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 Finger RAW novel - Chapter 130
130. 황야의 무술연마
중주이고는 소영의 심정이 편치 못함을 알고 말을 하지 않았다.
소영이 발걸음을 멈추자 백리빙이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오빠, 내가 오빠에게 해를 입혔군요.”
“어째서 네가 나를 해쳤단 말이냐?”
백리빙이 말을 이었다.
“그 악낭자는 내가 오빠와 동행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불쾌하게 여겨 오빠와 만나지 않으려고 한
거예요.”
소영은 픽 웃었다.
“빙아는 너무 어린 아이 같은 말을 하는구나…..”
소영은 손을 내밀어 백리빙의 손을 잡고 땅바닥에 앉으면서 말했다.
“빙아, 너는 내가 무엇 때문에 이곳에 왔는 줄 아느냐?”
“알아요. 오빠는 악낭자를 찾으려는 거지요?”
소영은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무엇 때문에 이곳에 와서 그녀를 찾으려고 하며 그녀는 또 왜 이처럼 무서운 곳에서 살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아느냐?”
백리빙은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그건 모르겠어요.”
“좋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다 말해 주지.”
며칠 동안 애수에 잠겨 있던 백리빙의 얼굴이 갑자기 환해지는 것 같았다.
“그럼 오빠는 그녀를 보기 위해 이곳에 오지 않았다는 거예요?”
소영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아니야.”
소영은 한참 동안 망설이다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말하자면 그녀는 어떤 무공이 높은 사람과 하나의 약회(約會)를 정했지. 그 장소는 바로 저 구
름이 감돌고 있는 단혼애야. 저렇듯 험한 곳에서 만나게 되니 그야말로 생사를 예측할 수 없는
한바탕의 악투가 벌어질 것이다.”
백리빙이 말을 받았다.
“오빠는 그녀를 도우려는 거지요?”
소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그녀와 만나기로 한 사람은 그 무공이 강할 뿐만 아니라 그녀의 거의 십 배에 달하는
원병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악누님은 나의 생명의 은인이다. 내가 오늘이 있는 것은 악누님께서
주신 거나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그 격투가 아무리 위험한 것이라 하더라도 나는 거기에서 벗어
나서는 안 된다.”
백리빙도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와 같은 사정이 있었다면 그녀를 도와줘야지요.”
소영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므로 나는 여기에 남아서 그 사람이 약속을 지키러 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백리빙이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저도 이곳에 남아서 오빠의 벗이 되어 드리겠어요.”
소영은 원래 백리빙을 떠나게 하려고 그와 같은 말을 꺼낸 것인데 뜻밖에도 백리빙이 먼저 가로
채고 나섰던 것이다.
소영은 잠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백리빙이 갑자기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는 내가 이곳에 남아 있어도 오빠를 도와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이번의 격투에 우리는 승산이 없으므로 네가 여기에 남아 있으면 크게 위험할 것이다.”
백리빙이 얼른 말을 받았다.
“오! 오빠가 만약 이번 격투에서 해를 당한다면 나 역시 무사히 살아 나갈 수는 없을 것 같아
요.”
소영은 그 말을 듣자 눈이 휘둥그래졌다.
‘이 여자가 나에게 이렇게 정을 쏟으니 장차 어떻게 될 것인가?’
소영은 백리빙을 설복하여 이 위험한 지역에서 떠나게 할 수 없음을 알고 말을 바꿨다.
“빙아, 네가 여기 남아서 나를 벗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나에게 반드시 두 가지의 일을 약속해
야 한다.”
백리빙은 기쁜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
“무슨 일이에요?”
“나의 허락을 받기 전에는 함부로 무슨 일에든 나서서는 안 된다.”
백리빙은 잠깐 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이윽고 대답했다.
“좋아요. 약속하겠어요.”
소영은 시선을 중주이고에게 돌리며 말했다.
“두 분께서는 이미 적이 얼마나 무섭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오. 이곳에 남아 있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으니 가셔서 손불사 노선배님과 무위도장 등에게 이야기나 해 주시오. 그들이 매우 초조하
게 기다릴 것이니…..”
두구가 얼른 말을 받았다.
“우리들도 무공으로 형님을 돕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또한 상팔도 급히 말문을 열고 나섰다.
“형님의 뜻은 그 손불사 노선배님과 무위도장 등에게 형님의 소재를 알려주라는 게 아닙니까?”
“그럴 필요는 없소. 다만 그들에게 소영이 편안히 있다고만 전해 주시오. 그리고 이 일이 끝나고
그때까지 내가 살아 있다면 다시 두 분의 행방을 찾겠소.”
상팔은 정색을 하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럼 형님께서는 천하 무림의 동도(同道)를 위해 몸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우린 그만 가 보겠습
니다.”
두구가 무슨 말을 하려고 머뭇거렸으나 상팔이 그의 옷자락을 끌다시피하며 앞을 향해 걸음을
옮겨 놓았다.
소영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백리빙에게 말했다.
“빙아, 우리는 은밀한 곳을 찾아 몸을 숨겨야 한다.”
백리빙은 반문했다.
“무엇 때문에 몸을 숨겨야 해요?”
“왜냐구? 몇 가지의 무공을 연습하기 위해서야.”
백리빙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제가 오빠를 위해 호위를 해 드리지요.”
두 사람은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풀밭으로 가서 길 가까운 곳에 몸을 숨길 만한 곳을 찾아 들었
다.
소영은 거기서 한편으로는 무상대사가 손수 기록한 탄지신공을 연마하고 한편으로는 백리빙과
함께 담운청이 지은 검술을 연구했다.
백리빙과 소영은 검법을 연구하는 틈틈이 꿩이나 산토끼 등을 사냥해서 불에 구워 배를 채우고,
때로는 잣을 따다 까먹기도 했다.
그리고 이곳에는 인적이 드물었으므로 이들은 먹고 마시는 외에는 무공을 연습하고 검술을 익히
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리하여 두 달 후에는 눈부신 진전을 보였다.
어느날 아침 소영이 잠에서 깨어나 날짜를 손꼽아 보니 이미 약속한 기한이 다 된 것 같았다.
소영은 백리빙을 돌아보며 느닷없이 웃어댔다.
백리빙은 그때 마침 한 마리의 산토끼를 굽고 있다가 소영의 웃는 모습을 보자 옆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왜 웃으셔요?”
소영은 여전히 싱글싱글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깝게도 산중에 거울이 없어 너는 자신의 모습을 비쳐 보지 못하는구나. 너의 흰 옷은 이미
검은 색으로 변해 버렸고 꽃과 옥같이 곱던 아가씨는 어느 새 거지로 변해 버렸구나.”
백리빙은 그제야 말뜻을 알아차렸다는 듯 빙그레 웃었다.
“오빠도 텁수룩한 머리에 그 얼굴이 나보다 나은 것도 없군요.”
소영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빙아, 요즘 우리는 전심전력으로 무공의 연습과 검술을 익히기에만 힘써 왔으므로 다른 것은
통 잊어 버리고 지났다. 그래서 조금 전에 내가 그 사람과 악낭자의 약속 기일을 계산해 보니 이
미 날짜가 다 되었어. 아마 내일이 아니면 모레쯤일 거야. 그러니 우리도 오늘은 세수를 하고 봉
우리 위로 올라가도록 하자.”
백리빙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엇 때문에 봉우리 위로 올라가는 거예요?”
“우리는 거기서 교대로 지키면서 그들의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하려는 것이다.”
백리빙은 사방의 산세를 돌아 보면서 말했다.
“사방의 산세를 돌아 보니 다른 출구는 없을 것 같은데…..”
백리빙은 굽고 있던 산토끼를 뒤집어 놓으면서 말을 이었다.
“서쪽으로 조금 가면 조그마한 개울이 있으니 거기 가서 세수를 하세요.”
사실 소영은 무공을 연마하느라고 거의 두 달 동안이나 좌식하는 자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소영
은 백리빙의 말대로 서쪽으로 향해 조금 달려갔다. 과연 작은 개울이 있었다.
소영은 거기서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 입었다.
소영은 본래의 영준한 모습으로 백리빙에게 돌아왔다.
이때 백리빙은 이미 산토끼를 다 구웠다. 소영은 백리빙이 그처럼 고생하는 모습을 보자 언짢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백리빙의 흩어져 내전 머리카락을 쓸어올려 주며 정다운 어조로 말했다.
“빙아, 너는 지난 두 달 동안에 너무도 많은 고생을 겪었구나.”
백리빙은 얼굴을 붉히며 빙그레 웃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 동안에 무한히 즐거웠어요. 자아, 산토끼가 다 구워졌으니 먼저 잡수세요. 나
는 가서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 입고 올 테니까.”
백리빙은 몸을 일으켜 재빨리 달려갔다.
‘백리빙은 귀엽게 자란 몸인 데도 불구하고 이 깊은 산중에서 외롭고 처량한 나날을 보냈다. 그
리고 나를 위하여 불을 피우고 먹을 것을 마련했으니 후일 그녀에게 관대하게 대해 주어야겠다.’
백리빙이 어느덧 세수를 하고 돌아왔다. 그녀는 소영이 아직도 구운 산토끼의 고기를 먹지 않고
있는 것을 보자 다급히 말했다.
“오빠, 어째서 먹지 않았어요?”
소영은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했다.
“네가 돌아오면 같이 먹으려고…..”
두 사람은 서둘러 구운 토끼를 먹고 높은 봉우리 위로 올라갔다.
“시간이 이미 다 돼 가니 오빠는 시간을 아껴 다시 좌식을 하세요. 내가 호위를 해 드릴 테니
까…특히 그 담운청의 검술을 잘 생각해 보세요.”
소영은 악소채에게 비녀 두어 사람 외에는 협조자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자기야
말로 유일한 원조자가 되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옥소랑군이 이번에 만약 동조자를 데리고 오지 않는다면 모르지만 그가 만일 동조자를 청해 온
다면 틀림없이 무공이 높은 절세 고수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의 결전은 심목풍과 그 금궁의 밖
에서 겨루던 것보다도 더 심한 악전고투가 될 것이다.’
소영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빙아, 내가 네게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들어 주겠니?”
백리빙은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곧 담담하게 웃었다.
“오빠는 이상한 말을 하는군요. 내가 언제는 오빠의 말을 듣지 않았던가요?”
백리빙은 사랑스런 웃음을 머금고 소영을 잔잔히 건너다 봤다.
소영은 말을 이었다.
“나도 그 점은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일은 사정이 좀 달라서 혹 네가 응낙하지 않을까 봐 그러
는 거다.”
백리빙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오빠, 설마 지금까지 내 마음을 몰랐던 것은 아니겠지요?”
소영은 정색을 하면서 말했다.
“바로 네가 나를 너무 잘 대해 주기 때문에 이 일에 응낙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것이다.”
백리빙은 아름답고 큰 눈을 깜빡거리며 말했다.
“정말이에요. 내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어떻게 거절하겠어요. 빨리 말해 보세요.”
“그건 안 돼. 네가 먼저 응낙을 해야만 내가 말하겠어.”
백리빙은 급기야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응낙하겠어요.”
소영은 앞에 있는 작은 바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빙아, 이리 앉아!”
백리빙은 천천히 소영의 곁으로 다가가서 소영에게 기대고 앉았다. 그녀는 한없이 따뜻하고 부
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빙아의 무공은 나와 비교해서 어떤가?”
백리빙은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그야 물론 오빠보다 못하지요.”
“그렇다면 만일 내가 그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면 빙아도 물론 그 사람의 적수가 될 수 없을 것
이다.”
백리빙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당연하지요.”
“그러므로 이번 일에는 네가 끼어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건 알아요. 그러므로 나는 단지 옆에서 오빠를 도와드리려는 것 뿐이에요.”
소영은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그건 안 돼. 너는 나와 함께 갈 수 없어. 만약 그 사람이 나와 악낭자를 죽일 수 있다면 필시
너도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백리빙은 말을 가로챘다.
“그건 안 돼요. 그 일만은 응낙할 수 없어요.”
소영은 빙그레 웃으며 백리빙을 달랬다.
“빙아, 너는 이미 응낙을 해 놓고…..”
백리빙은 침통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렸다.
“오빠, 내가 오빠에게 속았군요.”
소영은 손을 들어 백리빙의 까만 머리를 쓰다듬으며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빙아, 내 말을 들어봐. 그 사람은 악낭자를 매우 미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도 미워하고 있
어. 그러므로 나도 앞일을 전연 예측하지 못하고 있어. 그러나 싸움이 벌어진다면 그야말로 위험
한 국면이 되고 말 거야.”
백리빙은 토라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만 하세요 이미 다 알아 들었어요.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지요?”
소영은 고개를 들어 백리빙을 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들이 오거든 너는 우리가 그동안 무공연습을 하던 곳으로 가 있기 바란다. 내가 만약 살아난
다면 너를 찾으러 갈 것이다. 그러나 하룻밤이 지나도록 가지 않는다면 너는 곧 북해로 돌아가기
바란다.”
백리빙의 그 크고 맑은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렸다. 그녀의 입가에는 쓸쓸한 웃음이
번졌다.
“오빠, 나는 거기서 오빠를 기다리기로 약속했어요. 그러나 만약 오빠가 오지 않는다 해도 나는
다시 북해로는 돌아가지 않겠어요.”
“어째서?”
“오빠가 만약 나에게로 돌아오지 않을 때는 틀림없이 죽지 않았다면, 부상을 당했을 게 아니에
요?”
소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오빠가 만약 죽음을 당했다면 난들 어찌 살아서 돌아가겠어요?”
소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윽고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빙아, 내가 정말 죽었다고 한다면 너마저 죽는다고 해서 내가 다시 살아날 리 없잖니?”
백리빙은 입술을 꼭 깨물며 대답했다.
“그래도 일생 동안 슬픔에 잠겨서 사는 것보다는 나아요.”
소영은 무슨 말을 해서라도 그녀를 달래려고 했지만 적당한 말이 얼른 떠오르지 않았다.
이때 백리빙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오빠, 누가 와요.”
소영이 시선을 돌려 바라보니 한 떼의 무리들이 당당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옥소랑군의 원병이라면 저처럼 많지는 않을 텐데…..’
소영은 이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백리빙에게 나직이 말했다.
“빙아, 우리는 마땅한 곳을 찾아 몸을 숨겨야 한다. 저들의 눈에 띄어서는 안 된다.”
백리빙은 그 말을 듣자 곧 고개를 끄덕이며 한 그루의 고목 위에 뛰어 올라가 무성한 나뭇잎 속
에 몸을 감췄다.
그러자 소영도 곧 몸을 날려 큰 바위 뒤로 가서 숨었다.
소영이 그들을 자세히 바라보니 맨 앞장 서서 오는 사람은 푸른 옷에 금면(金面)을 한 사람이었
다.
그는 바로 지난날 소영과 그 정원에서 격투를 벌였던 철수인이었다. 보아하니 이들은 옥소랑군
의 약속 때문에 온 것이 틀림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옥소랑군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그 철
수인의 뒤에는 두 사람의 흑의를 입은 사나이가 바짝 따라오는데, 그들은 부드러운 침상 하나를
들고 왔다. 그리고 침상 뒤에는 네 사람이 줄을 지어 뒤따랐다.
그 첫 번째는 가사를 입고 손에 불진(拂塵)을 든 중년 여승이었으며, 두 번째의 사람은 호호백발
의 노부인이었다.
세 번째는 회색 도포를 입은 노인이었으며, 네 번째는 경장을 하고 외투를 입은 소년이었다.
소영은 그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자 이런 생각을 했다.
‘금면 철수인이 나타난 것을 보면 반드시 옥소랑군도 왔을 텐데 …어째서 옥소랑군의 모습이 보
이지 않는 것일까?’
소영은 그 이유를 알 수 없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 사이에 그들은 산허리의 좁은 길을 돌아 곧장 잡초가 무성한 풀밭으로 내려갔다.
백리빙은 고목에서 뛰어 내렸다.
“오빠, 바로 그들이에요?”
소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틀림없어.”
백리빙은 순간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오빠, 정말 나를 데리고 가지 않을 작정이에요?”
소영은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
“빙아, 너도 보았겠지만 의외로 많은 인원이야. 그러니 사태는 예상한 것보다도 더 험악할 것 같
아. 그러니 너는…..”
백리빙은 말을 가로챘다.
“바로 그 점이에요. 그들의 인원이 너무 많기 때문에 나도 가려는 거예요.”
소영은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그런데 어째서 가려는 거냐?”
“그들 모두가 무공이 높다고는 할 수 없잖아요. 설마하니 내가 그 침상을 들고 가는 두 하인 놈
이야 이겨내지 못하겠어요?”
소영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빙아, 내가 너의 무공이 약하다고 해서 그러는 게 아니야.”
백리빙은 또 말을 가로챘다.
“나도 알아요. 오빠는 내가 무서운 격투에 휘말려 상처를 입을까 봐 그러는 거지요?”
“바로 그거다.”
백리빙이 말을 이었다.
“내가 이미 말한 바 있잖아요. 오빠가 만약 죽는다면 나 혼자 살아서 돌아가지는 않는다고…그래
도 내 말을 믿지 못하겠어요?”
소영은 당황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그렇다면 꼭 가겠다는 거냐?”
백리빙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단지 오빠가 데리고 가 주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난 이미 오빠와 약속을 해 버린 걸요.”
소영은 엄숙한 표정을 지으면서 잠자코 있었다.
백리빙이 다시 말을 이었다.
“오빠, 허락해 주세요. 나 혼자 그곳에서 기다리려면 오빠의 승패에 관한 조마조마한 생각 때문
에 위험 속에 있는 것보다도 더 견디기 어려울 거예요.”
소영은 이윽고 힘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좋아! 정 그렇다면 너를 데리고 가겠다!”
백리빙은 활짝 웃는 얼굴을 소영의 가슴에 파묻었다. 그녀의 부드러운 음성이 소영의 품에서 메
아리쳤다.
“나는 오빠의 마음을 믿었어요. 오빠가 결코 나 혼자만을 그 거친 들판에 내버려 두어 목이 타
게 기다리도록 하지는 않으리라고 …..”
소영은 가슴이 뜨겁게 적셔 오는 것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빙아, 내가 너를 데리고 갈 테니 내 말을 잘 들어야 한다.”
백리빙은 고개를 들고 낭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좋아요. 모든 것을 오빠의 분부대로 하겠어요.”
소영은 다시 산정으로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 봤다. 그들 일행은 이미 그 잡초가 우거진 초원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다만 무성한 잡풀이 갈라져 누워 있는 것이 그들이 지나간 발자취를 말해
줄 뿐이었다.
소영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빙아, 우리도 이제 가야겠다.”
백리빙은 명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이미 갈 준비가 돼 있어요.”
백리빙은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오빠, 한 가지 부탁할 일이 있는데 들어 주시겠어요?”
“무슨 일인데?”
“오빠는 적을 대하는 데 있어서 너무 악하게도 대하지 말고 그렇다고 너무 인정도 베풀지 마세
요. 오빠는 비록 인의(仁義)의 협객이지만 이번만은 경우가 달라요. 적은 인원이 많고 이 편은 적
으니 자비를 베풀 필요가 없는 것이에요. 적 하나를 더 죽이면 그만큼 적의 저항력은 줄어드는
것이어요.”
소영은 빙그레 웃기만 했다.
“알았어. 이제는 그만 가보자.”
백리빙은 소영의 표정을 훔쳐 보았다.
그의 얼굴은 봄날처럼 활짝 개어 있었다. 명랑하고 호탕한 표정이었다.
‘악낭자가 오빠의 마음속을 차지한 비중은 나보다도 몇 십배 더한가 보다. 그러기에 저다지도
감개무량해 보이는 게 아닐까?’
그러나 백리빙은 이러한 생각을 결코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두 사람은 천천히 산정에서 내려와 풀이 우거진 초원으로 들어갔다.
소영은 천 년 묵은 교피장갑을 끼고 품속의 칼을 매만지면서 말했다.
“빙아, 내 머릿속에 두어 가지의 생각이 떠올랐다. 아무튼 빨리 가야겠다.”
백리빙은 걸음을 빨리 하여 소영과 나란히 걸으며 물었다.
“무슨 일인데요? 나에게 알려줄 수 없어요?”
“물론 알려줄 수 있지.”
소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조금 전에 그 침상에 누운 사람은 틀림없이 옥소랑군일 것 같아.”
백리빙이 다그쳐 물었다.
“그는 무엇 때문에 침상 위에 누워 있었을까요?”
“어쩌면 음모를 꾸미기 위해서 그러는 것이고, 어쩌면 정말 병에걸려 있는지도 몰라.”
백리빙이 더 물어보려고 망설이는데 소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일이란 바로 그 중년 여승에 관한 것이다.
백리빙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 중년 여승이 또 어쨌다는 거예요?”
“나는 악낭자의 사부가 여승인지 도승인지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 여승은 출가한 사람인데
어째서 이와 같은 시비의 소용돌이 속에 말려드느냐 하는 것이 의문이다. 그러므로 그녀는 이 사
건과 뗄래야 뗄 수 없는 특별한 무공을 지니고 있어 초청되어 온 것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소영은 길게 한숨을 내쉰 다음 다시 말을 이었다.
“만약 그녀가 악낭자의 사부라면 일이 몹시 시끄러워질 것이다.”
“그녀의 사부가 와서 도와준다면 한 사람의 동조자가 생기는 셈인데 어찌 시끄러워진다는 거예
요?”
“정녕 그녀가 악낭자의 사부라면 악낭자는 손을 써서 항거하려 하지 않을 것이므로 일은 결국
남의 처분에 맡기는 결과가 돼 버린다.”
백리빙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상하군요? 사부가 제자를 돕지 않고 외인을 돕다니요?”
소영은 침착한 목소리로 천천히 대답했다.
“악낭자의 사부는 옥소랑군과 친척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빨리 가서 그들과 한바탕 겨뤄야
한다.”
소영은 말을 마치자 나는 듯이 빨리 앞장 서서 걸어갔다. 백리빙도 그의 뒤를 바짝 따랐다.
두 사람은 길에 익숙하였으므로 잠시 후에는 협곡을 지나 그 짙은 구름이 감돌고 있는 단혼애에
당도했다.
그들은 시선을 돌려 사방을 바라보았지만 짙은 구름이 덮인 깊은 골짜기에는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소영이 사방을 살펴본 다음 입을 열었다.
“빙아, 그들은 이미 단혼애 아래로 깊숙이 들어간 것 같으니 우리도 빨리 뒤쫓아 가자.”
백리빙이 대답했다.
“두 달 전에 그 소문낭자가 나타났던 곳에 반드시 발 붙일 곳이 있을 테니 우리는 그곳을 찾아
봐요.”
두 사람은 기억을 더듬어 가며 그 구름으로 덮인 낭떠러지 가를 한참 동안 서성거리면서 찾아보
았지만 끝내 발 디딜 곳을 찾아내지 못했다.
소영은 양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빙아, 나는 소문이 이 낭떠러지 위를 뛰어 올라갔다고는 보지 않는데…..”
백리빙이 대답했다.
“그들 역시 발 디딜 만한 곳이 없었다면 결코 모두 내려갈 수는 없었을 거예요.”
소영은 한참 동안 무슨 생각에 잠겨 있다가 이윽고 말을 이었다.
“그렇다! 그 옥소랑군은 매우 꾀가 많은 사람이므로 그들이 단혼애를 내려간 다음 발 디딜 곳을
파괴해 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악낭자의 원조자가 들어올 수 없게끔 말이다.”
백리빙이 말했다.
“오빠의 말에도 일리가 있어요. 하지만 나는 달리 생각해요.”
소영이 말을 받았다.
“너의 의견을 들어보자.”
“내 생각에는 옥소랑군이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이 돌아 이 단혼애로 내려가는 길을 파괴했다고
는 보지 않아요…..”
백리빙은 잠시 후에 다시 말을 이었다.
“옥소랑군이 오빠를 미워하는 이유는 오빠를 연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소영은 그 말에 가슴이 섬뜩했다. 그러나 짐짓 태연한 척 말했다.
“어쩌면 옥소랑군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는지도 모르지.”
백리빙이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더욱 길을 파괴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건 또 어째서?”
“그가 그처럼 많은 원병을 데리고 온 이유는 악낭자와 싸우려는 것이 아니라 아마도 오빠와 대
결하려는 속셈에서일 거예요.”
소영은 그 말을 듣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럴 듯한 말이야.’
백리빙이 다시 말을 이었다.
“이곳은 매우 지세가 험악한 곳일 뿐만 아니라 이 일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더욱이 옥소랑
군은 무공이 지극히 높으므로 시시한 무사들은 그의 안중에도 없을 것이 뻔해요. 그러므로 옥소
랑군은 이미 이곳으로 달려올 사람은 소영 한 사람뿐이라고 짐작하고 있을 것이에요.”
소영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말 일리가 있군.”
백리빙은 다시 말을 이었다.
“만약 내가 옥소랑군이라 하더라도 이번 싸움에서 꼭 오빠를 죽이려 할 거예요. 그리하여 악낭
자의 마음이 상하게 되면 후일 다시 방법을 강구하여 그녀를 위로할 거예요.”
소영이 다그쳐 물었다.
“네 말대로 한다면 그 단혼애 아래로 내려가는 길을 옥소랑군이 파괴치 않았단 말이지?”
“내가 보기에는 악낭자가 오빠가 다시 위험 속에 뛰어들 것을 두려워하여 소문낭자를 시켜 그
단혼애 밑으로 내려가는 길을 파괴한 것 같아요.”
백리빙은 자신 있는 어조로 스스로의 말을 다짐했다.
“정말 그래요. 악낭자는 오빠가 다시 돌아올 것을 예측하여 미연에 방지하느라고 그 길을 파괴
해 버렸어요.”
소영은 한결같이 악소채의 안위만을 염려하여 백리빙이 옆에 있다는 것도 잊어 버릴 정도였다.
그는 어떻게 하든지 골짜기로 내려가서 악소채를 도와주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골짜기로 내려갈 수가 있단 말이냐?”
백리빙은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오빠가 낭떠러지 위에서 큰소리로 외치세요. 그래서 결심을 표시하면 오빠를 사랑하고 있는 악
낭자는 사람을 보내서 오빠를 맞이하게 될 거예요.”
‘이것이야말로 궁여지책이로구나.’
소영은 결심을 하자 높은 소리로 외쳤다.
“악누님! 동생이 약속대로 왔으니 골짜기로 내려가는 길을 안내해 주시오…..”
소영은 연거푸 몇 번이고 고함을 질렀지만 끝내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백리빙은 원래 소영을 비꼬아서 한 말이었는데 정말 소리를 지르자 어쩔 줄을 몰랐다.
드디어 소영은 백리빙을 돌아보며 말했다.
“빙아, 끝내 대답이 없다면 나는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절벽을 뛰어 내리겠어.”
“이 골짜기는 짙은 안개와 구름에 덮여 있어 수 장 밖을 바라볼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석벽이
깎아지른 듯이 미끄러운데 어디다 발을 붙이고 내려간단 말이에요?”
“우리들의 남은 의복이 있으니 그것을 찢어서 줄을 만들어 타고 내려가도록 하자.”
백리빙은 더 군말을 하지 않고 등에 메고 있던 보따리를 내려 놓았다. 그녀가 막 보따리를 풀어
서 옷을 찢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사람의 그림자가 번쩍였다. 소문이 낭떠러지 밑에서 올라온 것
이다.
소영은 깜짝 놀랐다.
“당신은 어떻게 올라왔소?”
소문은 고운 눈썹을 치켜올리며 엉뚱한 대답을 했다.
“공자께서는 어째서 여태껏 가지 않았습니까?”
소영도 엉뚱한 대답을 했다.
“나의 악누님은?”
“별일 없어요.”
그녀는 말을 끊었다가 이었다.
“아가씨께선 공자의 그 책을 본 뒤에 공자께 매우 감사한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조금 전
공자께서 외치는 소리를 듣고는 전음지술을 써서 저를 이곳으로 가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빨리
공자께서 이곳에서 떠나 가시도록 말씀드리라고 했지요. 그리고 공자의 그 소왕 무공비록은 아가
씨에게 약간의 생기를 불러 일으켰으니 공자께서는 이 일에 뛰어들지 말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소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소문 아가씨, 우리가 갈 생각이 있었다면 왜 이 자리에 다시 왔겠소. 아가씨에게 솔직히 말하지
만 나와 이 의동생은 여기서 이미 두 달 동안을 기다려 왔소…..”
소문이 말을 이었다.
“나도 공자께서 이곳에서 줄곧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러나 아가씨께서는 굳이
공자께서 이 일에 참여하지 말기를 바라고 있으니 저 역시 빨리 돌아가도록 권고하고 싶을 뿐입
니다.”
소영은 단호하게 말했다.
“나를 참견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은 악누님의 뜻일 뿐 그 말을 듣고 안 듣는 것은 내 마음에
달려 있소.”
소문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제가 공자께 골짜기로 내려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면 공자께서는 무슨 방법으로
내려갈 수 있단 말입니까?”
소영은 담담하게 웃었다.
“우리는 우리대로 방법이 있으니 아가씨는 마음대로 하시구려.”
소문은 그 말을 듣자 어리둥절했다.
“무슨 방법이 있단 말입니까?”
백리빙이 대답했다.
“우리는 옷을 찢어서 줄을 만들어 내려가려던 참이오.”
소문은 다짐하듯 거듭 물었다.
“공자께서는 기어코 내려가시려는 겁니까?”
그러나 소영은 초지일관이었다.
“물론이오. 악누님이 이곳에 오더라도 나를 막지는 못할 거요!”
소문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렇다면 결코 당신네들을 막을 수 없단 말이지요?”
소영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렇소. 만약 아가씨께서 악낭자의 징벌이 두렵다면 아예 물러서서 우리의 일에 참견하지 마시
오.”
소문은 잠깐 동안 무슨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드디어 입을 열었다.
“좋아요. 그럼 골짜기로 내려가는 방법을 알려 주겠어요. 만약 이번 싸움에서 이긴다면 아가씨께
서는 기껏해야 나를 한바탕 꾸짖는 데 그칠 것이에요. 불행하게도 지게 된다면 우리는 아무도 생
명을 부지할 수 없을 테니 결국 아가씨께서도 나를 징벌할 수가 없을 거예요.”
소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아가씨께서 도와주시겠다니 감사해 마지 않소. 훗날 악낭자께서 이 일을 추궁한다면 그 책임은
나 혼자 모두 지겠소.”
소문은 피식 웃었다.
“사실은 매우 쉽습니다. 공자가 만약 조금만 유의해 보았더라면 이미 알아냈을 거예요.”
소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아주 자세히 살펴보았는 데도 골짜기로 내려가는 길은 발견하지 못했는데…..”
“다시 한번 자세히 살펴보세요.”
소영은 고개를 숙여 골짜기를 내려다 봤다. 그러자 일 장 가량 떨어진 곳에 발을 디딜 수 있는
돌계단이 있었다.
소영은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어찌하여 조금 전에는 이것을 발견하지 못했을까?”
소문이 말을 받았다.
“조금 전에는 이 돌계단 위를 풀로 덮어 놓아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그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
이라면 쉽사리 찾아낼 수 없는 게 당연하지요.”
소영이 잘라 말했다.
“지금 이 시간은 금보다도 더 귀한 순간이오. 우리는 여기서 촌각이라도 더 지체해서는 안 되
오.”
소영은 말을 마치자 몸을 날려 앞장 서서 내려갔다.
원래 이 절벽에는 칠팔 척의 거리마다 하나의 바위가 튀어 나와 있어 마치 사닥다리와 같이 되
어 있었다.
소문은 백리빙을 돌아보며 말했다.
“낭자도 내려가시겠습니까?”
백리빙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요.”
소문은 주의를 주었다.
“조심하세요. 튀어 나온 바위를 확인한 뒤에 몸을 날려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백리빙은 소문의 앞에 서서 몸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