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Mage RAW novel - Chapter (44)
룬 블레이드(Rune Blade)
전황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각각의 상대를 찾아 대치하고 있을 때, 다이어드 공작은 골든 나이트롤 마주하고 있었다.
‘큭, 역시 대단한 나이트 골렘이다. 빈틈을 찾을 수 없어.’
속으로 신음을 흘리며 다이어드 공작은 한층 기세를 끌어올렸다. 얼핏 보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형세지만 골든 나이트와 다이어드 공작은 현재 한창 대결에 들어가 있다.
파방! 팡!
보이지 않는 무형의 기운, 이미 모든 기운을 통제할 수 있는 두 존재의 공간 장악이 펼쳐지면서 서로의 힘을 밀어 내기 위해 치열한 대결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주르륵.
한 치의 밀림도 보이지 않는 골든 나이트롤 보며 다이어드 공작이 식은땀을 흘렸다. 이윽고 그는 깨달았다 골든 나이트는 인간이 아닌 기계 같은 존재였기에 실수가 없다는 것을. 그것은 지금 이 힘 싸움이 무의미하다는 걸 뜻한다.
‘약간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먼저 움직여 볼까.’
한 수 뒤지고 들어가는 상황이 되겠지만 다이어드 공작은 여유만만이었다. 무엇보다 그에게는 3대 성물 중 하나인 세인트 해머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모든 기운을 멸하는 세인트 해머. 그거라면 골든 나이트는 자신에게 감히 근접전을 펼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시간을 계속 끈다면 게이런즈가 먼저 금탑주를 생포할 가능성이 높았다. 교황에게 금탑주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은 그로서는 최대한 빨리 골든 나이트롤 무력화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움직여야 한다! 마음을 굳히는 순간, 몸도 절로 움직였다. 다이어드의 공작의 손이 움직이는 순간, 어느새 세인트 해머의 파괴적인 기운이 골든 나이트롤 향해 덮쳐 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인사에 불과한 것, 골든 나이트는 여유롭게 그 공격을 피하며 골든 소드를 휘둘렀다. 그러자 3개의 오러 서클이 생겨나며 다이어드 공작에게 쏘아졌다. 일전에 그를 붙잡아 둔 원거리전을 하려는 셈이었던 것이다. 그걸 다이어드 공작이 모를 리 없다.
“놈! 이번에는 전같이 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노성을 터뜨리며 세인트 해머를 휘둘렀다.
부앙!
세인트 해머가 살인적인 힘을 담고 휘둘러지며 힘을 뿜어냈다.
파사사!
사마를 멸하는 힘과 오러 서클이 충돌하자 오러 서클은 힘없이 부서져 나갔다. 그리고 그 틈을 노린 다이어드 공작이 빠른 속도로 골든 나이트에게 접근했다. 저번에는 미처 흥분하여 골든 나이트롤 잡지 못했지만 지금은 잡을 수 있다. 골든 나이트가 미리 이렇게 나을 줄 알고 축복 마법을 건 것이다.
파앗!
무시무시한 속도로 접근하는 다이어드 공작. 그가 앞으로 나서자 역시나, 골든 나이트는 뒤로 몸을 날렸다. 그와 함께 골든 소드를 휘두르며 오러 스톰을 전개했다. 날카로운 오러의 폭풍이 할퀴듯 다이어드 공작을 옥죄어 왔다.
“큭!”
살갗을 찢는 듯한 날카로운 오러 폭풍에 다이어드 공작이 신음을 흘리며 세인트 해머를 휘둘렀다.
샤앗!
사마를 멸하는 신성한 해머는 오러 스톰을 손쉽게 흩어 버렸다. 하지만 골든 나이트는 포기하지 않았다. 골든 나이트는 빠르게 물러서면서 연신 오러 서클과 오러 스톰을 전개하며 다이어드 공작을 견제했다. 1차례 겨룬 적이 있기에 다이어드 공작을 어떻게 공략 할지 잘 알고 있는 골든 나이트였기에, 그것의 움직임은 전보다 훨씬 원활하고 능숙했다. 날카로운 기세를 품은 오러 서클과 오러 스톰은 결코 경시할 수 없는 것이어서 다이어드 공작은 축복 마법을 걸고서도 고전을 해야 했다.
“제기랄!”
급기야 다이어드 공작의 입에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다. 명색이 대륙 10대 그랜드 마스터인 자신이 제대로 공격조차 못하다니! 드넓은 수억의 인구 중 우뚝 선 10명의 검의 절대자 중 1명이 바로 자신이다. 본인 스스로가 대륙 10대 그랜드 마스터에게 결코 뒤쳐진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고, 세인트 해머가 있는 이상 그랜드 마스터 중 최강이라 불리는 엘리아 대공에게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런 자신이, 지금 무슨 모습을 보이는 것이란 말인가? 추태도 이런 추태가 없다. 성물을 지니고서도 이런 고전이라니. 골든 나이트롤 뒤쫓던 다이어드 공작이 멈춰 섰다. 그는 억눌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숨지도 쫓지도 않겠다. 나는 성물의 주인이자 대륙 십대 그랜드 마스터인 다이어드 공작이다.”
고오오!
자리에 멈춰 선 다이어드 공작에게서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이질적 기운이 발산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검은 기운이었다. 무엇보다 순수한 칠흑 같은 어둠, 마치 마계에서 흘러나오는 다크 오러처럼 음습하고 어두운 기운은 무척 섬뜩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 기운을 골든 나이트도 느꼈기 때문일까. 골든 나이트는 뒤로 물러나던 것을 멈추고 경계의 자세를 취했다. 그와 함께 골든 나이트에게서도 강렬한 마나가 뿜어지기 시작했다.
쿠우우우!
푸른 마나가 엄청난 압력과 함께 물결치듯 주변을 장악해 나갔다. 마나 장악! 그랜드 마스터만이 펼칠 수 있는 기술을 골든 나이트가 구사하는 것이다. 한껏 자신의 힘을 끌어올린 두 존재가 자신의 무기를 동시에 내질렀다. 칠흑같이 검은 기운이 세인트 해머를 휘감으며 악귀 형상을 띠었다. 골든 소드에는 푸른 마나가 마치 온천수처럼 용솟음 치고 있었다. 수십 수백 개의 사념으로 구성한 골든 나이트의 에고. 그 사념 속에 포함된 과거 어느 기사의 공격을 골든 나이트가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펼치는 기술은 과거 다크 나이트라 불렸던 초인, 지플릭스의 크래쉬 붐이라는 기술이다. 마계의 힘을 받아들여 그랜드 마스터에 올랐던 그는 다크 오러의 파괴적인 힘을 절대적으로 활용하여 모든 것을 파괴, 폭발시키는 힘을 발휘했다. 그의 압도적인 힘에 당대 그를 상대할 초인 셋이 나서서야 간신히 제압할 수 있었고, 그 하나의 힘으로 왕국 셋이 날아갔다고 할 정도니. 그게 얼마나 대단한 힘을 지니고 있었는지 단적으로 보여 주는 예이다. 그런데 지금 그 공격을 골든 나이트가 구사하려는 것이다. 모든 것을 멸하는 세인트 해머의 힘이 집약되어 있다지만 과거 대륙을 뒤집어 놓은 검사의 기술이 결코 만만할리 없었다. 마침내 모든 힘을 축적한 그들이 공격을 펼쳤다. 다이어드 공작이 힘차게 외치며 세인트 해머를 휘둘렀다.
“하앗! 세인트 크래쉬!”
“크래쉬. 붐.”
두 공격 모두 파괴를 지향하는 패도적인 공격!
쩌저적!
검은 기운과 푸른 기운이 뿜어지는 순간 그들이 뿜어내는 프레셔에 의해 주변 땅이 갈라지는 현상이 일어났다. 이윽고 두 공격이 정 가운데에서 충돌했다. 모든 것을 멸하는 힘! 세인트 해머! 그리고 모든 것을 파괴하는 과거 정점에 오른 최강의 기술 크래쉬 붐!
“……!”
두 공격이 충돌하는 순간 주변 지대가 마치 시간이 멈 춘 것처럼 조용해졌다. 잠시 후, 공간자체가 요동치더니, 이내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앙!
모든 것을 파괴하는 두 공격! 신성력 외에 이질적인 기운을 소멸시키는 세인트 해머의 힘으로도 크래쉬 붐의 파괴력을 제거하지 못한 것이다. 그 결과 엄청난 폭발이 일어난 것이고 말이다. 그랜드 마스터에 이른 이들의 충돌은 무시무시했다. 그들의 힘이 충돌한 지점을 중심으로 지름 30여m에 달하는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겨난 것이다. 이는 결코 8클래스 마법에 뒤처지는 위력이 아니었다. 범위는 작을지언정 그 범위에 속하게 되면 8클래스 마법을 뛰어넘는 파괴력을 방금 전 공격이 내포하고 있었다.
“…….”
“…….”
서로의 공격을 이겨 내지 못하고 그대로 폭발하자 두 존재는 마치 눈싸움을 하듯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장 경계의 자세를 취했다. 골든 나이트는 방금 전 다이어드 공작이 펼친 공격으로 그가 여태껏 상대한 적들 중 최강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던 것이고, 다이어드 공작도 골든 나이트의 힘이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을 느낀 것이다. 방금 전 공격을 처음 만난 순간 펼쳤을 걸 생각하니 절로 오싹함이 일었다.
‘하지만 난 지지 않는다. 여신님의 의지를 잇기 위해, 그리고 그것을 따르기 위해 질 수 없다.’
적이 강한 만큼 두려움도 들었지만 그에 비례하여 강렬한 투지도 들끓었다. 그가 언제 이런 실력과 맞서 보았겠는가. 그랜드 마스터에 이른 자들은 흔히 검의 정점에 이르렀다고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다이어드 공작이 더 잘 알고 있다. 마법 학문이 끝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검의 길 또한 끝이 없다. 그랜드 마스터란 어디까지나 극에 이르기 위한 단계에 한 발짝 가까워진 것뿐이지 결코 극에 다다른 건 아니란 것이다. 때문에 그랜드 마스터에 이른 이들은 한 발짝 더 나가기 위해 더욱 정진하기 마련이고, 그걸 위해서는 동급의 실력자와 검을 맞대 보는 것이 최고다. 여태껏 자신이 여타 그랜드 마스터에게 지지 않을 거라 확신하던 다이어드 공작은 왜 벨로세크 제국의 그랜드 마스터들이 최강이라 불리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랜드 마스터 셋을 보유하고 있는 그들은 서로가 서로의 실력을 겨뤄 봄으로써 각자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장점은 더욱 극대화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급의 실력자와 언제라도 맞붙어 실력을 기른다. 이것만큼 실력을 빠르게 증진시킬 수 있는 방법은 그랜드 마 스터에게 없다. 하지만 대부분 그런 권한을 누리지 못한다. 왜냐하면 같은 국가에 2명의 그랜드 마스터가 있는 경우는 많지 않고, 다른 국가의 그랜드 마스터와 겨루려 하여도 각국의 철저한 초인 보호로 그럴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동급의 실력자와 붙어본다는 것. 그것만큼 수련에 좋은 게 없다는 것을 다이어드 공작은 그랜드 마스터에 오르고서 처음 느낄 수 있었다.
“난 지지 않는다.”
어느새 공격 자세를 취한 그의 해머에는 강렬한 힘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방금 전 충돌에서 평수를 이루었지만 상황은 여전히 다이어드 공작에게 유리하다. 왜냐하면 방금 전 같은 공격을 다이어드 공작은 세인트 해머에 의지하여 여러 번 펼칠 수 있지만 골든 나이트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록 위력이 약하지만 일정한 위력을 지닌 공격을 여러 번 감행할 수 있는 다이어드 공작은 제대로 적중한다면 언제라도 골든 나이트롤 압도할 만한 강력한 힘의 소유자다. 그리고 탁월한 전투 감각을 지닌 골든 나이트도 그것을 인지했기에 섣불리 다이어드 공작에게 접근하지 않는 것이고 말이다. 세인트 해머에 다시금 검은 기운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과거 신에게 버려졌지만 끝가지 신을 위해 충성을 바친 신족의 힘이 담겨 있는 세인트 해머. 신의 형벌에 의해 타락하여 검은 기운을 뿜어내고 있지만 그것은 틀림없는 신성력이었고, 신밖에 모르는 그 힘은 여타 다른 능력을 압도하는 패도적인 기운을 뿜어내고 있다. 즉, 세인트 해머에 어린 힘은 신성력이되 다른 신성력과는 다른, 모든 기운에 배타적인 기운인 것이다. 다이어드 공작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세인트 해머를 얻을 당시 신의 의지가 그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있는 악을 멸하기 위해 내려진 세인트 해머. 그것으로 세상의 악을 물리치라는 명령은 다이어드 공작을 그랜드 마스터의 길로 이끌었다. 문득 옛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다이어드 공작은 집중력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하압!”
그리고 다시 한 번 골든 나이트를 향해 세인트 해머를 휘둘렀다. 세인트 해머에서 뿜어진 검은 기운은 삽시간에 골든 나이트에게 향했다. 골든 나이트는 골든 소드에 마나를 충만하게 뿜어내며 그 기운을 튕겨 내기 위해 맞서 나갔다.
콰아아앙!
어마어마한 폭음이 울려 퍼진다. 그 폭음의 중심에는 골든 소드에 어린 마나와 세인트 해머에서 뿜어진 신성력이 존재하고 있었다. 모든 힘을 소멸시키는 세인트 해머의 신성력이 마나를 소멸시키려 하고 있고, 골든 소드에 어린 마나가 그에 반발하면서 연달에 폭발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만약 골든 나이트가 아니라 여타 그랜드 마스터였다면 절대 행하지 못할 일이다. 마나의 힘을 흩어 버리기 위해 달려드는 신성력과의 반발은 인간으로서 견딜 만한 충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골든 나이트에게는 몇 겹의 실드가 쳐져 있다. 게다가 전신이 매직 메탈이었기에 충격을 흡수, 분해하는 마법진은 수십 개가 새겨져 있어 충격을 덜 받는다. 웬만한 충격도 모두 흡수해 버리는 골든 나이트롤 이기기 위해서는 딱 한 방법밖에 없다. 마나 홀을 파괴하는 것! 인간으로 치면 단전에 해당하는 그곳의 마나석을 파괴하지 않으면 골든 나이트는 불사의 힘을 자랑한다. 다이어드 공작은 한차례 골든 나이트와 겨루고 난 뒤 나이트 골렘을 연구했다. 그리고 그는 골든 나이트의 약점이 마나 홀임을 간파했다. 그는 지금이 골든 나이트롤 공략할 수 있는 찬스라는 걸 느꼈다. 신성력과 마나가 치열하게 겨루고 있을 때, 다이어드 공작은 재차 공격을 감행했다. 그러자 골든 나이트는 한층 마나를 끌어올려 신성력을 튕겨 내려 하였다. 하지만 그것도 어려웠다. 다이어드 공작은 이번 기회를 잡아내기 위해 계속해서 공격을 해 왔던 것이다.
따당!
마침내 신성력의 반발을 이겨 내지 못하고 골든 소드가 튕겨져 나갔다.
‘기회!’
그것을 본 다이어드 공작이 눈을 빛냈다. 생각함과 동시에 그의 세인트 해머가 움직였다. 떵!
1차례 충격을 받았지만 곧장 복귀하려던 골든 소드가 다시 한 번 튕겨 나갔다. 그리고……. 팟!
다이어드 공작의 몸이 튕겨 나갔다. 모처럼 잡아 낸 지금 이 기회를 적극 살리기 위해서다. 그는 방어하기 위해 제 위치로 돌아오는 골든 소드를 향해 세인트 해머를 휘둘렀다.
꽝!
신성력에 적중당한 골든 소드가 재차 튕겨져 나갔다. 그와 함께 골든 나이트에게 바짝 접근한 다이어드 공작이 세인트 해머를 휘둘렀다. 그것이 향하는 곳은 골든 나이트의 유일한 약점, 마나 홀이었다.
‘이겼다!’
이미 튕겨져 복귀가 불가능한 골든 소드의 위치를 보며 다이어드 공작이 한 생각이다. 제아무리 그랜드 마스터에 달하는 실력을 지녔다고 해도 방어하기는 불가능이다. 하지만 골든 나이트에게 한 가지 수는 있었다. 다이어드 공작이 한 차례 마주쳤을 때 놓쳐 버리고 만 그 수법 말이다. 순간 골든 나이트의 신형이 사라졌다. 위급 상황 시 사용할 수 있는 블링크가 전개된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다이어드 공작은 그것마저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거기냐!”
그는 골든 나이트가 사라지자 재빨리 방향을 틀어 몸을 날렸다. 그의 몸은 정확히 골든 나이트가 모습을 드러낸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채 방어할 틈도 주지 않은 다이어드 공작의 공격은 매섭고 날카롭기 짝이 없었다. 이대로라면 그대로 당해 버릴 것이 뻔할 터! 그때였다. 꼼짝없이 당할 것 같던 골든 나이트에게서 새파란 안광이 강렬하게 뿜어졌다. 여태까지 뿜어낸 안광과는 차원을 달리할 정도로 강렬한 빛. 그 현상과 함께 아무것도 쥐지 않은 골든 나이트의 왼손에서 푸른 마나 기류가 발생했다. 그리고 골든 나이트가 특유의 어조로 입을 열었다.
“룬…….. 블레이드.”
쿠와아아아!
어마어마한 마나 기류가 발생하며 푸른색 검이 골든 나이트의 왼손에 생겨났다. 룬 블레이드. 엘이 다이어드 공작의 성물에 맞서기 위해 만들어 낸 그 검이 지금에서야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푸른색 검은 얼핏 봐서는 골든 나이트에 맞게 제작된 평범한 검에 지나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 말은 그대로 사라진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착각할 정도로 룬 블레이드에 푸른 룬어가 빽빽하게 새겨져 있던 것이다. 그 정체불명의 룬어는 단 한 가지 마법을 전개하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 신검에 필적하는 능력을 발휘하기 위한 룬어가 거대한 롱 소드 전체에 새겨진 셈이다. 그리고 골든 나이트는 그 룬 블레이드를 휘둘러 세인트 해머를 막아 냈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콰앙!
여태껏 물러섬이 없던 세인트 해머가 룬 블레이드와 부딪치는 순간 튕겨져 버린 것이다.
“큭!”
룬 블레이드와 부딪치면서 엄습한 전신의 충격에 다이어드 공작이 엄청난 충격을 느끼고는 뒤로 주춤 물러났다. 무려 다섯 발자국이나 물러난 그는 아직도 이해가 안가는 얼굴로 골든 나이트롤 바라보았다. 골든 나이트는 두 자루의 검을 쥐고 있었다. 오른손에는 한눈에 보아도 찬란한 황금빛을 발하고 있는 골든 소드가 쥐어져 있었고, 왼손에는 방금 전 자신의 세인트 해머를 튕겨 낸 푸른색 검이 들려 있었다. 그는 믿기지 않는 시선으로 푸른색 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경악이 담긴 목소리를 흘렸다.
“도대체 저 검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의 세인트 해머를 튕겨 내다니! 모든 힘을 소멸시키는 것이 바로 세인트 해머의 힘이 아닌가? 그런데 튕겨지다니……. 다이어드 공작이 놀라는 순간에 골든 나이트는 골든 소드를 검집에 꽃아 넣고는 룬 블레이드를 오른손에 옮겨 쥐었다. 그리고 맹렬한 기세로 다이어드 공작에게 돌격했다.
“한 번 튕겨 냈다고 자신을 가진 것이더냐!”
세인트 해머를 튕겨냈으니 거칠 것 없다고 말하는 듯한 골든 나이트의 모습에 다이어드 공작이 소리치며 물러서지 않은 채 세인트 해머를 휘둘렀다. 룬 블레이드와 세인트 해머는 다시 한 번 충돌했다.
꽈앙!
아까 전 충돌에 뒤지지 않는 엄청난 폭음이 다시 한 번 울려 퍼졌다. 영혼을 울리는 듯한 어마어마한 충돌! 그 충돌에서 득을 본 것은 다름 아닌 골든 나이트였다.
“크윽!”
전신에 퍼져 나가는 강렬한 충격에 다이어드 공작이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골든 나이트가 거세게 전진해왔다.
쉬익!
2m에 달하는 거대한 검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휘둘러졌다. 한순간 12번 휘둘러진 룬 블레이드는 12개의 오러 서클을 생성하며 다이어드 공작에게 덮쳐 나갔다. 그것을 보며 다이어드 공작은 기합을 지르며 세인트 해머를 휘둘렀다.
“하압! 이 정도로!”
파삭! 파사삭!
세인트 해머에서 뿜어진 신성력으로 오러 서클을 소멸시키고, 다이어드 공작이 재차 외치며 해머를 휘둘렀다.
“나를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았나!”
콰과광!
지면을 부수며 세인트 해머의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땅! 따다당!
그것을 골든 나이트는 룬 블레이드를 휘둘러 모조리 제거해나갔다. 그 기운을 제거할 때마다 강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하지만 충격을 흡수, 분해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지닌 골든 나이트는 그것들을 모조리 흘려 버린 뒤 재차 달려 든 것이다.
“이런 괴물 같은!”
세인트 해머의 힘이 전혀 통하지 않자 다이어드 공작이 처음으로 당혹한 표정을 지었다. 한두 번이 아니라 세인트 해머의 힘이 정말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믿을…….”
뒷말을 이을 수 없었다. 어느새 골든 나이트가 바짝 접근하여 룬 블레이드를 휘두르고 있었다.
“흡!”
이럴 때는 맞서는 것이 좋다. 하지만 두 무기가 부딪치는 순간 일어나는 충격이 어마어마하다. 골든 나이트는 그것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키지만 다이어드 공작은 그러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인간과 골렘의 차이다. 고통을 느끼는 것과 느끼지 못하는 것. 거기에서 이미 상당한 차이가 나고 있었다. 세인트 해머와 룬 블레이드가 충돌했다.
꽈앙!
아까와 같은 큰 폭음이 울려 퍼지며 그 상황 그대로 재현되듯 다이어드 공작이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큭! 어째서? 설마 저 검 때문인가?”
저 검을 뽑아들면서부터 상황이 급격히 바뀌었다. 그렇다면 저 검 때문이다. 저 검이 어떠한 수단을 써서 세인트 해머의 힘을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미처 엘도 예상하지 못한 바다. 왜냐하면 엘은 룬 블레이드의 능력과 세인트 해머의 능력이 서로 상쇄시킬 줄 미처 몰랐기 때문이다. 룬 블레이드의 능력은 주변의 공기를 한순간 응집시키는 것이다. 응집된 공기는 기존의 검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절삭력을 지니게 된다. 그것은 모든 것을 베어 버리는 능력이 있었기에 세인트 해머의 기운을 베어 버리려 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 세인트 해머의 엘의 예상을 벗어난 강함을 지니고 있었다. 모든 것을 베어 버리는 룬 블레이드의 능력과 모든 기운을 소멸시키는 세인트 해머의 두 능력이 서로 부딪치면서 서로의 능력이 아무것도 발휘되지 못하고 튕겨져 버리는 것이다. 마치 모든 것을 꿰뚫는 창과 모든 것을 막아 내는 방패의 관계처럼 말이다. 두 능력이 서로 상쇄되고 도리어 큰 충격이 서로에게 가기에 전황이 골든 나이트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해졌다.
“큭!”
다이어드 공작은 앞이 깜깜해지는 걸 느꼈다. 세인트 해머로 우세를 점하던 근접전도 이제는 그 우위를 점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원거리전을 하자니 골든 나이트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진퇴양난. 어디로 가도 방법이 없는 지금 이 상황에서 다이어드 공작은 막막함을 느껴야했다. 그것도 잠시, 다이어드 공작은 차분하게 숨을 고르며 세인트 해머를 움켜쥐었다. 확실히 자신이 열세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진 것도 아니다. 자신은 성기사다. 공격보다는 탁월한 방어력에 특화되어 있는 성기사, 게다가 아직 몇 가지 방법이 남아 있지 않던가. 다이어드 공작은 룬 블레이드를 휘둘러 오는 골든 나이트롤 보며 세인트 해머로 맞받아쳤다.
꽈앙-!
큰 폭음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전같이 다이어드 공작이 큰 타격을 입지 않은 듯했다.
“……..”
한 걸음 물러선 채 룬 블레이드를 막아 낸 다이어드 공작. 충격을 완전히 해소한 듯 큰 타격은 없어 보였다.
‘이게 끝이 아니다.’
하지만 공격을 막아 냈다고 하여 방심할 수는 없다. 골든 나이트가 연속으로 공격해 왔기 때문이다. 다이어드 공작의 세인트 해머가 움직였다.
꽝! 꽝! 꽝!
룬 블레이드와 세인트 해머가 부딪치며 주변 전체를 울렸다. 보이지 않는 공기의 절삭력과 세인트 해머의 신성력이 부딪치며 전해져 오는 충격은 분명 엄청날 터. 실드와 각종 마법진의 도움을 받고 있는 골든 나이트와 다를 바 없을 정도로 다이어드 공작도 충격을 잘 흘려보내고 있던 것이다. 골든 나이트와 공방을 주고받으며 다이어드 공작은 차분하게 기회를 엿보았다. 애써 태연한 척하고 있지만 내심 그의 전신은 공격을 받아 낼 때마다 큰 충격에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웠다. 그나마 이렇게 버틸 수 있는 것은 신성 마법 덕분이다. 하지만 그는 신성 마법을 본격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신관이 아니기에 이 정도가 한계였다. 그럼에도 그는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골든 나이트의 약점은 마나 홀. 차분히 공세를 견뎌 내 고 그곳을 공략한다면 분명 승리는 자신의 것이 될 것이다. 그것 때문에 다이어드 공작은 골든 나이트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는 것이다.
꽝! 꽈광!
룬 블레이드와 세인트 해머가 부딪치며 주변을 사정없이 헤집어 놓았다. 이미 그들의 주변 대지는 쩍쩍 갈라지고 깊게 패여 처음의 형태를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그들의 공방이 약 100여 합 정도 되었을 무렵, 다이어드 공작은 골든 나이트의 공격을 피해 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허점! 순간 다이어드 공작의 눈이 빛났다. 골든 나이트의 약점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기회는 지금뿐! 이 기회를 놓치면 승부는 자신의 패배가 될 것이다. “사라져라!”
외침과 함께 세인트 해머를 굳게 움켜쥔 그의 손이 움직였다.
부웅!
파공음을 내며 골든 나이트의 마나 홀을 향해 휘둘러지는 세인트 해머! 제아무리 실드 마법을 전개하고 있다지만 신성력을 머금은 세인트 해머를 막아 낼 리 만무했다. 즉, 적중 당한다면 골든 나이트라도 그 부위가 곤죽이 될 것은 뻔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골든 나이트도 지지 않았다. 어느새 자세를 수습한 골든 나이트가 다이어드 공작의 머리를 쪼갤 듯한 기세로 룬 블레이드를 휘두르고 있던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어느 누구도 무사하지 못할 터. 골든 나이트는 성능 불능이 될 것이고 다이어드 공작은 중상, 혹은 죽음을 맞이할 확률이 높았다. 두 무기가 각 급소에 적중하기 직전, 강렬한 기세를 머금은 무언가가 빠르게 쏘아졌다.
“……..!”
“……..!”
그 공격을 눈치 챈 다이어드 공작은 재빨리 물러섰다. 골든 나이트가 공격해 옴에도 공격을 감행한 건 먼저 쓰러뜨릴 자신이 있어서였다. 하지만 마법을 피할 자신이 없었기에 아쉽지만 기회를 버린 것이다. 그러나 골든 나이트는 물러서지 않았다. 빠르게 쏘아진 무언가는 골든 나이트와 다이어드 공작이 있던 자리에서 그래도 폭발했다.
콰과광!
붉은 불꽃은 삽시간에 주변 일대를 태워 버렸다. 이것은 다름 아닌 5클fp스 마법인 버스트 플레어였다.
“누구냐?”
뒤로 물러난 다이어드 공작이 마법이 전개된 곳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그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마법을 전개한 이는 다름 아닌 금탑주, 엘이었기 때문이다. 전신이 상처투성이에 무척 지친 듯 보였지만 움직이는 게 가능해 보였다. 다이어드 공작은 엘의 운신이 자유로운 것을 보고는 믿기지 않는 얼굴을 하였다.
“설마……..”
이미 그의 궁금증을 파악한 듯, 엘이 먼저 말해주었다.
“공작님의 예상대로입니다. 게이런즈는 제 손에 쓰러 졌습니다.”
“말도 안 돼!”
다이어드 공작의 얼굴에 경악이 떠올랐다.
“미, 믿을 수 없다. 어떻게 7클래스 마법사가 8클래스 마법사를……..”
평소 그답지 않게 말까지 더듬었다. 당연한 반응이다 7클래스 마법사는 통상적으로 8클래 스 마법사를 절대로 이길 수 없다. 그들의 차이는 검사로 치면 소드 마스터와 그랜드 마스 터의 차이였기 때문이다. 소드 마스터가 그랜드 마스터를 정면 대결로 막아내려면 최소 10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랜드 마스터가 적절한 치고 빠지기를 구사한 다면 소드 마스터 50명으로도 상대하기 벅차다. 8클래스 마법사의 경우 그 실력 차이가 더욱 심하다. 마법의 운용이나 마나 소비 등 어느 것 하나 7클래스 마법사가 8클래스 마법사를 추월할 구석이 없기 때문이다. 어디든지 이동할 수 있는 8클래스 마법사는 설사 100 명의 7클래스 마법사가 존재한다고 해도 막아 낼 수 없다. 그런데 엘이 게이런즈를 꺾다니?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그야말로 대륙의 통설을 산산이 깨 버리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믿기지 않을 만도 하겠지요.”
믿기지 않는다는 다이어드 공작의 얼굴을 보며 엘이 어깨를 으쓱했다. 게이런즈를 꺾은 것은 엘 본인조차도 아직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본래 엘의 계획은 게이런즈를 상대로 최대한 시간을 끌고 그 사이 룬 블레이드를 사용한 골든 나이트가 다이어드 공작을 제압, 엘을 돕는 것이었다. 그런데 다이어드 공작의 실력은 예상보다 휠씬 윗줄이었고, 엘이 게이런즈를 꺾는 사태가 발생했다. 무엇 하나 엘의 예상에 맞아 떨어진 게 없지만 상황은 엘에게 유리하게 돌아간 것이다. 다이어드 공작이 엘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끼어든 것이지? 골든 나이트롤 돕겠다는 건가?”
‘힘들게 되었군.’
엘이 가세하게 된다면 가뜩이나 희박한 승산이 더욱 줄어든다. 하지만 그런 것을 얼굴에 드러낼 정도로 다이어드 공작은 녹록치 않았다.
“글쎄요.”
다이어드 공작의 물음에 엘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고는 한쪽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더 이상의 대결은 무의미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뭣이?”
“일단 저길 보시죠.”
엘이 한쪽을 가리키자 다이어드 공작의 시선이 옮겨졌다.
“아니!!”
그의 얼굴에 놀라움이 번져 나갔다. 엘이 가리킨 곳에는 3명의 대신관과 은십자, 홀리 윙 기사단 모두가 힘없게 널브러져 있었다. 얼핏 보니 죽인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는 건 제압을 당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지금 이곳에서 정신을 차리고 있는 건 다이어드 공작뿐이다. 다이어드 공작은 언제라도 달려들 듯한 자세를 취하는 트롤 킹과 3기의 골렘, 그리고 실피르와 카이나, 매직 나이트롤 보고 신음을 흘렸다.
“큭!”
상황이 최악이다. 비록 엘이 게이런즈를 이겼다고 해도 결코 정상이 아닐 터, 그렇다면 세 대신관과 두 기사단이 잘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맥없이 당했다. 그렇다는 건 엘이 예상 외로 강하고, 금탑의 인물 또한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는 걸 의미한다. 처음부터 너무 강한 전력을 지닌 나머지 금탑의 전력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최악이군.”
최악. 그 말보다 지금 이 상황을 잘 표현할 말은 없다. 같이 온 이들 모두가 당했다.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던 게이런즈가 죽었고, 성국의 인물들은 모두 사로잡혔다. 이제 남은 것은 자신뿐. 과연 자신이 대항한다고 하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상대적으로 전력이 월등한 저들이 자신을 제압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테지.
‘하지만 쉽게 당하지 않을 것이다. 난 다이어드 공작이다. 대륙에 단 10명뿐인 그랜드 마스터다. 그 최후도 당당히 맞이할 것이다.’
“이런.”
세인트 해머를 쥐며 전의를 내뿜는 다이어드 공작을 보며 엘이 혀를 찼다. 정말 까다로운 이가 아닐 수 없다. 저런 외골수적이고 일방 통행적인 사람은 아군이면 더없이 등장하지만 적이면 더 없이 까다롭다. 만약 저자가 끝까지 대응한다면 더욱 큰 피해를 입을 것이 분명했다. 방금 전만 해도 골든 나이트와 양패구상을 할 뻔했으니 말이다. 더욱 큰 피해를 입지 않고자 엘은 다이어드 공작을 구슬릴 필요를 느꼈다. 그는 다이어드 공작을 향해 입을 열었다.
“항복하십시오.”
“…….?”
엘의 말에 다이어드 공작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항복하라니? 설마 자신에게 저항을 포기하고 순순히 포기 하라는 것인가? 다이어드 공작의 표정이 험악해지자 엘은 재빨리 말을 이었다.
“당신이 항복하지 않으면 이들은 물론 볼레크 대신관과 광휘의 기사단도 모두 죽을 것입니다. 전혀 승산이 없는 싸움. 그래도 하실 것입니까?”
엘의 강경한 태도에 다이어드 공작은 할 말을 잃었다. 아니 그보다 놀랐다. 그가 엘에게 물었다.
“설마……. 죽일 생각이 아니었던가?”
자신을 비롯한 모든 이들은 금탑 자체를 말살하고자 왔다. 특히 자신은 교황의 밀명을 받아 엘을 죽이려고 했을 만큼 상대에게 명백한 살의를 가지고 왔다. 그런데 그런 적을 살려 주겠다니? 도저히 금탑주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단 말인가?
“물론입니다. 교황청에서는 흥분하여 살인을 했지만 완벽히 이긴 지금 상황에서 굳이 죽일 필요는 없겠지요.”
다이어드 공작이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엘은 빙긋 웃었다. 피 칠을 하고 웃는 그의 모습은 볼썽사나웠지만 다이어드 공작은 그런 엘의 모습에 등골이 서늘함을 느꼈다.
‘물론 내게 끝까지 적의를 보인다면 평생 포로로 살다 죽겠지만 말이죠.’
그 말을 삼켜 버린 엘은 다이어드 공작에게 말했다.
“선택하십시오. 만약 공작님이 항복한다면 이들의 목숨을 보장하겠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대항한다면……. 저도 극단적인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
“으음……….”
엘의 말에 다이어드 공작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자신 혼자만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면 주저 없이 목숨을 내놓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자신의 선택에 모든 이들의 생명이 달린 것이다. 이미 엘의 손에 8클래스 마법사 게이런즈가 죽었다. 자신 혼자서 룬 블레이드를 든 골든 나이트조차 상대하기 벅찬 마당에 금탑주를 비롯한 저들을 상대한다? 불가능하다. 불가능한 임무와 성국 인물들의 목숨. 이 2개를 가지고 고민하던 다이어드 공작이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쿵!
세인트 해머가 지면에 박히며 내는 큰 소리. 그는 항복을 택한 것이다. 성국의 인물들을 위해서 그가 엘을 향해 물었다.
“약속은 지키겠지?”
엘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하지만 공작님의 힘은 여전히 위협이 되니 잠시 봉인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점은 이해해 주십시오.”
포로의 힘을 봉인하는 건 당연한 일. 다이어드 공작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그리고 얌전히 엘의 봉인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싸움이 끝났다. 모든 이들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어 버린 금탑의 승리로 끝난 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