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 Finger RAW novel - Chapter 54
54. 절기를 펼치는 영웅들
그때 돌연 숲속에서 한 가닥 불빛이 번쩍! 하고 튀었다.
순간 십여 장 앞의 꽃나무 숲 속에 수십 명의 궁노수가 숨어 있
는 것이 불빛 아래 드러났다. 손불사와 소영의 번개같은 시선이 그
것을 놓칠 리가 없었다.
손불사는 두 손으로 일제히 장력을 발했다. 전력을 다한 장력이
무섭게 밀려 나갔다. 장력은 화살보다 더 빠르게 나아갔다.
“퍽! 퍽!”
두꺼운 종이가 뚫리는 듯한 소리가 연이어 두 번 들리더니 앞에
서 있던 두 명의 궁노수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순간 소영은 왼손을 질풍과 같이 휘둘러대며 앞으로 나아갔다.
몸이 뛰쳐 나오면서 발하는 장력은 대단했다.
마치 쇳덩이가 날아가듯 순식간에 네 명이 나가 떨어졌다.
돌연한 불빛 덕분에 소영과 손불사는 대단히 바빠졌다. 밝은 불
빛 아래에서 그들은 굉장한 실력을 발휘했다. 순식간에 적은 반 이
상 죽었거나 크게 상처를 입고 쓰러졌다. 나머지 사람들은 그들의
무공이 신출귀몰하고도 용맹함을 보고는 완전히 전의를 잃고 말았
다. 겁에 질린 그들은 쥐새끼처럼 구멍에라도 파고 들 듯 숲 속으
로 숨어 버리곤 말았다.
나머지 궁노수들이 모두 뿔뿔이 도망쳐 감과 동시에 교교히 밝혀
주던 불빛은 마지막으로 한 번 번쩍 빛을 발하고는 꺼져 버렸다.
여러 명의 궁노수들이 여러 호걸들로 하여금 손을 못 쓰도록 크
게 공격하기는 했으나 소영과 손불사가 격퇴시키고 난 후 화살의
공세가 뜸해졌다.
반개 심철와는 그 큰 철화를 들고 춤추듯 휘둘렀다. 그리고 여전
히 날아 오는 화살을 막아 내며 달려 오고 있었다. 그는 소영과 손
불사를 따라 바삐 달려 오는 것이었다.
손불사와 소영이 궁노수를 격파하고 난 후 곧 여러 호걸들은 한
곳에 모일 수가 있었다.
그들은 앞을 향하여 곧장 나아갔다.
은란은 비오듯 날아오는 화살의 틈바구니 속에서 소부인이 혹시
나 상처를 입을까봐 가장 마음을 졸였었다.
소부인을 위해 힘껏 보호했으나 마음이 놓이질 않았던 것이다.
이제 궁노수가 물러났으므로 손부인의 안전함은 명백해졌다. 그래
도 은란은 마음을 놓지 못해서 금란에게 낮은 소리로 말했다.
“언니! 소부인께서 혹시 상해를 입진 않았어요?”
금란이 살펴 보더니 대꾸했다.
“없는데……”
은란은 길게 안도의 한숨을 몰아 쉬었다.
금란이 대답을 뒤로 하며 빠른 걸음으로 소영에게 다가갔다.
이때 돌연 한 가닥의 날카롭고도 긴 휘파람 소리와 함께 화살 한
대가 날아왔다. 틀림없이 백화산장의 궁노가 매복해 있는 지역을
지나쳤음이 틀림 없다고 금란과 은란은 생각하였다.
손불사가 걸음을 멈추고 몸을 약간 구부리면서 낮은 소리로 말했
다.
“여러분! 우선 몸을 숨기십시오. 이 늙은 거지가 앞서 살펴 보고
난 후에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놈의 심목풍이란 작자는 험악
한 놈이라 또 무엇을 숨겨 뒀는지 알 수 없단 말이야… 제기랄!”
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돌연 불빛이 번쩍 빛났다. 바로 석장
밖에서 한 줄기 불길이 치솟아 오르는 게 아닌가. 그 치솟아 오르
는 불기둥은 높이 솟아 오르면서 그칠 줄 모르고 이리저리 요동을
쳤다. 눈 깜짝할 사이에 불기둥은 수십 개로 늘어나서 온통 주위를
밝혔다.
여러 호걸들은 일제히 몸을 꾸부리고 주저 앉았다.
소영은 눈길을 앞쪽으로 모으고 솟아 오르는 불기둥을 바라 보았
다. 그것들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아 틀림없이 어떤
사람과 일정하게 밝혀주고 있는 것 같았다.
소영은 돌연 얼굴을 들고 하늘의 별자리를 살펴 보았다. 이미 시
간의 삼경이었다. 문득 마음속에 짚히는 바가 있었다.
‘만약 심목풍이 시간을 미처 깨닫기 전에 백화산장을 탈출하지
않고 있다가는 천 배 만 배 더욱 곤란해지겠는 걸.’
생각이 이에 미치자 그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
“선배님께서는 여러 사람을 인솔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앞에
서 살펴 보기로 하겠으니…..”
소영은 몸을 날려 날 듯 뛰쳐 나갔다. 빽빽한 꽃나무 숲을 지나
자 돌연 그의 곁을 바싹 따르며 순식간에 한 개의 불기둥이 다가왔
다. 소영은 얼른 손을 뻗쳐 그 불기등을 잡으려 했다.
그 순간 난데없이 한 가닥 칼빛이 번뜩이며 좌측의 숲에서 단도
가 그의 손목을 향해 허공을 가르며 날아 왔다. 소영은 마침 손에
천 년 묵은 교피 장갑을 끼고 있었으므로 단도로부터 상처를 피할
수 있었다.
오른손의 다섯 손가락을 잽싸게 놀려 든 단 도를 잡아챘다.
그때 빽빽한 수풀을 헤치고 흑의 무사가 단도를 휘두르며 돌연
나타났다.
소영은 얼른 왼손으로 그의 가슴을 향해 후려 갈겼다. 소영이 갑
작스런 공격에 놀란 나머지 날린 공격이었으므로 의외로 빠르고도
굉장한 위력을 발했다.
그 흑의 무사는 가슴에 장력을 맞고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쓰러
졌다. 소영의 장력으로 말미암아 그 흑의 무사가 불기둥을 잡은 채
쓰러지는 순간에 매서운 휘파람 소리가 또 요란하게 들려왔다.
순간 바로 옆의 숲에서 한 개의 검은 그림자가 질풍같이 지나쳤
다. 소영은 머리를 채 돌리지도 않고 왼손으로 절쾌한 일장을 전력
으로 출수했다.
휙! 하며 바람 가르는 소리가 났다. 그 검은 그림자는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며 돌풍에 날려가듯 밀려났다. 그것은 사람이 내는 소
리가 아닌 것 같았다. 마음 속으로 기괴한 생각이 들어 눈을 굴려
바라보았다. 다만 검은 그림자가 두어 장 밖에서 질주하다 꽃나무
사이로 떨어져 나갔으므로 똑똑히 볼 수 없었다.
이러한 경황 중에 좌측에서 또 한 무리의 검은 그림자가 닥쳐왔
다. 소영은 이번에는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다소 운기를 모
아 석 자쯤 뒤로 물러 나면서 오른손을 뻗쳐 그 검은 그림자를 잡
았다. 왼손에 미미한 아픔을 느꼈다. 그 검은 그림자에게 물리고
만 것이었다.
자세히 살펴 보니 그것은 전신에 검은 털이 난 원숭이었다. 왼쪽
팔을 비틀어 달아나지 못하게 했다.
금란이 바삐 달려 와서 나지막하게 말했다.
“공자 빨리 물러 나십시오.”
소영은 마음이 과히 내키지 않았으나 필히 말가운데 어떤 뜻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아채고 곧 물러났다.
금란이 물었다.
“공자께서 방금 잡은 것은 원숭이가 아닙니까?”
“맞소. 백화산장의 기량이란 쉽게 밑천이 드러나고 마는군!”
“그렇지만 그들에게 습격을 받지 않았습니까?”
“사정이 너무 급해 그만 방비를 못했소. 그래서 그만 순식간에
조금 물렸던 거요.”
금란이 다급하게 말했다.
“어디에 물렸던간에 그 독기가 혈맥을 상하게 할 우려가 있어요.
그러니 왼손을 빨리 잘라 내도록 해요!”
소영은 눈이 휘둥그래지며 물었다.
“뭣 때문에?”
금란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 원숭이의 입 속에는 아주 지독한 독이 있습니다. 만약 왼손
을 자르지 않는다면 독성이 퍼져 풍증을 일으킬 것입니다.”
금란은 급한 나머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공자! 일이 급합니다. 주저할 틈이 없습니다. 지금 소녀는 자세
히 말씀 드릴 수가 없어요. 얼른 왼손을 잘라 내어야 할 텐데…”
소영은 암암리에 독기운이 있는지 속으로 헤아려 봤다. 그러나
티끌만큼도 독성이 느껴지지 않아 머리를 갸웃거렸다.
“난 괜찮은데!”
금란이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공자께서는 정말로 중독된 느낌이 없습니까?”
소영은 정말 괜찮다는 표시로 팔을 움직여 보이기도 했다.
금란이 고개를 내저으며 눈물을 씻고 소영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
다.
“정말 모를 일이군요. 그 원숭이의 독성은 비할 데 없이 지독한
것이에요. 그것에 물리면 말할 것도 없고 그 털을 건드리기만 해도
중독될 위험이 있을 뿐더러 발작도 매우 빠르답니다. 그런데도 공
자께서는……”
소영은 순간 뱀가죽 장갑을 낀 덕택으로 극독의 침입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정말 다행이구나.’
이렇게 속으로 생각하면서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
“빨리 그들에게 알려야겠소! 그 원숭이 몸에 있는 독을 조심하라
고 말이오.”
금란은 곧 몸을 돌려 손불사에게 달려가 소영의 말을 전했다. 이
렇게 하는 동안에 장중의 형세는 급변해 있었다.
꽃나무 숲의 빽빽한 틈으로 수십 명의 흑의 무사가 천천히 걸어
나오는 모습들이 보였다. 그들은 왼손에 칼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오른손에는 무언가가 세밀하게 새겨지고 섬세하게 다듬어진 철통을
들고 있었다.
금란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 십팔금강이로군!”
손불사가 물었다.
“저 검을 든 사람들은 모두 십팔 인이며, 그들은 모두 심목풍이
천 명 가운데서 한 사람씩 선출한 고수들이지요. 조를 짜서 다니는
데, 다섯 개의 단검을 차고 다닐 뿐만 아니라 극독도 지니고 다닙
니다. 오른손에 든 철통 안에는 열두 개의 극독을 바른 침을 넣고
다니지요. 검은 엄호용으로 사용하지만 상대방이 가까이 접근하여
싸울 때는 독침을 사용합니다. 그것은 마치 쇠털처럼 가늘게 다듬
어져 있어 도저히 방비할 수 없어요.”
그녀는 여기서 잠시 말을 멈추고 길고 긴 한숨을 몰아 쉬었다.
잠시 후 다시 계속해서 말했다.
“심목풍은 십팔금강에 대한 아낌이 대단하여 좀처럼 그들로 하여
금 나서서 싸우게 하지 않습니다. 오늘밤엔 그들에게 출동하도록
했군요.”
손불사는 어이가 없어 듣고만 있었다.
“그 말이 정말이란 말이오?”
이윽고 금란이 가까스로 이렇게 말했다.
“소비의 말엔 한 마디도 과장됨이 없습니다.”
마분비가 말했다.
“소림사의 팔대금강이라면 그 이름이 강호에 자자하지요. 그것을
본따서 사람의 수만 배가시켰을 뿐이니 별로 두려워할 것은 없을
거요.”
손불사는 비록 아무 대꾸도 하지는 않았지만 그것들을 낮게 평가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무공은 깊고도 넓어 검과 방패의
씀씀이나 용법이 매우 펼치기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용법은 격식이 아닌 게 없고 일반적인 검과 방패의 초술과는
아주 다른 것이다. 이러한 무기와 방패는 극히 소수만이 전개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사람들이 검순(儉盾)을 능히 사용할 수 있다면 결
코 그들을 얕잡아 볼 수 없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독침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
머리를 돌려 살펴 보니 여러 호걸들의 안색은 한결같이 숙연해
보였다. 결코 얕잡아 볼 수 없는 강적을 만났다는 것을 알고 있음
이 역력히 드러났다.
손불사는 속으로 생각했다.
‘심목풍은 무공이 고강한 흑의 무사들로 우리를 전멸시키려 했
다. 그러나 저희들만 다치고 죽었을 뿐 우리들의 진용을 무너뜨릴
수 없었지. 우리가 강한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격앙된 전의,
즉 필사적인 결심이 오래도록 싸울 수 있었던 중요한 원인 중에 하
나였다. 지금이야말로 중요한 때로군!’
그는 군호들을 훑어 보고 나서 또다시 생각을 이었다.
‘이 늙은 거지가 의기소침하게 보인다면 필시 영향을 끼치겠군.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겠다.’
이렇게 생각이 미치자 그는 돌연 뭔가 결심한 듯 호쾌히 웃었
다.
“하하하, 마총타주의 말이 맞소. 수백의 흑의 무사들은 모두 무
능할 뿐 우리들을 막아 낼 수는 없소. 하물며 이런 구질구질한 십
팔 명으로 감히….. 여러분들은 잠시 동안 이곳을 지키시오. 내가
먼저 나가 그들의 일진을 대략 살펴 보고 오겠소!”
그는 겉으로는 호쾌하게 보이나 내심으로는 노련하게 일을 처리
해 나가며 매사에 신중하기 그지 없었다.
신투 향비가 돌연 나서며 말했다.
“손불사 선배의 명성은 일찍부터 들어 온 바입니다. 무공의 고강
함은 소문뿐 아니고 현재도 눈있는 사람은 모두 목격한 사실입니
다. 지금 이 시간에 있어서도 인물을 볼 때 무슨 군자의 기품을 구
태여 설명할 필요 없이 이 늙은 거지가 보는 바에 의하면 노선배가
가장 무기와 방패를 잘 쓸 수 있으리라는 것입니다.”
손불사가 웃으며 말했다.
“으흐흐, 향형 말씀이 옳아요!”
그의 눈빛이 번뜩이며 사방을 휘둘러 보았다. 너덧 걸음 앞에 한
그루의 큰 나무가 서 있었다. 그는 큰 걸음으로 한 발 다가갔다.
조용히 그 큰나무 곁에 다가선 그는 두 팔로 나무를 꽉 껴안았다.
“얏!”
대갈일성과 함께 순간 싱싱하게 뿌리내린 그 큰나무가 뽑혀 버렸
다. 금란이 날 듯 달려 와서 손불사의 곁에 바싹 붙어 칼을 들고
나무의 가지와 잎들을 잘라냈다.
손불사는 열대여섯 자쯤 되는 긴 나무를 몸채 쳐들고 검순을 들
고 있는 무사들에게로 나아갔다.
소영은 빽빽한 꽃나무 숲 속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는 아무말
도 없이 온 정신을 집중하여 검순을 들고 있는 무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어떻게 그들과 싸울까 하는 전략을 궁리하고 있음에
틀림이 없었다.
손불사가 한바탕 웃어젖히며 말했다.
“소제, 내 뒤로 물러나시오. 이 늙은 거지가 먼저 그들 일진에
시험을 가해 보겠소. 이 늙은이가 해내지 못한다면 다시 오시오!”
그는 소영의 무공이 고강함을 알고 있었다. 실상 그와 같은 고수
는 무림에서는 정말 드물었다. 그의 마음 가운데 이미 경복한 지
오래였다.
소영이 말했다.
“좋습니다. 노선배님은 무공이 고강하시니 틀림없이 이길 것입니
다. 곧 성공할 수 있어요!”
말하고 있는 사이에 어느덧 손불사는 이미 검과 방패를 든 무사
들의 몇 장 앞까지 다가 가고 있었다. 그는 암암리에 기운을 돋우
어 나무둥치를 꽉 받쳐 들고 정신을 모아 우뚝 서 있었다.
검순을 잡아 쥔 무사들은 이미 부채꼴 모양으로 포진하고 있었
다. 그들은 선공하지 않고 손불사가 먼저 공격할 것을 기다리는 눈
치였다.
이때 무사들의 뒷쪽에서 수십 개의 불기둥이 높이 솟구쳐 타올랐
다. 불빛이 강렬해서 수십 장의 주의를 백설이 내렸을 때처럼 희고
밝게 비쳐 주고 있었다.
소영은 전음술을 써서 손불사에게 말했다.
“그들의 진세가 아직 완전히 잡히지 않은 것 같으니 얼른 선기를
잡아 출수하십시오!”
손불사는 그 말을 듣고 출수했다.
“우왓!”
대갈일성과 함께 손에 든 꽃나무를 휘둘러 직도황룡 일초로 검순
무사를 향해 공격해 나갔다.
검순무사들은 그의 공격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채고 쉽사
리 접근해 오지 않았다.
그들은 돌연 몸을 옆으로 돌리면서 방패로 몸을 감추고 두 걸음
씩 비켜 섰다. 손불사의 공격은 그만 빗나가고 말았다.
그는 세를 모아 다시 침공할 태세를 취했다.
그때 섬광을 번쩍이며 두 명의 검순무사가 전율할 속도로 침공해
들어 왔다. 손불사는 일순 놀람을 겪었다.
‘단초신법은 무림 일류 고수들에게도 지지 않는군!”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손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온 힘을 손안에
든 꽃나무에 모으고 마치 철퇴를 휘두르는 것처럼 쓸어 나갔다.
공격해 온 두 명의 무사들은 손불사의 손 안에 든 육중한 꽃나무
가 초를 변하면서 이와 같이 빠르게 움직이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오른쪽에서 달려든 무사는 재빨리 피하려고 했으나 스스로 미치
지 못해 검순이 축출되어 나가면서 한바탕 충돌했다. 일순 둔탁하
게 부딪치는 소리가 나면서 검순을 손에 쥔 무사가 저만큼 떨어져
나갔다. 그러나 그 검순의 칼날이 이상하게 예리했다.
손불사가 비록 흑의 무사를 일격에 날려 버렸으나 수중의 꽃나무
도 그의 예리한 칼에 맞아 두 동강이 나서 멀리 날아 갔다.
소영은 생각해 보았다.
‘검순을 가진 무사들이 이 백화산장의 정애군들임에 틀림이 없
군. 재빨리 수족을 놀려 손불사가 만약 싸움에 지면 내 혼자 힘으
로 여러 명을 이기기 힘들겠구나. 그를 도와서 같이 강적들을 물리
칠 수밖에 없겠군.’
그렇게 생각하면서 재빨리 수족을 놀려 손불사에게 맞고 나가 떨
어진 흑의 무사에게 달려 나갔다. 그의 동작은 기괴하리만큼 빨랐
다. 몸을 공중으로 띄우고 한 걸음에 몇 겹의 흑의 무사 틈바구니
를 뚫고 나아갔다.
그는 손을 뻗쳐서 검순 하나를 찍어 보았다. 순강의 검은 이미
손불사의 나무의 강맹하고 절륜한 힘에 맞아 굽어 있었다.
소영이 몸을 날려 검순을 치는 그 때에 한 명의 검순무사가 또
달려와 공격해 왔다.
소영은 곧 검순을 하나하나 잡아채면서 한편 그 흑의 무사의 공
격을 막았다.
소영은 재빨리 몸을 뒤로 대여섯 척 물리면서 오른손에 검순을
뒤로 쥐고 왼손으로는 일장을 쏘면서 적세를 당해 나갔다.
흑의 무사들은 여덟 척이나 비스듬히 미끄러지듯 물러 나갔다.
소영은 그 중의 하나에게 집중으로 공격을 했다. 이 순간에 이미
네 명의 검순무사는 사방으로 흩어져서 손불사를 공격하고 있었다.
검순을 사용하는 여러 혹의 무사는 무공이 대개 고강했다.
더욱이 그 중 두드러지게 뛰어난 흑의 무사가 있었다. 그는 다른
흑의 무사보다 월등하게 무공이 고강했다. 비록 손불사는 수중에
꽃나무를 들고 있긴 하나 역시 혼자 그들을 당해 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만 일진의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를 내면서 소영은 검
순으로 검순을 막으면서 손불사 뒤를 공격하는 흑의 무사 하나를
방어했다.
손불사는 두 손으로 나무둥치의 중간을 꽉 움켜 잡고 번개와 같
이 빠르고도 무서운 속도로 휘둘러댔다.
양쪽 옆에서 공격해 들어 오는 무사들이 일시에 낙엽이 바람에
떨어지듯 나가 떨어졌다.
정면에서 부딪쳐 오는 검순의 흑의 무사들에게도 공격해 나아가
서 일거에 세 방향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뒤쪽의 공격을
막아 낼 수 없었던 것이다. 만약 소영이 뒤에서 그를 도와 싸우지
않았던들 필경 뒤편의 공격에 상처를 입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몇 초의 출수가 있은 후에, 그들이 제아무리 강력한 적들이라 한
들 얼마든지 그처럼 기괴한 무기를 막아 낼 수 있었고, 공격을 가
할 수 있음을 느꼈다. 별로 급히 서두르지 않아도 얼마든지 그들을
이겨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때 소영의 말소리가 들렸다.
“노선배님! 우리들은 뒤쪽에 서서 강적들을 다시 막읍시다.”
손불사는 잔설을 날리는 바람같은 일초로 나무둥치를 갖고 왼편
에 몰린 적들을 위협하면서 나직이 말했다.
“그들의 오른손에는 독침을 바른 암기가 있으니 각별히 조심하시
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동쪽에 있던 무사들이 돌연 뛰어 들었다.
순식간에 한 가닥 은빛 같은 안광이 스치면서 질쾌하게 나는 것이
보였다.
소영은 얼른 수중의 검순을 치켜 들었다. 재빨리 어떤 그림자 뒤
에 몸을 숨기자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독침이 검순에 와서 박혔다.
손불사의 수중에 있는 나무 등걸과 검순이 몇 번씩이나 부딪는
바람에 검순상에 있는 날카로운 칼날들은 모두 부서지고 거의 반이
나 휘어지고 말았다.
그들은 검순을 가지고는 싸움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위
십팔금강이라 불리는 흑의 무사들도 새로운 무기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들은 한편으로 검순으로 방어도 하고 공격도 하면서, 또 한편
으로는 독침을 쓰는 것을 최상의 방법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손불사의 생각도 달라졌다. 독침을 막으려면 아무래도 검순이 필
요했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문득 몸을 꼿꼿이 세워 새로운 태세로
정비했다.
돌연 수중의 나무등걸을 번쩍 치켜 들더니 옆에 있는 검순을 향
해 후려쳤다. 그와 동시에 오른손으로 마치 전광과도 같이 재빠르
게 그 사나이의 손목을 내려쳤다.
그 사나이는 손불사가 바로 백혈을 내리침을 얼른 알아챘다. 그
러나 손불사의 나무등걸에 박혀 있는 검순으로는 막아 낼 수가 없
었다.
그 사나이는 그것을 짐작하고 번개같이 몸을 날려 옆으로 피해
버렸다.
손불사는 그의 자세가 준비되지 못했음을 알고 돌연 손가락을 뻗
쳐 쏘았다. 한 가닥 암암중의 힘이 그 사나이의 손목을 통과하자
갑자기 돌처럼 굳어지고 말았다.
이내 힘을 쓸 수 없게 되자 다섯 손가락이 힘없이 처지면서 검순
을 떨어뜨렸다.
이 탄지신통공부는 손불사가 평생을 바쳐 연마한 절기 중의 하나
였다.
소영은 사면을 살펴 보면서 팔방의 소리를 듣고 있었다.
손불사가 전력을 다하여 검순을 탈취하는 것을 보자 소영은 한층
더 정신을 모으고 검순을 휘둘러댔다.
이 틈에 손불사의 우익은 위험함이 없었던 것이다. 금철이 부딪
는 소리만이 시끄럽게 끊이지 않고 들려 오고 있었다.
손불사는 일격에 적을 적중시켜 질쾌하고 절륜한 수법으로 검순
을 탈취할 수 있었다.
무기를 손에 들자 새로운 기운이 솟구쳤다. 오른쪽으로 막으면서
왼쪽으로 공격해 들어 가며 휘두르는 검순의 기세는 가히 사납기
비할 바가 없었다.
검순을 든 무사들은 다른 손에 독침이 있긴 하나, 캄캄한 밤중에
서로 뒤엉켜 싸우는 판국이라 그것을 잘못 사용했다가는 자기편이
맞을까 두려워 감히 사용치 못하고 있었다.
이 때에 소영과 손불사는 서로 등을 맞대고 서서 버틸 수가 있었
다. 그들은 앞뒤로 버티고 서서 사면 팔방의 공격을 방패로 방어하
며 한편으로 전음의 술책으로 적을 퇴치할 방법을 상의하였다.
손불사가 말했다.
“소형, 이 사람들의 무공은 확실히 흑의 무사들보다 월등하오.
힘을 합해 반격하지 않았으면 그들을 몇이나 해치울 수 있었을 것
같소?”
소영이 말했다.
“제가 염려되는 것은 그들이 독침을 수중에 지니고 있는 점입니
다. 만약 그들이 여럿이 합력하여 일제히 쏘아 온다면 사면 팔방에
서 날아 들게 되겠으니 비록 방패로 방어한다지만 동시에 사면에서
날아드는 독침을 방어하기엔 매우 곤란할 것으로 생각되는군요.”
손불사는 연방 방패를 휘둘러댔다. 금철이 서로 부딪치는 큰소리
가 울려 퍼져 나갔다.
그때 갑자기 북소리가 들려 왔다. 검순을 든 무사들은 급속히 들
려 오는 북소리에 따라 쾌속한 공세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두 방향
으로 나뉘어져서 마치 파도처럼 몰려들기 시작했다.
한 사람 한 사람씩 차례차례 전력으로 삼 초씩 공격을 하고 난
후 스스로 물러 나갔다.
소영은 이것이 차륜전법이란 것을 깨달았다. 그 쪽의 숫자가 매
우 많은 것을 기화로 공격을 가중하여 병행시키면서 두 사람으로
하여금 지쳐서 죽을 때까지 공격을 하는 것이었다.
몇 차례의 공격을 막아냈다.
소영과 손불사는 그 순간 이곳 백화산장의 십팔금강의 검순무사
들은 과연 보통의 무림 인물들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
다. 그들 각자의 내력은 모두가 특이한 데가 있었던 것이다.
손불사는 이미 일곱 차례의 공격을 받았다. 검순무사들이 퍼부은
공격은 무려 삼천칠백이십일 초였다. 그칠 줄 모르는 이 공격에 슬
며시 두려움을 느꼈다.
은밀히 전음의 술책으로 말했다.
“소형, 이 검순무사들은 무서운 독침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것
을 사용치 않고 우리들을 돌려 가며 공격하니 이는 필시 무슨 음모
가 있을 것 같은데……”
소영도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이토록 무서운 싸움에 과연 끝까
지 지탱해 나갈 수 있을까도 의문이었고 한편으로는 부모의 안위가
걱정되기도 하여 즉시 대답했다.
“그럴 것 같군요. 노선배님께 적을 물리칠 방법이 있습니까?”
손불사가 말했다.
“이 늙은이의 생각으로는 이와같이 이들과 싸운다는 것은 헛수고
라는 것이오. 좀 모험이기는 하나 공격을 하여 저놈들을 하나씩 처
치해 나가는 편이 나으리라고 생각하오.”
소영이 말했다.
“저도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그러나 반드시 동시에 공격하는 것
이 좋을 듯합니다.”
손불사가 말했다.
“이 늙은 거지의 심중에는 십분 착잡한 감정이 드는구려. 이것은
신중히 생각해야 할 것인즉, 나는 독수로써 사람을 상하게 하고 싶
진 않소!”
소영이 기이하게 여겨져 물었다.
“무슨 말씀입니까?”
손불사가 말했다.
“늙은 거지가 느낀 바로 생각컨대 검순을 가진 무사들의 개개인
은 모두가 깊고도 고강한 공력을 지녔고, 만약 상정으로도 논해 볼
것 같으면, 이 사람들은 모두가 삼십 년 이상씩 공력을 쌓아 올린
사람들로 심목풍이 수십 년 동안 키워 온 고수들이란 것이오.”
소영은 마음속으로 생각해 보았다.
‘이 사람들의 무공은 결코 중주이고보다 못하지 않다. 그런데 어
찌 심목풍의 수하로서 부족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마음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엉뚱한 뜻으로 대답했다.
“맞습니다. 저도 역시 그들의 공력이 두텁고도 깊은 것으로 생각
하고 있습니다. 보통의 무림 인물들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일 것입
니다.”
두 사람은 전음의 술책으로 속삭이면서 한편으로는 검순무사들의
공격을 열심히 방어하는 한편 또 일변으로는 실력을 다 나타내지
않고 곰곰히 그들에게 공격을 퍼부울 궁리를 하고 있었다.
손불사가 말했다.
“소제! 그들의 무공을 헤아려 대항할 수 있겠소?”
소영이 대답했다.
“저는 경험이 부족하여 이들, 무공의 고하를 헤아릴 수 없군요!”
손불사가 말했다.
“이 늙은 거지는 검순무사들의 전개하는 초술을 보다가 소림의
문하생들과 흡사한 점이 있음을 알았소. 나는 마음 가운데 심려되
는 점이 있소. 만약 이런 식으로 해를 입히다가 그들이 소림의 문
하일 경우 어찌 소림과 원을 맺게 되지 않겠소?”
소영은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이 무사들의 공력은 공격하면 할
수록 더욱 더 그 초수가 기이해지고 강명해짐을 느꼈다.
그는 내심 놀라며 말했다.
“그들이 소림의 문하생들일 것이라는 것은 짐작이 갑니다. 그러
나 지금은 백화산장에 속해 있는 하수인에 불과하며 우리들이 어느
정도 그들에게 공격함이 없이 관대히 대한다면 그들 또한 우리들에
게 심한 상해를 입히진 않을 것입니다. 그러한 이유에서도 우리들
은 그들의 포위 공격을 쉽사리 뚫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손불사가 깊은 한숨과 함께 말을 내뱉았다.
“정세가 아주 급한 지금에 있어 이 늙은 거지도 별다른 묘책이
없네.”
말이 끝남과 동시에 소영은 고함을 지르며 공세로 나갔다.
이 수라지력은 옛날 유선자의 이름으로 떨치던 강호의 독보적인
절기이며 그 강맹함은 무림을 주름잡고도 남음이 있었다.
소영이 수라지력을 펴자 한꺼번에 네 명의 무사가 연거푸 손상을
입었다.
손불사는 소영의 신기를 보자 못내 부끄러움을 금치 못하면서 또
한 그도 내심 그의 무공에 놀람을 감추지 못하여 용기백배하여 전
력으로 검순을 바싹 움켜잡고 열심히 휘둘렀다.
그는 내공이 심후하고 강맹하여 전력으로 수중의 검순을 휘두름
에 따라 흑의 무사들은 후퇴를 거듭했다.
이때 성미 급한 상팔이 그들이 오래도록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것을 보고 그 이상 지탱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고 그들을 돕기 위해
비호같이 몸을 날려 거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손불사가 대단한 위력으로 공세를 펴고 있는 것을 보고
꽃나무 숲 속으로 몸을 옮겨 정세를 엿보고 있었다.
손불사와 소영이 자신있게 싸우는 모습을 보고 한결 마음이 놓였
다. 금산반 상팔이 옆에 서 있는 향비에게 말했다.
“우리들이 보건데, 소영 형님은 마땅히 무림 중의 유일한 대형님
으로서 앞으로도 심목풍과 일전을 겨를 수 있는 유일한 분이오. 우
리가 그와 한몸이 될 수 없다면 또 누구와 더불어 어울릴 수 있겠
습니까?”
이 말에 향배는 수긍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소영이 전력으로 싸
우고 있는 것이 그의 눈에 띄었다. 소영은 오른손에 쥔 검순으로
손을 뻗치며 왼편으로부터의 공격을 막아 내는 한편, 왼손으로 달
려드는 검순무사를 때려 쓰러뜨리고 있었다. 이렇게 용맹한 공수양
면의 수법에 향비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는 나지막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처럼 나이도 어린 소대협이 쌓은 공력이 어느 정도인지?”
금산반 상팔은 소영이 적수 공권으로 적을 맞이하여 싸우고 있는
것을 보고 사뭇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신투 향비가 그에게 무어라고 몇 마디 물어 보고 있는 것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소영은 급작스럽게 빨라지는 손불사의 공세에 자극을 받았던지
그에 못지 않게 바싹 따르며 몸을 날려 공격했다.
향비는 묻던 말도 잊고 그 신법에 도취되었다.
상팔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여 감탄사를 연발했다.
“우리들의 저 대형님은 하늘이 낳으신 대천재요! 무공이 백가에
통하고, 어느 방면에든지 또 정통하지 않은 게 없어요!”
향비가 눈을 치뜨며 말했다.
“그는 맨손으로 검을 막고 있으니 상해당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단 말이오? 이 늙은 도적이 이제까지 저 사람의 하는 짓을 반
이상 보아 왔으니 먼저 나아가 살펴 보는 것도 괜찮겠지요?”
상팔이 말했다.
“가서 똑바로 살펴 보시구료!”
상팔도 소영이 손에 낀 장갑이 천 년 묵은 뱀가죽인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그 예리한 칼날에 왜 상해를 입지 않는지 그 이유
를 알지 못했으므로 더 무어라 말할 수도 없었다.
소영은 신위를 변형시키고 정기를 모아 운기했다.
검순무사들이 날뛰는 가운데 그는 맹렬한 공격을 퍼부어 또다시
칠, 팔 인의 무사를 격퇴시켰다.
손불사는 그의 약점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는 필사적으로 내
력을 운기하여 검순무사들에게 대항했다.
이 때에 검순무사들은 벌써 반 이상이 부상을 입고 있었다. 그리
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기력이 다하였음이 역력했다. 그들은 독
침을 사용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으나 소영과 손불사의 무공 앞에
서는 맥을 못 출 것 같아 쓸 엄두를 못 냈다.
이 때에 돌연 구리가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타오르던 불
기둥이 서서히 꺼지고 말았다.
십팔금강들도 소영과 손불사와의 악전을 겪고 난 후에 피해를 크
게 입었다. 그들이 이길 승산은 이미 사라졌다.
본래 백화산장에서는 십팔금강의 진용으로 군호들을 꽃밭과 숲
속에 가두어 처치하려 했다.
그러나 손불사와 소영은 능히 이 십팔금강을 물리칠 무공의 소유
자라 감히 그들의 앞길을 막을 수 없었다.
신투향비가 이때 속력을 다하여 달려와 소영의 곁에 바싹 다가서
며 말했다.
“손노선배님께서 좀 이상합니다. 좀 살피시는 것이……”
소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손불사의 뒤를 따랐다.
얼마 되지 않아 일행은 백화산장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장 밖으로 나온 군호들은 모두 긴 한숨을 몰아쉬며 긴장했던 마
음을 풀었다.
이때 소부인을 업은 은란이 갑자기 속력을 가해 소영의 옆에 이
르러 다급하게 말했다.
“공자! 어서 방향을 바꾸세요. 이곳은 위험해요!”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돌연 긴 휘파람 소리가 나며 군호들의
앞에 다섯 개의 붉은 등이 홀연히 나타났다. 각 홍등에는 라고 적힌 하얀 글자가 보였다.
은란이 급히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
“과연…… 오룡대진(五龍大陣)을 펼쳤구나.”
군호들은 금란한테 들은 십팔금강의 얘기가 하나도 틀림이 없음
을 알았다. 다행히 손불사와 소영의 무공이 높아서 그들의 수중에
서 간신히 빠져 나올 수가 있었다.
그런데 또 은란이 긴장된 모습으로 절망적인 탄식을 하자 모두
두려움을 금치 못했다.
이때 향비가 낮은 소리로 물었다.
“오룡대진이란 어떤 것이오?”
“심목풍은 동산(東山)을 다시 일으킨 무림을 재패하려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백화산장에 은거한 후로 힘을 기울여 천하
의 영웅들을 무찌르기 위해 기른 삼대 주력이 팔대혈영화신 및 십
팔금강과 오룡대진입니다.”
손불사가 천천히 머리를 돌리며 물었다.
“이 오룡대진은 저 십팔금강에 비해서 어떻소?”
“소비가 아는 바로는 이 오룡대진은 심목풍이 스스로 성취하여
장담하는 것으로 내막은 알 수가 없으나 십팔금강보다 훨씬 무서운
것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아요.”
호탕하기 그지없이 세상을 누빈 손불사도 가벼운 탄식을 하며 말
했다.
“만일 오룡대진이 정말 십팔금강보다 강하다면……”
이때 가벼이 진동하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며 손불사의 말을 잘랐
다. 소영은 몰래 손불사를 살펴 보았다. 과연 그는 심한 중상을 입
고도 억지로 아무렇지도 않은 체 하는 것이었다.
오룡대진이 십팔금강보다 강하다면 과연 이곳을 살아서 벗어날
수 있을런지 소영은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