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Mage RAW novel - Chapter (78)
9. 마검의 주인 루이넨스
“이럴 수가……“
엘은 갑작스런 마나 유동과 함께 황궁 앞에 나타난 존재들을 보고는 입을 떡 벌렸다. 그처럼 반응이 격하지는 않았지만 아토빌 공작 등 또한 그 반응이 딱히 다르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모습을 드러낸 이들 중 사람이 7명에 골렘이 500여 기였기 때문이다. 저번 침공 때 사람은 딱 3명이었다. 바로 청탑주 라이젠과 녹탑주 레이벨이 그 둘이었다. 그들은 아토빌 공작과 맞서다가 갓 소드에 의해 팔과 다리가 잘려 급히 도망갔다. 마법으로 잘려진 사지를 회복시킨다 해도 최소 몇 달은 정양해야 할 상처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 모습을 드러낸 그들의 모습은 멀쩡하기 그지없었다. 불과 1달밖에 지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그들 의 회복은 너무 빠르다고 할 수 있었다. 이번 침공에는 그들 둘만 온 것이 아니다. 저번에 공식 적으로 아일라스 제국을 배신했던 넬리어스도 함께 했으며, 이미 장악당한 데이제크 제국의 갈탑주 데리오머도 함께 했다.
게다가 1명의 중년인과 1명의 노인도 그들과 함께 하고 있었으며, 마지막으로 전신을 흑색 갑주로 감싼 기사 1명이 서 있었다. 엘이 놀란 것은 바로 그들에게서 풍겨 오는 기세 때문 이었다. 골렘들과 모습을 드러낸 일곱 사람 모두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그랜드 마스터 혹은 8클래스 마법사였기 때문이다. 세상에 초인의 경지에 다다른 이가 무려 7명이나 모습 을 드러내다니! 이는 적들이 아토빌 공작을 얼마나 확실하게 제거하려는지 반증해 주는 바였다. 한차례 실패를 겪었으니 그만큼 아토빌 공작을 높게 평가하는 것일 수도 있다. 만약 평상시대로 대비하고 있었다면 아토빌 공작과 카디어스는 저들을 막아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제아무리 그랜드 마스터 중 최강의 경지에 다다랐다 하여도 무려 7명, 그중 5명이 달려들어도 아토빌 공작이 막아 낼 재간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지금은 엘 등이 이곳을 방문한 상태다. 엘이 있다는 것은 곧 그의 수호기사인 골든 나이트도 있다는 뜻, 그뿐만이 아니라 그를 잠시 따라다니는 신검의 주인 아이넨스와 엘프의 수호검주 엘리엔이 그와 함께 있는 상태다. 저쪽에 초인이 무려 7명이나 존재했다면 이쪽에는 무려 6명의 초인이 버티고 있던 것이다. 대륙에 20명밖에 없다고 알려진게 바로 초인이다. 그런데 그 초인이 아일라스 제국 황궁 앞에 무려 13명이나 모여 있었다. 세상이 알면 하늘이 놀라고 땅이 경을 칠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모습을 드러낸 라이젠 등은 한동안 아토빌 공작 등과 함께 서로를 노려보기만 하였다. 지난날 서로에게 씻을 수 없는 원한이 얽힌 만큼 결코 그 시선이 고울 리 없는 것이다.
“오랜만이다, 아토빌 공작.”
라이젠이 으르렁거리며 말하자 아토빌 공작은 입가에 살짝 웃음을 띠었다. 지난번 대결 승자의 여유였다.
“난 별로 반갑지 못하군. 그때 팔이 잘려 돌아가던 모습 그대로 남은 생을 살길 바랐는데 말이야.”
“……”
조롱기 가득한 아토빌 공작의 말에 라이젠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지만 함부로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이미 그는 아토빌 공작의 압도적인 실력을 겪어 보았기 때문이다. 가볍게 한숨을 쉼으로써 호흡을 가다듬은 라이젠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때는 우리가 패했지. 그걸 인정한다. 하지만 오늘은 어떨까.”
“허허, 같이 온 동료들을 믿는가 보군?“
아토빌 공작이 옆에 선 이들을 가리키며 묻자 라이젠은 표정이 풀어지며 입가에 웃음이 떠올랐다.
“그렇고말고. 믿을 수밖에 없는 동료들이지, 왜냐하면 이들 모두가 초인의 경지에 다다른 이들이기 때문이다.”
“음.”
이미 짐작은 했지만 신음이 흘러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초인 7명이 자신을 제거하기 위해 오다니. 하마터면 야망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제거당할 뻔했다. 그런 전개를 생각하니 절로 가슴이 서늘해짐을 느끼는 아토빌 공작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지금 믿음직한 아군이 존재한다. 순식간에 여유를 되찾은 아토빌 공작 또한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분명 대단한 동료라 할 수 있군, 만약 하루라도 일찍 왔다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겠어. 하지만 지금은 나에게도 든든한 아군이 왔지. 동료들을 데리고 온 그대들에게 내 동료를 소개시켜 주고 싶군.”
아토빌 공작의 시선이 엘에게 향하자 엘이 앞으로 나서며 라이젠을 향해 입을 열었다.
“대륙에 위명이 자자한 청탑주 라이젠 선배님을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는 부족하지만 금탑을 이끌고 있는 엘리미스라고 합니다.”
엘의 소개에 라이젠이 잠시 석상이 되어 굳었다 그리고 경악이 담긴 어조로 입을 열었다.
“금……탑주?”
“제가 바로 금탑주입니다. 청탑주님.”
엘이 살짝 웃음을 지은 채 자기소개를 하자 아토빌 공작이 빙글빙글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어떤가, 내 새로운 동료가, 꽤 든든하지 않은가?“
금탑주라면 적탑주 카로스만을 죽인 그들의 최우선 척살 대상이다. 그런 그가 설마하니 아토빌 공작과 손을 잡을 줄이야. 루이아스는 아토빌 공작과 금탑주가 자신의 대계에 가장 방해가 될 인물이라 지정하였다. 아토빌 공작은 이미 대륙 제1기사로 이름이 높은 절대 검사였고, 금탑주는 한창 실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신진 고수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7클래스 경지였던 것이 순식간에 8클래스로 올라섰으니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때문에 그는 아토빌 공작보다 위험한 인물로 지정되어 있는 상태이며, 신검의 주인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에 막상 전력을 동원하기도 무척 난감한 상태이기도 했다. 게다가 그에게는 골든 나이트가 있다. 즉, 그가 있다면 그 혼자가 아닌 골든 나이트도 함께 있다고 가정을 해야 한다. 단번에 제거 대상이 2명에서 넷으로 늘어나 버렸다. 하지만 이쪽의 초인은 무려 7명. 더군다나 아토빌 공작을 루이넨스가 감당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그들은 자신들 두 명을 감당해야 하는 실정이다. 개개인의 실력 면에서 자신들의 우위가 분명한데 2명이 협공을 하게 되면 누구에게 승산이 있을지 뻔했다. 그러나 라이젠은 아토빌 공작의 입가에 서린 미소가 불안했다. 금탑주라는 패를 숨겨 두고 있을 줄 누가 알았는가. 엘의 정체를 알고 나니 라이젠은 엘의 양옆에 서 있는 일남일녀의 정체도 범상치 않아 보였다. 라이젠의 시선이 아이넨스와 엘리엔에게 못 박혀 있자 엘은 빙긋 웃으며 그들을 간략하게 소개하였다.
“이분들은 결코 저에게 뒤처지지 않는 실력자들이십니다. 그러니 그렇게까지 기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으음, 역시……“
라이젠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로서 4대7에서 단번에 6대7로 되어 버렸다. 압도적인 구도에서 단번에 팽팽한 구도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루이넨스가 있는 시점에 초인의 우위는 그들에게 존재한다. 예상보다 힘들어질 거라 생각되지만 패배는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라이젠의 시선이 흑색 갑주를 입은 인영에게 시선이 향했다. 그의 정체는 다름 아닌 루이넨스. 루이아스의 호위기사이자 그들이 속한 조직에서 루이아스를 제외하고 가장 강한 힘을 보유한 그랜드 마스터가 바로 루이넨스다. 지금 이곳에서 가장 서열이 높은 자는 다름 아닌 루이넨스였기에 라이젠은 루이넨스에게 보고하듯 말하였다.
“나와 레이벨은 금탑주를 맡겠습니다. 경께서는 아토빌 공작을 맡아 주시기 바랍니다.”
라이젠의 말에도 불구하고 루이렌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시선을 들어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바로 아이넨스가 서 있었다. 아이넨스 또한 루이넨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 동안 서로를 바라보던 그들은 비슷한 시기에 서로에게 시선을 뗐다.
그러고는 루이넨스가 투구 사이로 가는 목소리를 내며 입을 열었다.
“분명 마스터의 안배에 의하면 내가 아토빌 공작을 맡는 게 의당 옳다. 하지만 이번 일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군. 저자는 바로 당대 신검의 계승자다.”
“신검이라면……“
놀란 라이젠의 시선이 아이넨스에게 향했다. 범상치 않은 자라 여겼지만 설마하니 신검의 계승자일 줄이야. 이미 신검의 계승자가 그랜드 마스터에 이른 것은 그들의 조직에 포착된 상태였다. 그랜드 마스터에 이른 실력과 신검의 조합이라면 그 어떤 존재라도 쉽게 제압할 수 없다. 당장 라이젠 본인조차 그에게 승리를 점칠 수가 없었으니 아토빌 공작에게 버금가는 성가신 존재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런 라이젠에게 루이넨스의 음성이 들려왔다. “나는 저자와 해묵은 원한이 있다. 그러니 너와 레이벨은 아토빌 공작을 맡아라. 이미 한 번 상대한 경험이 있으니 또다시 어처구니없이 당하지 않을 거라 믿는다.”
라이젠의 음성이 불퉁스러워졌다.
“물론입니다. 우리를 얕보지 마십시오.”
“한번 쓴 경험을 당했으니 괜찮겠지. 그리고 넬리어스는 저 카디어스와 겨뤄 보았다고 하니 그를 제거하게 하고 샤이어드와 실로프는 금탑주와 골든 나이트를 제거하게 하라. 금탑주와 골든 나이트의 합공은 주의할 만한 것이라 하셨으니 합공에 능한 그들이 나서는 게 좋다.”
거기까지 말한 루이넨스가 짙은 안광을 뿜어냈다. 그리고 엘리엔을 가리키며 말했다.
“데리오머에게는 저 여인을 상대하라. 명심해라. 데리오머에게 공격할 생각은 하지 말고 방어만 하라고 해라.”
“그게 무슨 말입니까?“
분명 강해 보이기는 하지만 저 여인은 자신이 상대해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거라 보였다. 그런 자신에 비해 한 수 떨어지지만 결코 부족하지 않은 실력을 지닌 데리오머 더러 방어에만 몰두하라니…… 라이젠으로서는 의문이 아닐 수 없었다. 루이넨스가 엘리엔을 바라보았다. 주변에 퍼진 마나와 완전한 일체감을 이루고 있는 그녀는 일견하기에 그리 강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루이렌스는 알 수 있었다. 엘리엔의 힘이 결코 자신에 못지않다는 것을…… 단번에 엘리엔의 실력을 파악한 그는 라이젠에게 말했다.
“저 여인은 결코 나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실력이다. 아마 아토빌 공작과 붙어도 결코 지지 않을 거라고 장담 할 수 있다. 그러니 방어만 하라고 하라. 내가 최대한 신검의 주인을 제거하고 돕겠다. 그러니 방어에만 치중하라고 해라.”
놀라운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랜드 마스터 중 최강이라 불릴 만한 루이넨스와 팽팽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가 또 존재했다니…… 과연 세상은 넓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라이젠은 수긍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강자를 파악하는 실력은 루이넨스가 월등했기 때문이다. 라이젠의 시선이 데리오머에게 향했다. 생각해 보니 데리오머는 공격보다 방어에 훨씬 능한 마법사였다. 주로 대지 계열의 마법을 사용하는 그는 파괴적인 면보다 방어적인 면이 강했으니 말이다. 데리오머라면 저 여인의 공세를 충분히 막고도 남을 것이다. 그것을 모두 감안한 루이넨스가 굳이 한 수 떨어지는 데리오머를 저 여인을 상대하게끔 한 것이다.
“이미 모든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부탁하겠다, 데리오머.”
“물론입니다. 제게 맡기시지요.”
“그럼 각자의 적을 상대하도록 하지. 최대한 빨리 적을 제거하고 아군을 돕도록, 상대를 얕보다가 어이없이 당하지 말길 바란다.”
모두의 상대가 각각 배정되자 라이젠과 레이벨이 제일 먼저 앞으로 나섰다. 이미 황궁 앞은 그들의 대결을 위해 텅 비어 있는 상태였다. 무려 10만의 군대를 주둔 시킬 수 있는 집결지인 만큼 그들이 싸울 공간은 넓고 넓었다. 초인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기 시작하자 기사들과 골렘들은 반사적으로 물러났다.
“한 달 전에는 신세를 졌다. 하지만 오늘은 당하지 않을 것이다.”
라이젠이 사나운 어조로 으르렁거리자 아토빌 공작은 여유롭게 대꾸했다.
“기대해 보도록 하지.”
“그때는 신세를 졌으니 쉽게 당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레이벨도 그때의 경험을 떠올리며 인상을 일그러뜨린 채 그의 말을 맞받아쳤다.
“말로는 절대 믿음을 줄 수가 없지. 행동으로 보여 봐라.”
아토빌 공작의 말과 함께 그들의 폭발적인 기세가 치열 하게 대립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곳곳에 대립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
아이넨스는 굳은 얼굴로 흑색 갑주를 걸친 루이넨스를 응시했다. 전신이 흑색 갑주로 감싸 있어 그 용모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그는 루이넨스를 보는 순간 단번에 그 정체를 간파할 수 있었다. 얼굴을 가린다고 그 사람이 지닌 고유의 기세가 어디 사라지겠는가. 아이넨스는 루이넨스 특유의 기세를 기억하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왜냐하면…… 그는 루이넨스의 하나뿐인 동생이었으니 말이다. 루이넨스가 자신에게 다가오자 아이넨스가 드물게 떨 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야……”
“그래, 오랜만이네.”
아이넨스의 말에 루이넨스가 담담하게 대꾸했다.
“그동안 잘 지냈어?“
“지금 이 자리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지 않나. 너는 지금 나의 앞을 가로막는 적의 입장이야. 적에게 나의 근황을 말할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우리는 가족이잖아.”
아이넨스의 말에 루이넨스가 코웃음을 쳤다. 그것은 가식적인 것이 아닌 진심으로 비웃음을 내포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이어져온 차별적인 대우로 난 스스로 가족을 버렸어. 너 또한 내가 가족을 버린 순간부터 남이 되었어. 비록 한 부모 밑에서 태어났고, 한 부모 아래서 자라났다고 해도 지금은. 너와 난…… 남이야.”
루이넨스의 말이 충격적이라는 듯 순간 비틀거리는 아이렌스. 그는 절규하듯 소리쳤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난 인정 못해. 왜냐하면 내 누나잖아!”
누나! 그렇다면 루이넨스는 여자란 말인가? 아이넨스의 말에 루이넨스가 비웃었다.
“그래, 너의 누나였지. 그리고 그것 때문에 내 운명은 기구해졌고……“
루이넨스는 그녀 본인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아이넨스와 루이넨스가 태어난 가문은 대륙 5대 신검 중 하나인 디멘션 소드를 계승하는 신검의 가문이다. 마왕을 벤 그들의 가문은 대륙에서 경외의 대상으로 존경을 받으며 수많은 검사들 위에 군림했다. 하지만 그 명성도 힘이 있어야 유지가 가능한 법이다. 그들은 선대의 마나 연공법에 당대 신검 계승자의 깨달음이 첨가되어 보완에 보완을 거듭해 온 최고 수준의 마나 연공법을 익히고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인 가르침을 받아 그 실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신검가의 가문은 보통 1명의 후손을 본다. 왜냐하면 신검의 힘이 워낙 막강하여 만약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형제끼리 피를 볼 경우 엄청난 파장이 되어 주변으로 번져 나갈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신검가에 2명의 아이가 태어나게 된다. 바로 남녀 쌍둥이가 태어난 것이다. 처음에 신검가 사람들은 그 사실을 별달리 신경을 쓰지 않았다. 여성들이 검을 익히는 데 극도로 제한된 시대에 후계가 될 아이는 엄연히 하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커 검술을 본격적으로 익힐 나이가 되었을 때 사태는 심각하게 된다. 여자 아이가 지닌 검에 대한 재능은 그야말로 천재들도 울고 갈 만큼 엄청난 것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남자 아이의 자질도 떨어지지 않는다. 그 아이 또한 천재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남자 아이조차 차마 여자 아이에게 견줄 수 없을 정도로 그 자질이 뛰어났다. 하나를 알면 열을 아는 정도가 아니라 그 열애 곱의 곱을 하여 백이고 천이고 깨달으니 그 재능이 얼마나 대단하단 말인가. 단순히 호신용으로 가르친 기초 검법으로 여자 아이는 신검가의 검법과 견줄 수 있는 검법을 3년 만에 창안하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남자 아이를 검술 대결로 꺾어 버리는 엄청난 일을 벌인다. 신검가의 후계자는 단순히 마나 연공법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가문 어른들의 수많은 지원 아래 나이에 허용할 수 있는 마나를 극으로 지니게 되며, 때가 되면 마스터의 경지에 들기 위해 깨달음을 전수하기 시작한다. 앞으로 나아간 선구자들의 수많은 지원 아래 수련을 하게 되니 그 실력은 독보적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아이를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은 여자 아이가 꺾은 것이다. 그것도 단순히 검술로 이긴 것이 아닌 막강한 오러의 위력도 동반된 상태였다. 그 당시 아이넨스와 루이넨스의 나이는 열다섯이었다. 아이덴스는 열다섯의 나이에 소드 익스퍼트 상급의 경지에 이른 상태였다. 역대 신검가 계승자들 중 가장 빠른 성취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때 루이넨스는 이미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나이의 한계를 완전히 깨 버린 것이다. 이 믿을 수 없는 사실에 신검가 어른들은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였다. 루이넨스의 자질이 너무 뛰어나 그들로서는 미처 감당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루이넨스는 신검의 계승자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는 모든 혜택이 아이넨스에게 돌아감에도 그보다 자신이 뛰어난 것을 증명하고자 잠까지 아껴 가며 수련에 몰두했다. 신이 내려 준 재능과 노력이 결합되니 그 실력의 증진은 엄청날 수밖에 없었고, 아이넨스가 소드 마스터에 이르러 본격적인 신검 계승 수업을 받을 때 루이넨스는 그랜드 마스터를 목전에 바라보는 최상급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이른다.
이것이 바로 20살의 나이에 이룬 성취니 그것은 그야 말로 인간의 성취라 보기 힘들 정도였다. 때문에 지난날 수십 수백 번 회의를 거듭하던 신검가 어른들은 마침내 루이넨스의 검술을 박탈하자는 의견을 내게 된다. 신검의 계승을 여자가 하면 안 된다는 편견에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와 같은 어른들의 결정으로 루이렌스는 마음에 엄청난 상처를 입게 된다. 모두가 자신을 보아 주었으면 했기에, 신검의 계승자가 되고 싶었기에 그토록 열심히 수련에 몰두했는데 그것이 역으로 그녀에게 돌아온 것이다. 루이넨스는 극도로 분노했다. 자신을 버린 가문의 어른들이 싫었고, 자신이 했어야 할 신검의 계승을 이어받은 아이넨스가 싫었다. 그녀의 눈에 아이넨스는 한없이 둔재로만 보였던것이 다 자신보다 못한 아이넨스가 신검을 계승하다니. 만약 아이넨스가 없었다면 신검의 계승을 그녀가 했을 것이다. 고작 여자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빼앗으려 한 것에 분노한 그녀는 신검가를 나가기에 이른다. 그리고 7년 전 돌연 20명의 사람을 데리고 와 신검가를 철저히 파괴하였다. 신검가 사람들은 침입자들을 막으려 했지만 이미 그랜드 마스터에 이른 그녀의 검을 막을 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녀가 데려온 부하들 또한 모두 소드 마스터에 이른 이들이었기에 신검가는 그날 바로 멸망하게 된다.
하지만 그때 그녀는 아이넨스를 죽이지 못한다. 그는 이미 신검을 모두 계승하고 대륙을 둘러보라는 명령하에 대륙을 떠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륙을 여행하고 돌아온 아이넨스를 반긴 것은 처참하게 짓밟힌 가문뿐이었다. 그는 유일한 생존자를 만나 루이넨스가 루이아스라는 사람에게 몸을 의탁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가 대륙 최초 9클래스 경지에 이른 마법사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정보들 모두가 아이렌스가 자신을 찾아오도록 하게끔 하려는 루이덴스의 함정임을 그는 꿈에도 몰랐다. 그 정보들을 바탕으로 아이넨스는 다시 대륙에 나와 루이넨스를 찾아 대륙을 떠돌았고, 그 과정에 엘을 만나고 여러 가지 일에 얽힘으로써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난 네가 무척 싫었어. 너만 없었다면 신검의 주인은 내가 되었을 거야.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너보다 월등히 뛰어나던 나를 내치다니. 나이만 잔뜩 먹은 그들은 너무 어리석었어.”
루이넨스가 검을 들어보였다. 검은 전체적으로 검은색을 띠고 있었는데, 검날에서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예기는 단번에 베어 버릴 듯한 폭발적인 기도를 품고 있었다. 그녀는 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신검의 주인이 되는 데는 실패했지만 난 염원을 이룰 수 있었어. 바로 마검의 주인이 되었거든.”
“마검……!”
아이넨스가 경악에 찬 표정을 지었다. 이 세상에서 마검이라 불릴 만한 검은 바로 하나밖에 없다. 분노를 괴리하는 절망의 마검. 디스피어 소드(Despair) 소드라 불리는 마검은 대륙 5대 신검에 비해 결코 부족함이 없는 최강의 검 중 하나다. 5대 마병은 5대 신검에 비해 결코 부족함이 없는 저주 받은 마물이기 때문이다. 아니, 살상을 하는 면에 있어서 디스피어 소드는 신검을 뛰어넘는 면이 있었다. 아이넨스가 검을 뽑아 들었다. 디멘션 소드였다. “마검이라면 주인의 정신을 갉아먹는 마물. 그것에 잠식되는 걸 보고만 있을 순 없습니다.”
“네가 날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 넌 어렸을 적 날 한 번도 이기지 못했어.”
루이넨스의 입가에 가소롭다는 미소가 떠올랐다. 실제로 어린 시절 그는 그녀를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오히려 압도적인 패배만 당했을 뿐. 그것을 떠올린 그녀가 그런 말을 할 만도 했다. 하지만 아이넨스의 의지는 확고했다.
“난 포기하지 않아요. 고된 수련을 버티고 신검의 계승자가 된 것처럼 난 누나가 나쁜 길로 가는 것을 끝까지 막을 것입니다. 비록 가족을 해쳤다고 하나 누나는 저의 가족이니까요.”
“네가 날 막을 수 있다면 그걸 진지하게 생각해 보겠어.”
두 사람 사이에 폭발적인 기세가 서로를 향해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한때 가족이었던 두 사람이 지금은 서로의 목숨을 노리고 검을 겨눈 사이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것도 검사들의 정점이라는 그랜드 마스터가 되어서 말이다. 선공은 아이넨스가 하였다. 그는 자신의 실력이 루이넨스보다 부족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였기에 선기를 잡아 최대한 승기를 살리고자 초반부터 강수를 두어 공격해 들어갔다.
번쩍!
디멘션 소드에서 뻗어 나간 오러가 세 갈래로 나뉘며 번개 치듯 빛을 발하며 루이넨스를 조깨 갔다. 동급의 실력자라고 해도 움찔 할 법한 절정의 쾌검이었다. 하지만 그런 공격에도 루이넨스는 눈썹 하나 꿈틀하지 않았다. 아이넨스의 공격이 시작되는 순간 그녀는 그가 무슨 공격을 펼치려는지 단번에 파악했다. 한 배에서 태어난 쌍둥이다. 서로의 생각을 모른다면 말도 안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그녀는 신검가의 일원이었기에 신검가의 검법에 더없이 해박하다. 아이넨스의 검이 뻗어 오는 순간 루이넨스의 몸이 흔들거리더니 그가 쏘아 보낸 세 줄기 오러를 간단한 고갯짓으로 모두 피해 버렸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검이 매끄럽게 뻗어 나왔다. 마치 뱀과 같은 영활한 궤적을 그리면서 동시에 파악할 수 없는 검의 움직임은 아이넨스를 당혹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헉!”
헛바람을 집어삼키며 아이넨스가 재빨리 검을 치켜들었다. 신검가의 검법을 꿰고 있는 루이넨스에 비해 그는 루이넨스가 구체적으로 무슨 검법을 익힌지조차 모르는 상태였다. 넓게 검을 펼친 그는 루이넨스가 뻗어 오는 검 전체 영역을 방어하고자 하였다. 루이렌스의 입가에 미소가 서렸다.
“좋은 판단이야. 하지만……“
따앙!
그와 그녀의 검이 부딪쳤다. 그 순간 서로의 푸른 오러가 자욱하게 뿜어졌고, 곧이어 눈부신 폭발과 함께 부서진 오러의 파편이 사방에 튀겼다.
파바박!
여기서 그들의 우열이 단번에 드러났다. 루이넨스의 공격을 받은 아이넨스가 그녀의 오러가 지닌 위력을 견뎌 내지 못하고 뒤로 주르륵 밀려난 것이다. 오러의 위력에서 루이넨스가 훨씬 위를 점하고 있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루이덴스가 훈계하듯 말했다.
“오러는 몸속에 고이 모셔 두는 보물이 아니야. 대장간의 쇠처럼 끊임없이 두들겨야 더욱 단단해지는 것처럼 오러 또한 단련에 단련을 거듭해야 그 위력이 강해지는 법이지. 대결에서 오러의 위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잖아? 그런 점에서 신검가는 수련법이 잘못되었어. 오러의 위력을 세월에 의지하여 강화할 생각이나 하다니. 그러니 결국 몰락했지만 말이야.”
아이넨스는 얼굴을 찡그린 채 아무런 말도 못했다. 사실 그는 루이넨스의 말에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설마하니 오러를 그런 식으로 강화시켰을 줄이야. 그 또한 여태껏 오러는 세월이 지날수록 그 위력이 강해진다는 걸로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신검가의 어른들이 그렇게 가르쳤기 때문이다. 이것은 비단 신검가뿐만 아니라 대륙에 존재하는 기사들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설마하니 루이넨스는 그런 발상을 깨버리고 오러를 단련할 생각을 할 줄이야. 만약 결과를 보지 않았다면 허황된 사실로 생각할 만한 이론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루이넨스는 방금 전 충돌의 결과로 그녀의 이론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했다. 그녀의 오러는 무지막지하다고 할 정도로 엄청난 위력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과연…… 정말 대단해. 하지만 난 지지 않아. 내가 당대 신검의 계승자가 된 것은 그만큼의 자격이 있기 때문이야. 대륙을 수호하는 신검의 힘을 보여 주겠어!”
가까스로 충격에서 벗어난 아이넨스는 이를 악물고 루이넨스를 향해 말했다. 루이넨스에게는 여유가 넘쳤다. 그에게는 신검이 있다면 그녀에게는 마검이 있다. 결코 꿀릴 것이 없는 것이다. 오히려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녀는 검을 까닥였다.
“능력이 된다면 얼마든지, 하지만 디멘션 소드의 힘은 내게 먹히지 않아.”
“……”
사정없이 깔아뭉개는 그녀의 말에 아이넨스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디멘션 소드에 오러를 불어넣었다. 차원을 지배하는 신검은 공간 그 자체를 지배한다. 신검가의 검술은 이 신검에 맞게 발달되어 있으며, 이 검법을 완벽하게 익혀 낼 경우 디멘션 소드의 검을 피해 갈 검 사는 없다고 한다. 아이넨스는 이 검법을 거의 완벽하게 익힌 상태였다. 이 정도라만 대륙 그 어느 그랜드 마스터라도 그의 검을 받아 내기 힘들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아이넨스는 알고 있을까? 루이렌스는 이미 그 검술을 완벽하게 다 익힌 상태라는 것을…… 즉, 신검을 사용하는 순간부터 아이넨스는 한수 지고 들어가는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그것을 모를리 없는 아이넨스지만 그에게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한 가지 비장의 수도 있고…… 아이넨스의 검이 움직이는 순간, 수십 갈래의 오러가 루이넨스를 뒤덮기 시작했다. 공간을 지배하는 디멘션 소드의 힘이 본격적으로 발휘되기 시작한 것이다.
“제법인데?“
루이넨스의 눈에 감탄이 떠올랐다. 아이넨스의 오러 수발과 신검의 응용이 극도로 자유롭다는 걸 느낀 것이다.
“만약 마검이 없었다면 상당히 까다로운 싸움이 되었을 거야. 하지만 아쉽게도 나에게는 마검이 있어. 마검의 힘은 너와 상극이야.”
그녀의 몸이 보랏빛으로 감싸이기 시작했다. 보랏빛, 그것은 절망의 힘이 극성으로 발휘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뜻한다. 흔히 마치에는 4퍼 마왕이라는 4명의 마왕에 의해 사분되어 있다. 그들은 각각 분노, 절망, 탐욕, 질투로 대변된다. 분노를 괴리하는 절망의 마검은 과거 마계에서 대대적인 전투가 벌어졌을 때 탄생한 검이다. 당시 절망을 대표하는 마왕은 분노의 마왕과 싸움을 벌였는데, 그때 사용했던 검이 분노를 괴리하는 절망의 마검이다. 마검의 힘으로 그때 전투는 절망의 마왕의 승리로 돌아갔고, 마검에는 마왕의 권능이 스며들게 되었다. 디스피어 소드는 검 자체에 스며들어 있는 디스피어 포스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마검미다. 그것은 방어도 자유로우며, 공격할 때도 자유롭다 지금 루이렌스는 디스피어 포스로 전신을 감싸 철벽의 방어를 전개한 것이다. 보랏빛으로 휩싸인 루이넨스를 보며 아이렌스의 눈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이것은……“
언젠가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있다. 얼마 전 그가 베르아문트와 싸움을 벌였을 때였다. 그 때 베르아문트도 이런 식으로 전신을 방어했다. 그때와 유사한 모습을 지금 여기서 보게 된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사실일지도 모른다. 베르아문트는 바로 절망의 마왕을 지척에서 보필하는 측근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또한 절망의 힘을 사용하고, 그러했기에 비슷한 모습이 나타난 것이다.
차자자장!
공간을 격하고 날아간 수십여 개의 오러가 루이렌스의 방어를 꿰뚫지 못하고 튕겨져 나왔다. 디멘션 소드의 힘을 완벽하게 막아 낸 루이넨스가 미소를 지었다. 그녀에게 절망의 힘이 있는 이상 신검의 힘에 당할 요소는 없다. 그녀의 검이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죽어라, 나의 앞길을 망친 동생이여.”
그때, 아이넨스의 눈이 빛났다.
“아직 끝이 아니다.”
디멘션 소드에 푸른 오러가 타오르며 폭발적으로 뿜어지기 시작했다. 한순간 모든 오러를 응집시켜 폭발적인 힘을 끌어낸 것이다.
“실전은 사람을 더욱 발전의 길로 이끄는 법이지.”
아이넨스는 대륙으로 나와 여러 번 실전을 겪었다. 대륙인들에게 있어 공포의 대명사인 흑탑주와도 겨뤄 보았고, 마계의 대공과도 겨뤄 보았다. 게다가 엘이 8클래스에 오른 이후 수차례 대련을 했으며, 엘리엔과도 검을 나누어 보았다. 애시당초 신검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했기에 아이넨스는 여러 번의 실전을 겪으면서 한 가지 검을 창안해 냈다. 바로 모든 힘을 한순간 응축시켜 폭발시키는 공간의 검이었다. 그가 익힌 검법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기에 단 한 번의 필살 공격이라 할 수 있었다. 엄청난 오러가 응축되면서 한순간 그것을 견뎌 내지 못한 신검이 그 힘을 일시에 뿜어냈다. 아이넨스는 그 힘을 루이넨스에게 뿜어내기 위해 검을 내리 그었다. 동시에 오러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대기를 찢어 버리며 뿜어졌다.
“이, 이건,”
루이넨스는 아이넨스가 뿜어낸 힘을 보고는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지금 다가오는 힘은 보통이 아니었다. 그랜드 마스터가 한순간 끌어올린 모든 힘을 폭발시킨 것이니 대단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이런 공격은 방어를 해 봤자 손해다. 때문에 그녀는 이 공격을 맞받아치기 위해 본신의 힘을 모두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넨스의 공격은 이런 적의 심리까지 모두 파악한 공격이다. 단순히 힘을 폭발시킨 공격이라면 그랜드 마스터에게 이 공격을 성공시킬 수 없다. 왜냐하면 그랜드 마스터들은 이 공격을 충분히 피할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 공격의 위력이 그대로 나타난다. 공간의 힘을 빌린 힘은 한순간 공간을 격하고, 먼 거리에서 단숨에 적의 지척까지 다가가는 것이다. 채 힘을 끌어올기도 전에 아이넨스의 공격이 자신의 지척에 이르자 루이넨스는 당혹의 소리를 흘렸다.
“아, 안 돼!”
그녀의 외침과 함께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쿠우우웅!
황궁 전체를 울리는 듯한 엄청난 폭발! 그것은 아이넨스의 공격이 얼마나 강한 힘을 내포하고 있었는지 여실히 보여 주고 있었다. 아이넨스가 폭발에 휩싸인 곳을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 제아무리 루이넨스라도 이 공격에 적중된 이상 무사할 리 없을 것이다.
“부디 다음 생애에는 사이좋은 남매로 태어나길.”
아이넨스는 그것을 간절히 기원했다.
오