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Mage RAW novel - Chapter (119)
Epilog.
대륙 제일 마탑 금탑!
대륙 제일 상단 디벨!
대륙 제일이 들어가는 두 곳의 지배자가 된 엘은 자신의 영지를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대륙의 상권 절반 이상을 쥐게 되어 대륙 제일 상단이 된 디벨 상단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금탑령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고, 이전의 금탑보다 더욱더 멋지고 화려한 모습으로 발전해 갔다.
“아, 벌써 삼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구나.”
이제는 20대 후반의 나이가 된 엘은 집무실에서 내려다보이는 광경을 보며 중얼거렸다.
눈이 소복하게 쌍이는 겨울의 눈을 보며 엘은 어제 자신에게 온 초대장을 보며 2년 전의 일을 떠올렸다.
“저는 공주님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엘은 에리스 공주에게 진지하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했다.
자신에게는 이미 두 여인이 마음에 꽉 차 있었기에 더 이상 다른 여인이 들어올 곳은 없었다.
엘의 말에 에리스 공주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금탑주님의 말씀…… 잘 알겠어요.”
억지를 부린다 하여 이루어질 수 있는 사랑이 아니다.
에리스 공주는 엘의 완고한 태도에 그것을 실감했다.
그날 에리스 공주는 곧장 왕궁으로 돌아갔다. 더 이상 금탑에 있어 봤자 미련만 생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에리스 공주는 가이아 신전에 귀화했다. 왕궁의 천덕꾸러기로 취급받느니 평소 독실하게 믿어 온 가이아 신전에 귀화하여 신관의 인생으로 살길 원한 것이다.
그렇게 2년이 흘렀고, 독실한 신앙과 노력으로 에리스 공주가 가비아 여신의 신탁을 받아 성녀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성녀 취임식에 에리스 공주가 엘을 초대한 것이다.
초대장의 내용은 간략했다.
성녀로 발탁되어 취임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교황 성하에게 물어보니 성녀도 결혼을 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제 마음속에는 아직 금탑주님이 계시니 제 마음을 받아 주실 수 있다면 언제든지 제 청혼을 받아 주시기 바라요.
신성력의 힘으로 더욱더 예뻐졌답니다.
“거참……”
초대장을 보며 엘은 한동안 무척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웃음을 지울 수 없었다.
성녀로 발탁되면서 그녀 본연의 활발한 성격을 되찾고 있는 것 같아 다행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엘이 초대장을 보며 웃고 있을 때, 집무실로 들어오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다.
“아직도 여기 계신 거예요? 어서 오세요. 실린이 당신을 찾고 있어요.”
집무실로 들어온 아름다운 여인은 세레나였다.
엘은 2년 전 세레나와 카이나를 데리고 공동 결혼식을 올렸다.
대륙 제일 상단인 디벨 상단이 엄청난 돈을 퍼부어서 국왕의 결혼식보다 더욱 화려하다는 말이 나을 정도로 화려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더욱 놀라운 것은 엘의 결혼식에 다수의 초인들이 참석했다는 것이다. 주례는 백탑의 유클레이가 봐 주었을 정도니 금탑주 엘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다시 한 번 대륙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결혼을 한 엘은 1년 뒤 세레나와 카이나에게서 각각 일남일녀를 두게 되었다.
바로 실린과 로윈이었다.
각각 두 살이 된 아이의 아버지가 된 엘의 입가에서는 연신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아, 그랬나? 금방 가도록 하지.”
세레나의 말에 엘은 실린이 머무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미소는 진정 행복해 보이는 자의 미소였다.
엘은 성녀 취임식에 참석했다.
성녀는 몇 백 년에 1명씩 신탁을 받아 선택되는 고귀한 신분이다. 그 위치는 교황과 동급이며, 각국의 군주와 비슷한 위치로 대접을 받는다.
그런 취임식에 초대를 받는 건 몇 안 되는 소수의 사람들뿐이다.
엘은 세레나와 카이나를 동반한 채 성녀 취임식에 참석 한 상태다.
실피르에게도 참석을 권유했지만 요즘 아이들 보는 재미에 푹 빠진 그녀는 오랜만에 부부들끼리 오붓한 시간을 가져 보라며 엘과 부인들만 가길 권유했다.
그리하여 엘과 여인들만 참가하게 된 것이다.
성스러운 성가와 함께 성녀로 발탁된 에리스 공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참석한 이들은 에리스 공주의 고결한 아름다움에 모두 감탄을 흘렸다.
“오오! 정말 아름답군.”
엘도 몇 년 사이 더욱 아름다워진 에리스 공주를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자신의 손을 떠난 에리스 공주가 오늘따라 유난히 더 아름다워 보였다.
‘이러다가 바람둥이 소리 들을라.’
잡스런 생각을 재빨리 없애며 엘은 성녀 취임식을 관람했다.
아는 이를 위한 행사라 그런지 더욱 각별하고, 즐거웠다.
2년 전 엘과 이별한 여인은 비단 에리스 공주뿐만이 아니었다.
엘리엔도 비슷한 시기에 금탑을 떠났다.
그녀는 떠나기 전 엘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았다.
“나는 널 사랑하는 것 같아.”
“……”
엘리엔의 말에 엘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그녀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할 줄이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바였다.
그런 엘에게 엘리엔이 자신의 말을 정정했다.
“아니, 사랑하는 것인지 나도 잘 모르겠군. 하지만 이 감정. 이 상태. 이것이 사랑이라고 하니 그런 것 같군.”
엘은 여전히 아무 말도 못했다.
그런 그에게 엘리엔이 말했다.
“난 너에게 나를 사랑해 달라고 말을 하지는 않겠어. 엘프는 모든 것을 주는 사랑을 하지. 난 내 식대로 널 사랑이란 걸 해 보이겠다. 지금 너에게 이런 고백을 한 나라는 존재는 거북하겠지. 그래서 난 금탑을 떠날 것이다. 그리고 네가 외롭고 쓸쓸한 존재가 되는 날 나는 널 다시 찾을 것이다.”
그렇게 말한 엘리엔이 몸을 돌렸다. 그녀는 엘의 대답을 듣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다. 자신의 마음속에 담긴 말을 하기 위해, 이 감정을 그에게 전하기 위해 온 것이다.
엘리엔은 그렇게 금탑을 떠나갔고, 엘은 그로 인해 한동안 깊은 생각에 빠져들어야만 했다.
자신이 과연 그녀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지 생각하면서.
“금탑에 남고 싶다.”
“예?”
아이넨스의 뜻밖의 말에 엘이 눈을 크게 떴다.
그가 루이넨스를 데리고 이곳 금탑에 머문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엘은 그동안 루이넨스에게 걸린 마법을 모두 해제할 수 있었다.
루이아스의 비전을 얻어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루이아스가 죽었기에 그 마법의 위력이 많이 약해져 있기 때문이다.
루이넨스에게 걸린 정신 마법이 모두 해제되었으니 엘은 아이넨스가 금탑을 떠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여겼다.
그런데 아이넨스가 남겠다고 한 것이다.
아이넨스가 웃음을 지었다.
“조금 뜻밖이었나 보군. 하지만 우리 신검가는 와해되었고 이대로 떠나 봤자 갈 곳도 없더군. 그래서 금탑에 의탁하고 싶어서 이야기를 꺼낸 것인데…… 우리의 존재가 폐가 되나?”
엘이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요. 오히려 제가 머물러 달라고 부탁하고 싶은 차입니다.”
아이넨스와 루이넨스, 둘 모두 빠지지 않는 그랜드 마스터다. 그들이 금탑에 머물러 준다면 이보다 더 든든한 아군은 없다.
엘의 승낙에 아이넨스는 미소를 지었다.
“고맙군, 우리를 받아 주어서.”
그렇게 금탑은 2명의 그랜드 마스터를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
엘이 레드 드래곤 브릴켄드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유실되었다고 알려진 수천 년 전의 고서적을 뒤지면서이다.
오래 전 마룡이라 불리며 한 국가를 불바다로 만든 레드 드래곤의 자료를 찾아낸 엘이 눈을 빛냈다.
“여기 였군, 브릴켄드가 있는 곳이.”
브릴첸드는 오래 전부터 대륙의 금지가 된 붉은 사막에 살고 있다고 한다.
몬스터 랜드 등과 함께 대륙의 금지라 불리는 이곳은 누구의 발걸음도 허용하지 않는 불가침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난 가야 한단 말이지.”
카이나에게 드래곤 블러드를 주입했던 브릴켄드. 그 결과는 자신들에게 이롭게 작용했지만 그 의도만큼은 절대 좋은 것이라 할 수 없었다.
중간계의 절대자라 칭하며 자칭 수호자라 불리는 드래곤. 그러나 지난 시간 마족과 천족의 침공이 없으면서 중간계는 그야말로 드래곤들의 놀이터가 된지 오래다.
아마 브릴켄드는 카이나에게 장난감에게 실험을 하는 양 드래곤 블러드를 주입했을 것이다.
그래서 용서할 수 없었다.
“내 힘으로 브릴켄드를 막을 수는 없겠지. 하지만 말이야……”
엘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맺혔다.
그의 손에는 전에 볼 수 없었던 익숙한 반지가 빛을 발 하고 있었다.
“이건……”
중간계의 지배자이자 오래 전 에인션트 급을 돌파한 브릴첸드는 지금 황당한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몇 년 전 자신의 유희를 망쳐 버리면서 화풀이로 삼았던 인간 마법사.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어린 나이에 8클래스란 벽을 돌파한 그가 지금 자신의 앞에 서 있었다.
이곳은 브릴켄드의 레어이다.
밖에서 살핀다면 그저 황량한 사막이겠지만 브릴켄드의 광범위한 일루전 마법에 의해 그 실상이 가려져 있을 뿐, 내부는 화려하기 그지 없었다.
브릴켄드의 레어를 찾은 엘은 전과 달리 붉은색 아름다운 미남의 브릴켄드에게 입을 열었다.
“제가 이곳에 찾아온 이유는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입니다.”
엘의 말에 브릴켄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그는 이 상황에 무척 황당했다.
고작 인간이 자신의 레어에 침입했다는 것에 어이가 없었으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절망에 몸부림치던 인간이 자신의 시련을 이렇게 쉽게 극복했다는 것에 기분이 나빴다.
자연히 그의 말투도 고울 리가 없었다.
“감히 인간 따위가 내 레어에 침입해서 못하는 말이 없군.”
동시에 브릴켄드의 전신에서 형용할 수 없는 압도적인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하등생물로 하여금 절로 공포에 질리게 만드는 드래곤만의 절대 비기 드래곤 피어가 발동한 것이다.
무서운 살기가 엘의 전신을 잠식해 들어갔다.
그러나 엘의 손에 끼여 있는 반지가 빛을 발하는 순간 브릴켄드의 살기가 씻은 듯 사라졌다.
“이건?”
믿기지 못할 사실에 브릴켄드의 눈이 부릅 뜨였다.
사실 그의 놀라움도 결코 과대 반응이 아니었다.
드래곤 피어는 드래곤이 아니고서는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성질의 무형으로 펼쳐지는 공격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을 한낱 인간이 무효화시킬 수 있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브릴켄드가 놀란 것은 엘의 실력 때문만이 아닌 자신의 살기를 흩어 버린 엘의 반지 때문이라 할 수 있었다.
저 반지를 어찌 모르겠는가. 브릴켄드 그 또한 저 반지를 봉인할 때 함께 있었는데 말이다.
저것에 레드 드래곤 베이나스가 죽었다는 이야기는 그 또한 들었다. 드래곤조차 꼼짝하지 못할 만큼 카르마 링의 힘은 가공할 정도였다.
절대자인 그의 입에서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카, 카르마 링…… 저것이 어찌하여 너의 손에……”
브릴켄드의 떨리는 목소리를 감지한 엘이 빙긋 웃으며 손을 쓰다듬었다. 자신이 이곳에 찾아을 수 있게 자신감을 심어 준 것이 바로 이 카르마 링 때문이었다.
“누군가에게 선물로 받았습니다. 이것이 아니었다면 이곳에 찾아올 생각도 하지 못했겠지요.”
그러면서 엘은 브릴켄드에게 말했다.
“저는 길게 말하길 원하지 않습니다. 드래곤인 당신이라면 이런 마병을 한시라도 빨리 회수하길 원할 터. 안 그렇습니까?”
“음!”
엘의 말에 브릴켄드는 자존심이 상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드래곤조차 꼼짝 못하게 만드는 카르마 링은 정말 위험한 물건이다. 당장 인간의 손에 저것이 들어가고 나쁜 마음을 먹어 드래곤 슬레이어 파티를 구성한다면 드래곤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위험한 것이 카르마 링이었다.
브릴켄드의 입장에서는 빨리 회수해야 할 물건이었다.
“그래서 제가 제안 한 가지를 하고 싶습니다.”
엘의 말에 브릴켄드의 얼굴에 재차 살기가 서렸다.
“제안? 감히 나에게……”
하지만 뒤이어 나온 엘의 말에 브릴켄드는 살기를 거두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살기를 내뿜지 마십시오. 저 또한 당신에게 감정이 상당히 좋지 않으니까. 하마터면 제 부인인 카이나가 목숨을 잃을 뻔했습니다. 한마디로 당신과 저는 원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지금 제가 이 카르마 링을 활용한다면 당신을 죽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자존심 상하는 말이었지만 그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브릴켄드는 퉁명스레 말했다.
“제안이 뭐지? 말하라.”
엘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간단합니다. 금탑의 수호룡이 되어 주십시오.”
“뭣이? 지금 그 제안을 내가 수용하리라 생각하는 것이냐?”
싸늘하게 굳는 브릴켄드를 보며 엘이 말을 이어 나갔다.
“수호룡이 되어 주신다면 카르마 링을 넘겨 드리겠습니다.”
“카르마 링을……”
엘의 말에 브릴켄드는 싸늘한 표정을 풀며 고민에 빠져 들었다.
수호룡이란 드래곤이 인간의 한 단체를 공식적으로 보호해 주겠다는 것을 뜻한다.
만약 수호룡이 있다면 그곳은 초인 수십 명을 보유한 것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보유하게 되며, 드래곤의 수명이 다하는 한 무궁한 영광을 누리게 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여태껏 그 누구도 드래곤을 수호룡으로 삼은 국가는 없다. 과거 멸망한 문명에는 존재했다는 설이 있지만 그것을 증명할 만큼의 자료는 남아 있지 않았다.
엘의 말에 브릴켄드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수호룡이란 무척 번거로운 일이다.
하지만 카르마 링은 드래곤의 입장에서 반드시 회수를 해야만 했다.
귀찮음이냐, 드래곤의 임무냐 고민은 길었지만 이미 답은 정해진 것과 같았다.
긴 고민 끝에 브릴켄드가 입을 열었다.
“좋다, 인간. 너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그럼 금탑의 수호룡이 되어 준다고 용언으로 천명해 주십시오.”
엘은 확실한 대답을 원했기에 곧장 브릴켄드에게 수호룡이 되어 줄 것을 말했다.
드래곤이 두말한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지만 엘 자신이 본 드래곤이 브릴켄드가 유일한 만큼 확실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용언의 맹세는 드래곤에게 내려오는 것으로, 중간계의 수호자인 드래곤 한마디 한마디의 언어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한다.
마법사들에게도 언령이란 것이 있다. 드래곤 역시 의지를 실어 그것을 맹세한다면 드래곤은 죽음으로써 그 맹세를 지켜야 할 강력한 구속력을 받게 된다고 한다.
엘의 말에 브릴켄드가 그를 노려보더니 외쳤다.
“나 에인션트 레드 드래픈 브릴켄드는 인간의 금탑을 내 수명이 다하도록 수호할 것을 맹세한다. 이는 주신을 비롯한 모든 신들이 내려주신 나의 권능으로 천명하는 바이다.”
그 외침과 함께 엘은 브릴켄드 주변에 묘한 마나의 변화가 일어난 것을 느쪘다.
엘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수호룡이시여.”
브릴켄드는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내밀었다.
“하라는 대로 해 주었으니 카르마 링을 내놓아라.”
엘이 능청을 떨었다.
“아직 확실하지 않잖습니까? 일단 브릴켄드 님이 맹세 하시는 장면을 저장해 놓았으니 각국의 군주들에게 확인을 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게다가 제가 언제 당장 내놓겠다고 했습니까? 제가 모든 수명을 누리고 죽는 날, 브릴켄드님에게 카르마 링을 드릴테니 안심하십시오. 그럼 모든 볼일을 끝마쳤으니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
엘의 말에 브릴켄드는 입을 열지 못했고, 그사이 엘은 브릴켄드의 레어를 벗어났다.
멍한 표정을 짓던 브릴켄드는 이내 허허 웃으며 속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멍청하게도 속았군. 카르마 링에 마음이 다급해졌기 때문이겠지. 허허, 금탑주 놈. 설마하니 드래곤마저 속여 먹는 놈일 줄이야……”
브릴켄드의 얼굴에는 낭패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로서 금탑은 2명의 그랜드 마스터뿐만 아니라 드래곤의 가호마저도 얻게 되었다.
* * *
“이렇게 행복한 시간을 누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좋군.”
며칠째 폭설이 내리고 눈이 멎은 날, 엘은 험한 계곡을 날아가고 있었다.
곳곳에 눈이 소복하게 쌓여 위태로웠지만 허공을 나는 엘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끼칠 수 없었다.
그렇게 공중을 날아 엘이 도착한 곳은 드넓은 분지였다.
쉴 새 없이 폭설이 몰아치는 곳.
그곳을 둘러보며 엘이 중얼거렸다.
“삼 년째로군. 올해에는 찾을 수 있을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엘은 탐지 마법을 전개 한 채 계곡 곳곳을 누비기 시작했다.
재작년에도, 작년에도 찾지 못했다. 하지만 1년마다 3분의 1씩 탐색을 했기에 올해에도 찾지 못하면 완전히 찾을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엘은 행여나 미약한 반응도 놓칠세라 반응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며 천천히 탐색을 해나갔다.
그리고 미약한 반응이 일어나는 순간, 엘의 눈이 반짝였다.
“찾았다!”
파아앗! 공중에 떠오른 엘의 신형이 폭설을 가르며 빠르게 쏘아졌다.
엘의 신형이 도달한 곳은 눈이 쌓인 언덕이었다. 엘은 그 눈들을 보며 손을 뻗었다.
치이익!
엘의 손에 서린 붉은 기운이 눈을 녹여 나가기 시작했다.
차례차례 눈을 녹이며 두꺼운 눈의 장막을 모두 걷어낸 엘의 시야에는 녹이 잔뜩 슨 고철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을 바라보는 엘의 눈이 거세게 흔들렸다.
스윽.
엘은 양팔을 벌려 그것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마치 소중한 연인을 대하듯, 고철을 쓰다듬었다.
“타나, 드디어 너의 에고를 찾을 수 있게 되었구나. 나를 위해 희생한 금탑의 영원한 수호 기사 골든 나이트여. 널 복귀할 수 있게 해 준 신께 감사드리며 내 모든 능력을 다해 널 부활시켜 주겠다.”
엘은 골든 나이트의 에고를 쓰다듬으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폭설이 몰아치는 속에, 무겁게 울리는 다짐이었다.
(골든 메이지 완결)
……끝맺음 말
우선 골든 메이지를 읽어 주신 독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지난 1년 동안 골든 메이지를 써 오면서 독자 분들의 혹독한 질책과 비평, 많은 칭찬과 격려 속에 이렇게 12권이라는 장편으로 끝을 맺을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책은 신년인 2009년도에 나오겠지만 제가 마감하는 시기는 곧 새해가 다가오는 날이군요. 새해를 맞이하면서 앞 권을 천천히 정독하다 스스로를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 볼까 합니다. 좀 더 열정을 기울였을 걸 하는 아쉬움도 가지면서 말입니다.
골든 메이지를 완결 지은 후 약 한 달 동안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뒤, 다가오는 2009년 4월, 신작을 출간하고자 합니다.
신작의 제목은 ‘레이버’입니다.
더욱더 재미있는 글을 쓰고자 하는 제 욕심이 잔뜩 들어간 작품이 될 테니 독자 분들의 많은 사랑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1년 동안 제 책을 편집하시느라 고생하신 이석원 편집자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이렇게 책을 낼 수 있게 해 주신 파피루스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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