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Mage RAW novel - Chapter (65)
6. 맥셀 왕자로 위장한 카로스만의 강함!
첫 공방전에서 방어를 한 것이 컸다. 루비어스 백작군이 힘든 첫 방어전을 치른 뒤 하루가 지나자 톨리안 왕국의 정규군이 도착했다. 그 규모는 13만에 이르러서, 첫 전투로 피로가 쌓여 있던 루비어스 백작군은 한숨을 놓을 수 있었다.
“이곳까지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이어스 공작 전하.”
간밤에 카이나와 이야기꽃을 피운 로웰린은 군대를 이끌고 온 사령관인 라이마스 공작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그에 라이어스 공작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네. 반란군을 토벌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 근데 이 여인은 누구신가?”
라이어스 공작은 로웰린 옆에 서 있는 눈부신 미녀에게 시선을 주며 그녀의 정체를 물었다. 사실 방 안에 있던 귀족들은 모두 카이나에게 시선이가 있는 상태였다. 불타오를 듯한 정열적인 붉은 머리에 침착하고 냉정한 얼굴을 한 카이나의 모순적인 아름다움에 모두 시선을 빼 앗긴 것이다. 로웰린은 라이어스 공작의 물음에 답을 해 주었다.
“제가 반가운 마음에 소개를 먼저 하는 걸 깜빡했네요. 이쪽은 어제 반란군의 공격에서 테란델 후작을 막아 준분이에요. 은인이나 다름없죠.”
“테란델 후작을!”
라이어스 공작을 비롯하여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톨리안 왕국 내에서 테란델 후작을 상대할 수 있는 기사는 라이어스 공작과 트겐발리 공작뿐이다. 그런데 20대 초반의 여인이 테란델 후작을 막아 내다니!
“과연! 루비어스 백작의 말대로군. 20대 나이에 소드 마스터라니……“
라이어스 공작은 잠시 카이나를 눈여겨보더니, 이내 감탄사를 터뜨렸다. 미세하게 감춰져 있지만 최상급 소드 마스터에 이른 그의 안목으로 카이나의 경지를 알아낸 것이다. 그러다가 순간 라이어스 공작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이런 젊은 여자 소드 마스터가 어디에서 나타난 것인가? 주변 귀족들도 모두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일부 귀족들은 카이나를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을 알아챈 로웰린이 카이나의 소개를 마저 하였다.
“그리고 이분은 금탑의 소속이자, 금탑주이신 엘리미 스님의 여인이신 카이나 님입니다.”
이런 공적인 자리에서 말을 놓을 수 없었기에 로웰린은 소개를 하면서 카이나를 높여 불렀다. 그도 그럴 것이 작금에 이르러 금탑은 그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중이며, 금탑주의 명성은 결코 대륙 십대 그랜드 마스터나 8클래스 마법사에게 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는 8클래스 마법사인 게이런즈를 상대로 승리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사람들이 금탑을 경외시 여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상대로 로웰린의 말이 끝나자 모든 귀족들이 경외하는 눈으로 카이나를 바라보았다. 같은 왕국에 소속된 금탑이지만 그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어왔다. 덕분에 카이나를 의심스럽게 바라보던 귀족들 이 지금은 약간 경외하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흠!”
라이어스 공작은 로웰린의 말에 귀족들이 모두 감탄만 하고 있자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헛기침을 하였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자, 라이어스 공작이 로웰린에게 물었다.
“일단 적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게,”
“예, 일단 적의 군대는 십오만 정도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반란군의 수괴인 맥셀 왕자본인이 참전했으며, 테란델 후작을 비롯한 두 명의 후작이 왔어요. 즉, 두 명의 소드 마스터가 있다는 이야기죠.”
로웰린의 말에 귀족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라이어스 공작도 웃으며 말했다.
“허허! 그럼 다행이군. 저쪽은 두 명의 소드 마스터인데 반해 이쪽은 세 명이니 말이네.”
라이어스 공작은 부사령관 자리를 맡은 유스번 후작을 소개하였다.
“본래 양상이라면 두 명의 소드 마스터끼리의 대결이 되겠지만 여기 카이나 경도 있으니 소드 마스터의 숫자에서 우리가 우위를 점하게 되었군. 전장에서 소드 마스터의 숫자는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정도니 이 전투는 우리 에게 유리해졌네.”
라이어스 공작의 말에 모두가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전쟁에서 소드 마스터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더군다나 라이어스 공작은 톨리안 왕국에서 제일 강한 소드 마스터다. 그런 그가 테란델 후작을 맡는다면 전황은 삽시간에 왕국군에게 기울 것이다. 귀족들의 얼굴에 승리감이 떠오를 때, 라이어스 공작이 충고를 하였다.
“그렇다고 이긴 것처럼 행동하지 말게. 우리는 아직 전쟁을 하지도 않았어. 기뻐하는 건 승리를 한 뒤에 해도 충분해.”
“예, 공작 전하.”
라이어스 공작의 말에 귀족들은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럼 인사는 이것으로 하고, 카이나 경, 잠시 나와 이야기를 할 수 있소?“
라이어스 공작이 카이나를 보며 말했다. 순간 귀족들의 시선이 집중되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잠시 고민하던 카이나, 이윽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라이어스 공작이 로웰린을 보며 말했다.
“조용히 이야기할 만한 곳을 안내 좀 해 주게.”
“예, 예!”
로웰린도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대답하고는 사람을 불러 두 사람을 자신의 집무실로 안내하게 했다. 그리고 귀족들은 라이어스 공작과 카이나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무엇 때문에 라이어스 공작이 카이나와 이야기를 나누려는지 궁금한 기색이었다.
“허허! 이렇게 따로 불러서 미안하네. 아, 내가 말을 놔도 되려나.”
이미 놓고 있는 상황에서 따져 봤자 서로 얼굴만 붉힐 뿐이다. 더군다나 상대가 자신보다 나이가 월등히 많았기에 카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관없습니다.”
“고맙네. 아, 내가 경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건 다름이 아니라 금탑주님은 언제쯤 전쟁에 참가해 주실 수 있나 물어보려는 것이네.”
금탑주의 참전! 이것은 전쟁의 전황을 삽시간에 뒤집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사항이었다. 어떻게 보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라이어스 공작이 카이나를 이렇게 따로 불러 물어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바로 금탑주가 참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왕국군은 곧장 승리라도 한 듯한 분위기에 휩싸일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곧 자신감에서 오만함으로 변질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왕국군에게 악영향을 끼친다. 라이어스 공작은 그것을 염려했기에 카이나를 따로 불러 조용히 묻는 것이다. 카이나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솔직하게 대답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탑주님께서는 한창 수련 중이셔서……”
“수련 말인가?”
“네.”
“흐음! 수련이라……“
카이나의 말에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빠진 라이어스 공작. 굳이 이런 시기에 수련에 열중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왕국에서의 반란은 금탑에게도 무척 중요한 일로 작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수련에 열중하고 있을까?
“설마……“
라이어스 공작은 한 가지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스스로 생각을 해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 금탑주의 나이는 20대 초반이다. 그 나이에 7클래스의 경지에 든 것은 대륙에 파란을 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8클래스에 든다? 말도 안 된다. 라이어스 공작은 웃음을 지었다.
“허허! 내가 늙은 건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한데 다음 단계라니! 더군다나 다음 단계는 대륙에서도 몇 오르지 못한 절대의 경지다.
“무언가 실마리를 잡은 걸지도 모르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그는 카이나에게 말했다.
“그럼 부탁하겠네. 우리로서는 가급적 금탑주님이 빨리 참전해 주셨으면 하는 바이니 말이네.”
일국의 공작에게 존대를 받을 만한 남자 카이나는 엘이 공작에게 존대를 받자 기분이 좋아져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엘이 인정을 받고 있다는 말일 테니까.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내색하지 않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대답을 한 카이나는 자리에서 먼저 일어났다. 괜히 기분이 좋아져 무표정이 풀어지려 했기 때문이다.
“그럼.”
카이나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방을 나섰다. 라이어스 공작은 그것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허허! 정말 재미있는 여인이구나. 단지 좋아하는 표정을 참기 위해 그리 애를 쓰다니.”
카이나가 왜 저럴까 잠시 고개를 갸웃하던 라이어스 공작은 이내 고개를 저어 고민을 털어 버렸다. 그렇게 왕국군의 합류가 무사하게 이루어졌다.
“그러니까…… 왕국군이 합류했다고?“
“예, 전하. 죄송합니다, 제가 성을 함락시키지 못해서……“
맥셀 왕자의 말에 테란델 후작이 고개를 숙였다. 그에 맥셀 왕자가 손을 저었다.
“아아, 상관없어. 소드 마스터가 시간을 끌었다는데 그걸 가지고 뭐라 하면 안 되지. 세상에 변수는 다양한 법이니까. 그나저나 적의 전력은 알고 있나?”
“예, 십삼만의 정규군과 오십 명의 기사, 두 명의 소드 마스터가 왔다고 합니다. 두 명의 소드 마스터 중 한 사람이 바로 라이어스 공작입니다.”
“그래?“
맥셀 왕자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예, 저를 제압할 목적으로 온 듯합니다.”
톨리안 왕국에서 테란델 후작을 제압할 만한 검사는 라이어스 공작밖에 없다. 그가 이곳에 있으니 라이어스 공작이 온 것도 당연한 현상이다.
“그렇군.”
고개를 끄덕인 맥셀 왕자가 생각에 잠겼다. 그는 양군의 전력을 비교해 본 뒤 말했다.
“일단 전력은 비슷하군.”
“전력에서 밀리는 것 아닙니까?“
적은 소드 마스터가 셋이다. 그리고 이쪽은 둘이다. 더군다나 왕국군 쪽에는 라이어스 공작이 있다. 그라면 테란델 후작과 아스텍 후작이 합공을 한다고 해도 쉬이 제압될 인물이 아니다. 설령 자신이 라이어스 공작을 상대하고 아스텍 후작이 유스번 후작을 상대한다고 하여도 그 여자 소드 마스터를 견제할 검사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그의 의문은 당연한 것이다. 맥셀 왕자는 그런 테란델 후작에게 웃는 얼굴로 말했다.
“바보 같군. 왜 그 전력에서 나를 논외로 치는 거지?“
“아……“
테란델 후작이 신음 비슷한 소리를 흘렸다. 그렇다. 그는 맥셀 왕자를 빼놓고 비교하여 전력이 불리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맥셀 왕자는 얼마 전 7클래스 마법을 병사들 앞에서 시전하여 자신이 7클래스 마법사라는 것을 증명하였다. 7클래스 마법사는 소드 마스터와 같은 경지. 일대일 대결에서 소드 마스터보다 취약한 점을 보이지만 여러 명이 싸울 때는 오히려 소드 마스터를 능가하는 위력을 발휘한다. 특히 이런 경우에 더욱 그러하다. 저쪽은 소드 마스터 3명이고 이쪽은 소드 마스터 2명 7클래스 마법사가 1명이다. 조합 면에서 우수한 것이다.
“이제야 알아차리다니 조금 둔하군.”
맥셀 왕자는 테란델 후작의 표정이 밝아지는 걸 보며 못마땅한 듯 혀를 찼다. 그리고 그가 구상한 것과 전혀 다른 말을 하였다.
“대인전으로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라이어스 공작을 맡겠다. 그리고 후작은 유스번 후작을, 아스텍 후작은 그 여자 소드 마스터를 상대한다.”
맥셀 왕자의 말에 테란델 후작의 표정이 화악 변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 라이어스 공작은 내가 상대하겠다고. 그가 우리 왕국 최고의 기사잖아? 그러니 이쪽에서도 제일 고수인 사람이 나서야지. 그게 바로 나고.”
“그런……“
자신감 있는 맥셀 왕자의 말에 뭐라 입을 열려던 테란델 후작이 입을 다물었다. 지금 맥셀 왕자에게 무엇을 말하든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7클래스의 경지에 오르면서 너무 오만해진 걸 수도 있다.’
라이어스 공작은 의심할 것 없는 최상급 소드 마스터다. 그의 검은 매서웠고, 오러는 웅혼하며 강했다. 퍼내도 퍼내도 끝이 없는 샘물처럼 그의 오러 보유량은 끝이 보이지 않아 테란델 후작을 질리게 할 정도였다. 그랜드 마스터나 8클래스 마법사가 아니라면 절대 제압할 수 없는 존재, 그가 바로 라이어스 공작인 것이다. 그런데 갓 7클래스의 경지에 오른 맥셀 왕자가 그를 막겠다니? 정말 믿기지 않는 소리였다.
‘일단은 지켜보자. 여태껏 허언을 하지 않았으니. 내 상대가 유스번 후작이라면 나에게 다소 여유가 있다. 위험에 빠지면 그때 도움을 줘도 늦지 않아.’
생각을 정리한 테란델 후작이 공손하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전하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하라고. 군사들을 다시 정비시켜. 내일 총공격을 하겠다.”
총사령관인 맥셀 왕자의 명령이다. 때마침 베이튼 성이 14만 군대를 수용하기 벅차 라이어스 공작은 성 밖으로 나와 진을 친 상태다. 내일은 그야말로 계책이 존재하지 않는, 순수한 힘 싸움이 될 것이다. 테란델 후작은 막사를 벗어나면서 맥셀 왕자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는 여유롭기 그지없었다. 톨리안 왕국제일기사인 라이어스 공작과 대결을 하겠다고 말하면서 이토록 여유를 부린다는 건 그에게 무슨 복안이 있다는 뜻이리라.
‘내일 뚜껑을 열어 보면 알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테란델 후작은 복잡한 생각을 정리했다. 내일! 모든 것이 점해질 것이다.
***
“후우, 질리게 많군.”
다음 날, 병사들을 든든하게 먹인 맥셀 왕자는 왕국군을 공격하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그는 짐짓 귀찮은 듯 눈살을 찡그리고 있었지만 두 눈은 원활하게 움직이며 왕국군을 살피고 있었다.
“숫자는 비슷하군.”
첫 공격에서 반란군이 입은 타격이 좀 컸다. 때문에 군사가 상당히 줄어들었는데, 부상자까지 제외하니 왕국 측 병력과 엇비슷해졌다.
“어차피 병사가 많다고 이기는 싸움이 아니니까. 싸움은 어디까지나 절대자들의 대결 승패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다.”
그것이 그의 지론. 그 지론은 여태껏 그를 배반하지 않았다. 양측 군대는 서로를 바라보며 전의를 불태웠다. 이 전쟁의 승패에 따라 향후 왕국군이 우세를 점하느냐 반란군이 우세를 점하느냐가 정해질 것이다. 루비어스 백작령을 잃는다면 톨리안 왕국은 비옥한 토지인 서부 전체를 잃게 된다. 때문에 이곳을 지키고 다른 영토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다. 두 군대의 대립이 첨예하게 이루어졌다. 분위기가 고조되고 점점 살기가 끓어오르는 가운데 왕국군 진영이 웅성웅성거리더니 이내 좌우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로 한 사람이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저벅저벅. 선명한 발걸음 소리. 동시에 서릿발 같은 기세를 발산 하는 존재가 앞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의 정체는 바로 라이어스 공작이었다. 톨리안 왕국제일기사 라이어스 공작, 그가 사령탑에서 나와 반란군에게로 다가간 것이다.
“으으……”
반란군들은 서서히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라이어스 공작을 보며 신음을 흘렸다. 그들에게 있어 라이어스 공작은 왕국의 수호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는 왕국 최고의 기사였고, 한해 기사를 꿈꾸던 이들 이라면 모두 라이어스 공작을 동경하고 있다. 그런 존재가 자신들에게 기세를 발산하며 다가오니 절로 위축된 것이다. 천천히 걸어 나오던 라이어스 공작은 양측 군대 사이에 멈춰 섰다.
우뚝!
“나는 톨리안 왕국의 공작인 라이어스 공작이다. 우매한 병사들이여! 너희들은 어찌하여 왕국을 배반하고 하늘을 거역하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마나를 실은 그의 목소리는 반란군 전체에 들리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라이어스 공작의 말에 반란군 병사들의 표정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그들 또한 알고 있다. 자신들이 반란에 가담하게 되었다는 것을. 예로부터 반란에 참가하면 그의 가족들은 물론, 그와 관련된 모든 이들을 죽인다. 그걸 생각하니 절로 두려움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몸으로 즉각 반응이 나타나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왕국은 관대하다. 지금이라도 너희들이 배신의 깃발을 버리고 왕국의 깃발 아래에 선다면 포용력 넓으신 국왕 전하에서는 너희들을 웃으시며 받아들일 것이다. 배덕의 병사들이여! 그대들이 여태껏 누구 덕에 이렇게 평온한 삶을 살았는지를 떠올려 보아라!”
라이어스 공작의 외침! 그 외침은 반란군들을 흔들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깊이 따져 보면 레도프 국왕은 톨리안 왕국을 무척 잘 다스린 편이다. 그가 왕국을 다스리는 때에는 몬스터의 침입도 그렇게 심하지 않았고, 왕국민들이 굶주리는 상황도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 본 그들은 그 말이 모두 들어맞자 혼란스러워하기 시작했다. 반란군이 혼란에 빠졌을 때, 맥셀 왕자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소리쳤다.
“적의 말에 흔들리지 마라! 무엇이 평온인가? 이곳 서부 영지만 해도 얼마 전까지 몬스터의 침공에 신음하던 곳이다. 그 일이 왜 벌어졌는가? 다 귀족들의 파벌 다툼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애당초 국왕이 올바른 결정을 내려서 나를 왕세자로 삼았으면 서부 백성들이 고통에 신음 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귀족이 나를 지지했고, 나 또한 스스로 능력이 있다고 자부했다. 그런데 국왕은 자신의 고집을 내세워 왕국을 이 지경으로 몰아갔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보이지 않는가?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한 국왕으로 인해 우리는 몬스터의 침공에 신음해야 했다. 이래도 적의 말에 흔들리는가?“
“……”
맥셀 왕자의 말에 반란군의 표정이 돌변했다. 그의 말에 깊은 감복을 받은 것이다. 사실 그가 말한 것은 진실이란 바탕에, 약간의 억지에, 약간의 거짓을 첨가한 것이다. 하지만 진실이 그 바탕을 이루었기에 병사들은 그 말을 믿고, 자신들을 고통으로 내몬 왕국군에 강한 반발심을 일으켰다. 라이어스 공작이 병사들의 태도가 급변하자 살짝 당황했다. 맥셀 왕자의 병사 장악력이 생각 외로 대단했던 것이다 그가 외쳤다.
“속지 마라! 이것은 모두 맥셀 왕자가 너희들을 현혹시키기 위한 말에 불과하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서로 간의 우열을 정한 뒤 에 이야기해도 늦지 않는다!”
맥셀 왕자의 양손에 붉은 화염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이내 두 자루의 창으로 변하더니, 섬전과도 같은 속도로 라이어스 공작에게 쏘아졌다. 검을 수련하던 맥셀 왕자가 마법을 시전하자 라이어스 공작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맥셀 왕자가 마법이라니.”
그러나 마법은 마법. 라이어스 공작은 화염의 창을 보고 곧장 반응하며 검을 휘둘렀다. 오러 블레이드를 충만하게 머금은 검이다.
땅! 따앙!
“윽!”
오러 블레이드가 두 자루의 창을 튕켜 내는 데 성공했으나 라이어스 공작은 검에 전해지는 충격에 두 눈을 부릅떴다. 자칫했으면 화염의 기운에 오러 블fp이드가 부서져 버릴 뻔했다. 맥셀 왕자가 외쳤다.
“제법 잘 막는구나.”
화르륵.
그의 양손이 다시 불타오르며 화끈한 열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의 몸이 쏜살같이 쏘아지며 양손을 뻗었다. 끼아아아! 양손에서 뿜어진 화염은 레드 드래곤의 형상을 갖추며 라이어스 공작에게 쏘아졌다. 라이어스 공작은 검을 휘둘러 화염을 흩어 버리려 하였다. 땅! 따당! 땅!
레드 드래곤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라이어스 공작과 겨루기 시작했다. 약 10합을 겨룬 뒤 레드 드래곤은 소멸하였고, 그 뒤에 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맥셀 왕자의 마법이었다.
“플레임 스트라이크(Flame Strike)!”
“헉! 7클래스 마법이란 말인가!”
스트라이크 계열 마법은 모두 7클래스에 속한다. 지금 맥셀 왕자가 시전한 플레임 스트라이크! 그것은 7 클래스 화염계 마법을 대표하는 마법이었던 것이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수천 명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마법이다. 라이어스 공작은 전신에서 오러를 뿜어내며 마법을 막아 내기 위해 검에 오러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약 10미터까지 늘어난 오러 블레이드. 라이어스 공작은 그것을 휘둘러 플레임 스트라이크를 베어 버리려 하였다.
카앙!
끽! 끼기긱!
오러 블레이드와 플레임 스트라이크는 서로 충돌한 뒤 듣기 싫은 소음을 흘렸다. 지금 두 힘은 누가 더 센지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결코 질 수 없다며 버티는 자존심 대결. 지금 그들은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었다.
‘이쯤 하면 되겠지.’
맥셀 왕자는 자신이 라이어스 공작을 단번에 꺾으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랜드 마스터나 8클래스 마법사가 아니면 꺾기 힘든 라이어스 공작을 자신이 꺾으면 의심에 찬 눈들이 쏟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는 짐짓 밀리는 척하면서 플레임 스트라이크를 캔슬하였다.
“후우!”
속이 안 좋은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나는 맥셀 왕자 방금 전 격돌에서 누가 우세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예였다.
“과연 왕국 최고의 기사구려, 공작.”
하지만 라이어스 공작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금 그의 머리는 너무나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맥셀 왕자가 이 정도로 강하다니? 도대체 무슨 수련을 해 왔기에……“
그가 놀라는 것도 문제는 아니다. 맥셀 왕자의 나이는 30대 초반. 아직 젊다. 그런 그가 소드 마스터에 올랐다면 라이어스 공작은 어느 정도 납득했을 것이다.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검사들이 가끔 30대 나이에 소드 마스터에 오르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심각했다. 설마하니 금탑주를 제외하고 이토록 젊은 나이에 7클래스의 경지에 이른 자가 있을 줄이야! 게다가 금탑주처럼 빠른 캐스팅이 주 무기도 아니었다. 맥셀 왕자의 주 무기는 화염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파괴력이다. 방금 전 라이어스 공작의 오러 블레이드와 플레임 스트라이크의 충돌, 두 힘이 부딪칠 때 라이어스 공작은 전력을 다했다. 그의 오러 위력은 소드 마스터 중 최고라 할 수 있을 정도다. 수십 년 동안 위력을 늘려 온 오러 블레이드의 위력은 한 단계 높은 경지가 아니면 결코 막아 낼 수 없는 성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힘과 평수를 이루다니. 플레임 스트라이크가 나중에 해제되었다고 하지만 제대로 살펴보면 그것이 팽팽함 그 자체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라이어스 공작이 놀랄 수밖에. 맥셀 왕자는 나이를 초월하는 힘을 지니고 있던 것이다.
‘이런 힘을 지니고 있었다면 나는 진작 맥셀 왕자를 지지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반란을 일으켰단 말인가?‘
라이어스 공작의 뇌리는 엉망진창으로 헝클어지기 시작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지만 도무지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때, 맥셀 왕자가 외쳤다.
“나의 힘을 보았는가! 나를 믿어라, 위대한 혁명군들이여. 우리가 흘린 피는 나중에 왕국의 초석이 되어 영원히 우리를 영웅이라 칭할 것이다. 전군, 돌격하라! 가서 숭고한 피로 왕국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자!”
“와아아아아아!”
“공격 ! 공격하라!”
뿌우우우우!
둥! 둥! 둥!
나팔 소리와 북소리가 들리며 반란군은 힘차게 전진하기 시작했다. 이에 왕국군이 질 수 없었다. 여기서 밀리면 기세를 빼앗기는 것, 라이어스 공작이 검을 치켜들며 외쳤다.
“모두 공격하라! 우리 손으로 왕국을 지키자!”
“와아아아아!”
거대한 함성이 메아리치는 베이튼 성. 그 앞에서 두 군대는 무시무시한 기세를 뿜어내며 서로를 향해 창칼을 겨누었다.
슈악!
검이 반짝이면 어김없이 한 명이 베어졌다.
우웅!
푸른 오러를 머금은 검! 유스번 후작은 검에 묻은 피를 털어 버리며 전방을 바라보았다. 그의 앞에는 테란델 후작이 여유로운 자세로 서 있었다. 그는 유스번 후작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쉽지만 죽어 줘야겠다, 유스번.”
유스번 후작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검을 겨누었다.
“쉽게는 되지 않을 것이다, 테란델.”
상급 소드 마스터와 중급 마스터, 단 한 단계 차이지만 그 속에는 절대 메울 수 없는 차이가 존재했다. 그러나 테란델 후작은 방심할 수 없었다. 소드 마스터의 대결에서 잠깐의 방심이 목숨을 앗아 간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차앙! 창! 창!
두 기사의 검이 부딪치며 푸른 오러 파편을 사방에 흩뿌리기 시작했다. 왕국의 기둥인 소드 마스터. 그들이 지금 왕국군과 반란군으로 나뉘어 서로를 향해 검을 겨누는 처지가 되어 있었다.
“네가 바로 테란델 후작이 말하던 그 여자로군.”
딱히 사람을 죽이기 싫어 조용히 후방에 있던 카이나는 중년 남성의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그녀의 예상과 한 치의 틀림도 없는 중년인이 검을 든 채 서 있었다. 그는 자기소개를 하였다.
“나는 아스텍 후작이다 그리고 너를 상대할 검사이기도 하지.”
“……”
카이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묵묵히 검을 치켜들 뿐이었다.
쓰쓰쓰!
말보다는 행동! 카이나의 검에 푸른 오러 블레이드가 솟아났다. 아스텍 후작이 그걸 보며 웃었다.
“모처럼 재미있는 실전을 겪게 되겠군.”
중급 소드 마스터인 아스텍 후작과 이제 갓 소드 마스터에 오른 카이나. 얼핏 보면 승부는 뻔해 보이지만 카이나에게는 매직 아머와 디유 레임이 있다.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차앙!
두 사람의 검이 부딪치면서 본격적인 대결에 들어갔다. 그렇게 왕국군과 반란군은 각자 최고의 실력을 지닌 이들을 빼고 모두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오랜만이군, 라이어스 공작.”
맥셀 왕자는 자신 앞에 있는 라이어스 공작에게 짐짓 반가운 듯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라이어스 공작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맥셀 왕자, 그 정도로 강한 힘을 지녔으면서 어찌하여 반란을 일으킨 것이오. 그 힘이라면 나와 다른 귀족들의 지지는 물론 국왕 전하의 마음을 돌리는 데도 충분했을 텐데.”
라이어스 공작의 말은 맞았다. 후궁의 소생이지만 확실한 능력을 보이면 국왕이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맥셀 왕자가 7클래스의 경지에 올랐다는 것은 그가 충분히 국왕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반란이라니? 그의 반란 때문에 왕국은 지금 반 토막이 났다. 맥셀 왕자가 웃으며 말했다.
“아까도 말하지 않았나? 난 우유부단한 것이 싫어. 한 나라의 국왕이면 지닌바 재능을 꿰뚫어 보는 눈을 지녀야 하는 것 아니겠어? 그런데 국왕은 나의 그런 재능도 못 알아봤어. 오히려 왕비 소생인 유드미온만 애지중지하며 세력으로 꽁꽁 둘러싸 그를 보호하려 했지. 난 그게 싫었어. 그래서 반란을 일으킨 거야.”
“그게…… 전부요?“
라이어스 공작의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맥셀 왕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게 전부지.”
“그런 단순한 이유로…… 어떻게…… 어떻게 수백만 사람들의 가슴에 피를 흘리게 하는 일을……“
분노에 몸을 떨며 말끝을 흐리는 라이어스 공작. 맥셀 왕자는 빙긋 웃었다.
“혁명을 위해서는 피가 필요한 법이야. 난 지금의 왕국을 완전히 개혁할 거야. 지긋지긋한 몬스터들을 모두 이 세상에서 지워 버릴 것이며, 막강한 국력으로 주변국을 정복한 다음 톨리안 제국의 초대 황제가 되는 거지, 어때, 매력적이지 않아?”
확실히 그의 말은 무척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라이어스 공작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영토가 넓어지는 것도 좋다. 하지만 다른 방향도 있지 않은가? 그가 입을 열려 할 때 맥셀 왕자가 그를 제지했다.
“그만. 어차피 공작과 나는 생각하는 가치관 자체가 달라. 더 이상 이야기를 해 봤자 입만 아플 뿐이지. 어때, 힘으로 승부를 내는 건. 역사가 우리를 반란군으로 인식할 지, 혁명군으로 인식할지는 승자의 논리대로 이루어지겠.”
라이어스 공작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갔다.
“무척 간단하면서 효율적인 것을 알고 있구려.”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우선 힘이 필요한 법이거든.”
라이어스 공작이 검을 치켜들자 맥셀 왕자도 웃음을 지우며 양손을 뻗었다.
화르륵!
붉은 화염이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며 라이어스 공작을 위협했다. 그가 맥셀 왕자에게 말했다.
“얼마 전 적탑주가 은밀하게 들렀다고 하더니, 설마 그의 마법을 전수받은 것이오?“
맥셀 왕자, 카로스만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말 놀란 것이다. 설마하니 그가 이런 정보를 알고 있을 줄이야! 하지만 자신이 맥셀 왕자를 죽이고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한 것은 모르는 듯했다.
“그걸 알고 있다니 놀라운데?”
“우연히 알게 되었소. 그런데 그 반응을 보니 사실인가 보군.”
맥셀 왕자가 다시 웃었다.
“화염이란 좋거든. 모든 것을 태워 버리고…… 무엇보다 증거를 남기지 않잖아. 모든 것을 태워 버린 뒤 승자의 논리대로 재편하는 것도 하나의 매력이라 할 수 있지.”
“아직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소. 난 전력을 다해 당신을 저지할 것이오. 만약 제압이 어렵다면…… 그대의 목숨을 빼앗는 한이 있어도 반란을 종식시키겠소.”
“재미있군”
콰아아아아!
맥셀 왕자의 전신에서 패도적인 화염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라이어스 공작에게서도 오러가 뿜어지기 시작했다. 먼저 공격한 것은 맥셀 왕자였다. 그가 손을 뻗자 화염이 수십 개로 나뉘며 불꽃의 화살로 변했다.
“가라!”
피비비 빙!
화염의 화살이 그의 명령을 따라 제각각 흩어지며 라이어스 공작에게 쇄도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는 라이어스 공작. 그는 검을 빠르게 휘두르며 화살을 쳐 내기 시작했다.
따당! 따다당!
오러와 부딪친 화염의 화살은 빠르게 소멸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미끼. 진짜는 라이어스 공작에게 바짝 접근하고 있었다. 그의 왼손에 붉은 화염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합!”
회전하며 무시무시한 화염 기류를 일으키는 공격이 라이어스 공작의 심장을 향했다. 하지만 쉽게 당할 라이어스 공작이 아니다. 화염의 화살을 막던 그의 검이 휘어지더니, 이내 그 검이 화염의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동시에 검에서 오러 블레이드가 뿜어졌다. 꽈앙!
“윽!”
“큭!”
전신을 횝쓰는 반탄력에 두 사람이 신음을 흘리며 물러났다. 하지만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두 사람이 동일하게 물러났으니 평수를 이루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정말 대단하군! 그 재능을 왕국에 쓴다면 왕국은 더욱 더 살기 좋은 곳이 될 텐데.”
“큭! 재능이란 다 쓸 곳이 있어서 주어진 것. 내 재능은 새로운 질서를 정립시키기 위해 존재한다.”
푸른 오러와 붉은 화염이 허공을 수놓으며 격전에 격전을 거듭하였다. 라이어스 공작은 백전노장이었다. 수많은 실전과 그걸 토대로 발전해 온 실력은 빈틈이 없고, 전체적인 균형이 잡혀 있어 웬만해선 무너지지 않았다. 그런 라이어스 공작과 다르게 맥셀 왕자는 이제 갓 경지에 접어들었을 것이고, 실전 경험도 미천할 것이 분명 했다. 라이어스 공작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 맥셀 왕자는 이미 이 세상에 살아 있는 이가 아니다. 지금의 맥셀 왕자는 대륙 십대 8클래스 마법사 중 한 사람인 카로스만 이며, 그는 언제라도 라이어스 공작을 제압할 만한 실력을 지닌 인물이다. 그것을 모르는 라이어스 공작으로서는 맥셀 왕자를 제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붉은 화염이 오러와 부딪쳤다.
쩌저정!
오러가 부서지고 화염은 허공을 수놓는다. 화염에 의해 주변 공기는 급격히 상승했으며, 주변 일대는 온통 불바다였다. 맥셀 왕자는 이곳저곳 오러에 베여 있었지만 정작 입은 부상은 옅은 자상이 다였다. 라이어스 공작 또한 몸 이곳저곳이 그을려 있었지만 정작 심한 상처는 없었다.
“정말 강하구려, 맥셀 왕자.”
“그대도 마찬가지다, 공작.”
‘정말 놀랍다. 이 정도 실력이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랜드 마스터에 오를지도.’
맥셀 왕자는 거짓된 실력으로 싸움에 임했지만 라이어스 공작의 실력을 겪고 놀랐다. 검술, 오러, 실전 이 세 가지가 놀라울 정도로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던 것이다.
‘그랜드 마스터에 오를지도 모르는 재목. 제거할까?‘
그의 눈에 처음으로 살기가 스쳤다. 본래 라이어스 공작을 제거할 마음은 없었다. 최상급 소드 마스터이니만큼 자신이 국왕이 된 후 유능한 신하로 써먹으려고 결정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기사는 예상을 뛰어넘는 실력을 보였다. 이미 모든 걸 갖추고 있었다. 남은 것은 깨달음뿐, 언제 그랜드 마스터에 올라도 이상하지 않았다. 본인은 그것을 잘 모르고 있는 듯했지만 말이다.
‘일단은 죽이지 않는다. 어차피 그랜드 마스터에 올라도 죽일 마음만 있다면 죽이는 건 쉬우니까.’
결정을 내리며 그는 양손의 화염을 라이어스 공작에게 쏘아 보냈다.
쩡! 쩌정!
라이어스 공작이 화염을 쳐 내자 그의 검에 서린 오러도 산산이 부서졌다. 얼핏 보면 그들의 실력은 막상막하로 보여 전혀 승부에 진전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는 맥셀 왕자가 라이어스 공작의 실력에 맞추어 상대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는 라이어스 공작을 꺾을 생각은 없었다. 일단 팽팽한 접전을 벌여 병사들의 사기를 드높일 것이다. 자신들을 이끄는 분이 최상급 소드 마스터와 비등한 실력을 지녔다고 말이다. 그렇게 병사들을 하나로 통합시킨 뒤 왕국군을 상대하면서 금탑주를 끌어낸다. 라이어스 공작은 죽이지 않아도 되지만 금탑주 엘리미 스는 반드시 죽여야 할 상대 자신은 엘에게 일대일 대결 제안을 할 것이고, 거기서 모든 실력을 보여 금탑주를 죽일 것이다. 금탑주를 죽이면 목적의 절반을 달성하게 된다. 그 후 더욱 강해진 힘을 보이며 왕국군을 격파, 국왕을 페위시킨 뒤 국왕의 자리에 오른다. 꽈앙! 강한 폭발과 함께 맥셀 왕자와 라이어스 공작이 물러난다. 이 정도면 맥셀 왕자는 충분히 시간을 끌었다고 생각했다. 이제 전투를 멈추고 시간을 주면 소문이 퍼져 나갈 터, 더 이상의 싸움은 무의미했다. 맥셀 왕자가 입을 열었다.
“이대로는 승부가 나지 않겠어. 게다가 희생이 많아질 수도 있으니 이만 하는 게 어떤가?“
라이어스 공작으로서는 바라던 바였다.
“좋소.”
“그럼 군대를 물리기로 하지.”
서로를 잠시 바라보던 두 사람은 이내 뒤로 물러났다.
“모두 물러나라!”
“후퇴한다! 후퇴하라!”
후퇴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양군이 질서정연하게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워낙 힘의 균형이 팽팽했기에 양군 다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테란델 후작은 낭패한 몰골을 하고 있는 유스번 후작을 조용히 바라보며 말했다.
“운이 좋은 줄 알아라,”
그 말과 함께 테란델 후작은 사라졌다. 유스번 후작은 쓴웃음을 지었다.
“상급 소드 마스터와 중급 소드 마스터라…… 한 단계가 이리도 차이 날 줄이야.”
완벽하게 지지는 않았지만 이대로 승부가 계속되었다가는 어떻게 되었을지 불 보듯 뻔했다. 명백한 패배. 그것을 알았기에 유스번 후작의 입맛은 썼다.
“강하군.”
아스텍 후작은 전신 갑옷의 보호를 받고 있는 카이나를 보며 나직이 말했다. 순수 실력을 따지면 자신이 더 강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상대에게는 방어력을 높여 주는 막강한 매직 아머와 공격력을 상승시켜 주는 디유 레임이 있었다. 팽팽하게 겨루었지만 결과는 카이나의 근소한 우위였다. 매직 아머와 디유 레임은 중급 소드 마스터인 아스텍 후작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다음에 다시 겨루도록 하지. 그때는 반드시 승부를 내주겠다.”
카이나를 한동안 바라보던 그가 몸을 돌렸다. 그녀는 떠나는 아스텍 후작을 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아직 자신의 실력이 부족함을 통감했다.
왕국군과 반란군의 첫 전투는 누가 승자인지를 가리지 못한 채 끝이 났다. 단지 알려진 거라면 맥셀 왕자는 7클래스 마법사란 것이고, 놀라운 실력으로 최상급 소드 마스터인 라이어스 공작과 맞대결을 벌였다는 것이다. 톨리안 왕국제일기사와의 맞대결. 그것은 삽시간에 왕국 내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고, 그것은 반란군의 기세를 한층 더 키워 주는 꼴이 되었다. 이렇게 되니 왕국군은 섣부른 대응보다는 차분한 방어를 중점적으로 하게 되었다. 반란군이 겁쟁이라 놀려도, 비겁자라 욕해도 그들은 대응하지 않았다. 그들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 전쟁을 끝낼 왕국 비장의 카드, 금탑주를 말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