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 Finger RAW novel - Chapter 149
149. 천축문자의 비밀
두구는 소영을 데리고 두 개의 가도를 지났다. 높고 큰 집의 담앞에 다다르자 소영이 낮은 소리
로 물었다.
“이곳이 어디요?”
“네, 여기는 장사지부(長沙知府)의 가족들이 사는 곳입니다.”
“그럼 상형이 이 지부에 아는 사람들이 있단 말이오?”
두구는 사방을 한 번 두리번거리더니 대답했다.
“상형이 나에게 일러 준 말이 있소. 백화산장의 무리들이 손을 뻗치지 않은 곳이 없지만 그러나
그들은 절대로 관리들만은 건드리지 않는답니다. 관리들이 자기네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 넣지
않는 한 절대로 먼저 찝적거리지 않는다는군요. 그래서 이 지부 안에 숨겨 두는 것이 가장 안전
하지요.”
‘상팔이 그 상자를 이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다니….. 필시 그 이면에는 어떤 곡절이 있을 것이다.’
소영은 이렇게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어떻게 그를 만날 수 있소?”
“이 지부의 뒤뜰에 한 채의 서재가 있지요. 하인이 매일 한 번씩 들어 가 청소를 하는 이외에는
다른 사람은 일체 출입을 않는다는군요.”
“그래, 상형이 그곳에 있단 말이오?”
“네, 상형은 바로 그곳에 있소. 내가 들어 가서 불러 내겠소.”
소영은 잠시 생각해 보더니 대답했다.
“좋소. 관부의 가족들을 놀라게 할 필요는 없으니 두형이 가서 불러 내도록 하시오. 나는 여기서
기다리겠소.”
“그럼 다녀 오겠소.”
두구는 몸을 솟구쳐 담을 넘어 갔다. 소영은 담 그늘에 몸을 숨긴 채 두구가 나타나기를 기다렸
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두 개의 그림자가 담을 넘어 왔다. 나타난 것은 상팔과 두구였다.
상팔은 한 손에 나무상자를 들고 있었다. 왼쪽 팔에는 붕대가 감겨져 있었다.
소영은 상팔의 왼팔을 바라 보며 물었다.
“상형 부상을 당했소?”
“네, 가벼운 경상을 입었는데 별로 지장은 없소.”
“그 부상은 언제 당했소? 일전에 만났을 때에는 아무런 상처도 눈에 띄지 않았었는데…..”
상팔이 씁쓸하게 웃었다.
“오늘 날이 저물 때쯤에 싸웠었소. 나는 비록 왼쪽 어깨에 부상을 입었지만 상대방도 조용히 가
진 못했지요.”
“그는 백화산장의 무리요?”
“백화산장의 사람들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소. 허나 그 말씨나 태도로 보아선 아닌 것 같았소.”
소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그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글쎄요. 나도 그 사람의 신분에 대해 한참 동안 생각해 보았지만 짐작조차 되지 않더군요.”
“생김새는 어떻소?”
“중이었소.”
“중…..?”
“네, 그게 묘하단 말이오.”
상팔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백화산장의 사람들은 온갖 잡종들이 모였으니 중이 몇 사람 있다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
니지요. 그러나 그들은 절대로 중의 신분을 그대로 나타내어 강호를 돌아 다니진 않는데…..”
“그가 왜 상형과 싸우게 되었소?”
상팔은 손에 들고 있는 나무상자를 한 번 바라 보더니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 상자를 뻣으려고 들기에…..”
“그 상자를……?”
소영은 깜짝 놀랐다.
“이상한 일이다. 저 상자는 매우 오래된 것인데… 낡아빠진 상자를 탐내는 자는 분명 무엇인가
깊이 아는 사람이 틀림없다.”
소영이 머리를 갸웃거리며 다그쳐 물었다.
“그 중은 몇 살이나 되었소?”
“오십 세는 되었을 것 같습니다.”
“그 금궁의 십대 기인은 전부가 칠십 세 이상이 되었으니 그 중하고는 동배 인물이 아닌데… 그
가 어떻게 이 상자를 알았을까?”
“글쎄 말이오. 아무래도 이상하오”
“아무튼 우린 여기서 이럴 것이 아니라 어디로 갑시다.”
그들은 걸음을 옮겼다. 얼마쯤 걷자 한 채의 객점이 나타났다.
이 때는 밤이 매우 깊었으므로 거리에 행인도 없었다. 객점의 사환은 불을 끄고 문을 닫고 있었
다.
두구가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빈 방이 있겠지?”
사환은 두구와 소영 등을 훑어 보더니 입을 열었다.
“독채 하나가 비어 있긴 합니다. 그러나 값이 비싼데요.”
“알았어. 안내해!”
두구가 말하자 사환은 아무 소리 없이 문을 열었다. 그들은 사환의 뒤를 따라 들어 갔다.
뒤채는 조용하고 깨끗했다. 가운데 큰 방이 있고 양쪽에 객실 하나씩이 붙어 있었다.
사환은 방에 불을 켜 놓고 자리까지 들여 놓더니,
“시키실 일이 있으면 큰 소리로 부르십시오.”
하고는 물러 갔다. 그러자 두구는 집 주위를 한 바퀴 돌며 주위의 동정을 살피더니 방으로 들어
왔다.
소영은 상팔에게서 나무상자를 받아 자세히 살펴 보았다. 상자의 뚜껑 밑에는 불상(拂像)이 조
각되어 있었다.
소영이 상자를 유심히 살펴 보고 있는 모습을 바라 보며 상팔이 가볍게 웃었다.
“나는 상자의 먼지를 닦아 내면서 비로소 불상의 무늬를 발견했지요. 이미 두구와는 얘기했지만
이 상자 속에는 매우 중요한 물건이 들어 있는 것만은 확실하오.”
소영이 상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것은 두형에게 이미 들어 알고 있소.”
“이 나무상자 때문에 나는 무위도장과 마문비 등의 군호들과 떨어져 있지 않을 수 없었소. 왜냐
하면 군호중에 견식이 많은 분들이 있는 만큼 이 상자의 내력을 안다면 곤란하잖소?”
“……”
“그들이 만일 이 상자를 열어 보자고 조르게 되면 곤란한 일이니까요. 내막을 잘 알아 내기 전
엔 어쩔 수 없이 군호들과 떨어져 있어야 되겠다고 생각했지요. 나는 이곳에서 소대협과 만난 후
에 이 일을 의논하려고 두구에게 연락을 취했던 것이오.”
소영이 말했다.
“그건 잘한 일이오. 내 기억으로는 우린 이미 그 상자를 열어 봤으나 이 안에는 다만 양피(羊皮)
의 책이 있을 뿐이오. 그 책에는 알아 볼 수 없는 경문이 적혀 있을 뿐이었소.”
“그거야 나도 알고 있소. 하지만 그 당시 우리는 자세하게 살펴보지 않았잖소? 그 경문 내용도
알아 보지 않았고…..”
소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요. 그런데 상형은 왜 혼자서 열어 보지 않았소?”
“그게 무슨 말씀이오? 우리들은 피와 살을 나눈 형제보다 정이 두터운데 어찌 나 혼자서 작은
일이라도 처리하겠소.”
소영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럼 ….지금 다시 한 번 열어 봅시다.”
상팔은 머리를 끄덕이고는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상자 속에는 한 권의 책이 들어 있을 뿐이었
다.
상팔은 등불을 가져다 상자 속을 비춰 보고 손으로 두드려 보고 하더니 머리를 갸웃거렸다.
“이 한 권의 경문뿐인데… 무엇이 그토록 중요하단 말인가?”
소영이 눈을 지그시 감고 무엇인가 한동안 생각하더니 눈을 번쩍 뜨며 말했다.
“상형, 이 나무상자의 아래 위에 불상을 조각할 수가 있었으니 상자 안에도 무슨 조각이나 글자
를 새겨 놓은 것이 아닐까?”
“그렇군요.”
상팔은 손가락으로 상자 속을 더듬어 보았다. 과연 상자 밑바닥에서 무엇인가 까끌까끌하게 손
에 감촉되는 것이 있었다.
“과연 여기에 무슨 조각된 것이 있는 것 같소.”
상팔은 헝겊으로 뚜껑의 안쪽과 상자 속을 더듬거리며 열심히 닦았다. 오래 묵은 먼지가 깨끗이
닦아지니 뚜껑 밑바닥과 상자 바닥에 선명한 무늬가 나타났다.
“있소. 분명히 있소.”
상팔이 기쁨과 기대가 섞인 음성으로 말하며 상자를 소영에게 내밀었다. 소영은 상자를 받아 탁
자 위에 올려 놓았다.
등불을 바짝 끌어 당겨 상자 속을 자세히 살펴 보니 그것은 무슨 그림같기도 하고 글씨같기도
한 이상한 무늬였다. 꾸불꾸불 그려진 무늬는 도무지 알아 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것은 천축의 무늬 같군요. 우린 봐도 모르겠소.”
상팔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하자 소영이 물었다.
“상형은 보고도 모른다면서 이것이 천축의 문자라는 것은 어찌 아시오?”
“과거에 나는 소림사의 한 분이 천축문자로 된 책을 갖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었소. 지금 이
상자와 경문에 있는 것이 그 책의 문자와 매우 비슷하오.”
“그렇다면 이것이 천축문자인 모양이군요. 허나 천축의 문자를 아는 사람이 극히 드무니 우린
이 글을 알아 볼 사람을 어떻게 찾지요?”
“소림사의 몇 분 고승들은 알고 있겠지만 그 이외에는 이 글을 해독할 사람이 극히 드물 것이
오.”
상팔은 무엇을 생각해 냈는지 갑자기 얼굴을 쳐들고 말했다.
“혹시 그 중이…..?”
“그 중이라니……?”
상팔이 소영을 주시하며 말했다.
“나하고 격투하던 중 말이오. 그는 이 상자를 보더니 다짜고짜로 뺏으려고 덤벼들어 강탈하려고
했는데… 그 중은 어쩌면 이 천축문자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오. 상자의 내력을 알고 있거나 천축
문자를 아는 사람이 분명할 것 같소”
이 말에 소영이 떠리를 끄덕였다.
“그렇겠군요. 그러나 그 중이 지금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내 생각에 그 중은 아직 이곳에서 멀리 떠나지 않았을 것이오. 왜냐하면 그는 가기 전에 이 상
자를 몹시 탐내는 눈으로 몇 번이나 돌아 보며 갔으니…. 이 상자를 뺏으려는 생각을 아직 버리지
못했을 것이오.”
“그 중에게 상형은 얼마나 부상을 입혔소? 중상이오?”
“그리 심한 타격은 주지 않았지만 결코 경상이랄 수도 없소.”
소영은 입을 다물고 천장을 멀거니 올려다 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중은 혹시 천축국의 사람이 아닐까?”
상팔이 머리를 흔들었다.
“내가 보기엔 그는 우리 중원 사람인 것 같소. 그것도 소림사의 출신인 것 같았소.”
“그가 소림 문중의 무공을 썼단 말이오?”
상팔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싸움이 붙었을 때 그는 잡다한 무공을 섞어 쓰더군요. 마치 중원의 무공을 할 줄 모른다
는 인상을 주었었소. 그러나 나중에 부상을 당하게 되자 그는 어쩔 수 없이 소림의 무공으로 대
항해 왔소.”
“백화산장에도 소림의 무공을 쓰는 자들이 있지요? 아마 그 중은 백화산장의 인물일 거요.”
소영의 말에 상팔은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더니 입을 열었다.
“그 중이 아직까지 이곳 장사성에 몸을 담고 있다면…. 그는 이부근의 객점에 투숙했을 것이오.”
상팔은 잠시 말을 끊고 생각에 잠기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그 중은 이 상자에 탐을 낼 뿐이지, 백화산장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것 같소. 내가 그
의 행방을 찾아 보는 것이 어떨까요?”
소영이 물었다.
“밤이 이렇게 깊었는데 어디로 가서 찾아 낸단 말이오?”
상팔은 가볍게 웃었다.
“우린 찾아 낼 방법이 있지요.”
그는 음성을 낮추었다.
“마부, 점원, 파수병들을 상대하기란 매우 골치아프지요. 그들은 대개가 신의가 없고 입이 가벼
우며 또한 융통성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돈만 두둑히 주면 무슨 부탁이든지 들어 주는 사람들이
죠.”
그는 벌떡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갔다.
소영은 상자를 이리저리 살펴 보았지만 역시 괴상한 무늬 이외에는 아무것도 더 발견할 수 없었
다.
잠시 후 상팔이 희색이 만면해서 들어 왔다.
“소대협, 우리는 여기서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되오.”
“그것이 무슨 소리요?”
소영이 묻자 상팔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만약 그 중이 장사성을 떠나지 않고 이 부근의 객점에 있다면 한 시진 이내에 소식이 올 것이
오.”
소영은 상팔이 꾀가 많고 수완이 좋은 줄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캐어 묻지 않았다.
반 시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사나이 하나가 땀에 흠뻑 젖은 채 뛰어 들어 왔다. 그는 어깨로
숨을 쉬며 급하게 말을 꺼냈다.
“나리께서 부탁하신 일을 소인이 알아 냈습니다.”
“어떻게 되었소?”
상팔이 묻자 사나이가 대답했다.
“그 대사께선 대성(大成)객점이라는 곳에 투숙하고 계십니다.”
“그래 수고했네.”
상팔은 품 속에서 금조각 두 개를 꺼내 사나이에게 주며 말했다.
“안내 좀 부탁하네.”
“네. 염려 마십시오.”
소영이 상팔에게 물었다.
“어딜 가려고?”
“그 중을 모시러 가죠. 이 상자에 있는 천축문을 알아 내야 할 게 아니겠소?”
소영은 엉거주춤 일어서며 물었다.
“그가 천축 문자를 틀림없이 알고 있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소?”
“글쎄요. 설혹 천축문자를 모르더라도 최소한 상자의 내력은 알고 있을 것 같소.”
상팔은 잠시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하더니 말했다.
“소대협은 여기서 기다리고 계시오. 내가 갔다 오겠소.”
그러자 두구가 따라 일어서며 말했다.
“나도 따라가 보겠소.”
“좋아.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서 같이 가도록 하지.”
두 사람은 사나이를 앞세우고 총총히 사라졌다. 그들이 사라지자 소영은 자리에 앉았다.
“저분들은 그 중을 납치하려고 가는 거예요?”
얌전하게 앉아 있던 백리빙이 물었다.
“그런 모양이야.”
소영은 다시 상자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백리빙은 소영이 상자에 정신을 집증시키고 있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말을 시키지 않았다.
얼마 동안의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소영은 줄곧 상자만 관찰하고 있었고, 백리빙은 말을 하고
싶어 목구멍이 간질거리는 것을 참고 있었다.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소영은 비로소 상자에서 눈을 떼었다. 백리빙이 문을 열자 두구가
들어 섰다.
두구는 회색 장삼을 걸친 한 사람을 껴안다시피 부축하고 들어 왔다.
“다녀왔소.”
두구는 한 마디 짧게 말하며 화상을 내려 놓더니 두 군데의 혈도를 풀어 주었다.
중은 오십 세 정도 되었다.
‘엄중한 계육 속에 있는 정통파의 승려가 분명하구나.’
소영이 화상을 살펴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혈도가 풀린 화상은 벌떡 일어서더니 맥
없이 주저앉았다.
‘두 다리의 혈도가 찍힌 것을 모르고 무의식중에 일어섰던 것이군.’
소영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상팔이 들어 섰다. 그는 소영에게 목례를 하고는 화상의 곁으
로 다가 갔다.
“대사. 저 탁자 위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 아시죠?”
상팔이 탁자를 손가락질하며 말하자 화상은 상팔과 두구, 소영, 백리빙의 얼굴을 한 차례 훑어
보더니 탁자 위로 시선을 던졌다.
탁자 위에 놓인 나무상자를 발견한 화상이 눈이 번쩍했다. 그는 나무상자를 뚫어질 듯 노려 보
며 무뚝뚝한 소리로 대답했다.
“나무상자군요.”
상팔이 다시 물었다.
“당신은 저 나무상자를 뺏으려고 했었지요? 그러나 당신은 분명히 나무상자에 대한 내력을 알
텐데….?”
화상은 나무상자에서 시선을 떼어 네 사람들을 차례차례 훑어 보더니 상팔의 물음과는 엉뚱한
질문을 했다.
“네 분께서는 무엇을 하는 분들이시오? 나를 왜 끌고 왔소?”
소영은 가벼운 웃음을 띤 채 대답하지 않았다.
상팔이 차가운 어조로 다시 입을 열었다.
“보아하니 대사께선 무관심하고 도가 능통한 모양이지요?”
“그건 또 무슨 말이오?”
“우리도 아직 대사의 신분을 묻지 않았는데 대사께서 먼저 우리의 신분을 묻다니…..”
화상은 상팔의 말에는 대꾸하지 않고 나무상자로 시선을 옮겼다. 그것을 본 상팔이 물었다.
“대사, 대사께선 저 나무상자에 대한 내력과 그 상자에 새겨진 천축문자를 알고 계시겠죠?”
“이리 가까이 좀 가져 와 보시오. 똑똑히 한 번 봅시다.”
상팔은 탁자를 화상 앞으로 바짝 끌어다 놓고 등불을 밝혀 주었다. 상자의 안팎을 유심히 살피
는 화상의 얼굴에는 점점 흥분한 표정이 떠올랐다.
화상은 상자에 시선을 박은 채 떨리는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이 상자구나. 과연 이 상자야.”
이 말은 방에 있던 네 사람에게 커다란 기대와 호기심을 가져다 주었다. 상팔은 탁자를 제자리
에 밀어 놓고 화상에게 물었다.
“대사, 이제는 우리가 대사를 이곳으로 모셔 온 이유를 아시겠소?”
화상은 엄숙한 표정으로 상자를 바라 보며 대답했다.
“소승에게 저 상자에 새겨진 천축문자의 내용을 알아 보라고 하려는 것이겠지요?”
“그렇소. 대사의 힘을 빌려 주시오.”
화상은 상팔을 힐끗 쳐다 보더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여러분께서 잘못 생각하셨소. 여러분이 소승을 어떻게 다루든 소승의 입에서는 아무것도 나오
지 않을 것이오. 나무아미타불…”
말하더니 두 눈을 감은 채 금강경(金剛勁)을 외우기 시작했다. 폭풍이 몰아치고 뇌성벽력이 떨어
져도 꿈쩍 않을 자세였다.
화상이 이런 태도로 나오자 상팔은 적이 당황했다. 웬만한 위협이나 사정으로 설득되지 않을 것
같은 화상의 태도에 잠시 동안은 어떻게 해야 좋을는지 얼떨떨할 뿐이었다.
화상을 노려 보던 두구가 성난 소리로 외쳤다.
“대사! 정녕 죽고 싶소?”
화상은 눈을 부릅떠 두구를 노려 보더니 무거운 어조로 대답했다.
“어떻게 죽느냐에 달렸지요.”
“그렇다면 대사께선 우리 손에 헛되게 죽는 것이 무슨 가치라도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화상은 엄숙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물론이오. 소승이 우리 대사형(大師兄)을 위해 죽는 것이니 그야 물론 가치있는 죽음이지요.”
이 말을 들은 백리빙이 소영에게 낮은 소리로 말했다.
“저 중은 천축문자를 우리에게 해설해 주는 것은 마치 부도덕하고 배신하는 일이라도 되는 듯
말하네요.”
소영이 대답했다.
“필경 어떤 곡절이 있는 모양이다.”
이때 상팔이 화상을 상대로 말을 꺼냈다.
“대사는 저 상자 속에 기록된 글이 당신의 목숨보다도 중하다고 생각하시오?”
“물론이오. 소승의 하찮은 목숨보다는 열 배, 백 배 더 중하오.”
“그렇게 중하오?”
화상은 상팔의 말에는 대답치 않고,
“나무아미타불 관세음……”
하며 다시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 모습을 노려 보던 상팔은 소영에게 낮은 소리로 말했다.
“형님, 이제 좀 알 것 같군요.”
“무엇을 말이오?”
“상자 안에는 일종의 기상천외한 무공이 기록되어 있는 모양이오.”
“그럴 법도 하군.”
소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구가 말했다.
“이 중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겠지만 고통은 두려워 할 것이오. 우리는 그의 오음절혈(五陰絶
穴)을 찍어 버립시다.”
이 말을 들은 화상의 얼굴에는 핏기가 싹 가시며 안면에 가벼운 경련이 일어났다. 오음혈도를
찍는다는 데에 잠시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표정이었다.
화상은 두구를 노려 보며 성난 어조로 외쳤다.
“당신네들이 아무리 악랄하고 참혹한 고통을 가할지라도 소승은 한 마디의 대답도 않을 것이오.”
“흥, 두고 봅시다.”
두구는 코웃음을 치더니 오른손으로 화상의 가슴팍을 내리 쳤다. 그러나 그의 손은 소영의 손에
잡혀 버렸다.
“우리는 죄 없는 사람에게 고통을 줄 수 없소.”
소영은 두구의 손을 놓고 화상에게 공손하게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대사, 이토록 죽음과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는 호협한 기품에는 필경 수십 년의 수양이 있었을
것이오. 소생은 존경을 금할 수 없소이다.”
화상은 소영의 얼굴을 쳐다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소승을 추켜세워도 소용 없소이다.”
그 말에 소영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대사는 너무 단순한 생각만 하시는구려. 우리 이 나무상자에 대한 얘기는 치우고 다른 화
제를 꺼내는 것이 어떻겠소?”
“그건…. 할 수 있소.”
“대사께선 소림사의 출신이시오?”
화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대사께서 천축문자를 아시는 것을 보니 소림사에서 매우 높은 지위에 계신 모양이군요.”
“소승은 장경각(藏經閣)에서 경문을 맡아 관리하는 책임자였소.”
이 말에 소영은 아하 탄성을 지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중이 경문을 맡고 있었다니 학문이 높을 것은 틀림 없구나.”
소영은 다시 물었다.
“대사께선 이번 장사성에 어떤 볼일이 있어 나오셨소?”
“소승은 세 분의 사형과 같이 왔었소. 허나…. 그 세 분은 이미 당신네 손에 죽고 말았소.”
이 말을 하면서 화상은 이를 뿌득 갈았다. 그의 얼굴에는 분노와 슬픔이 엇갈린 묘한 표정이 떠
오르며 양볼은 계속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소영은 화상의 말을 듣고 놀라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오. 우리들에게 죽다니…..”
“흥, 시치미 떼지 마시오. 틀림없이 당신네들이 죽였을 것이오.”
소영은 어이가 없어 상팔과 두구를 돌아 보았다. 그들도 소영과 같은 생각을 하는지 얼굴에 노
기를 띠고 있었다.
소영은 침착하게 마음을 가라앉히며 다시 물었다.
“우리가 죽였다는 것을 어떻게 단정할 수 있소?”
“흥, 당신네들이 아니고선 누가 그토록 야비한 수단을 쓰겠소? 독을 뿌리고 습격하는 것은 당신
네 백화산장 사람들만이 하는 졸렬한 수법이오.”
“백화산장……? 하하하…..”
소영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을 이었다.
“대사, 그건 잘못 생각이오. 대사의 사형들이 횡사했다는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오. 허나 우리
는 백화산장의 사람이 아니오.”
“뭐요? 백화산장에서 온 사람들이 아니라면 왜 밤중에 종업원을 가장해서 객점에 뛰어 들었소?
소승은 속임수에 넘어가 혈도를 찍혀 끌려 왔는데 그건 무엇 때문이오?”
소영은 상팔과 두구를 돌아 보며 짐짓 성난 어조로 물었다.
“형들이 종업원으로 가장해서 대사를 납치해 온 것이 사실이오?”
두구가 멋적은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우리들은 잔꾀를 쓰지 않고는 대사님을 모셔올 수 없을 것 같아서……”
소영이 두구의 말을 끊었다.
“그런 무례한… 그런 행동을 했으니 대사께서 우릴 백화산장의 무리로 오해할 수밖에…..”
소영은 화상에게 사과의 인사를 하고 두구에게 말했다.
“어서 혈도를 풀어 주시오.”
두구는 아무 말도 없이 찍었던 화상의 혈도를 풀어 주고 물러섰다. 그러자 소영이 화상에게 읍
을 하며 공손하게 말했다.
“대사, 우리가 너무 무례하게 대했던 것을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 소생이 대신 사과드립니다. 대
사는 돌아 가셔도 좋습니다.”
화상은 전신을 한 번 움직여 보더니 소영에게 물었다.
“당신은 뉘시오?”
“저는…. 소영이라고 합니다.”
“무엇이? 소영, 당신이 소영……?”
화상은 깜짝 놀라며 부르짖었다. 소영은 가벼운 웃음을 띠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소생은 분명 소영이외다. 대사께선 믿지 못하시겠 소?”
화상은 소영의 얼굴을 뚫어지도록 바라 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소승이 소영을 한 번도 보지는 못했지만 딴 사람에게 생김새를 들어서 대강은 짐작하오. 그런
데 지금 당신의 얼굴은 내가 짐작하고 있는 모습과 판이하오.”
소영은 가볍게 웃으며 얼굴에 쓴 가면을 벗었다.
“대사께선 자세히 보십시오. 소생의 진짜 얼굴이오.”
화상은 소영의 얼굴을 자세히 뜯어 보더니 미심쩍은 어조로 말했다.
“비슷하긴 한데…..”
소영은 상팔과 두구를 돌아 보며 말했다.
“두 분께서도 얼굴에 쓴 가면을 벗으시오. 대사께선 아직도 나를 믿지 못하는 모양이오.”
중주이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가면을 벗었다. 가면을 벗은 상팔이 자기의 배를 손바닥으로 두
드리며 말했다.
“대사께선 나를 아시겠소?”
화상은 상팔의 불쑥 튀어 나온 배와 얼굴을 훑어 보더니 대답했다.
“당신과 저분은 중주이고이시오?”
상팔은 껄껄 웃었다.
“하하. 대사께서 아직도 완전히 믿지 못하시는 모양이군요?”
“소승은 장경각을 지키느라고 한 번도 강호에 나와 본 적이 없었소. 이번에 소승은 처음 강호에
나왔소이다.”
“그러시다면 뭘 잘 알아 보지 못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군요. 그런데 용케도 소대협을 알아 보시
니 장하십니다.”
“이 자리에 계신 몇 분의 용모에 대해서는 소승이 강호에 나오기 전부터 대강 들어 짐작하고 있
었소.”
화상은 소영에게 눈길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소승은 비록 강호에 처음 나오긴 했으나 소대협의 대명은 많이 들었소이다.”
두구가 말참견을 했다.
“대사께서 아무리 많이 들어 왔으면 무엇 하겠소? 중요한 것은 대사께서 우리들의 신분을 믿느
냐 안 믿느냐에 있는 것인데….”
화상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
“소승은 다소 믿어지긴 합니다. 확실히 믿을 수 있다면 몰라도 소승은 아직 여러분에게 저 상자
에 있는 글을 일러드릴 수 없소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신분이 증명되면 그 내용을 알려 줄 수 있단 말씀이오?”
“그렇소.”
상팔은 품 속에서 금주판을 꺼내 들었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무기는 다른 사람은 아무도 쓰지 않소. 이젠 대사께서 믿으시겠소?”
화상은 금주판을 한 번 바라 보더니 말했다.
“소승은 상팔시주께서 무기 대신 금주판을 사용한다는 말을 들었소. 그 주판으로 암기를 날릴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소.”
“하하 그럼 한 번 시험할까요?”
“그럴 필요는 없소이다.”
“그렇다면 대사께선 우리를 믿으시겠단 말씀이시오?”
“보아하니 여러분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소. 허지만 여러분의 신분을 확실히
알기 전까지는 경문 내용을 섣불리 말씀드릴 수 없소.”
상팔은 눈살을 찌푸렸다.
“상자 속의 경문이 그토록 중요한 내용이오?”
“물론이오. 전체 무림의 흥망에 관계되는 것이오.”
“그 내용은 일종의 무공이오?”
“아니오.”
이번엔 두구가 물었다.
“무공도 아닌데 무엇이 그리 중요하단 말이오?”
“조금만 여러분에게 알려드리겠소. 그 경문 내용은 무공의 기록을 숨겨 둔 곳을 설명한 글이오.”
상팔이 맥빠진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소대협, 이 대사께서 이토록 세심하니…. 아마 밤이 새어도 얘기할 것 같지 않소이다.”
소영은 상팔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화상에게 말했다.
“만일 이 상자에 새겨진 경문 내용이 대사의 말처럼 중요한 것.이라면 신중을 기하는 것이 옳을
일이오.”
소영은 잠시 말을 멈추고 화상의 표정을 살피다가 다시 이었다.
“대사 일행이 네 분이라고 하셨는데 그 중에 세 분이 백화산장의 무리에게 이미 죽었다니 애석
하군요. 대사는 강호에 처음 나왔다니….. 그 세 분의 사형들이 우리 신분을 증명하기 전에는 대사
는 딴 사람의 증명을 믿지 못하시겠군요.”
“그렇지요. 소승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증명을 어찌 믿겠소?”
“그거 참 곤란한 일이군요. 대사께선 아는 사람이 드물고 우리는 짧은 시간에 대사가 아는 분을
찾아 내기 힘들 것이고…..”
“…….”
“결국 후일 우리가 소림사로 찾아가는 수밖에 없겠군요.”
“그건 마음대로 하시오. 그러나 소림사에서도 천축문자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소.”
“몇 명이나 되오?”
“소승까지 합쳐 네 사람뿐인데 그 중에서도 조예가 깊은 사람은 불과 두 사람뿐이오.”
여지껏 말 한 마디 않고 있던 백리빙이 물었다.
“그 두 명의 조예 깊은 사람 중에 대사도 끼었나요?”
“그렇소.”
상팔이 물었다.
“대사께선 사형들 이외에 아는 분이 누가 있소?”
화상은 잠시 생각해 보더니 머리를 흔들며 대답했다.
“소승은 아는 사람이 극히 드물어 기억나지 않는군요.”
“무당파의 장문인 무위도장은 아실 수 있소?”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한 번도 본 적 없소.”
소영이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참으로 답답한 일이군요. 대사께선 저 상자 속의 내용을 자세히 기억해 두십시오.”
“이미 기억해 두었소.”
“그럼 되었소. 대사께선 이대로 돌아 가시면 됩니다.”
상팔이 의아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소영을 돌아 보았다.
“이대로 돌려 보내다니요?”
소영이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대사께서 그 내용을 죽어도 얘기 할 수 없다는데 우리가 강제로 어떻게 할 수도 없는 노릇 아
니오? 내용을 대사께서 기억했다니 그냥 돌려 보내는 수밖에…..”
이분이 우릴 믿지 못하는 만큼 우리도 이분을 믿을 수 없잖소?”
“상형, 난 대사를 믿고 싶소. 상형은 이분이 소림사의 도승으로 가장했다고 생각하시오?”
“그건 아니지만…..”
“이분이 소림사의 도승을 가장한 것이 아니라면 더 괴롭힐 필요가 없잖소?”
상팔은 더 말대꾸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소영이 정색을 하며 화상에게 말했다.
“대사께선 상자 속에 새겨진 내용을 똑똑히 기억해 두셔야 됩니다. 대사가 돌아가신 뒤 나는 이
상자를 없애 버릴 생각이니까요.”
이 말은 방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화상도 눈이 휘둥그래져서 소영과 나무상자를
번갈아 보더니 들뜬 음성으로 물었다.
“그건 무엇 때문이오?”
“대사께서 내용을 보시기 전에 나는 이 상자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지 못했었소. 이제 그
중요성을 알았으니 버려야지요.”
“이해할 수 없는데요.”
“만일 이 상자가 백화산장으로 들어가 보시오. 백화산장에도 천축문자를 아는 사람이 있으면 그
들은 곧 내용을 알아 낼 게 아니겠소? 그렇게 되면 무림에 큰 해가 미칠 테니 무림의 안전을 위
해 나는 이 상자를 없애려는 것이오.”
화상은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소영의 말에 찬성을 하면서도 상자가 없어진다는 사실만은 몹
시 아까운 모양이었다. 화상은 상자로 시선을 둔 채 중얼거리듯 말했다.
“이 상자를 없앤다는 것은 너무도 아까운 일이오.”
“물론 나도 아깝다는 생각은 있소. 허나 남겨 두는 것이 화가 될지도 모르니 없애버려야지요.”
방 안에는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침묵을 깨뜨리고 입을 연 것은 소영이었다. 그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고 화상에게 말했다.
“대사께선 여길 떠나신 후 특별히 조심하시오. 왜냐하면 대사는 중요한 비밀을 알고 계신 유일
한 분이시니까요.”
“그렇다면 소승이 다시 한 번 자세히 봤으면 좋겠소.”
상팔이 화상의 앞을 막아 서며 눈을 부라렸다.
“무엇이라고요? 소대협께서 성인군자시라 대사를 후히 대하니까 너무 뻔뻔스럽소. 당신은 소대
협의 신분을 확신하면서도 내용을 감추는 속셈이 의심스럽소.”
화상이 대꾸하기 전에 소영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상형, 대사에게 상자를 자세히 보도록 비켜 서시오.”
상팔은 잠시 망설이다가 백리빙 옆으로 비켜 섰다. 그는 백리빙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백리 낭자, 우리는 지금 큰 실수를 저지른 것 같소.”
“왜요?”
“저 중의 외모는 소림사의 도승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아주 나쁜 사람이 틀림 없소. 우리는 저
자의 음흉한 수단에 넘어간 것이요.”
“제가 알아 볼 방법이 있어요.”
백리빙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상팔은 입을 다물었다.
화상은 상자를 들고 자세히 들여다 보더니 그것을 탁자 위에 내려 놓으며 소영에게 말했다.
“소승은 모두 기억해 두었소.”
소영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습니다. 대사는 머리 속에 꼭 기억해 두십시오. 그리고 이 장사성에 더 있지 말고 속히 소림
사로 돌아 가시오. 후일 시간이 있으면 우리들이 한 번 찾아 가겠소.”
“네. 그럼 소승은 이만 물러가겠소이다.”
화상은 소영에게 합장을 하며 인사를 하더니 몸을 돌렸다. 그는 방을 나서자 뜰에 내려 섰다. 화
상이 나가는 것을 지켜 보며 상팔은 초조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