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Mage RAW novel - Chapter (242)
제122장 테라
더글라스의 등장에 세계가 들썩였다.
세계 10강, 전 미국 A.O. 본부장, 그를 수식하는 단어는 화려하기 그지없었고, 이를 따를 만한 능력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몬스터가 등장하는 대격변 시기까지 A.O. 본부장을 맡으면서 미국의 패권을 이끌었으며, 국제 능력자 연맹에 가입하고 각 국에 참여를 독려했다.
두말이 필요하지 않은 최강의 능력자이며, 조직을 장악하는 능력 또한 다른 이들과 비교할 바가 되지 못했다.
그의 등장은 삽시간에 미국을 뜨겁게 달구었다.
뉴욕 대참사 이후 미국의 경제를 비롯한 능력자의 수준은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이는 미국의 패권에 금이 가는 결과를 낳았고, 미국인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이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 언론은 더글라스를 영웅으로 만들기에 나섰다.
일반인은 그가 얼마나 대단한 능력자인지 몰랐다. 그저 예전에 미국 A.O. 본부장이었으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능력을 보유한 능력자라는 것 정도가 고작이었다.
하지만 미국 언론이 세세하게 파고들면서 더글라스를 재조명함에 따라 이야기는 판이하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서 미국 A.O. 본부라는 조직을 반석 위에 올려놓았고, 국제 능력자 연맹으로 세계 각국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쳤다.
그 결과 몬스터가 등장하기 전보다 더 강력한 미국의 영향력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찬사를 보냈다.
당장 국제 능력자 연맹의 수석의장 김기정도 그의 입김으로 만들어 낸 성과물이라는 점에서 더글라스의 능력이 재조명되는 결과를 낳았다.
미국이 낳은 세계 최강의 능력자!
그 사실 하나만으로 자부심을 갖게 만들기 충분했다.
더글라스의 등장 하나만으로 세계 각 국에서는 더 이상 미국 A.O. 본부의 독립을 의심치 않았다.
세계 최강이라는 이름을 품는 것은 지금 미국 정부로서는 너무 벅차다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이것은 달리 말하면 금탑에서 준비한 한 수가 제대로 먹혀들었으며, 이전까지 미국에 MP Trade를 설치하는 걸 가지고 왈가왈부하던 그들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만약 금탑이 자신들의 발언으로 MP Trade 설치를 미룬다면?
어느 순간 붙어 버린 불꽃으로 인해 아차 했지만 사태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기울었고, 주도권은 금탑으로 넘어온 후였다.
“더글라스 본부장의 효과가 대단하긴 해.”
“보니까 준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것 같은데요? 이거 배가 아파서 어떡하죠?”
“배가 아플 것까지야. 관심을 대신 가져가 줘서 고맙기만 한데.”
“흐응, 그나저나 다른 곳은 큰일 났네요. 그렇게 준을 까댔는데 정작 다른 상황에 벌어졌으니까요.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더글라스의 등장은 단지 미국 국민에게 희망을 가져다준 게 아니라 고전을 면치 못하던 경제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어주었다.
A.O. 본부가 이전 같은 역할만 해냈으면 하는 기대 심리였다.
그리고 MP Trade 설치를 하지 못한 국가 언론들은 준성이 어떤 태도로 나올까 전전긍긍하는 추세였다.
“일단 어느 정도 튕기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저들이 나에게 한 짓이 있으니 그만한 대가를 치르는 건 당연한 일이야. 하지만 그걸 길게 끌고 갈 생각은 없어.”
“그럼?”
“적당히 대가를 치르게 한 뒤 MP Trade에 대한 떡밥을 줘야겠지.”
“마치…… 애완동물 길들이는 것 같네요.”
“딱히 틀린 말은 아니야. 그들은 나를 비롯한 금탑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보도했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건 당연한 행동이야. 한 번 호되게 당하면 그다음은 조심스럽게 대하겠지.”
“맞아요! 사실 준이 아니었으면 당장 찾아가서 뒤집어 버리고 싶었으니까요.”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보자고. 저들의 실책은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가져다 줄 테니.”
“네!”
이나의 흔쾌한 대답에 준성은 만족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우우웅! 스파앗!
거센 공명음과 함께 빛이 폭발하자 금발의 여인, 타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다리고 서 있던 준성은 타나의 등장에 반가이 맞아 주었다.
“수고했어.”
타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몸을 털었다. 진드기처럼 달라붙어 있던 포스가 떨어지면서 푸른빛이 전신을 휘감았다가 말끔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좀 쉰 다음에 말을 할까?”
“지치지 않았어. 바로 대화를 나눠도 돼.”
“그렇다면야.”
준성과 타나는 빈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차를 준비하기 무섭게, 타나가 말문을 열었다.
“갔던 일들은 다 해냈어.”
“수고가 많았어. 악마 신의 일도 그렇고 더글라스 본부장을 데려온 것도.”
차원 너머에 버려졌던 더글라스를 데려온 것은 다름 아닌 타나였다.
신족에게 패퇴하여 도망치던 그를 찾아낸 타나는 두말하지 않고 준성에게 소식을 전했다.
그래서 준성은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여 미국 정부의 의도를 뒤집어 버리고 비난하던 각 국의 언론을 잠재울 수 있었다.
“태고의 괴물은?”
“만났어.”
“만났다고?”
“날 피해 이리저리 도망쳤어. 하지만 움직임이 워낙 느리고 피하려는 의지도 크지 않아서 마주칠 수 있었어. 그리고 많은 대화를 나눴고.”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말해 주겠어?”
준성이 태고의 괴물에 흥미를 느낀 것은 신족, 지구 신을 견제할 수단 하나를 늘리기 위함이었다.
세계를 지배하던 신족조차 함부로 하지 못한 태고의 괴물과 손을 잡는다면 지금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수단 하나를 손에 넣게 되는 격이다.
“우선 태고의 괴물은 우리와 손을 잡을 생각이 없다고 했어.”
“……그렇다면 실망스럽군.”
준성은 노골적으로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태고의 괴물이 합류하는 장밋빛 전망을 기대한 건 사실이었다.
“그가 거절한 이유는 지금의 평온을 깨기 싫다는 데에 있었지만, 긍정적인 관계를 맺더라도 직접 만나서 교감이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가 있었어.”
“내가 직접 찾아오라는 이야기인가?”
“그게 맞긴 한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말을 했어.”
“무슨 의미야?”
“말 그대로야. 나도 무슨 말인지 몰라서 물어봤지만 곧 만나게 될 거란 대답밖에 말하지 않았어.”
의문을 풀어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설명이었다. 만나러 올 필요가 없다면서 곧 만나게 될 거라니. 선문답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이 느껴졌지만 속내를 애써 드러내지 않고 화제를 바꿨다.
“태고의 괴물은 어떤 모습이었어?”
“대왕 거북이란 말이 맞아. 크기는 삼백 미터가 넘었으니까. 그리고 육체가 갑옷처럼 단단해서 쓰러뜨리는 게 불가능할 것처럼 느껴졌어.”
“확실히 그런 게 있긴 하구나. 그러니 태고의 괴물라 불리는 것이지만.”
태고라는 단어가 붙을 정도면 얼마나 오랜 세월을 살아가야 하는지 상상하기 힘들었다. 비록 협력을 맺는 데 실패했지만 긍정적인 관계를 이어 나간다는 점에 있어서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왜?”
“신족들이 다시 넘어올 거야. 내가 차원이동을 하려던 순간 그들과 마주쳤어.”
“으음!”
타나를 보낸 것이 자신이란 걸 눈치챘다면 그들의 원한은 자신을 향할 것임이 불을 보듯 뻔했다.
내내 좋은 이야기를 듣다가 마지막에 한 방 먹은 준성의 눈가가 찌푸려졌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사막.
천만 명의 굶주린 사람들이 존재하는 곳.
척박함의 상징과 같은 사하라 사막에서 피어난 몇 그루의 나무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 나무가 사막 곳곳에 모습을 드러내고, 빠른 속도로 자라나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건조한 이곳에서 이토록 울창한 나무가 자라나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며, 대격변 이후 일어난 세계의 변화에서 발생한 현상이기에 학자들은 앞을 다투어 이 사실을 규명하고자 했다.
하지만 나온 결과는 처참했다. 나무는 지구에 없는 새로운 종이었으며, 수분이 없음에도 빠르게 자라나는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것이다.
연구가 이루어지는 동안에도 나무는 끝없이 자라났고, 작은 나무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죽음의 땅이던 사막이 울창한 숲으로 바뀌는 것에 세계 언론은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길 한 달.
하늘 높이 자라난 나무가 성장이 멈추는 날, 재앙이 시작되었다.
나무를 중심으로 오크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기존의 C+에서 C-를 오가던 등급이 아닌, B-등급에 해당하는 강함을 지니고 있었다.
사하라 사막을 영토로 두고 있는 국가들은 난리가 날 수밖에 없었고, 성장한 나무에서 끝없이 밀려드는 몬스터를 상대하면서 주변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이 모든 원흉으로 지목된 나무를 제거하기 위해 대대적인 폭격을 가했다.
결과는 대실패. 미사일 세례를 받은 나무는 쓰러졌으나, 그 자리를 채운 것은 더 많은 숫자였다.
그곳에서 오크를 비롯한 고블린, 놀과 같은 하급으로 분류된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으나 사막에 숲이 형성되면서 트롤과 같은 중형 몬스터도 등장했다. 그리고 몬스터의 공격을 견뎌내지 못한 수단은 남수단에 이어 국토 대부분이 휩쓸리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파죽지세.
기존보다 훨씬 강한 몬스터 군단의 압도적인 위용 아래 아프리카 국가들은 몸을 사리면서 국제 능력자 연맹에 도움을 요청했다.
수석의장 김기정은 즉시 각국에 능력자 차출을 요청하면서 나무로 뒤덮이고 있는 사하라 사막의 변화를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동조한 각국은 능력자 부대를 편성하는 한편, 자국에도 그런 일이 발생할까 싶어 예의 주시하는 행동을 보였다.
“변화는 일어난 건가.”
표정을 굳힌 준성이 중얼거렸다. 사하라 사막에서 일어난 현상은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 없지만 마법사인 그에게 있어 범상치 않은 일에 해당했다.
아무런 영양 공급원이 없음에도 나무는 빠른 속도로 자라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는 건 여러 가지 사실을 의미했다.
이 변화가 비단 사하라 사막에서만 일어나면 상관은 없다. 하지만 이게 시작이라면? 인류는 다시 한 번 거대한 변화에 대비해야 했다.
고민을 거듭하는 그의 감각을 파고들고 누군가의 기척이 감지되었다.
품고 있는 기운의 성질을 살펴보면 신족이었다. 범상치 않은 느낌에 준성이 미간을 모을 무렵, 다급한 이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준! 큰일이에요.”
“신족 때문에 그래?”
“네! 지금 준을 만나고 싶어 해요.”
“그게 왜? 데려오면 되잖아.”
적으로 돌아섰지만 대화를 원한다면 못 할 것도 없었다. 그 자리에서 원하는 걸 얻어내는 게 준성이 가장 잘하는 일 중 하나였으니까.
“모습을 드러낸 신족이 자신의 이름을 테라라고 했어요.”
난데없는 보스의 등장이었다. 표정을 굳혔던 준성은 이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최대 난적이 될 수 있는 테라가 적진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에 나타났다면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은 훨씬 많아진다.
“……안으로 데리고 와. 정중히.”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