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Mage RAW novel - Chapter (279)
제159장 마지막 대결
쿠구구구!
준성과 테라의 대치는 처음부터 무게감이 남달랐다.
당장에라도 모든 것을 어그러뜨릴 것처럼 폭발적인 기세가 외부로 튀어나가다가 꾹꾹 억눌러지고 있었다.
둘 모두 깨달았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들의 충돌로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릴 수 있음을.
그랬기에 섣불리 힘을 외부로 발산하지 않고 조용히 상황을 주시했다.
그러지 않으면 모든 정황에 영향을 끼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 주변에서 벌어지는 대결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가장 먼저 결판이 난 것은 이나와 칼리의 대결이었다.
시종일관 압도하던 이나는 어렵지 않게 칼리를 베어버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야말로 압도 그 자체.
칼리의 몸부림은 허망한 발악에 불과했다. 대신족임에도 이나의 압도적인 힘은 시종일관 칼리를 억눌렀고, 마침내 베어버렸다.
대신족 하나가 소멸하면서 전황은 준성 측으로 확 기울었다.
그럼에도 테라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이 상황이 누구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을 수도 있겠는데.”
그 후로도 전황은 준성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이나뿐만 아니라 엘리엔과 타나도 각기 상대하고 있는 이슈타르와 헤스티아를 향해 우위를 점하고 있던 것이다.
그럼에도 테라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엘리엔에 의해 이슈타르가 소멸하고 헤스티아마저도 위기에 봉착했지만 전혀 미동도 않고 있는 것이다.
준성의 강력한 견제 때문에?
그것이 아님을 준성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테라가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그 스스로의 의지였다.
테라를 바라보는 준성의 눈이 깊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처음부터 상황이 그렇게 흘러갔음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이 견제를 한다고 해도 동족을 살릴 마음이 있었다면 움직여도 먼저 움직였을 것이다.
하지만 테라는 미동도 않은 채 상황을 주시하고 있을 뿐이다.
종족의 명운을 함께하며 사선을 헤쳐 온 동족임에도 말이다.
“너…… 우리 손으로 동족을 처리하려는 것이었냐?”
테라의 의도를 알아차린 준성의 음성이 가늘게 떨렸다.
당장에라도 달려들 것처럼 사나운 눈길이 테라에게 쏘아졌다.
전신을 따끔하게 두드리고 있었지만 테라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내가 왜 그런다고 생각하지?”
“그러지 않고서는 지금의 일이 설명되지 않으니까.”
칼리, 이슈타르, 헤스티아.
셋은 대신족이고, 신족을 이끄는 지도자들이었다.
테라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그들은 굉장히 중요한 존재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 테라의 모습을 보면 과연 그것이 사실인지 의문부호가 그려졌다.
“간단해, 지금 소멸한 동족들의 존재가 아쉽지만 우리는 거대한 시험에 직면해 있어. 바로 빛과 어둠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 여부야.”
“…….”
빛과 어둠이라는 말에 준성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신족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더라도 그곳에 도달해야 하는 전제가 깔려 있다.
얼마나 광활한 세계인지 모를 빛과 어둠은 이제껏 접한 곳과 차원을 달리할 것이다.
“이곳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면 빛과 어둠의 세계에서도 살아남지 못해. 지금 이곳에서 자격을 증명해야 한다는 말이 되는 거야.”
“설령 동족들을 다 잃더라도?”
“비참한 꼴을 보기 전에 사라지는 게 오히려 낫겠지.”
“멋지군, 아주 멋져.”
약한 자는 먼저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테라가 주장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크게 착각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준성은 그 부분을 놓치지 않았고, 테라도 모를 것 같지 않았다.
“그 약한 자의 반열에 너도 포함될 수 있는 건 모르지 않겠지?”
“물론이야.”
대답을 하는 테라의 눈이 투명한 유리알처럼 빛을 발하고 있었다.
우웅! 웅웅!
준성이 손을 뻗기 무섭게 극도의 신성이 응집되었다.
신의 반열에 올라서면서 신언의 사용이 자유로워지고 모든 마나는 그의 의지 아래 놓이게 되었다.
9클래스에 올랐을 때도, 10클래스에 올랐을 때도 마나는 자신의 통제 아래 놓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예전엔 마나가 곧 자신이었다면 신에게 마나란 생명의 근원이자 가장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힘’이었다.
그 힘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그리고 어떤 상황이 조성되어 있느냐가 대결의 승패를 가를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네 권능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었군.”
“…….”
준성의 목소리에 테라는 입꼬리를 말아 올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속에 묻어 나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준성이 아니었다.
“그 여유도 그리 마음에 들지 않고.”
콰콰! 콰콰콰콰!
강렬한 기세가 폭발적으로 발산되면서 테라를 향해 쇄도했다.
모든 걸 갈가리 찢어발기는 것처럼 강렬한 마나 폭풍이 전해졌지만 테라의 얼굴에는 변화가 없었다.
파앗!
가볍게 손을 들기 무섭게 준성의 힘이 그대로 흔적도 없이 흩어졌다.
“흠.”
자신의 공격이 손쉽게 무산된 걸 본 준성의 입에서 침음이 흘러나왔다.
방금 전 테라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공격을 무산시켰는지 전혀 눈치챌 수 없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정도로는 테라가 지닌 본신의 힘을 끌어내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그럼 이건 어떨까.”
상대의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이것저것 시험을 해보다가 위기를 자초할 생각은 조금도 없는 준성이었다.
테라가 방심하는 것으로 보이는 지금, 전력을 다한 신언이 펼쳐졌다.
그 속에 깃든 의지는 ‘소멸’이었다.
전력을 다한 신언이 펼쳐지니 삽시간에 거대한 해일이 되어 테라를 덮쳐들었다.
어떠한 행동을 보이기 전 신언은 그대로 테라의 전신을 덮쳤다. 준성은 그 광경을 끝까지 지켜보며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주시했다.
이대로 테라가 소멸하면 좋겠지만 그의 감각은 그러지 않을 거라 경고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우산처럼 펼쳐지던 소멸의 기운은 어느 순간 안으로 파고들지 못하고 경직되더니, 이내 실금처럼 가느다란 균열이 일어나다가 그대로 부서졌다.
쩌적! 쩌정!
“아…….”
“제법인데, 내가 그렇게 방심하는 것처럼 보였어?”
소멸의 신언을 손쉽게 부숴 버린 테라를 보며 준성은 아쉬운 미소를 지었다. 조금이라도 방심했으면 파고들 틈이 있었겠지만 테라에게 방심은 허용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준성의 전력에 흥미로운 눈을 할 뿐이었다.
“눈치챘나? 아쉽군.”
“아무래도 날 소멸시키겠다는 의지가 충만한 것처럼 보이니 나도 제대로 해줘야겠어.”
테라가 자세를 바로 하고 눈이 마주치는 순간, 준성은 둔기로 전신을 두드리는 것처럼 강렬한 충격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자신을 향한 테라의 힘이 무엇인지 알아차릴 수 없었다.
‘증폭? 기운 조절? 아니면…….’
여러 가지 권능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무엇인지 쉬이 떠오르지 않았다.
“너도 한 번 당해봐.”
파아앗!
그와 동시에 준성을 덮쳐온 것은 방금 전 시전했던 ‘신언’이었다.
덮쳐오는 힘의 파동은 결코 심상치 않았다.
당장에라도 전신을 무너뜨릴 힘은 자신이 시전했던 신언과 한치도 다르지 않았다.
적을 상대할 때 수도 없이 신언을 시전했지만 자신이 그 대상이 되는 것은 처음이었다.
결코 유쾌하지 않았다. 의지를 실어 절대적인 법칙으로 상대의 존재를 지워내는 것은 피하기 힘든 법칙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신언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자신도 법칙을 비틀어야 하며, 이것은 세계에 가중되는 피해가 더욱 커진다.
키이이이잉!
날카로운 이명이 준성에게 울려 퍼지는 순간, 세계의 법칙이 뒤틀렸다.
그것은 삽시간에 테라가 시전한 소멸의 법칙을 비틀어 버리고 그대로 허공에서 흩어버렸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준성은 그렇게 신언을 막아냈다. 그리고 역으로 되돌려 테라에게 ‘소멸’의 신언을 시전했다.
하지만 테라도 그것을 어렵지 않게 막아냈다.
“나와 같다는 건가.”
두 번의 방어를 본 준성은 알 수 있었다. 테라가 자신과 같은 수법을 구사한다는 걸 말이다.
테라는 신을 무너뜨리고 권능을 취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처럼 순수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신의 육체를 완성하고 자연의 법칙을 뒤흔들 수 있는 신언을 터득했다.
이 말은 여태까지 빛의 힘과 권능의 조화, 혹은 권능을 앞세우던 다른 신족들과 다른 완전한 신의 반열에 올라섰다는 걸 의미했다.
“그랬나, 그래서였나.”
지구 신이 소멸할 때 테라의 존재를 경고했는지 알게 된 준성이었다.
신언을 온전히 터득한 테라라면 오랜 시간 힘을 가다듬었을 테니 자신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 서 있었다.
실전 경험도 충분하고, 오랜 기간 힘을 활용했으니 자신이 가진 우위는 그대로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준성과 테라는 마주 본 채 빠른 속도로 공방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픽! 피비빅!
연이어 신언이 얽혀들었지만 생성과 창조가 반복되었다.
준성이 공격을 하면 테라가 그것을 비틀었고, 테라가 반격을 펼치면 준성도 같은 대응을 펼쳤다.
동일한 형태의 공격과 동일한 형태의 방어가 끝없이 이어졌다.
신의 반열에 오른 만큼 누구의 의지가 더 견고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준성과 테라의 대결은 다른 대결보다 훨씬 지루하게 이어졌다.
“그럼 이건 어떨까?”
피잉!
반복되는 패턴으로 이어지던 대결에 변화를 준 것은 준성이었다. 그의 손을 떠난 세 줄기 금빛이 그대로 테라를 향해 쇄도했다.
찰나의 순간 제련제강의 마법으로 리듬을 비틀고 우위를 점하고자 한 것이다.
파사사사!
하지만 금빛 화살은 허공에 멈추더니 그대로 흩어졌다. 뒤이어 덮쳐온 것은 세 줄기 빛이었다.
“너만 그 생각을 했다면 오산이야.”
테라는 준성을 향해 하얗게 웃고 있었다. 반복되는 틈 속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던 것은 테라 또한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마치 거울처럼 상대방에게 생각이 읽히는 대결은 강렬한 스트레스를 유발했다.
자신의 공격을 모조리 막아내고 노림수마저 읽어내는 테라의 모습에 준성은 아찔할 정도의 현기증을 느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이런 의문도 있었다.
‘왜 테라는 자신이 공격을 펼친 뒤 대응만 하는 것일까.’
그 전제는 준성의 머릿속을 파고들어 끊임없이 의문을 파생시켰다.
‘왜 그럴까, 왜 그럴까.’
생각에 생각이 거듭 이어졌지만 쉽게 답이 도출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어느 생각 하나에 멈춘 준성의 몸이 경직되었다.
하지만 공격은 가해지지 않았다. 뒤이어 준성이 손을 뻗어 헬 파이어를 시전하고, 다이아몬드 제련제강의 마법을 펼쳤다.
테라의 양손에서 뻗어 나간 빛줄기가 헬 파이어와 화살을 소멸시켰다. 그리고 준성의 신언을 막아낸 뒤, 곧바로 반격을 가했다.
크극! 크그극!
연이은 신언의 사용으로 공간 전체가 뒤틀렸다. 당장에라도 차원의 질서가 헝클어질 만큼 강렬한 힘이 연이어 폭발했지만 준성과 테라는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그 첨예한 대립도 잠시, 준성이 미소를 지음으로써 균형의 추가 기울었다.
“알았다.”
“뭘?”
“네 수법이 뭔지.”
여태까지 자신을 속여온 테라의 기만책을 눈치챈 준성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내 수법? 허튼소리.”
테라는 준성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자신을 흔들려는 말을 해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하지만 다음에 이어진 말을 듣는 순간 테라의 몸이 멈칫했다.
“네가 신에게 얻은 권능은 창조겠지. 아닌가?”
“…….”
테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속에 깃든 떨림을 준성은 놓치지 않았다.
“말을 할 수 없겠지. 창조의 권능이 들통나는 걸 원하지 않을 테니까.”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
“평소의 너라면 내 말을 무시했을 테지. 하지만 이렇게 가만히 있는 건 내 말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 아닌가?”
준성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에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테라가 시전했던 모든 힘들, 그리고 자신을 앞에 두고 있음에도 먼저 공격하지 않는 태도였다.
사방에 흩어졌던 정보들이 하나로 뭉치면서 준성은 테라의 수법을 간파했다.
“신의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반쪽짜리였고, 신을 쓰러뜨리고 얻은 창조의 권능으로 보완을 했다라…….”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이었지만 수동적으로 임하는 테라의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단점이다.
“내가 그럴 거라 처음부터 확신하는 눈치로군.”
“그럼 아닌가? 내가 보기에는 단점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데. 반쪽짜리 신?”
테라는 신의 육체를 완성하고 신의 권능을 자유로이 다루는 것처럼 보였지만 온전히 신의 반열에 올라선 준성의 눈을 속일 수 없었다.
신을 무너뜨리고 테라가 얻은 권능은 ‘창조’였다.
모든 것을 창조하는 절대적인 권능이지만 이것은 양날의 검과 같았다.
제 것처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반대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어려운 힘, 그것이 바로 창조였다.
테라는 이 창조의 권능을 활용하여 다른 신의 힘을 창조했다.
때문에 그는 모든 권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고,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면서 자신의 입지를 강화시킬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창조의 권능을 적절히 활용하는 능력이 있어서였다.
하지만 준성은 창조의 권능에 허실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았다.
“아직도 자신이 무슨 착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나 본데, 네 권능은 결정적인 단점이 있어. 바로 창조가 아니라 모방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지.”
창조와 모방.
둘은 비슷하면서 달랐다.
준성은 테라의 권능이 창조가 아닌 모방이라고 사정없이 깎아내렸다.
“…….”
테라는 침묵했다. 하지만 몸이 거세게 떨리면서 강렬한 분노가 조금씩 사방을 잠식해 나갔다.
“그 말, 책임질 수 있어?”
“짝퉁은 진품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을 기억하나 모르겠군. 네가 지닌 허실을 파악해서 내가 제련제강의 마법을 사용하는 걸 모르나?”
“닥쳐!”
약점을 사정없이 공략당한 테라는 더 이상 참지 않았다.
준성의 말 중에서 가장 뼈아프게 들린 것은 다름 아닌 제련제강의 마법이었다.
매개체가 있어야 시전이 가능한 제련제강의 마법은 테라가 시전할 수 없는 것이고, 그것을 막기 위해 빛의 힘을 사용해야 했다.
테라의 힘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여부가 파악된 것도 제련제강의 마법에 있었다.
흉내낼 수 있는 선을 정확하게 간파했고, 곧바로 빈틈을 공략했으니 말이다.
콰콰콰콰!
날카로운 기세가 사방으로 뿌려졌지만 준성의 표정은 이전과 다르게 여유가 넘쳤다.
테라의 ‘모방’에 현혹되지 않고 사물의 진실을 꿰뚫어 보자 그다음은 간단했다.
빈틈을 파악하고 안으로 파고든다. 그리고 사물을 직시하게 되는 순간, 테라가 지닌 약점이 적나라하게 눈에 들어온다.
피슛!
어깨에 금빛 화살이 틀어박히자 테라의 눈이 커졌다.
방금 전이라면 어렵지 않게 막아낼 수 있는 화살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 실린 위력은 조금 전과 차원을 달리하고 있었다.
“너!”
“이 정도면 제법 아플 텐데?”
“으, 으으…….”
신의 육체를 꿰뚫고 전해지는 통증에 테라의 얼굴이 구겨졌다.
준성은 교활하게도 제련제강의 마법만 시전하지 않았다. 그 안에 ‘절대강화’라는 신언을 심어 테라를 공략했던 것이다.
테라로서는 모방할 수 없는 마법이었다. 연금술의 정화라 불리는 제련제강의 마법에 신언이라는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니,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오랫동안 쌓아온 현혹이 다른 신족에게 먹혀들었겠지만 나는 달라.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적에게 겁을 먹기에는 너무 먼 길을 왔거든.”
신조차 무너뜨린 시점에서 테라의 현혹에 휘둘릴 만큼 준성의 성취는 낮지 않았다.
모든 전력이 동일하다면 응용력이 중요하게 되고, 응용력도 동일하다면 그 다음은 상성 문제였다.
주변을 현혹하는 테라와 사물을 직시하는 준성의 상성은 압도적인 그의 우위였다.
“이만 끝내자.”
피잉! 피비비빙!
준성이 손을 들기 무섭게 하늘이 요동치면서 거대한 힘의 물결이 일어났다.
동시에 공간이 벌어지면서 수천 개에 달하는 보석이 쏟아졌다. 그것은 일제히 빛을 발하며 화살 형태로 바뀌기 시작했다.
수천 개의 보석으로 제련제강의 마법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가라!”
“나, 나는 테라다! 이 세계의 신이 나라고!”
괴성을 지른 테라는 내부에 갈무리한 모든 힘을 일시에 폭발시켰다.
콰과과과과!
어마어마한 힘이 휘몰아치면서 사방에 휘몰아쳤다. 테라는 쏟아지는 보석 화살을 보면서 손을 뻗었다. 반투명한 막이 앞을 가로막았지만 끝없이 쏟아지는 화살은 방어막을 연신 두드렸다.
꽈광! 꽝! 꽝!
끝없이 이어지는 폭음, 그리고 균열.
테라는 모든 힘을 발산하여 방어막을 유지했지만 한 줄기 파고든 화살이 모든 것을 뒤엉키게 만들었다.
꽈아앙!
뒤를 파고든 공격은 테라의 집중력을 흔들어놓았다. 거세게 몸을 떤 테라는 뒤에서 공격을 가한 타나를 보며 눈을 부릅떴다.
“네놈…….”
“최후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자 아니겠어?”
준성의 말은 승패를 가르는 마지막 분수령이 되었다. 방어막이 깨지고 테라의 전신에 수천 개의 화살이 차례대로 꽂히기 시작했다.
그것은 끝없이 육체를 파고들면서 연이어 강렬한 폭발을 일으켰다.
콰직! 콰광! 콰과과광!
테라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폭발에 휩쓸려 몸을 들썩였다. 제련제강의 마법에 실린 ‘소멸’은 신의 육체를 사정없이 무너뜨렸고, 정신체를 산산이 파괴했다. 끝까지 버텨내려고 했지만 집요하게 이어지는 공격은 재기할 수 있는 일말의 여지마저 없애 버렸다.
“사라져라.”
파사사!
육체와 정신까지 파괴하고 마지막 신성까지 소멸시키는 준성이었다.
테라가 완전히 소멸한 것을 확인한 그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중얼거렸다.
“가장 큰 고비는 넘겼나…….”
대신족 대부분을 소멸시켰지만 아직 오십이 넘는 신족이 남아 있었다.
무엇보다 테라가 소멸하는 순간, 남긴 의념이 준성의 마음을 찜찜하게 만들었다.
[네가 승리해도 온전한 세계를 얻는 건 불가능할 거다. 왜냐하면 빛과 어둠이 널 노릴 테니까…….]“빛과 어둠이라니.”
어둠의 강림.
테라는 오래전부터 빛과 어둠에 대해 관심을 보여왔고, 자신들이 빛의 진영을 대표하는 존재 중 하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구는 굉장히 복잡한 상황으로 뒤엉켜 있었다. 그중 하나가 지구를 대표할 수 있는 존재의 여부였다.
지구 신부터 시작해서 신족과 준성 일행, 그들 모두 신의 힘을 지닌 이들이었으나 누구도 지구를 대표할 수 없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세력의 정리였다. 그리고 승자만이 빛의 진영 지구 대표로 신들의 제전에 참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은 어둠의 침공이었다.
오랫동안 지구는 빛의 진영에 나설 초월적인 존재가 없었고, 이것은 어둠의 진영의 눈길을 끌게 만들었다.
그들은 지구를 침략하고자 어둠의 세력을 심어두었고, 침공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알아차린 테라는 동족이자 부하들인 신족을 이용하기로 결심했다.
바로 대신족들이 신들의 제전에 참가하고 남은 신족을 활용하여 어둠의 세력의 침공에 대비하게 만들려던 것이다.
그들의 침공 시기는 머지않았고, 그것을 대비하는 건 준성의 몫으로 넘어오게 되었다.
“어둠의 세력이라니…….”
염려하던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 준성의 표정이 구겨졌다.
“전부 우리 승리로 끝이 났네?”
테티스와 대치하고 있던 세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른 이들은 치열한 전투를 벌였지만 세희와 테티스의 상황은 달랐다.
둘은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서로 견제만 한 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세희는 테티스에게서 전의가 느껴지지 않는 걸 파악했고, 자신도 공격할 의사를 버려두었다.
숫자가 많은 전투에서 세희의 힘은 큰 도움이 되지만 일대일 대결에서 취약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돌아가는 정황은 자신들에게 유리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남은 대신족은 테티스가 유일했다.
그 외에 다른 신족들이 존재한다고 하나 준성 일행을 힘으로 어쩌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함이 따랐다.
“다들 이렇게 될 줄은…….”
테티스는 아직도 대신족들의 소멸이 믿기지 않는 얼굴이었다.
특히 신을 상대로도 건재한 모습을 보여주던 테라가 이토록 허망하게 사라질 줄 미처 몰랐다.
그만큼 테라는 신족에게 절대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였다.
하지만 준성에게 육체가 파괴되고 정신체가 무너졌으며, 존재 자체가 소멸을 맞이했다.
제아무리 신의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다시 살아나는 건 불가능했다.
테티스는 자신을 포위한 다섯 인물들을 보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자폭해도 우리한테 어쩔 수 없을걸?”
자신들의 승리로 돌아가자, 세희의 얼굴에 함박 미소가 걸렸다.
신족을 무너뜨린 것은 자신들의 승리를 의미했다.
하지만 테티스 입에서 나온 대답은 세희를 공황으로 몰아넣었다.
“항복해도 돼?”
“뭐?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말도 안 되는 행동에 세희는 펄쩍 뛰었다.
항복이라니! 신족의 항복은 세희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뒤이어 들려온 목소리는 세희를 어찌할 수 없는 패닉으로 몰아넣었다.
“받아들이겠다.”
“서방!”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세희는 소리를 빽 하니 내질렀다.
세희가 목소리를 높였지만 준성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결정은 내렸고, 테티스의 항복은 받아들여졌다.
더 이상 이견을 용납하지 않았기에 분위기는 자연히 테티스의 항복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네가 항복하는 건 신족의 안위를 위해서일 거야. 안 그래?”
“맞아.”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종족의 보전이 가장 원하는 부분일 테니까. 항복을 받아들이는 대신 내가 요구하는 조건을 받아줘야겠어.”
“말해.”
“우선 신족은 영원히 아틀란티스에 거주해야 돼. 만약 자리를 벗어나게 되면 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걸로 간주, 신족을 말살하겠어.”
“……받아들일게.”
반발할 법도 했지만 테티스는 순순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외에도 준성은 신족에게 족쇄를 달기 위해 몇 가지 조건을 언급했고, 테티스는 모두 수용했다.
만약 제안을 그대로 따른다면 신족은 영원히 아틀란티스에 봉인된 채 자신들의 삶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말이 된다.
그럼에도 테티스의 얼굴에는 한 점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말을 하던 준성이 어색함을 느낄 정도였다.
“그렇다면 내 제안을 모두 수용한 것으로 알겠어.”
“알았어.”
“그럼 돌아가도 좋아.”
순순한 수긍 이후, 고개를 작게 끄덕인 테티스는 허공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순백의 기운이 휘몰아치는가 싶더니 몇 줄기 빛이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이 소멸된 대신족들의 잔재를 수습하는 것임을 모르지 않았다.
그 정도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알았기에 준성과 그들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이제 아틀란티스로 돌아갈게. 그곳에서 우리는 우리만의 삶을 이어나가겠어.”
테티스의 말이었고, 준성은 굳이 말리지 않았다.
파앗!
빛이 반짝이면서 테티스의 몸이 사라졌다. 약속대로 아틀란티스로 돌아간 것이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세희가 준성에게 다가왔다. 이나와 엘리엔도 다가오며 반짝이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끝난 거지?”
“끝난 게 맞아.”
“드디어…… 드디어 끝났어! 준! 끝났어요!”
환호성을 터뜨린 이나가 준성의 품에 안겼다.
그도 미소를 지으며 안겨든 이나의 몸을 힘껏 끌어안아 주었다.
그것은 신족과 전쟁의 끝을 알리는 신호와 같았다.
[쳇! 하필이면 대신족 녀석과 그런 약속이라니, 내가 활약한 게 고스란히 묻힌 거 아뇨.]“영웅이 네가 활약한 걸 누가 잊겠어? 당연히 모두가 기억하고 있어.”
[말이라도 못하면…….]못마땅한 기색으로 툴툴거리는 영웅이었지만 전쟁이 승리로 끝나서 기쁜 기색이었다.
그만큼 전쟁은 모두를 피폐하게 만들고 멸망으로 치닫게 하는 원인이었다.
영웅이를 중심으로 협력한 드래곤의 방어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숫자에서 열세에 처했으나 영웅이가 지닌 환두대도와 롱기누스는 신족의 신의 육체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드래곤의 용언이 빛을 발했는데, 신족이 지닌 권능과 대등하게 맞서면서 전황을 유지한 것이다.
그러던 중 테티스의 항복 소식이 전해지면서 신족의 움직임이 큰 혼란에 빠져들었다.
일부는 테티스의 명령에 따르는 한편, 일부는 반항하는 기색을 보인 것이다.
그러다 준성 일행이 복귀하고, 전황에 힘을 보태자 상황은 간단하게 정리됐다.
전황이 기운 것을 느낀 신족 대다수가 아틀란티스에 돌아가는 것을 선택했고, 야심을 버리지 못한 이들은 대항을 선택했다가 소멸의 길을 걷게 되었다.
신족의 숫자를 줄일 기회를 얻은 준성의 손속은 자비가 없었다.
결국 큰 피해를 입은 신족은 아틀란티스로 물러나게 되었다.
“도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렇게 강대한 신족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게 될 줄 몰랐네.”
준성을 돕기로 결정을 내렸지만 정말로 대신족을 대부분 소멸시키고 승리를 거둔 것이 놀랍기만 한 정기정이었다. 그들을 도왔지만 승리를 거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게 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다 끝난 건가?”
“끝나기는 했지만 동시에 시작이기도 하죠. 아직 남은 것이 있습니다.”
“남은 게 있다고?”
“그 부분에 대해서 안 그래도 드래곤의 도움이 필요하던 차입니다.”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라면 얼마든지 돕겠네.”
“그렇다면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준성은 드래곤이 해줘야 하는 역할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를 듣던 정기정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서리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의아함이 자리하기도 했다.
“우리 드래곤을 믿을 수 있는가?”
그 속에는 의미심장함이 담겨 있었다.
마치 자신들을 향한 믿음을 시험하는 기색에 준성은 미소를 지었다.
“드래곤은 망각을 모르는 종족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망각하지 않는다면 제가 베푼 것들을 잊을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허허,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말이로군.”
“망각을 모르기에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습니다. 저는 드래곤을 믿습니다. 드래곤의 현명함이 인류가 어리석음에 빠지는 걸 막아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준성이 드래곤에게 원하는 역할은 다름 아닌 조율자였다.
그들이 중간에서 조율을 함으로써 인간이 파멸의 길을 선택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정기정은 이내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우리도 더 이상 인류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생명체가 되었지. 그 제안은 흔쾌히 받아들이도록 하겠네.”
“감사합니다.”
“오히려 우리가 원하던 부분이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네.”
“하하!”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관계.
준성과 정기정이 그러했고, 이러한 믿음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거란 확신이 존재했다.
정기정을 비롯한 드래곤의 대답에서 준성은 짐을 하나 덜어놓을 수 있었다.
신족과 전쟁이 끝났지만 아직 준성 일행에게 남은 것이 존재했다.
“빛과 어둠.”
나지막한 준성의 중얼거림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빛과 어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지 않을 거야.”
준성이 여러 차례 설명했기에 그 부분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그 의미가 가볍지 않음을 느끼고 있었기에 표정까지 굳히고 있었다.
“준, 구체적으로 설명이 필요해요.”
“세계에 존재하는 차원은 빛과 어둠으로 구분되어 있어.”
준성이 본 우주는 끝이 보이지 않는 세계임과 동시에 무수히 많은 차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속에 수많은 신들이 존재하며, 각기 빛과 어둠의 진영에 소속되어 끝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지구는 빛의 진영에 속해 있으며, 준성과 세희, 이나, 엘리엔 등이 있던 세계도 빛의 진영에 속한 차원이었다.
빛과 빛은 서로 통하며, 빛과 어둠은 끝없이 대립하고 배척하며 상대를 소멸시키고자 했다.
지구는 빛의 진영에서 최약체에 속한 곳이고, 어둠의 잔재를 몰아낸 지 얼마 되지 않은 장소였다.
당연히 대표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존재했다가 사라졌다고 해야 함이 옳았다.
지구 측 대표가 되어야 할 신이 신족의 손에 소멸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뒤이어 존재감을 발산한 존재는 신족이었지만 당시에는 대표가 되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했다.
이것은 어둠의 진영이 지구에 눈독을 들이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수많은 전쟁이 이어지고, 그 속에서 지구를 대표할 만한 존재가 나타나지 않는 점은 어둠의 진영 침공을 본격화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던 중 나타난 것이 준성 일행과 지구 신, 신으로 도약한 신족의 존재였다.
그들은 완전한 신의 반열에 올라서면서 빛과 어둠에 대해 인지했고, 그동안 대표가 존재하지 않던 지구에 어둠의 진영에 소속된 신들이 침공해 올 거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전조가 바로 어둠의 종족들의 봉기였다.
과거 빛의 진영이 승리하고 어둠의 종족은 이지를 잃는 형벌에 처해졌다.
하지만 어둠의 진영의 권능이 지구에 닿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어어어!
시작은 바로 거인족이었다.
20미터가 넘는 거대한 덩치와 강력한 육체적인 능력을 갖춘 그들은 신족과 대항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음에도 세계의 패권을 다툴 수 없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너무나 무식하여 주어진 정보를 제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이유에 지나지 않았다.
거인족은 과거 세계를 지배했던 종족. 하지만 빛의 종족에게 패하고 멸족의 길을 걸은 그들은 이지를 잃고 오로지 살아남기 위한 생존본능에 충실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그들에게 지성이 주어졌다. 어둠의 진영의 권능이 거인족을 비추는 순간, 빛의 저주가 사라진 것이다.
최강의 육체와 지성이 갖춰지는 순간, 거인족은 세계의 패권을 다툴 수 있는 종족으로 거듭났다.
쿠웅! 쿵! 쿵!
아틀란티스 한구석에 봉인되어 있듯이 틀어박혀 있던 거인족의 발구름에 세상이 진동했다.
그들의 숫자는 수백에 불과했지만 적이 수억 수십억에 달하더라도 모조리 분쇄할 힘을 갖추고 있었다.
[우리는 그동안 잊고 있던 것들을 되찾았다.]쿠우웅!
발을 한 번 구르자 거대한 지진이 일어났다.
그럴 때마다 흐리멍덩하게 풀려 있던 거인족들의 눈에 예리한 빛이 발했다.
[이제 세상을 되찾을 때다. 우리에게 구원의 어둠이 내려오고 있다.]오오오오!
기괴한 소리가 흘러나오자, 무시무시한 충격파가 되어 주변을 휩쓸었다.
수백에 달하는 숫자였지만 삼삼오오 모여든 거인족은 위협적이었다.
우웅! 콰콰콰콰!
차츰 이성을 되찾던 거인족의 움직임이 점점 거칠어질 무렵, 그들을 주변으로 반투명한 막이 생겨나더니 공간 전체를 격리하기 시작했다.
[뭐냐!]이성을 되찾은 거인족은 심상치 않은 힘의 기류를 느끼고는 곧장 몸을 날렸다.
쿠우웅!
거대한 몸과 충돌하면서 반투명한 막이 진동했지만 부서지지 않았다.
그들의 압도적인 육체 능력으로도 부술 수 없는 막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잠시, 반투명한 막 안으로 찬란한 빛이 드리우기 시작하더니, 이내 거인들의 몸 하나하나가 사라졌다.
파앗! 팟! 팟!
“준! 성공이에요.”
수백에 달하는 거인이 모두 사라졌을 무렵, 활달한 목소리와 함께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이나였다. 뒤이어 준성과 세희, 엘리엔이 나타났다.
“……미리 준비하길 잘했지.”
“무지막지한 힘을 지니고 있던데? 잘못하면 큰일 날 뻔했어.”
“안 그래도 그 생각하고 있었어.”
어둠의 진영에서 권능이 내려오면 봉인되어 있던 종족이 깨어날 걸 알고 있었다.
준성은 이에 대비하고 있었고, 거인족이 지성을 되찾기 무섭게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이제 시작인가.”
어둠의 진영과 본격적인 전쟁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기에 준성의 눈이 날카로운 빛을 발했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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