아니었으면 지금도 전생을 헤매고 있었을 겁니다. 거기다 민준이도 제 몸을 바치면서까지 크게 한 방 먹여준 덕분에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말하지만, 나 혼자였다면 일찍이 낙오됐을 것이다.
“알지 알아. 이젠 네가 말리더라도 잘 챙겨 주려고. 아아. 작가님 너무 챙겨주시는 거 아닙니까? 너 그러지나 마라.”
작가님은 나를 계속 웃음 짓게 만들었다. 그렇게 영원히 사그라들지 않을 것만 같았던 작가님의 들뜬 모습이었건만, 작가님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서서히 흩어졌다.
“……정신 연재에서도 먹히겠지?”
“반응이야 이미 확인되었으니까요. 염려 마시죠.”
“그렇긴 한데 죽 쓸 수도 있잖아. 1부만 보고 2부에서 하차하면, 그게 더 가슴 아플 것 같단 말이지. 너무 복에 겨운 소린가?”
“2부도 충분히 재밌을 겁니다.”
“그치?”
내 말에 작가님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대번에 눈빛을 반짝였다.
그러기도 잠시, 작가님의 눈꼬리가 가늘어졌다.
“그런데 너, 천계 죽기보다 싫어했잖아. 왜 마음이 바뀌었을까. 아니, 나야 좋은데 지금까지 보면, 네가 마음이 바뀔만한 사건이 없었거든.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다만 알고 있으면 2부를 진행하는 데 더 도움이 된 거 같아서.”
“천계 가겠다고 한 적. 없습니다?”
“응?”
“그따위 곳을 왜 갑니까. 늙어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또 모를까. 저요, 청춘 중에서도 청춘입니다. 스무 살.”
이럴 줄 알았다. 작가님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작가님의 이마에는 작은 주름이 생겨나며 내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 두 눈에선 지금 이 순간, 오로지 내게만 집중하여 본인의 계획을 어떻게든 관철하겠다는 결심이 또렷이 드러나 있었다.
특히 힘을 줘서 오므린 입술이, 그 옛날 고집스럽기만 했던 내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
“확실히 해두겠습니다. 천계는 안 갑니다.”
“그래도 가게 될 거야.”
확신이 서린 어투였다.
“준비한 게 있으시나 보군요. 어디 한번 해보시죠.”
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작가님이 피식하고, 실소를 터트리며 화답했다.
“어쨌든 2부 시작하려면 한참 남았으니까. 잘 쉬면서 재충전 해둬. 그때 보자고.”
* * *
그로부터 두 달 후.
인천 전역 어디에서도 보일 만큼 높게 서 있던 마탑은 본교의 마천루(魔天樓)로 탈바꿈되었다.
층마다 기와를 얹고 창을 많이 내어 목재틀을 맞췄으며, 외벽에는 흑단을 통으로 대어 새롭게 단장했다. 바뀐 이름은 연평각(延平閣)이다.
전 무림에 선포했던 대로 무림 연합의 공무를 담당하기 위해 리모델링 된 건물이었다.
여기의 앞 광장에서 성대한 행사가 진행 중이다.
“연화궁주 들어갑니다.”
방문이 열리더니, 이수미가 화려한 비단 장포에 머리에 비녀까지 꽂고 들어왔다.
이제는 본교의 교인이지만 중원식 전통 복장 차림은 지금 처음 보는 것이었다. 살짝 놀라는 내게, 이수미가 새침하게 웃었다.
그녀의 품에는 오늘 내가 착용할 예복과 장신구들이 들려 있었다.
본교를 상징하는 붉은 색채에 강한 권위를 상징하는 용이 새겨져 적룡포(赤龍布)였다. 그러한 권위를 일으킨다고 해서 천령패(天令牌). 그리고 네 개의 반지, 천령환(天令環)이었다.
벌써 내 차례였다. 나는 타블렛 PC를 한쪽에 내려놓고 거울 앞에 섰다.
그녀가 눈웃음을 지으며 내 어깨에 장포를 걸쳐 주고는 천령환들을 하나하나 내 손가락에 끼워주었다. 약간 헐렁했던 고리가 스스로 자리를 채우며 손가락에 딱 맞게 되었다.
그 안을 들어보니, 사전에 들었던 대로 하늘 천자로 새겨진 문양이 보석 안에서 붉은빛을 품고 있었다.
옛 천마교의 양식에서 좀 더 보완시킨, 귀부장과 이수미와 공동 작품이라 알고 있다.
반면에 현철로 만들어진 천령패는 어두운 색깔을 띤다.
그걸 보던 도중 퍽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무협소설의 클리셰 덩어리가 내 손에 쥐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천령패든, 천마패든. 무엇이라 불리든.
마교주의 권위가 깃든 그것을 주인공들이 우연히 습득하며 사건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살짝 웃음을 머금자 이수미는 내가 기분이 좋다고 오해했는지, 그녀도 기분 좋은 날이라고 조잘대며 의복 점검을 마무리 지었다.
“교주님께서 행차하신다.”
이수미가 문에 대고 말했다. 문이 열리자마자 바깥의 들뜬 열기가 또다시 불어 닥쳤다.
바깥으로 나가는 문들이 차례차례 열리며 내 뒤로 따라붙는 인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수라대주 흑일검객을 필두로 이백 수라대.
내 제자이면서 지옥궁주이기도 한 민준과, 마찬가지로 대라궁주이기도 한 건후 또한 각자의 궁 사람들을 이끌며 수라대의 뒤를 따라붙었다.
연평각 바깥으로 나왔을 때, 제일 먼저 보이는 건 어디에나 나부끼고 있는 본교의 천홍기였다. 그다음이 백만 인파였다.
그들이 일시에 함성을 터트리기 시작하니.
“천상천하! 유아독존!-”
“천상천하! 유아독존!-”
광장 전체가 뒤흔들리며 한겨울의 한기 따윈 머무를 틈조차 없었다.
자리한 모두는 지금, 이 순간이 역사 속에서 빛나는 순간으로 영원히 남을 것임을 알기에, 그보다 더할 수 없는 확신을 함성에 담고 있었다.
단상 위 내 자리에 앉으며 나는 가볍게 한 팔을 들어 보였다.
함성으로 응집되었던 거대한 무언가가 한꺼번에 쑥 내려앉는 느낌과 동시에 급격히 조용해졌다.
삼궁 칠대 육전으로 일컬어지는 본교의 핵심 조직들과 마천해와 마요하를 비롯해 방파의 주요 인사들이 일열에 자리하고 있었고.
이열에는 오늘을 축하하러 온 귀빈들이 있었다.
이찬진과 제어길드 사람들 그리고 구왕과 은랑군 같은 반가운 얼굴이 보이는 한편으로.
나와 눈을 마주치는 게 불편해 보이는 메그레즈 같은 인사들도 보였다.
또한 이제는 사라진 화산이라, 팔대명문으로 속하는 백도의 여덟 장문인들과 흑도의 이악칠문 일곱 장문인 또한 내 시선을 느끼고 표정들을 고쳐 잡았다.
메그레즈가 그렇듯이 칠성탑의 모든 권좌들이 참석했다.
원래 지금은 교주로서의 공식적인 즉위식이자, 세 궁주와 일곱 대주 그리고 여섯 전주들의 임명식 또한 함께 가진 행사였다.
하지만 최초로 위명(偉名)을 가진 모든 이들이 모인 자리인 만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이 있었다. 나는 앉은 자리에서 말했다.
“화산의 영중월이 죽은 이후, 화산은 본교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손에서 검을 놓지 않은 결과. 멸문지화를 피할 수 없었다. 화산이 무림 나아가 전 세계의 평화를 어지럽히는 무리가 되었던 데에는 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두 달이나 지난 일이건만, 화산이 언급되는 것만으로 중원에서 온 손님들은 특히 긴장했다.
“영중월의 죽음은 정당한 것이었으나 화산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였고, 내게 복수할 수 있을 거라는 잘못된 생각을 가졌었다. 그러한 마음을 가지지 못하게 이 나를 제대로 증명하였다면, 한때는 무림의 기둥이었던 그들이 그렇게 해체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중원인들에게 향했던 시선을 마법 진영 쪽으로 옮겼다.
“지금에도 이 나를 의심하는 자가 있다면 지금 나와라.”
무림 쪽에선 도전자가 나올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칠성탑의 권좌들을 향해 말했다.
“그대들은 어떤가. 칠성탑 또한 세계를 받치고 있는 기둥 중 하나라, 나는 그대들 중에서도 우리네 화산의 전철을 밟는 이가 없었으면 한다.
하지만 그대들은 나를 겪어보지 못하였지. 해서 하는 말이다. 한두 명쯤은 의심을 가질 만하다 생각되는 것이고 그래서 묻는 것이다.
칠성탑에는 이 나와 우열을 가려보고 싶은 이가 없는가?”
메그레즈는 내 시선을 회피했고, 칠성탑의 최고 권좌인 두베는 무표정으로 침묵을 유지했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당황하거나 발끈하지 않고 침착한 모습들을 유지하는 것이 지금과 같은 상황을 이미 상정하고 논의가 끝난 것 같았다.
그러니까 침묵이 이들의 오랜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무공과 마법, 양 진영 어디에서도 도전자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비로소 나는 이수미에게 눈빛을 보낼 수 있었다.
이수미가 단상 앞으로 나가자, 비로소 숨통이 트이는 소리들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왔다.
“천하지존이시며 본교의 교주이신 천마께, 휘하 삼궁 칠대 육전의 열여섯 하교들이 본교의 율법에 따라 충성을 맹세하나이다.”
이수미는 경건하게 읊었다. 차례는 식전에 정해져 있었다.
첫 번째 차례로 민준과 건후가, 내 제자 신분이자 두 궁의 궁주로서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세상 진지한 얼굴들이다.
본교의 예복을 차려입은 둘이 내 앞에 무릎을 꿇으며 힘 있게 외쳤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천상천하 유아독존!”
둘이 충성을 맹세하고 나면 나는 천령환을 빼서 둘에게 건네줘야 한다.
천마의 권위가 깃든 그것을 차고, 나를 대신하여 이 넓은 세상에서 본교를 성장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나는 아마도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을 터였다.
* * *
엄숙할 때는 엄숙했고, 성황을 이루어야 할 때면 함성이 울려 퍼졌다.
나는 내 할 일을 다 마친 후 연평각으로 돌아와 있었다. 내 궁전이 될 천홍전이 준공을 마칠때까진 여기 연평각에서 숙식을 해결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말이다. 본교로서나 스토리로서도 이렇게나 중요한 행사가 있는 날에도 작가님은 여전히 조용하기만 했다.
두고 보자는 식으로 사라진 뒤로, 말 한번 건네 온 적이 없었다.
정말로 이 행사씬을 패스할 참인가?
작가가 생각합니다.
“지금이 진짜거든.”
어? 작가님? 돌아오셨습니까?
너무 오랜만에 번뜩인 그 메시지가 진심으로 반가웠다.
나는 메시지로만이 아닌, 설령 여전히 고집에 찬 얼굴일지라도 작가님의 얼굴을 마주하고 싶었다.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나 작가님을 부르려 할 때였다.
작가가 (2부:천계)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가지 않겠다면 끌고 갈 수밖에. 후후후.”
역시나였다. 그 순간, 눈앞의 공간이 쫙 갈라졌다. 거기에서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오며, 동굴에서 울리는 소리 마냥 어느 목소리가 왕왕 울려 나오는 것으로 시작됐다.
“속인(俗人) 이환은 하늘의 명을 받들라.”
천계의 문이 열렸구나, 나는 직감했다. 그 안에서 무언가 뛰쳐나올 조짐이 느껴졌는데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다.
파멸이 봉인의 방에서 나오자마자 천계의 문을 향해 양손을 뻗었다.
음산한 기운으로 가득 찬 검은 소용돌이가 휘감겨진 양손이었고, 천계의 문 안에서 걸어 나오려던 무언가를 나오지 못하게 막듯이 큰 동작을 가져갔다.
그러며 파멸은 함께 싸우겠냐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싸울 필요까진 없었다. 그저 문을 닫으면 그만이니까.
작가는 경악했습니다.
“문을 닫다니? 대체 뭔 소리야!”
천계의 문을 닫는다. 다른 말로 차원의 문을 닫는다고도 할 수 있다.
문자 그대로 나는 천계의 문을 닫기 위해 공력을 일으켰다.
일천원화령의 기운까지 합세한 자색의 파장이 실내를 휩쓸고 지나가자, 빛을 토해내며 열렸던 천계의 문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다.
공간을 쭉 찢으며 좌우로 크게 열려있던 거기는 그저 평범한 허공에 불과했다.
경악한 작가는 두 눈을 믿을 수 없습니다.
“네가 차원의 힘을 어떻게 부려?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
작가님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목소리는 높았으나 두 눈은 혼란으로 가득한 채 빠르게 떨리고 있었다.
“얼마나 큰 걸 준비하셨나 했더니. 고작 이겁니까?”
“아니. 아니…….”
“그러게, 설정을 잘 보셨어야죠. 화경종의를 기억하십니까?”
“화경종의?”
“다섯 가지 심득을 모두 얻어 오화경(五化境)에 이르렀을 때, 이를 전부 갈무리하는 최종의 심득을 화경종의 (五化綜意) 라고 한다.”
보고 싶었던 얼굴을 향해 나는 아주 친절하고 상냥하게 설명해주었다.
“당시에 전 화경종의를 얻었지만 작가님께선 관심을 두지 않으셨었죠. 현경에 닿은 것에만 집중하시더라고요. 아, 당시는 차원의 진을 대적한 때를 말하는 겁니다. 그건 기억나시죠? 로호마룬이 절 제 앞에 끌고 가겠답시고 차원을 움직이던 거.”
작가님은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고개만 멍하니 끄덕거렸다.
“차원의 힘에 대적하며 얻은 심득이 뭐겠습니까.”
복선은 진즉 있었다. 예전에 공간의 힘을 부리는 괴물과 싸워서 얻은 심득은, 그 이름 그대로 공간(空間)이었다.
그렇다면 차원의 힘을 대적하며 얻은 심득의 이름 또한 차원(次元)이라 불려야 하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아, 하고 뭔가를 깨우친 듯한 작가님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럼에도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것인지, 작가님은 눈만 껌벅거리고 있었다. 그럼 더 확실하게 보여줄 수밖에.
나는 차원의 심득을 담아 공력을 손가락 끝에 집중시켰다.
그런 다음 허공을 그어 내리자, 다른 차원으로 통하는 문이 쭉 찢어지며 열렸다. 미쳤다고 천계를 열지는 않았다.
저긴 작가님의 여러 작품들 중 한 곳이다.
[검술명가에서 환생한 천마]이거나 [내 스킬은 약자멸시]이거나 [1레벨 망나니의 개과천선]이다. 나는 소리 없이 입만 뻐금거리고 있는 작가님에게 다른 차원의 문들도 보란 듯이 열어주었다.지금껏 발견되었던 세 개 차원을 모두 열고 나자, 작가님이 허탈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2부는 어떻게 할 건데. 하긴 해야지. 바로 한 달 후에 시작이야.”
“그것도 예전에 말씀드렸잖습니까. 장기 연재 각이 서면 놀고먹는 힐링물로 가겠다고요.”
“놀고먹는 힐링물?”
“2부는 힐링물입니다. 그게 요즘 트렌드에도 맞아요.”
“트렌드에 맞아?”
“저 아시죠? 2부 연재하면서 빵 터질 겁니다. 정규연재에서도 탑 찍으셔야죠.”
작가님은 지닌 고집과는 달리 귀가 얇은 편이다.
아닌 척하면서도 트렌드란 말에 흔들림이 멎은 작가님의 저 두 눈은, 이미 고심에 들어가 있었다.
“진짜 힐링물로 되겠어?”
“인세를 초월한 천마가 힐링하겠다는데, 되고 말고요. 천계로 가는 것보단 백배 낫습니다.”
작가님은 쓰읍, 하고 숨을 들이마시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차피 아무리 고심한들 결론은 하나일 수밖에 없었다. 작가님을 설득하려고 서두르고 머리 쓸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나를 천계로 보낼 방법이 없다는 걸 절실히 깨닫기만 할 뿐이다.
“정식연재까지 한 달쯤 남았다고 했죠? 본교 일이야 앞으로 제자들이 할테고…… 그럼 여행 좀 다녀와도 되겠네요?”
나는 눈앞에 뚫려 있는 차원의 문들을 턱짓해서 가리켰다. 그제야 작가님은 내가 어디로 여행을 갈 것인지를 알아차렸다.
그러나 다른 차원들은 일찍이 버려진 곳들에 불과해서, 작가님의 생각은 온통 다음 2부에만 쏠려 있는 것 같았다.
작가님은 뚫려있는 다른 차원들을 흘깃 한번 쳐다보는 것에 그쳤다.
“그건 맘대로 하고…….”
마침내 작가님이 당연한 결단을 내렸다. 비장하게 돌변한 두 눈으로 나를 직시하면서였다.
“그래. 2부는 힐링물로 가자. 잘 놀고먹을 자신은 있는 거지?”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는 문장은 바로 이런 순간을 위해 써야 하는 게 아닐까.
정말이었다.
나는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모든 준비와 과정을 끝마쳤다. 나 또한 작가님과는 다른 의미로,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한 목소리를 냈다.
“맡겨만 주시죠. 아주 열심히 놀고먹겠습니다.”
신이 쓰는 웹소설
완(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