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Mage RAW novel - Chapter (250)
14권
제30장 새1로운 문명, 아틀란티스
새로운 대륙의 등장.
대서양 한복판에 나타난 거대한 대륙의 존재는 세계를 들썩이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동안 시선을 잡아당기던 신대륙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 크기는 북아프리카와 서아시아를 합친 만한 크기였는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설 속에 가려져 있던 이름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아틀란티스.
먼 고대에 회자되어 존재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을 일으키던 대륙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헤라클레스의 기둥’이라 부르던 지브롤터 해협 저편에 존재하던 이곳은 고대시대 백만이 넘는 대군과 이십만에 달하는 해군을 보유한 초강대국으로 묘사되었다.
그 실체가 드러나자, 사람들은 열광했고 신대륙에 대해 알고자 하는 열망을 드러냈다.
하지만 사람들이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신대륙의 존재, 그것밖에 없었다.
아틀란티스 대륙 주변은 순백의 얼음이 가득했는데, 그 높이가 수십 미터에 달할 정도였으며 대서양 절반이 얼어 있었다.
기이하게 날씨가 따뜻했음에도 얼음은 녹지 않았고, 대륙 전체는 보이지 않는 기류가 흐르고 있어 전자기기의 촬영을 가로막았다.
위성조차 꿰뚫어 볼 수 없을 만큼 강대한 힘이 응집되어 있어 신대륙의 존재를 파악하는 데 실패했고, 그에 따라 호기심이 점점 커져 가고 있었다.
“저 대륙이 아틀란티스라고요?”
전혀 뜻밖의 등장에 이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차원 너머에 대륙이 존재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신대륙일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나도 몰랐어. 신족과 다른 종족이 살아가는 대륙이 아틀란티스일 줄은.”
“정말 소문대로 굉장한 문명을 이루고 있어요?”
“도시 몇 곳밖에 살펴보지 않아서 몰라. 그때는 아틀란티스인 걸 모르고 단편적으로 살펴보는 것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차원 이동을 하면서 아틀란티스 대륙은 이전과는 다른 형태를 하고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미처 파악하지 못하기도 했었다.
“사람들이 신대륙에 대해서 알아내려고 애를 쓰던데, 어떻게 할 거예요?”
“일단은 최대한 감출 생각이야.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얼음과 포스의 장벽을 당분간 꿰뚫어 볼 수 없을 테니까.”
“언제까지요?”
“먼저 정보를 얻을 때까지 지켜봐야겠지.”
안 그래도 벌써부터 준성에게 문의가 빗발치고 있는 중이었다.
신대륙의 등장, 그리고 아틀란티스 문명에 신족과 연관성 등이 거론되면서 금탑이 이곳 소속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었다.
어느 정도 선에서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아틀란티스 대륙을 최대한 감추고 자세한 정보를 얻어낼 생각이었다.
“정보는 어떻게 얻으려고요?”
“잠입을 해야지.”
“누구랑요?”
“이나랑?”
“완전 좋아요!”
활짝 웃은 이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수락을 표했다.
아틀란티스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세계 각지의 단체가 바쁘게 움직였다.
기존에 준성과 친분 있는 단체들의 문의는 물론, 대한민국 A.O. 본부의 경우에는 박근태가 직접 찾아와 신대륙의 정보를 얻고자 했다.
“정말 어렵나?”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도 단호한 준성의 대답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평소 친분을 유지하고 가까운 거리를 이용해서 아틀란티스에 대한 지분을 조금이라도 차지하고 싶었지만 상대는 만만치 않았다.
“어쩔 수 없군, 약간의 힌트도 어렵나?”
“예, 개별적으로 알아보려는 시도를 해봤을 텐데, 아닙니까?”
“해봤지. 인공위성을 이용해서 촬영까지 시도했지만 대륙의 형태만 드러나고 안의 모습은 보이지 않더군. 왜 그런지 아는가?”
“아마 포스 때문일 겁니다.”
“포스?”
“아틀란티스는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포스가 집약된 곳입니다. 기존의 MP Trade가 설치된 곳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농축된 힘이 존재하고 있기에 전자기기의 기능으로 알아내는 것이 어려울 겁니다.”
“그렇군.”
박근태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 자리에서 정보를 알아내면 김기정에게 전달하고, 국제 능력자 연맹에서 세계 각지에 정보를 퍼뜨릴 터였다.
“그럼 대륙의 진입하는 건 어떤가?”
모르는 척 물어보았지만, 준성은 묘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이미 몇 차례 시도를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 적이 없는데.”
“다른 국가를 말하는 겁니다. 남미 몇몇 국가는 잠입을 시도했었습니다.”
“그래서 결과는?”
“실패입니다. 잠입한 자들 모두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허어!”
대한민국에서도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는 부분이긴 했으나 벌써 시도한 국가가 있고, 준성이 모두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런데 모두 실패했을 줄이야.
“인류는 새로운 문명과 조우할 준비를 갖춰야 합니다. 아틀란티스 대륙은 신족의 지배 아래 놓인 곳이고,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답게 그들은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곳을 정복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가볍게 여기다가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인류가 패배할 거라 생각하나?”
“금탑의 도움이 없는 한, 인류가 승리할 길은 없습니다.”
“…….”
단호한 대답에 박근태는 한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럼에도 적어도 한 가지 사실만은 깨달을 수 있었다.
준성이 이렇게 말한 이상, 어설프게 아틀란티스 대륙을 노리는 행동은 용납되지 않을 것을 말이다.
“너무 센 도발 아니야?”
박근태가 돌아가고, 준성의 뒤로 세희가 나타났다.
“그렇게 느꼈어? 난 경고라고 생각했는데.”
“잘도 인간들이 그걸 경고라고 느끼겠네. 서방의 말에 위협을 느꼈어도 이득이 될 거라 판단이 서면 달려드는 게 인간들이야.”
“그렇긴 하지만 조금 자중하길 바라는 마음은 있어. 지금 상황에서 인간이 먼저 달려들면 신족들이 달려들 수 있는 명분만 주게 되니까.”
신족들이 명분에 얽매이지 않는 것은 알고 있지만 변명거리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문제의 소지가 있는 건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건가.”
“인간이라고 주장하기에는 너무 먼 길을 왔잖아?”
“그렇지, 너무 먼 길을 오긴 했어.”
세희의 말에 위화감을 느낀 준성이 중얼거리자, 즉각 대답이 흘러나왔다. 쓴웃음을 지은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아틀란티스 대륙이 등장한 이상 금탑, 신족, 지구 신, 악마 신으로 이어지는 사각동맹은 깨져 버렸고, 언제라도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만 남아 있었다.
“지구 신은 제거하지 않을 거야?”
“기회를 놓쳤다고 해야 하나? 아틀란티스 대륙을 보고 너무 놀라 버려서…….”
고개를 좌우로 저은 준성은 절호의 기회를 놓친 걸 안타까워했다. 신대륙이 등장할 때 계획대로 움직였다면 지구 신을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었을 텐데 허망하게 놓쳐 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틀란티스 대륙의 등장으로 인해 거대한 해일이 일어나면서 신언을 시전할 수밖에 없었고, 거대한 힘의 소모로 인해 지구 신을 공략할 여지가 없었다.
“일단 아틀란티스 대륙을 파악하는 게 먼저야. 대륙의 등장이 인간 세계에 끼칠 영향을 알아둬야 하니까. 신족과 별개로 그곳의 문명은 우리와 우호적인 관계를 설정할 수도 있어.”
“순진한 발상이라고 봐. 신족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없으면 결정적인 순간 배신할걸?”
“그래서 나와 준이 아틀란티스 대륙을 탐사할 수밖에 없죠.”
둘 사이로 끼어든 이나가 의기양양한 어조로 대답했다. 멈칫한 세희는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둘이서 데이트를 즐기려고 한다는 걸 알아차리고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럼 나도 같이 가면 되겠네.”
“미안, 그건 안 돼.”
“왜, 왜?”
“세희는 신의 반열에 올라서 신족의 감시망에 벗어날 수 없어. 그러니 이곳에 머물면서 신족의 동태를 살펴줘야 돼.”
“이런 말도 안 되는…….”
망연한 표정을 지은 세희가 이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신의 반열에 올랐기에 강력한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었지만 반대로 그 존재감을 지우는 건 불가능해진 것이다.
따라서 아틀란티스 대륙 잠입 작전에는 참여할 수 없는 몸이었다.
“나랑 준이 잘 다녀올 테니 언니는 집을 잘 지켜줘요. 그게 더 중요할 수 있어요. 맞죠?”
“부탁할게.”
“…….”
세희는 오랜만에 패배감을 느꼈다.
“아틀란티스 대륙에 잠입하려면 우선 몇 가지 전제가 있어.”
“뭔데요?”
“첫 번째는 평범한 부부 역할을 소화해야 하는 거야.”
“그거야 크게 문제될 건 없잖아요? 누가 봐도 우리는 부부인데요?”
고개를 살짝 어깨에 기대면서 이나가 대답했지만 준성은 즉시 부인했다.
“유난을 떨면 안 된다는 거야.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덤덤해진 연인 관계라는 의미지. 그게 가장 의심을 피하기 좋으니까.”
“칫! 그리고요?”
“가장 중요한 건데 외모를 살짝 조정하는 거야.”
“마법으로 하면 쉽잖아요?”
이나가 당연하다는 듯 반문했지만 준성은 고개를 저었다.
“마나를 기반으로 하는 마법은 포스가 가득한 아틀란티스 대륙에서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그래서 최대한 가능성을 줄이려면 포스를 기반으로 마법을 펼쳐야 돼. 그래서 이걸 준비했어.”
“트랜스포메이션이죠?”
“마나가 아닌 포스 기반으로 펼쳐지는 거야. 그러기 위해서는 나나 이나의 몸에 포스가 깃들어야 돼. 그래야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을 테니까.”
“알았어요.”
이미 순수한 마나가 깃든 육체에 가공된 포스를 받아들이는 건 유쾌하지 않았지만 잠입을 위해 필수적인 아이템이기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살피려는 건 아틀란티스 대륙의 전반적인 분위기야. 그걸 파악하기 위해서 인간들이 살고 있는 도시로 진입할 거야. 최대한 조용히 다녀야 할 테니 반응에 주의하도록 해줘.”
“알았어요. 그런데 이 부분은 시크릿 코드한테 물어보면 되지 않아요?”
아리스턴과 멜리사, 자예프는 아틀란티스 대륙에서 넘어온 존재였다. 필요한 정보는 그들에게 얻으면 되는 일이었지만 준성은 고개를 저어 보였다.
“우선 우리가 살펴보고 나서.”
“왜요?”
“아직 그들이 신족의 하수인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없으니까.”
신족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지만 그들의 정보를 온전히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준성의 생각이었다.
그들과 밀접한 관련을 맺은 대한민국 A.O. 본부가 준성에게 정보를 얻으려고 오는 것 자체가 그걸 반증하고 있었다.
“그럼 갈까?”
“전 좋아요.”
시선을 마주한 둘은 아틀란티스 대륙의 탐사를 위해 움직였다.
순백의 얼음을 지나 아틀란티스 대륙 안으로 들어선 준성과 이나는 숨이 턱 막혀 올 만큼 짙은 포스와 대면할 수 있었다.
“이것도 기분이 별로 안 좋은데요?”
“그리 좋게 느껴질 리가 없지. 우리는 포스가 아니라 마나를 활용하니까.”
대륙 안으로 진입한 준성과 이나의 기세는 빠른 속도로 자취를 감췄다. 겉으로 기세를 드러내면 신족이 눈치챌지 모르는 일이기에 준성과 이나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어디로 가보려고요?”
“차원을 넘으면서 몇 번 눈여겨본 곳이 있어. 그때는 평범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라 여겼을 뿐인데, 이번에 자세히 살펴보려고.”
이미 두 차례 아틀란티스 대륙 내 도시를 들른 적이 있지만 이곳이 문명 아틀란티스라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다. 문명의 특성이 드러나지 않았기에 다시 찾는 의미가 불분명했지만 그렇다고 시크릿 코드의 정보에 의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둘은 자연스럽게 대륙에 조성된 도시로 스며들었다. 북아프리카, 서아시아를 합친 거대한 크기와 다르게 도시 면적은 그리 크지 않았다.
준성과 이나는 목표했던 곳에 도착했다. 은밀하게 잠입을 한 그들은 시장으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문명 상태는 우리가 살던 곳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요?”
배수 시설이 잘 되어 있고, 청결을 유지하고 있는 도시 상태를 제외하면 중세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을 믿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너무 발전된 문명은 곤란할 테니까. 신족의 존재와 드래곤, 이종족이 발전 형태를 막았겠지.”
과학의 편리함을 대신해 줄 수 있는 포스가 그 역할을 대신했을 확률이 높았다.
“이종족과 자연스럽게 섞인 건 다르지 않아?”
“그러네요.”
도시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이종족이 구분 없이 섞여 있으며, 그들 사이에 별다른 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인간, 엘프, 드워프, 수인족 등 다양한 종족이 오가는 거리는 준성과 이나에게 약간 신기한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 광경이 세상에 드러나면 얼마나 큰 여파를 끼칠지 짐작하기 힘들었다.
천천히 도시를 둘러보며 이런저런 품평을 할 무렵,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지더니, 갑옷을 차려입은 일단의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불시 검문이다!”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혼잡하던 시장은 삽시간에 고요해졌다. 모습을 드러낸 갑옷 무리는 흉흉한 눈길로 주변을 둘러보더니, 짧은 막대를 꺼내 들었다.
중앙에 박혀 있는 우윳빛 구체는 빛을 발하더니, 이내 주변을 뒤덮었다.
삑! 삑삑! 삐비빅!
“저곳이다!”
그들이 몸을 날린 곳에는 로브를 두른 인영이 서 있었다. 자신에게 달려들자, 로브인은 양손을 뻗는가 싶더니 이내 포스를 뭉쳐 던졌다.
꽈앙!
요란한 폭음과 함께 시장이 아수라장으로 바뀌었다.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로브인은 연이어 공격을 퍼부으면서 조금씩 뒤로 물러나며 퇴로를 확보하려고 했다.
맥을 못 추며 방패를 드는 기사들을 보곤 로브인이 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하하! 어리석은 녀석들!”
웃음과 함께 몸을 날리던 로브인의 생각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서걱!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후드를 쓴 목이 그대로 잘려 나간 것이다. 로브인을 베어 버린 건 우윳빛 포스 응집체였다. 뒤늦게 반응한 기사들은 모습을 드러낸 엘프를 보고 고개를 숙이며 외쳤다.
“단장님을 뵙습니다.”
“이 정도 녀석도 잡지 못하면 어쩌자는 건데? 그래서 이곳의 혼란을 수습할 수 있겠어?”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엘프의 목소리에 기사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윽고 그들을 데리고 자리를 떠나자, 로브인이 죽은 곳을 수습한 시장은 다시 떠들썩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숨어 있던 준성과 이나는 그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보고 있었다.
“왜 이런 형태의 사회가 성립하는지 알 것 같지?”
“네, 실력이 모든 걸 말해주네요.”
이종족이 자유롭게 뒤섞여서 지낼 수 있는 것은 철저한 실력 위주의 사회여서 그랬다.
강한 힘을 지닌 자가 높은 자리를 쟁취할 수 있으며, 그렇지 못한 자는 자연스럽게 따르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다.
권력을 쥐는 자는 그것을 함부로 휘두를 수 없도록 조치가 취해져 있다.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여러 방향으로 유추해 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곳에 오기 무섭게 아틀란티스 문명의 사회 구조를 알게 된 건 큰 수확이었다.
“좀 더 둘러보자.”
이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뒤를 따랐다.
준성과 이나는 약 열흘 동안 아틀란티스 대륙을 둘러보았다. 그동안 대륙에 있는 모든 도시를 둘러보았고, 그들이 어떻게 오랜 시간 동안 문명을 유지해 왔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신화와 크게 다르지 않네.”
사전에 정보를 습득하고 온 준성과 달리 이나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이런 형태는 처음 봐서 신기해요.”
“이 세계에 온 것보다?”
“그때는 아예 다른 세계라는 각오가 서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잖아요. 보이는 건 비슷한데 형태는 완전히 달라요.”
“완전히 다르긴 하지. 신족이 직접 개입해서 그런가?”
“그것도 한 몫 하는 것 같아요.”
이나가 수긍을 하는 이유는 그동안 둘러본 도시의 독특한 특성 때문에 그렇다.
아틀란티스 대륙에는 모두 열 개의 도시가 존재하며, 각 도시를 중심으로 수십 개의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 도시들은 일정 구역을 영토로 삼고 있으며, 제각기 현대 중앙정부와 흡사한 형태의 역할을 하며 주변 마을을 통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배 구조는 완전히 달랐는데, 인간을 비롯한 이종족은 저마다 신실한 신앙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그리고 각 도시마다 하나의 신을 믿고 있으며, 그들의 지침에 따라 도시를 운영했다.
이곳에서 나오는 열 명의 신은 바로 대신족이고, 실질적으로 도시를 지배하는 건 바로 신족이었다.
현대에서 살아온 준성이나 봉건주의 사회에서 살았던 이나가 이해할 수 없는 구조가 아닐 수 없었다.
“사람들은 미쳐 있어요. 어떻게 저런 얼토당토않은 명령에 반론을 하지 않고 따를 수 있죠?”
“그렇게 교육을 받고, 살아왔으니 그런 거야. 그들에게 이런 명령은 아무런 위화감이 없겠지.”
“그래도요. 저는 이해하기 힘들어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열흘 동안 열 개의 도시를 빠짐없이 둘러본 준성은 이나와 비슷한 생각이었다.
“이나는 어때, 아리스턴 등이 말하는 신족의 지배에 대해서?”
“뭐라고 말하기가 어려워요. 지배를 당하는 이들은 굉장히 편안해 보였거든요. 자주적으로 살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싶은 건 이해하지만 그것도 내부적으로 호응이 있을 때 가능한 것 아닐까요?”
“나도 마찬가지야. 우리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미 신족은 자신들의 지배 체계를 완성했어. 그 속에서 살아가는 종족이 일정 수준으로 만족하는 이상, 목적한 바를 이루기는 힘들 거야.”
시크릿 코드는 이미 셋밖에 남지 않았고, 둘러본 도시 중에서 그들의 뜻에 동조하는 이들이 몇이 될지 모른다고 하나, 다수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였다.
아틀란티스 대륙을 방문한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이제 그만 모습을 드러내지?”
“제법 만족스러운 칭찬을 듣다 보니 계속 이대로 있고 싶던걸?”
“……!”
준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무섭게 뒤쪽에서 기척이 감지되었다. 황급히 고개를 돌렸던 이나의 표정이 구겨지는 것도 그 순간이었다.
그곳에는 이미 익숙한 얼굴이 눈에 보였다.
바로 이나의 여러 차례 충돌을 일으켰던 칼리가 그 주인공이었다.
“다른 동료는 데려오지 않았나?”
“내가 그쪽이 온 걸 알아차린 건 우연에 가깝거든. 워낙 익숙한 기운이 있다 보니 알게 된 거지만.”
칼리의 시선이 향한 곳은 이나가 서 있는 곳이었다. 이미 여러 차례 손속을 나눈 적이 있으니 기운을 갈무리해도 마음먹고 알아내려면 알아차리는 건 어렵지 않을 터였다.
“그래서? 해보자는 거야?”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느끼지 못하고 있어. 내가 위기를 자초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잖아?”
칼리의 시선은 준성에게 향했다. 이나만으로 만만하지 않은 상대였는데 테라와 대적하고 있는 그는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우리가 그냥 넘어갈 거라 보나?”
“날 쓰러뜨리고 싶은가 본데, 순순히 당할 이유는 없잖아? 내가 마음만 먹으면 모든 대신족을 이곳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데.”
불리한 상황임에도 칼리가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건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이곳 아틀란티스는 그들의 터전이고, 안방이었다.
“그럼 순순히 보내 주겠다고?”
“그래야겠지?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이유는 없잖아. 물론 저쪽은 언젠가 따끔하게 교육을 시켜줘야 할 것 같지만.”
“뭐? 이익!”
이나는 당장에라도 달려들 것처럼 표정을 구겼지만 행동으로 옮길 수는 없었다. 손을 뻗어 제지하는 준성을 뿌리칠 수 없던 것이다.
“그럼 우리는 물러가도록 하지.”
“그래, 마음대로 해. 하지만 뒤쪽에 있는 성질 급한 여자는 아닌 것 같은데?”
“야! 너 이리 와! 어디 한번 승부를 내보자!”
듀란달을 뽑아 들고 뛰쳐나가려던 이나가 멈칫했다. 준성이 손으로 막았던 것이다. 그리고 세게 고개를 저어 보인 뒤, 칼리를 향해 날카로운 어조로 말했다.
“기어코 도발하겠다면 참을 생각은 없다.”
“미안, 미안!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살기가 깃든 목소리에 칼리는 양손을 저어 보였다. 눈을 찡긋하는 모습을 보고 그녀가 장난으로 행동했다는 걸 알아차렸지만 준성의 강력한 제지를 받은 이나는 더 이상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뭔데?”
“이곳 도시에 사는 자들은 차원 이동에 대해 알고 있나?”
“물론이야. 이미 오래전부터 신탁이 내려졌고, 본래 살아가던 세계로 돌아갈 거란 말이 나왔지.”
“그럼 이곳 인간들과 교류할 생각은?”
“어떨까나? 분명한 건 이곳의 살아가는 구성원들은 우리의 뜻대로 움직일 거란 점이야. 우리의 신탁에 한 점 의심도 없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주니까. 하지만 모든 건 테라의 뜻대로겠지?”
“……답변 고맙군.”
준성은 고개를 끄덕인 뒤 몸을 돌렸다. 싱긋 미소 짓고 손을 흔들던 칼리는 날카로운 파공음이 들리자, 황급히 옆으로 물러섰다.
찰나의 순간 허공을 가른 듀란달이 이나의 손에 돌아와 있었다.
“다음에 이렇게 넘어갈 거라 생각하지 마.”
“물론이야. 그때까지 열심히 수련하고 와.”
살랑살랑 손을 흔드는 칼리의 모습에 주먹을 움켜쥐었던 이나는 묵묵히 준성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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