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Mage RAW novel - Chapter (116)
Chap.7 세상에는 절대 불변의 법칙이 존재하는 법이다
“큭!”
폭풍과 같이 몰아치는 기세가 내부를 뒤흔드는 것을 느끼며 엘이 신음을 흘리며 몸을 비틀거렸다.
그것은 비단 그뿐만이 아니라 유클레이도, 멜뤼스도, 코린트도, 아카벨 대장로도, 심지어 엘리안마저도 그 기세에 강력한 영향을 받았다.
그들의 공통점은 마법을 익혔다는 점이다.
대전의 문이 열림과 동시에 루이아스가 폭풍과 같은 기세로 클래스 프레셔를 전개하였다. 그리고 한순간 그들의 내부를 뒤흔든 것이다.
샤악!
아이넨스의 디멘션 소드가 보이지 않는 루이아스의 압력의 끈을 베었다.
그러자 폭풍과 같이 몰아치던 압박감이 사라졌고, 엘을 비롯한 다른 이들의 안색이 본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루이아스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제법이군. 과연 나에게 대적할 만한 자격이 있는 이들이야. 하지만 나에게 엄연히 손색이 있지.”
루이아스의 말은 오만했다.
여덟 초인을 앞에 두고 자신을 상대하는 데 손색이 있다니.
하지만 그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 존재였다.
대륙 역사상 그 누구도 이룩하지 못한 9클래스의 영역을 개척한 존재가 바로 루이아스다.
게다가 단신의 몸으로 드래곤마저 사냥했으니, 그는 인간의 몸으로 누구도 얻지 못했던 9클래스 마스터이자 드래곤 슬레이어라 할 수 있다.
엘은 루이아스를 보며 입을 열었다.
“손색이 있고 없고는 지금 있을 결전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루이아스의 시선이 엘에게 향했다. 서늘하면서도 광폭한 시선에 엘은 전신이 저릿해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엘을 바라보는 그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너는 정말 대단한 존재다. 이렇게까지 내 앞을 가로막다니. 내가 일생에 있어 가장 후회하는 것이라면 바로 너를 과소평가하고 오늘까지 살려 두었다는 점이다.”
엘은 루이아스의 말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루이아스를 응시할 뿐이었다.
“누군가 죽기 전까지 싸움은 끝이 나지 않을 테지. 묻겠다. 내가 보낸 여섯 명의 초인은 어떻게 되었지?”
“모두 죽었습니다.”
“……”
담담하면서도 거침없이 말하는 엘의 말에 루이아스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가 여섯 초인을 어떤 방법으로 죽였단 말인가? 그런 의문을 풀어주기라도 하듯, 엘이 말을 이었다.
“금탑과 골든 나이트를 미끼로 여섯 초인을 끌어들여 금탑 자체를 폭발시켜 버렸습니다.”
“금탑 자체를? 허어……”
루이아스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내심은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금탑 자체를 폭발시킬 생각을 하다니. 게다가 골든 나이트라면 금탑주의 분신과 같은 존재다.
그것을 포기하다니. 평범한 사람이라면 아니, 여기 있는 초인들 누구도 그러한 발상은 하지 못할 것이다.
침묵하던 루이아스가 감탄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넌 정말 대단하구나, 자신의 것을 포기하면서 그런 계책을 짜다니. 정말 너와 적이라는 사실이 슬프다. 지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나에게 오라. 그렇다면 내 다음 황제의 자리는 너에게 줄 수도 있다.”
“……!”
루이아스의 폭탄 발언에 모두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하니 루이아스가 이런 발언을 할 줄이야. 특히 유클레이의 놀라움은 더욱 컸다.
그는 루이아스의 야망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루이아스의 목적은 마도 제국을 세운 뒤 영원히 그 제국을 통치하는 것이다.
그런데 루이아스가 그 황제의 자리를 엘에게 넘기겠다? 이건 그만큼 루이아스가 엘을 원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유클레이가 엘을 힐끗 살펴본다. 엘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랐기에 은연중 그를 살피는 것이다.
인간이란 마음이 변하기 쉬운 존재이며 권력이란 것에 더없이 약한 모습을 보인다.
루이아스의 파격적인 제안에 엘의 마음이 뒤바뀔지도 모른다. 그만큼 루이아스의 제안은 유혹적이다.
아카벨 대장로와 엘리엔도 엘을 살폈다.
그들 또한 인간이 얼마나 쉽게 변하는 존재인지 잘 안다. 비록 엘이 믿음직스럽고 자신들과 친밀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지만 그가 돌변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만큼 인간들이 권력에 약하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엘은 침묵했다. 다른 이들에게 그 침묵은 엘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엘이 입을 열었다.
“분명 매력적인 제안입니다. 하지만 전 그럴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엘의 말에 반응이 극명하게 갈렸다.
행여 그가 뒤늦게 루이아스의 편에 설까 노심초사하던 이들이 밝은 표정으로 바뀐 것이다. 반면 루이아스의 표정은 착 가라앉았다.
“어째서지?”
루이아스의 물음에 엘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생겨난다.
“간단합니다. 귀찮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루이아스뿐만 아니라 그를 따라온 모든 초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로서는 그런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설마하니 귀찮다고 할 줄이야!
그들의 입장에서 엘이 별종 중의 별종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여태껏 권력을 마다하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엘이 그들의 생각을 통째로 흔드는 발언을 하였다.
루이아스는 엘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지고한 지위를 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엘은 거절했다. 절대적인 권력을 거절한 것이다.
그것은 그들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그만큼 루이아스의 제안은 유혹적이었다.
“분명 매력적인 제안이긴 합니다. 만약 제가 아닌 다른 분에게 했으면 동요했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절 잘못 아셨습니다. 제게 있어 권력은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그 이상이 되면 오히려 귀찮은 짐이 되기 때문이죠.”
권력을 짐 치부하는 엘을 보며 루이아스는 되려 미소를 지었다.
“권력이 귀찮다니. 정말 너 같은 사람은 처음이군. 하지만 그것이 더 마음에 든다.”
“마음에 든다고 하지만 어차피 절 죽이려고 할 것 아닙니까? 마음에 들지 않은 게 저를 죽이는 데 좀 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만.”
루이아스가 웃음을 지었다. 하얗게 보이는 그 웃음은 무척 섬뜩했다.
“날 누구라 생각하는 거지? 난 루이아스다. 내가 죽이고자 하는 이는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저는 여태까지 죽이고 싶지 않았나 보군요?”
죽이려 하다가 실패한 것을 비꼬아서 한 말이다.
화를 낼 법도 하지만 루이아스는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다. 난 널 죽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지금도 말이다.”
“어째서지요?”
엘의 물음에 루이아스가 당연하다는 어조로 말한다.
“당연하지 않나? 금탑주, 너는 몇 백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대천재다. 그런 천재를 내 손으로 죽인다는 것은 정말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지. 난 그래서 너를 나의 편으로 끌어들이고 싶은 것이다. 내가 진정 너에게 살기를 품고 싶지 않기에. 내가 너를 죽이고 싶어진다면 어쩌면 난 마도 제국의 발전을 몇 백 년 후퇴시키는 일을 초래할지도 모르기에 말이다.”
가히 칭송에 가까운 칭찬이 아닐 수 없다.
엘은 9클래스 마스터인 루이아스가 자신을 이토록 높이 평가해 준다는 것에 묘한 기분을 느꼈다.
다른 이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다. 하물며 9클래스 마법사인 루이아스에게 이런 인정을 받았다는 것에 엘은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하였다.
하지만 인정은 인정에 불과하다.
엘은 결국 자신과 루이아스의 생각이 전혀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저에 대해 너무 과찬을 하고 계시는군요. 전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인물이 아닙니다.”
엘의 대답이 종지부였다.
루이아스는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아아…… 결국 나의 제의를 끝까지 저버리는 건가, 금탑주여.”
그와 함께 노도처럼 잠식해 들어가는 끈적한 살기.
감정의 기복 하나만으로 사위를 압도한 루이아스가 엘을 바라본다.
엘은 루이아스의 시선을 받으면서 그가 자신에 대한 살김을 진정 굳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좋아. 죽고 싶다면 어쩔 수 없겠지.”
루이아스는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파아앗!
그의 손짓과 함께 엄청난 풍력의 바람이 불어오며 그들을 압도했다.
그것을 견뎌 내기 위해 실드 마법을 치고 버텨 내자 루이아스가 나직이 입을 연다.
“루이넨스. 적을 말살한다. 모든 힘을 다해 적을 죽여라.”
“알겠습니다.”
어느새 나타난 것일까. 루이아스의 뒤에 나타난 무표정한 것이 매력인 루이넨스가 대답한다.
그와 함께 마검을 뽑아든 루이넨스가 달려든다.
퍼벙!
쇄도하던 루이넨스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마법을 막아 내고는 눈을 살짝 치켜뜬다. 그곳에는 유클레이와 아카벨 대장로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미 그들은 사전 협의 하에 루이넨스를 막기로 의견을 본 상태였다.
“마법사인 우리들은 루이아스와의 대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터. 그렇다면 그의 검을 봉쇄하도록 하지.”
유클레이와 아카벨 대장로는 다른 8클래스 마법보다는 확실히 한 수 위에 선 8클래스 마스터들이다.
그런 둘이 루이넨스를 막아 선다면 루이넨스로서도 결코 방심할 수 없다.
세 초인 간의 대립이 첨예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아카벨 대장로와 유클레이가 루이넨스를 견제하자 남은 엘과 아이넨스, 엘리엔, 아토빌 공작은 앞으로 나서고 멜뤼스와 코린트는 약간 뒤에 위치했다.
멜뤼스와 코린트는 이번 전투에서 자신들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전투는 대륙 역사에 길이 남을 전투다.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만족이었다.
“그렇다고 방심은 금물이지, 암.”
“저자를 상대로 방심할 만한 놈은 너밖에 없다. 너나 주의해라.”
“으음!”
평소 자신의 실력을 잘 알고 있는 멜뤼스로서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자신도 그 부분은 인정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우리의 역할도 결코 비중 없는 게 아니다. 중요한 역할이니 마음을 놓지 마라.”
“그건 나도 아니 그만 말해라! 네가 그러니 자꾸 내가 시켜서 하는 것 같잖아.”
멜뤼스가 벌컥 화를 내자 코린트는 입을 다물었다. 멜뤼스가 평소 남이 시켜서 하는 걸 무척 싫어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사이 루이아스와 다른 이들은 대치하고 있었다.
루이아스는 엘을 보며 웃음을 흘렸다.
“저번에 그렇게 당해 놓고 다시 내 앞에 서다니. 정말 용기 하나는 가상하군.”
엘도 지지 않았다.
“열 번을 패해도 그 패배를 극복하고 승리를 거둔다면 그가 진정한 승자가 아닐까요?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승자가 되고 싶나?”
“글쎄요. 그건 두고 봐야겠죠.”
그 말과 함께 엘은 뒤로 훌쩍 물러났다.
동시에 아토빌 공작과 엘리엔이 검을 휘두르며 루이아스에게 접근했다.
루이아스는 그들을 보며 코웃음 쳤다.
“어리석은 것들.”
파앗!
소매가 펄럭이며 붉은색 다이아몬드가 창의 현상을 갖춘다.
제련제강의 마법이 펼쳐진 것이다.
엘리엔이 네이처 소드를 치켜들며 오러를 주입했다.
제련제강의 마법은 저번에 겪어 봐서 그 위력을 잘 알고 있다. 이 위력을 최대한 분산시키려면 일격에 분쇄시켜야 한다.
농도 짙은 오러를 머금은 검이 붉은 창과 부딪쳤다.
떠어어엉!
“으윽!”
붉은 창과 충돌하면서 전해져 오는 강렬한 충격에 엘리엔이 신음을 흘리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베어 내는 데 성공했지만 첫 일격에서 오는 피해가 매우 컸다.
엘리엔이 붉은 창을 막아 낸 사이 아토빌 공작이 루이아스에게 접근하여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갓 소드의 힘이 발휘되고 있었다. 때문에 아토빌 공작의 검에 담긴 힘은 독보적이었다.
“큭! 갓 소드인가. 방심할 수 없는 힘이지.”
그 말과 함께 루이아스의 정면에 푸른 방패가 생겨났다. 이 역시 제련제강의 마법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
쿠웅!
갓 소드와 푸른 방패가 부딪치자 둔중한 소리와 함께 충격파가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아토빌 공작은 갓 소드의 힘을 사용하고도 푸른 방패를 단번에 부숴 버리지 못하자 경악했다.
“이럴 수가! 세상에 갓 소드의 힘을 버텨 내는 방패가 있다니.”
아토빌 공작은 갓 소드의 힘을 더욱 끌어올렸다.
그러자 푸른 방패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쾅!
갓 소드의 힘을 견뎌 내지 못한 푸른 방패가 부서지자 아토빌 공작은 성난 기세로 루이아스를 베어 왔다.
그걸 보며 루이아스가 피식 미소 지었다.
“내가 마법사인 걸 잊었나 보군.”
루이아스의 손이 뻗어 나오며 아토빌 공작의 갓 소드를 채 갔다.
그의 손이 뻗어 오는 경로에 수십 줄기의 뇌전이 서리며 아토빌 공작의 오러를 부숴 나갔고, 나아가 바인딩과 홀드 퍼슨, 그리스와 슬로우 마법이 중첩으로 펼쳐지면서 아토빌 공작의 움직임을 제한했다.
한순간 극도로 무력해진 아토빌 공작을 보며 루이아스가 음침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것이 마법의 힘이다. 어리석은 검사여.”
루이아스가 다른 손을 뻗으려 할 때, 그는 전신을 난도질하는 듯한 예기를 느끼고는 곧장 블링크를 하였다.
파바밧!
블링크를 하고 사라진 공간에 수십 줄기의 오러가 내리치며 공간을 난도질했다.
순식간에 피해 낸 것이다.
10여 m 떨어진 곳에 모습을 드러낸 루이아스가 미소를 지었다.
“대할 때마다 살 떨리는 검이로군. 정말 예측하기 힘들단 말이지.”
그러면서 루이아스는 양손을 뻗었다. 그의 양손에 쥐어 진 붉은색 다이아몬드가 창으로 변하며 아이넨스와 아토빌 공작에게 향했다.
붉은 창이 쇄도하자 두 검사는 검을 들어 그것을 막아간다.
콰광!
“우욱!”
“윽!”
2번의 충돌음과 2번의 신음이 비슷한 시기에 터져 나왔다.
붉은 창의 위력은 독보적이었다. 신검을 지닌 그랜드 마스터조차 막는 걸 애먹을 정도니 그 위력은 가히 드래곤을 사냥하고도 남을 정도일 것이다.
거기에 더욱 루이아스를 까다롭게 하는 건 바로 마법의 응용이다.
9클래스에 이른 그의 마법 응용은 그랜드 마스터인 그들조차도 무력하게 만들 정도로 대단했다.
제련제강의 마법과 일반 마법의 완벽한 조화. 그것은 루이아스를 한층 더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신검을 보유한 세 그랜드 마스터가 우위를 전혀 점하지 못하는 것만 해도 그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예측하기 힘들었다.
“크으으으!”
루이아스의 지척에 접근하여 검을 휘두르던 아토빌 공작의 몸이 돌연 뻣뻣하게 굳었다.
거듭되는 루이아스의 공격에 무리한 공격을 감행하다가 그의 마법에 제대로 걸려 버린 것이다.
루이아스는 오른손에 푸른 뇌전을 생성하며 아토빌 공작에게 쏘아냈다.
“우선 첫 번째 주자로군. 잘 가라, 아토빌 공작.”
“크윽!”
아토빌 공작은 루이아스의 마법에 벗어나기 위해 체내의 마나를 필사적으로 운용하여 벗어나려 하였다. 하지만 이미 단단하게 전개된 루이아스의 마법은 쉽게 벗어날 수 있는 성질이 아니었다.
이대로 가다간 아토빌 공작이 죽음을 맞이하게 될 상황, 그때 그에게 구원군이 나타났다.
“고개를 숙이세요, 공작님 !”
파아앗! 외침과 함께 뿜어지는 청색 물결. 그것이 몸에 닿는 순간 전신이 자유로워지는 걸 느끼며 아토빌 공작이 고개를 숙여 루이아스의 공격을 회피했다.
그리고 그걸 뛰어넘어 동시에 공격까지 감행했다.
쾅!
애석하게도 아토빌 공작의 공격은 무산되었다. 하지만 루이아스의 표정은 가히 좋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전 의외의 상황에 미처 대응하지 못하여 하나밖에 메모라이즈되지 않은 절대 방어를 전개 해 버렸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위험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절대 방어를 이렇게 허망하게 사용해 버리자 루이아스의 얼굴에 짙은 분노가 서렸다.
“이렇게 쉽게 절대 방어를 내주다니.”
불평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어느새 붉은 창을 부숴 버린 엘리엔의 네이처 소드가 루이아스의 허리를 노리며 오러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걸로 나를 죽일 수 있을 것 같더냐.”
양손을 내밀며 루이아스가 네이처 소드를 튕겨 내려는 순간, 푸른 물결이 루이아스를 덮쳐 왔다.
빠른 속도로 루이아스에게 접근한 그것은 마법을 전개하려는 그의 손에 다다랐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캐스팅되던 마나에 한줄기 마나가 끼어들더니 완성이 다 된 마법이 허망하게 무위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이, 이럴 수가!”
너무나 놀란 나머지 루이아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하였다. 하지만 놀라움도 잠시. 엘리엔의 검을 보면서 그는 회피를 택했다.
그 순간 아이넨스의 검이 공간을 격해 오며 한줄기 오러가 루이아스의 왼손을 강타했다.
지지직!
“으으!”
뇌전에 베인 것처럼 팔 전체에 긴 상처를 입은 루이아스가 상처 부위를 부여잡으며 뒤로 물러났다. 압도적인 힘으로 몰아치던 때와 달리 지금은 너무나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무슨 사술을 부린 것이냐?”
루이아스는 엘을 보면서 물었다.
그는 분명 보았다. 엘에게서 뿜어진 푸른 기류가 자신의 마법을 무효화시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현상이기에 루이아스의 눈에는 짙은 불신이 서려 있었다.
엘이 외부로 마나를 표출하며 말했다.
“간단합니다. 바로 제 몸속에 머물고 있는 마나를 분출하여 당신의 마법 흐름에 간섭한 것이지요. 제 의지대로 다룰 수 있는 마나이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마나를 자유자재로 다룬다고? 그것은 9클래스의 영역이다.”
루이아스가 믿기지 않는 듯 외쳤지만 엘은 이미 정상적인 마법사가 아니었다.
“아무래도 저에게 마검사의 재능이 있었나 봅니다. 체내의 마나를 다룰 수 있는 점에서 말이죠.”
“마검사? 그건 전설에서나 나오는 경지다. 진정한 마검사가 되려면 9클래스에 이르러야 가능하지.”
“하지만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제가 마나의 흐름을 간섭할 수 있기에, 사실상 당신의 승산은 없어진 것과 다름이 없지요.”
자신감 어린 엘의 말에 루이아스가 웃음을 짓는다.
“나의 승산이 없다고? 너는 날 얕보는군. 난 루이아스다! 누구에게도 패배하지 않는 불패의 마법사이기도 하다!”
루이아스의 신형이 번개처럼 엘에게 접근해 나갔다. 어느새 그의 손에 쥐어진 2개의 다이아몬드가 창의 현상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엘은 그것을 예상한 듯 뒤로 물러나며 마나를 분출했다. 루이아스의 마법 전개를 미연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양쪽에서 아이넨스와 엘리엔이 붉은 창을 막아 주고 있으니 피하기에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여유롭게 뒤로 물러나 피하려던 그때, 엘은 짙은 위화감을 느쪘다.
완벽하게 피해 냈음에도 루이아스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감돌고 있었던 것이다.
이상함을 느낀 엘이 황급히 몸을 틀 때, 뒤에서 슈우욱 하는 소리와 함께 화끈한 느낌이 전신을 강타했다.
푸욱!
“커……헉!”
전신을 휘감는 화끈한 느낌과 동시에 무시무시한 고통이 엄습해 왔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니 그곳에는 붉은 창이 섬뜩한 빛을 발한 채로 자신의 배 부분을 꿰뚫고 있었다. 바로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중상이었다.
엘이 힘겹게 고개를 들어 루이아스를 보니 그는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너의 마나 분출은 정말 대단한 수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같이 너부터 제거한다면 승기는 나에게 있다고 할 수 있지. 넌 처음부터 오판을 했다. 붉은 창이 내 손에 붙어 있을 때만 모양이 변할 줄 안 것이지. 하지만 붉은 창은 내 의지에 따라 모습이 변하는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 그것을 모르고 오만했던 너의 최후가 바로 그 모습이다.”
“……”
루이아스의 말에 엘은 대답할 수 없었다. 과도한 출혈 탓에 의식이 흐릿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푸욱!
엘의 뒤로 간 아이넨스가 붉은 창을 뽑았다. 그리고 멜뤼스와 코린트가 달려들어 힐링을 연이어 전개했다.
재빠른 그들의 응급 조치 탓에 엘은 목숨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유일한 승리의 방안을 가지고 있던 엘이 쓰러진 이상 승리의 길은 한층 더 멀어진 것과 다름없다.
그들이 승리하지 못한다면 엘의 목숨도 구한 게 아니게 된다.
엘리엔이 이를 꼭 문 채 검을 다잡으며 말했다.
“반드시 널 제거하겠어, 다크 스타.”
“너 혼자의 힘으로 날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수호검주여.”
“내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널 죽여 주겠어.”
엘리엔의 말은 날카롭고 평소의 모습과는 상당히 달랐다.
바로 눈앞에서 엘의 처참한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까.
엘리엔의 뇌리에는 부모님이 인간의 손에 죽던 날이 그대로 재생되고 있었다. 그만큼 그녀에게 엘은 가족과 같이 소중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반드시, 반드시 죽여 버리겠어!”
콰콰콰콰!
푸른 오러가 줄기차게 뿜어지면서 지금과는 전혀 다른 강맹한 오러를 생성했다.
그리고 검을 휘두르며 루이아스를 덮쳐 갔다.
하지만 냉정함을 유지하며 상대를 공략하던 그녀가 냉정을 잃은 시점에서 이미 승산이 제로가 되었다.
공격을 감행하다가 마법에 움직임이 제한당한 그녀는 루이아스의 마법을 피하기 위해 뒤로 몸을 날려야만 했다.
털썩.
볼썽사납게 쓰러진 엘리엔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검을 루이아스에게 겨누며 방비 태세를 취했다.
아토빌 공작과 아이넨스도 루이아스를 견제했지만 그들의 얼굴에서 승기란 찾아볼 수 없었다.
루이아스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이 얼마나 멋진 광경이란 말인가! 대륙 최강의 검사들이 내 앞에서 짓는 이 패배자들의 표정이라니! 정말 좋구나, 하하하!”
자신들을 인정사정없이 깔아뭉개는 루이아스의 말에 그들의 표정이 더욱 처참하게 변했다.
하지만 홀로 오연히 서 있는 루이아스에게 빈틈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쾅! 콰과광!
그들의 대치가 이루어지고 있을 때 한쪽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카벨 대장로, 유클레이, 루이넨스의 대결도 가속화 되고 있었다.
마검의 힘을 극성으로 다룰 수 있게 된 루이넨스는 두 대마법사들을 상대로 한 치도 밀리지 않는 팽팽한 대결을 펼치고 있었다.
그것을 보며 루이아스가 미소를 흘렸다.
“후후후! 저쪽의 대결이 빨리 끝나고 너희들을 도와줬음 싶겠지? 하지만 나에게 마법사들은 하등 도움이 되지 않지.”
그렇게 말하면서 루이아스가 오른손을 들었다. 카르마 링의 힘을 발현하여 루이넨스에게 압도적인 전세를 만들어 주기 위함이다.
하지만 그걸 보고만 있을 이들이 아니다.
루이아스가 손을 들면서 한순간 드러난 틈을 엘리엔이 파고들었다. 동시에 아토빌 공작과 아이넨스도 협공해 들어갔다.
쾅! 콰광! 쾅!
세 그랜드 마스터의 합공을 수십여 번이나 받아 내면서도 루이아스의 안색은 태연했다.
“대단하기는 하지만 날 이기기란 불가능하지.”
그 말과 함께 마법을 발현시키는 루이아스.
그때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절대 발생하지 않아야 할 푸른 기류가 나타나 루이아스의 마법을 무효화시켰던 것이다.
“헉!”
한창 대결 도중에 마법이 풀려 버리자 루이아스는 대경했다. 설마하니 갑자기 마법이 풀려 버릴 거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
피하려 했지만 이미 완벽하게 기회를 내준 상태였다.
루이아스는 이를 악 물고는 자신을 양단해 오는 아이넨스의 검을 최대한 몸을 틀어 맞아 갔다.
서걱! 예리한 오러를 머금은 아이넨스의 검이 루이아스의 왼쪽 어깨를 단칼에 베어 버렸다.
“헉!”
왼쪽 팔이 베여 버리자 루이아스가 신음을 흘리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지만 빠른 응급처치 덕택에 피가 더 흘러나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의 안색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왜지?”
의문을 가득 품은 루이아스의 눈은 창백한 안색으로 자리에 버티고 서 있는 엘에게 시선이 향했다.
도저히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당장 죽어도 이상이 없을 녀석이 갑자기 일어나 자신을 방해하다니. 직접 겪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못했을 것이다.
“어떻게 네놈이 서 있는 거지?”
루이아스의 물음에 창백한 얼굴의 엘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제 몸에는 특수한 게 있어서 말이죠.”
루이아스는 꿈에도 모를 것이다. 엘의 몸 내부에 흐르는 드래곤 블러드의 존재를.
드래곤 블러드는 엘의 몸에 피가 부족하게 되자 빠른 속도로 피의 공급을 촉진하여 최소 활동에 필요한 피를 생성해 낸 것이다.
큰 움직임에는 상당한 제약이 있으나 지금은 격전 중이다. 엘은 무리해서 다시 일어난 것이다.
‘드래곤 블러드가 이럴 때 도움이 될 줄이야.’
쓰러진 엘은 자신의 내부에 무언가가 빠르게 작용하면서 서서히 활력이 돌아오는 걸 느꼈다.
그것이 드래곤 블러드의 힘임을 깨달은 엘은 조용히 기회를 살폈다.
자신이 이대로 일어서 봤자 루이아스는 다시 자신을 노릴 것이 분명하다.
움직임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지금 판국에 다시 루이아스에게 노림을 당하면 그 다음에는 확실한 죽음이 자신에게 올 것이다.
그래서 기회를 살피던 엘은 절호의 기회를 포착, 마나를 분출하여 루이아스의 마법을 해제하고 그의 왼쪽 팔을 베어 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루이아스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큭큭! 제대로 당했군. 설마하니 내가 이런 꼴을 당하게 될 줄이야.”
하지만 그의 눈빛은 죽지 않았다. 아니, 더욱 거세게 타 올랐다.
“나는 루이아스다. 절대 패배하지 않는 불패의 상징이다!”
콰아아아아아아아!
루이아스의 외침과 함께 궁을 뒤흔드는 엄청난 마나의 파동.
대지가 흔들리고 하늘이 갈라질 정도로 엄청난 마나의 유동이었다. 하지만 익숙했다.
“이, 이건……”
창백한 엘의 안색이 더욱 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어찌 모르겠는가. 이 마나의 파동. 이것은 바로……
“프로미넌스! 9클래스 마법 프로미넌스입니다. 모두 피하세요.”
엘의 다급한 외침에 모두의 안색이 뒤바뀐다.
프로미넌스! 모든 것을 태워 버리는 헬 파이어조차 프로미넌스의 열기에 한낱 불덩어리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의 고위 마법이다.
프로미넌스를 막아 낼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절대 방어뿐이다.
‘설마하니 이렇게 나을 줄이야.’
엘은 루이아스가 이성을 잃고 프로미넌스를 전개할 줄 몰랐다.
9클래스 대표 마법인 프로미넌스의 전개 유무를 점치기는 했으나, 그의 성격상 9클래스 마법보다는 제련제강의 마법으로 승부를 내려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엘의 예상이 멋지게 빗나간 판단이었다.
그때 엘리엔이 앞으로 나섰다.
“내가 막아 보겠어.”
“예? 그게 가능합니까?”
엘리엔이 프로미넌스를 막겠다고 하자 엘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엘의 시선에 엘리엔은 그를 조용히 바라보며 말한다.
“네이처 소드는 이 세상의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검. 검의 힘을 극성으로 발휘하면 프로미넌스를 부술 수 있을지 도 몰라.”
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신뢰의 표시였다.
“믿겠습니다.”
“으음……”
굳은 신뢰가 담긴 엘의 모습과 목소리에 엘리엔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가 사라졌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네이처 소드의 힘을 발휘한다 하여도 내가 버티지 못 하면 모든 게 소용이 없지. 그러니 나에게 세이지 실드를 전개해 줘.”
“예,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세이지 실드를 전개하기 위해서는 엘리엔의 앞에 서서 전개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엘리엔이 네이처 소드의 힘을 발휘 할 수가 없게 된다.
게다가 실드의 특성상 보호하는 면적이 적을수록 그 강도가 강해진다.
앞에서 보호할 수 없다면 옆에 서서 보호해야 한다.
엘은 엘리엔 옆에 바짝 붙어 섰다.
그러자 엘리엔이 화들짝 놀란다.
“이, 이게 무슨 짓이지?”
어찌나 놀랐는지 말까지 더듬었다.
그런 엘리엔의 말에 엘도 살짝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오, 오해하지 마세요. 단지 실드의 면적을 좁히면 그 강도가 더욱 강해지기에 옆에 선 것뿐이에요.”
“아, 알았다.”
부끄러움도 잠시였다.
지금은 대륙을 위한 일을 하는 터. 잠깐의 여유도 허용되지 않는다.
네이처 소드를 든 엘리엔은 조용히 눈을 감는다. 그리고 서서히 마나를 끌어올리면서 그것을 네이처 소드에 조금씩 주입하기 시작했다.
우웅!
평온한 마음으로 네이처 소드와 일체가 되자 녹빛 기류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네이처 소드 자체에 서려 있는 순수한 검의 힘이었다.
엘리엔은 평온한 마음으로 네이처 소드와 일부가 되어 몸과 검이 하나로 합쳐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 순간 네이처 소드의 녹빛 기류가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오더니, 궁 상층부에서 맹렬한 기세로 쏘아져 오던 프로미넌스에게 향했다.
샤아아!
마치 가벼운 미풍이 부는 듯한 효과음이었다. 하지만 그 미풍의 힘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처음엔 가벼웠던 미풍이 곧이어 산들바람처럼 변하였고, 그것이 점점 강렬해지더니 이내 폭풍이 되어 프로미넌스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네이처 소드는 조화의 검. 모든 마나의 흐름을 조화 속으로 돌려놓는다.
반면 9클래스 마법은 인위적으로 뒤트는 마나 흐름의 결정체이다.
2개의 절대적 힘은 자신의 어떠한 것조차 양보하지 않은 채 치열하게 대립했고, 이내 네이처 소드가 아래를, 프로미넌스는 위로 치솟기 시작했다.
콰아아아!
모든 것을 녹여 버리는 프로미넌스는 궁 상층부를 꿰뚫고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주변에 풍기는 열기 자체만으로 모든 것이 녹아내렸다. 삽시간에 궁 주변이 지옥도로 변해 갔다.
그에 반해 궁 내부는 어떠한 피해도 없었다.
세이지 실드를 사용했던 8클래스 마법사들은 엘리엔이 프로미넌스를 밀어내자 경악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엘이 놀란 루이아스를 보며 말했다.
“예상치 못했지만 프로미넌스도 막아 냈군요. 이제 당신의 최후만 남은 듯합니다.”
루이아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표정이 무섭게 굳어 있는 채로 말이다.
그러던 순간 루이아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손을 뻗었다. 이제 봐주고 뭐고 없었다. 오로지 적을 죽이기 위해 살수를 뻗을 뿐이다.
콰콰!
푸른빛 뇌전이 루이아스의 하나뿐인 오른손에 맺혀 주변을 파괴해 들어갔다.
위협적인 공격이었지만 팔이 2개였을 때보다는 확실히 덜 위협적이었다.
근접 계열 공격을 감행할 때에는 엘이 해제하기 힘들었지만 외부로 표출되는 마법을 전개할 때에는 어김없이 엘의 방해가 계속되었다.
그리고 루이아스가 무력화되는 순간, 멜뤼스와 코린트의 마법이 짓쳐들어갔다.
그 후 괼쳐지는 세 그랜드 마스터의 합공. 신검의 힘을 본격적으로 발휘하는 그들의 압도적인 강함과 엘의 방해, 그리고 두 8클래스 마법사들의 후방 지원에 루이아스의 패색이 점차 짙어지기 시작했다.
치열한 접전이 이어지면서 루이아스의 제련제강의 마법이 펼쳐질 때면 신검을 앞세운 세 그랜드 마스터가 힘을 합쳐 그것을 분쇄해 나갔다.
철저한 차륜전으로 인한 6대 1의 대결이 지속되었고,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루이아스의 힘은 소모되어만 갔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루이아스의 얼굴이 땀이 맺혀 갔고, 숨결도 점차 거칠어져 갔다.
그런 반면 엘을 비롯한 다른 이들은 아직 여유가 있었다.
철저한 체력 안배에 루이아스를 쉼 없이 몰아쳤기에 루이아스의 체력은 급격히 소모되었지만 그를 공격하는 초인들은 지친 기색이 없어 보였다.
루이아스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허억! 정말 대단하군. 날 이렇게까지 몰아칠 줄이야.”
그의 어조에는 짙은 감탄사가 배어 있었다.
9클래스에 이른 자신의 방대한 마나량은 쉽게 고갈을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8클래스보다 월등하고 그랜드 마스터보다도 월등하다.
스스로 100명의 초인과 싸워도 자신이 지치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모습을 보아라.
체력이 급격힌 소모되어 숨 쉬는 것조차 힘들 지경이다. 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세상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다구리에는 장사가 없다는 말입니다. 제아무리 강한 존재라고 하여도 체력에는 한계가 있는 법입니다. 수많은 이들이 체력 안배를 철저히 한 채 한 사람만 몰아친다면 그 사람이 제아무리 강자라 하여도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은 무척 운이 좋았습니다. 팔이 베인 덕분에 체력 소모가 몇 배는 빨리 이루어졌으니까요. 하늘이 우리의 손을 들어 준 것 같습니다.”
“그렇군. 그런 것 같아.”
루이아스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자신에게 남은 건 없다. 남은 게 있다면 지칠 대로 지친 몸뚱이뿐.
“마지막 유언을 하고 싶군.”
유언이라니? 패배를 인정하겠다는 말인가? 들어서 나쁠 것은 없다. 이미 승기는 완전히 자신들의 것이 되었으니까.
“마도 제국 황제의 유언……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나의 모든 비전을 너에게 주고 싶다.”
“……”
루이아스의 말에 엘은 물론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9클래스 마법사의 비전을 물려주겠다니. 이것은 돈으로 주고도 살 수 없는, 나라 하나를 송두리째 준다고 해도 바꾸지 않을 귀한 것이다.
그걸 엘에게 주겠다니?
방금 전까지 적인 걸 감안하면 루이아스의 속을 알 수 없었다.
루이아스가 미소 지었다.
“궁금하겠지. 하지만 별다른 이유는 없다. 단지 내가 최후를 맞이하는 만큼 나의 남은 것은 사라지지 않길 바라는 소망이라 하지. 사람은 자신이 이룩한 걸 누군가 알아주길 원하니까. 난 그걸 네가 알아주었으면 한다.”
“인정할 수 없소.”
루이아스의 말을 제지하고 나선 이가 있다. 바로 아토빌 공작이다. 아토빌 공작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루이아스를 노려보았다.
“금탑주가 당신의 비전을 이어받는다면 또 다른 마도 제국이 생겨날지도 모르지.”
그의 말도 일리가 있다. 루이아스는 마도 제국을 꿈꿨던 무서운 자. 그의 비전을 접한다면 금탑주 또한 마도 제국을 꿈꾸게 될 가능성이 충분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무척 적었다.
이미 마도 제국을 꿈꾸다가 멸망 직전에 놓은 자가 루이아스다. 그런 그를 처단하는 데 가장 앞장 선 엘이 힘을 합한 대륙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안다.
더군다나 개인이 아무리 강해도 다수의 힘 앞에서 무용지물이란 걸 직접 보여 주지 않았던가. 게다가 가장 결정적인 건 루이아스의 심정이 변한 이유는 다름 아닌 데몬 하트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미 자신만의 체계를 설립한 엘이 루이아스의 비전을 잇는다 해도 탈이 날 이유가 없다.
단지 아토빌 공작이 걱정하는 것은……
“후후, 재미있군, 과연 그 걱정 때문인가? 아니면 추후 위험이 되기에 미연에 방지하려는 건가?”
루이아스는 아토빌 공작의 의중을 단번에 꿰뚫어 보았다.
아토빌 공작이 그런 염려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가 걱정하는 것, 그것은 바로 엘이 지금 상태에서 더욱 정진하여 강해지는 것이다.
언젠가 아토빌 공작이 루이아스에게 말했었다. 자신과 같은 야망을 지닌 존재라고. 그런 존재는 1명으로 족하다고 말이다.
대륙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 여기 모인 이들과 달리 그는 자신의 이득을 위해 참전했다.
루이아스만 사라진다면 그는 황제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거대한 아일라스 제국의 영토를 다스리는 황제 말이다.
이번 전쟁에서 가장 많은 이득을 취한 것은 바로 아일라스 제국이다.
초인 카디어스를 선봉으로 내세운 아일라스 제국군은 구 데이제크 제국의 절반에 해당하는 광활한 영토를 정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아토빌 공작은 만족할 수 없었다.
더욱더 큰! 더 많은 것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루이아스가 죽기 전에 한다는 유언이 자신의 비전을 금탑주에게 모두 주겠단다.
말이 되는가!
가뜩이나 금탑주를 견제하는 아토빌 공작으로선 그의 말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루이아스의 말을 들은 아토빌 공작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의 말이 좋게 들릴 리 만무했다.
“그게 무슨 말이지? 난 당신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군.”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 하지만 금탑주는 나의 비전을 받아야만 한다.”
그의 입가에 야릇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 표정은 결코 패배자의 것이 아니었다.
“만약 거절한다면 마지막 남은 메모라이즈 마법을 펼칠 생각이거든.”
“……!”
루이아스의 말에 모두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엘 또한 자신이 한 가지 사실을 놓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마법사는 보통 자신의 클래스에 해당하는 마법을 3개 정도 메모라이즈 해 놓을 수 있다.
그것은 어느 순간 그들의 구명줄이 될 수 있기에 메모라이즈 마법을 펼치는 것을 최대한 금하되 목숨에 위협이 가면 메모라이즈를 해 놓은 마법을 펼친다.
클래스가 높아질수록 마법의 발동 시간이 길어지지만 그 위력만큼은 대단하다. 루이아스가 9클래스 마법을 전개 할 경우 이 황궁 전체가 날아갈 수도 있다.
초인들의 경우 발동 시간이 긴 만큼 어느 정도 피할 가능성이 높지만 9클래스 마법의 영역에 벗어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
한마디로 루이아스는 지금 마지막 메모라이즈 마법을 최의 한 수로 숨겨 두고 있었던 것이다.
루이아스의 입가에 자조의 미소가 서렸다.
“앞서 이 마법을 사용했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죽는 건 내가 아니라 너희들이었을 테지. 결국 내 오만이 패배를 자초한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죽는다면 나의 모든 것은 사장되겠지. 난 단지 그것이 아쉬울 뿐이다.”
어딘가 광기에 젖어있는 전의 모습과는 다르게 지금의 루이아스는 차분한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기색이었다.
루이아스의 말에 모두가 고민에 빠졌다.
금탑주가 그 비전들을 받게 되면 엄연한 소유주는 금탑주가 된다.
이번 전쟁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것도 금탑주이고, 그런 만큼 그들이 루이아스의 비전이 위험하다 하여 뭐라 참견하기가 애매하다.
금탑주 또한 당당한 8클래스 마법사이고, 고위 마법사이니 만큼 옳고 그른 걸 판단할 능력은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그에게 루이아스의 비전에 대해 참견하는 것은 명백히 금탑주를 무시하는 처사가 될 수 있다.
고민에 잠겨 있던 엘이 입을 열었다.
“저한테는 손해가 될 일이 없지요. 받아들이겠습니다.”
엘의 승낙에 루이아스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고, 아토빌 공작의 표정이 굳어졌다.
하지만 내색할 수는 없었다.
루이아스의 메시지 마법이 엘에게 전해졌다. 비밀 좌표가 설정된 아공간을 엘에게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끄덕.
루이아스의 말을 모두 전해 들은 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밀 좌표가 어려운 것은 아니기에 한 번 듣는 것만으로도 암기가 가능했다.
“후…… 한평생 마법사들의 성스러운 제국을 위해 몸을 바쳤건만 이루어지지 않는군. 다 내 운이 부족한 탓이겠지.”
그러면서 루이아스는 엘에게 말했다.
“내 마지막은 금탑주, 네가 장식해 다오. 나의 최후를 장식할 존재는 너밖에 없어 보이는군.”
엘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것이 정상은 아닌 듯했지만 마법을 전개할 수는 있다.
그는 루이아스를 보며 말했다.
“이렇게 만나지만 않았다면 전 당신을 존경하고 따랐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첫 걸음이 어긋난 것이 이런 결말을 만드는군요.”
“그렇지. 나도 그 점이 아쉬웠어.”
씁쓸하게 미소 짓는 루이아스를 보며 엘은 눈을 감으며 말했다.
“마지막 가시는 길은 편안하시길.”
파아앗!
마나가 요동치며 엘의 주변에 빠르게 마법이 캐스팅되기 시작했다.
대상자를 조용한 죽음으로 몰아가는 흑마법의 일종 데스 슬립이 펼쳐졌다.
흑마법이지만 상대에게 편안한 죽음을 안겨 주기 위한 것치고 이것보다 나은 마법이 없다.
스으으!
엘에게 형성된 검은 기류는 그대로 루이아스를 감싸 안았다.
루이아스는 그 검은 기류를 거부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그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대륙 역사상 첫 9클래스 마스터인 루이아스의 죽음이었다.
죽음을 맞이한 루이아스를 보며 엘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드디어 루이아스를 죽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