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Mage RAW novel - Chapter (100)
10. 뛰는 자 위에 나는 자가 있는 법이다
골렘들이 격전을 벌이고 있을 때도 초인들의 대결은 지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한 그룹을 제외하고는 이미 승부가 서서히 갈리고 있었다.
콰과과광! 동시다발적으로 수십 개의 폭발이 일어나며 요란한 소리를 울린다.
그 사이로 낭패한 몰골의 멜뤼스와 코린트가 뒤로 비칠비칠 물러서고 있었다.
“이거 정말 강하군. 이대로 가다가는 이기지 못하겠어.”
낭패한 그들에 비해 지크리스 후작과 레이벨은 상대적으로 멀쩡했다.
처음에는 대등한 대결을 펼쳤지만 대결이 지속될수록 그 실력의 차이가 차츰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지만 지크리스 후작과 레이벨의 표정도 결코 좋지 못했다.
특히 지크리스 후작은 질린 표정이었다.
“정말 질긴 놈들이로군. 이 정도로 버틸 수 있다니.”
애초에 그의 예상대로 대결이 전개되었다면 이미 승부가 났어야 옳았다.
하지만 둘은 서로가 서로를 받쳐 줌으로써 어떻게든 버텨 나갔다.
그래서 대결이 이렇게 길어진 것이다.
지크리스 후작의 표정에 짜증이 생겨났다.
“빨리 끝내야겠다. 이젠 질렸어.”
피해를 아예 입지 않고 둘을 제거하려고 했는데 둘이 끈질기게 버티니 마침내 지크리스 후작의 참을성도 바닥난 것이다.
지크리스 후작의 검에 푸른 오러가 짙게 뿜어지기 시작했다.
레이벨도 바람의 칼날을 여러 개 전개했다.
그 또한 승부를 보려고 하는 것이다.
그들의 모습에 멜뤼스와 코린트의 표정도 굳어 갔다.
“이대로 쉽게 죽어 줄 수는 없지.”
“그렇고말고.”
“죽어라! 귀찮은 존재들아!”
지크리스 후작의 검이 빠르게 움직이며 대기를 갈랐다.
마치 순간 번개가 치는 것처럼 그의 검은 빠르고 직선 적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지크리스 후작의 검이 멜뤼스에게 적중하려 할 때, 멜뤼스가 외쳤다.
“세이지 실드!”
파아앗!
그의 외침과 함께 푸른색 세이지 실드가 지크리스 후작의 앞에 생성되었다.
제아무리 그랜드 마스터의 검이라도 세이지 실드를 꿰뚫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꽝!
지크리스 후작의 검에 어린 오러가 빛을 잃었다.
“큭!”
동시에 전신에 엄습하는 반탄력을 느낀 지크리스 후작이 뒤로 물러났다.
그는 매서운 눈으로 멜뤼스를 노려보며 외쳤다.
“늙은 여우같은 놈! 설마하니 세이지 실드를 숨기고 있었을 줄이야.”
그와 레이벨이 두 8클래스 마법사와 싸우면서 가장 경계했던 것이 8클래스 마법이다.
8클래스 마법은 8클래스 마법사에게 있어 비장의 한 수와 같다.
하지만 그 숫자가 한정되어 있고, 승부처에 사용하여야 승부를 낼 수 있기에 대등한 실력자 앞에서 먼저 드러내는 경우는 거의 전무했다.
멜뤼스는 승기가 다 기울은 지금 상황에서 8클래스 마법을 전개한 것이다.
혹여 8클래스 마법을 메모라이즈 하지 않았나 의심하던 지크리스 후작과 레이벨의 예상을 깨 버리는 한 수였다.
8클래스 마법이 그들에게 있다고 판단된 지금, 그들은 쉽사리 승부를 낼 수 없었다.
같이 죽자는 식으로 8클래스 마법을 전개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랬기에 지크리스 후작이 멜뤼스를 보며 분노하는 것이다.
지크리스 후작이 분노하건 말건 멜뤼스의 태도는 태연했다.
“늙은이에게 이런 한수는 숨겨져 있기 마련이지. 허허허!”
“큭!”
억눌린 소리로 분노를 씹어 넘기는 수밖에 달리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때,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쿠웅!
지축이 흔들리는 듯한 굉음의 주인은 바로 엘리엔과 루이넨스였다.
두 여인의 차림새는 비교적 깨끗한 데 반해 두 여인의 주변은 그야말로 초토화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날카로운 것에 할퀸 듯, 지면에는 예리한 구덩이가 움푹움푹 파여 있었고, 두 여인 사이에는 거대한 크리에이터가 파여 있었다.
주변의 환경을 보면 두 여인의 대결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알려 주고 있었다.
‘정말 대단해. 그리고 재미있어.’
루이넨스는 자신의 실력을 한계점까지 끌어내게 하는 엘리엔을 보며 흥분되는 걸 느꼈다.
끝을 알 수 없는 여인이었다.
처음 루이넨스는 엘리엔이 결코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을 거라 여겼다.
비록 그녀가 그랜드 마스터에 네이처 소드를 지니고 있고, 엘프라 해도 마검을 얻어 완벽한 힘을 얻은 자신의 상대가 되지 못할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한 그녀의 자신감은 엘리엔이 엘프란 것이 한몫 했다.
엘프의 수명은 인간의 10배가 넘는다.
그들은 긴 수명을 바탕으로 천천히 검술을 익혀 나간다.
자연히 나태할 수밖에 없고, 그들의 그러한 검술은 발전이 없는 하급 검술에 불과했다.
비록 엘리엔이 그랜드 마스터고 긴 세월의 힘으로 닦여진 오러가 있지만 검술 면에서는 자신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검을 맞대는 순간 루이넨스는 그것이 자신의 착각임을 깨달았다.
엘리엔은 결코 기존의 엘프의 특성을 지닌 여인이 아니었다.
그녀의 검술에 나태함은 존재하지 않았고, 예상했던 것보다 오러의 위력은 더욱 강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검을 맞댈 때마다 느껴지는 그녀의 기도, 그것은 쉼 없이 열정적으로 검을 닦아 온 자만이 낼 수 있는 기세였다.
루이넨스는 그녀와 100여 번이 넘는 공방을 나누고서 그녀를 인정했다.
‘이 엘프는 내 호적수야. 반드시 승부를 내고 싶어.’
그녀의 눈에 짙은 승부욕이 자리 잡았다.
최강의 검사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몫.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경쟁자들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
본신의 모든 실력을 끌어올려 엘리엔과 맞서려 할 때, 루이넨스의 눈에 골렘들이 모두 격파되는 것이 보였다.
‘이런.’
골렘들이 모두 부서진 걸 본 루이넨스가 혀를 찼다.
그녀는 이번 금탑 공격의 책임자다.
금탑을 공격하기 전 그녀는 루이아스에게 몇 가지 사실을 언질 받았는데, 그중 하나가 골렘이 모두 파괴되면 금탑의 힘이 생각보다 더욱 강하게 되는 꼴이니 물러서란 말이었다.
루이아스는 금탑을 지우는 것도 중요하게 여겼지만 초인들을 더 이상 잃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
어차피 전력에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이쪽이었기에 기회는 나중으로 미루면 되는 것이었다.
루이넨스의 눈에 짙은 아쉬움이 떠올랐다.
‘승부를 꼭 내고 싶었는데……‘
하지만 자신의 승부욕을 위해 루이아스의 명령을 어길 수 없는 노릇.
멜뤼스와 코린트를 제거할 수 있을까 했지만 그들이 비장의 수단을 내놓은 이상 제거하기도 여의치 않아 보였다.
게다가 그레시오스 공작도 아이넨스에게 연신 밀리고 있었다.
한때 대륙에서 2번째로 강한 그랜드 마스터로 추앙 받던 것치고는 형편없는 실력이었다.
‘그 실력 가지고 대륙의 두 번째를 자처하다니……’
루이넨스의 눈에 경멸이 떠올랐지만 그것은 금세 사라졌다.
비록 그가 싫기는 해도 지금은 같은 길을 걸어가는 동료였다.
루이넨스가 외쳤다.
“모두 물러난다. ”
루이넨스의 말에 모두가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었다.
특히 지크리스 후작과 레이벨이 더욱 그러했다.
승부가 길어지기야 하겠지만 궁지에 다 몰아넣은 멜뤼스와 코린트를 놓아 줘야 한다니.
두 명의 강적을 제거할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것과 다름없었다.
지크리스 후작이 외쳤다.
“왜 물러서라는 것이지? 지금 상황이 우리에게 유리하다는 걸 모르나?”
“뭣이?”
루이넨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지크리스 후작이 그랜드 마스터이고, 그 실력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루이넨스 또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은 그보다 상급자이고, 순수한 실력도 그보다 위였다.
그런데 이런 반항을 보이다니.
이것은 명백하게 자신을 무시하는 행위였다.
루이넨스에게서 어마어마한 기세가 폭사되며 지크리스 후작에게 집중되었다.
“지금 그것이 책임자인 나에게 할 말인가, 지크리스!?“
그녀의 기세는 마치 파도처럼 지크리스 후작에게 몰아쳤다.
“큭!?”
루이넨스의 기세를 접한 지크리스 후작이 신음을 흘리며 한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랜드 마스터가 그랜드 마스터를 뒤로 물러나게 할 수 있다니.
그러나 그것은 곧 루이넨스와 지크리스 후작의 사이에 큰 실력 차이가 존재한다는 걸 뜻했다.
‘이런 빌어먹을!’
지크리스 후작은 루이넨스의 어마어마한 기세를 받아내면서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내심 그는 루이아스의 수하로 있는 아홉 초인 중 루이넨스가 제일이란 사실이 못마땅했다.
그래서 루이아스가 마검을 그녀에게 내려 준 것도 불만이었고, 이번 금탑의 공략에도 그녀가 책임자라는 것이 못마땅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루이넨스가 자신들보다 위에 선 이유는 루이아스의 부인이 될 여자라는 것 때문으로 여겼다.
그런데 실제 그녀의 기세를 겪게 되니 이것은 보통이 아니었다.
나이가 어리지만 그녀에게서 뿜어지는 건 초인 중에서 도 최소한 자신보다 1단계 높은 이가 뿜어내는 기세였기 때문이다.
‘실력이 지, 진짜였군.’
지크리스 후작은 루이넨스가 결코 다른 방법으로 초인들 중 으뜸에 선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가 표정을 일그러뜨린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았다. 네 말이 따르지.”
그제야 지크리스 후작을 속박하던 기운이 사라졌다.
지크리스 후작은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도 루이넨스를 노려보는 걸 잊지 않았다.
대항심이 꺾인 건 아니다.
단지 루이아스의 명령이란 말에 따랐을 뿐이다.
‘언젠간 반드시…..‘
루이넨스를 노려보면서 이를 갈아보는 그였다.
그런 따가운 시선을 받고서도 루이넨스가 모를 리 없다.
‘흥, 너의 그 마음을 내가 모를 줄 알았더냐.’
자고로 대놓고 적의를 드러내는 자만큼 상대하기 쉬운 자가 없다.
루이넨스는 자신만만했다.
‘얼마든지 덤벼 봐라. 너와 나의 확연한 실력 차이를 느끼게 해 줄 테니까.’
지크리스 후작을 일별한 그녀가 그레시오스 공작에게 말했다.
“물러서라. 후퇴할 것이다.”
루이넨스의 말에도 불구하고 그레시오스 공작은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이넨스에게 일방적으로 몰린 자신에게 큰 충격을 받은 것이다.
그런 그레시오스 공작의 모습에 루이넨스가 얼굴을 찌푸리며 오러를 흩뿌렸다.
“헛!”
갑자기 자신에게 기운이 쏟아져 오자 그레시오스 공작이 놀라며 황급히 그것을 막아 냈다.
루이넨스가 그런 그에게 말했다.
“후퇴다, 그레시오스 공작.”
“……아, 알겠소.”
그레시오스 공작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났다.
루이넨스가 엘리엔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음에는 반드시 승부를 낼 것이다.”
“그때를 기다리도록 하지.”
엘리엔도 루이넨스의 시선에 당당히 마주하며 말했다.
갑자기 루이넨스가 물러서니 엘리엔으로서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곳에 모인 그들은 일제히 품에서 수정구를 꺼냈다.
그리고 그곳에 손을 대고 마나를 불어넣는 순간, 그들의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며 엘리엔이 중얼거렸다.
“역시 사실이었어……“
엘이 금탑을 떠나기 전에 엘리엔을 비롯하여 다른 인물들에게 말했다.
굳이 후퇴하는 그들을 쫓을 필요가 없다고.
그들은 새로운 후퇴 수단을 마련했을 것이 분명하며, 무리하게 쫓다가 다치는 쪽은 도리어 이쪽이 될 거라고 말이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엘리엔의 얼굴에 절로 신기함이 감돌았다.
“신기한 인간이야……“
자신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인간.
그리고 인간들에 대한 복수심을 어느 정도나마 희석시켜 준 인간.
문득 엘리엔은 엘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마도 제국의 첫 공격을 막아 낸 것은 금탑이었다.
“이곳이 청탑이구나.”
엘은 청탑에 도착하여 주변을 둘러보면서 중얼거렸다.
청탑 주변은 호화로웠다.
벨로세크 제국 시절 제국이 청탑이 위치한 일대를 모두 청탑 소속으로 하사했기에 청탑의 주변에는 몇 개의 마법 지부와 실험실이 전부였다.
대륙에 몇 존재하지 않는 8클래스 마법사의 마탑이다 보니 청탑의 주변에는 마탑에 관련되지 않은 이들이 꽤 많았다.
구경하는 사람들의 틈에 섞인 엘은 청탑의 주변 일대를 살펴보았다.
“저기인가?”
청탑 주변을 둘러보던 엘은 마법 실험실 중 가장 큰 곳을 발견하고는 눈에 빛을 냈다.
멀리서 본 탓이라 확신은 할 수 없다.
하지만 몇몇 마탑 소속 병사들이 사람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는 걸로 보아 저곳이 골렘의 생산 기지일 확률이 높았다.
“꽤 높은클래스의 마법사들이 여럿 있어. 그렇다는 건 저곳이 골렘 생산 기지로군.”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하지만 8클래스에 이른 엘이 감각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면 그 정도는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다행이지만 청탑주 라이젠은 이곳에 없는 듯했다.
그 같은 강자가 이곳에 있다면 엘이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밤에 움직인다. 그리고 저곳을 지우는 거야.”
엘은 청탑을 구경 온 사람들이 모두가 잘 깊은 밤에 움직이기로 결정을 내렸다.
밤이 되었다.
근처 여관에 방을 빌린 엘은 밤이 되자 방 곳곳에 알람 마법과 탐지 마법을 설치해 두고는 투명화 마법을 전개하여 여관을 벗어났다.
쉬이익!
투명화 마법을 건 엘은 플라이 마법으로 빠르게 골렘 생산 기지로 짐작되는 곳을 향해 날아갔다.
플라이 마법으로 허공을 날던 엘은 낮과 밤 구분 없이 실험실 한 곳을 병사들이 경비하는 모습에 눈을 빛냈다.
‘저 곳이 틀림없어.’
엘은 곧장 실험실로 향하려 하였다.
그 때, 엘은 전방에서 탐지 마법이 설치되어 있는 걸 느꼈다.
‘이크, 하마터면 발각될 뻔했군.’
솜씨를 보아하니 라이젠이 직접 설치한 탐지 마법인 듯 했다.
8클래스 마법사인 엘조차 한순간 속아 넘어갈 뻔했으니 말이다.
만약 다른 8클래스 마법사였다면 들켰을 것이다.
하지 만 엘이었기에 가능했다.
단전호흡으로 남들보다 한층 예민한 감각을 지니게 된 엘은 기감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엘은 곧장 탐지 마법을 해제했다.
‘디스펠!’
푸쉬쉬.
탐지 마법이 작은 소리와 함께 소멸했다.
보통 철두철미한 곳은 탐지 마법이 강제로 종료되면 연쇄적인 반응을 일으켜 작동하게 하는데 라이젠은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여 그러지 않은 듯했다.
‘오만한 8클래스 마법사다워.’
이 정도 습성은 이미 파악해 놓은 것이었기에 엘은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엘은 실험실에 도착하기까지 도합 7개의 탐지 마법과 마주쳤다.
그때마다 족족 탐지 마법을 제거했고, 마침내 실험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실험실 문에는 3겹의 락 마법이 걸려 있었다.
할 수 없이 창문으로 잠입하려던 엘은 창문에도 락 마법이 걸려 있는 것을 보고는 웃음을 지었다.
‘생각보다 철두철미하군. 언 락!‘
가볍게 마법을 전개하여 창문의 마법을 해제한 엘은 곧장 실험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엘은 마침내 실험실을 둘러볼 수 있었다.
실험실은 그가 예상했던 대로 골렘 생산 기지였다.
곳곳에 골렘의 부품들이 널려 있었으며, 한곳에는 다양한 분류의 마법 물품이 쌓여 있었다.
골렘 생산하는 곳이 확실했던 것이다.
‘일단 제거해야 할 대상이……‘
엘은 실험실을 둘러보며 적의 전력을 따져 보았다.
‘6클래스 마법사 셋과 5클래스 마법사 여덟, 그리고 보초를 서는 인물 셋이 소드 마스터로군. 일을 돕는 인부들은 실제로 소드 익스퍼트야. 문제없군.’
그리 강하지 않은 전력인 걸 확인한 엘은 곧장, 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일단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하기 위한 소리를 공간에 가두는 마법부터 전개했다.
“사일런스!”
파아아아!
엘의 전개어에 따라 사일런스 마법이 실험실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누구냐!”
엘의 전개어를 들은 소드 마스터가 날카로운 기세를 흘리며 경계의 자세를 취했다.
“누구……“
소드 마스터가 적의 침입을 알아차리자 다른 이들도 그제야 경계 태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훗!’
속으로 웃음을 흘린 엘은 블링크를 전개하였다.
그리고 그가 나타난 곳은 실험실의 중앙이었다.
보초로 서던 소드 마스터 중 1명이 엘을 발견하고는 검을 겨누며 입을 열었다.
“누구냐! 정체를 발설하지 않을 시 결코 쉽게 죽이지 않겠다.”
이미 죽일 마음은 굳힌 상태였다.
이곳은 그 누구도 보아서는 안 될 장소. 이곳에 들어선 자는 누구라도 죽이라는 명령이 있었다.
엘은 그 소드 마스터에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런 말을 하면 무척 무서웠겠지만 지금은 안 그러네요.”
소드 마스터의 표정이 빠르게 굳어갔다.
“이 녀석이…… 컥!”
분노를 표출하려던 소드 마스터는 자신의 복부가 화끈해짐과 동시에 피를 한 움큼 토했다.
놀란 그가 자신의 배 부위를 살펴보니, 그곳에는 황금색 화살에 틀어박혀 있었다.
소드 마스터가 엘을 바라보며 최대한 분노를 표출하려 하였다.
“비, 비겁한……“
쿵!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쓰러졌다.
이미 목숨을 잃은 상태였다.
엘은 그를 내려다보며 짧게 말했다.
“미안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그 말과 함께 엘의 시선이 어느새 캐스팅을 하고 있는 마법사들에게 향했다.
“내 이름은 엘리미스, 사람들은 나를 금탑주라고 합니다.”
마법을 캐스팅하던 마법사 중 한 사람이 눈을 크게 떴다.
“뭣이, 금탑주…… 커헉!”
말을 하던 마법사의 몸이 돌연 부들부들 떨렸다.
엘이 한껏 집중하여 전개한 클래스 프레셔에 당해 마나가 역류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비단 그뿐만이 아니었다.
캐스팅을 하던 다른 마법사들도 신음과 함께 쓰러져 갔다.
엘은 그런 그들을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
살인의 역겨움이 몰려왔지만 최대한 내색하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철저한 학살자가 되어야 한다.
“동료들이 뒤따를 테니 너무 외로워 말길.”
“죽어라, 금탑주!”
그때, 어느새 엘의 뒤에 접근한 두 명의 소드 마스터가 검을 휘둘러 왔다.
그들은 상대가 금탑주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정면대결로 결코 승산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금탑주가 마법사들에게 신경을 쏟을 때, 기습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휘둘러진 두 자루의 검은 엘의 머리를 갈라 버릴 듯 지척까지 접근했다.
그들의 검이 엘의 몸을 베려는 순간, 엘의 몸이 흐릿해 졌다.
스팟!
“블링크!”
두 소드 마스터는 엘이 블링크를 전개했음을 깨닫고는 황급히 방어 태세를 취하려 했지만 이미 엘은 그들의 뒤에 나타나 올 플리체를 전개한 뒤였다.
푸욱!
“커헉!”
“컥!”
두 발의 금빛 화살은 거침없이 그들의 복부에 꿰뚫렸다.
그들은 전신이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지는 걸 느끼며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털썩!
“이제 끝났군.”
마법사들은 모두 마나 역류로 입에 거품을 문 채 몸에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고, 3명의 소드 마스터는 이미 죽음을 당한 상태다.
골렘을 조립하는 이들은 검을 치켜들고 경계의 자세를 취했지만 그들은 엘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게다가 엘이 지금 있는 곳은 입구가 있는 쪽.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확실하게 끝내자고, 타나!”
엘은 골든 나이트를 소환했다.
키이잉 ! 키이잉!
치이잉 ! 치이잉!
귓가를 자극하는 공간의 균열음과 함께 공간의 틈새가 쩍 벌어졌다.
그리고 그 사이로 금빛 기사가 등장했다.
골든 나이트의 등장이었다.
“타나, 저들을 모두 죽여!”
-주군의. 명령을. 받들겠음.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여 이제는 어느 정도 문장을 구사 하게 된 골든 나이트는 거침없이 골든 소드를 휘둘러 적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룬 블레이드를 사용하지 않은 까닭은 굳이 저들을 잡는 데 그랜드 마스터를 상대할 검을 저들에게 사용할 필요를 못 느낀 까닭이다.
거센 기세를 뿜어내며 검을 휘두르는 골든 나이트는 삽시간에 적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으아악!”
“살려 줘! 크악!”
곳곳에 비명이 들려왔지만 이것은 모두 자신이 지고 가야 할 업보.
엘은 애써 그들의 비명을 무시하며 실험실 곳곳을 돌기 시작했다.
골렘 생산 기지인 이곳은 그야말로 돈 덩어리가 굴러다니는 곳이었다.
각종 비싼 금속으로 이루어진 골렘의 부속품과 한쪽에 마련된 매직 메탈은 그 금액이 가히 천문학적이라 할 수 있다.
이건 골렘 생산 기지를 파괴하면서 이득도 취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계획이었다.
챙길 걸 모두 다 챙긴 엘은 골든 나이트가 적들을 다 제거했음을 보고는 그대로 소환 해제시켰다.
그리고 그는 실험실을 벗어났다.
“부품만 뺏어갔다고 생산 기지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확실하게 제거를 해야 해.”
실험실 상공에 몸을 고정시킨 엘은 곧장 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휘아아아아!
단전호흡으로 인해 극도로 끌어올려진 엘의 마나 호응력이 빠르게 결집을 이루며 마법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마법을 완성 시킨 엘은 실험실에 마법을 전개하였다.
“헬 파이어!”
주변을 초토화시키기에는 더없이 안성맞춤인 마법을 전개한 셈이다.
지옥의 불꽃은 밤하늘에 떠 있는 태양이 추락하는 모양처럼 곧장 실험실을 향해 낙하했다.
콰아아아아아앙!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삽시간에 실험실은 불의 지옥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엘은 실험실이 불길에 횝싸이는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됐다! 해냈어!”
골렘 생산 기지를 파괴했다는 기쁨에 엘이 밝은 표정을 지었다.
골렘 생산 기지를 파괴한 이상 이제 마도 제국은 더 이상 골렘의 숫자를 늘리기가 힘들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엘을 비롯한 엘리엔, 아이넨스가 게릴라 식 작전으로 루이아스의 전력을 조금씩 줄여 나가면 된다.
그리고 몇 번에 걸쳐 성공한다면, 마도 제국을 대륙에서 지우고 루이아스를 죽이는 것도 꿈같은 일이 아니게 된다.
루이아스를 타도하는 데 첫 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생산 기지를 파괴하여 기뻐하던 엘은 발걸음을 막 돌릴 무렵,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딱딱하게 굳어 갔다.
“금탑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날에 어울리는 성대한 불꽃놀이야, 안 그래?“
‘서, 설마……’
들어본 것은 불과 몇 번에 불과했지만 절대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목소리였다.
엘의 고개가 서서히 음성이 들려온 곳을 향해 돌아갔다.
시선을 옮긴 엘은 볼 수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얼굴에 떠올랐던 것과 비슷한 환한 웃음을 짓는 청년의 얼굴이 말이다.
엘이 신음을 흘리듯 청년의 정체를 말했다.
“루, 루이아스……”
“여, 금탑주! 이곳에서 만나니 무척 반가운걸?”
루이아스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귓가에 나긋하게 속삭여 유혹하는 악마처럼 친근한 목소리로.
(골든 메이지 11권에서 계속)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