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Mage RAW novel - Chapter (244)
제124장 강제 협약
웅성웅성.
갑작스러운 기자회견 소식에 기자들은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모여들었다.
“대체 뭐야?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알아?”
“나도 몰라! 갑자기 기자회견을 한다기에 온 거라고.”
무슨 내용인지, 어떤 의도인지 알지 못했지만 몰려든 것은 금탑이라는 이름과 그들의 기자회견이 어떤 이유로 이뤄진 건지 대략 짐작을 했기 때문이다.
현재 불거지고 있는 센가쿠 열도에 관한 금탑의 입장 표명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었다.
과연 금탑은 어디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이에 대해서 각지에서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았다.
가장 먼저 MP Trade를 설치한 일본의 손을 들어줄 수도 있고, 세계 최대 인구 보유국이자, 향후 MP Trade의 가장 큰 시장으로 떠오를 중국으로 무게추가 기울 거란 전망도 있었던 것이다.
분명한 건 어느 곳을 선택하더라도 다른 한 곳과 관계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걸 감안하지 않으면 어느 결정도 내릴 수가 없었다.
“안녕하세요, 강이나예요.”
금탑 측에서 준비한 회견장에는 삼백여 명에 달하는 기자들이 모였다. 국내 기자가 압도적이지만 백 명 정도는 외국에서 온 기자였다.
그들은 이나가 등장하기 무섭게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찰칵! 찰칵찰칵!
간단하게 포즈를 잡고 촬영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이나가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허공에 푸른 마나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아름다운 물결을 만들어 내자, 기자들은 저마다 사진 찍는 것을 그만두고 그녀의 손길에 집중했다.
“오늘 이 자리에 여러분들을 초대한 것은 짐작하셨다시피 금탑의 입장을 밝히기 위함이에요. 현재 중국과 일본의 영토 분쟁으로 인해 신경이 곤두서 있죠? 이 부분에 대해 우리 탑주님께서 내린 결정을 보여 주실 거예요.”
우우웅!
이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나 공명음이 울려 퍼지는가 싶더니, 거대한 영상이 이나 옆에 불쑥 생겨났다. 족히 삼백 인치에 달하는 이 영상에 하늘 위에 떠 있는 준성의 모습이 드러났다.
“오오오!”
예상을 초월한 장면에 기자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마법이란 것이 대단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 정도 수준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탑주님은 중국과 일본의 분쟁을 보며 많은 고민을 하셨어요. 기자분들도 알다시피 양국은 금탑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고, 현재 조성된 MP Trade로 필요한 부분을 얻고 있어요. 어느 누구의 손을 들어줄 수 없었기에 그동안 고민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오늘 장고 끝에 탑주님은 결정을 내리셨어요.”
이나의 신호에 허공에 떠 있던 준성이 앞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은은한 푸른빛이 서려 있는 눈동자와 마주하는 순간, 기자들은 저마다 영혼을 빼앗기는 느낌에 흠칫 몸을 떨었다.
[반갑습니다, 금탑주 김준성입니다.]준성은 담담한 어조로 자기소개를 했다. 이곳에 모인 누구도 그의 정체를 모르는 이는 없었으나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이게 한 건 제 결정을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지금 제가 있는 이곳은 센가쿠 열도에 생겨난 새로운 섬입니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준성 밑에 있는 섬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무가 빼곡히 들어차 있어 안을 살펴볼 수 없었지만 요즘 가장 핫한 이곳을 모를 리 없었다.
[개인적으로 중국과 일본의 영토 분쟁에 대해 유감을 표하는 바입니다. 양국은 극복해 내지 못한 감정의 골이 존재하고, 그것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을 때에 비로소 평화가 찾아오겠지요. 개인적으로 서로 친하게 지내길 원하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섬으로 인해 그 감정이 겉으로 표출되고 있습니다.]대체 그가 말하려는 바가 무엇이란 말인가?
알쏭달쏭한 표정이 기자들의 얼굴에 떠올랐다.
[많은 분들의 말을 듣고, 중국과 일본의 입장도 들어보았지만 어느 것도 결정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제 생각이 미친 부분은 간단합니다. 이 섬 때문에 지금의 분쟁이 일어나는 거라고. 서로 힘을 합쳐도 모자란 상황에서 이 섬이 인류의 평화에 큰 위해를 가하지 않을까? 이 생각이 들었죠.]“지금 저 말이 뭐야?”
“서, 설마…….”
눈치 빠른 기자 몇몇은 준성의 말에 서린 심상치 않은 의미를 알아차리고 두 눈을 크게 떴다.
섬 자체가 문제가 된다는 말과 중국, 일본의 이익보다 인류의 평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준성의 말은 그가 무슨 결정을 내렸는지 파악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저는 인류의 평화를 위해 이 섬을 없앨 생각입니다. 다행히 제 결정을 알아차린 사람들은 모두 피신한 상태입니다. 몬스터 수천 마리가 있지만 이 정도 수고는 아무것도 아니니 안심하시길.]파아앗!
양손을 뻗은 준성의 주변으로 붉은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동시에 손안에서 휘몰아치던 마나가 불꽃으로 변해 갔다.
1m, 2m, 3m…… 10m, 20m, 30m.
붉은 구의 지름이 끊임없이 커져 가자 기자들의 눈에도 경악이 서렸다.
마치 작은 태양이 준성의 두 손에서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던 것이다.
영상 너머였지만 그 열기가 이곳까지 전해지는 듯했다.
두 손을 들어 붉은 구를 위로 들어 보인 준성은 팔을 휘둘러 아래로 내던졌다.
붉은 구는 느릿하게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기자들의 눈에 생생하게 잡힌 것은 붉은 구에 닿지 않았음에도 나뭇잎이 타들어 가고, 나무 기둥이 통째로 녹아 버리는 광경이었다.
콰아아앙!
폭발이 일어나는 순간, 화면 앵글은 섬 전체를 잡고 있었다. 중심부에서 붉은 구가 사라지는가 싶더니 섬 전역에 퍼져 나갔고, 강렬한 폭발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섬 전체가 파괴되어 갔다.
쏴아아아!
섬이 소멸하면서 만들어 낸 힘의 여파는 해일을 일으켰지만 보이지 않는 장막에 가로막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섬 하나가 사라지는 걸 본 기자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새로 생겨난 섬의 크기는 결코 작지 않았다. 이만한 섬을 소멸시킬 정도라면 금탑주의 무위는 한 국가를 멸망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봐야 했다.
“우리 금탑은 중국과 일본, 양국 중 한 곳과 사이가 틀어지는 것보다 모두와 틀어지는 걸 선택했습니다.”
[양국의 영토 분쟁이 벌어지는 곳에 섬이 등장한 것은 다시 세력을 확장하고자 하는 신족의 음모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인류가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그것으로 영상은 끝났다. 이나도 마무리를 하는 가운데, 기자들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것은 하나였다.
‘특종이다!’
전 세계를 뒤흔들 만한 소식이었다.
세계가 들썩였다.
중국과 일본의 영토 분쟁을 놓고 금탑이 어떤 결정을 했는지 눈앞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던 것이다.
어느 한 곳도 선택할 수 없다며 섬 전체를 소멸시켰다. 신기하게도 폭발의 여파는 어느 곳에 미치지도 않았고, 말 그대로 섬만 사라졌다.
이것은 중국과 일본의 분쟁거리를 없애 버린 것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무력시위이기도 했다.
그동안 금탑을 비판하거나 그들의 힘을 의심했던 자들은 섬 하나를 어렵지 않게 소멸시키는 행동에 긴장하며 위축되어야만 했다.
“이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
“역시 준이 최고야. 짜릿한 선택이었어요.”
“나도 마찬가지야. 서방이 이렇게 막 나갈 줄은 몰랐네?”
이나와 세희는 준성의 선택에 찬사를 보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금탑의 위용과 중국, 일본 양국에 경고를 보내는 절묘한 한 수였다.
그로 인해 섬 하나를 소멸시켜야 했지만 앞으로 바뀔 세계정세를 생각하면 금탑의 입지를 단단하게 다져 놓았다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다음에도 비슷한 일이 생길 수 있잖아요? 그건 어떻게 하려고요?”
중국과 일본이 금탑의 입김이 강력하게 닿아서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문제는 다른 국가들이었다.
MP Trade도 없는 곳에 금탑이 개입하면 결코 좋은 말이 나올 수 없을 것이다.
“다 대비를 해놨지.”
이나의 의문에 준성은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며칠 뒤, 다시 한 번 세계를 들썩이게 만드는 소식이 있었다.
세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제 능력자 연맹과 UN, 금탑이 공동서명을 발표한 것이다.
[우리는 새로 생겨나는 모든 영토를 국제 능력자 연맹 소속으로 하며, 그곳의 관리는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국가가 하게끔 할 것이다!]이와 같은 내용은 앞으로 발생할 모든 분란을 잠재우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
그동안 새롭게 생겨난 산이나 지형 등은 해당 국가에서 소유했다.
이 부분까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갑자기 바다에서 섬이 떠오르면 중국, 일본의 영토 분쟁과 같은 사건이 벌어지지 않으리란 법은 없었다.
이에 대해 국제 능력자 연맹, UN, 금탑은 새로 생겨난 영토를 국제 능력자 연맹으로 돌리되, 관리권을 해당국에게 위임하는 안건을 제출했다. 그리고 각 국 정부와 A.O. 본부의 의사를 타진했다.
다시 한 번 커다란 진통이 일어날 문제였지만 시작된 표결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세계 모든 곳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법률이 만들어졌다.
그 이유는 금탑의 강력한 무력시위와 언제 사하라 밀림과 같은 사건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 그리고 국제 능력자 연맹과 UN의 합류에 있었다.
공개적으로 이루어진 투표에서 거절하면 밉보이게 되는 건 당연했고, 더 나은 대안을 제출하라는 그들의 압박을 견뎌내기 힘들다는 점도 존재했다.
머리가 돌아가는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이 금탑의 주도로 이루어졌다는 걸 알아차렸다.
국제 능력자 연맹의 수석의장 김기정은 김준성과 친한 사이고, UN은 미국의 강력한 입김이 작용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 A.O. 본부장 더글라스는 대통령 칼 리빙스턴과 비슷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고 김준성을 후원자로 두고 있었다.
커다란 틀의 공동 법안은 통과되었지만 세부적으로 조율할 사안은 많았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각자의 입장이 들어가는 만큼, 아직 극복해야 할 문제는 많아 보였다.
“어때요? 어떤 위기가 닥치더라도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죠?”
“…….”
헤스티아의 질문에 테라는 긍정도 부정도 표현하지 않았다.
차원이 하나로 합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일본의 영토 분쟁은 신족이 파고들 수 있는 요소가 존재했다. 하지만 준성은 무력시위를 통해 이 모든 걸 말끔하게 잠재우는 데 성공했다.
“이대로 상황이 흘러가면 우리가 불리해질 텐데, 테라의 생각은 어떤가요.”
“맞아, 네가 눈여겨본 인간은 우리에게 쉽사리 기회를 허용하지 않을 것 같군.”
“그럼…….”
“그에게 정식으로 제안을 해야겠어. 우리만의 힘으로 부족한 점이 많으니까.”
아득히 먼 옛날, 신족의 힘으로 차원을 갈라놓는 데 성공했지만 지금에 이르러 쌓여 버린 여파가 지구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이대로 차원이 합쳐지게 되면 세계는 엉망진창이 되고 만다.
그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게 테라였고, 다른 신족들도 알게 되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들이 얻고자 하는 세계는 온전한 형태의 것이지, 망가진 세계가 아니었다.
“그가 가능할 거라고 보나요?”
“그동안 보여준 모습을 생각하면 불가능하지도 않아 보여.”
“그럼 이곳의 신은?”
“역시 도움을 요청해야겠지. 여러 가지 착각하고 있는 점이 많아 보이지만 신의 힘은 필요하니까.”
“어려운 문제들이 많군요.”
“멸망을 피하고 얻은 상흔이야. 그걸 어떻게 극복할지는 우리의 역할에 달렸지.”
의미 모를 말을 남긴 테라가 몸을 돌려 자리를 벗어났다. 그 뒷모습을 지켜보던 헤스티아도 나직이 고개를 끄덕이고 뒤를 따랐다.
섬 하나를 제거해 버린 준성의 행동은 금탑의 무력시위로 비쳐졌고, 지각 변동에 의한 영토 분쟁도 수월하게 해결되었다.
민감한 곳에서 문제가 터지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게 금탑이었고, 국제 능력자 연맹의 중재 아래 반강제적으로 타협을 해야만 했다.
강압적인 방법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준성은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모든 국가의 사정을 봐주게 된다면 저마다 자신의 이익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갈등이 심화될 것임이 분명했던 것이다.
덕분에 금탑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꽤 많아졌지만 강력한 무력 앞에 목소리가 밖으로 흘러나오는 경우는 없었다.
그러한 상황은 준성에게 만족스러웠고, 세계 평화를 지향하는 김기정의 정책과도 일치했다.
“확실히 이건 나쁘지 않은데?”
얼마 전에 도착한 제안서를 확인한 준성이 눈에 이채를 발했다.
“이런 게 있을 줄 몰랐네요.”
“자신들이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일 테지. 컨소시엄이라…….”
동유럽에서 들어온 제안서는 흥미를 잡아끌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단독으로 MP Trade를 설치하는 것이 어렵다고 여긴 발트 3국,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가 컨소시엄을 결정하여 금탑에 제안을 넣었던 것이다.
흥미로운 제안이고, 내심 규모가 작은 국가에서 이러한 형태를 이뤄서 다가오길 기다리고 있었기에 반가운 마음까지 들었다.
“확실히 준의 입장에서 컨소시엄이 편하겠어요.”
“내 의도가 어떤지 알아차린 거야?”
짐짓 모르는 척하며 준성이 되물었지만 가늘게 눈을 뜬 이나가 준성을 밀어붙였다.
“뻔하잖아요.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으니까 귀찮아서 그런 거죠?”
“……알고 있었어?”
“예전에도 그랬잖아요. 다른 국가들이 국경에서 계속 전투를 벌이니까 복잡하게 생각하기 싫어서 아예 이해관계로 묶어버린 걸. 효율 면에서도 어느 정도 검증이 되었으니 준의 입장에서 그게 편하긴 하겠죠.”
이나에게서 이런 말이 흘러나올 줄 몰랐기에 준성은 적잖이 감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큰 국가나 영향력이 강한 국가가 아니면 컨소시엄이 편하긴 해. 그들의 이해관계를 일일이 내가 조율하는 건 심력 낭비니까. 그래서 자신들 외교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도록 두고, MP Trade라는 미끼로 협력하는 형태를 만들려고 해. 그러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사소한 시비 정도는 알아서 해결할 테니까.”
무력시위 뒤에 숨어 있는 의도가 바로 이것이었다.
당장 지구로 건너온 신족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도 인류는 하나로 뭉쳐야 했다. 하지만 인간의 속성을 감안하면 힘을 합친다는 개념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도 없는 일이기에 준성이 의도한 것은 금탑의 강력한 무력이라는 채찍과 MP Trade라는 당근이었다.
이 둘이 조화되면 분쟁의 여지를 미연에 차단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의도는 성공적으로 맞아떨어지고 있었다.
“발트 3국은 북유럽과 동유럽으로 진출하는 교두보가 될 수 있어. 정답을 가지고 온 이들에게 상을 주는 건 당연한 일이지.”
발트 3국은 금탑 입장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곧장 결정을 내리는 이유는 간단했다.
“다른 국가들도 컨소시엄을 구성하게 만들려는 거죠?”
“하하! 이제 이나 앞에서 비밀은 없겠어.”
분쟁 따위는 멈추고 이웃 국가끼리 힘을 합치게 만들려는 의도가 들통 나자 준성은 유쾌하게 웃었다.
무력시위 이후, 금탑과 인연이 있는 이들은 이전보다 더 돈독하게 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을 기울였다.
독일도 그중 한 곳이었다.
유럽의 국가 중 유일하게 금탑의 혈맹으로 올라선 독일은 EU 내에서도 확고한 맹주의 자리를 굳힐 수 있었다. 이는 유럽 전역에 독일의 말을 무시할 수 있는 국가가 없다는 걸 의미했다.
그럼에도 모니카 총리는 금탑과 좀 더 돈독한 관계를 맺고 싶어 했다.
그중 하나가 슈퍼스타로 대접했던 이나와 친분이었고, A.O. 본부장인 미하엘을 이용하고자 했다.
완전히 독립된 기관이 수장이었지만 같은 동네 옆집 살던 누나의 권위를 내세우며 밀어붙이는 모니카 총리의 등쌀에 미하엘은 방한을 결정하게 되었다.
전용기를 타고 모습을 드러낸 그를 마중하고자 이나가 직접 움직였다.
“오랜만이에요.”
“오랜만이네.”
“이곳에 직접 오실 줄은 몰랐네요. 보나마나 총리님의 생각인 것 같지만.”
“꼼짝없이 붙들리고 말았지. 거부하려고 해도 더 강해지고 나서 그런 말을 하라고 했으니까.”
“대충 제가 생각한 게 맞나 보군요.”
“흠! 인간이 더 강해지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건 당연하니 좋게 봐주게.”
“제가 결정할 사안은 아니라서요. 우리 탑주님에게 말을 잘 해보면 될 거예요.”
모니카 총리와 미하엘을 비롯한 독일 사람들은 이나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기에 그녀 또한 속내를 드러내는 미하엘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그래도 주의해야 할 점들은 있지 않은가?”
한 차례 보았지만 그사이 많은 일이 일어났고, 독일은 금탑에게 잘 보여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그래서 준성을 대함에 있어 실수를 저지르지 않고자 했다.
“있죠, 사실 아주 많아요.”
한 번 터지기 시작한 이나의 말은 끝없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준성 앞에서 주의해야 할 점들부터 시작해서, 무엇을 좋아하는지 관해서였다.
그 말은 금탑에 도착할 때까지 이어졌다.
결국 이나의 조언은 한 줄로 요약이 가능했다.
“그러니 예의만 차린다면 크게 문제가 될 점은 없어요.”
“주의하지.”
그렇게 금탑 안으로 들어선 미하엘은 준성과 마주할 수 있었다.
별다를 것 없는 동양 청년이었지만 그와 마주하는 순간 미하엘은 몸이 뻣뻣하게 굳어가는 걸 느꼈다. 자신의 의지와 별개로 내부의 힘이 들끓기 시작했던 것이다. 멈추려고 용을 써봤지만 개의치 않고 움직이던 힘은 어느 순간 잔잔하게 가라앉았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미하엘은 표정을 굳히며 준성을 바라보았다.
‘역시 적응이 안 되는군.’
“금탑주 김준성입니다.”
“간만에 뵙습니다.”
한참 어린 청년이었지만 미하엘은 처음과 동일하게 자신을 정중하게 소개를 했다.
“독일 A.O. 본부장님이 직접 방문하실 줄 몰랐습니다.”
“총리의 간곡한 부탁도 있고, 금탑에 다시 한 번 찾아오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양국의 관계를 좀 더 돈독하게 만들기 위한 외교적인 의미도 있고.”
“독일 총리님과 친분이 두텁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공적으로 해야 할 일이 많으실 텐데 사적으로 부탁을 받으면 굉장히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하라면 해야지 별수 있겠습니까? 안 그래도 금탑의 도움을 받은 게 많기에 감사의 인사를 하려고 생각 중이었습니다.”
“다행입니다.”
준성과 미하엘은 용건을 꺼내지 않고 간단한 신변잡기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다.
“총리께서는 대한민국보다 금탑과 관계를 더 돈독하게 가져가고 싶어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금탑주의 생각은 어떤지?”
“그리 나쁜 발상은 아니지만 대한민국 정부를 무시할 생각은 없습니다. 우리를 존중하는 만큼 그곳도 존중해 주시면 됩니다.”
“그거라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도 MP Trade 평균 최대 거래량을 지닌 대한민국의 비법을 배우고 싶으니 말이죠.”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입니다. 물론 비법을 터득한 사람들도 있으니 그건 독일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요.”
뒤로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사실상 수락이었다. 급격한 관계 진전을 이뤄내지는 못했지만 연결 끈을 유지했기에 미하엘은 적잖이 안도한 표정이었다.
“그럼 양국과 관계가 돈독해지기 위해서는 더 많은 교류를 해야겠군요. 좀 더 자주 왔다갔다 해야 할 것 같고.”
“그래야겠지요.”
“만약 독일과 대한민국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문이 있다면 어떨까요?”
“분명 큰 변화가 일어날 겁니다. 그런데 그걸 왜……?”
“제게 그걸 해낼 수 있는 비법이 있습니다.”
미하엘의 방문 요청을 받아들인 준성은 의도한 바를 꺼내 들기 시작했다.
워프 게이트의 등장!
독일로 돌아간 미하엘이 금탑주에게 들은 내용이 퍼져 나가면서 세계에는 다시 한 번 경악이 휘몰아쳤다.
능력자들을 비롯하여 금탑의 마법사가 공간 이동을 시전할 수 있다는 걸 일반인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평생 겪어볼 수 없는 것이 바로 공간 이동이기도 했다.
꿈과 같은 이야기고, 현실성이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워프 게이트를 설치하면 일정 시간 동안 양국을 마치 옆집처럼 왕래할 수 있다는 사실은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준성은 미하엘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워프 게이트에 대한 두 가지 전제를 깔아두었는데, 첫째는 MP Trade가 설치된 국가여야 하고, 둘째는 양국 정부의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 내용이 알려지자, 대한민국 내에서 찬성과 반대가 팽팽하게 맞서기 시작했다.
찬성 측은 워프 게이트를 통해 독일과 관계를 강화, 국가의 경쟁력을 기르자는 방향이었고, 반대 측은 워프 게이트에 대한 안정성과 가능하다는 확신이 없어서였다.
“별수 없나.”
만만치 않은 진통이 일어나는 걸 보며 준성은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지 않았다.
워프 게이트는 결국 세계 곳곳에 세워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막무가내식으로 밀어붙이지 않은 이유는 워프 게이트가 물류 수송에 대한 혁명을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대한민국에서 독일까지 1분도 걸리지 않고 이동할 수 있다면 그곳으로 움직이는 비행기는 소용이 없게 된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양국 교류도 워프 게이트로 이루어질 수 있으니 세계의 판도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이런저런 말이 나오더라도 워프 게이트는 설치될 것이다. 다만 자신이 직접 나서면 금탑의 독주를 우려한 세력이 우후죽순 생겨날 테니 독일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워프 게이트의 효용성을 알아차린다면 각 국에서도 알아서 이해관계를 조율한 뒤 설치 문의를 하게 될 것이다.
“당분간 소란을 피해 침묵해 볼까.”
논란의 불씨를 던져 준 채 준성은 뒤로 물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다.
지구 신이 머무는 올림푸스는 지구에 형성된 가상의 공간이다.
신의 권능을 온전히 발현할 수 있게 구성된 공간에서 전지전능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파직! 파지직!
“누가 감히…….”
자신의 영역인 이곳을 파고드는 한 줄기 힘을 감지한 지구 신의 안색이 불편해졌다.
인간이되 신의 반열에 올라선 김준성은 이렇게 대담한 행동을 보이지 않는 걸 알고 있다.
지구 신의 생각대로 올림푸스 안으로 들어서는 힘의 파장은 김준성의 것과 사뭇 달랐다.
자신과 거의 흡사하면서 한편으로는 인위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힘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차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곳에 모습을 드러낼 줄 몰랐군, 불청객.”
“할 이야기가 있는데, 잠시 괜찮을까.”
올림푸스 안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테라와 그를 따르는 대신족들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