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Mage RAW novel - Chapter (36)
Chap.9 그레이 오크들의 침입
골든 벨리 전체에 광범위한 탐색 마법을 펼쳐놓았기에 엘은 침입자의 등장을 곧장 알아차릴 수 있었다.
“좋은 의도가 아닌 것 같군.”
엘의 표정이 굳었다. 좋은 목적을 가지고 온 사람이 이곳에 족히 수만에 해당하는 이들을 데려올 리 없기 때문이다.
“누가 침입한 것인지 살펴보아야겠군.”
성국의 침입은 아닐 것이다. 엘이 교황청을 습격하여 톡톡히 혼이 난 성국이 뚜렷한 계책을 세우지 않은 채 이곳에 올 리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디벨 상단의 정보망을 피해서 성국이 움직일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다른 이들이 침입했다는 뜻. 그러나 수 만에 달하는 숫자를 동원할 수 있는 곳은 바로 옆에 인접한 테란델 후작뿐이다.
하지만 그가 골든 벨리에 군대를 침입시키는 미친 짓을 할 리가 없다.
결론은 다른 이가 들어왔다는 뜻.
그렇다면 그 상대가 누구인지 살펴봐야 했다.
그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골든 벨리에 들어왔느냐를 파악해야 올바른 대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상대를 살펴보기 위해 엘은 텔레포트 마법을 캐스팅하였다. 이윽고 캐스팅이 끝나자 전개어를 외쳤다.
“텔레포트!”
스팟!
새하얀 빛이 엘을 휘감으며 그대로 사라졌다.
텔레포트롤 전개한 엘은 골든 벨리 초입 부분에 나타났다.
그리고 침입자의 반응이 느껴졌던 곳을 향해 날아갔다. 그곳에 도착하자 엘은 볼 수 있었다.
대지를 까맣게 메우며 빠르게 다가오는 회색 물체들을. 그것을 본 엘이 신음을 흘렸다.
“으음!”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역동적으로 꿈틀거리는 근육과 거대한 체구는 보기만 해도 기가 질릴 정도로 주눅감을 들게끔 하였다.
그렇다! 그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레베탄 고원에서 내려온 그레이 오크였던 것이다.
“어째서 오크들이 이곳에……”
오크들을 보며 안색이 창백하게 굳은 엘.
그도 그럴 것이 오크들의 숫자가 얼추 헤아려도 최소 5만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게다가 겉모습을 보니 오크 포레스트에 살고 있는 오크들이 아니다. 그보다 조금, 아니, 휠씬 더 강해보이는 회색빛 오크였다.
회색빛 오크가 사는 곳은 대륙에서 한 곳뿐이다.
다름 아닌 레베탄 고원! 다른 말로 몬스터 랜드라 불리는 그곳에서만 살고 있는 게 바로 그레이 오크다.
몬스터의 제왕이라 불리는 오우거마저 사냥하는 그레이 오크들이 무려 오만 마리나 쳐들어오다니. 제아무리 엘이라고 해도 기가 질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오는 방향을 보면 이곳으로 오는 게 분명해.”
그레이 오크들이 왜 이곳을 향해 쳐들어오는지 모른다. 하지만 엘은 그들이 쳐들어오는 이유보다 그들을 우선 막아야 함을 느꼈다.
저 그레이 오크들이 골든 벨리에 난입한다면 골든 벨리는 멸망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종내 모든 오크 들을 죽이겠지만 그 전에 골든 벨리가 먼저 멸망당할 것이다.
“막아야 해. 이건 위기야. 응?”
몸을 돌리던 엘이 돌연 움찔하며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엘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잘못 느꼈나?”
잠시 고개를 갸웃하던 엘은 골든 벨리 입구를 향해 날아갔다. 골든 벨리 입구가 비좁아 그곳에서 어느 정도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이다.
엘은 그곳에서 골든 나이트롤 소환하고 자신이 뒤에서 서포트 하여 최대한 시간을 끌 생각이 었다.
“호오……”
엘이 사라지자 조금 떨어진 곳에 지크릴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는 조금 전 사라진 엘의 모습을 쫓으며 중얼거렸다.
“7클래스 마법사라더니 이미 7클래스 마스터에 이르렀군. 게다가 감각이 출중해. 8클래스 마법사인 나의 기척을 한순간이지만 느꼈으니 말이야.”
그러면서 지크릴은 잠시 골든 벨리 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쉽군. 직접 나선다면 일을 쉽게 처리할 수 있을 텐데……”
마음 같아서는 자신이 엘을 사로잡고 싶지만 이곳에는 보이지 않는 대륙 각지의 눈이 도처에 깔려 있었다.
자신이 지금 달려가 금탑주를 제압하는 건 쉬운 일이지만 그렇게 하다가는 대륙에 흑탑의 존재를 노출하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대륙은 흑탑이라는 공통된 적 아래 뭉칠 것이 분명하고, 그렇게 된다면 흑탑은 또 다시 오랫동안 살아오던 터전을 버리고 새로운 터전을 향해 떠나야 된다.
흩어져 있을 때는 누구보다 약하지만 뭉치면 그 무엇보다 강한 게 대륙이라는 것을 알기에 지크릴으로서는 대륙 각지의 눈이 집중되어 있는 이곳에서 함부로 모습을 드러 낼 수 없는 것이다.
“나머지는 그레이 오크들에게 맡기는 게 좋겠지. 어차피 이번 공격은 금탑의 힘을 실험하기 위해서니 말이야.”
지크릴의 몸이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몸을 숨기고 조용히 금탑의 힘을 견식 할 생각인 것이다.
그 사이 그레이 오크들은 쿠리언의 지휘 아래 빠르게 골든 벨리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크륵! 게……으름은 용……서하지 않는다! 크르 륵! 어서 달려 ……라!”
레베탄 고원에서 살아남은 그레이 오크이니 만큼 그 체력도 일반 오크보다 월등했다.
그레이 오크들은 선두에 선 쿠리언을 따라 점점 골든 벨리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쿠리언이 점점 인간 냄새가 진해지는 걸 느끼며 붉은 안광을 뿜어냈다.
저 안쪽에 마왕님의 의지에 반하는 인간들이 있다. 반드시 죽여야 한다.
“크륵! 마왕……님께 반하는 자! 모두…… 죽어……야 한다.”
쿠리언이 진한 살기를 내뿜었다.
한편, 골든 벨리 안으로 들어선 엘은 곧장 실피르와 카이나, 매직 나이트롤 소집하였다. 모두 모이자, 엘이 굳은 안색으로 말했다.
“지금 이곳으로 오만에 달하는 그레이 오크들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엘의 말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레이 오크? 설마 레베탄 고원에 사는 그레이 오크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마이더의 물음에 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레베탄 고원의 그레이 오크입니다.”
“어째서 그 오크들이 이곳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 마이더. 그레이 오크는 그만큼 강력한 몬스터였다. 그레이 오크의 힘을 잘 알고 있는 듯한 마이더에게 엘이 물었다.
“그레이 오크와 겨뤄본 겁니까?”
마이더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레이 오크와 싸워봤습니다.”
“어느 정도로 강합니까?”
“트롤보다 조금 약한 정도입니다. 제 생각으로 두 마리가 힘을 합치면 트롤 한 마리보다 강할 것입니다.”
너무 충격적인 말! 그레이 오크라 하여 막연히 오크보다 조금 강한 정도의 몬스터라 생각하던 그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런……”
엘은 그들이 전의를 잃지 않도록 재빨리 자신의 생각을 말하였다.
“일단 일차로 입구에서 저와 골든 나이트가 막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할 터. 그렇다면 다크 포그를 발동하여 이차로 그레이 오크들을 막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부족하다면,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엘이 매직 나이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익스퍼트에 이른 검 실력과 마법 아티팩트의 조화로 월등히 강한 힘을 보이는 매직 나이트 그들의 힘이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저도 싸우고 싶어요, 주인님.”
카이나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녀 또한 골든 벨리를 지키는데 일조하고 싶었다.
하지만 엘은 고개를 저었다.
“안 돼. 너와 어머니는 함께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역할 을 맡아. 이번 일로 일반 주민들도 위험할 수 있어. 그러니 효율적으로 대피시키려는 너와 어머니의 도움이 필요해.”
그렇게까지 말하니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알겠어요.”
카이나가 풀 죽은 표정으로 순순히 납득했다. 자신도 싸우고 싶었지만 자신을 걱정하는 엘의 마음이 느껴졌기에 그녀는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럼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특히 주민들 대피는 신속하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어머니.”
사석이 아닌, 공석이었기에 어머니라 부르는 엘의 모습에 실피르는 새삼 엘이 다 컸다는 걸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골든 나이트와 제가 앞을 막을 테니 매직 나이트는 빠른 시간 내에 준비를 마쳐 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탑주님.”
모스를 비롯한 매직 나이트들이 고개를 숙였다.
“여러분을 믿겠습니다.”
믿음직한 그들의 모습에 엘은 안심하고 나갈 수 있었다. 엘은 곧장 골든 벨리 입구를 향했다.
“크륵! 크륵!”
골든 벨리 입구.
그곳에는 이미 5만에 이르는 그레이 오크들이 바짝 접근한 상태였다.
“조금만 늦었어도 입구를 막지 못할 뻔했군.”
엘은 당초 예상보다 월등히 빠른 그레이 오크들의 접근 속도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골든 나이트에게 명령을 내렸다.
“타나! 입구를 지켜라! 단 한 마리의 그레이 오크도 통과하지 못하게 하라!”
파앗!
골든 나이트에게서 푸른 안광이 뿜어져 나왔다.
-주군의. 명령을. 이행함.
사념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골든 나이트의 에고도 발전을 해나가는지 이제는 세 글자씩 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황금 망토를 날리며 골든 나이트가 계곡 입구에 몸을 날렸다. 그리고 엘은 허공에 몸을 고정 시키고 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가장 살상력이 높은 7클래스 대인 마법을 말이다.
그 사이 골든 나이트가 계곡 입구에 착지했다.
쿠웅!
“크르륵?”
삼 미터에 이르는 황금 기사가 앞을 가로막자 그레이 오크들은 순간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이윽고 흉성을 드러내며 골든 나이트에게 달려들었다.
골든 나이트가 골든 소드를 뽑아들며 그레이 오크들을 향해 휘둘렀다.
파바밧!
긴 궤적을 그려내면서 뿜어내는 푸른색 오러!
여덟 개로 나뉜 오러는 그대로 여덟 그레이 오크의 가슴을 꿰뚫었다.
“크륵! 크아아!”
제 아무리 진화에 진화를 가듭한 그레이 오크라지만 오러 앞에서는 무력한 법!
가슴이 필뚱린 그레이 오크들은 괴성을 지르며 그대로 쓰러져 나갔다. 그것이 기폭제가 된 듯, 그레이 오크들은 일제히 괴성을 지르며 골든 나이트에게 달려들었다.
“크아아!”
수십 마리의 그레이 오크가 일제히 골든 나이트에게 달려들었다.
-……
그런 그레이 오크들의 접근을 조용히 관망하고 있는 골든 나이트.
그레이 오크들이 골든 나이트의 지척에 접근하여 막 글레이브를 휘두르려 할 때, 골든 나이트의 몸이 빠르게 회전하였다.
파파팟!
골든 나이트의 움직임과 함께 휘날리는 망토! 그 망토에는 푸른색 오러가 맺혀 있었다.
그리고 그 망토는 그레이 오크들을 거침없이 가격했다.
퍽퍽!
망토에 어린 오러는 오러 블레이드에 비해 전혀 위력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에 적중당한 오크들은 괴로운 신음을 흘리며 초록색 피를 뿌리며 쓰러져 갔다.
“카아아아!”
기상천외한 공격에 채 대응도 못하는 그레이 오크들!
캐스팅하던 엘조차 골든 나이트의 공격에 눈을 휘둥그레 뜰 정도였다.
저런 발상은 다른 사람도 쉽사리 하기 힘든 공격이었기 때문이다.
그게 어찌 되었건 골든 나이트의 공격에 수십 마리의 그레이 오크들이 쓰러지자 그레이 오크들은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다.
‘이때다!’
그때, 엘의 눈이 빛났다.
그는 캐스팅을 마친 마법을 오만에 이르는 오크들이 밀집된 정 중앙에 전개 했다.
“엔드리스 플레임 시드(Endless Flame Seed)!”
파파팟! 엘의 주변에 수십 개의 마나 서클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 마나 서클은 그레이 오크들에게 뿌려졌다.
마나 서클이 그레이 오크들에게 접근한 순간! 엘이 외쳤다.
“밤(Bomb)!”
꽈과과과광! 꾸르르릉!
수십 개의 마나 서클이 동시에 불꽃으로 변하며 어마어마한 폭발을 일으켰다. 엄청난 폭발은 곧장 그레이 오크들을 휩쓸어 나갔다.
“쿠에엑!”
“크르르!”
비명을 지르며 쓰러져 가는 그레이 오크들. 그 숫자가 물경 수천을 헤아렸다.
쿠리언은 그걸 보며 크게 경악했다. 마왕님에게 반하는 무리 중 마법사가 있던 것이다.
그것도 아주 강한 마법사가 말이다.
“크르! 이건…… 좋지않……다.”
방금 전 마법으로 3천에 이르는 그레이 오크가 타서 죽었다. 그리고 그 여파로 2천에 달하는 그레이 오크가 큰 화상을 입었다.
단 한 번의 마법에 5천에 해당하는 그레이 오크가 전투 불능이 된 것이다.
이대로 시간을 보낸다면 다음 마법이 또 날아을 터.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 저 황금 기사를 쓰러뜨리는 것이다!
쿠리언이 앞으로 나섰다.
“내가…… 앞장……선다. 크륵!”
그가 거대한 글레이브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글레이브에 오러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레이 오크 로드 쿠리언! 그는 오러를 다룰 줄 알고 있던 것이다.
더군다나 글레이브에 맺힌 오러! 그것은 한눈에 보아도 뚜렷한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오러 블레이드였던 것이다! 쿠리언은 이미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이른 오크 로드였던 것이다.
오러 블레이드를 머금은 글레이브를 휘두르며 쿠리언이 골든 나이트에게 달려들었다.
골든 나이트도 골든 소드에 오러 블레이드를 뿜어내며 맞대응 하였다.
촹! 촤황! 촹!
오러 블레이드가 서로 부딪치며 부서진 오러들이 사방에 비산했다.
상급 소드 마스터에 버금가는 힘을 지녔다는 평가답게 쿠리언은 골든 나이트롤 상대로 한 치의 밀림 없이 잘 버텨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버텨내는 것에 불과했다.
골든나이트의 공격이 점점 더 거세어지자 쿠리언이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크륵! 강하다!”
쿠리언은 자신 혼자서 골든 나이트롤 상대할 수 없음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멀지 않은 곳에서 가만히 서 있는 그레이 오크들을 향해 외쳤다.
“크륵! 이 괴물…… 나……보다 강하……다. 나를…… 도와라! 대전사!”
“크르륵!”
쿠리언의 외침에 네 마리의 그레이 오크가 앞으로 나섰다. 그들의 덩치는 무려 3미터에 달했다.
평균 2미터의 덩치를 지니고 있는 그레이 오크보다 무려 1미터나 더 큰 것이다.
그들은 그레이 오크들 중 가장 강한 대전사로서, 그 무위는 소드 마스터에 버금 갈 정도로 강했다.
글레이브를 휘두르며 네 그레이 오크 대전사가 합세하자 대결은 더욱 치열해지기 시작했다.
골든 나이트와 비슷한 덩치를 가지고 있는 대전사들이 어느 정도 공격을 받아넘기고 있던 것이다.
“크아아아!”
그때, 쿠리언이 돌연 괴성을 질렀다. 그 괴성은 돌격을 의미했는지, 그레이 오크들이 일제히 계곡 입구들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이런.”
골든 나이트롤 무시한 채 계곡 입구를 그대로 지나치는 그레이 오크들을 보며 엘이 표정을 굳혔다. 최소 마법 한 방은 더 먹여야 하는데 그레이 오크들이 시간을 주지 않고 있던 것이다.
이대로 마법을 전개해도 상관없지만 그렇게 해봤자 최대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오크 로드와 대전사의 존재, 그것들은 엘의 예상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할 수 없이 엘은 캐스팅 하던 마법을 해제하였다.
“어쩔 수 없군.”
마음 같아서는 마법을 끝마치고 한 방 더 먹여주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다가는 자칫 그레이 오크들이 다크 포그 범위 밖으로 벗어날 수 있었다.
엘이 골든 나이트에게 외쳤다.
“타나! 입구를 막고 있어라! 그리고 적들을 모두 제거 하라! 그리고 적을 모두 제거했으면 금탑으로 돌아와라!”
골든 나이트에게서 푸른 안광이 뿜어졌다.
-명령을. 이행함.
팟!
골든 소드에 오러 블레이드가 폭발적으로 뿜어지기 시작했다.
콰앙!
방금 전보다 훨씬 강력해진 공격!
“크륵!”
골든 나이트의 공격에 쿠리언이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이어 대전사들도 골든 나이트의 공격에 버텨내지 못하며 됫걸음질 하였다.
파앗!
물러난 쿠리언 등을 무시한 골든 나이트는 계곡 입구를 지나치고 있는 그레이 오크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리고 전신에 오러를 내뿜기 시작했다.
전신 가득 오러를 뿜어내고 있는 골든 나이트의 신형은 그대로 그레이 오크들 중심에 떨어졌다.
파지직!
그러자 오러가 부서지며 사방에 비산했다. 그 파편들은 주변 그레이 오크들에게 쏘아졌다. 부서진 오러가 매섭게 주변을 휩쓸었다.
“쿠에에!”
“크아아!”
순식간에 수십여 마리의 그레이 오크가 숨을 거두었다.
골든 나이트는 이어 계곡 입구에 존재하는 그레이 오크를 제거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러나 그레이 오크들도 바보가 아니었다. 그들은 골든 나이트의 무위를 견식하자 재빨리 멀리 떨어졌고, 그 틈을 쿠리언과 대전사들이 매운 것이다.
골든 나이트가 검을 휘두르자 쿠리언이 오러 블레이드를 생성하며 맞서 나갔다.
콰광!
“크륵!”
어마어마한 반탄력이 전신을 휘감자 쿠리언이 낮은 신음을 흘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 사이 대전사들이 글레이브를 휘두르며 골든 나이트 에게 달려들었다.
골든 나이트는 골든 소드를 들어 그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로드와 대전사가 골든 나이트롤 잡고 시간을 끌자 그레이 오크들이 빠르게 입구를 지나치기 시작했다.
쿠리언과 대전사들을 밀어내고 일부 그레이 오크들을 학살하고 다시 맞부딪치기를 반복하자, 대부분의 그레이 오크들이 계곡 입구를 통과하고 있었다.
쾅!
골든 나이트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뒤로 주르륵 밀려난 쿠리언이 대전사들을 보며 말했다.
“크륵! 우리……도 안으로 들어간……다.”
“크륵! 크륵!”
그들은 곧장 계곡 입구를 지나쳤다.
-…….
그러자 홀로 남은 골든 나이트가 계곡 안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휘이이잉.
삽시간에 조용해진 계곡 입구에는 오천이 넘는 오크들의 시체로 방금 전 격전이 벌어졌음을 간접적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전장은 계곡 입구에서 골든 벨리 초입 부분으로 옮겨졌다.
골든 벨리 초입 부분.
엘은 저 앞쪽에 그레이 오크들이 몰려오는 걸 보고는 마법을 전개 했다.
“다크 포그(Dark Fog).”
스으으으!
마나가요동치며 어두운 안개가 주변을 잠식하기 시작 했다.
“크륵”
갑자기 주변을 뒤덮는 검은 안개의 등장으로 멈칫거리는 그레이 오크들. 하지만 어두운 안개는 그럴 틈도 주지 않은 채 골든 벨리 초입 부분을 모두 덮어 버렸다.
“됐군.”
선두에 선 그레이 오크들이 모두 다크 포그에 뒤덮이자 엘은 눈을 빛내며 전개어를 외쳤다.
“파이브 센시스 리무브!”
샤아앗!
엘의 구동어에 따라 다크 포그에 갇힌 그레이 오크들이 오감을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성국의 인물들도 견뎌내지 못한 것이 바로 다크 포그다. 다크 포그는 초인의 경지에 다다라 주변의 마나를 지배하는 경지에 이르지 못하면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죽음의 마법이다.
그레이 오크들 중 가장 강한건 쿠리언이지만, 그는 마나를 지배하는 경지에 다다르지 못했다. 때문에 그레이 오크들 중 다크 포그를 벗어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고 할 수 있다. 다크 포그에 갇혀버린 그레이 오크들을 보며 엘은 미소 지었다.
“이건 누구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오감이 삭제된 그레이 오크들에게 화끈한 마법을 선사해주는 일만 남았다. 엘이 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그때, 엘의 귓가에 한줄기 목소리가 흘러 들어왔다.
“이런, 이래서는 곤란하지.”
“……!”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엘은 캐스팅하던 마법을 풀어 버렸다. 그리고 경계의 자세를 취하며 소리쳤다.
“누구냐!”
“이런, 너무 흥분하는 건 좋지 않다만.”
그 말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검은 흑의 로브인.
그는 다름 아닌 지크릴이었다
. 한눈에 보아도 흑마법사로 보이는 지크릴.
엘은 지크릴을 노려보며 말했다.
“당신이 이 그레이 오크들을 이곳으로 데려온 것인가?”
당장이라도 마법을 전개할 엘의 모슬에 지크릴은 엘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거, 너무 기세가 흉험해서 인사하기도 어렵군. 결론만 말하자면 내가 데려온 것이 맞다만……”
“무슨 의도지? 난 당신과 척을 진 적이 없는데.”
“세상에는 척을 지지 않아도 때로는 척이 지어지는 적도 있는 법. 뭐, 오늘은 지켜보려고 온 것이니 딱히 손을 쓰지 않겠다만……”
지크릴이 아래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다크 포그가 골든 벨리 초입 부분을 뒤덮고 있었다.
“이거 장난이 아닌 걸.”
솔직히 그도 다크 포그를 보고 놀랐다. 저런 효과를 발휘하는 마법은 일찍이 듣지도, 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오감을 빼앗는 마법이라니. 환상 마법도, 정신 마법도 아닌 마법이 이 정도 위력을 발휘한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곤란하지.”
그러면서 지크릴은 양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엄청난 양의 다크 오러가 뿜어지기 시작했다.
엘은 지크릴이 다크 포그에 무슨 짓을 하려는 것임을 느꼈다.
그의 주변에 수십 개의 매직 애로우가 생걱났다.
“가랏!”
매직 애로우는 엘의 의지에 따라 지크릴에게 쏘아졌다. 피 비빙! 무한의 마법 화살이라 이름 지은 이 마법은 7클래스 마스터인 아인하트 후작마저도 초죽음으로 만들어놓은 마법이다.
엘은 이 마법으로 적 마법사를 제압할 수 있음을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엘의 착각이었다.
수십 발 쏘아진 매직 애로우는 지크릴에게 접근하는 순간 무형의 벽에 박힌 듯한 현상을 일으키며 허망하게 소멸한 것이다.
동시에 엄습해오는 어마어마한 힘!
그 압력은 삽시간에 엘의 전신을 쉽쓸었다.
“웃! 이건……”
엘은 생전 처음 겪늘 기분에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처음 겪지만 이게 무슨 현상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름 아닌……
“클래스 프레셔(Class Pressure).”
높은 클래스 마법사가 낮은 클래스 마법사를 짓누르는 클래스 개방이 바로 클래스 프레셔다.
만약 상대가 7클래스 마법사였다면 엘이 클래스 프레셔에 당할 리 없다. 그렇다는 것은 상대가 엘보다 높은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저 양손에 어린 어마어마한 다크 오러를 보아라.
엘은 자신이 운용할 수 있는 마나의 양을 훨씬 뛰어넘는 양을 무리 없이 조종하며, 자신에게 클래스 프레셔를 전개하는 지크릴을 보며 신음을 흘렸다.
“8클래스 마법사……”
그렇지 않고서야 이 정도의 힘을 운용할 수 있을 리 없다.
그 사이 지크릴의 양손에 상상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양의 다크 오러가 모였다.
“어둠은 더욱 큰 어둠에 의해 묻혀버리는 법이지.”
지크릴은 그것을 그대로 다크 포그를 향해 뿜어냈다.
샤아앗!
다크 오러가 폭포수처럼 쏟아지며 다크 포그를 뒤덮기 시작했다.
그대로 동화 되어버리는 어둠!
그것을 잘 살펴보면 지크릴이 뿜어내는 어둠이 다크 포그를 잠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크릴이 양손을 휘젓자, 팟! 하는 소리와 함께 다크 포그가 산산이 분해되어 버렸다.
어둠의 마나라 불리는 다크 오러를 지배하는 8클래스 마법사, 지크릴만이 가능한 신기였던 것이다.
다크 포그가 해제되자 그곳에 갇혀 있던 1만여 그레이 오크가 주저 앉았다.
아무리 다크 포그가 해제되었다지만 단번에 빼앗긴 능력들을 되돌릴 만큼 호락호락한 마법은 아니었던 것이다. 지크릴이 그것을 보며 감탄했다.
“호, 마법의 위력도 대단했던 건가? 일만에 이르는 그레이 오크들을 무력화 시키다니. 뭐, 하지만 삼만여 마리가 남았으니 문제가 없군.”
그러면서 그는 엘에게 시선을 옮겼다. 엘은 지크릴이 8 클래스 흑마법사라는 것을 느끼고는 안색을 차갑게 굳힌 뒤였다. 게다가 회심의 한 수였던 다크 포그마저 해제되었으니 지크릴은 그의 적이었다.
지크릴이 손을 설레설레 저었다.
“그렇게 험악한 눈으로 보지 말라고. 말했던대로 난 금탑의 힘을 구경하러 왔을 뿐이니까. 게다가 지금 이 활동 으로 대륙이 나의 정체를 알아차렸을 수도 있거든.”
그도 그렇다 엘도 알고 묵인하고 있지만 금탑 주변에는 수많은 이목이 깔려 있다. 만약 그들이 방금 전 지크릴 의 마법을 보았다면 한 번쯤 흑탑의 존재를 의심할 수도 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지크릴이 모습을 드러낸 건 다크 포그의 위력이 너무 강력해서이다.
하지만 다크 포그를 해제한 이상 모습을 드러낼 이유가 없다. 애당초 목적은 금탑의 힘을 보는 것 아니던가.
“그럼 열심히 해보라고, 금탑주.”
지크릴이 몸을 돌렸다. 더 이상 정체를 노출하는 건 좋지 않았다.
스팟!
빛과 함께 지크릴의 몸이 사라지자 엘이 미약한 신음을 흘리며 주먹을 꽉 쥐었다.
“크윽!”
눈앞의 적에게 압도당한 것이다.
제아무리 8클래스 마법사라지만 자신이 순간 압도당하다니.
엘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지크릴에게 압도당한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이다.
그랜드 마스터 앞에서도 당당한 엘이었지만 엘보다 한 클래스 높은 마법사는 그렇게 대하기가 어려웠다.
클래스 차이라는 것은 그 어떠한 것으로도 메울 수 없는 현격한 실력 차를 의미했기 때문이다.
상대가 그랜드 마스터라면 어느 정도 상대할 자신이 있었지만 8클래스 마법사라면 제아무리 천하의 엘이라 해도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지크릴은 의도적으로 클래스 수준을 개방하여 엘을 압박하였다.
설마하니 상대가 8클래스 마법사일 줄 몰랐던 엘은 그것에 그대로 당한 것이고 말이다.
어찌 줬든 상황이 안 좋아진 것만은 분명했다.
다크 포그가 사라지자 그레이 오크들이 다시 전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큭! 빌어먹을. 구경하러 왔다고? 타나!”
욕설을 내뱉으며 골든 나이트롤 소환하는 엘.
엘의 외침에 골든 나이트가 공간을 가르며 엘의 앞에 나타났다.
“보여주겠어, 금탑의 힘이 무엇인지. 그리고 날 건드린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만들어주겠어.”
푸른색 엘의 눈이 강렬한 빛을 내뿜었다.
“크륵! 저……곳이 마왕님……께 반하는 곳……!”
쿠리언은 골든 벨리 초입 부분에서 보이는 도시를 보고 는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는 흉포한 오크 피어를 터뜨렸다.
“크아아아아!”
“크륵! 크륵!”
쿠리언의 외침에 무기를 치켜들며 흥성을 드러내는 그레이 오크들. 골든 벨리를 바라보며 쿠리언이 외쳤다.
“마왕님께…… 반하는 자! 크륵! 죽음……만이 있을 뿐…… 크륵! 크아아!”
돌격하라는 쿠리언의 명령에 그레이 오크들이 일제히 골든 벨리를 향해 돌격하기 시작했다.
“크아아아!”
물경 삼만에 이르는 그레이 오크들이 달려드는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쿠리언이 제일 앞장서서 돌격하면서, 그는 순간 앞을 가로막은 골든 나이트롤 보며 글레이브를 휘둘렀다.
그러자 골든 나이트도 골든 소드를 휘두르며 쿠리언의 공격에 맞서 나갔다.
콰광!
골든 나이트와 쿠리언 간에 대결이 펼쳐지면서 주변에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적에게 최대한 피해를 입히라는 명령을 받은 골든 나이트는 의도적으로 강력한 공격을 살짝 빗나가게 퍼부어댔다.
당연히 쿠리언은 그 공격을 여유 있게 피했고, 쿠리언이 피하자 그 뒤에서 돌격하던 그레이 오크들이 그대로 골든 나이트의 공격을 감당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살아있는 그레이 오크들은 많았다. 그들은 쿠리언이 골든 나이트롤 붙잡고 늘어지는 사이 골든 벨리에 도착했으며, 거대한 건물들이 눈앞에 보이자 글레이브를 치켜 들고 마구잡이로 부수기 시작했다.
쾅! 우지끈!
그레이 오크들의 난동으로 화려한 성세를 이룩하던 골든 벨리 건물들이 무너져가기 시작했다.
그런 오크들의 난동을 한쪽에 서서 바라보던 모스가 중얼거렸다.
“도대체 탑주님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 건지……”
본래라면 그들 매직 나이트가 저 그레이 오크들을 상대해야 옳았다. 하지만 엘은 돌연 그들에게 그레이 오크들을 상대하지 말고 뒤로 물러나라는 명령을 받았다.
눈앞에 적을 당면한 마당에 물러날 수 없다고 그들은 생각했지만 엘의 명령이었기에 반신반의하며 물러났다.
그리고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골든 벨리를 부수고 있는 그레이 오크들의 난동이었다.
자신들이 살아오던 터전. 그것을 지금 그레이 오크들이 부수고 있는 것이다.
실피르와 카이나가 앞서 주민들을 대피시켰기에 인명 피해는 다행히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건물들은 대부분 흔적도 없이 부서져 나갔다.
“크윽!”
그런 오크들의 난동을 보면서 매직 나이트들은 신음을 흘렸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앞으로 나가 그레이 오크들을 베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엘의 명령으로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매직 나이트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터전이 유린되어 가는 모습에 주먹을 확 쥐었다.
“크륵! 크아아!”
그 시간에도 그레이 오크들은 골든 벨리를 파괴하는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파괴적인 본능. 그것은 다크 소울이 존재하는 레베탄 고원에서 살아온 그레이 오크들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본능을 오래간만에 마음껏 표출할 수 있으니 그레이 오크들로서는 신이 날 수밖에 없었다.
벌써 상당량의 건물들을 부수고 저 금색 탑을 향해 전진하고 있었다.
말을 안 해도 저곳이 이곳의 중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터.
그레이 오크들은 건물을 부수면서 빠르게 금탑을 향해 다가고 있었다.
“크륵?”
그러던 중 어떤 그레이 오크가 거대한 건물을 발견했다.
족히 수만에 이르는 숫자를 수용할 수 있을 듯한 건물.
혼자서는 부수기 힘들 정도로 커 보이는 거대한 건물을 보며 그레이 오크는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그레이 오크가 막 건물을 향해 글레이브를 휘두르려 할 때, 갑자기 건물 안에서 무언가 튀어 나왔다.
그것은 다름 아닌 거대한 팔이었다.
그 팔은 달려들던 그레이 오크의 목을 그대로 움켜쥐었다.
그리고 힘을 주자 그레이 오크의 목이 마치 젓가락처럼 힘없이 부러졌다.
“크르륵?”
자신의 동료가 당하자 그레이 오크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 건물을 향했다.
그러자 그들은 볼 수 있었다. 자신들의 덩치보다 몇 배 더 커보이는 괴물을 말이다.
그 괴물의 이마에 박힌 보석은 섬뜩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8미터에 이르는 키와 보는 이를 단번에 압도하는 어마어마한 덩치. 그리고 섬뜩하게 빛나는 이마의 보석 그것은 다름 아닌 트롤 킹이었다.
엘은 트롤 킹을 사로잡아서 곧장 자신의 부하로 만들기 위해 정신 마법을 트롤 킹에게 전개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몬스터라지만 트롤 킹은 그 정신의 벽이 워낙 단단하여 엘의 정신 마법을 번번이 튕겨 내기 일쑤였고, 엘은 그런 트롤 킹의 정신의 벽을 허물고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다.
마침내 트롤 킹의 정신을 무너뜨리는데 성공하였고, 오늘날까지 정신 마법을 걸고 또 걸어 마침내 자신의 부하로 만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트롤 킹의 무위는 대단하다. 엘이 준 그랜드 마스터라 칭할 만큼 트롤 킹의 힘은 강력했고, 실제로 소드 마스터 최상급이 와도 트롤 킹을 이길 확률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마디로 그랜드 마스터가 아니라면 그 누구도 트롤 킹을 이길 수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트롤 킹은 한 가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 능력은 바로 이마에 박힌 보석이 발휘하는 능력이다. 이 세상 모든 트롤들을 지배하는 트롤 킹의 권능. 그것은 살아있는 모든 트롤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그리고 지금 이 거대한 건물에는 물경 4만에 이르는 트롤들이 있다.
정신 마법으로 정신이 파괴 되었지만 엄연히 육체는 살아있는 식물 트롤들이 말이다.
죽지 않았기에, 정신은 파괴 되었을 지언정 위협이 되는 강력한 육체는 살아 있었기에 트롤 킹은 이곳에서 피를 공급하던 트롤들을 움직일 수 있었다.
“그어어어!”
트롤 킹이 자신의 권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마에 박힌 보석이 섬뜩한 빛을 발하자, 피를 공급하던 트롤들이 하나 둘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신이 파괴된 트롤들 그들에게는 최소한의 생각을 할 그런 것도 없었으며, 남은 것이라고는 육신에 깃든 파괴적인 본능뿐이었다.
그것만으로도 그레이 오크들을 위협하기에는 충분했다.
트롤 킹이 트롤들에게 포효했다.
“그어어어 !”
그러자 트롤들이 제각각 준비된 몽둥이를 든 채 그레이 오크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둘이 뭉치면 트롤을 잡는다고 알려진 그레이 오크. 하지만 지금은 그 상황이 달랐다.
거대한 건물에서 꾸역꾸역 나오는 트롤들의 숫자가 자신들의 숫자를 초월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그것들은 몽둥이를 든 채 그레이 오크들에게 맹렬한 속도로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크르륵!”
트롤들의 숫자와 기세에 겁을 먹은 그레이 오크들은 움츠러들었다. 그러나 용맹한 그들은 이내 무기를 고쳐 쥐고는 트롤들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애당초 승패는 정해진 법.
그레이 오크보다 2배는 강한 트롤들의 숫자가 그들을 능가하고 있었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게다가 정신이 파괴된 트롤들은 트롤 킹의 명령에 의해 죽음도 불사하지 않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냥 명령에 충실히 따르는 인형이라고 보면 옳았다.
퍼벅! 퍽!
“크륵! 크르륵!”
트롤들의 몽둥이 찜질에 하나 둘씩 목숨을 잃어가며 그레이 오크들의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형세가 급격히 불리해지자 그레이 오크들은 점점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으며, 이윽고 쿠리언이 있는곳까지 물러나게 되었다.
“크륵! 뭔……가!”
골든 나이트롤 상대로 힘겹게 싸우던 쿠리언은 갑자기 부하들이 뒤로 물러나자 의아한 기색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쿠리언은 볼 수 있었다. 8미터의 거대한 덩치를 지닌 트롤 킹을 말이다. 트롤 킹을 보자 쿠리언이 신음을 흘렸다.
“크륵! 어째……서 트롤의 지배자가 여기에 있……단 말인……가!”
트롤의 지배자.
이것은 트롤들이 레베탄 고원을 떠나기 전 트롤 킹을 부르던 호칭이다.
레베탄 고원에서 가장 강한 축에 들던 몬스터는 사이클 롭스도 아니고 트윈 헤드 오우거도 아니었다. 다름 아닌 트롤 킹이었다.
그런 트롤 킹을 여기에서 보게 되다니, 쿠리언 자신 또한 한때 트롤 킹과 겨루다가 형편없이 패한 적이 있었기 에 본능적인 두려움이 존재하고 있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쿠리언은 그레이 오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크륵! 트롤의 지배자……가 있는 이……상 이길 수 없다. 모두…… 후퇴! 크륵!”
“크륵! 크륵!”
그런 쿠리언의 명령을 바랐는지 그레이 오크들이 빠르게 물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침입자들을 그대로 보낼 생각은 손톱 만큼도 없었다.
허공에서 그레이 오크들을 바라보던 엘은 소리치며 양 손을 뻗었다.
“그럴 수는 없지. 썬더 스트라이크!”
파직! 파지직!
엘의 외침과 함께 그의 양손에 어린 뇌전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지면을 향해 내리 꽂히기 시작했다.
순간 세상이 금빛으로 물든 듯한 착각을 주었다.
꽈르릉! 꽝!
뇌신의 저주를 연상시키는 엄청난 위력의 뇌전이 연이어 지면을 강타했다.
그리고 그 속에 있는 그레이 오크들은 뇌전에 그대로 타죽기 시작했다.
“크륵! 크르륵!”
역겨운 냄새와 함께 죽어나가는 그레이 오크들.
원소 마법 중 가장 살상력이 큰 뇌전계 마법이었기에 그만큼 죽는 그레이 오크도 많았다.
수십 번의 뇌전이 내리 꽂히자 얼추 5천에 이르는 그레이 오크들이 반항조차 못한 채 그대로 타죽었다. 게다가 3천에 가까운 그레이 오크들은 큰 화상을 입어 제대로 운신조차 못하고 있었다.
“큭!”
참혹한 모습에 엘이 인상을 찡그렸으나 이내 평정심을 회복하며 골든 나이트에게 명령을 내렸다.
“타나! 적들을 그냥 보내지 마라! 특히 우두머리를 사로잡아 내게 데려와라!”
골든 나이트에게서 새파란 안광이 흘러나왔다.
-알겠음.
그와 함께 골든 나이트의 신형이 쿠리언에게 쏘아졌다. 쿠리언 또한 뇌전에 의해 부상을 입은 상태였기에 멀리 도망가지 못한 상태였다.
“크륵! 뭔……가.”
갑자기 골든 나이트가 자신에게 달려들자 쿠리언이 당혹의 음성을 흘리며 글레이브를 휘둘렀다.
하지만 부상을 입은 만큼 그의 글레이브는 원활한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다.
두세 번 공방을 교환하자 쿠리언은 삽시간에 수세에 몰렸고, 골든 나이트는 적절히 힘을 조절하여 쿠리언의 글레이브를 튕겨냈다.
“크륵!”
강렬한 통증이 손목을 타고 올라오자 쿠리언이 신음을 흘렸다. 완전 무방비 상태가 된 쿠리언에게 접근한 골든 나이트가 그대로 골든 소드에 적중당했다.
뻑!
둔탁한 소리와 함께 어마어마한 고통이 쿠리언을 휩쓸었다.
“크아아!”
전신에 엄습하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소리치는 쿠리언.
그런 쿠리언에게 골든 나이트는 재차 공격을 전개했다.
뻐억!
“……”
아까보다 더욱 강력한 소리와 함께 쿠리언은 그대로 실신했다. 어마어마한 고통을 참아내지 못한 것이다.
기절한 쿠리언을 보며 골든 나이트는 골든 소드를 갈무리 한 뒤 그대로 쿠리언을 짊어지고 사라졌다.
이미 도망치는데 급급한 그레이 오크들이 그런 것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후우! 막아낸 건가……”
그레이 오크들이 물러가는 모습을 보며 엘은 한숨을 내 쉬었다. 큰 위기를 넘겼다.
“우두머리가 없으니 다시는 오지 않겠지.”
우두머리를 잃은 이상 그레이 오크들은 강자의 구도에 의해 갈라지거나 새로운 우두머리를 뽑기 위해 당분간 침묵할 것이다.
하지만 그레이 오크들이 물러났다고 하여 엘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번 그레이 오크들의 침입으로 골든 벨리의 삼분지 일이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국과의 결전을 대비하여 비장의 한 수로 숨겨 두었던 트롤 킹과 트롤들이 노출 되었다. 이게 성국으로까지 전해질지 모르지만 엘에게 있어 숨겨진 한 수가 허무하게 적에게 밝혀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레이 오크를 몰고 오게 한 흑마법사, 그의 존재가 엘의 마음을 무겁게 하였다. 모르긴 몰라도 8클래스 마법사를 적으로 삼은 게 분명 했기 때문이다. 엘은 무너진 골든 벨리를 다시 한 번 바라보며 말했다.
“일을 서둘러야겠어. 무리가 따르겠지만 룬 블레이드를 서둘러 완성시켜야겠군.”
성국도 버거운 판에 8클래스 흑마법사까지 적으로 삼은 상황. 엘은 앞으로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그레이 오크의 침공은 끝이 났다.
“트롤 킹을 부하로 삼고 있었다니. 정말 대단한 걸?”
한편, 계곡 한쪽에서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지 크릴이 나직이 감탄사를 자아냈다.
설마하니 트롤 킹을 부하로 가지고 있을 줄 몰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4만에 이르는 트롤들을 움직일 수 있다니. 이것은 정말 지크릴을 놀라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거, 성국에 비해 결코 부족한 힘이 아니군. 한 마탑이 이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을 줄이야.”
마음 같아서는 한차례 몬스터들을 더 보내고 싶지만 이번 일로 이십사 장로의 마나 소모가 상당히 극심하다.
때문에 지크릴은 아쉬운 마음을 접고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지크릴은 골든 벨리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뭐, 기회가 오늘 뿐만 있는게 아니니 이만 물러가지. 언젠가 다시 찾아오게 될 테니 말이야.”
그 말과 함께 조용히 모습을 감추는 지크릴. 그의 말은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
위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