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Mage RAW novel - Chapter (48)
슈그르빌의 도움, 상급 마족 베르아문트
아이넨스의 등장으로 장내는 침묵에 빠져 들었다 지크릴을 공격한 단 한 번의 공격. 그 공격 하나로 아이넨스의 실력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넌 누구지?”
지크릴은 본능적으로 아이넨스가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간파했다. 방금 전 공격. 지크릴의 반응이 조금만 늦었다면 삽시간에 꿰뚫려 죽음을 면치 못할 공격이었다. 그 공격은 빠르고……. 기이하며……. 무서웠다! 그것을 생각하니 지크릴은 등골에 절로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쪘다. 여태껏 100년에 가까운 세월을 살아오면서 무섭다고 생각한 것은 루이아스가 처음이었다. 그런데 오늘 눈앞의 검사에게 2번째로 무섭다고 생각한 것이다.
‘가만!’
지크릴은 방금 전 공격을 생각하고는 아이넨스를 자세히 훑었다. 그러더니 이윽고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 그에게 물었다.
“한 가지 묻겠다. 혹시 네가 대륙 오대 신검 중 하나인 디멘션 소드의 주인인가?”
지크릴의 시선은 정확히 디멘션 소드에 향해 있었다. 공간을 격하고 날아오는 기이한 왜곡 공격. 그런 공격을 할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서 단 하나. 디멘션 소드밖에 없다.
“바로 알아차리는군. 그렇다, 이것이 바로 오대 신검 중 공간을 지배하는 신검, 디멘션 소드다.”
“오호……. 전설의 검을 눈앞에서 보게 되다니. 영광이군.”
그런 지크릴의 반응에 아이넨스는 신경 쓸 것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나는 방금 전 네가 루이아스를 언급 하는 걸 들었다. 루이아스가 네 상관인가?”
지크릴의 표정이 차가워졌다.
“네가 마스터를 어떻게 알고 있지?”
그의 반응에서 아이넨스는 자신의 질문이 맞는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맞나 보군. 좋아.”
“어떻게 알고 있는지 물었는데?”
지크릴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그러자 아이넨스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루이아스는 내가 죽일 자다. 그러니 이름을 아는 건 당연하지.”
“죽인다고? 그럴 자신이 있나?”
“물론이다.”
거침없이 대답하는 아이넨스의 모습을 바라보던 지크릴. 그는 돌연 큰 웃음을 터뜨렸다.
“후후! 후하하하!”
명백한 비웃음. 그에 기분이 상한 아이넨스의 눈썹이 꿈틀 거렸다.
“왜 웃는 거지?”
“너무나 어이가 없으니까. 네놈이 어떻게 마스터의 존함을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분을 죽일 수 있는 건 이 세상에 없다.”
그것은 확신이오, 믿음이자, 불변의 법칙이었다. 지크릴의 확신 어린 어조에 기분이 상했는지 아이넨스가 거칠어진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누구인지 잊었나? 난 신검의 주인이다.”
“그깟 신검으로 마스터를 죽일 수 없다. 무기를 믿고 오만을 떠는 건 하수들이나 하는 것이지.”
아이넨스와 지크릴의 사이에 극도로 험악한 기운이 오고가기 시작했다. 아이넨스는 30대의 나이에 그랜드 마스터에 올랐으며, 전설의 가문 슈그르빌가에서 신검을 다루는 모든 비전을 이어받은 자다. 지크릴은 한때 대륙을 절반이나 초토화시킨 흑탑의 탑주이며, 엄청난 위력의 흑마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일대일 대결로는 대륙에서 그를 상대할 이가 채 열이 되지 않을 정도니 그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그런 이들이 서로 대치하며 기운을 개방하자 무시무시한 폭풍이 일기 시작했다 아이넨스가 엘을 향해 말했다.
“인사는 나중에 제대로 해야겠군. 일단 너와 골든 나이트는 저 히드라를 처치하는 데 힘을 기울여라, 난 이자를 처치하겠다.”
“……..알겠습니다.”
잠시 멍하니 있던 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는 순간 지크릴의 권유에 넘어갈 뻔한 자신을 책망했다. 분명 지크릴의 제안은 매력적이다. 상대의 조직에 9클래스 마스터가 있다면 대륙은 앞으로 그의 뜻대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그에게 협력하는 것은 어쩌면 엘을 비롯한 그의 가족들이 모두 안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크릴은 자신을 죽이려 한 이다. 그가 자신을 끌어들이려고 하는 것은 분명 자신이 지닌 여러 재주를 탐내서 그러는 것일 터. 즉, 모든 밑천이 털리면 그대로 토사구팽 당할 확률이 높았다. 쓸모 있을 때 대우를 해 주고 쓸모가 없어졌을 때 외면 한다. 이것이 사회의 진리임을 엘은 전생에서부터 너무나 많이 겪어왔다.
‘내가 실수했던 거야.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어.’
자신을 죽이려던 상대의 제의를 받아들일 뻔하다니. 엘은 자신의 약함에 고개를 저으며 힐끗 아이넨스를 바라보았다. 지크릴과 대치하고 있는 그는 처음 봤을 때 모습과 전혀 다른 절대 검사로서의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도와줘서 다행이야.’
만약 아이넨스가 그때 오지 않았다면……. 이라고 생각 하니 간담이 서늘해지는 엘이었다. 아이넨스가 그때 나타나지 않았다면 자신은 지크릴의 제안에 승낙했을 테니까.
‘일단은 적들을 최대한 빨리 제압하자. 그리고 아이넨스 님을 돕는 거다.’
그렇게 결정을 내린 엘은 지금 최대의 방해가 되는 히드라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골든 나이트에게 명령을 내렸다.
“타나! 저 마수를 처리한다. 일단 마수에게 타격을 입히는 것보다 회복에 집중해.”
엘의 명령에 골든 나이트가 푸른 안광을 뿜어내며 히드라에게 접근했다. 하지만 엘의 명령 때문인지 섣불리 접근하지 않고 차분 히 기회를 엿보는 듯했다.
“……..좋아.”
골든 나이트와 트롤 킹이라면 능히 히드라를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흑마법사들을 상대해야겠지.”
엘은 한쪽에서 치열하게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들을 보고는 그쪽을 향해 몸을 날렸다. 실피르 일행은 무척 고전을 하고 있었다. 흑탑의 부탑주인 게로마네가 히드라를 소환하여 트롤 킹이 빠져 전력의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또 다른 흑탑의 부탑주인 갈로윈은 독을 사용하는 포이즌 마법의 대가였다. 보랏빛 독이 넓은 범위에 퍼져 있어 함부로 접근은 못함은 물론, 공격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행이라면 골렘들이 독에 영향을 받지 않아 앞장서 싸운 덕분에 아슬아슬한 호각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흑마법사들이 연달이 마수를 소환함으로써 금탑 측이 점점 밀리고 있었다. 이럴 때 가장 큰 도움을 주는 것은 다름 아닌 실피르의 매직 스틱이었다.
콰광!
6클래스 마법과 비슷한 파괴력을 지닌 마력탄의 위력에 흑마법사들은 분분히 흩어졌다. 매직 스톤으로 무한히 사용할 수 있는 마력탄은 흑탑의 흑마법사들을 당황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쳇! 번거롭군.”
마력탄에 의해 자신의 독이 흩어지자 갈로윈이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의 독으로 저쪽이 함부로 공격해 오지 못하는 건 분명 유리하다고 할 수 있는 성질이지만 반대로 저쪽의 마력탄 때문에 이쪽도 섣불리 공격을 못하고 있었다. 흑마법사들이 마수 등을 소환하여 상황이 점차 유리해 지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독을 사용하는 갈로윈에게 독이 통하지 않는 저 골렘들은 귀찮기 짝이 없는 상대였다. 독이 통하지 않을 뿐더러 그 힘은 마스터 급에 준했기에 갈로윈은 게로마네에게 도움을 청했다.
“게로마네, 힘을 합쳐서 저 골렘들을 제거하지.”
게로마네도 늘어지는 듯한 전황이 마음에 들지 않던 차였다.
“좋다. 그렇게 하지.”
합의를 본 두 사람이 골렘에게 공격을 퍼부으려 할 때, 뒤에서 마나의 파동이 일어났다.
“피해 !”
갈로윈의 외침과 함께 두 사람은 양쪽으로 나뉘어 마법을 피했다.
쾅!
그들의 중앙을 꿰뚫고 나간 마법이 지면에 부딪치며 폭발을 일으켰다.
“…….”
그 마법의 파괴력이 최소 5클래스였기에 갈로윈과 게로마네는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그들의 눈에 금색 로브를 걸친 금발의 청년, 엘이 눈에 들어왔다. 엘이 그들을 향해 손을 까딱였다.
“흑탑의 탑주는 다른 분이 상대해 주기로 해서 말이지. 이제부터 너희들은 내가 상대해 주겠어.” 오만한 말이다. 혼자서 자신들 둘을 상대하겠다니! 게다가 흑마법의 위력은 보통 마법을 뛰어넘기에 그들의 실질적인 힘은 7클래스 중에서도 최상위에 속한다. 자신들의 경지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그들은 엘의 말에 인상을 구겼다. 게로마네가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
“네가 아무리 게이런즈를 이겼다고 해도 우리는 상대 할 수 없을 것이다.”
엘이 피식 웃었다.
“과연 그럴지 안 그럴지……. 말만 앞세우지 말고 덤벼.”
지크릴에게 된통 당한 엘로서는 제대로 싸움을 하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8클래스 마법사 지크릴에게는 자신의 힘이 전혀 통하지 않았지만 7클래스 마법사에게는 자신의 힘이 통하기 때문이다. 엘의 말에 기분이 나빠진 갈로윈이 욕설을 내뱉었다.
“어린놈이 오만하구나,”
그러면서 갈로윈이 양손을 뻗었다.
피비빙!
열 개의 다크 볼트가 엘에게 빠르게 쏘아졌다. 2클래스 흑마법이지만 파괴력만 따지면 능히 4클래스 마법에 비견된다. 엘은 그 마법을 비스듬히 몸을 눕혀 피한 다음, 마법을 전개했다. “헤이스트(Haste), 리터레이트(Reiterate)!”
파앗!
엘의 몸이 흐릿해지며 빠른 속도로 쏘아졌다. 그 속도 는 마치 섬전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헛!”
엘의 빠른 접근 속도에 갈로윈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그러면서 엘이 접근해 오지 못하게 다크 볼트를 전개했다.
쾅! 콰과광!
중첩된 헤이스트 마법으로 가볍게 다크 볼트들을 피해 내며 갈로윈에게 다가갔다.
“큭!”
엘의 재빠른 접근에 갈로윈이 신음을 흘렸다. 다크 볼트를 너무 쉽게 피해 내 견제의 의미를 잃었던 것이다. 그 사이 엘은 갈로윈의 지척까지 접근했다. 그리고 손에 버닝 핸드를 전개하여 그를 공격하려 하였다. 하지만 피하는 건 갈로윈이 한발 빨랐다. 위기를 느낀 순간 재빨리 블링크 마법을 전개한 것이다.
화르륵!
엘의 버닝 핸드가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칫!”
다잡은 물고기를 놓쳐 버리자 엘이 혀를 차며 재빨리 몸을 피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다크 플레어가 들이닥쳤다.
쾅!
5클래스에 속한 다크 플레어지만 그 위력은 강렬했다. 만약 엘이 휘말리면 단번에 목숨을 잃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엘은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곧장 게로마네에게 달려들었다.
“제기랄!”
엘이 빠르게 다가오자 게로마네는 욕설을 내뱉으며 갈로윈과 비슷하게 수많은 다크 볼트롤 전개하였다. 그 숫자가 워낙 많아 엘은 모두 피할 수 없음을 깨닫고는 양팔에 실드 마법을 전개했다.
땅! 따당! 땅!
양손에 실드를 전개한 채 다크 볼트롤 튕겨내며 다가오자 게로마네는 재빨리 블링크를 전개했다. 그리고 뒤에서 갈로윈이 공격해 들어왔다. 피하기가 뭐했기에 엘도 맞받아 마법을 전개했다. 두 마법이 중앙에서 충돌했다.
콰과광!
요란한 폭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갈로윈은 기회라 여겼는지 연신 마법을 전개하여 엘을 공격했다. 엘 또한 이대로 물러설 수 없었기에 수십 개의 마법을 캐스팅하여 정면 대결을 벌였다. 두 대마법사가 정면으로 마법 대결을 벌이자 주변 일대가 삽시간에 불길에 뒤덮이기 시작했다.
‘역시 마법적 위력으로는 내가 밀려.’
엘은 갈로윈과 연신 마법을 주고받으면서 자신이 마법 위력에는 뒤쳐진다는 걸 인정했다. 단전호흡으로 마나 호응도가 극도로 높아 훨씬 강한 마법을 구사할 수 있지만 흑마법의 위력을 뛰어넘지 못한 것이다.
‘이대로는…….’
엘은 힐끗 시선을 위로 옮겼다. 그곳에는 게로마네가 마법을 캐스팅하고 있었다. 캐스팅이 길어지는 걸 보아하니 7클래스 마법을 캐스팅하는 듯했다. 그리고 그것을 본 엘의 뇌리에 경고음이 스쳐 지나갔다.
‘위험하다!’
지금 엘은 갈로윈에게 발목을 잡힌 상태다. 이 상태에서 게로마네에게 일격을 맞는다면 분명 위험한 상태에 처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어려운 상황이군.’
게로마네를 공격하려고 해도 갈로윈이 막아 설 것이 분명했다.
‘분명 예전의 나라면 곤경에 처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상황이 다르다.’
엘의 눈이 예리하게 빛났다. 그의 생각대로 예전이라면 위기에 처했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엘은 방어 마법을 전개했다. 당분간 갈로윈의 마법을 막아 낼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방어 마법을. 그리고 정신을 집중하여 캐스팅을 하기 시작했다. 그가 노리는 것! 그것은 다름 아닌- “하트 브레이크!”
게이런즈를 이길 때 썼던 원거리 캐스팅 마법이었다! 그때처럼 급박하게 사용한 것이 아닌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전개한 것이기에 캐스팅 시간이 훨씬 빨랐다.
“……!”
마법을 캐스팅하던 게로마네는 뭐라 웅얼거리려 하더니 이내 입에서 폭포수 같은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공중에 떠 있던 그의 신형이 실 끊어진 연처럼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엘의 마법으로 인해 심장이 파괴되어 버린 것이다. 아니, 내부의 모든 것이 파괴되었다는 것이 정답이다.
“이럴 수가!”
게로마네가 허망하게 당해 버리자 갈로윈이 당혹한 표정을 지었다. 어찌 안 그럴 수 있겠는가! 게로마네는 7클래스에 이른 흑마법사다. 그런 마법사가 원인도 모르는 공격에 의해 삽시간에 당해 버리니 갈로윈으로서는 등골이 오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게로마네와 갈로윈의 실력은 거의 팽팽하여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자신과 동급의 실력자가 단번에 당해 버렸다고 생각해 보라. 남아 있는 이는 얼마나 불안감에 시달리겠는가! 전의가 꺾이는 건 삽시간이다. 갈로윈이 뒤로 주춤 물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엘은 그런 갈로윈을 순순히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리터레이트!”
사삿!
중첩에 중첩 마법을 또 전개한 엘의 신형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갈로윈을 향해 접근했다.
“헉!”
헛바람을 삼키며 갈로윈의 몸이 움찔할 때, 엘의 신형은 이미 그의 뒤에 접근한 상태였다. 엘은 손을 뻗어 갈로윈의 등에 갖다 대며 속삭이듯 말했다.
“네가 허무하게 죽음을 당한 이유는 바로 전의가 꺾였기 때문이다. ”
엘의 손에서 마나가 거세게 뿜어지며 삽시간에 갈로윈의 내부를 뒤틀었다.
콰득! 콰드득!
내부에서 뼈와 장기가 뒤엉키는 소리가 들리며 갈로윈의 내부를 삽시간에 파괴해 나갔다.
“끄륵! 끄으으……..”
뭐라 말하려던 갈로윈. 하지만 영혼이 빠져나가고 있는 육체가 그의 통제 하에 있을 리 만무했다.
털썩!
갈로윈의 몸이 맥없이 바닥에 널브러졌다. 엘은 목숨을 잃은 갈로윈의 시체를 물끄러미 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네게 한 말은 나에게 한 말이기도 하니…….”
그러면서 엘이 몸을 돌리자 와아아! 하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엘이 흑탑의 7클래스 마법사를 제압하는 모습에 금탑의 인물들이 내지른 함성이다. 그에 반해 흑탑의 인물들은 전의를 잃은 듯 뒤로 주춤 물러났다. 흑탑의 힘이 강하다고 하지만 그들을 이끌던 2명의 부탑주가 죽어버린 이상 그 전력은 절반 정도로 줄어든 것이 분명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은 마치 맹수의 공격을 피하려는 초식 동물과도 같았다. 그리고 맹수의 입장에 처하게 된 엘은 사냥감들을 결코 곱게 놓아 줄 생각이 없었다.
“쉽게 보내줄 수 없지.”
팟!
엘의 신형이 눈부신 속도로 쏘아졌다.
“막, 막아라!”
엘의 접근에 흑마법사들이 외치며 엘에게 맞서려 하였다. 하지만 엘은 혼자가 아니다. 엘을 돕기 위해 사방에서 흑마법사들을 향해 달려든 것이다. 몇몇 흑마법사들이 앞을 가로막고 방어를 하려고 한다. 그리고 뒤에 선 흑마법사들이 고위 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
엘은 그것을 보며 마법을 캐스팅했다. 그리고 엘의 전개어와 함께 캐스팅하던 흑마법사들이 널브러지기 시작했다. 하트 브레이크. 그 마법이 점점 익숙해지면서 캐스팅 시간도 단축되기 시작한 것이다.
‘좋아. 이제 확실히 내 무기로 자리 잡았다.’
그 자리에서 가만히 캐스팅하는 마법사를 확실하게 제거할 수 있는 무기, 그것을 엘은 확실하게 손에 넣은 것이다.
엘의 활약으로 5명의 흑마법사가 죽어 버리자 그들은 재빨리 후퇴하기 시작했다.
“……..굳이 쫓을 필요 없겠지.”
엘은 물러나는 흑마법사들을 보며 자리에 멈춰 섰다. 그리고 매직 나이트들을 보며 말했다.
“히드라를 제거하는 걸 도와주세요.”
매직 나이트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예!”
그들은 무기를 빼어들고 히드라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히드라는 골든 나이트와 트롤 킹을 상대로 맞아 한창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인간의 싸움이 아닌 만큼 그들은 거대한 덩치로 쉴새없이 육탄전을 벌이기가 일쑤였다. 트롤 킹이 거대한 덩치로 히드라를 압박하는 역할이었고, 골든 나이트는 룬 블레이드를 사용하여 히드라를 천천히 무력화시키고 있었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매직 나이트들은 매직 소드를 디유 레임 상태로 만들어 히드라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캬오오오!”
히드라가 괴로운 비명을 지르면서 서서히 죽어갔다. 애당초 히드라를 소환한 게로마네가 죽어 히드라가 더욱 빨리 당한 것인지도 모른다.
“…….”
엘은 히드라가 쓰러지는 모습을 보며 조용히 침묵에 잠겼다. 그랜드 마스터에 버금간다는 히드라는 결국 그 육체적인 능력만을 얘기한 듯하다. 트롤 킹과 골든 나이트의 협공에 맥없이 무너지고 매직 나이트들의 공격에 마무리가 되었으니 말이다.
“이제 저쪽만 남았군.”
엘의 시선이 지크릴과 아이넨스가 대결을 벌이는 곳으로 향했다.
‘강하다!’
지크릴은 아이넨스를 보면서 전신에 전기가 오름을 느꼈다. 눈앞에 있는 아이넨스는 강했다. 신검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줄 알며, 그 본신의 실력은 지크릴이 간신히 파악할 만큼 뛰어났다.
‘신검에 그랜드 마스터라……. 힘든 싸움이 될지도.’
항상 싸움을 임함에 있어 여유를 가지고 있던 지크릴에게서 지금 여유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가 여태껏 상대한 적들 중 아이넨스는 당연코 최강이라 할 수 있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크릴은 섣불리 움직이지 못한 채 조용히 아이넨스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었다. 상대가 강한 것을 느낀 것은 지크릴 뿐만이 아니다.
‘강하군.’
아이넨스는 지크릴이 만만치 않은 실력자임을 느낄 수 있었다. 한때 대륙의 절반을 초토화시킨 흑탑의 탑주다운 실력이다. 그 본신의 실력은 8클래스 중에서 상위 전투력을 지니고 있으며, 흑마법의 강한 위력을 잘 살린 마법 운용은 매우 까다로운 것임이 분명했다.
‘본신의 실력은 엇비슷하다. 신검을 가지고 있는 내가 질 리는 없다. 하지만…….방심한다면 자칫 당할 수도 있다.’
아이넨스는 정확하게 자신의 힘과 상대의 힘을 분석했다. 만약 자신에게 신검이 없다면 상당히 불리한 대결이 벌어졌을 것이다. 본래 그랜드 마스터와 8클래스 마법사의 대결에서는 마법사가 우위를 점하기 때문이다. 공간 이동 마법과 캐스팅 없이 전개하는 마법은 무척 까다로운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신검이 있다. 이 디멘션 소드만 있다면 적이 어디에 있건 간에 공격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자신의 가문은 신검을 수호하는 가문이 아니던가. 신검의 활용은 예전부터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었다. 아이넨스는 차분히 동태를 살피는 지크릴을 바라보았다.
‘먼저 움직이지 않는군.’
하기야 한번 공격을 당해 봤으니 잘 알 것이다. 섣불리 움직이다가는 단번에 당해 버릴 것이라고. 그러니 저런 신중을 기울이는 것일 것이다.
‘루이아스의 부하다. 루이아스를 죽이려는 내가 그 부하에게 고전을 겪는 건 말이 안 된다. ‘
그러면서 아이넨스는 기세를 한 층 더 끌어올렸다. 그러나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 지크릴을 보며 아이넨스가 결심을 굳혔다.
‘그럼 내가 먼저 움직여 주지.’
어차피 선수가 필승이라, 먼저 공격을 하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특히 이런 대결에서 주도권을 잡는 건 무척 중요했기에 아이넨스는 차분히 호흡을 고르다 공격을 전개하였다.
스팟!
아이넨스가 공격을 시작하기 무섭게 지크릴의 몸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의 공격이 허공을 가르자 공간 저편에서 나타난 지크릴이 마법을 전개했다.
쑤에엑!
8클래스 마법사인 그는 6클래스 마법까지를 전개어만으로 전개할 수 있다. 6클래스 마법은 제아무리 아이넨스라고 하여도 직격으로 맞으면 위험하다. 하물며 흑마법이 아닌가. 아이넨스가 검을 휘둘렀다. 푸른색 오러가 검에서 뿜어 지더니, 이내 공간의 왜곡으로 사라졌다. 오러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마법이 전개되는 앞이었다. 그는 오러를 방패로 사용한 것이다. 오러와 마법이 부딪치며 폭발을 일으켰다.
콰광!
전신이 아릿해질 정도로 강한 폭발이었지만 아이넨스는 개의치 않고 공격을 하였다. 디멘션 소드에서 뿜어진 오러가 공간의 왜곡을 일으키며 사라졌다. 그것이 나타난 것은 지크릴의 주변이다.
“큭!”
사방에서 강력한 오러가 자신을 노려오자 지크릴은 몸을 분주히 움직이며 피해 나갔다. 공간을 지배하는 신검. 그 능력을 활용한 공격은 지크릴조차 막기 힘든 대단한 성질이었다. 지크릴은 블링크와 헤이스트 마법을 병행하며 오러를 피해냈다. 하지만 공격하는 것보다 피하는 것이 더욱 힘든 법. 한번 공격을 막아 내기 시작하자 아이넨스가 둘째, 셋째 공격도 연달아 펼치기 시작했고, 지크릴은 그 공격을 막아 내기에 바빴다. 그리고 마침내 오러를 피하지 못했다. 빈틈을 비집고 솟아난 오러가 지크릴의 어깨를 꿰뚫은 것이다.
츄악!
“크으윽!”
오러에 의해 어깨가 꿰뚫리자 지크릴이 신음을 흘리며 뒤로 물러났다.
‘기회!’
자신의 공격이 적중한 것을 본 아이넨스가 눈을 빛냈다. 그와 함께 디멘션 소드에서 수백여 개의 오러가 솟아났다. 공간 왜곡을 하며 사라진 오러, 그것은 지크릴 주변 전체를 뒤덮으며 나타났다. 슈그르빌가의 비전 신검술 중 하나인 오로스트 헬이었다. 주변 전체를 오러로 감싸 절대 피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공격, 그것이 바로 오로스트 헬이다. 오로스트 헬에 꼼짝없이 갇혀 버린 지크릴을 보며 아이넨스가 눈을 빛냈다.
‘걸렸다!’
하지만 그건 그의 착각에 불과했다. 오로스트 헬에 적중되려던 찰나, 지크릴은 방어 마법을 전개했다.
“세이지 실드!”
8클래스 최강 방어 마법 세이지 실드! 오러 블레이드조차 튕겨 내는 그 마법이 전개된 것이다.
파아앗!
반투명한 막이 지크릴의 주변을 뒤덮으며 오로스트 헬을 그대로 튕겨 냈다. 그러면서 그는 어깨에 힐을 전개했다. 다크 오러를 기반으로 한 힐은 은은한 검은빛을 내며 상처를 치유해 나갔다. 그가 아이넨스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정말 대단하군. 과연 신검의 주인이야.”
아이넨스가 무뚝뚝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쪽이야말로. 내 신검을 이렇게까지 받아 낸 이는 그대가 처음이군.”
그건 칭찬이었다. 신검의 힘. 그건 결코 인간이 받아 낼 만한 힘이 아닌 것이다. 특히 디멘션 소드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공격이 들어오기 때문에 막아 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 공격을 지크릴은 대부분 피해 내고 오로스트 헬을 완벽하게 막아 낸 데에 있어 아이넨스의 감탄을 사기에 충분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지크릴은 아이넨스를 보며 말했다.
“솔직히 널 이길 자신이 없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 없지.”
“물러서지 않는다면 네게 남은 건 죽음뿐이다.”
아이넨스가 디멘션 소드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오러가 폭발적으로 뿜어지자 지크릴이 웃음을 지었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니란 말이지.”
그 웃음이 묘한 기운을 띠고 있어 아이넨스는 순간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지크릴에게 주었을 때, 그의 손에 무언가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칠흑같이 검은 돌. 얼핏 보면 평범한 돌에 지나지 않지만 자세히 보니 은은한 다크 오러를 뿜어내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검은색에 다크 오러를 뿜어내는 돌. 그런 돌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다. 아이넨스의 눈이 크게 뜨였다.
“그건 설마……. 다크 스톤?”
“호오, 알아보는군. 이게 바로 다크 스톤이다.”
지크릴의 말에 아이넨스의 눈이 더할 나위 없이 크게 뜨였다.
“그런……..”
말끝을 흐리는 아이넨스. 당연히 이런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다크 스톤! 그것은 다름 아닌 마계에서 생성되는 돌로, 마족을 소환할 때 매개체로 삼는 물건이었다. 여기서 지크릴이 다크 스톤을 꺼냈다는 것은 즉, 마족을 소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과 같았다. 이미 제물을 바쳐 블러드 스톤을 만들어 온 것이 분명 했다. 여기서 블러드 스톤이란 사람의 피를 굳혀서 만든 돌을 말한다. 사람의 숫자가 많을수록 블러드 스톤의 힘은 강해지며 그 힘이 강할수록 강한 마족을 소환할 수 있게 된다.
“안 돼! 마족을 소환하려는 것이냐?”
아이넨스가 조급해진 안색으로 말했다. 마족! 인간을 뛰어넘는 육체와 정신력을 지닌 이 종족은 중간계의 드래곤과 비교되는 고등 생명체다. 사람의 마이너스 에너지를 양분으로 삼으며, 그 힘은 인간으로서 막을 것이 못될 정도로 대단하다. 여기서 마족이 소환되면 상황은 극도로 불리하게 돌아가게 된다. 신검을 지닌 아이넨스가 마족을 처치할 수 있지만 그 틈을 노린 지크릴의 공격을 받아 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크릴이 저렇게 자신 있게 나오는 걸 보면 분명 고위 마족을 소환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이곳은 레베탄 고원과 가까운 곳이다. 소환된 마족이 레베탄 고원에 있는 다크 소울을 흡수하고 몬스터들을 이끌고 대륙 진출을 한다면, 또다시 대륙은 피바다가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절대 안 된다. 디멘션 소드를 꽉 움켜쥐었다. 지크릴이 마족을 소환하기 전에 그를 베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그의 심정을 미리 알아차린 듯, 지크릴의 신형이 높이 떠올랐다. 그리고 세이지 실드를 한 겹 더 전개했다. 그는 웃는 얼굴로 아이넨스에게 말했다.
“그럼 어디 마족의 소환을 눈앞에서 지켜보라고. 후후!”
지크릴이 손에 쥔 블러드 스톤과 다크 스톤을 부숴 가루를 허공에 뿌렸다. 그러자 허공에 복잡한 소환진이 그려졌다. 그곳에 손을 댄 지크릴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어둠보다 더욱 어두운 어둠의 자식들이여. 지금 이곳에 나타나 어리석은 이들에게 어둠보다 더욱 어두운 절망을 선사하고, 붉은 피보다 더욱 붉은 분노의 불길을 보여 주소서.”
파아앗!
검붉은 빛이 사방으로 뿜어지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몰아치는 어마어마한 양의 다크 오러! 다크 오러가 휘몰아치며 동시에 소환진에서 다크 오러가 폭포수처럼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거대한 존재감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큭!”
아이넨스는 허공에 그려진 소환진을 보며 신음을 삼켰다. 정말 마족을 소환한 것이다. 이 존재감을 보건데 분명 마족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고위 마족을 소환한 것이 분명했다. 고위 마족. 여태껏 고위 마족을 쓰러뜨린 인간은 전설에서 나온 영웅밖에 없었다.
‘과연 내가 마족을 해치울 수 있을까?’
마족의 강함은 어렸을 적부터 누누이 들어왔던 터다. 인간의 절망을 양분으로 삼으며, 그 무엇보다 강한 힘을 지닌 종족. 그 종족이 지금 아이넨스의 눈앞에 나타나려는 것이다.
“아이넨스 님.”
그런 아이넨스를 향해 엘이 다가왔다. 엘은 허공에 그려진 마법진을 보며 물었다.
“저건 뭔가요?”
“마족 소환진.”
엘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예? 마족 소환? 설마 마족을 소환하는 진이란 말입니까?”
아이넨스는 대답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정신이 온통 소환진에 향해 있었다. 소환진은 어느새 짙은 다크 오러에 의해 잠식당한 상태였다. 전신을 짓누르는 듯한 존재감은 당장이라도 무언가가 나을 듯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그때, 돌연 하늘에서 한줄기 천둥이 내려쳤다.
번쩍!
순간 세상이 금빛으로 빛나는 듯한 착각을 주었다. 그와 동시에 금색이 빠르게 사라지고, 검은 다크 오러에 잠식되어 있던 소환진도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리고…….. 소환진이 있던 자리에는 한 남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온통 검은색 일색의 날렵한 몸매를 한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 당장이라도 상대를 꿰뚫을 것 같은 예기 속 절대 강자의 여유가 감도는 남자는 느릿한 시선으로 지크릴을 바라보았다. 지크릴은 공중에서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예를 취했다. 그의 입에서 놀라운 사실이 흘러 나왔다.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제게 존귀하신 이름을 가르쳐 주실 수 있겠습니까?”
지크릴의 물음에 남자는 잠시 그를 빤히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나의 이름은 베르아문트. 마계의 마왕님을 모시는 마계의 대공 중 하나다.”
“마계의 대공……!”
아이넨스와 엘이 동시에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마계의 대공! 그렇다면 마왕의 다음 서열 마족이 이곳에 강림한 것인가! 하기야 1만 명의 피로 만든 블러드 스톤인데 이 정도 마족은 소환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놀라기에는 아직 이르다. 갑자기 골든 벨리 한쪽에 푸른빛이 감돌더니 이내 엄청난 크기의 실루엣이 골든 벨리에 나타난 것이다. 무려 100m가 넘어가는 매끈한 붉은 동체. 그것은 지상 최강의 생명체라 불리는, 드래곤 족 중 하 나인 레드 드래곤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레드 드래곤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거칠게 포효했다.
쿠오오오오!
지상의 모든 생명체를 무릎 꿇게 만드는 드래곤 피어!
“크으으!”
말로만 듣던 드래곤 피어를 직접 겪게 되자 엘은 신음을 흘리며 괴로워했다. 그리고 간신히 드래곤 피어에 견뎌 낸 그는 멍한 시선으로 레드 드래곤과 마계의 대공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두 존재 모두 한평생 살아가면서 볼까 말까만 존재들이었다. 그런 존재들이 어떻게 이곳에……. 마족의 소환과 드래곤의 등장. 그것은 결코 평범한 일이 아니다. 엘은 단지 존재감만으로도 자신을 이렇게 옥죄어 버리는 두 존재를 보며 자신이 너무 미약한 존재임을 느꼈다 멍하던 그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그렇다. 이들에게 휘둘리지 않으면 자신 본인의 힘을 스스로 길러야 한다.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힘을……. 엘은 마계의 대공과 레드 드래곤을 보며 각오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강해져야 한다. 그래야만 살아남는다. 그것이 엘이 느낀 소감이자, 다짐이었다.
(골든 메이지 6권에서 계속)
[편집자후기]안녕하세요, 이석원입니다. 전 여태까지 그저 장난으로, 김현우 작가님이 절 미워하신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진심이셨나 봅니다. 어떻게, 생일에도 꼼짝 않고 24시간 내내 사무실에 있게 만드셨나이까. 어흑! 덕분에 친구들한테도 죽일 놈으로, 가족에게도 되바라진 놈으로 제 평가가 탈바꿈하고 말았답니다. 뭐, 그건 아무래도 논외로 치는 게 좋을까요? 작년 생일에는 사장님께 린치를 먹었으니, 이번 생일은 작년보단 나은 걸까요? 아니, 근데 입사하고 나서부터 내 생일은 왠지 미묘해 지는 게……. 이건 뭐, 갈수록 암울해지네. 아, 또 눈물 나온다. 그렇게 그렇게 어렵사리 꾸려 낸 5권입니다. 부디 재밌게 읽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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