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Mage RAW novel - Chapter (277)
제157장 선제공격
준성 등과 전투로 인해 신족이 입은 피해는 실로 막대했다.
대신족 오시리스와 네프티스가 소멸했고, 칼리가 씻을 수 없는 타격을 입고 말았다.
두 명의 대신족을 잃은 것은 신족의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사안이었다.
헤스티아가 타나를 막아주었기에 무사히 물러날 수 있었지만 분위기가 처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을 거야.”
“방법이라도 있어?”
이슈타르가 테라에게 물어왔다.
이번 전투로 인해 남은 대신족은 테라, 헤스티아, 아수라, 칼리, 이슈타르, 테티스 여섯이 전부였다.
열이나 되던 대신족이 불과 여섯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우리가 전력을 동원하면 간단해.”
“전력을 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다른 이들도 아닌 우리니까.”
테라의 말은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었다.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했기에 다른 대신족들이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확실히…….”
“예상 이상으로 강한 힘을 지녔지만 그것뿐이야. 상대의 전력은 한정되어 있고, 우리는 잠깐의 방심으로 위기를 맞이한 것에 불과해.”
간단하게 여섯 대신족과 백이 넘는 신족을 모두 동원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아수라와 칼리는?”
“칼리의 경우 회복을 끝마쳤지만 아수라는 시간이 필요해요.”
“육체 때문에?”
“신의 육체를 재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준성 등이 신성을 활용해서 세희의 육체를 구성한 것과 다르게 대신족 누구도 아수라의 육체 구성에 신성을 동원하지 않았다.
자신의 힘이 소모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권능의 파편을 동원하면 속도가 빨라지겠어.”
“설마 오시리스와 네프티스의…….”
“확보해 놨어.
“…….”
헤스티아는 할 말을 잃었다. 오시리스와 네프티스, 두 동족이 소멸하고 흩어지고 있는 와중에 그것을 확보했다는 이야기에 소름이 돋았다.
굳이 어떻게 얻었냐는 말로 분위기를 흐리지는 않았다.
“그럼 아수라는 권능의 파편으로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
“아, 알겠어요.”
“이제 우리의 뜻을 이루기까지 멀지 않았어.”
테라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가 말한 ‘뜻’이 무슨 의미인지 아는 대신족들의 얼굴에 환희가 번졌다.
“이 전쟁에서 승리하면 우리는 모든 것을 취하고 이 세계의 신이 될 수 있겠지. 하지만 상대해야 할 적의 수준이 만만치 않아.”
그 부분에 대해 모두 동감하는 바였다.
“우리가 총력전을 펼치는 만큼 저들도 총력전이야. 드래곤도 등장할 테고, 우리에게 반항하던 종족들도 모습을 드러내겠지.”
그래 봤자 그 숫자가 그리 많지 않은 잔당에 불과했지만 방심할 수 없었다.
“우리의 힘으로 만들어 나가는 거야. 그러니 모두 최선을 다해줬으면 좋겠어.”
“맡겨만 둬, 테라. 그 뜻은 반드시 이뤄질 테니까!”
이슈타르가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른 대신족들도 저마다 한 마디씩 하면서 승리를 다짐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웃지 못하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헤스티아였다.
‘어째서, 동족들이 소멸했는데 너희들은 웃을 수 있는 거야……?’
모든 것을 의도한 테라의 모습을 바라보며 헤스티아의 눈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선제공격을 해야 돼.”
“…….”
다짜고짜 흘러나온 세희의 말에 장내는 침묵에 빠져들었다.
수련 삼매경에 빠져 있다가 합류한 엘리엔과 이나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언니, 제정신이에요?”
정신건강에 대해 물어오는 이나의 모습에 세희는 어깨를 으쓱였다.
“지극히 제정신이란다. 나는 미치지 않은 상태에서 이성적으로 말하고 있는 중이야.”
“그런데 선제공격이라는 말이 나와요? 상대 세력과 우리 세력의 힘 차이를 보라고요!”
이나에게서 비명에 가까운 말이 흘러나왔다.
일반 신족의 존재로 인해 현재 전력 차이는 명백하게 갈려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먼저 공격한다는 것은 자살하러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었다.
의문이 깊어지고 세희를 향한 눈길이 곱지 않아지는 걸 알아차린 준성이 중간에 끼어들었다.
“그만, 세희도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은 아닐 거야. 그렇지?”
“날 알아주는 건 서방밖에 없다니까. 설마 내가 생각도 없이 말했겠어?”
당당한 태도를 보인 세희는 자신이 생각한 바를 꺼내 들었다.
“내가 선제공격을 가하자고 한 건 현재 신족이 한 곳에 모여들었기 때문이야.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둘 중 하나야. 하나는 우리를 공격할 시기를 가늠하기 위해 모여 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격을 위해 모인 거지.”
“어느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아요.”
“맞아, 상대의 전력이 우리를 월등히 추월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렇게 모여든 상태가 우리에게 큰 기회일 수도 있어. 한꺼번에 쓸어버리면 되니까.”
“…….”
세희의 말에 자신감이 넘쳤지만 듣고 있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왜? 말이 안 되는 것 같아? 하지만 내가 구사하는 수법들을 살펴보면 그 말이 거짓이 아닌 게 느껴지잖아.”
“그, 그렇기는 한데…….”
세희가 주장하는 건 매우 간단했다.
신족들이 모여 있으니 선제공격을 통해 모조리 때려잡자는 내용이다.
매우 괜찮은 방법처럼 느껴졌지만 그게 쉬울 리 없었다.
오히려 불가능했다. 적어도 이나의 생각은 그러했다.
“세희야, 좀 더 자세히 말해줘야 될 것 같아. 그대로 공격을 한다고 하면 우리가 자살하러 가는 것처럼 비춰질 수밖에 없잖아.”
“그런가? 내가 자세히 말을 하지 않긴 했네.”
준성의 말에 세희는 헛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그 속에 미안한 감정 따위는 전혀 깃들어 있지 않았다.
“그동안 많이 봐왔겠지만 사실 나는 전력을 다한 적이 한 번도 없어.”
“그게 저, 정말이에요?”
세희에게 가장 많이 당했던 이나가 경악하면서 벌떡 일어났다.
불신이 역력하게 배어 있는 표정에도 세희는 기분 나쁜 기색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는 힘 조절이 쉽지 않거든. 신의 지팡이나 신의 회초리 정도의 위력을 구사할 수 있지만 그것보다 약하게 구사하는 건 쉽지 않아. 그리고 그 이상 발휘하는 것도 어려운 편이고.”
공격의 단조로운 패턴 때문에 세희가 구사하는 공격은 강력했지만 신족들을 상대로 큰 피해를 입히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특히 공간 구현을 통해 외부와 격리될 때는 그 위력을 아예 사용할 수 없으니 더더욱 그랬다.
“그런데 어떻게 다른 게 가능한데요?”
“약간 강하거나 약하게 구사하는 건 힘들어도 완전히 강하게 발휘하는 건 가능하거든.”
“어서 말해봐요.”
만약 세희에게 더 강한 비기가 숨어 있다면 모든 신족이 모인 지금 상황은 최고라고 칭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반짝거리는 이나의 눈동자에 세희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바로 메테오야. 신의 회초리처럼 내가 직접 끌어당겨서 신의 권능으로 신족들의 거처를 공략하는 거지.”
일반 메테오 마법과 다른 것은 세희가 지구 밖으로 권능을 발현하여 운석을 직접 끌고 와서 대상을 설정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칫 잘못하면 국가가 아니라 지구를 멸망시킬 수 있는 강력한 공격 마법이었다.
“세상이 멸망하잖아요!”
“아니야, 신족이 견고하게 방어하면 막아낼 수 있어. 대신 무지막지한 피해를 입게 되겠지만. 그치?”
대답을 종용하는 세희의 태도에 준성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못 미덥긴 하지만 한 번 시험해 보는 수밖에 없지.”
“그렇지? 나만 믿으면 되니까.”
“준…….”
지구가 멸망할 수도 있는 결정을 태연하게 내리는 준성을 보며 이나의 얼굴이 울상으로 바뀌었다.
뜻밖의 손님, 드래곤이 금탑을 찾자 준성은 반갑게 그들을 맞이했다.
그리고 이어진 말에 놀란 얼굴로 대답했다.
“도와주신다는 말씀은…….”
“그래, 이번이 우리가 힘을 보탤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겠지.”
정기정이 드래곤을 이끌고 신족과 전쟁에 한 팔 보태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던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했고, 기대 또한 하지 않은 부분이었기에 준성의 표정이 환해졌다.
“갑작스럽지만 드래곤이 도와주신다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우리들로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하긴 하지. 자네들이 신족에게 패배하기라도 하면 우리의 운명도 결정될 테니까. 그러기 전에 먼저 아등바등 발버둥 치는 거라고 봐주면 될 것 같군.”
“아아…….”
종족의 명운이 걸린 드래곤 입장에서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그래도 쉽지 않은 결정을 하셨네요. 저로서는 감사할 따름입니다.”
“오히려 결정을 내리는 건 쉬웠네.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신족이 아니라 지구 신이었으니까. 그가 소멸한 이상 우리가 내릴 수 있는 결정은 하나밖에 없었던 셈이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어쨌든 드래곤이 도와준다고 하니 저는 환영하는 바입니다.”
“시크릿 코드라고 불리는 인간들도 도움을 주겠다고 하는데 별다른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더군.”
“그거야 그렇죠.”
준성은 정기정과 함께 드래곤이 해줘야 하는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에게서 새로운 용언을 배운 드래곤들은 강력한 위력을 구사할 수 있는데, 제대로 적중할 경우 신족도 타격을 입을 만큼 강력했다.
하지만 신족의 숫자는 지나칠 정도로 많았고, 드래곤의 숫자는 매우 적었다.
전력상 보탬이 되더라도 다수의 신족을 만나면 전멸을 면키 힘들 터였다.
“우리는 방어에 적극적으로 임하고자 하네.”
“방어에요?”
“신족도 우리를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있을 테지. 하지만 예전의 우리 모습만 생각하고 얕잡아 볼 가능성이 높네. 그 부분을 철저하게 이용해서 소수의 신족만 상대하도록 하겠네.”
“일종의 유인인데…….”
신족이 여전히 드래곤을 얕잡아보고 있는 이상 그럭저럭 쓸모가 있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걸로 드래곤이 큰 위력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존재했다.
한두 명의 신족만 상대할 거라면 드래곤이 큰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니 말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의 합류가 마음에 안 드는가?”
“그런 게 아니라 좀 더 좋은 방법이 있을 것 같거든요. 드래곤이 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게 있다고?”
“만들어 봐야죠.”
“대체 뭔가?”
도와준다고 해놓고 별다른 힘이 될 것 같지 않아서 내심 초조해하던 정기정이 캐물었다.
잠시 망설이던 준성은 결심을 굳힌 듯 순순히 털어놓았다.
“우리는 선제공격을 할 예정입니다.”
“서, 선제공격이라고?”
믿기지 않는 사실에 정기정의 눈이 찢어질 것처럼 커졌다.
준성이 이런 모험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자신과 신족이 알고 있는 진실 때문이다.
이번 전쟁에서 누가 승리를 하더라도 지구는 그들의 손에 들어간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렇다면 완전히 터놓고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전쟁이 끝났을 때 그들은 온전한 세계를 손에 넣고 싶을까, 아니면 엉망진창으로 망가진 세상을 손에 넣고 싶을까.
당연히 후자일 수밖에 없다.
하물며 전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신족의 입장에서는 그 바람이 더 강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전력이 약한 준성이 다짜고짜 세상을 멸망시키려고 한다면?
신족이 어떻게 반응할지 뻔했다.
그 점을 알기에 모험을 결심한 것이다.
드래곤의 도움은 그 다음이었다.
“준비됐어?”
“언제든지 가능해.”
준성의 물음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세희였다.
그녀에게 이런 짐을 짊어지게 만드는 것이 미안했지만 다른 수단이 없었다.
“미안.”
“괜찮아. 우리 전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니까. 한 번밖에 써먹을 수 없는 수법이라면 지금이 최선이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해.”
기회는 단 한 번이라는 점이 준성의 마음에 깊게 와 닿았다.
신족이 대응할 수 없는 이유는 여태까지 준성 일행이 이렇게 무리수를 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런 전조도 없이 일을 벌인다면 효과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그럼 시작하자.”
고개를 끄덕인 세희가 눈을 감으며 손을 들었다.
웅웅! 우우웅!
거센 공명음이 울려 퍼지며 순백의 기류가 전신을 휘감았다.
신족이 거주하는 아틀란티스에 메테오를 소환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이 작렬하면 아틀란티스는 물론이고 지구마저도 멸망해 버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준성은 신족이 반드시 이것을 막아내리라 생각했다.
그러지 않으면 지구는 사라질 테니까.
우웅! 콰콰콰콰!
세희의 주변을 감싼 기운은 더욱 강렬해졌다.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처럼 거세게 요동치던 기운은 어느 순간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눈을 뜬 세희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마법 시전 됐어.”
“위력은?”
“세상을 세 번 정도 멸망시킬 수 있는 힘? 아마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절반 이상은 죽어나갈걸.”
“…….”
고개를 끄덕였지만 준성은 차마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서방의 탓이 아니야. 우리의 힘이 부족해서 그런 거니까. 최선의 방법을 선택했다고 생각해. 그게 가장 좋은 생각이니까, 응?”
세희가 마법을 시전했을 무렵, 세계 각지 천문학 연구소에서는 난리가 났다.
우주에서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운석이 지구를 향해 낙하하고 있던 것이다.
세계가 멸망할 정도의 크기였기에 소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 기운은 신족들의 대지, 아틀란티스에도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테라, 이건…….”
“드디어 녀석들이 미친 짓을 하고 있어.”
눈을 감은 테라의 음성에 짙은 분노가 배어 있었다.
이런 그녀의 반응은 처음이었기에 자리에 모인 이들은 가볍게 몸을 떨었다.
그만큼 이런 일이 발생할 줄 몰랐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메테오가 지구에 작렬하게 되면 세계는 멸망한다. 이것은 차원 자체가 붕괴된다는 의미였기에 그야말로 자살공격인 셈이었다.
“아수라, 네가 맡아줘야겠다.”
“……가능하다고 보나?”
테라를 바라보는 아수라의 눈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날아드는 메테오 공격은 행성 하나를 멸망시키고도 남을 위력을 내포했다.
이것을 정면으로 받아내라는 것은 죽으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의미였다.
“가능하다. 너의 권능이라면.”
“아수라도가?”
“비록 공간 구현 자체가 무너질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적은 피해로 막아내는 것이 우선이니까.”
“그 말은 내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로군.”
“대신 오시리스와 네프티스의 권능을 네게 부여하겠다.”
그 말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던 아수라의 눈이 크게 뜨였다.
“진심인가?”
“그럼 내가 거짓을 말하는 것처럼 보이나?”
“아니, 네가 말했다면 믿을 수 있는 정보겠지. 알았다, 메테오는 내가 감당하겠다.”
메테오를 감싸고 공간 구현을 하면 메테오 위력을 다른 차원으로 보내 버리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테라의 제안을 받아들인 아수라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헤스티아는 불안한 표정이었다.
“테라, 아수라가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럼 못할 거라 생각하나? 그건 아수라의 능력을 너무 무시하는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 차원이 붕괴할지도 모르는 일인데…….”
모든 신족이 힘을 합쳐 막아내도 모자랄 판에 아수라 혼자에게 떠넘기는 것이 헤스티아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헤스티아의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혼란에 빠져드는 것을 본 테라는 아수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동족을 네게 붙여 권능 발현에 도움을 주겠다. 그럼 되겠지?”
“훨씬 빠르게 아수라도를 구현할 수 있겠군.”
동족이 도와 아수라도를 구현하고 아수라가 그 틈에 빠져나오는 것이 전략의 완성이었다.
그로 인해 아수라는 권능을 잃게 되겠지만 오시리스와 네프티스의 권능을 동시에 부여받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대신족 둘의 권능은 삶과 죽음을 관장하는 만큼 테라에 버금가는 힘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아수라가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 이유였다.
세계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메테오는 지구를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준성을 비롯한 모든 일행은 밖으로 나와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직 아무런 변화도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곧 있으면 메테오가 아틀란티스 대륙을 향해 떨어질 것임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
“준! 정말 괜찮을까요?”
“괜찮을 거야. 우리보다 신족이 원하는 게 더 많은 상황이니까.”
“하, 하지만 세계의 안전을 담보 잡는 건 좀…….”
이나는 처음부터 메테오 소환을 반대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신족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세계는 그대로 멸망해 버리기 때문이다.
“신족은 반드시 대응할 거야.”
“하지만 그 희생을 감당하지 않으려고 할 수도 있어요!”
준성을 말리는 결정적인 이유는 신족의 대응에 확신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확신하는 건 테라 때문이야.”
“신족의 지도자요? 그가 왜요?”
“테라는 반드시 메테오를 막을 거란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야.”
“대체 왜요?”
테라는 신족의 위대한 지도자였다. 그의 지도 아래 신족은 신을 꺾고 차원을 주도하는 종족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았던가.
지도자로서 갖춰야 할 것들을 갖춘 테라가 왜 대응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이나는 의문이었다.
“간단해. 테라에게는 욕심이 많기 때문이야.”
“욕심이요?”
“그래, 욕심. 자신이 갖고자 하는 것을 반드시 취하고자 하는 욕심이야. 그로 인해 동족의 희생이 발생한다고 해도 반드시 취하고자 하지.”
“어떻게 그걸 알아요?”
“그 이유는 간단해. 내가 본 테라는 루이아스와 닮았기 때문이야.”
“루이아스…….”
이나가 그 이름을 모를 리 없었다.
자신들을 위협했던 가장 큰 적.
9클래스 대마법사이자, 숱한 초인들을 휘하에 거느렸던 그는 대륙 전체를 집어삼키고자 했던 존재였다.
훗날 준성에게 마법의 심득을 남겨주지만 대륙을 지배하고자 했던 그는 욕망의 화신이었다.
“서방도 그렇게 생각했어?”
“테라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도 세계가 멸망하는 걸 두고 보지 않을 거야. 날 믿어, 이나야. 우리가 원하는 상황으로 흘러갈 테니까.”
“알았어요.”
준성의 말에 이나는 고개를 끄덕여 수긍하는 수밖에 없었다.
“제법 거한 지원이로군.”
아수라는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의 뒤에는 따로 추린 오십 명의 신족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들은 신의 권능을 적극 지원하여 자신의 아수라도가 빠르게 구현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공간 구현을 한 뒤 메테오가 집어삼키도록 유도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 어렵지 않은 방법이었다.
“두 개의 권능이라면…… 큭큭!”
오시리스의 권능과 네프티스의 권능을 생각하며 아수라는 낮게 웃었다.
대신족의 자리를 차지했던 둘의 권능은 그야말로 최강. 이 모든 것을 움켜쥔다면 아수라도를 잃는 것쯤은 아무런 타격도 되지 않았다.
왜 아수라가 일방적인 희생을 담보로 한 제안을 받아들였냐면 한 번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는 테라의 태도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테라 녀석은 모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던데.”
아수라가 웃는 진정한 이유는 간단했다.
메테오에 의해 완전히 붕괴된 아수라도는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복구가 되기 때문이다.
자가 복원력을 지닌 차원이기에 아수라에게도 절대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그가 제안을 받아들인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했다.
“준비해라.”
뒤에 서 있는 신족들에게 일러둔 뒤, 아수라는 주변 공기가 바뀌는 것을 감지했다.
두 손을 뻗은 그는 아수라도를 구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뒤에 도열한 신족들이 권능을 지원하여 속도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츠츠! 츠츠츠!
하늘에 거대한 메테오가 날아드는 것을 보며 아수라도가 마치 넓은 그물처럼 펼쳐지며 구현되었다.
정확하게 아틀란티스 대륙으로 날아드는 메테오의 크기는 거대했지만 별개의 공간으로 구성된 아수라도는 신족들의 지원에 몇 배 커다랗게 형성되었다.
“집어삼킨다!”
하늘을 바라보며 아수라가 외쳤다. 이윽고 실체를 드러낸 메테오를 감싸며 아수라도가 구현을 마쳤다.
치직! 치지직!
아직 충돌도 하지 않았지만 메테오가 전하는 충격파는 실로 강렬했다.
당장에라도 공간 전체가 붕괴할 것처럼 요동치는 힘에 아수라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메테오는 그물 안에 걸려든 물고기와 같았고, 이제 자신만 빠져나가면 되는 것이다.
꽈르릉! 꽈과광!
“……!”
하지만 일이 잘못 흘러가고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은 메테오가 아수라도에 충돌하고 나서였다.
아수라는 아수라도와 자신이 하나로 얽혀 있다는 것을 깨닫고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수라도는 자신이 마음대로 구현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신으로서 지닌 권능이자 힘이기에 언제든지 발현, 취소가 가능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했다.
아수라도는 아수라 자신과 밀접하게 연계되었다.
이는 공간과 자신을 떼어놓을 수 없다는 의미. 이 공간에서 벗어나지 못하다는 뜻이었다.
자신의 권능을 조작할 수 있는 존재는 몇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누가 이런 짓을 벌인 것일까.
범인이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하자 아수라의 눈이 부릅뜨였다.
“테, 테라 네놈이 설마…….”
설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신을 미끼로 사용한 것이란 말인가.
대신족인 자신과 신족 오십을?
동족을 끔찍하게 여기는 테라라면 절대 할 수 없는 행동이지만 이게 최소한의 피해라면 언제든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게 테라였다.
자신이 한낱 버려진 패로 전락했다는 걸 알아차린 아수라의 두 눈에 핏발이 섰다.
이 좁은 공간에서 메테오와 함께 공간이 붕괴되면 자신의 최후는 뻔했다.
“테라아아아아!”
번쩍!
뒤이은 거대한 폭발.
그것은 아수라도를 넘어 지구 전체에 거대한 공간의 균열을 만들어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