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Mage RAW novel - Chapter (111)
Chap.2 프로미넌스
‘여섯 명…… 인가.’
다크 포그에서 알려온 경보에 엘은 잠을 자다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서둘러 다크 포그가 펼쳐진 외부로 공간 이동을 하였다.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엘은 라이젠을 비롯한 네 초인이 다크 포그를 막 빠져 나왔을 때 그들의 앞을 가로막을 수 있었다.
어느새 엘의 옆에는 골든 나이트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엘을 호위하듯 그의 옆에 서 있었다.
‘다섯 명인가? 생각보다 적군.’
처음에는 다섯 초인이 금탑에 침공한 줄 알았다. 하지만 뒤이어 오는 트루먼 공작까지 보게 되자 6명의 초인이 금탑에 침공했음을 알 수 있었다.
엘은 여섯 초인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인사드리겠습니다. 금탑주 엘리미스입닌다.”
여섯 초인들 중 지휘자인 라이젠이 싸늘한 표정으로 인사를 받았다.
“몇 번 보았으니 그리 반가운 얼굴은 아니로군. 설마 시시한 인사 따위를 받아 주기 위해 우리가 이곳에 온 것이 아님을 알고 있겠지?
“라이젠의 입장으로서 엘은 반드시 제거해야할 적에 불과했다. 게다가 엘에게서 묘하게 자신들을 기다렸다는 느낌을 받고 있자니 기분이 언짢았다.
때문에 곧장 엘을 죽이고 금탑을 지울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그런 그를 가로막은 이가 있었다. 바로 트루먼 공작이었다.
트루먼 공작은 라이젠에게 씩 웃어 보이며 말했다.
“왜 그리 서두르는 것이오, 청탑주? 어차피 지금 이곳 에는 금탑주밖에 없고 우리의 전력은 월등한데 그렇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보오.”
트루먼 공작의 말은 다분히 라이젠을 경계해서 한 말이다. 그의 입장에서 라이젠이 서두르는 것이 마음에 들 리가 없다.
다른 초인들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개개인의 자존심이 상당한 초인들.
상대가 강하다고 해도 결코 물러서지 않는 자신들이다. 하물며 지금 자신들의 앞에는 금탑주와 골든 나이트밖에 없다. 골든 나이트는 능히 한 초인의 몫을 발휘한다고 하나 엘은 초인들 중에서 최약체로 평가된다.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엘에게 질 만한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면 금탑주와 골든 나이트의 합공을 조심해야 할 뿐. 하지만 6명의 초인으로 숫자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이상 그것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황이 그렇다는 것이지 라이젠의 입장에서는 결코 엘에게 시간을 줄 수 없었다. 그가 어떤 짓을 벌일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라이젠은 자신과 사사건건 충돌하는 트루먼 공작에게 진한 살심이 들었다.
‘이 개자식이!’
허나 그 살기를 외부로 표출시켜 적대감을 살 만큼 그는 어리석지 않았기에 그는 이내 호흡을 가다듬으며 평정심을 되찾았다.
라이젠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그래서 금탑주와 이야기를 나눠 보자는 건가?”
“안 될 것이 무엇 있겠소?”
엘은 라이젠과 트루먼 공작의 모습에 그들의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을 보며 엘이 고민에 잠겨들었다.
‘저들의 저 사이를 이용하면 얻을 게 있을까?’
빠른 시간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계획은 모두 수립되어 있다. 지금 와서 저들을 이간질시켜 봤자 얻을 게 없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젓는다.
엘은 그들에게 미소를 지은 얼굴로 말했다.
“금탑에 오신 여러분들게 탑의 주인인 제가 변변찮게 대접해 드릴 게 없어서 무척 아쉽습니다. 아시겠지만 근래에 제가 몹시 힘든 일을 겪어서 말입니다.”
트루먼 공작과 신경전을 벌이던 라이젠이 엘의 말에 웃음을 짓는다.
“그러겠지. 목숨의 위협을 당해 개처럼 도망가야 했으니 말이네.”
라이젠의 말에 엘의 얼굴에 서린 미소가 씻은 듯 사라져 갔다. 그런 엘의 변화에 라이젠은 더 이죽거렸다.
“지금 상황이 결코 그때보다 낫다고 할 수 없을 터. 관대하신 마도 제국의 위대한 황제 폐하께서는 지금이라도 두 무릎을 꿇고 영원히 마도 제국에 충성을 맹세한다면 일말의 여지가 있을 거라 하셨다. 어떠한가, 금탑주. 마도 제국에 와서 우리와 함께 영원한 영광을 함께 하지 않겠는가?”
라이젠은 금탑에 온 진짜 목적을 꺼내 놓았다. 루이아스는 지난날 자신의 압도적인 강함을 직접 몸으로 겪은 엘에게 한 가닥 회유의 여지가 있음을 알았다. 초인들 모두가 달려들어도 자신에게는 큰 위협이 되지 않는 다는 걸 힘으로 보여 주었으니 행여 엘의 마음이 변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엘의 마음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유감입니다. 저는 마도 제국이 투신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라이젠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뿐이다.
“그래? 그렇다면 너에게 남은 게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겠지?”
“그건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웃기는…… 헙!”
코웃음 치던 라이젠의 눈이 돌연 커졌다.
엘이 갑작스럽게 그에게 쇄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압도적으로 불리한 지금 상황에서 기습 공격이라니!
설마하니 금탑주가 기습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라이젠은 일순간 당황의 기색이 만연하게 퍼져 나갔다.
그러나 그 정도로 맥없이 당한다면 그에게 초인이라는 칭호는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엘이 라이젠에게 쇄도하는 순간, 라이젠의 양손에는 푸른 뇌전이 맺힌 후였다.
“기습 정도로 어떻게 할 수 있을 만큼 나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그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엘은 양손을 라이젠에게 뻗었다. 그의 손에는 어느새 붉은 화염이 일렁이고 있었다.
다른 초인들이 라이젠에게 달려드는 엘을 제압할지 순간 라이젠의 의사를 물었다.
그에 라이젠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금탑주 따위는 나 혼자로도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
엘과 라이젠의 양손이 서로 충돌했다.
화르륵! 파지직!
붉은 불꽃과 푸른 뇌전은 서로를 향해 날카로운 독니를 드러내며 강렬한 충돌을 일으켰다.
엘의 손과 라이젠의 손이 민활하게 움직이면서 서로의 빈틈을 노려 갔다.
하지만 상대는 다름 아닌 청탑주 라이젠이다. 그는 대륙에 단 3명뿐인 워 메이지였다. 근접전에서 그와 자웅을 겨룰 수 있는 존재는 백탑주 유클레이밖에 없다.
수십 번의 공방을 나눈 그들의 대결은 한순간 빈틈을 보인 엘에게 라이젠의 공격이 적중하고 나서였다.
라이젠의 푸른 뇌전이 엘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크윽!”
라이젠의 공격이 닿는 순간 실드를 전개했지만 7클래스 마법의 힘은 정말 강했다.
전신이 저릿해지는 걸 느끼며 엘은 재빨리 몸을 뒤로 튕겼다. 허나 자신이 잡은 기회를 놓칠 만큼 라이젠은 녹록하지 않았다.
“어딜 도망가려 하느냐!”
쐐애액!
빠른 속도로 엘에게 접근한 라이젠은 그대로 쌍장을 엘에게 후려쳤다. 엘은 양손을 들어 그런 라이젠의 공격을 막았지만 역부족이었다.
떠엉!
강렬한 충격에 엘의 신형이 주르륵 밀려났다.
라이젠이 그대로 여세를 몰아 엘을 궁지에 몰아넣으려 할 때였다.
그때까지 조용히 서 있던 골든 나이트가 번개같이 움직였다.
“타나!”
엘의 외침이 있기도 전에 본능적으로 주인의 위험을 알아차린 골든 나이트가 라이젠을 베어 가고 있었다.
오로지 엘을 죽이기 위해 쇄도하던 라이젠은 측면에서 달려드는 골큰 나이트를 보며 욕설을 내뱉었다.
“제기랄!”
엘을 죽이고 자신이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라이젠은 엘을 향해 후려쳐 가던 쌍장을 골든 나이트에게 돌렸다.
룬 블레이드와 라이젠의 쌍장이 허공에서 충돌했다.
콰앙!
7클래스 마법의 힘이 집약된 힘과 룬 블레이드의 강력 한 절삭력이 첨예한 대립을 이루었다.
강렬한 충격파가 두 존재를 쉽쓸었지만 하나는 피륙으로 이루어진 인간이었고, 하나는 전신이 금속으로 이루어 진 골렘이었다.
“크으윽!”
라이젠은 전신을 휘감는 충격파를 이기지 못한 채 신음을 흘리며 주춤주춤 물러났다.
뒤로 물러나면서 라이젠은 아직도 구경만 하고 있는 초인들에게 외쳤다.
“뭐 하나! 모두 공격해!”
라이젠의 외침에 다섯 초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 중 넷이 골든 나이트에게 달려들었다.
라이젠이 레이벨을 향해 외쳤다.
“레이벨은 나와 함께 금탑주를 죽인다!”
파앗!
라이젠과 레이벨의 신형이 금탑으로 물러나는 엘에게 향했다.
골든 나이트는 주인의 위기를 좌시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달려드는 초인 넷을 블링크로 피해 버린 골든 나이트는 라이젠과 레이벨의 앞에 떡하니 나타나 룬 블레이드를 휘두르고 있었다.
라이젠과 레이벨은 강력한 골든 나이트의 공격에 이를 악 물고 방어해야만 했다.
쿠웅!
폭음이 울려 퍼지며 라이젠과 레이벨이 주르륵 밀려났고, 그사이 4명의 초인이 골든 나이트에게 달려들었다.
트루먼 공작의 검은 골든 나이트의 목을 노리고 있었고, 지크리스 후작의 검은 골든 나이트의 허리를 노리고 있었다. 거기에 넬리어스의 마법은 날카로운 예기를 품은 채 사방을 점하고 있었으며, 샤이어드의 마법은 속박 마법으로 골든 나이트의 기동력을 차단하고 있었다.
4명의 초인이 펼친 합공은 그만큼 대단한 위력을 내포하고 있었다.
하지만 골든 나이트 또한 순순히 당하지는 않았다.
어느새 왼손에 골든 소드를 든 골든 나이트는 왼손에는 골든 소드를, 오른손에는 룬 블레이드를 들고 우선 트루먼 공작과 지크리스 후작의 공격을 차단했다.
따당! 따다다당!
순식간에 수십 번의 공방을 나눈 골든 나이트는 재빨리 두 검으로 속박을 끊어 내고 넬리어스의 공격 마법을 파훼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파앗!
네 초인의 공격을 막아 낸 골든 나이트는 곧장 뛰어올라 다시금 라이젠과 레이벨을 막아 갔다.
“이 빌어먹을 고철 덩어리가!”
라이젠은 자신의 뒤를 붙잡고 늘어지는 골든 나이트에 의해 분노를 터뜨리며 자리에 멈춰서 골든 나이트에게 쌍장을 후려쳐 갔다.
그 뒤에서는 레이벨이 날카로운 바람의 칼날을 전개하여 골든 나이트를 베어 가고 있었다.
골든 나이트가 양손에 든 검으로 그것들을 막아 갔는데, 돌연 주춤했다.
어느새 샤이어드와 넬리어스가 골든 나이트에게 속박 마법을 전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골든 나이트는 라이젠과 레이벨의 마법에 의해 큰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했다.
그때 엘이 나섰다.
금탑으로 후퇴하던 엘은 골든 나이트가 위기에 처하자 곧장 제련제강의 마법을 전개했다.
“을 플리체!”
엘의 외침과 함께 4개의 금빛 화살이 4명의 8클래스 마법사들에게 뿌려졌다.
루이아스의 다이아몬드 제련제강의 마법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황금으로 펼치는 제련제강의 마법도 무시할 수 없는 위력을 지니고 있다.
넬리어스와 샤이어드는 방어 마법을 펼치느라 한순간 속박 마법이 느슨해졌고, 그사이 골든 나이트는 속박 마법에 벗어나 라이젠과 레이벨의 마법을 막아 냈다.
콰광!
2명의 8클래스 마법사의 협공이 대단해서 골든 나이트도 뒤로 물러났고, 라이젠과 레이벨도 충격파에 의해 뒤로 물러났다.
엘은 물러서는 골든 나이트를 보며 외쳤다.
“타나! 모든 힘을 발휘하라! 이것은……”
-너의 모든 힘이 소진될 때까지 지속해야 한다!
뒷말을 적들에게 들려줄 수 없었던 엘은 메시지 마법으로 골든 나이트에게 명령을 내렸다.
번쩍!
엘의 명령에 골든 나이트에게서 강렬한 안광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금빛 동체에 엄청난 광채가 뿜어지기 시작 했다.
“주인님의 명령을 받듦. 나의 임무는…… 모든 힘을 발휘하여 적들의 종말을 가져오는 것.”
담담하면서 여느 때와 변함없는 골든 나이트의 목소리에 엘의 두 눈이 붉어졌다.
-부탁한다, 타나. 너의 마지막 힘을 모두 보여다오.
그렇게 말한 엘의 신형이 금탑으로 빠르게 향한다.
그 모습에 라이젠이 초인들에게 외친다.
“나와 레이벨이 금탑주를 잡겠다. 너희들은 골든 나이트를 확실하게 처리해!”
그와 함께 몸을 날리려던 찰나, 라이젠은 뒤에서 엄습해 오는 강렬한 기운에 기겁했다.
“헉!”
어느새 그의 뒤에 골든 나이트가 나타나 검을 휘두르고 있었던 것이다.
방금 전과는 다른 엄청난 기세였다.
라이젠은 재빨리 양손을 교차하여 골든 나이트의 공격을 막으려 하였다.
골든 나이트의 검과 부딪치는 순간 라이젠은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파직!
자신의 양손에 맺힌 마법이 베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여태껏 수많은 적들을 제거해 온 푸른 뇌전이 골든 나이트의 룬 블레이드에 의해 부서지고 있었다.
‘이런 엄청난 힘이……’
압도적인 골든 나이트의 힘에 기겁한 라이젠이 재빨리 뒤로 물러나려 하였다. 하지만 골든 나이트는 그 틈을 주지 않은 채 곧장 라이젠을 베어 나갔다.
그때, 골든 나이트의 다리에 강렬한 바람의 칼날이 쇄도했고, 양팔을 두 그랜드 마스터가 베어 가고 있었으며, 두 8클래스 마법사의 방어 마법에 의해 라이젠의 전면에 실드로 막혀 있었다.
라이젠을 죽이려 들다가는 자신마저 소멸될 위기였던 것이다.
골든 나이트는 재빨리 라이젠을 공격하던 것을 회수하고는 두 그랜드 마스터의 공격을 막아 가면서 바람의 칼날을 막아 내기 위해 표면에 그려져 있던 마법진의 힘을 이용했다.
평소와 같다면 절대 사용하지 못하겠지만 모든 것을 다해 적들을 막으라는 명령에 마지막 한 수마저도 사용하고 있었다.
좌앙! 좌과광!
두 검이 충돌하면서 엄청난 충격파가 몰아쳤고, 바람의 칼날이 실드에 부딪치면서 실드가 당장이라도 찢어질 듯 요동쳤다.
쿠우웅!
무려 세 초인과 충돌한 충격파가 어김없이 골든 나이트를 쉽쓸었다.
이 충격이 워낙 강렬했기에 골든 나이트로서도 물러서지 않고서는 그 충격을 해소시킬 수 없을 지경이었다.
골든 나이트가 뒤로 물러나자 두 그랜드 마스터와 두 8클래스 마법사들이 여세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공격해 들어갔다. 이미 그들은 골든 나이트에 대한 경각심을 버린 지 오래였다.
다른 두 마법사는……?
골든 나이트는 엘을 노리던 라이젠과 레이벨을 찾았다. 하지만 라이젠과 레이벨은 이미 저 멀리 엘을 뒤쫓고 있었다.
골든 나이트는 엘이 자신에게 내린 명령을 생각해 냈다.
모든 힘을 다 발휘할 것.
저 둘을 쫓고 싶지만 네 초인의 공격이 너무 매서웠다. 골든 나이트가 든 두 검에 서린 오러가 한층 짙어졌다.
“일단 따돌렸군.”
금탑의 내부로 들어선 엘은 외부에 설치된 창으로 초인들의 격전을 살피고는 중얼거렸다.
모든 금제를 푼 골든 나이트의 힘은 정말 대단했다. 비록 일회성 힘이지만 그로 인해 골든 나이트는 결코 엘리엔이나 아토빌 공작에 비해 부족하지 않는 강력한 힘을 얻게 되었다.
“미안하다, 타나. 이 작전은 누군가가 희생을 해야 하는 작전이었어. 차마 다른 초인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가 없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고…… 네게 정말 미안하다.”
루이아스에게 목숨의 위협을 당하고 금탑에 돌아온 엘은 조만간 루이아스가 금탑에 대대적인 공세를 펼칠 것 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기회를 잘 이용하면 적에게 회생이 불가능한 엄청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그것을 떠올리자 엘의 머리에서 한 가지 계획이 생겨났다.
바로 미끼를 이용한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끼가 커야 대어가 걸리듯이 다수의 초인들을 낚기 위해서는 큰 미끼를 필요로 했다.
바로 초인이라는 미끼 말이다.
허나 여기에는 큰 문제점이 존재했다.
그 미끼 역할을 누가 하느냐에 있던 것이다.
엘은 필사적으로 계획을 가다듬어 어떻게든 미끼 없이 적들에게 타격을 줄 방법을 생각해 보았지만 도저히 그 방법이 떠오르지가 않았다.
반드시 미끼를 필요로 했던 것이다.
크게 보면 대륙을 위한 것이지만 그 누가 미끼를 하고 싶어 하는가 말이다. 당장 엘도 자신이 미끼 역할을 하는 것은 사양이었으니.
그러나 엘은 아주 큰 미끼가 되어 줄 무언가가 있음을 동시에 깨달았다.
바로 골든 나이트였다.
골든 나이트는 엘의 수족임과 동시에 미끼 역할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있다.
엘은 그것에 대해서 한동안 긴 고민에 빠져야만 했다.
골든 나이트는 두말할 것 없이 자신의 손과 발이다.
자신이 당금 대륙에서 이렇듯 대우를 받게 된 까닭도 바 로 골든 나이트가 있기에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륙에서의 대우란 엄연히 힘의 논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자신 혼자의 힘은 8클래스 마법사라지만 거기에 그랜드 마스터인 골든 나이트가 추가되면 무려 두 초인이 함께 다니는 것이 된다.
제아무리 강한 초인이라도 2명의 초인을 상대하는 것은 벅차다. 그러니 엘의 위치가 그만큼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엘은 금탑을 공격하는 초인들을 속이기 위해 과감하게 골든 나이트를 미끼로 내놓았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대륙을 위한 엘의 희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엘의 희생이 아니다.
전적으로 자신을 위해 하는 희생이다.
앞으로도 계속 자신을 노릴 적들! 그들을 제거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
모든 것은 다 자신을 위한 희생이다.
엘의 눈이 깊어졌다.
“타나의 희생은 무척 비싸게 먹힐 것이다.”
– 엘의 몸이 금탑의 꼭대기를 향해 솟구쳤다.
골든 나이트의 희생을 아주 값비싸게 치르게 하려면 자신이 실수를 하면 안 된다.
엘의 신형이 금탑 꼭대기로 사라지자 금탑 입구에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엘의 뒤를 바짝 쫓아온 라이젠과 레이벨이었다.
금탑에 들어선 두 사람은 부리부리한 눈으로 주변을 훑었다.
자신들이 아무리 강하다지만 이곳은 금탑주의 홈그라운드다. 찰나의 방심이 생사를 오가게 만들 수 있는 초인들인 만큼 이곳에서는 만전을 기하는 게 좋다.
“함정은?”
주변을 둘러본 라이젠은 레이벨을 보며 물었다. 감각에 서는 함정이 없다고 알려 왔지만 이 방면은 레이벨이 더 유능하다.
라이젠의 물음에 레이벨이 고개를 저어 보였다. 함정이 없다는 뜻이다.
“좋아, 그럼 곧장 금탑주를 찾도록 하지.”
혼자서 찾는 건 극히 위험하다.
혹여 기습을 당했다가는 큰 낭패를 치룰 수 있으므로 라이젠이 엄호하고, 레이벨이 마법을 전개했다.
“스캔!”
레이벨의 나직한 외침과 함께 그를 중심으로 탐지 마법이 뻗어 나갔다.
순식간에 금탑 전역을 탐지한 레이벨이 눈을 빛냈다. 금탑의 위쪽에 강렬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런 기운을 간직한 존재는 단 한 명이다.
금탑주 엘리미스였다.
“상층부.”
파앗!
레이벨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라이젠의 몸이 허공으로 솟구친다. 함정이 없다는 걸 안 이상 거칠 게 없었다.
그런 라이젠의 뒤를 따라 레이벨의 몸도 솟구쳤다.
두 마법사가 빠르게 상층부를 향해 날아오자 대기하고 있던 엘이 마법을 전개했다.
“웹!”
엘의 외침과 함께 라이젠과 레이벨의 주변에 마나로 이루어진 거미줄이 잔뜩 생겨났다. 웹으로 라이젠과 레이벨의 움직임을 둔화시키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쉽게 당할 리 만무했다.
웹이 생겨나며 그들의 움직임을 제약하려는 순간, 수십 개의 화염이 그들을 중심으로 생걱났다.
화르륵! 치이익!
화염이 일렁이는 소리와 함께 웹이 화염에 타 들어갔다. 하지만 엘의 노림수는 그것이 아니었다.
웹에 의해 한순간 주춤한 그들에게 향한 것은 금빛 화살이었다.
교묘히 화염의 열기 아래 숨어든 금빛 화살은 은밀하게 그들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허억!”
호흡과 호흡이 교차하는 찰나에 파고드는 금빛 화살의 존재에 두 마법사는 경악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워낙 교모하게 파고든 금빛 화살의 존재 까닭에 그들은 한 가지 선택을 해야만 했다.
하나는 저것을 무시하고 곧장 엘을 쫓는 것. 다른 하나는 이걸 확실하게 피하고 추격을 재개하는 것.
전자를 택하면 심각한 부상을 각오해야만 하고, 후자를 택하면 기껏 따라잡은 거리를 조금이나마 내주게 된다.
전자냐 후자냐. 하지만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
엘을 얼마든지 잡을 자신이 있는 그들이 굳이 부상을 감수할 리 없는 것이다.
다만 이까짓 공격에 물러나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을 뿐.
“칫, 피한다.”
라이젠의 말과 함께 둘의 신형이 빠르게 아래로 꺼졌다.
플라이 마법을 취소한 것이다.
피유웅!
하층부로 추락하는 두 마법사의 머리 위로 금빛 화살이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여서 라이젠과 레이벨은 순간 간담이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두 마법사가 다시 플라이 마법을 펼쳐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오자 엘의 두 눈이 빛났다.
‘지금이야말로 이것을 시험할 기회다.’
생각이 떠올림과 동시였다.
엘의 내부에 도사리고 있던 거대한 마나가 노도처럼 쏟아져 나왔다.
콰콰콰콰!
물결처럼 퍼져 나오면서 엘의 기세가 삽시간에 주변을 장악했다.
동시에 그의 내부에 도사리고 있던 거대한 마나가 외부로 표출되었다.
마나는 그대로 라이젠과 레이벨의 주변에 펼쳐진 플라이 마법에 얽혀들었다.
“어억!?”
라이젠과 레이벨의 입에서 당혹감어린 신음이 흘러 나왔다.
돌연 마법이 취소된 것이다.
저 클래스 마법인 플라이 마법이었기에 그들은 재차 마법을 펼쳐 신형을 허공에 고정시켰지만 엘의 공격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마나는 인위적인 흐름이 얽힌 라이젠과 레이벨을 항햐 제2격, 제3격을 가했다.
그것은 그들의 마법 흐름에 간섭하여 본래의 흐름을 뒤바꿔 버리는 역할을 했다.
“큭!”
마법이 연달아 취소되자 두 신형은 빠르게 바닥을 향했다. 예상보다 뛰어난 위력에 엘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훨씬 강한 위력을 지녔어. 8클래스 마법사들의 마법을 흩어 버릴 정도였다니. 게다가 반경 삼십 미터까지 영향 을 미칠 수 있어.’
30m나 떨어진 곳까지 마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 위력이 아닐 수 없다.
만족감을 표한 엘은 곧장 탑 꼭대기를 향했다. 이제는 탑을 탈출해야 할 때다.
‘마법을 강제로 해제시켰으니 섣불리 접근하지는 못할 것이다. 마법사는 미지의 것에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을 지니지만 사람이란 게 목숨이 걸린 일에는 신중하기 마련이니까.’
아직까지 자신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두 마법사였기에 엘은 자신의 판단을 신뢰했다.
아니나 다를까, 엘에 의해 마법이 강제로 취소된 두 마법사는 심각한 표정으로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숨겨 둔 한 수가 있었다니. 설마하니 우리들의 마법을 캔슬할 줄은 몰랐다.”
레이벨이 굳은 표정으로 동의의 뜻을 보였다.
마법을 캔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최소 한 단계 높은 마법사가 막대한 마나를 응집하여 단번에 마나의 흐름을 끊어 내는 것이 캔슬 마법인 것을 감안하면, 금탑주가 사용한 캔슬은 엄청나게 무리를 했거나. 아니면 어떠한 방법을 발견해 낸 것이 분명하다.
“캔슬당하는 순간 폐하의 카르마 링과 비슷하다고 여 겼지만 그게 아니었어.”
카르마 링이라는 말에 라이젠의 표정이 굳는다. 그는 카르마 링이라는 단어 자체를 싫어한다.
그 까닭은 간단하다. 바로 카르마 링에 의해 철저하게 부서진 적이 있기 때문이다.
라이젠의 기질상 루이아스에게 굴복하기까지 가장 많은 저항을 했고, 그로 인해 그는 카르마 링의 위력을 절절하게 느껴야만 했다.
인세에 다시는 나와서는 안 될 마물이 바로 카르마 링이다.
그런데 그것과 비견되다니. 카르마 링은 강제로 마나를 흩어 버리지만 지금은 단순히 마나에 간섭한 것에 불과하지 않은가.
라이젠의 의아한 시선에 라이벨이 말한다.
“방금 그게 다가 아닐 수 있단 말이오. 만약 그가 위력을 다소 조절했다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이상 그 이상의 위력도 염두에 둬야 하오. 이건 우리 둘의 목숨이 걸린 문제니까.”
그제야 라이젠의 표정도 심각해졌다.
자신의 임무도 임무지만 무엇보다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위대한 마도 제국에서의 명예는 앞으로 자신의 위치를 더욱 빛나게 해 줄 테니 말이다.
라이젠이 레이벨에게 물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저돌적인 자신보다는 신중한 성격의 레이벨이 더 나았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되지?”
“일단 천천히 접근하는 게 좋을 것 같소. 괜히 마법을 펼쳐 무리하게 접근하다가는 마법이 풀려 충격을 받을지도 모르니 말이오.”
“옳은 말이다.”
날아가는 것이 가장 빠르지만 안전을 기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라이젠과 레이벨은 마법이 강제로 풀려도 충격이 적은 혜이스트를 펼쳐 빠른 몸놀림으로 엘을 쫓기 시작했다.
미지의 것을 보여 줘, 적으로 하여금 과대 평가를 하게 만들어 소극적으로 나오게 하는 것. 엘의 의도가 정확하게 먹혀 들어가고 있었다.
* * *
부웅!
룬 블레이드가 선명한 궤적을 남기면서 빠른 속도로 베어간다.
완벽하게 피하지 못할 만큼 빠르고 간결한 일격에 트루먼 공작이 검을 휘둘러 룬 블레이드를 막아 갔다.
황!
“큭!”
룬 블레이드와 검이 부딪침과 동시에 푸른 오러가 파삭 부서져 나간다.
그리고 힘에서 밀린 트루먼 공작이 신음을 흘리며 뒤로 물러났다. 트루먼 공작의 두 눈에는 놀라움이 서려 있었다.
‘이토록 강한 힘이라니. 골든 나이트가 어찌 이렇게 강하단 말인가.’
분명 카시아스 왕국에서 상대할 때는 엄연히 자신의 한 수 아래였다.
그랬기에 자신 혼자서도 능히 골든 나이트를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것이 자신만의 착각이었나 보다.
강한 힘으로 트루먼 공작을 밀쳐 버린 골든 나이트는 그대로 트루먼 공작을 베기 위해 동체를 날렸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와 상황 판단. 나날이 발달해 가는 골든 나이트는 현재 아토빌 공작에 버금가는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기선을 빼앗긴 트루먼 공작이 골든 나이트의 연격을 잇달아 막아 내며 뒤로 물러나자, 그 틈을 지크리스 후작이 파고들었다.
골든 나이트가 상대해야 하는 존재는 트루먼 공작뿐만 아니라 다른 초인도 있었다.
트루먼 공작에게 결정적인 일격을 퍼부으려던 골든 나이트는 돌연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지크리스 후작의 공격 에 공격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의 검과 룬 블레이드가 부딪쳐 나갔다.
황! 꽈광! 꽝!
순식간에 십여 번의 충돌이 일어났고, 골든 나이트에게서 뿜어지는 폭발적인 힘에 지크리스 후작 또한 뒤로 물러서야만 했다.
같은 인간이라면 막강한 그 힘을 흩어 버리고 곧장 반격을 할 수 있지만 골든 나이트는 이미 인간이 낼 수 있는 근력의 한계를 뛰어넘은 상태였다.
충격파가 온몸을 휩쓸어도 강철로 된 동체에는 어떠한 영향도 줄 수 없었다.
피륙으로 이루어진 지크리스 후작으로서는 골든 나이트를 감당하기에 무리였다.
슈악! 충격을 해소하지 못한 지크리스 후작의 빈틈을 정확히 찌른 골든 나이트의 일격이었다.
믿지 못할 강한 위력에 지크리스 후작의 두 눈이 부릅 떠질 무렵, 그의 목숨을 구원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블리자드!”
넬리어스와 샤이어드의 입에서 동시에 블리자드가 튀어나왔다.
여태껏 8클래스 최강의 빙계 마법인 블리자드를 캐스팅하느라 전투에 임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8클래스 마법은 그런 시간을 허용해 줄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위력을 지니고 있다.
설사 그랜드 마스터라 하더라도 8클래스 마법에 적중 당하면 엄청난 피해를 각오해야 했으니 말이다.
지금 그들이 굳이 4명이 합공하지 않고 트루먼 공작과 지크리스 후작 둘이 골든 나이트를 감당했던 것도 두 마법사가 8클래스 마법을 캐스팅할 시간을 벌어 주기 위함이었다.
곧이어 어마어마한 눈의 폭풍이 몰아치며 골든 나이트 에게 쇄도했다.
블리자드는 엄청난 한기를 머금고 있어 닿는 즉시 얼려 버리는 힘을 지니고 있다.
적탑주 카로스만 또한 엘의 블지자드에 당했을 정도니 초인이라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마법이 바로 블리자드였다.
하지만 골든 나이트는 일반적인 범주에선 상상할 수 없는 존재.
골든 나이트는 엘이 가진 모든 마법의 정화이자, 발전 하는 존재였기에 일찍이 블리자드에 당한 초인 카로스만을 보고 대책을 세워 둔 상태였다.
파앗!
골든 나이트의 황금빛 동체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졌다.
그와 함쩨 골든 나이트의 동체에 새겨진 룬어에 마나의 흐름이 일어나더니, 이내 강력한 반투명한 막이 골든 나이트를 휘감았다.
엘이 새긴 방어 마법진이 극한으로 발휘된 것이다.
반투명한 막은 그대로 블리자드를 튕겨 냈다.
티딕 ! 틱 !
블리자드는 반투명한 막의 일부를 얼려 갈 뿐 골든 나이트에게 어떠한 피해를 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네 초인의 눈이 부릅떠졌다. 설마하니 두 8 클래스 마법사가 각각 전개한 블리자드를 막아 낼 줄이야. 전혀 믿지 못할 상황이었다.
놀라운 건 비단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검을 치켜 든 골든 나이트가 룬 블fp이드를 그대로 블리자드에 그어 버린 것이다.
샤악!
룬 블레이드는 견고하게 펼쳐져 있던 반투명한 막과 함께 블리자드를 그대로 베어 냈다.
그리고 번개 같은 몸놀림으로 샤이어드와 넬리어스에게 접근했다.
“허억!”
갑자기 마법을 베어 버린 것도 놀라운데 자신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며 다가오자 두 마법사는 대경했다.
“큭!”
샤이어드는 비장의 세이지 실드를 전개함과 동시에 헤이스트 마법을 사용하여 번개같이 뒤로 빠져나갔다.
실로 놀라운 대처가 아닐 수 없다.
반면 넬리어스는 마법사의 전형적인 회피 수단 블링크를 전개하였다.
넬리어스가 블링크를 전개하자 골든 나이트에게서 짙은 안광이 뿜어져 나왔다. 마법사가 블링크를 하는 것, 그것이 바로 골든 나이트가 의도한 것이었다!
스팟!
넬리어스의 신형이 사라지자 골든 나이트 또한 사라졌다.
블링크를 펼친 것이다.
그리고 넬리어스가 20여 m 떨어진 곳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놀랍게도 바로 지척에 골든 나이트가 나타났다.
골든 나이트가 자신의 옆에 모습을 드러내자 넬리어스가 경악했다.
“허억!”
넬리어스가 황급히 양손을 교차하면서 마법을 캐스팅 했다.
하지만 골든 나이트가 더 빨랐다.
이미 넬리어스 옆으로 블링크할 것을 의도했기에 골든 나이트는 블링크를 전개함과 동시에 룬 블레이드를 휘두르고 있었다.
당연히 초인적인 반사 신경을 지닌 넬리어스도 그것에 대비할 수가 없었다.
룬 블레이드가 넬리어스의 정수리를 갈라갔다.
섬뜩한 예기가 정수리를 타고 흐르자 넬리어스의 동공이 확장되어 간다.
룬 블레이드가 넬리어스를 가르는 순간……
푸학!
붉은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 피는 골든 나이트에게 튀었다.
틱 ! 티딕 !
실드에 가로막힌 피가 허공에서 주르륵 흘러내렸다.
골든 나이트는 무심한 안광으로 넬리어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넬리어스는 죽지 않았다. 룬 블레이드가 정수리에 박히려는 순간 그가 필사적으로 몸을 틀어 피한 것이다.
허나 간신히 죽는 것만 모면할 정도로 골든 나이트의 공격은 강력했다.
골든 나이트의 룬 블레이드는 넬리어스의 어깨에 박힌 상태다. 오른쪽 어깨를 시작으로 옆구리까지 뭉텅 베어 냈다.
사실상 무력화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른쪽 몸 일부분이 없어지자 넬리어스의 안색이 일그러졌다.
“크으으……”
전신에 엄습하는 고통은 둘째다. 여태껏 자신의 일부분 이던 몸을 잃었다는 것에 대한 상실감이 그의 뇌리를 지배했다.
그러다 보니 민첩했던 몸놀림은 둔해질 수밖에 없고, 끝없이 펼쳐지던 마법은 주춤했다.
골든 나이트는 이 사실을 몰랐지만 사람이 무언가를 상실하게 되면 실의에 빠진다는 것을 어렴풋 눈치 채고 있었다.
이것은 골든 나이트가 생각하는 것이 아닌, 골든 나이트의 에고를 구성하고 있는 사념에서 흘러나오는 경험이었다.
서걱!
골든 소드가 빛을 발하며 넬리어스를 양단했다.
두 눈에 충격의 빛을 해소하지 못한 채, 목과 몸이 분리 된 넬리어스의 몸이 서서히 무너졌다.
금탑을 침공한 여섯 초인 중 한 사람의 죽음이었다.
트루먼, 지크리스의 눈이 부릅떠졌고 샤이어드 또한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은 곧이어 분노로 변했고, 골든 나이트는 초인 셋의 분노를 감당해야만 했다.
“후우!”
금탑의 집무실에 도착한 엘이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그것은 안도의 한숨이었다.
“내 예상대로 되었어. 정말 다행이라 할 수 있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엘의 얼굴에는 자신감만 가득했다.
그것은 자신의 새로운 무기가 무척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만약 그들이 쫓아오더라도 이것과 함께 제련제강의 마법을 펼쳤다면 충분히 맞서 싸울 수 있었을 것이다.
“마나 장악이라, 마치 그랜드 마스터와 같으면서 더욱 위력적이었어.”
그랜드 마스터의 마나 장악은 기사들 내부에 서린 오러의 통제권을 빼앗는 것이다. 하지만 엘의 마나 장악은 인간의 내부가 아닌 외부의 기운을 장악하는 것이다.
특히 그 복잡함이 특출한 마법들에게 마나가 간섭한다면 그 마법은 삽시간에 위력을 잃는다.
엘은 마법사들 간의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클래스 프레셔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얻은 셈이다.
든든한 힘에 엘은 고개를 고덕였다.
“이것이라면 어쩌면……”
한 가닥 희망을 잡은 듯한 느낌. 엘은 그 성과만으로도 족했다.
집무실에 들어선 엘은 미리 그려 둔 마법진으로 향했다.
현재 금탑은 공간 이동 자체가 금지된 상태였다. 좌표가 뒤죽박죽 얽혀 있었으며, 스크를 같은 것으로도 탈출이 불가능했다.
청탑에서 펼쳐진 것과 비슷한 것이었다.
엘은 청탑에서 죽음의 위기를 겪으면서 금탑도 그와 비슷하게 해 둘 필요를 느꼈다.
그리고 그것을 생각하는 순간, 이번 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다.
“일단 물러나야겠지.”
마법진 위에 올라선 엘은 마나를 주입했다.
복잡하게 얽어놓은 마나의 흐름에서 단 한 곳, 이곳만 이 복잡한 마법 흐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게다가 사용하고 난 뒤 말끔하게 흔적이 사라지기에 증거조차 남기지 않는다.
하지만 설치하는 데 무척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비상용으로 사용하는 게 대다수였다.
마나가 주입되자 마법진에서 푸른빛이 뿜어졌다 그리 고 삽시간에 마나를 배열하더니 텔레포트 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새하얀 빛과 함께 엘의 신형이 사라졌다. 금탑을 완전히 빠져나간 것이다.
뒤늦게 집무실로 들어선 라이젠과 레이벨은 희미하게 느껴지는 마나의 흐름에 이를 갈았다. 자신들이 완벽하게 속았다는 것을 깨닫고서는.
* * *
퍼벅! 퍽 !
골든 소드와 룬 블레이드가 푸른빛을 발하며 두 그랜드 마스터를 압도한다.
쾅!
“우욱!“
룬 블레이드에 서린 거력을 해소시키지 못한 지크리스 후작이 뒤로 주르륵 밀려난다.
넬리어스의 목숨을 빼앗은 골든 나이트는 세 초인을 상대로 압도적인 힘을 과시하고 있었다.
트루먼 공작과 지크리스 후작, 샤이어드는 골든 나이트를 무척 힘들게 상대하고 있었다. 골든 나이트의 힘은 압도적이었다. 그 힘은 넬리어스를 죽인 뒤 더욱 강해진 듯하여, 세 초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현격하게 밀리고 있었다.
“제기랄! 어떻게 이렇게 강하단 말인가.”
한 수 공방을 나눌 때마다 전신이 저릿해짐을 느끼며 트루먼 공작이 분노에 찬 외침을 토했다.
다른 초인들도 말이 없다 뿐이지, 트루먼 공작과 비슷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어찌 이렇게 강하단 말인가.
지금 골든 나이트의 힘은 초인을 뛰어넘은 무언가가 있었다.
처음에는 아토빌 공작과 비견되는 듯한 힘이었으나 지금은 더욱 강해져서, 당장 대륙의 초인들 중 제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쾅!
“우욱!”
골든 나이트의 공격을 막아 내던 트루먼 공작이 균형을 잃었다. 분노에 휩싸여 미처 제대로 힘을 흘려내지 못한 까닭이다.
그 틈을 골든 나이트가 놓칠 리 없었다.
왼손에 든 골든 소드로 지크리스 후작을 완벽하게 막아 낸 골든 나이트는 오른손에 든 룬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그것은 균형을 잃은 트루먼 공작의 목을 정확하게 노리고 있었다.
내부가 흔들려 당장 운신할 수 없던 트루먼 공작의 두 눈이 급속도로 커졌다. 룬 블레이드를 피할 수 없음을 느낀 것이다.
룬 블레이드가 막 트루먼 공작의 목을 양단하려던 순간 이었다.
푸른빛을 머금은 것이 룬 블레이드를 후려쳤다.
쩌어엉!
짙은 금속음과 함께 룬 블레이드가 뒤로 튕겨났다.
그리고 룬 블레이드를 튕겨 낸 장본인 또한 뒤로 물러났다.
트루먼 공작은 자신을 구한 이를 보며 눈을 부릅떴다.
자신을 구해 준 이가 다름 아닌 라이젠이었던 것이다.
라이젠은 양손에 푸른 뇌전을 머금은 채 골든 나이트와 대치했다.
금탑주를 쫓으러 간 그들이 왜 이곳에 나타난단 말인가?
세 초인의 의문이 가속화될 때, 라이젠이 중얼거렸다.
“주인은 빠져나갔는데 수하는 빠져나가지 않았군. 도대체 무얼 노리는 것이지?”
라이젠의 중얼거림에 세 초인은 금탑주가 이곳을 빠져 나갔음을 알 수 있었다.
그사이, 골든 나이트는 검을 휘두르며 라이젠에게 쇄도하고 있었다.
샤이어드가 외쳤다.
“조심하시오! 골든 나이트는 무척 강하오!”
하지만 라이젠은 그 말을 무시했다.
“훗, 골든 나이트가 강해 봤자 날 상대할 수는 없지.”
그리고 양손을 휘두르며 부딪쳐 나갔다.
퍽!
충돌음과 함께 골든 나이트의 동체가 흔들렸고, 라이젠이 주르륵 밀려났다.
“이, 이건……”
경악어린 표정의 라이젠은 입가에 피를 주르륵 흘렸다.
그의 양손에 서린 푸른 뇌전은 깨져 있었으며, 내부는 거세게 흔들려 심각한 내상을 입은 상태였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의 라이젠을 보며 트루먼 공작이 한심하다는 어조로 말했다.
“내가 이렇게 당할 정도인데 그렇게 경솔하게 달려들다니. 흥분했군, 라이젠.”
으드득!
비웃는 트루먼 공작의 표정에 라이젠은 왜 자신이 트루먼 공작을 구했을까 하는 자책과 함께 이를 갈아붙였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았다. 골든 나이트는 정말 강했던 것이다.
“분명 전에는 이렇게 강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 데……”
“금탑주가 무언가 수작을 부린 것 같군.”
레이벨이 골든 나이트를 살펴보며 말하자 라이젠의 눈이 빛났다.
“약점을 알 수 있나.”
“그건 모르겠소. 다만 저건 금탑주가 따로 손을 본 게 아니란 것은 확신할 수 있지. 아마 잠력 폭발이나 그런 것 같은데……”
레이벨의 말에 라이젠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잠력이라……”
잠력 폭발은 후유증이 확실한 수법이다. 골든 나이트에 게 그러한 수법이 있는지 몰랐지만 확실한 건……
“잠력 폭발이 결코 무한한 것이 아니지.”
라이젠의 말에 모든 초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력 폭발은 반드시 그 후유증을 동반한다. 그리고 대다수가 제한 시간이 있다.
즉, 골든 나이트를 상대로 시간을 끌면 골든 나이트는 제풀에 모든 힘을 소진하고 고철 덩어리가 될 거란 말이 된다.
라이젠이 초인들에게 외쳤다.
“갑자기 강해진 데에는 분명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잠력 폭발일 가능성이 무척 높지. 일단 골든 나이트를 상대로 시간을 끌면서 힘을 소진시킨다. 유한한 힘이라면 반드시 그 끝을 보이겠지. 그리고……”
라이젠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어느새 그의 지척에 접근한 골든 나이트가 그에게 골든 소드를 내리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라이젠은 황급히 양손을 겹치더니 마법을 전개했다. 마음을 먹은 이상 굳이 노력하여 골든 나이트의 공격을 막아 낼 필요가 없다.
퍼벙!
골든 나이트의 힘을 이용한 라이젠은 거기에 저항하지 않고 힘의 방향에 따라 몸을 날렸다. 지금 공격을 맞서봤자 막아 낼 힘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게 불필요하다는 걸 깨달은 이상 맞서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다.
라이젠이 자신의 공격을 받아 내지 않자 골든 나이트는 곧장 레이벨에게 몸을 날렸다.
하지만 레이벨은 근접 전투를 벌이는 워 메이지가 아니다.
곧장 헤이스트를 전개하여 뒤로 물러난 레이벨은 바람의 칼날을 전개하여 골든 나이트에게 쏘아 보냈다.
콰콰콰콰!
보이지 않는 바람의 칼날을 향해 골든 나이트가 강렬한 마나를 내뿜자 동체에 새겨진 실드가 빛을 발하며 반투명한 막을 생성했다.
그리고 그것은 바람의 칼날을 그대로 받아 냈다.
떠덩! 떵!
가볍게 튕겨 낸 골든 나이트가 그대로 레이벨에게 달려 든다.
하지만 좌측에서는 지크리스 후작이, 우측에서는 트루먼 공작이 검을 휘두르니 골든 나이트로서는 그걸 무시하고 레이벨을 처치할 수 없었다.
두 검을 휘두르며 두 그랜드 마스터의 공격을 받아 낸 골든 나이트였지만 어느새 뒤에서 라이젠이 쌍장을 후려 치고 있었다.
골든 나이트는 그걸 막아 내지 못했다. 다만 실드 마법을 최대한 발휘할 뿐이다.
퍼억!
푸른 뇌전이 골든 나이트의 등에 정확하게 박혀 들어갔다. 강렬한 충격이 골든 나이트를 뒤흔들었다.
그럼에도 골든 나이트는 거침이 없었다.
붕!
등을 가격한 라이젠을 향해 검을 휘두르지만 라이젠은 이미 뒤로 물러난 상태였다. 골든 나이트의 힘이 한정된 이상 맞설 필요가 없다.
퍽!
골든 나이트가 빈틈을 보이자 샤이어드의 마법이 적중한다. 막아 내려 분발했지만 그것만으로는 힘들었다.
초인이 무려 5명이다.
그들이 작정하고 치고 빠지기를 하니 골든 나이트로서는 미칠 노릇이었다.
한 초인이 공격을 하면 골든 나이트가 반격한다. 하지만 절대 맞서지 않고 물러난다.
골든 나이트가 뒤를 쫓으려 하여도 힘들었다. 금세 다른 초인들이 달려들어 주위를 분산시켰기 때문이다.
이는 제아무리 사념으로 응집된 골든 나이트로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있었고, 마침내 골든 나이트에게 허락된 시간이 다 되었다.
퍼엉! 라이젠의 뇌전에 적중된 골든 나이트의 동체가 움푹 파였다. 방금 전까지 실드로 보호되던 것과는 달리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그 뒤를 이어 레이벨의 바람의 칼날이 골든 나이트의 양다리를 절단했으며, 트루먼 공작과 지크리스 후작의 검이 골든 나이트의 양팔을 갈랐다.
쿵!
사지를 잃은 골든 나이트의 동체가 힘없이 나동그라졌다.
그런 골든 나이트에게 샤이어드가 마무리 지었다.
“헬 파이어!”
지옥의 불꽃이 주변의 대기마저 태워 버리며 골든 나이트에게 향했다.
이미 다른 네 초인은 멀찍이 뒤로 물러난 상태였다. 헬 파이어가 노리는 자리에는 골든 나이트뿐이었다.
화르륵!
지옥의 불꽃은 그대로 골든 나이트를 덮쳤다.
실드 마법의 힘이 전혀 발휘되지 못했기에 골든 나이트의 동체는 녹아들기 시작했다.
초인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며, 금탑의 수호신이자 첫 번째 부하였던 골든 나이트가 그렇게 형체를 잃어 가고 있었다.
만약 인간이었다면 헬 파이어의 열기에 그대로 의식이 끊기고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하지만 골든 나이트는 엘의 마지막 임무를 기억하고 있었다.
골든 나이트는 드문드문 끊기는 사념을 이어나갔다.
“마지막 임무! 그것은……”
번쩍!
동체가 흐물흐물 녹아 버린 골든 나이트에게서 마지막 안광이 번뜩였다.
그리고 골든 나이트에게서 미약한 금광이 뿜어지더니 이내 골든 벨리 전체에 퍼져 있는 복잡한 마나 흐름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파직! 파지직!
골든 나이트에 의해 자극을 받은 골든 벨리의 마나 흐름이 급속도로 변해 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작은 스파크를 일으킬 정도였으나 이내 그것은 급격한 마나의 흐름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알아차린 것은 당연히 8클래스 마법사들이다.
그들은 골든 벨리 내의 마나 흐름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것은……?
대기가 요동치며 마나의 흐름이 복잡하게 얽혀간다.
그것이 결코 범상치 않은 현상이었기에 라이젠이 외쳤다.
“심상치 않다! 어서 스크롤을 찢어라!”
초인들은 루이아스가 특별히 제작한 공간 이동 스크롤이 있다. 그것만 있다면 그들이 머물고 있는 마도 제국으로 이동할 수가 있다.
라이젠의 말에 다섯 초인이 품에서 스크롤을 꺼내어 찢었다.
찌익!
종이가 찢겨 나가는 소리가 들렸지만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 이럴 수가……”
라이젠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리고 텔레포트 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파츠츠!
“커헉!”
텔레포트 마법이 중도에 강제로 종료되었다. 골든 벨리의 인위적인 마나의 흐름에 텔레포트에 스며들어 마법 자체에 충격을 준 것이다.
피를 한 움큼 토하고 비틀거린 라이젠이 빠른 판단을 내렸다.
“어째서인지 공간 이동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 입구를 통해 밖으로 나간다!”
라이젠의 말에 다섯 초인은 재빨리 걸음을 금탑 입구로 옮겼다.
그러나 그들이 본 금탑의 입구는 완전히 부서진 상태였다. 입구가 완전히 부서져 절벽과 같은 모습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부서진 입구를 망연하게 바라보며 라이젠이 한탄했다.
“당했구나, 당했어.”
“그게 무슨 소리지?”
트루먼 공작이 재촉하듯 묻자 모든 초인들의 시선이 쏠렸다.
라이젠이 말했다.
“처음부터 이곳은 함정이었던 것이 분명하다. 금탑주 그놈은 이곳을 탈출했어. 하지만 골든 나이트는 이곳에 남았지. 금탑주, 그 찢어죽일 녀석은 골든 나이트를 미끼로 삼아 우리들을 끌어들인 거야.”
“뭣이……”
정확한 라이젠의 추리에 모두의 안색이 뒤바뀌었다.
그렇게 듣고 보니 모든 정황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금탑에는 금탑주와 골든 나이트를 제외하고서도 신검을 보유하고 있는 엘프 수호검주와 신검가의 검사가 있다.
초인 여섯이 왔음에도 그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금탑주와 골든 나이트만 모습을 드러낸 것에 의아하게 여겼는데 그런 내막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그사이 마나의 흐름은 더욱 맹렬해졌다.
그것은 마치 무슨 수식어를 그리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잠시 눈을 감고 있던 레이벨이 두 눈을 뜨며 외쳤다.
“이, 이건…… 헬 파이어다! 지금 골든 벨리 전체의 마나 흐름이 거대한 헬 파이어를 그리고 있다!”
“헉! 헬 파이어!”
레이벨의 외침에 샤이어드가 비명에 가까운 경악성을 내질렀다.
그 또한 지금의 이 마나 흐름이 무언가 규칙적이면서도 익숙하게 배열된다는 걸 느꼈는데 그것이 헬 파이어였을 줄이야.
레이벨이 외쳤다.
“이 정도라면 통상 헬 파이어보다 그 규모가 족히 다섯 배는 될 것이오. 그리고 그 규모는 이곳 전체를 뒤덮을 것 이지. 이것이 전개 되면 우린 살아남지 못하오.”
“하지만 탈출할 방법이 없잖나!”
라이젠이 답답한 얼굴로 소리쳤다. 그 또한 레이벨의 말에 가슴이 꽉 막혀 버린 상태였다.
5배 규모의 헬 파이어라니. 거기에 위력을 감안하지 않았으니 위력 또한 몇 배가 될 게 분명했다.
완전히 함정에 빠져 버렸다는 생각은 짙은 분노로 바뀌었다.
제정신을 차리고자 숨을 고른 라이젠이 말했다.
“일단 위력이 어느 정도가 될지 모르니 최대한 뭉쳐서 방어 마법을 전개한다. 그렇게 하면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
라이젠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지금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수였다.
쿠우우우우!
급격하게 움직이던 마나의 흐름은 마침내 하나의 캐스팅을 모두 끝맺었다. 동시에 붉은 화염이 골든 벨리 전체를 뒤덮으며 허공에서 지면을 향해 접근하기 시작했다.
라이젠과 레이벨, 샤이어드는 방어하기 좋은 장소를 골라 마법을 전개했다.
“세이지 실드!”
뒤이어 2번의 외침이 더 울려 퍼지며 총 3개의 세이지 실드가 겹쳤다.
이렇다면 제아무리 헬 파이어가 강하다고 하여도 세이지 실드를 뚫지는 못할 게 분명하다.
점점 거세지며 다가오는 불길을 보며 라이젠이 자신있게 외쳤다.
“우리는 살 수 있……!”
하지만 그의 외침은 끝을 맺지 못했다.
쩌어어어엉!
노도처럼 쏘아진 불꽃은 그들의 실드를 단번에 부숴 버렸기 때문이다.
실드를 종잇장처럼 찢어 버린 불꽃은 곧장 그들을 향해 짓쳐 들어왔다.
상상을 뛰어넘는 위력에 다섯 초인 모두가 놀랐다.
특히 레이벨이 대경해서 외쳤다.
“이, 이건 헬 파이어가 아니야! 프로미넌스다! 9클래스 화염 마법 프로미넌스! 그래서 그토록 방대한 마나를 사용한 거 였어!”
화르륵! 그 말을 끝으로 레이벨의 전신이 불꽃에 물들었다.
녹탑주이자 벨로세크 3대 마탑주 중 하나였던 레이벨의 최후였다.
뒤이어 샤이어드도 프로미넌스에 목숨을 달리했다.
“큭!”
지크리스 후작은 오러로 프로미넌스를 베어 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도리어 불꽃에 먹혀들며 검을 든 손부터 시작하여 몸 전체가 불꽃에 휩싸였다.
그리고 의식의 단절. 목숨을 잃었다.
라이젠은 푸른 뇌전이 이글거리는 손으로 프로미넌스를 밀어내고자 했지만 도리어 불꽃에 뛰어드는 꼴로, 바로 불꽃에 삼켜져 목숨을 잃었다.
불꽃이 전신을 잠식해 들어가자 트루먼 공작이 고통에 몸부림 쳤다.
“크아아아! 금탑주 이 개자식! 난 죽어서도 널 잊지 않겠……!”
팟!
미처 외침을 끝맺지 못한 채 트루먼 공작은 모습을 잃었다. 금탑에 침공한 여섯 초인이 모두 목숨을 잃는 순간이었다.
골든 나이트는 그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미약하지만 옅은 실드가 보호하고 있었기에 초인들이 목숨 잃는 장면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끝까지 엘의 손에서 놀아났다.
“임무…… 완수……”
그걸 끝으로 골든 나이트의 의식은 완전히 암흑에 잠겨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