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Mage RAW novel - Chapter (263)
제143장 재회
대통령과의 만남은 정부와 금탑 모두에게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정부는 준성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고, 일정 범위를 넘어서지 않으면서 상부상조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엘리미스’ 회사의 사업 편의를 봐주면서 좋은 감정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공조할 수 있는 부분을 파악하고자 했고, 금탑이 지닌 패를 확실하게 인정하고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독자적인 지위를 인정했다.
이에 준성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금탑에 우호적인 지도자의 등장은 자신에게도 여러모로 이익이었다.
대한민국을 확실하게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대대적으로 자금을 풀었다.
이러한 정부와 밀접한 관계는 앞으로 행하려는 여러 가지 일들에 추진력을 붙게 만들기 충분했던 것이다.
“그렇게 돈을 내고도 기분이 좋아 보이는데? 대통령 때문에 그래?”
“바른 지도자를 만난다는 건 좋은 일이니까.”
“그렇긴 한데 이 정도로 감정을 드러낼 줄 몰랐네?”
“좋은 게 좋은 거지. 그냥 기분이 괜찮아. 나쁜 것도 없고.”
준성의 기분이 좋은 이유는 간단했다. 대한민국이 자신의 생각대로 강국을 향해 발돋움을 하고 있는 중이어서였고, 금탑의 독자적인 지위도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존의 기득권층이 금탑의 위치를 인정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들이 구축해 놓은 세계에서 그 일원으로 인정한다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특히 대통령의 경우가 그랬다. 자신의 자리를 언제든지 위협할 수 있는 금탑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것을 활용한다는 발상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야구 구단 인수 때문에 기쁜 게 아니고?”
“그것도 있긴 하지만…….”
얼마 전 ‘엘리미스’에서 성공적으로 야구 팀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극심한 혼란으로 인해 유야무야 지나갈 뻔했지만 신임 대통령이 힘을 써준 덕분에 어렵지 않게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이곳 대한민국에서 금탑의 존재감을 절대적으로 만들 거야.”
“지금도 그렇잖아?”
“그것보다 더 강하게 만들겠다는 의미야. 대한민국과 금탑을 떼어놓으려고 해도 서로 떼어낼 수 없는 관계로. 우리가 사라지면 대한민국도 운명을 함께하는 그런 관계를 원하는 거지.”
“그건 대한민국을 뜻대로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틀려. 우리의 존재는 대한민국에도 도움이 될 거야. 나는 그렇게 생각해.”
금탑의 존재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강국이 되었다.
만약 금탑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아직까지도 북한을 차지하지 못한 채 주변에 휘둘리는 입장이 되었을 것이다.
“서방의 생각은 좋지만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생각은 다를 거야. 주의하지 않으면 집중 포화를 맞을 수 있을 걸?”
“그래, 다만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단 것 정도만 알아줘.”
“알았어, 서방의 생각이 그렇다면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은 힘껏 도울게.”
둘의 시선이 허공에 마주쳤고, 둘 모두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지구로 건너온 뒤, 오랜만에 긴 시간 동안 평화를 만끽하고 있지만 그것이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걸 준성은 잘 알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신족과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으며, 그것은 지금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도 이어지고 있었다.
“지구 신을 찾아주면 좋겠어.”
“내가?”
“그쪽이 아니면 누구겠어? 애초에 우리와 지구 신은 접촉이 거의 없는데.”
표정이 구겨지는 준성의 모습을 테라는 즐겁게 감상했다. 위태로운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언제든지 적으로 돌아서도 이상하지 않은 사이였다.
“지구 신을 찾으려는 이유는?”
“언제까지 지지부진한 땅따먹기를 할 이유가 없으니까.”
테라의 생각은 명확한 듯했다.
아틀란티스에서 파견된 교류단은 이미 전 세계를 누볐고, 신족을 믿는 사람들의 숫자는 꾸준히 증가하는 중이다. 준성이 방해하고자 남아메리카 몇몇 국가에 MP Trade를 설치하는 등, 행동을 보였지만 목적을 이룬 이상 의미가 없는 행동이었다.
“음!”
신족과 위태로운 동맹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걸 느낀 준성은 침음을 흘렸다.
자신이 이 제안을 거절하면 신족과 공조 체제는 깨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지구 신보다 신족을 먼저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준성으로서는 결코 원치 않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순순히 받아들이자니 지구 신과 만남도 순조롭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대답은?”
“찾아낸 다음은 어떻게 할 생각이지?”
“처음 약속한대로 제거해야겠지. 처음부터 우리들이 손을 잡을 수 있었던 건 그런 공통의 목표가 있어서 가능한 일 아니겠어?”
“…….”
그 부분에 대해서 준성도 순순히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도 그게 아니라면 신족과 손을 잡을 일은 결코 없었을 테니 말이다.
“좋다, 그럼 지구 신의 위치만 파악하면 되겠지?”
“물론이야.”
활짝 웃으며 자신의 행동을 재촉하는 행동에 준성은 주먹을 쥐며 힘을 주었다.
“작정하고 숨은 이상 찾을 길이 막막하지.”
지구 신을 찾아내기로 약속했지만 앞이 깜깜해지는 기분이었다.
지난 시간 동안 지구 신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자신의 존재감도 흘리지 않았다.
완벽하게 은거에 들어간 지구 신을 찾아내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던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준성은 여러 가지 방법을 연구해 봤지만 뚜렷한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지구 신이 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지 이유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지 막막했던 것이다.
“일단, 접점이 있는 곳들부터 찾아봐야겠지?”
여러 가지 선택지를 고려하던 준성이 주목한 곳은 하나였다.
지구 신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곳.
차원의 모든 정보가 집결하는 장소.
바로 아카식 레코드였다.
모든 정보가 모여드는 그곳이라면 지구 신이 어디에 은신하고 있는지, 아니면 은신할 만한 장소가 어디인지 물색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설사 지구 신이 정보에 락을 걸어놓았다고 해도 준성 또한 신언을 발휘한다면 그 힘을 억누르고 정보를 취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 부분에 대해서 그는 강한 확신을 지니고 있었다.
“이 기회에 아카식 레코드를 탈취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
지구 신의 손에 놓인 아카식 레코드는 준성이 반드시 취해야 할 요소 중 하나였다.
정보를 쥐고 있으면 모든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가 가능하다.
그런 마음을 먹자, 준성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아카식 레코드로 접속을 시도했다.
광범위한 차원의 도서관은 언제나 그렇듯 마음을 들뜨게 만드는 강렬한 매력을 품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는 준성은 익숙하면서 낯선 그 느낌을 조용히 즐겼다. 그리고 차원의 도서관 곳곳을 둘러보며 중심부로 파고들었다.
[지구 신의 정보.]촤라락!
준성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지구 신에 관련된 정보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속에 준성이 원하는 내용은 적혀 있지 않았다.
새롭게 탄생한 신의 간략한 정보만 서술되어 있을 뿐, 모든 내용은 준성이 알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구 신의 위치]츠츠! 츠츠츠!
준성 앞으로 정보지가 펼쳐지려고 했지만 뿌옇게 안개가 끼면서 더 이상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
미간을 찌푸린 그가 강제력을 제거하려고 했지만 만만치 않은 반발이 전해졌다.
더 강한 힘을 주입하며 신언의 힘을 깃들이자, 정보의 글씨가 점점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파스스!
어느 순간 다시 흐릿하게 안개가 생성되었다. 준성의 힘에 강제력이 사라지려고 하자, 다시 신언을 시전하려고 했다. 그때 그의 귓가로 익숙한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이제 그만하지?”
[여기에 있었나?]모습을 드러낸 건 지구 신이었다.
“…….”
불편한 침묵이 둘을 휘감았다. 지구 신이나 준성은 입을 열지 않은 채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차원의 도서관에 있을 줄 몰랐는데.]“이곳이 가장 안전한 장소였으니까. 정보들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나를 제거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는데 쉽게 들켜줄 리가 없지.”
[강적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약자들은 협력할 수밖에 없으니까.]“헛소리도 재미있게 하는군. 아무래도 좋다, 널 적대한 것도 나였고, 지금 이 상황을 자초한 점도 있으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 해줄 말은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네가 모르는 점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모르는 점?]“빛의 세력과 어둠의 세력에 대해 아는 바가 있나?”
[빛의 세력과 어둠의 세력이라니, 그게 무슨…….]영문 모를 말을 늘어놓는 모습에 준성은 미간을 찌푸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로 소멸시키니 마니 하던 사이에서 알 수 없는 말을 꺼내드니 황당함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모르겠지, 그동안 우리는 좁은 우물 안에서 아웅다웅하고 있었으니까.”
[차원의 존재를 말하는 건가?]“더 큰 틀이다, 우리가 아직 닿지 못하는 머나먼 곳에 위치해 있지.”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준성의 눈도 점차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빛과 어둠이니 뭐니 하면서 궤변을 늘어놓고 있지만 그 사실은 준성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당장 신경 써야 할 사실은 지구 신이 이 자리에 있으며, 신족과 힘을 합쳐 제거해야 할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내가 그걸 알아야 할 이유는 없어.]“그런가? 하긴, 네 녀석이 그럴 거란 느낌은 들었지. 지금 눈앞의 적은 바로 나니까. 하지만, 내가 그렇게 쉽게 잡힐 거라 생각했나?”
[…….]준성은 상황이 뭔가 잘못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구 신은 이런 분위기를 풍기는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전까지는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을 자신의 것으로 아는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은 모든 것에 통달한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닌가.
“더 이상 너와 나눌 이야기는 없다.”
[내가 예전처럼 물러날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야.]우웅! 우우웅!
준성은 미리 준비하고 있던 신언을 시전했다. 극도로 응축되었던 힘이 휘몰아치면서 사방으로 뻗어 나가자 지구 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네놈이…….”
반격을 가하려고 했지만 선뜻 움직일 수 없었다. 준성이 신호를 보내 신족들이 대거 차원의 도서관으로 유입되면 자신은 적의 함정에 걸려드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한 말을 명심해라, 안 그러면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 말을 남긴 지구 신은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고 자리를 벗어났다.
“세희야.”
“응, 왜?”
준성의 부름에 세희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하지만 잔뜩 굳은 그의 표정이 눈에 들어옴에 따라 불길한 기분에 휩싸여야 했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어. 솔직하게 대답해 줬으면 해.”
“응.”
“빛의 세력과 어둠의 세력이 뭔지 알아?”
지구 신과 만남을 가진 뒤, 준성은 그가 남긴 말에서 묘한 여운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감각으로 지구 신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지구의 유일한 신조차 불안함에 떨게 만드는 빛의 세력과 어둠의 세력이 무엇인지 자신의 감으로는 짐작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신의 반열에 올라선 세희에게 물어본 것이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그건 뭐야?”
“……모르는 거야?”
“응. 처음 듣는 이야긴데? 빛과 어둠이면 신이랑 악마를 칭하는 거 아닐까?”
“아니야, 모르면 됐어. 안 그래도 그 부분에 짐작 가는 게 없어서 물어본 거야.”
“미안, 아는 게 없어서.”
“신의 육체를 완성하면서 알게 되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다른 건가 보네. 괜찮아, 안 그래도 그 부분에 대해서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
세희가 고개를 젓자 준성은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았다.
현재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하는 건 지구 신을 제거하는 문제였다. 그가 언급한 빛의 세력과 어둠의 세력은 그다음에 고민할 부분이었기에 준성은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았다.
“이번에 아카식 레코드를 장악하려고 하는데 어때?”
“거긴 독점할 수 없는 장소로 알고 있는데.”
“접근 경로를 비틀어 버리는 거야. 시간이 지나면 풀리지만 지속적으로 비틀어서 우리만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드는 거지.”
“정보를 독점하려고?”
“그것도 있고, 지구 신이 그곳에 숨어 있었어.”
차원의 모든 정보가 모여드는 아카식 레코드를 장악한다면 정보를 독점한다는 말이 된다. 그것은 앞으로 전투를 벌임에 있어 우위를 점하고 들어간다는 뜻이 되기에 세희는 찬성의 뜻을 비쳤다.
“할 수 있다면 좋은 것 같아. 하지만 쉽지 않을 것 같아. 신족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고.”
“하긴. 일단 노력은 해보려고.”
“알았어.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있으면 힘을 보태볼게.”
“하하! 그래.”
자신의 의견에 힘을 보태주는 세희의 행동에 준성은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진 것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지구 신을 찾을 수 없을 거라고?”
“찾더라도 전투에 응하려고 하지 않을 테니 무리라는 이야기야.”
“그런데 왜…….”
헤스티아는 준성이 지구 신을 찾을 수 없을 거란 테라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이유로 그를 압박했던 건지 이유가 짐작되지 않았던 것이다.
“간단해, 지구 신이란 녀석을 압박하기 위함이야. 그리고 헤스티아 너도 진실을 알아야 할 때가 점점 다가오고 있고.”
“진실?”
“그래, 진실. 우리가 왜 신족이라 칭해야 했는지, 그리고 무수히 많은 종족과 겨뤄서 비로소 오늘의 위치에 이르렀는지에 대해서.”
“…….”
그 부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헤스티아로서는 금시초문인 이야기였다.
테라는 자신들의 지도자였고, 어머니였다.
그를 따르며 대신족의 반열에 올라섰지만 헤스티아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테라의 수법에 불만을 가졌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의문을 가졌다. 자신이 알고 있는 테라의 성격과 돌아가는 상황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느끼고 있던 것이다.
신족에게는 충분한 힘이 있었음에도 테라는 가장 확실하면서 지저분한 방법을 동원하곤 했다.
“우선 한 가지를 이야기하자면, 차원을 분리한 건 우리였어. 왜인지 알아? 이곳 지구는 이상 징후로 멸망할 기미를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의 표적이 되었기 때문이야.”
“표적?”
“그래, 표적이지. 우리가 멸망할 수밖에 없는 표적. 그것 때문에 차원은 분리되었고, 신은 탄생했다. 모든 일의 원흉이자, 우리가 도착해야 할 종착지이기도 해.”
“어려워요, 간단하게 말해줘요.”
“우리가 이 세계의 일원이 되어 살아가는 것만으로 끝이 아니라는 이야기야. 우리는 김준성이라는 인간을 제거하고 지구 신마저 끌어내야 돼. 그리고 가장 확실한 힘을 손에 넣어 이 세계를 대표하는 자들이 되어야 하지.”
“왜죠? 우리는 충분히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고 있어요. 더 이상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칠 이유가 없다고요.”
“너는 오시리스가 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수련에 빠져 있는지 몰라.”
“오시리스의 칩거가 그와 관련이 있는 건가요?”
눈을 빛낸 헤스티아의 채근에 테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곧 우리에게는 선택의 때가 찾아오게 될 거야. 그 순간에 결정을 내려야만 해. 빛이 될 것이냐, 어둠이 될 것이냐. 그러기 위해서 전제되어야 하는 건 이 세상의 운명을 우리 손에서 좌지우지할 수 있어야 해. 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
“……결국 이 모든 움직임이 살아남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의미군요.”
“그런 셈이지.”
“믿기지 않아요. 모두를 짓밟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독해지지 않으면 너도 도태될 거야. 요즘 네이트가 널 밟고 위로 올라서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잘 알고 있을 텐데.”
“그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기에 헤스티아는 할 말이 없었다.
“다섯이야. 다섯 안에 들지 못하면 나머지는 외부의 결정에 운명이 결정되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어. 나는 동족의 생존을 우선시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나 자신의 생존이야. 내가 생존해야 종족이 보전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러니 너도 최선을 다해.”
“무슨 의미인지 정확하게 모르지만 강해지면 된다는 걸로 들을게요.”
“강해져, 그리고 성격도 독해져야 돼. 그게 아니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지구 신을 빌미로 김준성을 찍어내야겠지.”
중얼거리는 테라의 얼굴에 스산한 빛이 맴돌고 있었다.
차원의 도서관을 차지하기로 마음을 먹은 준성은 그날부터 매일 방문하며 정보를 열람했다.
이미 예상한 대로 지구 신은 그곳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고, 준성이 등장함에도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없었다.
이 부분이 마음의 걸림돌로 작용했지만 준성은 개의치 않았다.
차원이 탄생하면서부터 쌓인 방대한 정보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고, 준성은 그 부분에 대한 기초가 부실한 편이었다.
그 정보를 습득하는 한편, 지구 신이 언급했던 빛과 어둠의 존재에 대해서 알고자 노력했다.
“빅뱅? 빅뱅이라고…….”
우주의 첫 시작이라고 알려진 빅뱅. 그 사실에 대한 것이 떠오르자마자 무수히 많은 정보들이 준성의 머릿속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정보는 다양했다. 갖가지 소문부터 시작해서 사실로 판명된 것과 거짓으로 치부된 것, 그리고 증명되지 않은 가설들까지.
우주는 끝없이 팽창하고 있으며, 그 힘의 작용들을 빛과 어둠의 충돌이라는 구절을 발견할 때까지 준성의 탐색은 끝없이 이어졌다.
“빛과 어둠의 충돌?”
자세한 정보는 없었다.
단지 몇 줄만 적혀 있을 뿐.
하지만 그것만으로 지구 신이 언급했던 부분을 유추하기에 충분했다.
빛과 어둠은 단순한 우주 팽창에 관련된 내용이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아직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기 힘들지만 차원의 도서관에 기록된 내용에서 자신이 범접할 수 없다는 위화감이 풍겨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자신은 접근할 자격이 안 된다는 것.
“칫!”
표정을 찌푸린 준성은 혀를 차면서 눈앞에 서술된 기록을 노려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손을 뻗어 억지로 넘겨 버리고 싶었지만 그럴수록 정보는 더 멀어진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결국 신의 반열에 올라서야 접근할 수 있다는 건가?”
반신의 반열인 10클래스 경지에 올랐음에도 접근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에 허탈감마저 들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성과라고 할 수 있었기에 애써 만족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이것도 아니었다면 내내 머리를 싸맨 채 생각에 잠겨 있었어야 할 테니 말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판단해야겠지.”
다만 분명한 건 하나 있었다.
유일신인 지구 신조차도 고민하게 만드는 빛과 어둠.
그것을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우웅! 우우웅!
거센 포스가 사방으로 요동치자, 가만히 서 있던 테라의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이 거대한 힘의 파동은 상대가 자신을 부르고 있다는 표현이었다.
당장 자신에게 오라고. 그러면 자세한 정보를 전해주겠다는 이야기였다.
조용히 주변을 둘러보던 테라는 가볍게 지면을 발로 찼다. 그러자 주변의 포스가 일제히 일어나면서 전신을 휘감아 공간 이동을 시전했다.
“이제야 올 생각을 했나.”
테라를 맞이한 것은 지구 신이었다. 입가에 미소를 지은 그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이렇게 보는 건 오랜만인 것 같군.”
“그런가?”
“피차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으니까. 좋은 관계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그럴지도. 그래서 날 부른 이유가 뭐지?”
테라가 공간 이동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지만 그를 부른 것은 지구 신이었다.
“빛의 세력과 어둠의 세력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
침묵은 곧 긍정이었다. 테라의 기색을 살피고 빛의 세력과 어둠의 세력에 대해 알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지구 신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신의 자리를 넘보았을 때부터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신격에 타격을 주어 자신들의 입지를 확보하려고 들었겠지. 그러지 못하면 하루살이 운명으로 살아가야 할 테니까.”
“하고 싶은 말은?”
“김준성과 손을 잡았다고 들었다. 그는 인간으로 본디 믿음을 줄 수 없는 존재다. 그러니 함께하다가 언젠가 뒤통수를 맞을 수밖에 없지.”
“손을 잡자는 건가?”
“빛과 어둠의 세력 사이에서 우리는 선택을 해야만 한다. 지난 시간 동안 고민을 해봤지만 가장 거슬리는 건 인간들이더군. 내 뜻을 따르지 않는 자들을 없애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 것이다. 너희들은 새로운 세계의 신이 된다면 서로에게 이득이 아니겠는가?”
“새로운 세계?”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테라의 눈이 커졌다. 최후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겨룰 줄 알았는데 새로운 세계의 신이 될 수 있다면 이건 서로에게 만족스러운 거래가 될 수 있었다.
“신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다. 그곳으로 가면 너희들이 신으로 군림하며 미래를 대비할 수 있겠지. 원한다면 살펴볼 수 있게 해주겠다.”
“그 제안, 받아들이지.”
거래를 한다고 해도 당장 김준성을 제거할 필요는 없었다. 새로운 세계 여부를 확인하고 자신들이 신으로 군림할 수 있는지 여부만 결정이 난다면 그때 움직여도 될 일이니까.
신뢰를 보여야 할 쪽은 지구 신이고, 자신은 보조만 맞추고 있으면 되는 일이다.
“잘 부탁하지.”
지구 신이 내민 손을 맞잡으며 테라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