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Mage RAW novel - Chapter (115)
Chap. 6 초인들의 신위
구 벨로세크 제국의 황궁은 9클래스 마법사가 와도 함락시킬 수 없다고 할 만큼 마법에 있어 철두철미한 방비가 이루어진 곳이다.
실제로 벨로세크 제국과 전쟁을 하면서 무수히 많은 국가들이 벨로세크 제국의 황궁을 함락시키려 하였으나, 그 중 황궁의 가장 외부마저도 함락시킨 국가가 전무했다.
당장 기사의 전력에서 벨로세크 제국을 따를 만한 국가가 없었고, 황궁 외부와 내부에 펼쳐진 대마법 방어진은 그야말로 철통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무수히 많은 소문들을 동반하는 벨로세크 황궁은 마법사라면 꼭 한 번 정복해 보고 싶은 대상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엘 또한 마찬가지여서, 벨로세크 황궁을 바라보는 엘의 시선에는 짙은 열기가 담겨 있었다.
“이곳이 벨로세크 제국의 황궁. 마법사들의 묘지라 불리는 곳……”
엘의 목소리가 다소 들떠있었다. 하지만 붕 뜬 그런 종류의 목소리가 아닌, 희열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돌아서는 엘의 모습이 방금 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었다.
“이곳부터는 조심해야 합니다. 제 계획대로 따라 주세요.”
평소와 다르게 강렬한 카리스마를 풍기고 있는 엘의 모습에 그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정문에는 강력한 방어 마법과 락 마법이 걸려 있습니다. 탐지 마법이 걸려 있지 않으니 투명화 마법으로 통과하도록 하겠습니다.”
엘의 말과 함께 그들의 모습이 그대로 사라졌다. 투명화 마법이 전개된 것이다.
황궁은 마치 미로와도 같다.
어느 구간에는 탐지 마법이 설치되어 있으며, 어느 구간에는 대마법 방어진과 기타 마법들이 설치되어 있다.
그것을 구분할 수 있는 마법사는 대륙에 아무도 없다고 할 수 있으며, 마법의 정점인 9클래스에 이르러도 구분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작업이기도 했다.
하지만 엘은 그것이 가능했다.
왜냐하면 엘은 이곳의 마법 체계가 아닌, 지구의 것들과 융화된 자신만의 마법 체계였기 때문이다.
단전호흡으로 끌어들인 마나를 미세하게 내뿜으면서 엘은 전방의 마나들을 조용히 읽어 들였다.
마법은 마나를 인위적으로 배열하여 속성에 따른 현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당연히 그 배열마다 고유의 수식과 속성이 있으며, 엘 은 자신의 마나로 그것들을 촉진하듯 배열을 알아내어 무슨 마법이 설치되어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가히 신기에 가까운 수법이라 할 수 있었다.
라이젠과 레이벨을 통해 마나를 방출하는 것에 효과를 알아낸 엘은 이것을 자신의 의지대로 다룰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여러 가지 실험을 해 본 결과 지금과 같은 것이 가능하다는 걸 알아낸 것이다.
유클레이에게 투명화 마법 유지를 부탁한 엘은 외부로 마나를 분출 시킨 뒤 수식을 읽어 들였다.
이것은 무척 복잡한 일이었다.
수식을 차례대로 배열하여 마법을 캐스팅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역으로 수식을 읽어 들여서 자신이 아는 마법의 수식과 매치 시킨 뒤 그 마법의 속성을 알아내는 것이므로 고도의 집중력을 요했다.
그렇게 엘을 선두로 천천히 전진하면서 그들은 아무런 방해없이 황궁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탐지 마법을 모두 피해 가는 엘의 모습에 모든 초인들의 눈에 경악이 떠올랐다.
벨로세크 제국이 황궁을 결코 허투루 만들었을 리가 없다.
종주국이라는 자존심을 지키고자, 수백 년에 걸쳐 완성된 켈빙턴은 그 누구도 함락하지 못한 요새 중 요새이며, 난공불락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그런데 지금 그곳의 심장과 같은 황궁을 엘이 뚫어내고 있는 것이다.
경악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천천히, 한 시간여 동안 황궁으로 진입하던 엘이 돌연 걸음을 멈추었다. 집중력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한 시간 동안 고도의 집중을 한 것만으로도 엄청나다 할 수 있다.
얼굴에 땀범벅이 된 엘은 유클레이를 보며 메시지 마법을 보냈다.
이곳은 탐지 마법이 없는 구간이다.
-죄송하지만 지쳐서…… 잠시 휴식을 취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엘의 말에 유클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지금 엘이 하는 작업이 얼마나 집중력을 요하는 것인지 알 수 있다.
지금 엘이 하는 일은 마법사들이 캔슬 마법을 전개하는 것과 비슷한 것으로, 1시간 동안 이런 일을 펼친 것만으로도 충분히 경악할 만한 일이었다.
엘이 차분하게 숨을 몰아쉬면서 눈을 감고 단전호흡에 빠져들었고, 유클레이는 자세한 사정을 다른이들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미 마법사들은 엘이 하는 일이 엄청난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란 걸 알았기에 아토빌 공작과 아이넨스에게만 이해를 요구하면 되는 것이었다.
아토빌 공작은 방금 전부터 엘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그는 유클레이가 엘이 지금 많이 지쳤다고 말하는 것에도 전혀 신경을 기울이지 않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엘이 단전호흡에 빠져든 순간부터 그에게 못 박힌 듯 고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토빌 공작은 외부의 마나가 조용히 엘에게 흡수되는 것을 보고는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저것은 마나 연공법이다. 설마하니 금탑주가 저런 마나 연공법을 익히고 있었을 줄이야!’
보통 마나 연공법이 아닌 듯했다.
아토빌 공작은 이렇게 방대한 마나를 흡수하는 마나 연공법은 당연히 처음 보았다.
마치 주변의 마나를 모조리 빨아들이듯, 주변의 마나가 급격하게 엘의 내부로 스며드는 걸 발견한 것이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단 말인가. 만약 저런 식으로 마나를 받아들이고 깨달음을 얻는데 주력하게 하면…… 삼십 대에도 그랜드 마스터가 가능할지 모른다!’
물론 30대란 나이에 그랜드 마스터에 이른 아이넨스나 루이넨스가 존재했지만 그들은 조금 특별한 존재였다.
당장 신검을 다루는 것도 다르거니와 철저한 효율로 만들어진 마나 연공법과 그 마나를 단시일 내에 급격하게 키워 주는 가문의 비전이 만났기 때문이다.
지금 엘이 하고 있는 마나 연공법은 그런 면을 제하고 보면 최고라 할 수 있었다.
아토빌 공작의 눈에 짙은 탐욕이 어리기 시작했다. 기사에게 있어 최고의 보물은 검도 갑옷도 아닌 마나 연공법이었다.
기사 중 기사라 불리는 아토빌 공작이 엘의 마나 연공법을 탐내는 건 당연했다.
‘저 마나 연공법만 손에 넣으면 우리 아토빌 공작가가 대륙을 지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저 마나 연공법으로 기사들을 기른다면? 능히 수천 명의 소드 마스터를 양산할 수 있다. 수천 명에 이르는 소드 마스터라니! 그렇게 된다면 대륙 통일도 꿈만이 아니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저것을 손에 넣고 말겠다. 저것만 있다면 영원한 권력을 유지할 수가 있어.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반드시!’
아토빌 공작은 짙은 탐욕 어린 시선으로 엘을 바라보고 있었다.
* * *
‘후우우우!’
체감 시간으로 약 한 시간 정도가 흘렀을 때였다.
단전호흡으로 무념무상에 빠져들었던 엘은 어질어질하던 머리가 화악 맑아진 걸 느끼며 눈을 떴다.
그와 동시에 내부를 휘돌던 마나가 단전에 자리하면서 얌전한 양처럼 멈춰 선다.
시선을 옮기니 자신들을 바라보는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엘은 그들에게 기다려 주어서 고맙다는 눈인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것이 전진을 의미하는 것이었기에 다른 이들 또한 조용히 자리에 일어나 다시 엘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황궁의 규모는 정말 방대했다.
아일라스 제국의 황궁과 블리어드 제국의 황궁을 가 본적이 있는 엘로서는 벨로세크 제국 황궁의 방대한 규모에 기가 질릴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것이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니.’
단순히 황궁을 진입하는 것만으로도 엘은 인간의 위대함을 여실히 느끼고 있었다.
정말 인간이란 대단한 것 같았다. 어떻게 이렇게 방대 하고 거대한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이것들을 건축하는 데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이 흘렀겠지.’
모든 역사가 그러했다.
무수히 많은 희생자를 짓밟고 그 위에 서는 것이 승자인 것처럼, 누군가의 희생으로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은 인간의 순환적 역사라 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엘은 루이아스가 참으로 어리석게 느껴졌다.
이미 멸망한 마도 문명이다. 그런 멸망한 문명을 다시 재건하고자 하는 그의 이상을 보면 참으로 한심하면서도 그렇게 외골수적으로 마도 제국의 건국을 목표로 하는 그에게 일말의 두려움마저 들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에 불과하다. 루이아스를 제거하고, 이 기회를 빌어 나의 입지를 확실하게 다져 놓아야 해. 그렇게 하면 근심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어.’
젊을 때는 사서 고생하란 말이 있는 것이 지금처럼 여실히 느껴질 때가 없다. 엘은 평생 고생할 것을 지금 시기에 몰아서 하는 기분이다.
하지만 그런 고생을 거부할 생각은 없다. 따지고 보면 이것들도 다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자신의 행복을 쟁취하고자, 그리고 넓게는 대륙의 안위를 위해서 움직이는 것이다.
즉, 자신의 행복이 1순위이고, 대륙의 안위는 그에 딸려오는 2순위에 불과하다.
단지 대륙의 안위를 위하는 것이 그럴 듯해 보이고 멋져 보이기에 남들이 치켜세워 주면 조용히 있는 것이다.
‘후우! 또 한계가 슬슬 오고 있군.’
한 1시간 정도가 흘렀을 무렵 엘은 집중력의 한계가 오는 것을 느꼈다.
다시 1시간 동안 단전호흡을 하며 정신력을 가다듬고 전진하길 반복하였다.
집중력의 한계는 여전히 1시간이었지만 전진하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할수록 는다는 말이 있듯이, 대부분 비슷한 수식의 마법이 설치되어 있는 만큼 읽어 들이고 회피하는 것이 빨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꼬박 반나절 동안 전진한 그들은 마침내 루이아스가 머무는 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솔직히 루이아스가 있는 궁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가장 방비가 삼엄하면서도 많은 기사들이 주둔하고 있었기에 안 봐도 뻔한 경우라 할 수 있다.
집중력의 한계로 다시 단전호흡에 빠져든 엘은 전과는 달리 최대한 천천히, 극한까지 힘을 비축해 두기 시작했다.
‘내 역할이 중요하다.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여기서 내가 실수하면 모두가 죽는다. 최대한, 최대한 힙을 발휘할 수 있도록 힘을 회복해야 해.’
지금 엘의 몸 상태는 최상이라 하기가 힘들다.
건전지를 한 번 다 쓴 뒤 다시 충전하여 쓰면 비슷한 위력을 발휘하긴 해도 처음과 같은 위력을 발휘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쓰고 충전하길 반복하면 처음과 큰 차이가 나게 된다.
지금 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황궁에 잠입하기 전에는 분명 최상의 몸 상태였으나 집중력의 고갈과 충전을 반복하면서 그의 몸 상태는 상당히 좋지 않은 상태였다.
물론 나쁜 정도는 아니었지만 루이아스와 맞붙게 되면 평상시 100퍼센트의 힘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을지 확신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랬기에 엘은 최대한 힙을 회복시키고자 지금까지와 달리 더욱더 심혈을 기울이며 회복에 힘쓰고 있는 것이다.
자신에게 막대한 부담감을 얹으면서 한계 이상의 힘을 발휘하려는 속셈이었다.
천천히, 마나가 미세한 미풍을 일으키며 엘의 전신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집중력 이외에 소모된 체력 등을 회복시키면서 몸 전체의 감각을 극도로 끌어올린다.
천천히 천천히……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엘은 전신에 활력이 넘쳐나는 걸 느끼고 있었다.
두 시간여 동안 힘을 축적한 엘이 눈을 떴다. 푸른 안광이 뿜어지며 그의 몸 상태가 최상에 이르렀음을 알려주었다. 엘이 메시지 마법을 전개했다.
-지금부터 황궁에 잠입하겠습니다. 황궁은 갖가지 마법이 중첩되어 있어 피할 곳이 없습니다. 따라서 강행돌파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토빌 공작님과 엘리엔 님이 선두를 서 주시고, 아이넨스 님이 후방을 맡아 주시기 바랍니다.
여태껏 자신이 앞장서던 것과는 달리 이런 일에는 그랜드 마스터가 적임이란 걸 알았기에 엘은 아토빌 공작과 엘리엔에게 선두를 부탁했다.
디멘션 소드를 지닌 아이넨스가 여차하면 원거리 지원이 가능했기에 그것을 모두 염두에 두고 말한 것이다.
엘의 말에 진영을 바꾼 그들은 투명화 마법을 풀었다.
갑자기 궁 앞에 여덟 인영이 등장하자 경비를 서던 근위병들이 대경했다.
생각해 보아라.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에 갑자기 침입자가 나타났다면, 놀라자빠질 일이라 할 수 있다.
“너희들은 누구냐!”
“침입자들이다! 어서 기사님들을 불러라!”
근위병들이 일시분란하게 움직이며 엘 등을 경계했다.
하지만 그들이 방비하게 놔둘 리가 없었다.
빠르게 황궁을 돌파하기 위해 아토빌 공작이 먼저 몸을 날리며 검을 휘둘렀다.
서걱!
아토빌 공작의 일검에 다섯 근위병의 몸이 반으로 갈라지며 쓰러졌다. 미세한 오러로 최대의 효과를 본 일격이었다.
“큭!”
동료가 한순간에 인육 덩어리가 되어 양분되자 근위병 하나가 신음을 흘리며 품속에서 신호탄을 꺼내 들었다.
그것을 터뜨리려던 찰나, 엘리엔의 검이 이미 근위병의 미간을 꿰뚫고 있었다.
“끄으윽!”
신음을 흘리며 쓰러지는 근위병을 보며 엘이 외쳤다.
“곧장 돌파하세요.”
궁 앞의 소란을 알아차린 기사 서넛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엘은 그들이 더 많은 아군을 부르지 못하게 하기 위해 외친 것이다.
그런 엘의 의도를 알아차린 엘리엔이 재빨리 몸을 날렸고, 아토빌 공작이 뒤질세라 몸을 날려 검을 휘둘렀다.
모습을 드러낸 기사는 총 넷이었다.
그들은 죽은 근위병들을 보며 싸늘한 기세를 피워 올렸다.
“너희들은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그러나 날아오는 것은 대답이 아닌 검이었다.
갑작스러운 기습임에도 기사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검에서 푸른색 오러 블레이드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의심할 나위 없는 소드 마스터인 것이다. 그것도 4명의 기사 모두 소드 마스터 급 기사였다.
허나 그들은 상대가 너무 나빴다.
그들을 공격하는 이들은 다름 아닌 아토빌 공작과 엘리엔이었으니 말이다.
둘 모두 대륙 최강의 검사라 칭하기071 부족함이 없는 그랜드 마스터, 소드 마스터도 분명 지고한 경지라 하나 그들의 검을 받아 내기에는 손색이 있었다.
서걱!
검이 부딪치면서 충돌음이 아닌 베이는 소리와 함께 검과 몸이 함께 베였다. 단 한 수에 검과 몸이 베어 버린 것이다.
일격에 기사 1명씩 죽인 엘리엔과 아토빌 공작은 곧장 검을 휘둘러 다른 기사들의 목숨도 거두었다.
한순간에 4명의 소드 마스터가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다.
털썩.
영혼 잃은 육신이 쓰러지면서 궁 앞은 다시 조용한 침묵에 잠겼다.
엘이 시체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당신들에게 죄가 없지만 이렇게 만난 걸 불운으로 여기시길. 그럼 곧장 돌파하지요.”
여덟 초인의 신형이 곧장 궁 안으로 들어섰다. 그들의 발걸음에는 거침이 없었다.
궁 안에도 곳곳에 경비를 서는 근위병들과 기사들이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초인 8명이다.
그들이 제국의 정예라 해도 각국의 비밀 병기이자 대륙에서 가장 강한 이들의 발걸음을 막을 정도는 되지 못했다.
일격에 하나의 목숨이 사라진다.
기사들이 응집하지 못하게 속전속결로 그들의 목숨을 거두는 아토빌 공작과 엘리엔은 그들에게 악마의 모습으로 비추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오늘 만큼 악마가 되기로 단단히 마음을 먹은 상태였다. 그랬기에 손을 씀에 있어 결코 망설임이 없었다.
‘정말 대단해.’
엘은 아토빌 공작과 엘리엔의 신위를 보면서 눈을 빛냈다.
정말 강해도 너무 강했다.
비록 엘이 8클래스의 경지에 이르렀지만 이들과의 일전은 엄두도 내지 못할 게 분명했다.
실력의 수준 차이가 극명했고, 이룬 경지에서나마 조금 차이가 났다.
‘아직 난 멀었군.’
20대에 8클래스에 올라 조금은 자신 있어 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강한 이들을 눈앞에서 보면 새삼 자신이 자만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이번 기회로 내가 더욱더 강해질 수 있다면 좋겠지. 나의 젊음은 자리에 안주하는 걸 원하지 않으니까.’
이번 습격으로 엘은 많은 것을 얻고 있었다.
그것은 후일 그가 더 높은 경지로 올라서는 데 양분이 될 것이다.
‘지금 이렇게 고민할 때가 아니지.’
궁 안으로 진입하고 꽤 깊은 곳까지 들어선 듯하다.
엘은 점점 깊은 곳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걸 느끼면서 기감를 확장시켰다. 이곳에서 가장 기감이 발달한 건 바로 자신이었으니 말이다.
‘느껴진다!’
먼 곳이지만 엘은 느낄 수 있었다.
저곳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마나의 파장을. 그것은 분명 루이아스가 지닌 마나의 파장이 분명했다.
엘이 눈을 빛내며 입을 열었다.
“루이아스가 있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그가 있는 곤에 도착합니다.”
엘의 말에 초인들의 몸이 한층 더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특히 루이아스의 힘을 잘 아는 유클레이, 아토빌 공작, 엘리엔과 아이넨스는 그 긴장 정도가 심했다.
그걸 알았기에 엘이 독려하듯 말했다.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충분히 이길 수 있습니다. 자신의 힘을, 그리고 옆에 있는 분들을 이번 일이 끝날 때까지만 믿으세요. 그럼 우리가 이길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유치하고 단순한 독려였지만 그것은 충분히 효과가 있었다. 쓸데없이 들어간 힘이 빠져나가고 자신감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 엘에게 느껴졌으니 말이다.
‘공사장 현장 감독하면 잘하겠군.’
농담조로 피식 웃으며 마침내 그들이 거대한 정문 앞에 도착한다.
이 문 너머에 루이아스가 있을 것이다.
아토빌 공작이 앞장 서 문을 열었다.
쿠우우웅!
육중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대전의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이 열리면서 그 너머에 한 인영이 높은 옥좌에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바로 마도 제국의 황제이자 대륙 인간 사상 유일하게 9클래스를 이룩한 존재, 루이아스였다.
루이아스는 옥좌에 앉은 채 양팔을 펼치며 외쳤다.
“어서 오라, 나를 거스르는 어리석은 무리들이여.”
피부를 찢을 듯한 예리한 살기와 함께 폭풍과도 같은 기세가 몰아쳐 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