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Mage RAW novel - Chapter (30)
Chap.3 레볼루션(Revolution)!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카르메인 왕국에서 엘과 아스트로 국왕이 계약을 맺은 지 3달이 지났을 즈음, 별다른 사건 없이 조용하기만 하던 대륙에 폭풍이 일기 시작했다.
그 일은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부유한 농업 국가 플라온 왕국부터 시작되었다.
플라온 왕국은 대륙 중북부에 위치한 왕국이다.
이 왕국은 비옥한 흑토 평야가 넓게 펼쳐진 곳을 끼고 있어 해마다 어마어마한 양의 밀을 생산해 낸다. 그럼에도 노동력이 부족하여 땅 자체에서 낼 수 있는 최대 수확량까지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플라온 왕국의 국민 대부분은 농부이며, 왕국 자체에서 각 식구의 숫자만큼 토지 면적을 계산하고 그 땅의 소유권을 주어 매년 일정량의 수확을 거두게 끔 하였다.
맥 역시 플라온 왕국의 농부였다.
결혼하여 딸만 셋을 둔 맥은 왕국에서 다섯 가족이 경작 지어야 하는 면적의 땅을 하사받았다.
그러나 딸만 셋인 맥의 집안은 노동력이 부족하여 늘 일손이 모자랐고, 그로 인해 나라에서 정한 수확량을 맞추고자 맥은 늘 홀로 고생해야 했다.
이 시대의 여자들은 보통 집에서 베틀로 천을 짜고 옷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옷을 짜는 건 그들 스스로 입을 의복을 위한 것이다.
귀족들 혹은 여행자들을 위한 의복은 많이 팔고 있으나 맥 같은 평민들이 입을 옷은 정작 팔지 않기 때문이다.
옷을 안 입고 살 수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옷을 짜는 것은 노동력이 무척 많이 필요로 하는 일인 데 반해 정작 가격은 터무니없이 낮았다.
여자도 농사일을 도울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옷을 만들어 입을 수 없기에 할 수 없이 남자는 농사를, 여자는 옷을 만드는 것이었다. 간간히 농사일을 돕기는 하 지만 그게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니 뭐라 할 수 있으랴.
그날도 맥은 혼자 농사일에 매진 중이었다. 그러다 한 상인이 가져온 옷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상인이 가져온 옷을 본 맥은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왜냐하면 상인이 파는 옷 중, 자신들 같은 사람들이 입는 옷도 존재했던 것이다. 게다가 가격도 매우 저렴했다.
이 정도 가격이면 굳이 집에서 옷을 만들 이유가 없다. 사서 입어도 부담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럼 착용감은 어떨까?’
의심이 가서 한번 입어 보았다. 그리고 또 놀랐다.
이렇게 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옷의 착용감이나 보온 효과가 집에서 만들던 옷보다 월등했던 것인다.
‘이거다! 바로 이거야!’
맥은 당장 옷을 여러 벌 구입하고 가족들을 데리고 농사일을 히게 하였다. 매일 집에서 천을 짜던 부인과 세 딸 이 농사일에 가담하니 맥의 부담이 상당 부분 덜어졌고, 그로 인해 맥은 놀고 있던 땅까지 모두 경작할 수 있었다.
매년 수확량을 맞추느라 고생하던 맥의 얼굴에 모처럼 웃음이 맺혔다. 이것이 모두 싼 가격의 옷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런 옷들은 소리 소문 없이 대륙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값싼 가격과 뛰어난 품질은 순식간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더 이상 집에서 천을 짜지 않게 되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렇다고 드는 시간에 비해 이득이 전혀 없는 옷을 더 이상 만들 필요를 못 느낀 것이다.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게 휠씬 더 경제적이었다.
그러자 가내 수공업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모두 상인들이 가져오는 옷을 사서 입게 되었기 때문인데, 결과적으로 천을 공급받아 옷을 전문적으로 만들던 사람들도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이 모든 일을 일으킨 엘은 골든 벨리에 새로 설치된 곳에 향해 있었다.
엘의 앞에는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동력으로 움직이는 거대한 풍차가 여러 대 있었다.
끼릭끼릭-
강렬한 바람을 맞으며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풍차를 보며 엘이 옆에 있는 노인에게 입을 열었다.
“베틀은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나요, 브루쉬 님?”
엘의 물음에 칠십이 다 되어 가는 노인, 브루쉬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마탑주님. 모두의 노력 하에 점점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브루쉬의 말에 엘이 미소 지었다.
“다행이군요.”
그러면서 엘은 풍차로 다시 시선을 옮겼다.
엘이 오래 전부터 계획한 것, 그것은 바로 계곡 안으로 쉴 새 없이 불어오는 바람을 이용하는 것이다.
자고로 바람은 자연 에너지로 그 가능성이 무한하다. 때문에 엘은 그 옛날 바람을 이용하여 곡식을 빻던 풍차를 떠올리게 되었고, 그 풍차를 활용하여 대륙에 큰 폭풍을 몰고 올 일을 계획하게 된 것이다.
엘이 계획한 것, 바로 그것은 풍차가 움직이면서 발생 하는 에너지로 자동 베틀을 만드는 것이다.
베틀은 천을 짜는 기계다. 이것은 무척 손이 많이 가는 기계로, 풍차의 에너지를 활용하여 자동화를 시키는데 수 백 번의 시행착오가 있었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베틀을 사용해 온 브루쉬 같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차츰차츰 문제점을 극복했고, 마침내 풍 차의 동력으로 천을 짜는, 자동 베틀이 완성된 것이다.
물론 완전히 인력이 필요치 않은 것은 아니었다. 일정 숫자의 사람이 오류가 나지 않도록 보조를 해야 했다. 하지만 그 숫자가 그리 많이 필요한 것도, 일이 고된 것도 아니었다. 넉넉한 보수를 약속한 후에 지원자를 구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나섰다. 그리고 그들은 엘에게 고용되어 쉴 새 없이 천을 짰다.
그 결과 어마어마한 양의 옷이 만들어져 대륙으로 풀려 나갔다.
한참 동안 풍차를 바라보던 엘이 말했다.
“이것은 저뿐만이 아니라 골든 벨리에 사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 그러니 노력을 아끼지 말아 주세요.”
브루쉬가 당치도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당연한 일입니다. 마탑주님에서 주시는 보수는 넉넉하다 못해 많을 정도고 그 대우에서도 모두가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 점에 대해서는 염려치 마십시오.”
“그럼 다행이군요.”
엘은 다시 한 번 풍차를 바라보았다.
계곡의 바람에 의해 빠르게 회전하는 풍차를 보며 엘은 빙긋 웃었다.
“저 풍차는 앞으로 나에게 무한한 힘을 실어 줄 거야.”
밝은 미래가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대성공입니다! 정말 대박입니다, 엘 님 !”
옷을 제작하여 공급한 지 불과 한 달째 되는 날.
디벨이 엘을 찾아와 건넨 말이다.
약간 흥분한 디벨의 모습에 엘은 미소 지었다.
성공 여부쯤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엘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제 시작입니다. 아직 좋아하기에는 일러요, 디벨 님.”
디벨의 말대로 이것도 성공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아직 엘이 계획한 것에 비하면 첫걸음을 뗀 것에 불과하다.
엘은 디벨에게 물음을 던졌다.
“그나저나 현재 어디어디에 옷이 팔렸는지요?”
디벨이 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더니 엘을 향해 말했다.
“놀라지 마십시오. 예상했던 것보다 무려 두 배는 더 많이 팔렸습니다. 제가 찾아온 것도 재고마저 모두 팔려서 추가 생산을 부탁드리려고 온 것입니다.”
“그 정도까지요?”
아니다 다를까, 디벨의 말에 엘은 놀란 표정을 했다.
확실히 놀라울 만했다. 엘이 디벨 상단에게 전달한 물품의 양은 무척 많은 숫자였다. 그런데 그 물건이 모두 팔렸다니. 그렇다면 디벨의 말마따나 정말 대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엘이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그렇군요. 그 정도면 대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럼 여태껏 만들어 둔 물량과 계획 이 단계를 실행하기로 하죠.”
“이 단계를 말입니까?”
이번에는 디벨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2단계라면 우선 옷을 공급하고 반년 후에 실행하려던 계획이다. 그런데 지금 실행한다는 건 무려 다섯 달을 앞으로 당기는 것이었으니 디벨이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엘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 였다.
“그렇습니다. 조금 이른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 기세를 타고 나간다면 수월하게 진행될 것 같군요. 그럼 부탁드리 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 엘이 말을 건넸다.
“그럼 물품을 모두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할 일이 있으셨던 것입니까?”
디벨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엘에게 물었다.
엘이 손을 살짝 저으며 말했다.
“아뇨, 특별히 할 일은 아니지만 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아, 그러셨군요.” 엘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디벨이 고개를 숙였다. “할 일이 있으시다니 저는 이만가보겠습니다. 다음에 뵙도록 하지요.”
“예, 그렇게 하세요.”
그렇게 디벨과 일별한 엘은 자신의 연구실로 향했다.
그리고 연구실에 들어서는 순간, 그의 눈앞에 드러난 거대한 검을 보며 엘은 작게 중얼거렸다.
“사업이 성공한다고 해도 그것을 지킬 힘이 없으면 결국 남 좋은 일만 하게 되는 것이다. 룬 블레이드, 이것은 내 모든 것을 지킬 최강의 검이 될 것이다.”
기이한 룬어가 아름답게 얽혀 있는 검이 어두운 연구실에 홀로 고고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