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Mage RAW novel - Chapter (34)
Chap.7 원한은 100배로
루비어스 백작령에 참사가 일어난 지 3일째.
그 기간 동안 엘은 루비어스 백작령에 머물면서 피해 수습을 도왔다.
그리고 모든 수습이 끝나자 엘과 카이나, 그리고 매직 나이트는 금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로웰린이 영지 밖으로 나와 엘을 배웅했다.
그녀는 어제도 울었는지 퉁퉁 부은 눈으로 엘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네요.”
엘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이 정도는 마땅히 해 드려야 할 일입니다. 금탑과 루비어스 백작가는 이제 남이라고 하기에도 어려울 정도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니 말입니다. 조만간 제가 연락드리겠습니다.”
“연락이라면……”
“복수 말입니다.”
“복수……”
로웰린의 눈이 빛났다.
아무것도 모르고 죽어 간 많은 이들의 원혼을 달래 줄, 복수.
그녀가 엘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때 연락드리도록 하지요.”
엘이 텔레포트 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캐스팅이 끝나자 전개어를 외쳤다.
“매스 텔레포트!”
스팟!
새하얀 빛이 폭사되며 엘 등을 감싸며 사라졌다.
사라진 그들의 모습을 보며 로웰린이 주먹을 꾸욱 쥐었다.
“제이 왕자파…… 용서하지 않겠어.”
지난 3일 동안 제2왕자파에 대한 분노가 한층 더 깊어진 그녀였다.
한편, 금탑에 도착한 엘은 곧장 디벨을 찾았다.
“어서 오십시오, 엘님.”
한창 옷 사업으로 인해 어마어마한 이윤을 챙기고 있던 디벨은 엘이 찾아오자 무척 반겼다. 언제나 한 건을 뻥뻥 터뜨려 주는 엘은 정말 대단한 청년이었다.
“갑자기 찾아온 게 누가 된 건 아닐까 모르겠네요.”
대륙십대상단에 근접한 상단이 바로 디벨 상단이다. 그 런 만큼 상단주가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도 엘이 불쑥 찾아온 것이기에 디벨의 업무에 방해를 준 게 아닌지 걱정하는 것이다.
“아닙니다. 누가 되다니, 당치도 않습니다. 설령 누가 되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엘 님을 못 뵈어 번거롭게 하는 것보다 그게 더 나으니 말입니다.”
디벨이 고개를 저으며 강력하게 말했다. 그리고 엘이 이곳을 찾아온 이유를 물었다.
“그러고 보니 당분간 바쁘시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무슨 일이 생기신 겁니까?”
“그게 말입니다……”
엘은 디벨에게 루비어스 백작령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설명하였다.
그 이야기를 들은 디벨의 안색이 변했다.
“그렇군요.”
단번에 상황을 이해한 디벨. 그는 조금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마도 그건 제이 왕자파 내에서 벌인 일인 듯합니다. 안 그러면 세 귀족들이 힘을 합칠 리 없기 때문입니다.”
엘도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이 왕자파 수장인 트겐발리 공작이나 책사인 브릴켄드 후작의 계획이 아니고서야 힘이 비슷한 세 귀족이 힘을 합칠 리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실 계획이십니까?”
그에 엘이 지난 3일동안 생각했던 것들을 디벨에게 털어놓았다.
“우선 루비어스 백작은 복수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그것을 도우려 합니다.”
엘의 말을 디벨은 가만히 듣고 있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여태껏 의문을 품고 있던 것을 오늘에 와서야 물으려 하는 것이다.
“엘 님.”
“……”
“궁금한 것이 있는데 대답해 주시겠습니까?”
엘은 흔쾌히 승낙했다.
“물론입니다.”
“그럼 묻겠습니다.”
잠시 숨을 고른 디벨. 그는 엘에게 물음을 던졌다.
“저는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어째서 엘 님이 루비어스 백작이라는 자를 도우는 것입니까? 물론 루비어스 백작이 엘님에게 필요한 인물이란 걸 알겠지만 굳이 그런 노력을 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 노력들을 다른 방향으로 돌린다면 더욱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길게 말한 디벨은 차분하게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어 나갔다.
“솔직히 저는 엘 님이 저보다 더욱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분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런 엘 님이 왜 루비어스 백작에게 노력을 기울이는지 모르겠습니다. 설마 루비어스 백작에게 마음이 있는 것입니까?”
여태껏, 엘이 처음 로웰린을 도왔을 때부터 의심을 품 고 있던 것을 털어놓은 디벨. 그는 말을 마친 뒤 엘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할 말을 했으니 이제 엘의 대답을 들을 차례다.
“……”
디벨의 의문에 엘은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하기야, 자신과 로웰린이 친척 사이인지 모르는 디벨의 눈에 당연히 그렇게 보일지도 모른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엘이 입을 열었다.
“우선 루비어스 백작에게 마음이 있는 건 아닙니다. 제게 여인이라곤 오직 세레나와 카이나뿐이니까요.”
“그렇군요.”
다른 사람이라면 의심을 한 번쯤 해 볼 만하다. 왜냐하면 로웰린의 미모가 워낙 출중했기에 남자라면 한 번쯤 흑심을 품어 볼 만한 외모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벨은 엘을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여태껏 엘이 보여 준 능력은 그로 하여금 절대적 신뢰감을 갖게끔 했기 때문이다.
그런 디벨의 신뢰감을 엘이 못 느낄리 없었다. 그러자 엘은 디벨에게 솔직하게 말해야 함을 느꼈다.
엘과 로웰린이 친척 사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실피르와 세레나, 카이나뿐이다. 이 사실을 밝힌다면 디벨은 외부 사람으로서 그 사실을 알게 되는 첫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진다면 자칫 큰 약점이 될 수 있는데, 오늘 외부 사람에게 털어놓게 되는 것이다.
잠시 숨을 고른 엘이 큰 비밀을 틸어놓았다.
“루비어스 백작…… 아니, 로웰린 누나는 저의 친척 누나가 됩니다.”
“제 아버지가 다름 아닌 전대 루비어스 백작의 형님이십니다. 한때 천재 마법사로 유명했던 레이언 루비어스를 아십니까?”
상단주로서 정보에 능통한 그가 모를 리 없다.
“물론입니다. 톨리안 왕국의 마법을 부흥시킬 인재로 이름 높았죠. 그렇다면 설마……”
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분이 바로 제 아버지입니다.”
충격이었다. 대륙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금탑주의 아버지가 다름 아닌 레이언 루비어스라니.
그렇다는 건 엘의 출신 가문이 루비어스 백작가라 할 수 있고, 그걸 바탕으로 생각하면 엘이 루비어스 백작가를 돕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렇군요. 그래서……”
이제야 모든 걸 납득한 디벨. 그는 엘에게 고개를 숙여 용서를 구했다.
“죄송합니다. 그것도 모르고 의심을 했습니다.”
그에 엘이 고개를 저었다. 그로서는 아무 사실도 묻지 않고 묵묵히 도와주던 디벨이 언제나 고마웠을 따름이다.
“매일 묵묵히 도와주신 디벨님이 이 정도 사실을 알 권 리는 당연히 있습니다. 너무 미안해하지 마세요.”
적에게는 냉정하지만, 자기 사람에게는 한없이 자상한 엘. 그 마음을 느낀 디벨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대신 앞으로 루비어스 백작가를 최대한 돕도록 하겠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엘님의 가문이니까요.”
“고맙습니다.”
“그럼 일단 루비어스 백작가를 습격한 가문에 복수하는 방향으로 설정을 잡으셨군요. 제가 무슨 도움을 드리면 되겠습니까?”
디벨의 물음에 엘이 자신이 생각했던 바를 말했다.
“우선 저는 물론 루비어스 백작도 이번 일을 그냥 넘기려 하지 않습니다. 루비어스 백작가를 건드린 것에 후회를 하게 하려면 철저한 응징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저는 우선 세 영지의 상권을 완벽하게 장악한 뒤 그들을 제거하고, 영지전인 걸로 선포하여 그들의 영토를 루비어스 백작령으로 편입하려고 합니다.”
“오오……”
엘의 말에 디벨이 감탄사를 자아냈다.
정말 훌륭한 계획이다. 영지의 상권을 장악하면 자연히 돈의 흐름이 비틀릴 게 분명하고, 그렇게 되면 영지의 재정은 나빠질 것이 분명하다. 물론 이건 큰 타격이 아니지 만 후에 지속적인 타격으로 돌아올 것이며, 그렇게 되면 각 영지에서 움직임을 보일 게 분명했다.
그때, 영지전 증거를 포착한 엘이 영지전을 선포한다. 그리고 엘이 움직여 영지를 하나씩 제압한다면 세 영지는 반항조차 하지 못한 채, 지배 계층만 바뀌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결국 몰락하는 건 지배 계층뿐이고, 아래 계층 사람들 은 전혀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디벨이 엘의 계획에 동조했다.
“훌륭한 계획입니다. 게다가 이 일을 바탕으로 저희 상단의 영향력을 톨리안 왕국 안으로 넓힐 수 있겠군요.”
엘이 미소를 지었다. 역시 상단주라그런지 말을 안 해도 잘 알아듣는다. “물론입니다. 역시 상단주님이시군요.”
“그럼 곧장 일을 시행하겠습니다. 마침 돈이 많이 남아 카르메인 왕국 말고 다른 곳에 투자할까 고민을 했는데 쓰일 곳이 정해졌군요. 그럼 엘 님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디벨이 고개를 저었다.
“디벨 상단은 엘 님의 상단입니다. 부탁이라는 말은 사용하지 마십시오.”
“알겠습니다. 하지만 적응이 잘 안 되는군요. 하하!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텔레포트 마법을 전개하여 엘의 신형이 사라졌다.
홀로 남겨진 디벨은 대륙 각지로 뻗어 나가는 상단의 영향력에 미소 지었다.
“대륙 십대 상단의 길이 멀지 않았군.”
톨리안 왕국에 진출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대륙 10대 상단에 들어선 듯한 기분이 드는 디벨이었다.
루비어스 백작령 참사가 일어난 지 2주쯤 흘렀다.
톨리안 왕국 동부에 위치한 로드멜 백작령에 비상령이 걸렸다.
로드멜 백작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뭐라고? 디벨 상단이 우리 영지에 들어와 물건을 팔고 있다고?”
그에 사무관이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예, 영주님. 때문에 가문의 상단에서 팔고 있는 물건이 팔리지 않아 그 손해가 막심합니다.”
“큭! 국법으로 다른 상단이 무단으로 영지에 들어와 물건을 파는 건 금지지 않나, 그런데 왜 디벨 상단을 막지 못한 건가.”
로드멜 백작의 말에 사무관이 쩔쩔 매면서도 말했다.
“그게 다름이 아니라 디벨 상단이 국왕 전하의 직인이 찍힌 허가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아무도 디벨 상단의 진입을 막지 못한 것입니다.”
국왕의 직인이라는 말에 로드멜 백작의 표정이 급변했다.
“국왕 전하의 직인을? 이런……”
다른 이유라면 로드멜 백작이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지 만 국왕의 직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국왕의 직인은 건국 공신, 혹은 그에 준하는 이들에게만 하사되는 것으로, 디벨 상단이 그걸 가지고 있다는 것은 톨리안 왕국에 엄청난 돈을 기부했다거나, 왕국의 건국 공신, 혹은 그에 준하는 사람이 디벨 상단의 뒤에 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건국 공신이면 최소 후작의 작위를 가지고 있는 이다. 결코 로드멜 백작이 흘로 상대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닌 것이 다. 로드멜 백작이 사무관에게 소리쳤다.
“현재 디벨 상단이 영지의 어디까지 진입했지?”
“그게……”
사무관이 머뭇거 리자 로드멜 백작이 소리쳤다.
“어서 말하라!”
“예, 예! 현재 디벨 상단은 영지의 절반이 넘는 곳까지 진입했습니다. 엄청난 돈을 바탕으로 밀고 들어오기 때문에 대부분의 상권이 디벨 상단에게 넘어가고 있으며, 저희가 대응을 해 보려 해도 국왕 전하의 직인이 있는 터라 함부로 무력도 사용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로드멜 백작의 표정이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졌다.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
디벨 상단은 대륙 10대 상단의 아성을 넘보고 있는 거대 상단이다. 그 자금력이 대단할 것이 분명하고, 그 금력을 작정하고 사용하면 웬만한 소왕국쯤은 그대로 말아먹을 수 있는 게 바로 디벨 상단이다.
하물며 그런 디벨 상단이 마음먹고 밀고 들어오는 이상 로드멜 백작령의 상권이 넘어가는 건 식은 죽 먹기다. 저지하고 싶어도 국왕의 직인이 찍혀 있는 이상 항의해봤자 그의 손해다.
“그리고……”
“그리고? 또 뭔가 있나?”
계속되는 좋지 않은 보고에 신경이 날카로워진 로드멜 백작이 묻자 사무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그것이……”
“어서 말해 보라.”
로드멜 백작이 짜증내며 묻자, 사무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사실은 오늘 왕궁에서 공문이 날아왔습니다. 그 내용이…… 루비어스 백작가에서 영지전을 선포했다는 내용입니다.”
“뭐, 영지전?”
사무관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짓는 로드멜 백작 그런 그의 반응에 사무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오늘 선포했다고 합니다.”
“그렇군.”
고개를 끄덕이는 로드멜 백작.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는 사무관에게 말했다.
“넌 그만 나가 봐라.”
이 상황에서 눈알 굴리는 저런 모습을 보니 더욱 화가 솟구쳤다.
“예, 예.”
로드멜 백작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사무관이 고개를 숙이고는 장내를 벗어났다. 사무관이 나가자 로드멜 백작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안 되겠군. 트겐발리 공작 전하에게 도움을 청해야겠어. 이대로 가다가는 영지 전체가 디벨 상단에게 먹히고 만다. 그건 안 돼.”
“미안하지만 그건 불가능하겠군.”
로드멜 백작의 발걸음이 통신구가 있는 곳으로 향할 때, 그의 귓가에 한줄기 목소리가 흘러 들어왔다.
“누구냐!”
소드 마스터에 이른 로드멜 백작의 감각은 일반인과 달라, 목소리가 들려오자마자 재빨리 반응하며 경계의 자세를 취했다.
어느새 그의 손에는 검이 들려 있었다.
하지만 그의 감각에는 아무도 걸리지 않았다. 로드멜 백작이 소리 쳤다.
“누구냐고 묻지 않았나!”
“나를 누구냐고 묻는다면…… 좀 곤란하군. 적인데 말이지.”
그 말과 함께 수십 개의 매직 애로우가 로드멜 백작에게 쏘아졌다.
파바밧!
“이런 걸로 날 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로드멜 백작의 검이 빠르게 움직이며 매직 애로우들을 쳐냈다.
그의 검에는 오러가 충만하게 맺혀 있었다.
티딕! 틱!
매직 애펄우는 오러를 머금은 그의 검과 충돌하면서 허망하게 소멸되었고, 로드멜 백작이 모든 매직 애로우를 제거했을 때, 청년의 목소리가 재차 들려왔다.
“올 플리체!”
그와 함께 날아오는 황금빛 화살! 로드멜 백작은 그것이 직감적으로 아까 전 화살과 위력이 다르단 것을 느꼈다.
쓰쓰쓰!
본능의 경고에 그는 충실하게 따라 그의 검에 푸른색 오러 블레이드가 솟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러 블레이드로 황금빛 화살을 쳐냈다.
꽝!
“크윽!?”
어마어마한 반탄력에 신음을 흘리는 로드멜 백작.
검을 쥔 그의 손이 축 늘어졌다. 어마어마한 반탄력이 팔에 스며들면서 순간 제 구실을 잃은 것이다. 검을 쥔 그의 손에 붉은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황금빛 화살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로드멜 백작이 막아 내자마자 그 뒤를 따라 두 발의 황금빛 화살이 쏘아졌던 것이다.
그 황금빛 화살은 곧장 로드멜 백작의 양팔을 꿰뚫었다.
“끄윽!”
털썩!
양팔이 끊어지는 고통을 느끼며 충격에 엉덩방아를 찧은 로드멜 백작.
“후우! 첫 공격을 막아 내다니 제법이야. 하지만 두 번 째는 못 막아 내는군.”
그가 저항할 능력을 잃자 침입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로드멜 백작의 눈에 침입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침입자의 얼굴을 본 그의 동공이 크게 뜨였다.
떨리는 목소리로 그는 침입자의 정체를 밝혔다.
“너, 너는…… 금탑주!”
그렇다. 침입자, 그는 다름 아닌 엘이었던 것이다.
엘은 로드멜 백작이 자신의 정체를 알아보자 빙그레 미소지었다.
“내 얼굴을 알아봐 주니 영광입니다, 로드멜 백작님. 하지만 자리가 자리이다 보니 그리 좋은 분위기는 아니군요”
“어, 어떻게 탑주가 여기에……”
로드멜 백작의 전신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다른 두 백작과 힘을 합쳐 루비어스 백작령을 공격했기 때문이다.
엘이 등장하자마자 철수하였으니 증거는 남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그 이유로 온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찔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엘의 등장으로 여러 가지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로드멜 백작을 보며 엘은 천천히 로드멜 백작에게 입을 열었다.
“제가 이곳에 왜 왔는지 아십니까, 로드멜 백작님?”
“그, 그걸 내가 어떻게 아나, 금탑주. 그리고…… 이게 무슨 짓인가? 그대가 아무리 국왕 전하에게 총애 받는 마탑주라고 하나 나에게 이런 짓을 할 정도는 아니다.”
그 말에 피식 웃는 엘. 그는 로드멜 백작의 말에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게 생각하는군요.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나오니 정말 씁쓸합니다. 그럼 제가 왜 이런 짓을 벌였는지 알려 드릴 분을 모셔오겠습니다.”
그와 함께 엘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잠시 후, 주문이 끝난 엘이 전개어를 외치자 눈부신 빛과 함께 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로웰린이었다.
로웰린은 증오에 가득 찬 눈으로 로드멜 백작을 노려보았다.
엘이 그런 로웰린을 힐끗 보고는 로드멜 백작에게 말했다.
“이래도 모르시겠습니까, 로드멜 백작님?”
로드멜 백작은 엘의 말에 주먹을 확 움켜쥐었다. 그러자 식은땀이 가득 느껴졌다.
상황이 이쯤 됐으면 그들이 왜 왔는지 알 만하다. 하지만 로드멜 백작은 그걸 필사적으로 부인해야 했다. 여기서 인정한다면 자신은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증거가 없다. 자신들이 모두 증거를 소멸시켰기 때문이다.
증거가 없다면 이들도 자신을 죽이지 못할 것이다.
로드멜 백작이 애써 가슴을 피며 외쳤다.
“나는 모른다! 그대들이 왜 나를 핍박하는지 밝혀라! 안 그러면 왕국에 정식으로 건의를 올릴 것이다! 루비어스 백작과 금탑주가 죄 없는 귀족을 핍박한다고 말이다!”
그러자 로웰린의 눈에 핏발이 섰다.
그녀가 로드멜 백작의 멱살을 잡으며 외쳤다.
“핍박? 지금 핍박이라고 했나?”
그런 로첼린을 엘이 말렸다.
“이런, 진정하십시오, 백작님.”
“하지만……”
자신을 말리는 엘을 원망스럽다는 듯이 바라보자 엘은 그녀를 진정시켰다.
“잠시,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모든 비밀을 밝힌 뒤 그때 처리해도 되니까요.”
“……알겠어요.”
엘이 이렇게까지 말하니 물러서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로웰린이 뒤로 물러나자 엘이 로드멜 백작에게 말했다.
“분명 당신들은 완벽하게 일을 처리했다고 느끼겠지요.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습니다. 시체를 모두 챙겨갔다고 하여 그들의 영혼까지 가져갈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한 엘의 어조에 로드멜 백작이 긴장하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뭐, 말 그대로입니다. 죽은 시체를 모두 회수했다고 해도 영혼은 그 자리에 머무는 법이지요.”
그러면서 엘은 품에서 작은 보석을 꺼냈다. 그리고 보석에서 붉은 빛이 일어나더니, 이내 영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영상에서는 엘이 서먼 소울을 전개하는 장면과 그 마법에 의해 불려 온 영혼이 모든 사실을 밝히는 장면이 천천히 재생되었다. 영상이 끝나자, 엘이 로드멜 백작에게 말했다.
“이걸 봐도 부정하려는 겁니까?”
“……”
로드멜 백작은 아무런 말도 못했다. 그는 자신의 휘하 기사인 라이켈이 모든 사실을 고백할 때부터 이미 안색이 창백하게 변해 있었다.
이정도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분명 서먼 소울이라는 마법은 존재했고, 그 마법에 의해 불려 나온 영혼은 전개자의 말에 따르며, 거짓을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라면 충분히 증거가 될 수 있는 사항이었다.
즉, 더 이상 변명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물론 더 놀라운 것은 이런 비주류 마법을 익히고 있는 엘의 존재였지만.
아무 말 없는 로드멜 백작을 보며 엘이 로웰린에게 시선을 주자 그녀가 앞으론 나섰다.
로드멜 백작 앞에 선 그녀는 검을 뽑아들었다.
스르릉!
유려한 검신이 모습을 드러내고 푸르스름한 오러가 검을 감싸자 살을 저미는 듯한 예기가 검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예기에 로드멜 백작이 부르르 떨자 로웰린이 원독에 찬 눈으로 그에게 외쳤다.
“왕권 다툼이라 하여 수많은 사람을 죽이는 게 기분이 좋은가. 그대의 행동으로 울부짖은 사람들을 생각해 보라! 지금 내 행동도 그대와 다를 바 없으나 나는 그대에게 복수를 할 것이다! 그대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죽어 간 나의 기사들을 위해!”
그리고 로웰린은 로드멜 백작에게 검을 휘둘렀다. 저항이 불가능한 로드멜 백작은 로웰린의 검에 그대로 베였다.
털썩!
허망하게 목숨을 잃은 로드멜 백작의 육신이 허물어졌고, 로웰린은 쓰러진 그의 시체를 바라보며 조용히 검을 집어넣었다.
엘이 로웰린에게 다가가 물었다.
“괜찮습니까?”
로웰린이 물기 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전 괜찮아요. 단지…… 저자를 죽이니 죽은 기사들이 떠올라서요.”
괴로워 보이는 로웰린의 모습에 엘이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 줬다.
“괴로운 기억이지만 그로 인해 새로운 걸 얻지 않았습니까? 기사들의 신뢰라는 것을요. 그리고 지금 백작님은 그들의 복수를 하고 있습니다. 복수란 원래 허망한 법. 그 감정을 잘 다스린다면 이번 일을 계기로 한층 더 성장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엘의 위로에 로웰린이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탑주님.”
그녀의 인사에 엘은 미소지었다.
“고마운 인사는 나중에 하도록 하시고, 나머지 두 곳을 찾아가도록 하지요. 일을 빨리 처리하는게 좋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해도 되나요?”
“예, 이미 왕국에다가 영지전을 신청해 놓은 상태입니다. 복수의 허망함을 가급적 줄이기 위해서는 빨리 일을 처리하는 게 좋겠지요.”
엘의 말에 로웰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복수를 하고 난 뒤 느껴지는 허망한 감정은 다시 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 중 하나였다.
“그럼 가도록 하지요.”
로웰린의 어깨에 손을 올린 엘이 마법을 전개했다.
그들의 몸이 새하얀 빛에 횝싸이며 그 장소에 감쪽같이 사라졌다. 남은 것은 피를 계속 흘리며 차가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로드멜 백작의 시체뿐이었다.
점령.
영지전을 선포하고 채 하루도 되지 않은 시간에 세 백작령이 루비어스 백작가의 깃발 아래 떨어졌다.
루비어스 백작가는 정체를 숨긴 채 영지를 무단 침공한 세 백작가에게 영지전을 선포하였으며, 그것을 선포한 지 채 하루도 되지 않은 시간에 세 백작이 모두 죽음으로써 영지전은 막을 내렸다.
금탑주의 도움을 받은 루비어스 백작가는 그야말로 거칠 것이 없었다.
자신들이 지켜야 할 영주가 죽은 마당에 영지병이나 기사들은 더 이상 지킬 것이 없어 순순히 루비어스 백작가의 깃발 아래 굴복했다.
물론 그 가족들이 대항할 수도 있으나 반항할 만한 이들은 이미 모두 제거당한 뒤였고, 살아남은 이들은 영지전 결말에 굴복한 채 영지를 떠났다.
그 결과 루비어스 백작가는 자신의 영지에 3배에 달하는 영지를 수중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본래 영지를 얻은 뒤 지배 계층이 바뀜으로써 상당한 혼란을 낳아야 정상이나, 루비어스 백작가는 디벨 상단의 적극 지원에 힘입어 별다른 소음 없이 세 영지를 흠수할 수 있었다.
이 일로 톨리안 왕국은 크게 술렁였다.
영지전에서 승리하면서 루비어스 백작가가 얻은 영토는 왕국 후작가의 영지보다 넓은 크기 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각 파는 갑자기 힘이 커진 루비어스 백작가를 견제하기 시작했으며, 그에 따라 각 파에서는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로웰린의 제3왕자파에 합류하여 급변하는 톨리안 왕국 의 정세가 다시 한 번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하하, 트겐발리 영감이 한 방 먹었군! 하하하!”
맥셀 왕자가 즐거운 듯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유쾌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번 영지전에서 루비어스 백작가에게 함락당한 세 영 지는 모두 제2왕자파에 속한 영지다.
그 세 영지가 함락 당했다는 것은 제2왕자파의 힘이 감소했다는 뜻. 게다가 세 영지의 주인 모두 소드 마스터였기에 이번 일로 제2왕자파에서는 엄청난 손해를 입은 것과 같았다.
“항상 이런 일들만 일어났으면 좋겠어. 그럼 속시원하게 웃으면서 오래 살 수 있을 텐데 말이지. 안 그런가, 테 란델 후작?”
맥셀 왕자 앞에 앉아 있던 테란델 후작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그렇습니다, 왕자 전하.”
그 또한 맥셀 왕자 앞이라 함부로 행동하지 못했지만 마음 같아서는 크게 웃어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동안 제2왕자파가 설치고 다니던 것을 얼마나 얄밉게 바라보았던가. 그러던 중 이번 일이 터지자 테란델 후작은 무척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기분이 좋은 만큼 안 좋은 것도 있었다. 그 점을 맥셀 왕자가 꼬집었다.
“그나저나 루비어스 백작가의 힘이 커졌다는 것은 테란델 후작가가 루비어스 백작가의 힘을 흡수하기 한층 더 어려워졌다는 걸 뜻하는군. 이건 별로 좋지 못한 소식이야.”
맥셀 왕자의 말에 테란델 후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도 그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렇습니다, 이번 일로 인해 그게 어려워졌습니다.”
어깨를 으쓱하며 맥셀 왕자가 위로 아닌 위로를 하였다.
“세상에 좋은 일만 있을 수 없으니까 말이지. 내가 왕좌에 오르는 날 금탑주를 제거하고 루비어스 백작가는 후작 마음대로 하게 놔둘 테니까 그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자고.”
테란델 후작이 고개를 깊게 숙였다.
“예, 감사합니다, 왕자 전하.”
“나에게 힘이 되어 주는데 그 정도는 해 줘야겠지.”
그러면서 맥셀 왕자는 시선을 창가로 옮겼다. 그리고 짙은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자아, 그럼 한 방 먹은 트겐발리 영감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천천히 보도록 할까.”
그의 웃음은 진정 유쾌해 보였다. 한편, 트겐발리 공작은 누구의 예상대로 잔뜩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쾅!
콰직!
분노에 찬 그가 탁자를 내리치자, 강력한 마나를 머금고 있던 그의 손이 그대로 탁자를 부숴 버렸다.
트겐발리 공작이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이곳에 모인 제2왕자파 귀족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세 영지가 루비어스 백작에게 넘어갔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야! 브릴켄드 후작!”
“예, 공작님.”
트겐발리 공작의 호명에 브릴켄드 후작이 대답했다. 그러자 그가 분노에 찬 눈으로 브릴켄드 후작을 바라보며 말했다.
“말해 봐!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자세하게 말해 보라고!”
“예, 공작님. 일단 세 귀족은 명령대로 루비어스 백작가를 급습했습니다. 그리고 압도적인 전력으로 루비어스 백작가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고 합니다.”
트겐발리 공작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멸문이 아니라 타격이란다.
그의 의문에 곧장 흘러나왔다. “큰 타격? 멸문이 아니라 타격이란 말인가?”
“예, 그게 공격 도중 마탑의 기사들이 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미칸 백작과 아드보카 백작을 상대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금탑주가 등장했고, 그들은 시체를 모두 회수하여 퇴각했다고 합니다.”
“그럼 일을 잘 처리한 것 아닌가. 왜 그들에게 들킨 거지?”
트겐발리 공작의 물음에 브릴켄드 후작이 약간 인상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그것이…… 금탑주가 영혼을 소환하는 서먼 소울을 익히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마법으로 영혼을 소환하여 일을 벌인 이들이 누군지 알아내고, 곧장 증거를 포착, 영지전을 선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금탑주의 무력에 의해 세 백작들이 제대로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 한 것입니다.”
“……허허허!”
너무나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리는 트겐발리 공작.
그로서는 정말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어찌 이렇게 운이 잘 맞아 떨어진단 말인가.
그 상황에 금탑의 인물이 있을 줄 몰랐고, 설마하니 금탑주가 비주류 마법인 서먼 소울을 익혔을 줄도 몰랐다. 운이 따라주지 않으니 완벽해 보이던 일도 실패할 수밖에. 이번 일로 엄청난 타격을 입은 트겐발리 공작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흐음! 이번 일의 실패로 자네가 세운 계획은 모두 연달아 시행할 수 없게 되었군.”
브릴젠드 후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또한 오랫동안 생각하여 세운 계획을 시행하지 못하는 게 무척 안타까운 모양이었다.
“그렇습니다 이번 일이 실패하였으니 다른 강구책을 찾아야 할 듯합니다.”
“다른 강구책이 있나?”
트겐발리 공작의 물음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브릴켄드 후작. 하지만 그는 비관적이지 않았다.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라 하여도 그곳을 빠져나을 방법은 있기 마련입니다. 그 방법을 강구해 보겠습니다.”
“자네만 믿겠네.”
상황이 많이 안 좋아졌다.
압도적인 힘으로 제1왕자파를 밀어붙이던 상황에서 3명의 소드 마스터를 잃은 지금 상황은 선뜻 제1왕자파를 압도한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건 브릴켄드 후작의 머리 뿐이다. 언제나 최고의 계획을 세워온 그이니 만큼 트겐발리 공작은 이번 일의 해결책도 브릴켄드 후작에게 기대를 걸었다. 그런 기대를 알기라도 하듯, 브릴켄드 후작이 트겐발리 공작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너무 낙담하지 마십시오, 공작님. 비록 계획이 실패하 였다고 하지만 상황이 절망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지금의 실패도 훗날 승자가 되었을 때 모두 잊힐 것들입니다. 그러니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지 마십시오.”
브릴켄드 후작의 위로에 트겐발리 공작이 한결 나아진 표정을 지었다.
“알겠네. 그럼 회의는 이만 하도록 하지. 지금 이 상황을 호전 시킬 수 있는 방법은 비단 브릴켄드 후작뿐만이 아닌, 다른 귀족들도 모두 생각해야 할 것이네. 우리 모두가 한 배를 탄 이상 우리의 운명도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 이네. 모두 알겠나?”
장내의 귀족들이 모두 한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예, 공작님.”
“그걸로 된 거네. 그럼 오늘 모임은 이만 하도록 하지. 상황이 좋지 않지만 모두 포기하지 말고 각자의 일에 최선을 다하게.”
그렇게 제2왕자파의 회의가 끝났다.
막상 회의에서 현 상황을 호전시킬 계획은 나오지 않았으며, 그것을 잘 알고 있는 귀족들로서는 발걸음이 무척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귀족들을 보며 트겐발리 공작이 두 눈을 감았다.
“방법이 없는가……”
그렇게 루비어스 백작가의 영지전은 왕권 다툼의 구도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