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 Finger RAW novel - Chapter 112
112. 끝없는 암투
우문한도가 말했다.
“그것은 매우 대답하기 곤란합니다. 삼 개월쯤 걸릴 것도 같고 또한 재수가 좋으면 단시일 내에
될 것도 같습니다.”
소영은 석실의 한 모퉁이에 앉아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 내가 만약 백리빙과 힘을 합하여 느닷없이 출수를 한다면 일격에 두 사람을 죽이거나 아
니면 혈도를 정확하게 찔러 생포할 수 있다. 그래서 우문한도로 하여금 나를 돕게 하여 금궁을
찾을 수도 있을 텐데…그러나 그때쯤이면 심목풍이 고수들을 이끌고 당도할 것이다.’
소영은 생각이 이에 미치자 갑자기 후회하는 마음이 생겼다.
‘만약 이번에 손불사와 무위도장 등과 함께 이곳에 왔다면, 그들의 무공으로 충분히 골짜기로 들
어오는 중요한 길목을 지켜 심목풍과 상대할 수 있을 텐데…하지만 지금의 형편으로는 위험을 무
릅쓸 수가 없다.’
소영은 한동안 이와 같은 생각을 하며 이런 좋은 기회가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더군다나 입을 열어 백리빙과 상의할 수도 없으니 더 가슴이 타기만 했다.
이때 주조룡이 탄식조로 말했다.
“만약 대장주께서 좀 일찍 우문형을 이곳으로 모셔 왔던들 아마 지금쯤은 벌써 금궁의 비밀을
파헤쳤을 것이 아니겠습니까?”
우문한도가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제가 산의 형세를 관찰하여서 얻은 결론은 이 산골짜기에는 인공의 변화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도 교묘하여 지질학에 조예가 없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알아낼 수가 없습니
다.”
주조룡은 말을 받았다.
“아아, 대장주께선 좀더 일찍 우문형을 생각해 냈어야 했는데…..”
우문한도가 말을 받았다.
“아마 대장주께선 이 일을 너무 쉽게 생각했거나 아니면 애당초부터 중요시하지 않았을 것입니
다. 그리고 이번에 저를 이곳으로 오게 한 것도 다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서 그랬을지도 모
르지요.”
주조룡이 다시 입을 열었다.
“강적이 수시로 이 골짜기로 들어올 가능성이 있으니 대장주께서 오시기 전에는 우문형도 역시
실제로 시험해 볼 수는 없을 것이오. 그러니 이 기회를 이용하여 편안히 휴식을 취해 두십시오.”
우문한도가 대답했다.
“이장주께서는 볼일을 보십시오. 나는 골짜기 속의 지질을 좀더 자세히 연구해 봐야겠소.”
우문한도는 말을 마치자 금칠을 한 상자를 열어서 그 안에 든 자갈, 풀, 모래, 황토 화강암 등을
꺼내 앞에다 벌려 놓고 두드려 보기도 하고 무엇을 기재하기도 하며 연구에 몰두했다.
백리빙은 끝내 참지 못하고 소영에게 말했다.
“오빠, 우리는 계속 이렇게 그들의 명령에 따라 움직여야 합니까?”
소영이 대답했다.
“작은 일을 참지 못하면 큰 일을 망친다. 그 금궁은 정의도와 악당의 생사 문제를 좌우하는 것
이므로 우리는 어떠한 수단을 써서라도 금궁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그리고 지금 골짜기에 비록
강적이 없다고 하지만 우리 두 사람의 힘으로는 미약한 점이 없지 않다. 그러니 오늘밤 우리는
중주이고를 불러와서 함께 손을 쓰기로 하자.”
백리빙이 소영의 말에 대답을 하려 할때 갑자기 우문한도가 그녀에게 눈짓을 했다.
“이리 오게.”
백리빙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속으로
‘그는 내가 오빠와 전음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것일까?’
백리빙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걸어나갔다. 그녀는 암암리에 운공을 하며 잔뜩 경계태세를 취했
다.
우문한도는 한 덩어리의 화강암을 손에 들고 백리빙에게 보이며 말했다.
“작은 연못가에 가서 다시 한 조각의 화강암을 주워 오게.”
그는 말을 마치자 다시 고개를 숙이고 붓으로 종이에다 무엇을 그렸다.
백리빙은 화강암을 받아 들면서 슬쩍 우문한도를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우문한도가 한 장의 백
지 위에다 가득 글씨를 써 놓은 것이 보였지만 무엇인지 알아볼 수는 없었다.
그래서 백리빙은 다시 소영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소영은 고개를 숙인 채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백리빙은 하는 수 없이 속으로 투덜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흥, 지금은 네가 위풍당당하게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만 내일이면 너도 꼴불견이 될 것이
다.’
소영은 백리빙이 화강암을 들고 잠자코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보자 은근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
었다.
약 밥 한 끼 먹을 정도의 시간이 경과되자 백리빙과 반룡이 함께 돌아왔다.
우문한도가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구해 왔느냐?”
백리빙은 짐짓 굵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구해 왔습니다.”
백리빙은 가지고 온 돌을 두 손으로 받들어 우문한도에게 바쳤다. 우문한도는 거들떠보지도 않
고 손을 내밀어 그것을 받아 옆에 놓아 두었다.
백리빙은 우문한도의 분부를 기다리지도 않고 곧 소영의 곁으로 물러가서 앉았다. 소영은 백리
빙의 마음이 격뿐으로 가득차 있음을 알고 혹시 그녀가 참지 못하여 폭발하지나 않을까 염려하여
나직이 물었다.
“빙아, 화났어?”
백리빙은 소영의 말에 빙그레 웃음을 띠었다. 그녀는 웃고 나니어느 정도 속이 후련해지는 것
같았다.
그때 반룡의 음성이 들려왔다.
“제가 방금 들은 바에 의하면 십여 명의 사람들이 이 골짜기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고 합니다.
어떠한 인물인지는 아직 자세히 모르지만…..”
주조룡은 두 눈을 내리감은 채 휴식을 취하고 있다가 그 말을 듣자 벌떡 일어섰다.
“대장주님이 아닐까?”
반룡이 얼른 대답했다.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주조룡이 다시 말했다.
“빨리 알아 봐요. 만약 적이라면 있는 힘을 다해 골짜기의 입구를 막아야 하오. 절대로 그들을
들여 놓아서는 안 되오.”
“네.”
반룡이 대답을 한 다음 몸을 돌려 나가려고 하는 찰나에 갑자기 우문한도가 붓을 땅바닥에 팽개
치며 소리를 높여 웃어젖혔다. 이 갑작스러운 변화에 방 안의 사람들은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
으며 반룡 역시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추었다.
주조룡이 가벼운 헛기침을 몇 번 했다.
“우문형!”
그러나 우문한도는 연방 웃어젖히며 주조룡이 부르는 소리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주조룡은 성큼, 한걸음 우문한도에게로 다가서며 일 장으로 우문한도의 어깨를 눌렀다.
“우문형, 어디가 잘못 되었습니까?”
우문한도는 그제서야 웃음을 그쳤다.
“감사합니다. 이장주!”
“나에게 무엇을 감사한단 말이오?”
주조룡은 암암리에 경력을 우장에 집중시켜 여전히 그 우장을 우문한도의 등줄기에 있는 명문혈
에다 고정시키고 있었다. 언제든지 내력을 뻗어내기만 하면 우문한도의 목숨을 끊을 수 있는 태
세를 취하고 있었다.
우문한도는 담담하게 웃었다.
“소제는 너무 기뻐한 나머지 진기가 역행하여 혈도가 풀어졌던 것 같습니다. 만약 주이장주님의
일 장이 아니었더라면 소제는 아마 웃음소리를 멈추지 못했을 것입니다.”
우문한도는 말하는 틈을 이용하여 갑자기 몸을 돌려 뒤로 물러나면서 주조룡이 노리고 있는 명
문요혈을 피했다.
주조룡은 순간 하하하 하고 큰소리로 웃어젖혔다.
“우문형은 무슨 그다지 기쁜 일이 있길래 혈도가 풀어지는 것도 몰랐단 말이오?”
소영은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이 두 사람은 입으로는 서로 형이야 동생이야 부르고 있지만 제각기 속셈은 따로 갖고 있구나.’
우문한도는 갑자기 안색이 싸늘하게 변하며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제는 이 몇 조각의 암석에서 몇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소.”
주조룡이 말을 받았다.
“금궁과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우문한도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소 크게 관계가 있는 일이오.”
주조룡이 다그쳐 물었다.
“소제에게 알려줄 수는 없소?”
소영은 언뜻 마음속으로 느끼는 바가 있었다.
‘나는 금궁의 열쇠를 지니고 있으니 다만 그 금궁을 여는 방법만 알 수 있다면 누구보다도 먼저
금궁에 들어갈 수가 있겠지…..’
이때 우문한도가 엉뚱한 대답을 했다.
“심대장주께선 빠른 시일 내에 이곳에 도착할 수가 있겠소?”
주조룡이 태연을 가장한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소제가 알고 있는 바로는 아마도 곧 도착할 것입니다.”
우문한도는 그 말을 듣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좋소. 대장주께서 도착하신 후 곧 말씀드리겠습니다.”
주조룡은 양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소제가 먼저 들을 수는 없단 말입니까?”
우문한도는 냉랭하게 한바탕 또 웃어젖혔다.
“이장주가 방금 만약 수중의 내력을 뻗쳐냈다면 소제는 아마 이미 숨이 끊어져 죽었을 것이오.”
주조룡은 가볍게 헛기침을 몇 번 했다.
“우문형, 그건 오해요. 소제는…..”
우문한도는 담담하게 웃으며 그의 말을 가로챘다.
“이장주, 여러 말 해 봐야 소용없소. 소제는 절대로 한 가지 일을 가지고 두 번 다시 말하지는
않소.”
이때 쾅쾅! 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다급하게 울려와 그들의 대화를 끊어 버렸다.
반룡이 곧 문을 열자, 흑의를 입은 사나이가 한 사람 뛰어 들어왔다.
그는 곧 주조룡을 향해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이장주께 아뢰오. 대장주께서 당도하셨습니다.”
주조룡이 황급히 물었다.
“지금 어디 계시냐?”
흑의의 사나이가 대답했다.
“이미 골짜기 입구로 가까이 오고 계십니다.”
주조룡이 그 말을 듣자 다급하게 외쳤다.
“나와 함께 맞이하러 가자.”
주조룡은 재빨리 걸음을 옮겨 석실 밖으로 나갔다. 그러더니 그는 석실 입구에서 다시 고개를
돌려 우문한도에게 말했다.
“우문형은 가시지 않겠소?”
우문한도는 그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고 제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바라보며 냉랭하게 대답했다.
“소제는 잠시 휴식을 취해야겠소. 이장주는 대장주를 만나거든 소제를 대신해서 인사를 여쭈어
주기 바라오.”
주조룡은 의미심장하게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우문형은 마음 놓고 휴식하십시오. 소제 다녀오리다.”
그는 반룡과 함께 석실을 나갔다.
소영은 이 광경을 지켜보며 매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우문한도는 무엇을 믿고 저렇게 두려워하지 않는 것일까? 심목풍마저도 거들떠보지 않는 눈치
군…..’
소영은 이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낮은 목소리로
“빙아, 심목풍의 음흉함과 기지는 주조룡이나 우문한도와는 비교도 되지 않으니 우리는 더욱 각
별히 조심하여야 한다.”
백리빙은 그 말에 고개를 연방 끄덕이긴 했지만 속으로는 아니꼬운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꼭 그와 한바탕 겨루어야지.’
석실 속에는 소영과 백리빙 그리고 우문한도가 남아 있었다.
우문한도는 곧 상자를 열어 흰 종이 위에다 무엇을 가득히 적어 놓은 몇 장의 종이조각을 꺼내
품속에 감추었다.
그제야 소영은 그들의 마음을 똑똑히 알 수 있었다.
‘저들은 알고 보니 각각 속셈이 따로 있군!’
우문한도는 그 몇 장의 종이조각을 숨긴 다음 갑자기 고개를 돌려 무서운 눈초리로 소영과 백리
빙을 노려보았다.
소영은 속으로 잔뜩 경계를 하며
‘우선 모르는 척하고 있다가 수시로 그의 태도에 임기응변을 해야지.’
소영은 짐짓 두 눈을 지그시 내리감고 모르는 척하고 앉아 있었다.
우문한도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두 사람을 향해 걸어왔다. 그의 얼굴엔 살기가 번뜩이며 곧 손
을 쓸 것만 같았다.
소영은 암암리에 경계를 하면서도 겉으로는 모르는 척하고 있었다.
백리빙 역시 무공이 높고 담대한 성격이었으므로 보고도 못 본 척하고 있었다.
우문한도는 자기가 두 사람의 곁으로 줄곧 가까이 갔지만 이들이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자 갑자기 생각이 달라졌다.
“자네들은 이 골짜기에 있는 것이 맘에 드는가?”
소영이 얼른 대답했다.
“네, 좋습니다.”
우문한도는 가볍게 한 번 헛기침을 하고 나서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단 말이지?”
‘어리석은 체해야만 그의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있을 것이다.’
소영은 이렇게 생각하고
“소인들은 그런 생각을 한 지가 오래입니다.”
하고 대답했다.
우문한도는 이 말을 듣자 앙천대소했다.
“음, 내 힘이 닿는 대로 하루속히 두 사람을 이 골짜기에서 벗어나도록 해 주지.”
소영이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골짜기의 사람들이 모두 선생님을 받들 것입니다.”
우문한도는 그 말을 듣자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좋아. 내가 자네들을 위해서 힘써 주지.”
우문한도는 말을 마치고는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소영은 속으로
‘이 사람은 원래 나와 빙아를 죽임으로써 입을 봉하려 했는데 어째서 다시 마음이 달라졌을까?’
하고 의아심을 가졌다.
우문한도는 그 금테를 두른 상자를 들고 석실의 한 모퉁이로 가서 벽에 기대어 앉았다. 석실 안
은 갑자기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그러나 한참 후에 석실 밖에서 한바탕 요란한 발자국소리가 들려왔다. 소영이 시선을 돌려 슬며
시 바라보자 키가 크고 허리가 구부러진 심목풍이 앞장 서서 석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뒤에는
주조룡과 그의 수제자 단굉장이 바싹 뒤따르고 있었다. 그밖에도 많은 수행원이 있었지만 그들은
모두 밖에 서 있었다.
심목풍은 차가운 눈빛으로 우문한도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우문형, 몸이 불편하십니까?”
우문한도는 천천히 두 눈을 크게 뜨며 대답했다.
“이번에는 명령을 받고 이곳에 왔던 바 다행히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심목풍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말로 큰 공을 이루어 놓았습니다. 우문형은 장차 그 이름을 강호에 널리 떨치게 될 것입니
다.”
우문한도는 가볍게 한 번 헛기침을 했다.
“소제는 이미 나이가 환갑에 이르렀으므로 명성을 떨치려는 마음은 이미 버린 지 오래입니다.”
심목풍은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우문형께서 정녕 명리를 원하시지 않는다면 무엇을 원하시는지요? 우문형께서 요구하는 것이라
면 무엇이든지 소제의 힘 자라는 대로 이루어 드리겠습니다.”
우문한도가 말을 이었다.
“변변치 못한 이 몸은 왼쪽 골짜기의 지형과 지질을 연구하여 몇 군데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
다. 아마도 그곳에 십중팔구는 바로 대장주께서 찾고 계시는 금궁의 소재지가 있음을 단정할 수
있습니다.”
우문한도는 잠깐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소제는 먼저 믿을 만한 보장이 있기를 원합니다.”
심목풍은 처음에는 그 말뜻을 얼른 알아차리지 못해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으나 곧 담담하게 웃
으며 말했다.
“우문형은 농담도 잘하시는구료. 수 년 동안 소제는 우문형을 존경해 왔으며 앞으로도 더욱 존
경해 마지 않을 텐데 우문형께서는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대장주, 천만의 말씀입니다. 옛말에도 있듯이 모든 일이란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제일 현명한
방법입니다. 대장주께서는 비록 성의를 다해 주시겠지만 소제로서는 또한 미리 준비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심목풍은 정색을 하며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문형은 무엇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
우문한도는 주조룡을 힐끗 바라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새가 다 날아가 버리면 활이 쓸데없다는 것은 천고에 변함없는 진리입니다. 소제가 만약 다행
히도 금궁을 열 수 있다면 심대장주에겐 그 역시 큰 공훈이 아니겠습니까?”
심목풍이 말을 가로챘다.
“심모는 스스로 그 감사함을 알고 있어 절대 우문형에게 섭섭하게 대하지 않을 겁니다.”
우문한도가 말을 이었다.
“금궁을 연 다음 대장주께서는 소제를 재능이 비범한 사람으로 볼 것이지만, 한편 마음속으로는
은근히 그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할 것입니다.”
심목풍은 미간을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
“정녕 우문형이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소제가 어떠한 말을 하더라도 믿지 않을 테니 우문형께서
무슨 조건이 있다면 서슴지 마시고 이야기해 보시구료. 소제가 힘 닿는 데까지 노력해 보리다.”
심목풍은 잠깐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허지만 소제는 몇 마디 우문형에게 알려줄 말이 있습니다.”
우문한도는 정색을 하며
“대장주의 분부라면 소제는 귀를 씻고 듣겠습니다.”
심목풍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심모가 지금은 마음이 다급한 김에 우문형의 어떠한 조건이라도 들어 주겠다고 승낙했지만, 일
단 일이 끝난 후에 마음이 달라져서 약속을 어긴다면 그때에는 우문형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우문한도는 그 말을 듣자 하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만약 소제가 그것까지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대장주께 이런 문제는 제출하지도 않았을 것입니
다.”
심목풍은 엄숙한 표정을 갑자기 누그러뜨리며 큰소리로 웃어젖혔다.
“그러고 보니 우문형께서는 벌써 그런 것도 계산해 두었구료. 그렇다면 어떠한 고견인지 말씀해
보시지.”
우문한도도 역시 담담하게 웃었다.
“소제가 만약 다행히도 그 금궁을 열 수 있게 되면 대장주께서는 기필코 그 금궁 속에서 제가
두 가지의 물건을 선택해서 가질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셔야 합니다.”
심목풍이 반문했다.
“무슨 물건이오?”
우문한도는 고개를 저으며
“현재로선 저 역시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그 두 가지 물건을 제외한 나머지 물건은 모두 심대
장주의 소유가 되는 것입니다.”
심목풍은 잠깐 동안 무슨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이윽고 다시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허락하겠소.”
우문한도가 다시 말을 이었다.
“대장주께선 비록 허락해 주셨지만, 그때가 되면 변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심목풍은 그 말을 듣자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피차의 교분은 신의로써 이루어져야 하거늘 우문형께서 그다지도 믿지 않으신다면 유감천만일
따름이오. 소제로서는 우문형으로 하여금 믿게 할 방법이 없소.”
우문한도가 다시 말을 이었다.
“있습니다. 그러나 대장주께서 허락해 주실는지가 의문입니다.”
심목풍은 담담하게 웃으며
“어쨌든 말씀이나 해 보십시오.”
우문한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소제가 한 알의 기이한 물건을 간직하고 있는데 그것을 복용만 해 주신다면…..”
심목풍은 안색이 일변했다.
“그럼 나더러 독약을 복용하란 말이오?”
우문한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것은 독약이 아닙니다. 천하에 독물을 사용하는 사람 치고 독수약왕을 능가할 사람이 없습니
다. 대장주는 독수약왕과 교분이 두텁거늘 제가 어찌 경솔하고도 가소롭게 대장주에게 독약을 복
용토록 하겠습니까?”
심목풍은 담담히 웃었다.
“독약이 아니면 무엇이오?”
우문한도는 즉시 대답했다.
“천산(天山) 유곡 속에서 자라난 무심과(無心菓)입니다.”
심목풍은 가볍게 한 번 기침을 했다.
“그 무심과를 복용하면 어떻게 되는 거요?”
우문한도는 즉시 말을 받았다.
“무심과를 복용하고 나면 천천히 과거와 미래를 잊어 버리게 됩니다.”
심목풍이 한바탕 냉랭하게 웃었다.
“그것은 치명적인 독약보다도 더욱 악랄하구려.”
우문한도는 말을 이었다.
“그러나 치명적인 것은 아닙니다.”
심목풍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나 이윽고 다시 담담하게 웃었다.
“그럼 해독할 방법은 있소?”
우문한도가 대답했다.
“천하 만물은 반드시 상극(相剋)이 있는 법. 물론 해독할 방법이 있지요. 소제는 또 다른 진기한
과일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복용하면 스물네 시간 이내에 곧 본래의 정신을 회복할 수 있습니
다.”
심목풍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몸이 그 무심과를 복용한 후 정신이 몽롱해지면 우문형은 멋대로 금궁의 보물들을 처리하려
는 생각이군요.”
우문한도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 무심과의 약성은 복용한 후 칠 일이 지나서야 비로소 그 효력이 발생하
게 되는 것입니다. 그땐 저는 이미 금궁을 떠나 있을 것입니다.”
소영은 이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속으로 매우 이상하게 생각했다.
‘만약 인공으로 만든 약물이라면 사람의 기억을 상실시킬 수가 있겠지만 어찌 천연의 과일이 그
러한 효능을 가질 수가 있단 말인가? 실로 불가사의한 일이로다.’
이때 심목풍이 고개를 쳐들며 하하 하고 웃어젖혔다.
“세상에 정말 그런 천연의 과일이 있다니 실로 믿기 어려운 일이군요.”
심목풍은 잠깐 말을 끊었다가 다시 다그쳐 물었다.
“그 무심과는 지금 어디 있소?”
우문한도는 손으로 자기를 가리키며
“바로 제 몸에 지니고 있습니다.”
심목풍은 슬쩍 변죽을 울렸다.
“우선 꺼내서 구경이나 좀 합시다.”
우문한도는 곧 대꾸했다.
“대장주께서 먼저 결심을 하십시오. 허락하신다면 물론 꺼내 드리지만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보
실 필요도 없겠지요.”
그러자 심목풍이 양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만약 허락하지 않는다면? 그때엔 당신은 이 골짜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소?”
우문한도가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는 대장주께서 반드시 허락하실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심목풍은 다그쳐 물었다.
“어찌 자신을 한다는 거요?”
우문한도는 웃으며
“왜냐하면 대장주께서는 기필코 금궁에 들어가려고 하시기 때문입니다.”
심목풍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을 이었다.
“이 심모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우문형이 어째서 그런 이상한 생각을 갖게 되었나 하는 점입니
다.”
우문한도는 주조룡을 힐끗 바라보고는 말을 이었다.
“그것은 오직 주이장주의 침착성이 부족했던 때문이오. 주이장주의 태도로 보아 대장주께서는
나를 죽이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주조룡은 깜짝 놀라서 내뱉듯이 말했다.
“우문형, 함부로 사람을 모함하지 마시오. 이 몸이 언제 당신에게 그럴 만한 행동을 했단 말이
오?”
우문한도는 냉랭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조금 전에 내가 금궁을 열 수 있는 방법 하나를 생각해 내서 일시 너무도 기쁜 나머지 소리를
내어 웃었더니 주이장주께서는 아마 소제가 이상한 마음이라도 품고 있다고 의심을 했는지 손을
들어 나의 심맥(心脈)을 누르지 않았소? 만일 그때 내가 침착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지금쯤 나는
주형의 손에 죽었을 것입니다.”
주조룡이 다급히 말을 가로챘다.
“우문형, 그건 오해요. 소제는 다만 우문형의 웃음이 하도 이상하여 혹시 진기가 혈도에서 풀려
나오지나 않았나 해서 손을 뻗쳐 도와드린 건데, 뜻밖에도 그것이 우문형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줄은 정말 몰랐소.”
우문한도는 냉랭하게 말을 받았다.
“그건 궤변이오. 나의 웃음이 멈춘 후에도 주형의 손은 여전히 나의 등줄기를 누르고 있었소!”
우문한도는 시선을 돌려 심목풍을 힐끗 바라본 다음 다시 말을 이었다.
“만약 심대장주께서 아무런 분부도 없었다면 주이장주께서는 절대로 그런 용기가 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심목풍의 싸늘한 두 줄기의 시선은 주조룡의 표정을 한 번 훑어본 다음 재빨리 다시 우문한도에
게 옮겨졌다.
소영은 이때 주조룡의 전신이 가볍게 떨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우문한도가 다시 말을 이었다.
“변변치 못한 이 몸이 혹 금궁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대장주께서는 가슴속의 분노를 터뜨릴 곳이
없어 결국 저에게 그 분풀이를 할 것이며, 또한 금궁을 찾아낸 후에도 저는 이미 이용 가치가 없
어졌으므로 그냥 내버려 두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 아무리 생각해 봐도 결국은 죽음뿐이니…그래
서 금궁을 찾아내기 전에 대장주와 협의하려는 것입니다.”
심목풍은 담담하게 웃었다.
“우문형, 이 한 가지 생각을 잊어서는 안 되오. 지금 당신이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당신을 생포하
여 이 세상에서는 그 유례를 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한 고문을 할 수 있다는 것이오.”
우문한도는 정색을 하며 천천히 대답했다.
“지금 내 입엔 일종의 극독한 환약이 들어 있소. 이빨로 깨물어 삼키기만 하면 즉시 독이 발작
하여 죽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대장주께선 금궁으로 들어갈 기회를 상실하게 되거나 설령
들어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몇 년 더 늦어질 것입니다.’
심목풍은 갑자기 큰소리로 웃어젖혔다.
“우문형은 정말 의심이 많군요. 그렇다면 심모는 더 이상 말하지 않겠소. 어서 그 무심과를 꺼내
시구려.”
소영은 이들 두 사람이 하는 수작을 지켜본 다음 이런 생각을 했다.
‘심목풍이 어떤 사람이라고! 쉽사리 우문한도의 요구를 받아들일까 보냐! 보아하니 이 일로 말미
암아 한바탕 생사를 건 싸움이 벌어지겠군.’
그러나 사정의 변화는 뜻밖이었다. 심목풍은 정말 서슴지 않고 무심과를 삼키려 했다.
우문한도는 급히 금테를 두른 상자를 열어 동합 하나를 꺼내 뚜껑을 열고 마치 복숭아처럼 생긴
노란 물건 한 개를 꺼냈다. 우문한도는 그것을 식지와 중지 사이에 들고 말했다.
“바로 이것이오.”
우문한도는 다시 말을 이었다.
“이 과일의 향긋한 맛은 혀를 자극할 것입니다. 그리고 속엔 씨가 들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오
랫동안 몸에 지니고 다녔으므로 말라 버렸습니다.”
심목풍은 빙그레 웃었다.
“우문형은 먹어본 일이 있소?”
우문한도는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다.”
“먹어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 과일의 향기를 아시오?”
우문한도는 약간 난처한 빛을 보이며 대답했다.
“지난 날 소제가 이 과일을 처음 얻었을 때, 그 향기가 매우 짙어 수천 장 밖에서도 그 향긋한
냄새를 맡아볼 수 있을 정도였었소. 그래서 소제는 이 과일이 향긋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심목풍은 무심과를 받아 들고 만지작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우문형, 이것 외에 다른 방법으로 대신할 수는 없소?”
우문한도는 곧 대답했다.
“소제가 이 방법을 꺼내기 전이라면 다른 방법도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미 이야기를 꺼낸 이상
다른 방법으로 바꿀 수는 없습니 다.”
심목풍은 가볍게 웃었다.
“좋소. 이 심모는 일생 동안 남에게 굽혀본 일이 없었지만 이번만은 특별히 우문형의 뜻을 이루
어 주겠소.”
우문한도는 말을 받았다.
“작은 것을 참지 못하면 큰일을 그르치는 법이오. 대장주께서 장차 무림을 한 손아귀에 넣을 것
을 생각하신다면 이까짓 일쯤이야 조금도 언짢게 생각할 게 없을 겁니다.”
심목풍은 그 말을 듣자, 하하 하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옳은 말이오.”
심목풍은 독과를 들어 입 속에 넣었다.
주조룡은 깜짝 놀라서
“대장주!”
하고 외쳤다.
심목풍이 노한 소리로 꾸짖었다.
“모두가 너의 잘못으로 빚어진 결과다.”
심목풍은 말을 함과 동시에 앞으로 한걸음 나서면서 손을 뻗어 주조룡의 완맥을 잡았다.
주조룡은 다시
“대장주!”
하고 외쳤다.
심목풍은 오른손을 뻗쳐 주조룡의 앞가슴을 향해 찍어갔다. 그러나 장세가 그의 앞가슴에 닿으
려는 찰나 심목풍은 갑자기 손을 뒤로 돌려 반대 방향을 찍어갔다.
순간, 한 줄기의 질풍같이 빠르고 강력한 지풍, 암경이 곧장 우문한도의 명부요혈을 향해 뻗쳐갔
다. 이때 두 사람의 거리는 불과 수 척이었다.
우문한도는 비록 늙은 구렁이처럼 간사하고 교활했지만 심목풍의 주조룡을 향하던 손이 그처럼
느닷없이 자기에게로 돌아올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피할 틈이 없어 심목풍의 강한 지
풍에 명부요혈이 적중되고 말았다.
이때 심목풍의 동작은 전광석화처럼 빨랐다. 오른손의 지풍이 우문한도를 적중시키자, 재빨리 주
조룡의 손을 잡고 있던 왼손을 돌려 우문한도의 왼쪽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나서야 심목풍은 냉
랭하게 한바탕 웃어젖혔다.
“우문형께서는 스스로 이런 결과를 자초했으니 할 수 없는 일이지.”
심목풍은 곧 주조룡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그의 입 속에서 빨리 약물을 꺼내!”
그 말이 떨어지자 주조룡은 곧 손을 뻗쳐 우문한도의 입을 벌리고 그의 입 속에서 흑색 단환 한
개를 찾아냈다.
심목풍은 꺼낸 단환을 한 번 바라보더니 말을 이었다.
“이 사람은 교활하고 음흉스럽기 짝이 없으니 절대로 경솔하게 처리해서는 안 돼. 다시 그의 입
속을 들여다 보게. 또 독환이 들어 있을지도 모르니까.”
“네!”
주조룡은 대답을 한 다음 다시 우문한도의 입 속을 자세히 들여다 봤다. 과연 혓바닥 밑에서 한
알의 흑색 단환이 나왔다.
이때 우문한도는 두 곳의 요혈을 찍혔으므로 말도 할 수 없고, 움직일 수도 없었다.
소영은 심목풍과 우문한도의 서로 잡아 먹으려는 듯한 일 장의 싸움을 바라보고는 속으로 이렇
게 생각했다.
‘강호의 속임수가 험악하다더니 과연 악랄하기 그지없구나!’
그러나 심목풍은 곧 오른손을 떨쳐 우문한도의 두 군데 요혈을 풀어주고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
다.
“우문형은 그래도 이 심모를 위협하겠소?”
우문한도는 땅이 꺼질 듯한 한숨을 내쉬었다.
“대장주가 나의 몸뚱이를 토막토막으로 잘라서 죽인다고 하더라도 나는 금궁으로 들어가는 길을
알려줄 수 없소.”
심목풍은 냉랭하게 말했다.
“우문형은 그래도 고집을 부릴 작정이오?”
“저는 이미 죽음을 각오했으니 마음이 오히려 편하군요.”
심목풍은 담담하게 웃었다.
“당신과 나의 거리는 불과 수 척이오. 당신에게 절대로 자살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을 것이오.”
우문한도는 가소롭다는 듯 큰소리로 웃어젖혔다.
“단칼에 죽으나 천백 번 찔려 죽으나 죽음은 마찬가지요.”
심목풍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문형은 너무도 자신만만하군요. 하지만 당신이 이 심모에게 협조하지 않는다면 이 심모는 언
제든지 당신을 굴복시킬 자신이 있소.”
심목풍은 잠깐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그러나 심모는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소.”
우문한도는 심목풍의 말이 다시 누그러지는 것을 보자, 다시 어떤 희망 같은 것을 느꼈다.
“제가 만약 금궁을 개척해 준다면 대장주께선 어떻게 저를 대해 주겠소?”
“우문형은 박학다식하고 지모가 풍부하므로 이 심모는 앞으로 다시 우문형을 존경할 것이오. 내
가 당신을 죽인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 설사 당신이 나에게 협력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아마 나
와 적대시하지는 않으리라 믿소. 다만 당신이 소영을 도와 나에게 맞서지 않는다면 곧 당신을 강
호에서 물러나게 하여 선기서여로 돌려 보내 책이나 읽으며 여생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해
주겠소.”
우문한도는 잠깐 동안 무슨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한참만에 입을 열었다.
“말이야 그럴 듯하지만 저로서는 역시 믿을 수 없는 말이외다.”
“어째서 못 믿겠다는 거요?”
우문한도는 힘없이 대답했다.
“당신이 맹세를 하기 전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