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Mage RAW novel - Chapter (225)
제105장 신성화
“…….”
결국 세희가 모든 사실을 털어놓자, 방 안은 무거운 침묵이 깔렸다.
그동안 그런 기미가 보인 적도 없었기에 준성과 이나가 느끼는 충격은 클 수밖에 없었다.
“왜 말을 안 했어?”
“처음에는 이럴 줄 몰랐어요. 단지 권능을 조금 나눠 받은 것뿐이었는데…….”
세희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에는 단지 약간의 권능을 부여받았을 뿐이다.
그 힘은 큰 도움이 되었고, 금탑의 강화에 도움이 되었다. 자신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세희는 기뻤다. 그래서 더 많은 힘을 필요로 했고, 신에게 힘을 받았다.
의심은 했지만 큰 문제가 없을 거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신을 찾아가야겠어.”
“저도 같이 가요, 준!”
이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으나, 준성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우선 이야기를 할 거야. 내가 최대한 온전하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도와줘, 이나야.”
“……알았어요. 대신 제 힘이 필요하면 지체하지 말고 불러주세요.”
“알았어.”
이나가 같이 가게 되면 분명 불같이 화를 내면서 판을 엎을 가능성이 높았다.
최대한 냉정을 유지한 채 신의 이야기를 들어볼 생각이었다.
왜 그녀를 그렇게 만들어야 했는지. 대체 무슨 의도를 속에 품고 있는지 말이다.
“왜입니까?”
다짜고짜 쳐들어온 준성이 꺼낸 말이었다. 그에 신은 살며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당장 얼굴을 찍어 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행동으로 옮길 수 없었다. 그 전에 확인해야 하는 것이 세희의 상태였다.
“세희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녀가 원하는 걸 들어주었을 뿐이랍니다.”
“제가 원하는 대답이 그게 아니란 걸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랬나요?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어요. 그녀는 보다 완벽한 존재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니.”
“그걸 제가 순순히 지켜보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까?”
“지켜보지 않는다고 해도 이미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거랍니다.”
“끝까지 이렇게 나오는군.”
시종일관 얼버무리고 삐딱하게 나오는 모습에 준성은 존대를 버렸다.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바라보면서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날 선 모습을 보였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여기서 날 제거하면 적합자의 목숨도 장담할 수 없다는 거예요.”
“…….”
세희를 인질로 삼을 거란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걸 모르지 않았기에 준성의 표정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우리가 잘 협의를 한다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죠. 좀 더 안정되고 제대로 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때 다시 한 번 찾아오길.”
대화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준성은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몸을 돌려 사라졌고, 신은 낮게 웃음을 흘렸다.
“심각한가요?”
“……이건 최악이야.”
세희의 몸 상태를 살핀 준성은 신이 어떤 술수를 부렸는지 알아차렸다.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단계별로 권능을 부여했다. 이는 신체에 부담이 되지 않게 만드는 효과를 낳았지만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게 조금씩 개조를 했다는 의미가 된다.
“이제 세희는 더 이상 인간이라고 칭하기 어려운 몸이 되었어. 정확히는 신의 육체가 되어 가는 중이라 보는 게 옳겠지.”
“신이라고요?”
“그래, 세희는 신이 되어 가고 있어.”
구체적으로 말해서 전이의 과정을 겪고 있었다. 아마 붕괴된 본래 육체는 제 역할을 못하니 적합자인 세희의 자아를 붕괴시키고 차지하려는 속셈인 듯했다.
한눈에 의도가 보일 정도로 저급한 수법에 준성은 이를 갈았다. 만약 세희의 생명이 신에게 달려 있지 않았다면 당장 찾아가서 소멸시켰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요?”
“방법은 두 개야. 하나는 새롭게 육체를 재구성하는 것.”
“그건 준도 가능하잖아요!”
이나가 박수를 치며 밝은 표정으로 말했지만 준성이 고개를 저었다.
“전에는 가능했지만 지금은 불가능해. 인간의 육체를 생성하고 세희의 자아를 담아야 하지만 이전하고 다르니까.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아카식 레코드에 접속해야 돼.”
한 차례 경험이 있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아카식 레코드에 접속해서 정보를 얻으면 시도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곳은 지구의 신이 장악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적대적인 성향을 감안할 때, 매우 위험한 방법이었다.
“다른 하나는 신이 되는 거야.”
“신이요? 하지만 신이 되는 건…….”
“더 이상 인간일 수 없다는 이야기지. 정확하게 말해서 신의 육체로 만드는 거야.”
세희는 자신과 다르게 깨달음을 얻어 신의 반열에 올라서는 게 아니기에 그 부분에 가능성을 걸고 있었다.
하지만 신의 육체를 얻기 위해서는 신성을 말살하고 육체의 특성만 빼앗아 와야 한다. 신의 육체와 신성은 하나와 같기에 둘을 떼어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 이상 침식 과정을 겪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겠지. 이렇게 보니 예전하고 비슷하게 되었네.”
“참 걱정을 많이 끼치는 언니에요. 그렇죠?”
“틀린 말은 아니야.”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가 복잡해서 준성은 쓰게 웃음을 지었다.
엘 카스일이 가까스로 도망쳤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신족에게 전해졌다.
대신족의 지위까지 넘보던 그의 도망은 큰 충격을 가져다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완 제이드의 경우 드래곤의 협공에 무너졌지만 엘 카스일은 단 한 명의 인간에게 무너졌던 것이다.
“엘 카스일이 당할 줄은 몰랐는데.”
테라는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을 본 헤스티아는 입가를 씰룩이며 비아냥거렸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됐어요. 그런데 그런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네요.”
“엘 카스일은 상관이 없지만 그를 따르는 애꿎은 동족들은 소멸되었으니까. 내 머리는 계획에 필요한 동족들을 내치고 싶지만 가슴은 허용하지 않아.”
그것이 솔직한 진심이었다. 헤스티아 또한 테라를 보면서 마음이 아파왔다.
언제나 생존을 위해 치열했던 신족이었다. 개체가 많지 않기에 그만큼 서로를 위했으며, 동족의 죽음에 불같이 분노했다.
하지만 힘을 얻고, 자존감이 높아지면서 다수보다 개인을 위하게 되었고, 견고하던 유대감에 균열이 일어났다.
그 결과 동족의 소멸에도 덤덤한 모습마저 보이게 되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테라. 당신이 마음을 바꿀 수만 있다면 우리는 좀 더 행복한 미래를 맞이하게 될 수 있어요. 조금 늦었지만 안 될까요?”
“늦었어. 내가 신이 된 이상, 세상의 섭리는 만들어졌어. 우리의 근본적인 욕망은 발전이야. 그걸 위해 다른 이들을 짓밟고 올라가야 하지. 그것이 동족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당신은…….”
“내 마음은 아프지만 발전을 위한 길이다. 헤스티아, 신이 된 이상 네 숙명을 거부하려 들지 말고 받아들여라. 그것이 우리의 존재 목적이다.”
“미안, 난 당신의 말에 따를 수 없어요.”
가족 같은 동족을 짓밟고 올라선다는 발상 자체가 헤스티아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설사 테라에게 소멸당하는 한이 있어도, 그것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일이다.
“받아들일 수 없다니 유감이군. 하지만 엘 카스일을 홀로 상대할 수 있는 인간이 있다는 건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조만간 제거에 나서야겠지.”
“그를 제거하겠다고요?”
“물론, 지금은 아니다. 최우선 순위는 어디까지나 신. 지금도 꿈을 꾸고 있는 녀석들을 처리하는 데 모든 신경을 기울이도록.”
“그러죠.”
이미 신이 있는 곳을 알고 있다는 걸 모르는 헤스티아로서는 내심 안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분노가 극에 이르면 도리어 머리가 차가워진다.
준성의 경우도 동일했다.
처음에 분노를 참지 못한 척 신을 찾아가서 화를 냈던 것도 모두 반응을 떠보기 위함이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신은 자신을 위하고 있는 것이 아니며, 세희도 깊이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유용한 패, 그것이 바로 세희였다.
더 이상 신과의 협력이 불가능하다는 걸 자각하는 순간, 준성은 정기정을 찾아가 자세한 사정을 설명했다.
“그런 일이 있을 줄은…….”
“저는 더 이상 그를 신으로 여기지 않을 것입니다.”
“으음.”
인간이 배우자에게 크게 집착하는 경우가 있음을 모르지 않았다. 특히 준성의 경우 더 심했는데 이는 공고한 동맹 관계마저 균열을 일으킬 정도였다.
“그리고 오늘 찾아온 것도 드래곤이 더 이상 신과 관계를 맺지 않길 원하는 마음에서입니다.”
“바로 결정을 내릴 수 없는 문제로군.”
“신은 드래곤을 버린 걸로 알고 있습니다. 더 미련이 남았습니까?”
날 선 말을 듣는 순간, 정기정의 몸이 움찔했다. 드래곤은 아직 신에게 버려진 과거를 잊지 않고 있었다.
용언을 가르쳐 주고 더 큰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 준 준성과 비교하면 누구에게 무게추가 기울지 뻔했다.
“그건 틀린 말이 아니군.”
“드래곤의 현명한 결단을 기다리겠습니다.”
뒷말을 듣지 않은 채 준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은 어때?”
“이상은 없어요. 마치 처음부터 내 몸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워요.”
“…….”
순순히 대답하는 세희를 보며 준성은 입을 다물었다. 하고 싶은 말이 산더미처럼 많았지만 막상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이대로는 힘든가요?”
“권능을 받아들인 이상,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니까.”
처음부터 육체를 재구성해야겠지만 이조차도 불가능한 일이다. 이미 세희의 정신까지 권능에 물들어 있었다.
“도움이 되고자 했는데, 걱정만 끼치게 되었군요.”
“웃을 일이 아니야.”
“저는 괜찮은데 준성이 너무 심각하게 여기는 것 같아서요. 저는 정말 괜찮아요.”
“이대로 진행되면 세희가 신이 되어 버릴 텐데도? 그리고 자아는 신의 것으로 편입될 수밖에 없어.”
제아무리 적합자고, 대마법사라고 해도 신의 정신을 당해낼 수 있을 리 없다. 결국 신의 일부로 편입되고, 작은 파편 하나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음, 제가 이걸 예상했다고 하면 어떤가요?”
“예상했다고? 장난하지 마.”
표정을 굳힌 준성이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세희의 입가에 떠오른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진심이야?”
“제가 모시는 분이지만 그가 순순히 권능을 줄 거라 생각하지 않았어요. 제 생각대로 흘러간 것 같아 씁쓸하지만요. 끝까지 저를 이용하려는 게 기분 좋지는 않네요.”
씁쓸한 표정을 짓는 세희였지만 준성에게는 그것이 중요한 건 아니었다.
“그것보다, 정말 모든 걸 예상했다는 말, 맞아?”
“네.”
“대책은?”
“저는 확신을 가지고 있어요. 준성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말과 함께 세희는 신의 권능을 받아들일 때 해놓은 조치에 대해 설명해 나갔다.
듣고 있는 준성의 표정이 변한 것은 그녀가 말을 마무리할 무렵이었다.
“진심이야?”
“그 정도 각오 없이 임할 수는 없으니까요.”
“……만약 결심이 서 있다면, 기꺼이 지원하겠어. 대신, 마지막에 말했던 그 각오는 잊지 마.”
“네, 고마워요.”
허락의 의미가 깃든 말에 세희는 환한 미소를 지었지만 준성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후우! 무모해도 너무 무모해.”
가능성이 높은 방법이었지만 무모한 게 사실이었다.
빛이 반짝이며 모습을 드러낸 준성은 앞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짙은 어둠이 드리운 동굴 속은 아무도 없는 곳처럼 보였지만 이곳에 누가 있는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오랜만이군, 소멸된 줄 알았더니 무사했어.”
한동안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것이 의도된 침묵임을 모르지 않았기에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할 이야기가 있다. 내 제안을 들어볼 생각이 없다면 행동으로 옮기는 수밖에 없겠지.”
위협 섞인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검은 기류가 스멀스멀 피어나면서 한 인영이 나타났다. 준성이 만나고자 했던 악마였다.
“킥킥! 이렇게 찾아올 줄 몰랐습니다. 두려워서 몸이 다 떨려 오는군요.”
음산한 목소리가 준성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그가 우호적인 태도를 보일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준성으로 인해 악마는 소멸의 위기를 겪었으니 말이다.
“오늘은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어 찾아왔다.”
“제거하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제안을 하려고 하는지? 참 대단한 분이 아닐 수 없군요.”
“인간이란 종족은 이익을 좇는 법이지. 제안이 싫다면 불안요소를 확실히 제거하면 되겠지. 같은 실수를 두 번 할 수는 없으니까.”
“무서운 분이군요. 이야기는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제안을 말해 보십시오.”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제안이다.”
준성에게 있어 악마의 도움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차분한 안색으로 말을 이어 나가는 그를 보며 악마의 입꼬리가 차츰 말려 올라갔다.
찻집 엘리미스 브랜드는 준성의 개입 없이 순항을 해나갔다. 전문 경영인을 두고, 뛰어난 효능과 맛으로 승부를 보니 곳곳에서 호평이 나오는 건 당연했다.
세계 곳곳은 신족의 등장으로 시끄러웠지만 그와 별개의 이야기였다.
준성은 회사의 주인으로 있을 뿐,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개입은 거의하지 않았다. 때때로 큰 금액이 집행될 때만 몇 마디 말을 할 뿐, 사실상 신경을 쓰지 않기에 전문 경영인의 뜻대로 회사가 움직였다.
하지만 모든 지분을 쥐고 있는 존재감이 작은 것은 아니었다.
“앞으로 대한민국 전역에 이것을 설치하려고 합니다.”
준성이 내민 것은 푸른색을 띤 막대기였다. 고상현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받아들었다.
“이게 뭡니까?”
“그동안 쌓아 놓은 회사의 돈을 풀어야 할 사업입니다.”
준성은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가 만들어온 막대기는 마나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장치였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준성은 대한민국을 상대로 마나를 끌어모으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한 번 만져 보겠습니까? 그 과정에서 피로감이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당부를 들은 고상현은 조심스럽게 막대기를 쥐었다. 그러자 자신의 내부에서 무언가가 막대기로 흘러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허탈함이 전신을 덮쳤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신색을 회복할 수 있었다.
삑! 삑!
막대기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내린 그의 눈에 의아함이 서렸다.
3.7mp
“제법 많은 양입니다.”
“이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입니까?”
“간단합니다. 현재 흡수한 마나의 양입니다. 3.7mp라면 제가 정한 기준으로 37만원이 되겠군요.”
고상준의 경우 능력자인 고미현의 아버지이다 보니 제법 많은 양을 지니고 있었다. 준성이 생각하길, 평범한 사람은 1.5mp에서 2.0mp를 사흘에 한 번씩 고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고상준의 표정이 굳었다.
“이걸 전국에 설치하게 되면 천문학적인 돈이 빠져나갈 것입니다.”
“괜찮습니다. 돈을 쓰는 만큼 벌어들일 방법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마나는 모든 기운의 근원으로, 이것을 활용하면 기적과도 같은 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 부분까지 가지 않더라도 잔병치레를 막아주거나 최고의 컨디션으로 만들어 주는 건 얼마든지 가능했다.
“흡수한 mp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을 유치할 생각입니다.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 수 있지만 확실하게 돈을 벌 경로가 있으니 준비해 주시길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이 사업이 대한민국에 거대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었다.
고상준은 좀 더 캐묻고 싶었지만 자신의 역할은 여기까지였다. 준성이 지시한 이상 최대한 빠르게 이행하는 게 최선이었다.
준성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마나 장사를 하려는 이유는 이미 주변에 깊숙이 파고들었기에 일반 사람들도 마나를 소유하게 되었다.
이것은 굉장히 적은 양이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인구가 5천만인 것을 감안하고, 곧 시행될 마나 판매에서 절반 이상이 임한다면 그 양은 준성이 지닌 양을 아득히 초월하게 된다.
그 마나를 보유하게 되면 지금보다 더 강한 마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어. 이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 낫겠지.”
“하나하나는 미약하지만 모이면 큰 힘이 될 거예요. 저는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믿어요.”
“그래, 확실히 참신한 발상이었어.”
다른 사람의 마나를 모아서 내 것처럼 사용한다.
말도 안 되는 미친 발상이었지만 불가능하지 않았다. 준성이기에 가능한 계획이었다.
“이제부터 시작이야. 준비는 확실하게 됐지?”
“문제없어요.”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 이번 일이 실패해서는 안 되니까. 잘해줘. 만약 실패하면 자아는 신에게 먹혀 버릴 수밖에 없으니까.”
잔뜩 경직된 준성의 목소리에 세희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순백으로 이루어진 공간 속에서 세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곳은 그녀가 신과 만날 수 있는 공간이었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미소 짓고 있는 신의 얼굴이었다.
“오랜만이네요.”
“네.”
신의 표정과 달리 세희에게서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
“많이 섭섭했나 보네요.”
“왜 제게 말씀해 주시지 않으셨죠?”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가장 확실한 방법을 사용하는 게 저를 위해, 그리고 세계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어요.”
목적을 이루기 직전이었지만 신은 기뻐하지도 않았다. 마치 당연한 일을 성사한 것처럼 담담했다.
“저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제 안에 영원히 존재할 거예요. 적합자인 당신은 매우 훌륭한 자아를 지니고 있으니까요.”
“만약 반항을 하면 어떻게 되죠?”
“그게 가능하다고 보나요?”
옅은 미소 속에 깃든 비수는 세희의 입을 다물어지게 만들었다.
“고통스럽지 않을 거예요. 하나가 되는 과정에서 제가 지닌 무한한 권능과 힘을 맛보며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겠죠. 그건 장담할게요.”
신이 한 걸음 나서는 순간, 세희는 뒤로 물러났다.
그 행동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신이 실소를 지어 보였다.
“아직도 반항을 하려는 건가요?”
“제가 순순히 존재를 내줄 거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에요.”
세희가 날 선 목소리로 외쳤지만 신의 입가에 맺힌 미소는 짙어질 뿐이었다. 이미 그녀는 다 잡은 물고기였고, 이제 확실하게 수확을 하면 된다.
“그래도 달라지는 건 없어요.”
파아앗!
강렬한 빛이 세희의 전신을 휘감았다. 단숨에 전신의 자유를 앗아간 힘은 신체 내부로 파고들어 육체와 정신을 장악해 갔다.
신이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적합자인 세희를 제물 삼아 온전한 상태로 거듭나고자 하는 것이었다.
수없이 쪼개진 권능으로 신의 반열에 올라선 신족들은 방심만 하지 않으면 제거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신이 이상기류를 감지한 것은 세희에게 파고든 힘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무렵이었다.
“이, 이건?”
“……역시나. 확신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걱정은 했는데, 다행이네요.”
조금 전까지 억류되어 있던 세희의 몸이 움직였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녀는 당혹감으로 물든 신을 바라보았다.
“유감스럽게도 이 공간이 지닌 특성을 잘 알고 있어요.”
세레나였던 시절, 성녀로 선택을 받으면서 세희는 이 세계에 온 적이 있었다.
당시에 주신이었던 가이아는 준성의 뜻을 꺾지 못했고, 세희의 전신을 장악하던 신성력을 몰아내는 데 성공을 했다.
그 과정에서 신과 대면한 공간은 세희의 정신을 바탕으로 구성되며, 그 공간의 주체로 올라서는 게 가능하다는 장점이 존재했다.
즉, 이 공간을 확실하게 장악하면 신 부럽지 않은 권능을 행사할 수 있었다.
“물론 제 상태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행한 도박이지만, 이렇게 먹혀들었네요.”
“…….”
세희가 그것까지 파악하고 있을 줄 몰랐던 신의 표정이 무섭게 굳어 갔다.
이 공간을 확실하게 장악한다면 궁지에 몰린 것은 세희가 아니라 자신이라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달라지는 건 없어요.”
“아니, 확실하게 있지.”
신의 말에 끼어드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준성이었다.
정신 속으로 파고드는 데 성공한 그는 차가운 눈으로 신을 바라보았다.
“분명 신이 되어 가고 있는 걸 막을 순 없지만 제어하는 건 가능하니까. 연결 고리가 확실하게 끊기고, 주어진 신성력을 활용하면 어떻게 될까?”
“그 말은…….”
신의 얼굴에 다급함이 서렸다. 정신 속에서 현신한 것이지만 타격을 입게 되면 엄청난 힘의 소실을 겪어야 했다.
“이 공간 속에서 사라지라는 이야기다.”
파아앗!
정신의 공간 속에서 펼쳐진 신언은 신을 ‘불순물’로 규정했다. 자연의 섭리로 인식되기 무섭게 신을 둘러싸고 빠른 속도로 소멸시키기 시작했다.
끼아아아악!
공간 전체를 울리는 비명 소리가 터져 나오며 신의 형상이 사라졌다. 그리고 흩어진 신성력이 가득 채워지면서 날뛰기 시작했다.
힘이 분산된 신을 소멸시키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염려 섞인 준성의 시선이 세희에게 향했다.
“내가 제어를 해주겠지만 이 힘을 받아들이면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올 수 없어.”
“제 선택의 몫이에요. 분명 달라지는 점은 있겠지만 제 마음까지 바뀌지 않을 거예요.”
“그랬으면 좋겠지만…….”
남은 신성력이 폭주하면 세희 또한 소멸하고 말 것이다. 준성은 이 힘을 운용하여 그녀의 육체를 강화시켜 인간이 아닌 신의 육체로 탈바꿈 할 생각이었다.
신과 연결 고리가 끊긴 세희는 미약하지만 ‘신’이 된다. 비록 육체뿐이지만 정신 또한 따라가기에 더 이상 인간의 자아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이 세희가 내린 결정이었다. 준성은 최대한 이상적인 결론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하는 일마다 모두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는 없는 법이다.
“건투를 빌게. 예전의 모습을 간직해 줬으면 좋겠어.”
“힘낼게요.”
그것으로 둘의 대화는 끝났다. 준성이 폭주하는 신성력을 인도하자, 눈을 감은 세희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우웅! 우우웅!
점차 기류가 안정되면서 준성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이는 세희의 정신이 흐려지면서 인간의 한계에서 벗어나 신의 육체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걸 의미했다.
“부디 잘되길…….”
튕겨나가는 그 순간까지 준성은 세희를 응원했다.
가슴을 움켜쥔 신은 엄습하는 통증에 호흡을 가다듬었다. 두 눈이 고통으로 물들어 있었고, 입가에서는 미약한 신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안 돼, 아직은…….”
여기서 충격받은 것을 드러내서는 안 됐다. 자신이 흔들리면 칼버족도 동요하고, 이는 조직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었다.
참고 견뎌내야 했다. 다시 한 번 기회를 노릴 때까지 말이다.
남은 신성력으로 간신히 고통을 완화시켰지만 이전과 비교하면 기세는 확실히 옅어져 있었다. 그리고 신의 앞으로 검은 기류가 번지면서 악마의 낮은 웃음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킥킥! 위대하신 존재께서 아주 좋은 꼴을 하고 계시는군요.”
“……여기는 무슨 일이죠?”
“위대한 신의 계획이 실패한 걸 알고 도울 게 있나 싶어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신족과 지구의 신, 그리고 김준성과 드래곤까지 적으로 돌린 상황에서 기회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끝까지 도울 수 있는 것은 저밖에 없습니다, 신이시여.”
“…….”
참혹한 진실에 신의 얼굴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하지만 그 말마따나 믿을 수 있는 것은 악마밖에 없었다.
“당장 피할 곳을 찾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대로 있으면 그가 찾아올 것이 불을 보듯 뻔한 노릇, 순순히 당해 줄 수 없지 않습니까?”
“은신처가 마련되어 있다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이제부터 당신에게 맡기도록 하겠어요.”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완전히 자신의 뜻을 따르겠다는 신의 말에 악마는 환하게 웃었다.
신의 육체로 탈바꿈이 시작될 무렵, 공간에서 튕겨 나온 준성은 기다리고 있던 이나의 질문 세례에 시달려야 했다.
“세희 언니는요? 괜찮은 거죠? 신에게 먹혀 버린 건 아니죠? 그런 거죠?”
속사포처럼 쏘아지는 말에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제지한 준성이 대답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사해. 신의 계략은 실패했고, 얻은 신성력을 바탕으로 육체 재구성을 시작했어. 여기까지는 예상했던 부분이고, 남은 것은 신의 육체를 지니게 됐을 때 어떻게 변할지 걱정을 해야 돼.”
“휴! 그래도 무사하다니 다행이에요, 얼마나 걱정을 했는데. 세희 언니라면 잘 해낼 거라 믿어요. 무사히 돌아오면 걱정시킨 대가를 치르게 해야지.”
“나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
한동안 세희의 안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나가 생각이 난 듯 준성에게 말했다.
“그런데 신은 어떻게 하실 거예요? 언니에게 수작을 부렸으니 당장 찾아가서 치도곤을 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그래서 직접 찾아가는 건 그만두려고.”
“세희 언니를 노렸는데요? 그건 말도 안 돼요.”
“그래서 악마를 보냈어. 악마라면 훌륭하게 신을 견제해 줄 수 있을 테니까.”
“악마가요? 저번에 말하길 신과 악마는 한 목숨이라면서요. 오히려 준이 나서면 필사적으로 막아서면서 방해를 하려고 들지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신에게 찾아가라고 말한 게 바로 나야. 그리고 악마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받아들여요?”
신이 죽으면 악마도 죽는다. 그러기에 준성이 나서면 가장 필사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도 바로 악마다. 그런데 악마가 준성의 제안을 받아들이다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한 이나의 얼굴에 의문 부호가 그려졌다.
“나는 악마가 신을 배신할 거라고 봐.”
“저는 불가능하다고 보는데요. 목숨이 이어져 있다면 오히려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들 것 같은데.”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방법을 찾는다면?
“그럼…… 배신하겠죠?”
대답하던 이나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지었다. 악마라는 이름이기에 상황이 바뀌면 당연히 배신할 거란 의식이 깔려 있다는 걸 눈치챈 것이다.
“지금은 못 찾아도 방법을 찾고 있을 거야. 그리고 약해진 신을 언제라도 제거할 수 있도록 사정권에 두겠지. 내 생각은 그래. 악마가 언젠가는 신을 제거할 거라고.”
“저는 생각이 달라요. 이대로는 재미가 없으니 내기를 해보는 건 어때요?”
“내기?”
“네! 내기요. 상대의 소원을 들어주는 거예요. 참고로 제가 이기면 준을 하루 동안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할 거예요. 그리고 제가 지면 아무 소원을 요구해도 좋아요. 그게 부끄러운 거라고 해도 좋아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알면서.”
얼굴을 붉히며 말하는 이나를 보고 준성이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그것이 심각하게 굳어진 분위기를 풀기 위한 행동이란 걸 모르지 않았다. 그녀의 행동이 기특했고, 예뻤기에 준성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대한민국에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엘리미스의 사업 계획이 발표되면서 당장 폭발할 것처럼 들끓기 시작했던 것이다.
MP Trade라고 칭한 이 프로젝트는 전국 모든 도시, 마을에 거래소를 세우고, mp라고 칭해지는 마나 포인트를 구입하는 것이다.
직접 발표회에 나선 최성현 엘리미스 사장은 현재 재계에서 떠오르는 인물이었다.
서른일곱이라는 젊은 나이에 대기업 반열로 들어선 엘리미스의 사장에 취임하여 공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전 세계에 판매망을 구축하여 최고의 CEO로 평가받고 있었다.
그는 mp가 세상의 근원을 이루고 있는 물질이며, 인간마다 모두 보유하고 있는 기운이라고 했다. 그리고 거래소를 통해 여분의 mp를 구입함으로써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라며 포부를 내비쳤다.
처음에는 금탑과 연계된 기업의 발표회로 주목을 받았으나, 상세한 내용이 알려지자 그들이 발표한 내용은 대한민국 전역을 발칵 뒤집어 놓기에 충분했다.
mp는 1.0일 때 5만 원으로 가격이 책정되었는데, 건강한 일반 사람이라면 이삼 일에 한 번 1.5에서 2.0의 포인트를 판매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꾸준히 mp를 판매하면 한 달에 최소 75만 원에서 많게는 300만 원의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이었다.
이것도 어디까지나 일반인의 기준일 뿐이고, 재능 있는 이들의 경우 최대 10.0의 마나를 보유할 수 있고, 노인들의 경우에도 적으면 0.5의 mp를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본래 준성은 1.0의 기준을 10만원으로 잡았으나, 너무 많은 자금이 집행될 것을 우려한 최성현의 설득으로 절반에 낮추는 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열광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최소 75만원, 그리고 재능을 보이면 더 많은 돈을 특별한 노력 없이 벌 수 있다는 사실이 서민들에게 큰 희망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지금처럼 필사적으로 일하지 않고 일정한 수익을 얻는다는 것만으로 기업 이미지는 수직 상승을 거듭했다.
물론 이러한 사업 계획이 모두에게 좋은 소리를 들은 것은 아니었다.
대한민국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대기업이 그 주인공들이었고,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mp를 판매하는 것만으로 돈을 주는 행태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이마저도 T그룹이 끼어들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는 문제였다.
“그래서 mp구매는 드래곤에게 있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그건 다 좋은데 지금 우리가 이러고 있는 것 하고 무슨 상관인데?”
준성의 궤변을 듣고 있던 아델카나가 눈썹을 치켜뜨며 반문했다.
그리고 그녀의 질문은 당연한 것이었다.
드래곤에게 용언을 가르친 것이 벌써 한 달.
최고의 지성을 지닌 종족답게 준성이 가르치는 요체를 파악하고 빠르게 흡수했다.
하지만 문제도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그중 하나가 용언을 시전할 수 있는 마나의 부재였다.
이곳의 드래곤은 모두 가공된 마나인 포스를 사용하고 있고, 인위적인 작용이 깃든 힘은 의지 그 자체인 용언을 시전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드래곤의 하트를 정화시켜 순수한 마나로 채우는 것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허락할 것 같지 않아 선택한 게 바로 인공 드래곤 하트였다.
성능은 떨어지지만 용언을 수월하게 시전할 수 있는 아티팩트였다.
그러나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 법이다.
준성은 인공 드래곤 하트 하나를 제작하고 아델카나에게 그 위력을 맛보게 한 뒤, 제안을 했다.
바로 남아도는 시간을 활용하여 자신의 사업을 도와 달라는 것이었다.
구매한 mp의 지불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사업 확장이 필수였고, 준성은 마나를 활용한 마법을 인챈트하여 상위 0.1% 부자들만 구매할 수 있는 매직 아이템을 제작했다.
물론 매직 실로 마법진을 새기는 것은 준성의 몫이고, 화려하고 아름다운 액세서리를 만드는 건 드래곤의 일이었다.
졸지에 대장장이 역할을 맡게 된 드래곤들의 불만은 상당했지만 인공 드래곤 하트의 위력을 한 번씩 겪어 보면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지금까지와 다른 강렬한 힘.
세상을 파괴할 수 있을 것처럼 거대한 힘은 위축되어 있던 그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줬다.
“인공 드래곤 하트만 아니면…….”
“주기적으로 마나를 충전하려면 돈이 필요하거든요.”
“쳇! 쳇! 또 돈 이야기야. 카를로니안이 갖고 있는 거면 충분하잖아?”
“요즘 사업에 여의치 않다니 자제해야죠. 빌붙지 말고 스스로 돈을 버는 게 중요합니다.”
“알았다고, 저렇게 돈독 오른 인간은 또 처음 보네.”
웃으면서 돈값 하라는 준성의 태도는 아델카나가 살아오면서 확실히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이었다.
툴툴거리면서도 아델카나는 빠른 손놀림으로 액세서리를 제작하고 있었다.
돈을 벌기 위해서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세 달이라는 시간 동안 대한민국에서 시행된 MP Trade는 성공적으로 정착되었다. 이것은 빈곤에 허덕이던 빈민층을 구제하고 서민층의 숨통을 트이게 만드는 데 혁혁한 역할을 하였다.
그들이 판매하는 마나가 많을수록, 들어가는 돈도 늘어났다. 그리고 이것을 채우는 것은 세계 각국의 부유층에게 판매가 시작된 매직 아이템이었다.
‘세레나’라고 칭해진 이 매직 아이템은 아름다운 외관과 맞물려 뛰어난 효능으로 부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몸이 찬 이는 따뜻하도록 만들어 주며, 잔병이 많은 이들에겐 활력을 불어넣어 건강을 유지하게 한다. 기적 같은 성능은 없지만 착용하고 있으면 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으니 필요로 하는 것은 당연했다.
뿐만 아니라 외관 또한 아름다운 예술 작품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으니 아무리 높은 가격이어도 구매를 망설이지 않았다.
저렴한 보급품의 가격은 수억 원이었고, 비싼 것은 수천억 원에 달했다. 그럼에도 예약이 밀려 물건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처럼 힘들 정도였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의 mp 구매에 어려움은 겪지 않게 된 셈이다.
“꼭 이렇게 해야 돼요?”
이나가 불만 섞인 표정으로 말했지만 준성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어쩔 수 없어.”
“그래도…….”
“신의 육체에 맞게 된 세희의 정신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짐작할 수 없어. 최악의 경우에는 우리를 적으로 규정하고 공격을 할 가능성이 높아.”
일주일 전부터 시작된 공간의 균열은 세희의 육체 전환이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음을 알게 해줬다. 그때부터 준성은 이나와 영웅이를 데리고 곧 등장할 세희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것은 무사히 탈바꿈하는 데 성공한 그녀를 반겨주기 위함이 아니라, 혹시 모를 위협에 대항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이나는 반발했지만 그 어떠한 경우도 장담할 수 없는 준성의 입장에서는 별수 없었다.
“나도 무사하길 원해. 하지만 우리가 다치는 것도 원하지 않아.”
“알아요. 그래도…… 와요!”
키이잉! 치이잉!
이나는 말을 끝맺지 못한 채 공간의 균열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외쳤다.
거센 힘이 사방에 퍼져 나가면서 준성과 이나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신의 육체를 얻은 이상 세희는 사실상 신의 반열에 올라섰다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수련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올라선 것은 필연적으로 결함을 일으키고, 대부분 폭주로 이어지게 마련이었다.
파아앗!
공간의 균열 너머로 퍼져 나가던 빛이 잠잠해지자, 그 앞에 세희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전과 다르게 은은하게 발산하는 신성은 보는 이에게 경건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하지만 여자의 눈은 달랐다.
세희의 전신을 훑던 이나의 시선이 고정된 곳은 바로 가슴.
그 순간, 이나는 짙은 패배감에 휩싸였다.
“리엔 언니도 그러더니 세희 언니도…….”
이것은 반칙이지 않은가!
육체 재구성 과정에서 자신의 사심을 채워 버리다니.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충격과 공포는 그다음이었다.
환하게 웃음을 지은 세희가 준성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며 외쳤던 것이다.
“나 돌아왔어, 서방!”
“서, 서방?”
이나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