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Mage RAW novel - Chapter (50)
Chap. 2 아이넨스와 베르아문트의 대결
베르아문트는 아이넨스의 손에 들린 검을 바라보았다. 과거 마왕을 마계로 역소환시킨 신검. 특히 신검 중 가장 특이한 힘을 지닌 차원을 지배하는 신검이다. 자신이 마계의 대공이고 강한 힘을 지녔다고 하지만 방심할 수 없는 게 바로 신검이다.
‘마왕님을 베었다던 신검인가…….’
베르아문트는 신검을 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중얼거림 일 뿐,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었다. 한마디로 아이넨스를 전혀 신경 쓰는 눈치가 아니었던 것이다.
“신검을 보고도 그 정도 반응이라니…….”
그런 베르아문트의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일까? 아이넨스의 눈썹이 한차례 꿈틀거렸다.
그러나 그것뿐, 어차피 맞서 싸워야 할 존재였기에 미리 흥분하는 건 좋지 않다. 한 차례 심호흡을 하고 호흡을 정돈한 그는 베르아문트에게 시선을 주었다.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마인드 컨트롤이었다.
“호오…….”
그런 아이넨스의 모습에 베르아문트가 묘한 소리를 냈다. 그것은 감탄이 틀림없었다.
신검의 주인에 대한 이야기는 그 또한 마계에서 누누이 들어왔다. 마왕을 벤 검, 비록 드래곤들의 협공이 있었다지만 마왕을 역소환시킨 것은 신검의 힘이 작용했음이 틀림없다.
신검은 말 그대로 신의 힘을 지닌 검이기에 마계에 존재하는 본체까지 타격을 줄 수 있는 검이다. 때문에 신검에 당하면 자칫 본체에 손상을 입어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베르아문트를 진지한 눈으로 응시하며 아이넨스가 디멘션 소드를 아래로 늘어뜨렸다. 본격적으로 베르아문트를 경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아이넨스의 모습에 베르아문트도 더 이상의 여유를 간직하지 못했다. 상대는 신검, 자신보다 강한 마왕을 쓰러뜨린 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신검의 주인은 신검의 능력을 누구보다 잘 활용할 수 있는 슈그르빌 가문의 당대 가주 아이넨스다.
쿠우우!
단지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이지만 두 존재가 서로의 힘을 견제하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기류가 일어날 정도였다.
보이지 않는 아이넨스의 힘과 베르아문트의 힘이 가운데에 부딪쳐 주변의 공기를 진공 상태로 만들고 있었으며, 알게 모르게 그들의 주변에 무시무시한 기운이 응집하고 있었다. 파방! 팡!
두 기운이 부딪치며 주변의 공기가 찢겨져 나갔다.
‘으음!’
그리고 베르아문트가 점점 본신의 힘을 발휘하기 시작 하자 아이넨스가 속으로 신음을 집어 삼켰다.
과연 마계의 대공다웠다. 기세 싸움에서 전혀 우위를 점할 수 없을 뿐더러 베르아문트가 뿜어내는 살기로 전신 이 터져나갈 듯 강력한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극한의 훈련을 겪은 최상의 육체에 이 정도 압박을 가 하다니. 소드 마스터들은 이 압박만으로 육체가 터져 버릴 것이다. 하지만 나는 물러서지 않는다. 나는 신검의 계승자이자, 마왕을 **려은 자의 후손이기 때문이다. 마왕을 **려은 내 조상보다 못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아이넨스가 새롭게 각오를 다지며 검을 살짝 비틀었다.
날카롭게 곤두 서 있던 디멘션 소드가 반듯하게 눕혀졌다.
그러자 여태까지 뿜어내는 기운과는 전혀 다른 기운이 은은하게 퍼져 나갔다.
방금 전까지 기운은 전신을 난도질할 것 같은 기운이었다면…… 지금 이 기운은 단 한 방. 일격에 전신을 관통해 버릴 것 같은 기운이었다.
‘위험!’
베르아문트의 눈에 검은 기운이 일렁였다.
그 순간 아이넨스의 검이 움직였다.
쐐액!
공간을 가르며 오러가 순식간에 베르아문트에게 쏘아졌다.
처음 쇄도한 오러는 하나에서 2개로, 2개에서 순식간에 늘어나 16개의 오러가 베르아문트의 사방을 차단하며 난도질해 왔다.
“이런.”
정교하고 예리한 공격에 베르아문트가 약간 놀란 표정 을 지었다.
그것도 잠시, 곧이어 그의 양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전혀 휘어질 수 없는 기이한 각도로 그의 양손이 휘더니 검은 다크 오러를 뿜어내 오러가 **짓쳐들어 오는 곳을 막았다.
따당! 땅! 따당! 16개의 오러가 다크 오러와 부딪치는 순간 흔적도 없이 소멸하였다.
마계의 대공이 지니고 있는 순수한 다크 오러. 그것은 오러를 소멸시킬 만큼 강력한 힘을 머금고 있던 것이다.
“대단하군.”
아이넨스는 자신의 공격이 맥없이 소멸하는 것을 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마계의 대공이라는 상대를 만나 그는 자신의 모든 역량을 이번 대결에서 퍼부을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강한 상대라면 내 역량을 확인할 기회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어.”
아이넨스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검을 휘둘렀다.
아일라스 제국으로 향하던 도중 습격 받았을 때 적들을 일거에 제거한 오러의 굴절. 그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디멘션 소드에서 뿜어진 수백 줄기의 오러가 각각 기이 한 각도를 그리며 공간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티딩! 팅! 팅!
공간 저편으로 굴곡 되면서 수백 줄기의 오러가 베르아문트의 수백 방위 전체를 차단했다. 그가 피할 수 있는 모든 방위를 차단하며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휘어지며 베르아문트를 공격해 온 것이다.
베르아문트가 그 공격을 보며 눈을 빛냈다. 이런 공격이 있을 줄은 그 또한 전혀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뿐, 그는 놀랐을지언정 당황하지는 않았다.
“대단한 공격이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분명 예측하지 못할 방향으로 날아오는 공격인지라 그가 피하기에는 무리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일일이 막아 내려고 했을 때의 말이다.
우웅!
베르아문트의 전신에 검은 막이 생성되었다. 그렇다. 일일이 막아 내지 못한다면 차라리 전신을 방어하는 편이 나은 것이다. 그는 이런 사실을 알았기에 막아 내기보다 자신을 보호하는 걸 택한 거다.
검은색 짙은 방어막에 휩싸인 베르아문트를 수백 개의 오러가 달려들며 검은 막을 두들겼다.
따당! 따다당!
거센 기세로 검은 막을 두들겼지만 베르아문트를 감싼 다크 오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도리어 그것은 오러를 향해 날카로운 독니를 내세우며 오러를 집어삼켰다.
그러자 수백 줄기의 오러는 삽시간에 다크 오러의 제물이 되며 소멸했다.
“이럴 수가.”
아이넨스의 얼굴이 경악이 서렸다. 자신의 공격이 완벽하게 막혀 버린 것이다.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수백 줄기의 오러는 아이넨스로서도 상당한 오러 소모를 각오할 만큼 강하면서 피하기 힘든 공격이다. 그런데 그 공격을 아무렇지도 않게 막아 내다니 자신 있던 공격이 완벽하게 막혀 버린 이상 그가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베르아문트는 놀란 아이넨스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 내 차례군.”
그리고 손을 위로 들며 손바닥을 펼쳤다.
손바닥 위에 검은 기운이 응집되며 검은 구를 만들어 냈다
마치 살아 있는 듯한 이 검은 구는 점점 크기를 부풀려 나가더니, 이내 사람 머리통만 한 크기로 성장했다.
“가라!”
나직한 외침과 함께 검은 구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아이넨스에게 쏘아졌다. 그러자 아이넨스의 검에서 짙은 오러가 직선으로 뿜어졌다. 무시무시한 기세였다.
푸른 오러가 삽시간에 검은 구를 덮쳐 오자 검은 구에서 검은 다크 오러를 뿜어냈다. 그러더니 한층 속도를 올려 오러와 그대로 충돌하였다.
파삭!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검은 구와 충돌한 오러가 마치 모래처럼 그대로 흩어져 버린 것이다.
아이넨스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01니 긴”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뿜어낸 오러는 결코 가볍게 막아낼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그랜드 마스터에 이른 자신의 오러는 능히 오러 블레이드의 힘을 뛰어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토록 허망하게 흩어져 버리다니. 그는 본능적으로 이 검은 구가 예사롭지 않은 힘을 지녔음을 느꼈다.
검은 구가 곧장 자신에게 향하자 아이넨스는 디멘션 소드를 치켜들며 그와 맞서 나갔다.
챙! 채쟁! 챙!
다크 오러에 휩싸인 검은 구와 맞서면서 순식간에 수십 여 합의 충돌이 일어났다.
푸른색 오러와 다크 오러가 얽히는 광경은 보기만해도 섬뜩하고 가슴이 서늘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위력을 내포 하고 있었다.
‘강하다!’
아이넨스는 검은 구와 거리를 벌이며 생각한 내용이다.
검은 구도 비슷한 생각을 한 것일까? 잠시 아이넨스의 주변을 돌더니 이내 베르아문트에게 돌아갔다.
베르아문트는 그 검은 구를 회수하더니 입을 열었다.
“제법이군. 중급 마족인 로시아드와 호각을 벌이다니. 이것으로 네가 애송이가 아닌 건 알겠다.”
아이넨스는 베르아문트의 말에 순간 경직되었다. 방금 전 자신이 호각의 대결을 벌인 것이 중급 마족이란 것이다. 중급 마족을 경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 또한 마족이고, 인간을 월등히 뛰어넘는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은 신검을 계승하는 가문이다. 과거 마왕을 베었으며, 인간 중 그 누구보다 강한 힘을 지닌 신검의 가문 그런 자신이 중급 마족과 호각을 이루었다니. 아이넨스는 속에서 무언가가 뚝 끊기는 걸 느꼈다.
부들부들 떠는 아이넨스를 보며 베르아문트는 무감정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기뻐하라, 인간이여. 인간인 네가 마족과 호각으로 겨룰 수 있다는 건 그대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것 을 뜻하는 것이니. 하지만 나에게는 역부족이다.”
“그건…….”
아이넨스가 작게 중얼거렸다.
“음?”
그리고 베르아문트가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 아이넨스가 소리쳤다.
“그건 대봐야 아는 것이다!”
파앗!
디멘션 소드가 순간 빛을 발하며 사라졌다.
“이런.”
그와 함께 베르아문트가 당혹스러운 목소리를 내더니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베르아문트가 사라짐과 동시에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디멘션 소드였다.
디멘션 소드가 공간 이동을 하여 베르아문트의 몸속으로 이동하려 한 것이다.
“과연…….”
디멘션 소드가 나타나자 조금 떨어진 자리에 베르아문트가 나타났다.
그는 디멘션 소드를 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방법이 있었군. 디멘션 소드가 내 몸속에 이동 된다면 제아무리 나라고 하여도 무사하지 못할 터, 꽤 괜찮은 무기를 얻었군.”
“다음은 네 몸을 난자할 것이다”
매정한 말과 함께 아이넨스의 손이 움직였다. 그와 함께 디멘션 소드도 움직였다. 차원을 지배하는 신검, 공간은 바로 디멘션 소드의 것이다.
공간을 지배하는 디멘션 소드의 권능이 발휘되었다.
한순간 디멘션 소드가 사라지면서 베르아문트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것을 알아차린 베르아문트가 곧장 몸을 날렸다.
파앗!
베르아문트가 사라진 곳에 디멘션 소드가 나타났다.
“**으!”
아이넨스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 나왔다.
분명 상대의 몸 안에 검을 이동시키는 방법은 탁월하지만 상대의 반응 속도는 검의 속도를 뛰어넘는다.
이렇게 공격을 한다면 결코 공략할 수 없을 터. 그렇다면……
“정공법이다.”
디멘션 소드로 베르아문트를 공략할 방법은 무궁무진 하다.
아이넨스의 손짓에 디멘션 소드가 허공으로 치솟았다.
허공 위로 올라간 디멘션 소드에 한순간 푸른빛이 응집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오러가 폭사되었다.
번쩍!
눈을 멀게 하는 듯한 청광과 함께 수백 줄기의 오러가 베르아문트에게 향했다.
**과 공격을 보며 베르아문트는 눈을 빛냈다.
전 방위를 뒤덮는 공격.
일견하기에도 예사롭지 않다. 하지만 그는 마계의 대공이다. 약육강식의 세계인 마계에서 최상위 랭크를 차지하고 있는 마계의 대공 말이다. 그런 그가 오늘날 이 자리에 있기까지는 무수히 많은 실전과 죽음의 위기를 거쳐 왔다.
자신에게 향하는 강한 공격을 보며 베르아문트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감탄하고 있는 것이다.
“설마하니 인간을 상대로 이 기술을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군.”
베르아문트의 전신에서 패도적인 다크 오러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쿠와아아아!
주변 전체를 암흑으로 뒤덮는 기운.
그것은 마계에서 철벽의 대공이라 불리는 그만의 고유한 기술이다.
순식간에 검은 기운에 휩싸인 그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암흑 결계.”
그저 맴돌았을 뿐인 검은 기운이 견고히 베르아문트의 전신을 감쌌다.
그 순간 거침없이 쏘아진 오러는 베르아문트의 전신을 사정없이 두들겼다.
땅! 따다다당!
수백 줄기의 오러는 거세게 공격해 왔다.
주변 전체를 뒤덮을 것 같은 모습을 보이면서도 베르아문트에게 적중하자 모든 오러가 방향을 바꾸어 그에게 향 한 것이다.
실로 놀라운 오러 컨트롤이 아닐 수 없었다.
오러를 자신의 의도대로 바꿀 수 있는 것. 이것은 그가 확실한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들어섰다는 것을 뜻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다음 일이다.
콰광! 콰과광!
오러가 폭발하면서 연쇄적으로 강렬한 폭발을 일으켰다.
그 폭발이 어찌나 강하던지 땅거죽이 죽죽 패이고 주변 의 마나에 영향을 주어 그 흐름을 불규칙하게 만들 정도 였다.
그럼에도 놀라운 건 베르아문트의 암흑 결계는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참 동안 연이어 암흑 결계를 두들기자 그가 귀찮은 얼굴로 손을 휘둘렀다.
슈악!
그의 손짓에 오러가 단숨에 잘려 나갔다.
동시에 검은 기류가 두 가닥으로 나뉘며 아이넨스의 빈틈을 비집어 왔다.
“칫.”
자신의 공격이 손쉽게 막히자 아이넨스가 혀를 차며 손을 뻗었다.
그러자 허공에 떠 있던 디멘션 소드가 공간 이동을 하여 그의 손에 쥐어졌고, 곧장 다크 오러와 부딪쳐 나갔다.
꽝! 꽈광!
하지만 그 반탄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얼핏 보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다크 오러 였지만 그 속에 내포된 힘은 아이넨스로서도 감히 경시하기 힘든 성질의 것이었다.
아이넨스는 신음을 흘리며 뒤로 물러났다.
“**l17f·!”
무려 다섯 걸음이나 물러났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듯 베르아문트는 빠르게 접근하여 아이넨스에게 팔을 휘둘렀다.
내심 그 힘이 만만치 않음을 깨달은 아이넨스는 자신의 오러를 모두 끌어올려 맞서 나갔다.
검은 기류와 푸른 오러는 다시 한 번 거대한 충돌을 일으켰다.
꽝!
계곡 전체를 뒤흔드는 듯한 폭음.
그와 함께 물러나는 하나의 인영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아이넨스였다.
“으으…….”
아이넨스는 괴로운 신음과 함께 뒤로 주춤 물러났다.
그의 전신 곳곳이 날카로운 곳에 베인 상처가 있었는데, 방금 전 충돌로 당한 상처인 듯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뒤로 물러서는 아이넨스를 여유롭게 바라보며 베르아문트가 앞으로 나섰다.
아이넨스에게 손을 뻗으며 그가 말했다.
“분명 넌 인간 중에서 강하다. 하지만 나를 이기기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이곳은 미친 어둠의 세계와 같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미친 어둠의 세계……!”
그들의 대결을 잠자코 지켜보던 엘이 놀란 얼굴로 외쳤다.
그러고 보니 지크릴과 겨룰 때 그가 외쳤다.
미친 어둠의 세계. 그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가. 엘이 지크릴에게 시선을 옮기니, 그는 웃고 있었다. 그러더니 어느새 짙은 어둠에 휩싸인 이 공간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까도 말하지 않았던가? 미친 어둠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미친 어둠의 세계라는 건 우리들의 용어이고, 정식 용어로 친다면 마계가 되겠군.”
지크릴의 말에 엘을 비롯한 사람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한 것이다.
“그렇다면…… 설마. 이곳을 일시적인 마계로 만들었다.”
엘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크릴이 짙은 웃음을 지었다.
“이해가 빨라서 좋군.”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공간 자체를 마계와 같게 만들다니. 마계에서 발휘되는 마족의 힘은 다른 곳에서 발휘되는 힘과 비교할 수 없다. 본디 환경이란 그 능력을 상당수 좌지우지 할 수 있기에 현재 베르아문트의 힘은 중간계에서 발휘되는 힘보다 몇 배는 더 강할 것이 분명했다.
“이제 알았나? 만약 중간계였다면 어느 정도 피해를 입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곳의 환경은 마계와 흡사하다. 본신의 힘을 모두 발휘할 수 있는 내 힘은 너는 물론 저 드래곤도 무리 없이 제거할 수 있다.”
베르아문트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그 어조에는 전혀 감정이 담겨 있지 않아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다.
사형 선고와도 같은 베르아문트의 말에 아이넨스가 이를 질끈 깨물었다.
까드득.
섬뜩한 소리와 함께 그의 분노가 외부로 표출되는 듯했다.
그에게 있어 지금 이곳이 미친 어둠의 세계인지 뭔지에 대해서는 중요하지 않다. 그에게 중요한 것, 그것은 자신이 이 마계의 대공을 이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전혀 승산이 없어 보이지는 않았다. 자신이 모든 힘을 발휘하기만 한다면…… 분명 이길 수 있을 것이다.
디멘션 소드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곧이어 무시무시한 오러가 줄기줄기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 공격 이것만 적중시킨다면 이길 수 있을 것이라.
디멘션 소드에 오러가 응집되는 걸 보며 브릴켄드가 고개를 저었다.
-이미 승패가 빤히 보이는데 승패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다니, 정말 한심하군.
브릴켄드가 말하건 말건 아이넨스는 디멘션 소드를 휘둘렀다.
“승패는 아직 알 수 없다!”
그가 디멘션 소드를 번쩍 들었다.
눈부신 청광에 휩싸인 디멘션 소드가 한순간 그의 손을 떠나 베르아문트에게 쏘아졌다.
그때까지 무표정하던 베르아문트의 표정이 서늘해졌다.
자신의 주제도 모르고 부나방처럼 자꾸만 달려드는 아이넨스에게 분노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승패는 정해졌거늘.”
베르아문트의 손이 뻗어 나왔다.
그리고 그의 손에 검은 기류가 회오리처럼 일렁이더니 폭풍처럼 뿜어졌다.
그 기류는 그대로 디멘션 소드에게 향했다. 그리고 두 기운이 충돌하였다.
파삭.
놀랍게도 베르아문트의 기운이 디멘션 소드에 깨끗하게 베어졌다.
여태까지와는 전혀 다른 힘이었다.
베르아문트가 놀라 양손을 교차했다. 그러자 검은 기운이 교차하며 뿜어졌다. 상급 마족 이상이 시전할 수 있는 마계의 기술, 데스 크로스였다.
그것은 거침없는 기세로 뻗어오는 디멘션 소드와 부딪쳐 나갔다.
데스 크로스는 베르아문트가 자신깨나 가지고 있는 기술이었기에 승리를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교차하는 검은 기운이 디멘션 소드와 부딪치며 한동안 일전을 벌이는 듯하더니 이내 먼지처럼 흩어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이럴 수가.”
이번만큼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공격 데스 크로스가 허망하게 갈라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강렬한 기세를 뿜어내는 디멘션 소드가 베르아문트를 갈라왔다.
베르아문트는 있는 힘을 끌어올리며 양손을 뻗었다.
검은 기류가 두 손에서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디멘션 소드와 직접 부딪쳐 나갔다.
푸른빛과 검은빛이 얽혀들었다.
이내 어마어마한 빛을 일으켰다.
한순간 모든 시력을 앗아갈 정도의 강렬한 빛 새하얀 빛과는 전혀 다른 성질의 빛이 모든 이들의 시선을 빼앗아갔다.
“콕!”
여기저기서 신음성이 흘러나오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 빛이 얼마나 강렬했던지 한동안 모든 이들은 시력을 회복하지 못할 정도로 그 여파가 컸다.
물론 그 빛의 영향을 받지 않은 이도 존재했다.
그는 다름 아닌 레드 드래곤 브릴켄드였다.
브릴켄드는 다른 사람이 의구심을 품을 만한 소리를 하였다.
-과연……
최초로 시력을 회복한 이는 지크릴이다. 8클래스의 경지에 이른 만큼 빛이 시력을 앗아 가려고 할 때 눈 주변에 빛을 굴절시키는 매직 미러를 시전하여 시력을 보존한 것이다. 빠른 시간에 시력을 회복한 그는 장내의 광경을 한눈에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한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후후후! 후하하! 역시, 전개는 이래야 옳지.”
지크릴의 광소에 불안한 엘 등은 불안한 마음이 싹텄다.
금탑 측 중에서 가장 먼저 시력을 회복한 엘은 눈을 떠 장내의 광경을 살폈다.
장내의 광경이 한눈에 들어오자 그는 망연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럴 수가…….”
눈에 들어온 전황은 극명하게 갈려 있었다.
디멘션 소드와 충돌했던 베르아문트의 손은 아이넨스의 양어깨를 꿰뚫고 있었다.
한때 베르아문트를 압도하던 디멘션 소드는 빛을 잃은 채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승패가 명확하게 갈린 것이다.
“크윽, 내, 내가…….”
양어깨가 꿰뚫린 고통을 느끼며 아이넨스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말을 더듬었다.
그런 아이넨스의 모습을 베르아문트는 조용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지극히 담담한 시선으로 말이다.
이윽고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분명 너는 강한 인간이다. 하지만 그것뿐, 마계의 환경에서 발휘되는 나의 힘을 네가 이길 리 만무하다. 과거 너의 조상도 순수한 힘으로 마왕님을 쓰러뜨리진 못했을 터. 내 짐작이지만 넌 역대 신검의 주인 중 최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날 넘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내 힘의 근원이 수천 년 동안 축적해 온 경험과 실력이기 때문이다.”
“크윽…….”
아이넨스는 아무 말도 못했다.
그 또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남들은 자신들의 조상이 마왕을 베었다고 칭송하지만 그 실상은 다르다. 그의 선조 슈그르빌은 수십 드래곤과 격전을 벌여 기진맥진한 마왕을 벤 것이기 때문이다. 정면 대결로 싸웠다면 마왕을 베기란 불가능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축적된 힘과 경험 등은 결코 인간이 따라잡을 수 있는 성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마왕을 벤 건 벤 것이다. 아이넨스는 마왕을 베었던 선조의 그늘을 벗어나고 싶었고, 그보다 더욱 강해지기 위해 매일같이 검을 휘둘렀다.
“그래도…….”
아이넨스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래도 난 뛰어넘고 싶었다!”
푸학!
베르아문트의 손이 박혀 있던 어깨를 움직이면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딱 한 걸음 뒤로 물러난 아이넨스는 움직이지 않는 어깨를 강제로 움직였다. 피가 더욱 흘러 나왔지만 개의치 않았다.
뻗어진 아이넨스의 오른손에는 어느새 디멘션 소드가 쥐어져 있었다. 디멘션 소드에서는 폭풍과 같이 오러가 휘몰아치며 베르아문트를 덮쳐 나갔다.
이 모든 것이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일이다.
푸른 오러에 휩싸인 디멘션 소드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베르아문트에게 휘둘러졌다.
디멘션 소드가 노리는 것은 그의 심장! 제아무리 마계 의 대공이라 하여도 심장이 베이면 무사할 수 없을 것이다.
샤악!
공간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디멘션 소드가 베르아문트의 가슴을 갈랐다.
오러에 베인 베르아문트의 가슴이 흥측하게 벌어졌다.
“커……헉!”
베르아문트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 나왔다.
그리고 벌어 진 가슴 사이로 검은 기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족의 근간을 이루는 다크 오러였다.
상처에서 다크 오러가 흘러나온다는 것은 그 부상이 결코 작지 않다는 뜻, 베르아문트에게 치명적인 상처라는 걸 뜻했다.
‘이겼다!’
아이넨스의 눈에 승리의 빛이 떠올랐다.
마족의 근간을 이루는 다크 오러는 기사에게 있어 근간을 이루는 오러와도 같다. 그것이 흘러나온다는 것은 극심한 부상을 입었다는 뜻이다.
“크, 크…….”
신음을 흘리는 베르아문트의 입에서 다크 오러가 흘러 나왔다.
그는 팔을 아이넨스에게 뻗었다.
아이넨스는 그 모습을 담담히 바라보고 있었다. 어차피 베르아문트의 손에는 힘이 없어 보였다.
턱!
베르아문트의 손이 아이넨스의 어깨 위에 올려졌다. 그리고 힘겨운 듯 입을 열었다.
“정말 대단하군…….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올 줄이야.”
“운이 좋았을 뿐.”
아이넨스도 몸이 결코 성한 것이 아니었기에 입가에 붉은 피를 흘기며 대답했다.
그를 응시하는 베르아문트의 눈이 돌연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그는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그렇군……. 하지만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Fl…….
그때였다. 아이넨스의 어깨를 쥐고 있는 베르아문트의 양손에 힘이 실리더니, 이내 어마어마한 괴력으로 그의 양어깨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크으윽!”
엄청난 힘과 압력에 아이넨스가 중심을 잃으며 자세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아이넨스가 놀란 눈으로 베르아문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경악이 실려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너의 공격으로 큰 타격을 입기는 했지만 나의 근간을 이루는 데몬 하트를 파괴하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위기의 순간 내 데몬 하트를 마계에 두고 온 본체에 이동시켰기 때문이지. 때문에 극심한 타격을 입었을지언정 나에게 결정적인 타격은 되지 못했다.”
“말도 안 되는…….”
베르아문트의 말에 경악하는 아이넨스.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승리를 확신한 순간에 상대에게 결정적인 공격을 허용 했다. 때문에 베르아문트는 대응을 못하고 아이넨스에게 일격을 허용한 것이다.
그런데 그 찰나의 틈에 결정적인 공격을 최소한의 피해로 막아냈다. 이는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오로지 찰나의 **틈fl 절로 대응할 수 있는 많은 경험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리고 지금 그 경험이 승부의 끝에서 결정적으로 작용 하게 되었다.
베르아문트는 자신의 힘에 꼼짝없이 제압된 아이넨스 를 보며 말했다.
“너는 강했다. 그리고 말할 수 있다. 내가 여태껏 상대한 적들 중 가장 강한 축에 속했다고. 하지만 그것뿐이다. 나는 승자고 너는 패자. 이 자리에서 나는 너의 목숨을 빼앗고 너의 피로 승리를 자축할 것이다.”
그의 오른손이 다크 오러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검은 불꽃을 머금은 그의 손은 거침없이 아이넨스의 심장을 향했다.
아이넨스는 자신의 심장을 꿰뚫기 위해 다가오는 베르아문트의 손을 보며 정신을 놓았다. 육체의 한계를 넘어 정신력으로 버텨 왔건만. 하지만 베르아문트의 손이 아이넨스의 심장을 꿰뚫으려던 찰나, 돌연 그의 몸이 움찔했다.
그와 함께 그의 가슴 언저리에 손 하나가 불쑥 튀어 나왔던 것이다. 갑작스러운 상황. 베르아문트는 자신의 가슴이 꿰뚫은 손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전신을 강타하는 어 머아마한 고통, 베르아문트가 괴로운 듯 비명을 질렀다.
“크으, 크아아아아!”
비명을 지르는 그의 모습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절대자의 위엄을 풍기던 마계의 대공답지 않았다.
콰우우우!
가슴이 꿰뚫린 베르아문트의 전신에서 아까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양의 다크 오러가 흘러 나왔다. 그것은 그가 진짜 치명상을 입었다는 걸 뜻하고 있었고, 손이 가슴을 뚫고 나온 위치를 보아하니 데몬 하트가 파괴된 것이 분명했다.
‘크으으으’
참기 힘든 고통인 듯 베르아문트가 연신 신음을 흘렸다.
그가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
확인할 수 있었다.
웃음을 띤 채 자신을 바라보며 전신에 천지가 진동할 어마어마한 기운을 뿜어내는 이를. 붉은 머리의 너무나 아름다운 얼굴을 한 청년이 베르아문트의 가슴을 꿰뚫은 채 웃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레드 드래곤 브릴켄드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